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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27 622회 0건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은 어둠침침한 거실 안은 적막이 깃들어 있었다. 관리인 최 광섭은 추석을 맞이하여 휴가를 갔고 집안에는 지아와 가정부가 있었으나 모두가 외출한 집안처럼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는 발자국소리를 죽여 권 회장의 침실로 들어갔다. 원래는 그들 부부가 사용했던 방이었으나 현재는 권 회장 혼자 사용하고 있었다.

진우는 권 회장을 고통스럽게 만들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침실 안을 둘러본 그의 시선이 침대 머리위에 붙은 액자를 향했다. 희랍의 선정적인 여신을 상징하는 그림이었다. 턱을 고이고 생각하던 그는 밖으로 나가서 펜치와 가늘고 검은 실타래를 들고 다시 권 회장의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위에 올라서서 액자를 들어내고 벽에 박힌 못을 뽑아냈다.

그는 뽑아낸 못에 실타래를 감아 제자리에 집어넣었다. 액자를 다시 걸어놓고 못에 감긴 실타래를 베개 밑에 묻어 놓았다. 실타래를 건들자 못에 걸린 액자가 떨어져 내렸다. 떨어지는 액자를 빠르게 붙잡은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권 회장이 놀라는 표정을 떠 올린 것이다. 액자를 살짝 못에 걸어놓은 그는 권 회장의 침실을 나왔다.

소리 없이 침실 문을 닫은 그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 진우의 방업에는 홀처럼 넓은 서재가 있었다. 이미 그가 도희의 부탁을 받고 왔던 서재였다. 서재 한쪽에는 고급 소파와 권 회장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당구대가 액세서리 소품처럼 놓여 있었다. 그는 회장실에서 발견하지 못한 정보를 발견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서재의 책과 서랍속의 서류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감과는 달리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재들을 모두 살핀 그는 낙심했다.

진우가 살펴보지 않은 곳은 굳게 잠긴 책상 서랍뿐이었다. 잠시 궁리를 하던 그의 시선이 책상위에 놓인 조각품을 향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이 날개를 펼쳐든 독수리였다. 몸통과 이어지는 독수리 머리 깃털부분의 색이 낡아 있었다. 그는 독수리 머리를 손으로 잡고 살펴봤다. 머리 부분을 돌리니 빠져 나오고 구멍이 들어났다.

고개를 끄덕인 진우는 구멍 속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끄집어냈다. 책상 서랍 열쇠였다. 입구를 힐끗 쳐다본 그는 책상 서랍들을 빠르게 열어 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밑의 서랍을 확인하다가 낡은 사진첩을 꺼내들었다. 색이 바란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사진첩을 뒤적이던 그는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내려다봤다.

“...........!?”

연회석상에서 두 부부와 한 남자가 나란히 촬영한 사진이었다. 다정한 부부들 옆에 있는 나이어린 청년은 권 종호 회장이 분명했다. 그리고 흐릿하지만 낯선 여인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남자는 권 태호 전 회장이었다. 진우는 호주머니에서 생부의 증명사진을 꺼내들어 또 다른 삼십대의 남자와 비교했다.

“음.........!?”

진우는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한기를 느꼈다. 증명사진과 일치하는 사진의 남자는 그의 생부였다. 생부와 손을 잡고 있는 여인! 자잘한 미소가 깃든 여인의 모습을 한동안 뚫어지게 내려다보던 그는 사진의 뒷면을 살펴봤다. 오래 시일이 지나 퇴색했지만 볼펜으로 휘갈겨 쓴 이름들이 남아있었다.

[대한기업 발전과 송 민욱과 유 진숙 부부의 영원한 애정을 위해.
권 태호. 안 혜정 부부와 권 종호가 함께........]
“유 진숙........!?”

진우는 생소하게 느끼는 생모 이름을 중얼거렸다. 사진 뒷면에 적힌 글로 보면 권 씨 일가와 생부, 생모가 가까웠던 사이라는 것을 판명하고 있었다. 그럼 권 씨 형제들이 계획적으로 생부에게 접근했다는 뜻이었다. 순간적으로 치미는 분노에 그는 이를 깨물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 그는 사진첩의 사진을 꺼내 수첩 속에 챙겨 넣었다.

꾸부렸던 몸을 일으키던 진우는 청각을 곤두세웠다. 누군가 이층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책상 서랍들을 원상태로 돌려놓고 서재 입구로 나가려던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발자국 소리가 서재 문 앞에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다급해진 그가 주위를 살피니 서재 한쪽의 화장실이 있었다. 빠른 몸놀림으로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숨을 죽였다.

서재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가운을 걸친 권 종호 회장이었다. 그는 함께 골프를 치던 기업인들과 어울려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한 것이었다. 그는 모처럼만에 연휴에 휴식을 취한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으나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야 그는 주방에서 나오는 아내의 냉랭한 표정을 분수 있었다.

평상시도 아내의 무관심한 태도에 습관이 되어있었지만 권 회장은 은연중에 화가 치밀었다. 생명이 없는 미이라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에 그는 입맛을 다셨다. 주방에 있던 가정부 조 숙희가 멀거니 서있는 그를 바라봤다. 눈치를 살피는 그녀의 눈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아내를 대신해서 그녀에게 불만을 터트리듯 그는 명령조로 한마디 내뱉었다.

“커피 가져와!”
“네........!? 네.”

거실소파에 앉으려던 권 회장은 망설이다가 층계를 올라갔다. 그리고 서재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었다. 그는 TV 리모컨의 전원을 누르고 컴퓨터에 DVD를 넣었다. 미디어플레이를 작동시키니 TV 화면에 절경들이 펼쳐지고 쇼팽의 즉흥환상곡이 흘러나왔다. 책상 앞의 회전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그는 눈을 감았다.

불만스러운 스트레스를 해소할 생각이었지만 권 회장의 머릿속에는 주체할 수 없는 불씨가 살아났다. 송 마담을 멀리하다보니 쌓이는 성적인 욕구의 불씨였다. 결혼을 했지만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아내로 인해서 더욱 민감해질 뿐이었다. 나이 차이도 있지만 육체관계가 많지 않았던 아내는 여전히 처녀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송 마담의 육체를 탐닉하면서도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를 강간하는 상상하며 쾌감을 느꼈었다. TV화면을 향하던 그의 시선이 입구를 향했다. 가정부 조 숙희가 서재 문을 열고 들어왔다. 민소매 블라우스와 무릎 밑으로 찰랑이는 스커트를 걸친 그녀가 커피 잔이 담긴 쟁반을 받쳐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책상위에 커피 잔을 내려놓는 숙희가 곁눈질로 그의 표정을 살폈다. 허리를 굽힌 그녀의 블라우스 앞섶이 벌어져 젖가슴의 계곡이 드러나 보였다. 그녀는 권 회장의 시선을 끌려고 의도적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었다. 사실 그녀는 권 회장에 이끌려 몇 번 성관계를 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적지 않은 돈을 받았었다.

“저, 다른 일 시킬실 건 없으세요?”
“..........”

권 회장은 말없이 조 숙희를 올려다봤다. 그의 시선에 그녀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둔부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그와 이미 깊은 관계가 되었지만, 시시때때로 돌변하는 그의 거친 성격이 두렵기도 하여 조심스러웠다. 그의 손길을 느낀 그녀는 비로소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저번에는 정말 아팠어요......! 너무 세게 때려서요.”
“.........”

숙희는 애교가 깃든 눈빛으로 권 회장에게 바짝 다가섰다. 둔부를 쓰다듬던 그의 손이 그녀의 블라우스 겉으로 들어난 농익은 젖가슴을 치켜들었다. 허리를 비비꼬는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런데 별안간 그가 발을 뻗어 책상위에 놓인 커피 잔을 걷어찼다. 바닥에 떨어진 커피 잔이 산산조각으로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놀란 그녀는 한발자국 뒷걸음쳤다.

“어 멋~! 회장님........!”
“다시, 집사람더러 가져오라고 해!”

퉁명스럽게 내뱉는 권 회장의 목소리에 숙희는 몸을 사렸다. 그리고 엎드려서 바닥에 흩어진 커피 잔 조각들을 집어 쟁반에 담았다. 권 회장은 책상위에 다리를 올려놓으며 엎드려있는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화장지로 바닥에 흘린 커피를 닦아내는 그녀의 등을 발로 차며 다시 명령했다.

“뭐해!? 집사람한테 다시 커피 가져오라고 했잖아!”
“네. 네.”

옆으로 쓰러졌던 숙희가 몸을 일으키면서 굽실거렸다. 민소매 블라우스 어깨띠가 흘러내린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입구를 향해 뒷걸음쳤다. 그녀가 나가고 권 회장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회전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그가 뿜어내는 담배연기가 여인내의 머리채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화장실 문틈으로 서재 안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엿보고 있는 진우는 소리 없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가정부를 마치 하녀 다루듯이 하는 권 회장의 성품을 다시 확인하는 광경이었다. 평소에 그는 독사처럼 거칠고 포악한 성격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겁이 많았다. 그리고 변태적인 성욕의 소유자로서 사이코 같은 성향이 있다는 것을 진우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쇼팽 즉흥교향곡이 흘러나오는 TV화면에 이글거리는 모닥불의 형상이 떠올랐다. 담배를 부벼끈 권 회장이 일어나서 큐대를 집어 들고 당구대 앞으로 다가갔다. 허리를 굽힌 그가 겨냥한 큐대를 힘차게 밀어내자 당구공이 곤두박질치듯이 당구대를 맴돌다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재 문이 열리고 마네킹처럼 전혀 생동감이 없는 표정으로 지아가 들어섰다.

서재 안을 둘러본 지아가 쟁반을 들고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 권 회장은 아내를 의식하면서도 당구대에 엎드려 큐대를 겨냥하고 있었다. 잠시 멈추어 섰던 그녀가 들고 있는 쟁반에서 커피 잔을 들어 소파 앞의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당구공을 겨냥하던 권 회장이 큐대를 던져놓고 입구를 향하는 아내에게 돌아섰다.

“어디 가려고!? 잠간 있어~!”
“..........”

한발자국 내딛던 지아가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멈추어 섰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가 아내의 아래위를 훑어보며 다가섰다. 그녀가 흠칫하며 남편의 시선을 외면하고 돌아섰다. 그는 대뜸 아내의 등을 껴안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릴 뿐 인형처럼 서있었다. 그러나 불쑥 젖가슴을 더듬는 그의 손을 야멸차게 뿌리쳤다. 동시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향한 권 회장이 한마디 내뱉었다.

“난, 네 남편이야~! 그런데 날 거부해?”
“...........”

그는 등을 돌리고 있는 아내를 돌려 세워서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 그녀의 블라우스 앞섶을 거칠게 잡아 젖혔다. 블라우스 단추가 푸드득 풀어지고 브래지어를 착용한 그녀의 앞가슴이 들어났다. 동시에 그는 그녀를 끌어안은 그가 한손으로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며 언성을 높였다.

“넌, 내 여자라고.........”
“..........”

젖가슴이 들어난 지아는 남편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남자의 완력을 당할 수 없었다. 몸부림치는 그녀는 남편의 힘에 밀려 당구대 앞까지 뒷걸음쳤다. 잔득 일그러진 그녀의 표정! 그러나 권 회장은 막무가내로 아내를 끌어안고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권 회장은 아내가 반항할수록 더욱 성욕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이를 악물고 뿌리치려는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왈칵 밀어젖혔다. 뒷걸음치다가 당구대 위에 쓰러진 그녀가 저주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차라리, 날 죽여........”
“네 맘대로......!? 족보도 없는 너를 데려다가 호강시켜줬는데, 뭐가 불만이야.”

권 회장의 숨결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상체를 일으키려는 아내의 앞가슴을 내리 눌렀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를 붙잡아 잡아당겼다. 당구대 모서리에 둔부를 걸친 그녀의 다리가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그는 서슴지 않고 그녀의 말려 올라간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조각만한 팬티가 그의 손에 의해 발목까지 끌어내려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권 회장은 걸치고 있는 자신의 가운허리띠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그녀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고 벌렸다. 그녀의 하복부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은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는 야수 같았다. 가지런한 음모에 덮인 그녀의 둔덕과 허벅지 사이가 드러났다. 충혈 된 눈빛으로 내려다본 그는 자신의 팬티를 벗어 내리며 뇌까렸다.

“뭐가 부족해서 앙탈이야!? 난, 네 남편이라고!”
“.........!”

지아는 더 이상 저항을 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를 거부하려던 자존심마저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남편을 밀어내려고 뻗었던 팔을 늘어트렸다. 권 회장은 축 늘어져 있는 그녀의 하복부를 내려다봤다. 그녀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에 가지런한 음모가 덮인 둔덕이 도톰하게 돋아나 있었다.

“음........!”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내를 내려다보는 권 회장의 눈동자에 실핏줄이 돋아났다. 그의 손길에 음모가 쓸어 올려지고 여인의 은밀한 상징이 청초한 꽃잎처럼 펼쳐졌다. 그는 하복부에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었다. 동시에 충격을 받은 그녀가 상체를 들어 올리며 감고 있던 눈을 치켜떴다.

“하 읍~!”
“헉~!”

지아는 강간을 당하는 자괴감에 젖었다. 강제로 몸속을 헤집는 통증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권 종호는 아내의 몸속 깊이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있는 그녀의 몸이 반사적으로 아래위로 흔들렸다. 점점 빠르게 허리를 흔드는 그의 거친 숨소리가 서재 안을 열기로 적셨다.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고 있는 그녀는 숨소리조차 삼키고 있었다.

“허 읍, 헉........”

헐떡거리던 그는 당구대에 둔부를 걸치고 있는 그녀를 밀어서 반듯이 눕혔다. 그리고 그도 당구대 위로 올라가서 그녀의 몸을 돌려 엎드리게 했다. 눈동자를 크게 뜨고 올려다본 그녀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움켜잡고 탐스럽게 들어난 둔부사이로 페니스를 다시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었다.

“하 읍~! 악마........!”

허리를 비틀며 신음을 흘린 지아의 몸이 축 늘어트렸다. 그녀의 둔부를 타고 앉은 그의 엉덩이가 진퇴했다. 반사적으로 당구대 끝에 어깨를 걸친 그녀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눈동자를 일그러트렸던 그녀의 시선이 어두운 앞쪽을 향했다. 입술을 깨물던 그녀는 모멸감에 젖었다. 빠끔하게 열린 화장실 문틈에 누군가 엿보고 있는 눈빛이 있었다. 들이마신 숨을 급히 멈춘 그녀는 치욕적인 수치심을 느꼈다.

“읍, 읍, 읍.........”

지아는 몸속으로 남성이 치밀고 들어올 때마다 반사적으로 흘러나오는 숨을 삼켰다. 그녀는 화장실 문틈의 눈빛이 진우라고 직감했다. 그녀와 마주친 그의 눈빛은 동정과 애틋함에 젖어 있었다. 왠지 눈빛만으로도 그의 감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여자로서 남편에게 강간을 당하는 모습을 그에게 보인다는 것이 죽음과 같은 심정이었다.

“음........!”

흔들리는 지아의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다. 진우는 애절한 그녀의 눈빛을 보고 있으려니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문을 박차고 나가서 권 회장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언제든지 권 회장의 목숨은 빼앗을 수 있었다. 다만 저주할 수밖에 없는 악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진우는 자신의 계획대로 반응하는 권 회장의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권 회장의 격한 신음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는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었다.

“허 으, 읍.........!”

거친 숨을 뱉어내는 권 회장은 진우가 엿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송 마담과 달리 아내의 몸속은 처녀처럼 페니스를 옥죄여서 그는 사정할 것만 같았다. 아내의 몸속 깊숙이 틀어박힌 페니스 귀두가 어딘가 잇닿아 충격적인 쾌감이 온몸을 마비시켰다.

“헛~! 헉......!”

부르르 떨다가 경직된 권 회장은 힘없이 아내의 등에 엎드렸다. 짧은 순간의 엑스터시가 아쉬웠지만 그는 오르가즘의 절정에서 추락하고 있었다. 아내의 몸속에 분비물을 쏟아낸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벌떡 일어났다. 당구대에서 내려선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앞으로 반항하지 마. 나에게 복종해야 행복하다는 거 잘 알잖아!?”
“.........!”

둔부를 들어 내놓은 지아는 죽은 듯이 당구대 위에 엎드려 있었다. 권 회장은 아쉬운 표정으로 아내를 내려다봤다. 그는 벗어던진 자신의 팬티도 걸치지 않고 휭하니 서재를 나갔다. 서재 안은 적막이 흘렀다.

서재 안을 엿보던 진우는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당구대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지아의 심정을 생각하며 그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길게 한숨을 들이마신 그는 부스스 일어섰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당구대로 다가가도 그녀는 둔부를 드러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아를 내려다보는 진우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악몽 속에서 몸부림치던 자신의 고통보다 아프고 괴로운 심정이었다. 울먹이는 가슴을 억제한 그는 그녀의 발목에 걸친 팬티를 치켜 올려 입혔다. 그리고 그녀를 번쩍 들어 안고 소파로 다가갔다.

진우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때서야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와 그녀의 눈동자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시선이 마주친 그가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다독여 위로의 말을 대신했다.

“..........”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에 맺혔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보던 그는 눈물로 적셔진 그녀의 뺨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그에게 추한 몰골을 보인 그녀는 여자로서 지켜야할 자존심마저도 상실한 상태였다.

흐느끼듯이 숨을 들이마신 그녀가 부스스 소파에서 일어섰다. 무거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진우가 혼잣말처럼 가라앉은 목소리를 흘렸다.

“조금만 기다려.......! 다시는 접근하지 못하게 할 테니.......”
“...........”

지아는 의미심장한 진우의 말을 듣고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섬뜩하기도 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말없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들은 침묵 속에 서로의 심장소리를 듣고 있었다. 잠시 그의 가슴에 안겼던 그녀가 비틀거리며 서재를 나섰다.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던 진우도 서재를 나섰다. 층계를 내려와 거실로 들어가던 진우는 멈추어 섰다.

욕실로 들어가려던 지아도 멈추어 서서있었다. 어디선가 야릇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주방 옆의 가정부 조 숙희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남녀의 거친 숨소리였다. 진우가 힐끗 지아를 바라봤다. 그녀도 가정부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감정이 없는 표정이었다.

지아는 남편이 조 숙희와 은밀한 관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보다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었다. 진정 사랑을 받고 싶은 꿈에 젖었던 나이에 그녀는 강제로 결혼을 했고 남편에게 순결을 잃었다. 남편의 강압적인 요구에 불가항력으로 몇 차례 부부관계를 했지만 지아는 그때마다 영혼이 없는 육신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명조차 포기하고 싶었던 그녀가 삶의 의욕을 느끼게 했던 동기는 진우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용기를 주지 않았다. 그녀가 되찾은 삶의 의욕은 장벽에 갇혀 몸부림칠 뿐이었다. 오직 그녀는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단순한 희망뿐이었다.
마주친 진우의 아련한 눈빛을 의식한 그녀는 수치심과 아울러 뒤늦게 수줍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혼 자남은 진우는 청각을 곤두세웠다.

거칠었던 남녀의 숨소리가 잦아지고 있었다. 욕실의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가 이어졌다. 잠시 후 물소리가 그치고 지아가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던 그녀가 우뚝 서 있는 진우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시선을 외면한 그녀가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조 숙희의 방문이 왈칵 열리는 소리에 진우는 얼핏 층계 밑에 몸을 숨겼다. 가운을 풀어헤친 권 회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뒤따라 조 숙희가 드러난 젖가슴을 잠옷으로 여미며 나왔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는 권 회장에게 조심스러운 말투를 흘렸다.

“그냥 주무시지 않고,.....?”
“내가 네 방에서 자는 거 봤어! 건방지게........”

이맛살을 찡그린 권 회장이 욕실로 들어갔다. 권 회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 숙희가 하복부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허벅지를 조였다. 그녀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정적이 흘렀다. 다시 욕실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 한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던 진우는 조심스럽게 층계를 올라갔다.

이층 계단을 오르던 진우는 숨소리를 죽이고 멈추어 서서 밑을 내려다봤다. 한동안 들리던 물소리가 그치고 수건을 목에 두른 권 회장이 욕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권 회장이 침실로 들어가고 나서 걸음을 옮기려던 그가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권 회장의 방문이 왈칵 열어젖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개 같은 연놈들~! 누가 방 청소 한 거야!?”

침실에서 나온 권 회장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거실로 들어서는 권 회장은 머리를 붙들고 있었다. 잠을 자려던 조 숙희가 잠옷도 제대로 여미지 못하고 방에서 튀어나왔다. 권 회장이 대뜸 조 숙희에게 다가가서 뺨을 후려쳤다.

“네가 방 청소했지?”
“네........!? 네.”

“액자가 떨어졌잖아. 어떻게 된 거야!”

뺨을 얻어맞고 휘청거리는 조 숙희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권 회장을 쳐다봤다. 그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침대에 누우려던 그는 액자가 떨어져 다친 것이었다. 그는 사정없이 그녀를 발로 걷어차며 분풀이를 했다. 바닥에 쓰러졌던 그녀는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벌떡 일어났다.

“죄, 죄송해요. 회장님! 약 가져올게요.”

권 회장이 피가 흐르는 이마를 손으로 잡고 소파에 누웠다. 쩔쩔매던 조 숙희가 약품 상자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소파로 다가가서 권 회장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약솜으로 닦아냈다. 거실을 내려다보고 있는 진우의 얼굴에 희소가 번졌다. 그는 자신의 계획대로 밤중에 일어난 소란스러움을 만족하게 여겼다.

겨울로 향하는 찬바람이 불어오고 외투 깃을 올린 사람들이 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뒹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진우는 돌아섰다. 그는 오 덕재에게 사용하는 대포폰을 꺼내 들다가 멈칫했다.

비서실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던 진우는 비서실을 나와 비상구 계단으로 나갔다. 이따금 다른 층의 비상구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는 대포폰을 꺼내들고 오 덕재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고 바로 통화가 되었다.

“오 실장........!?”
“네. 사장님.”

“쌍화 건설 운송 계약 예상단가를 문자로 보내 줄 테니 직접 만나봐.”
“네. 사장님! 알았습니다.”

간단히 통화를 끝낸 진우는 오 덕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는 신화 그룹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방법을 궁리했었다. 하지만 신화의 다른 방계기업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생각 끝에 그는 대도개발을 상대하기가 제일 용이하다는 판단을 했다. 또한 권 회장의 사생활이나 뒷거래 경영은 대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진우는 오 덕재에게 새한화물운송이라는 명칭의 업체를 설립해 주면서 8톤 트럭 5대와 사무실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대도개발 운수업체에서 운송 계약하는 업체와 계약 단가 등을 빼내서 오 덕재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새한화물 사업이 시작하고 한 달가량 지나고 진우는 사업효과에 대해서 궁금했다. 그런데 직접 권 회장의 반응을 통해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권 회장이 기업 소유주들과 미팅하는 날이었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본사로 돌아가는 승용차 안이었다. 뒷좌석의 권 회장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개나 소나 윤송사업하는 놈들이 덤벼들어서 골치 아프네.”
“..........!?”

“운송 물량이 점점 줄어드는데! 그렇다고 운송 사업을 포기하면 당장 물류비용을 부담해야하니 타격을 받을 테고,........”
“.........!”

묵묵히 운전하고 있는 진우는 백미러로 권 회장의 암울한 표정을 살피며 내심 희소를 흘렸다. 권 회장이 들고 있던 신문을 옆으로 팽개치며 분개했다.

“정치하는 놈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 물가는 자꾸 뛰고 국내 경제상황이 안 좋은데, 왜 물류센터 건립 허가를 안해 주는 거야!? 윗선의 눈치만 살피면서 사리사욕만 챙기고.....! 에잇! 썩어빠진 놈들~!”
“.........!”

푸념하는 권 회장의 말에 진우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부패한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을 원망하는 권 회장 자신이 도리어 사회를 더럽히는 원흉이기 때문이었다. 가진 사람의 더 많은 욕망으로 희생당하고 죽음을 당하고 멸시 받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사는 세상이었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던 권 회장이 거의 집에 도착할 무렵 다시 한마디 뇌까렸다.

“어렵게 돌아가는 회사 경영,.....!? 해결할 방법도 없고, 우진의 진 회장이 필리핀으로 골프 치러 가자는데, 머리 식힐 겸 일주일 다녀올 가........!?”
“........!?”

권 회장은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않았지만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물류센터 건립은 누군가의 모략으로 진전이 없었고, 송 마담과의 관계도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물론 진우의 도움으로 해결했지만 왠지 찜찜했다. 또한 대도운송 물량도 문제가 발생하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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