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과 두려움 속에 뜬 눈으로 남편을 기다린 은영은 출근을 해야 하는지 망설여졌다. 낮게 드리워진 구름에 습도가 많은 흐린 날씨였다. 그녀는 결국 회사에 출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근길에 그녀는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며 수면제를 구입했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은 그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은영은 모든 직원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 같은 좌절감에 젖었다. 무의식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총무과를 들여다보는 권 회장의 시선을 의식했다. 정오가 되어 식사를 하러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시간까지도 그녀는 넋을 잃고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조용한 사무실 안에 벨 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란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남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 어제 저녁 급히 부산에 내려오느라고 전화를 못했어. 미안해.”
“.........네.”
“회장님은 잘 모셨겠지. 당신은 잘해 냈을 거야.”
“..........”
“그런데 어떡하지. 오늘도 올라가지 못하겠네. 신상품 샘플을 가지러 왔는데 내일이나 완성된다고 하네.”
“........?”
“바쁜가! 말이 없네. 그럼, 내일 올라가서 봐. 사랑해.”
“아........!”
은영의 신음은 말못할 고통과 번민, 그리고 무의식적인 기다림의 절망이었다. 그녀는 고통스러움 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을 마주하고 무슨 말인가 남기고 싶었다. 그녀는 문득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살충제는 위험하니 조심해서 다뤄야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실 수 없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잠시 나온 그녀는 농약 방을 찾아 화초에 쓴다면서 살충제 한 병을 구입했다. 그러나 막상 회사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하는지 두려웠다. 그런데 그녀를 더욱 곤욕스럽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권 회장이 그녀를 회장실로 부른 것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망각한 상태로 그 앞에 섰다.
“오늘도 한 실장이 일이 끝나지 않아서 올라오지 못한다네. 연락 받았어?”
“.........네.”
“그럼, 오늘 저녁식사 같이하지. 연락하게.”
“............”
은영은 과연 권 회장과 다시 만나야 하는지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능욕하고 철저히 삶을 파괴한 그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당장이라도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휘말렸다. 그녀는 그를 피하고 싶지 않았다. 정면으로 마주쳐서 보복하고 싶었다. 퇴근 시간에 그녀의 발걸음은 그가 명령하듯이 연락한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쩌면 그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창문가 테이블에 앉아 있던 권 회장은 음식점 안으로 들어오는 은영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설렜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여자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검은색 슬랙스 정장 바지에 흰색 블라우스를 걸친 그녀는 표정이 없는 마네킹 같지만 여전히 정숙한 품위를 잃지 않는 자태였다.
권 회장은 하루 종일 지난밤의 은영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결해 보이는 그녀의 육체를 소유했다는 감격이었다, 그녀의 육체는 외모와는 달리 뜨겁고 남자의 영혼마저 마비시키는 열정이 숨겨 있었다. 식탁 앞으로 다가온 그녀는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는 왠지 무시당하는 것만 같아서 언짢았다.
“왔어!”
“.........”
은영은 대답 없이 권 회장을 마주하고 앉았다. 어두워지는 유리창을 등지고 앉은 그에게 역겨움을 느꼈다. 문득 그녀는 자신이 그를 마주하고 앉았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리가 백지 상태가 되어 어둠이 내려앉은 유리창 밖을 내다 넋을 놓고 내다보았다. 그가 불쑥 일어나더니 그녀의 옆 좌석 의자로 와서 앉았다. 귓가에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오싹하는 소름이 돋았다.
“한 실장한테 연락 받았다고 했지?”
“...........”
은영은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다가앉은 권 회장이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기 때문이다. 미리 주문했는지 종업원들이 랍스타와 해물 요리를 가져와서 식탁위에 배열해 놓았다. 권 회장이 외인 병을 들어 그녀와 자신의 잔을 채웠다.
“와인이니까 한잔 마시고 식사하지.”
“.........”
권 회장이 은영의 잔에 부딪치려고 유리잔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쳐다보기만 했다. 그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그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포크를 집어 들고 어떻게 그를 죽일 방법에 몰두했다. 힐끗 바라보는 그의 목소리에 포크를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이 떨렸다.
“왜 식사를 안 해. 해물 안 좋아 하나! 먹어봐. 맛있는데........”
“..........”
은영은 들고 있는 포크에 힘을 주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무슨 맛인지 돌을 씹어 넘기는 것 같았다.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을 밀어 넣느라고 먹는 것이었다. 무슨 맛인지 돌을 삼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들고 있는 포크로 그의 목덜미를 찌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은영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그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권 회장은 마치 날고기를 삼키는 짐승처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따금 동물의 피를 마시듯이 붉은 와인을 따라서 마시는 그의 모습이 끔찍스러워 보였다. 한창 식욕을 채운 그가 강조하듯이 말했다,
“나는 은영이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아.”
“..........”
“내 가정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이제 외로움조차 즐기고 있지. 난 결혼 같은 거 안 할 거야.”
“..........”
“난 여자와 사랑도 안 해. 단지 즐길 뿐이야. 그렇다고 아무 여자와 즐기는 건 아니야. 근래에 알게 된 여자 중에 은영이가 유일하지. 단지 육체를 즐기는 거야. 그리고 상대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기쁨을 느껴. 살아있는 동안 즐길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신에게 고맙고 은영이를 만나게 해준 신에게 고마울 따름이지.”
“...........”
“은영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게.”
은영은 귀머거리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권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동굴속에 들리는 악마의 외침 같았다. 애초부터 그가 자신의 육체를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에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저주하기보다는 한편으로 자신을 책망했다.
비서실이 할 일들을 그녀에게 지시했던 것, 남편과 그녀를 과분하게 승진시킨 이유, 생각하지 않았던 선물 등을 받으면서 자만했던 그녀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는 이유가 단지 다시 욕정을 채우기 위함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영혼을 빼앗는 악귀였다.
권 회장은 은영이 귀담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잣말에 취해 중얼거렸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그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으네.”
“.........”
은영은 권 회장의 말 한마디에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무감각한 상태에서 음식을 입속으로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던 것이었다. 빙긋이 웃음을 흘린 그가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일어섰다.
“가지~!”
은영은 마치 리모컨으로 조종당하는 로봇처럼 일어섰다. 그녀는 다만 마음속으로 그를 죽일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낙심했다. 음식점을 나오니 휘황찬란한 밤거리에 차량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 건너편 호텔 간판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녀는 그가 어떤 야욕으로 만나자고 했는지 예상했다. 그리고 또다른 기회를 맞이한 것이라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가 호텔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횡단 보도를 향해 걸어갔다.
“어디가......!?”
“..........!?”
은영은 권 회장의 목소리에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봤다. 그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무심코 도로 건너편의 호텔 간판과 그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아니, 난,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호텔 같은 곳에는 가지 않아. 난 가정적인 분위기 속에 있는 은영의 모습이 좋아.”
“..........”
권 회장이 은영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다시 음식점 주차장으로 가서 그녀를 승용차에 태웠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집으로 가기를 원하는 것에 다시 절망스러웠다. 남편과 장래의 꿈을 마련하기 위한 공간에서 다시 성적 노리개가 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영혼을 파괴당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녀는 그를 죽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 회장의 승용차는 잠실 방향으로 향했다. 은영은 안락한 자신의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지옥 굴로 들어가는 감정이었다. 권 회장은 은영의 빌라주택 앞에 승용차를 세우고 마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태연하였다. 현관 문 앞에서 그녀는 머뭇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현관문을 열어 스스로 그를 집안으로 드릴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은영이 손가락은 습관처럼 잠금장치 번호키를 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멍하니 서있었다. 먼저 집안으로 들어간 권 회장이 주인처럼 서서 그녀에게 빨리 들어오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끌어안았다. 그리고 벽에 몰아 붙였다.
권 회장은 급하게 은영의 블라우스를 단추를 풀어 젖혔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밀어내리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로 탐닉하며 습한열기를 불어 넣었다. 그녀는 목덜미를 스쳐 내려간 그의 혓바닥이 젖가슴 위를 스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구역질이 났다.
“우 윽~!”
“왜 그래! 음식이 안 좋았나?”
은영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던 권 회장이 눈을 동그랗게 쳐다봤다. 그에게서 벗어난 그녀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변기에 엎드려 먹은 음식을 토해냈다. 양치질을 하면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를 했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은영이 욕실을 나가니 뒤이어 권 회장이 욕실로 들어갔다. 거실로 나온 그녀는 망설였다. 그녀는 무작정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싱크대에서 식도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그녀는 갑자기 어떻게 식도를 휘두를지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배를 찔러야 하나, 아니면 가슴을 찔러야 하는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욕실 문이 덜컹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영은 식도를 쥔 손에 힘을 주고 거실을 내다봤다. 팬티차림의 권 회장이 몸에 흘러내리는 물기를 타올로 문지르고 있었다. 조금은 비대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흉측스러웠다. 그녀가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 주방 안을 향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들짐승 같은 목소리였다.
“거기서 뭐해!?”
“...........!?”
순간 은영은 도둑질하다가 들킨 것처럼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들고 있던 식도를 떨어트린 그녀는 무언가 변명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미심장한 미소로 바라보던 그가 주방으로 들어와서 그녀를 번쩍 들어서 안았다.
“미치겠다........”
“..........!”
들어 올려 권 회장의 가슴에 안긴 은영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는 ‘이제 어쩌지!?’ 라는 말을 입속으로 읊조렸다. 그리고 ‘이건 아니야!’라고 외쳤다. 거칠어진 숨결로 그가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간 것이다. 침대위에 팽개치듯이 눕혀진 그녀는 남편과 꿈을 이루는 공간이기에 또 다시 절망스러웠다.
권 회장은 다급하게 은영의 블라우스를 벗겨냈다. 그리고 허물을 벗겨내듯이 그녀의 바지를 주르륵 잡아 당겨 벗겼다. 그녀를 알몸 상태로 만든 그는 자신의 팬티마저 벗고 벌거숭이가 되었다. 그의 체중에 깔린 그녀는 숨을 쉴 수도 없고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그의 혓바닥이 그녀의 목덜미에 잇닿아 덥고 느끼한 열기를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려고 했다.
“아, 안 돼. 입술은.......”
“그래. 나도 입술 따위는 원치 않아........”
은영은 왠지 입술만큼은 그에게 빼앗기지 말아야한다는 반사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입술을 피하자 권 회장은 목덜미와 젖가슴을 혀끝으로 적시기 시작했다. 젖꼭지가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녀의 의지와는 다르게 육체의 세포들이 배반을 시작했다. 그의 혀끝이 허리를 지나 허벅지 사이를 훑는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아~~~! 그, 그만. 안 돼........”
“왜 그래! 네 몸은 좋아하고 있는데........”
권 회장은 기어코 은영의 허벅지 사이에 혀를 밀어 넣었다. 그녀가 느끼는 역겨움은 묘한 충동으로 변했다. 발로 걷어차고 싶은 심정을 대신해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타액으로 적시던 그가 그녀를 빤히 내려다봤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감았던 눈을 크게 뜨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너, 네 몸은 일품이야.........”
“하~~! 아~~! 읍........!”
권 회장이 가쁜 숨을 토해내며 중얼거렸고, 은영은 갑작스럽게 몸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흉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리를 비트는 그녀는 처참하고도 치욕스러운 자멸감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그의 남성으로 채워진 그녀의 육체는 민감한 반응을 일으켰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둔부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 읍, 아~~~~! 하~!........”
“헙, 음........”
은영의 허리가 권 회장의 손에 의해 들어 올려졌다. 한없이 높이 솟구쳤던 그녀는 아찔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무언가 붙잡고 싶은 충격에 아찔하지만 그녀는 결코 그에게 본능을 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양손으로 침대 모포를 움켜쥐고 흘러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하 아.......! 너, 넌 최고.......”
“아~~! 읍~! 읍, 읍........”
권 회장의 헐떡이는 숨소리를 듣는 은영은 그때마다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남성이 몸속을 헤집을 때마다 그녀의 발가벗겨진 알몸이 흔들렸다. 그들의 나신이 반복적으로 흔들리고, 침실은 더운 열기와 거친 숨소리로 가득해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권 회장이 외마디 같은 신음을 흘렸다.
“헉~!”
“아~~~! 아.......”
숨을 멈춘 권 회장이 젖가슴을 쥐고 경직되었다.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던 그녀는 온 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움을 느낀 그녀는 가늘게 경련을 했다. 그녀는 몸속을 적시는 그의 배설물에 다시 토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정신과 다른 자신의 육체반응에 환멸을 느꼈다.
한동안 숨을 몰아쉬던 그가 그녀를 내려다 봤다. 그리고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은영이 그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문득 그녀는 자신의 삶을 무너트린 그를 철저히 파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악마 같은 그를 철저히 저주하고 싶었다. 단지 성욕만으로 여자의 생명인 순결을 짓밟는 그에게 보복하는 방법은 차라리 그가 원하는 성적인 고통을 당하게 하는 것이다.
권 회장을 올려다 보는 은영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정을 하고 권 회장의 페니스가 진액으로 흥건한 그녀의 보지속에서 꿈틀거렸다. 그녀가 유혹하는 표정으로 둔부를 좌우로 틀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가 격렬한 정사에 지쳐 정신이 없는 기회를 타서 죽일수 있다고 생각했다. 피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마지막 심정이었다.
“나를 그렇게 갖고 싶었어?”
“말투가 이상해지네. 넌, 내가 상대했던 여자 중에 최고라니까.”
“어떤 여자에게나 하는 상투적인 말이지?”
“그건 네 맘대로 생각해. 자유니까.”
은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권 회장을 노려봤다. 그리고 불쑥 그를 밀어 옆으로 넘어트렸다. 그녀는 대뜸 그의 몸 위에 올라앉았다. 권 회장은 돌변한 그녀의 태도에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혀끝으로 그의 젖꼭지를 핥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빛이 벌겋게 되었다. 꺼져가던 열기의 흥분이 되살아 난 것이다.
“너, 너 알고 보니, 여간내기 아니구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음~!”
“..........”
은영은 묘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권 회장은 야릇한 그녀의 눈빛에 더욱 흥분이 되었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젖꼭지를 혓바닥으로 핥는 그녀가 그의 남성을 움켜쥐고 아래위로 흔들었다. 그는 보지속의 보드라운 살갗보다 그녀의 손아귀에 페니스가 마찰당하는 강렬함은 참기 힘들 지경이어서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헛~! 너, 너.....”
“.........”
권 회장은 페니스 피부가 벗겨질 것 같은 쾌감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은 쾌감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은영은 손에 움켜쥔 남성의 뿌리까지 뼘어낼 듯이 아래위로 흔들며 마찰했다. 그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흡혈귀 같았다. 그녀는 불쑥 그의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그리고 그의 남성을 입속으로 넣고 혀로 핥았다. 상체를 들어 올린 그가 기절하듯이 부들부들 떨며 눈동자를 치떴다.
“하 악~! 그, 그만.....! 아, 아니......좋아......”
은영의 머리채를 끌어당기는 권 회장의 얼굴에는 핏줄이 돋아났다. 여러 여자를 상대했던 그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쾌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남성의 뿌리까지 삼켰던 그녀는 갑자기 구역질을 했다. 목구멍까지 채웠던 남성을 토해내고 그녀는 그의 허벅지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 핏줄까지 돋아난 남성을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털석 깔고 앉았다. 별안간 그가 비명 같은 외마디를 토해냈다.
“아악~! 학! 이, 이년이.........”
“읍~!”
권 회장뿐만 아니었다. 그를 고통스럽게 하려는 은영도 정지 상태가 되어 바들바들 떨었다. 몸 속 뼈끝까지 잇닿은 감각에 그녀는 치를 떨었다. 고통스러움보다는 처절한 엑스터시에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잊으려는 듯이 둔부를 들어 올렸다가 힘껏 둔부를 내리 눌렀다. 그는 페니스 피부가 찢어지는 통증으로 쾌감보다는 고통스러웠다.
“하윽~! 너, 그만.......”
‘읍......! 내가, 조, 좋다면서........“
은영의 알몸이 춤을 추듯이 너울거렸다. 권 회장을 고통스럽게 할수록 그녀도 고통스러웠다. 고통은 또 다른 격렬한 액스터시였다. 온몸의 뼈가 녹아내리는 현기증은 그녀의 육체를 더욱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게 부추겼다. 둔부를 상하로 흔드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헉~! 아, 안 돼. 잠간만........”
“아~~! 하 으~~! 하........!”
권 회장은 자지러질 듯이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당겼다. 그녀가 둔부를 들어 올리는 순간 보지 속을 채웠던 남성이 빠져 나온 것이었다. 그는 중단할 수 없는 극한 절정을 향해 치닫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육체 또한 정상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간절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를 내려다봤다.
“나를 갖고 싶었다면서! 그래서 계획적으로 강간한 거지?”
“응. 계속해 줘.”
“그럼, 용서해달라고 빌어!”
“음! 용서해줘. 하지만 네가 좋아.”
눈물을 흘리는 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다시 정액으로 범벅이 된 남성을 쥐었다. 그리고 보지 속에 밀어 넣고 털썩 깔고 앉았다. 꺼져가는 숨을 몰아쉬는 그들의 알몸이 정지 상태에서 다시 흔들렷다. 이제는 누가 가해지이고 피해자인지 모를 상황이었다. 치명적인 혼돈 속에서 몸부림이 이어졌다.
“허 으, 넌 정말 대단해.........헉. 헉.....”
“아~! 아 우~! 읍, 아 하~! 읍, 읍.......”
서로 다른 감정으로 하나가 되어 있는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저주스런 치욕감과 희열의 늪에서 몸부림치는 그들은 이성의 현실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살그머니 침실 문이 열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습한 열기로 가득한 침실 안을 들여다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그리고 경악하는 눈동자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단발머리의 여고생이었다. 그녀는 한 재식의 여동생 민주였다. 벌거벗고 몸부림치는 두 남녀의 나신을 바라보던 그녀는 터져 나오는 놀람에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핫~! 세상에........”
남자의 알몸위에서 머리카락을 너울거리는 여인의 나신! 침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민주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런데 등을 지고 있어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으나 침대머리 거울에 비친 여자는 분명히 오빠의 아내였다.
“어떻게.....! 올케 언니가........”
그리고 일그러진 남자의 모습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는 오빠를 만나러 갔을 때 신화그룹의 회장을 본적이 있었다. 민주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평소에 정숙한 모습을 잃지 않는 올케 언니를 친 언니처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빠의 침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노래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와 오빠의 반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이따금 오빠 집에 들려 언니에게 고민을 의논하였다. 그녀는 언니를 놀라게 하려고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고 살그머니 들어왔던 것이다. 언니가 보이지 않기에 잠들줄 알고 침실 문을 열었던 것이었다.
“왜......!? 이럴 수가.......!?”
다시 침실 안을 들여다보던 민주는 당황했다. 머리카락이 너울거리는 은영이 고개를 돌린 것이었다. 그녀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마주친 시선이 정지되었다. 민주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외침을 막으려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발가벗은 알몸으로 남자를 깔고 앉은 여자는 분명히 올케 언니였다. 평소에 단정한 모습으로 정숙하기만 했던 오빠의 아내였다.
“어떻게 언니가.......!?”
“음........!?”
민주보다 더 놀란 사람은 시선이 마주친 은영이었다. 민주가 급히 몸을 돌려 현관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가방에서 무언가 떨어트리는 것도 모르고 현관문을 열고 정신없이 달려 나갔다. 현관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은영은 온 몸의 피가 모두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은영은 이따금 들리는 남편의 여동생 민주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 핫! 아~! 하 읍,,,,,,,,,”
은영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늪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참았던 절정의 열기에 몸서리쳤다. 절망과 절정사이에 그녀는 몸부림쳤다. 그녀의 허리를 붙들고 허우적거리던 권 회장이 눈을 치뜨고 경직되었다. 그녀는 까무러치는 희열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좌절감에 무너져 내렸다.
“하 읍~!”
“허 억!”
숨넘어가는 신음과 함께 은영이 권 회장의 가슴에 축 늘어졌다. 권 회장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은영을 부둥켜안았다. 습한 열기와 헐떡이는 숨소리가 침실 안에 가득했다. 그는 몽유병자처럼 동공이 멈춘 그녀를 옆으로 쓰러트리고 슬그머니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연혼을 잃은 인형처럼 누워있는 그녀의 둔부를 토닥거렸다.
“대단했어. 너는 최고였어.”
“..........”
은영은 권회장의 목소리는 물론 온 세상의 소리가 멈추고 어둠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절망! 그녀는 삶의 마지막 종착역에 이르렀다는 것을 자각했다. 슬그머니 일어선 권 회장이 침실을 나갔다. 그가 욕실을 들어갔다가 다시 들어와도 그녀는 알몸을 들어낸 자세로 쥐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옷을 걸쳐 입은 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난, 즐기지만, 여자와 같이 잠은 안자거든.”
“.........”
“내일은 한 실장이 올 테고, 연락할게.”
“.........”
현관 문 여닫는 소리. 그리고 자동차 엔지 소리가 멀리 사라졌다. 권 회장이 사라지고 나서도 은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장에 매달린 전등에서 흐르는 전류가 마치 장송곡처럼 들렸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일이 명백하게 남았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녀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침대 모포를 흠씬 적시고 있었다.
숨소리마저 죽이고 있던 은영은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실을 나가는 그녀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너무도 강렬한 성관계였는지 허리와 골반이 뻐근했다. 결국 그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은 저주와 본능 사이의 어리석은 변명이 되고 말았다. 결국 그의 목숨을 빼앗지도 못한 그녀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선택해야한다고 결심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는 흰색 원피스를 걸쳤다.--------------------------
은영은 모든 직원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 같은 좌절감에 젖었다. 무의식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총무과를 들여다보는 권 회장의 시선을 의식했다. 정오가 되어 식사를 하러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시간까지도 그녀는 넋을 잃고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조용한 사무실 안에 벨 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란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남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 어제 저녁 급히 부산에 내려오느라고 전화를 못했어. 미안해.”
“.........네.”
“회장님은 잘 모셨겠지. 당신은 잘해 냈을 거야.”
“..........”
“그런데 어떡하지. 오늘도 올라가지 못하겠네. 신상품 샘플을 가지러 왔는데 내일이나 완성된다고 하네.”
“........?”
“바쁜가! 말이 없네. 그럼, 내일 올라가서 봐. 사랑해.”
“아........!”
은영의 신음은 말못할 고통과 번민, 그리고 무의식적인 기다림의 절망이었다. 그녀는 고통스러움 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을 마주하고 무슨 말인가 남기고 싶었다. 그녀는 문득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살충제는 위험하니 조심해서 다뤄야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실 수 없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잠시 나온 그녀는 농약 방을 찾아 화초에 쓴다면서 살충제 한 병을 구입했다. 그러나 막상 회사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하는지 두려웠다. 그런데 그녀를 더욱 곤욕스럽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권 회장이 그녀를 회장실로 부른 것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망각한 상태로 그 앞에 섰다.
“오늘도 한 실장이 일이 끝나지 않아서 올라오지 못한다네. 연락 받았어?”
“.........네.”
“그럼, 오늘 저녁식사 같이하지. 연락하게.”
“............”
은영은 과연 권 회장과 다시 만나야 하는지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능욕하고 철저히 삶을 파괴한 그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당장이라도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휘말렸다. 그녀는 그를 피하고 싶지 않았다. 정면으로 마주쳐서 보복하고 싶었다. 퇴근 시간에 그녀의 발걸음은 그가 명령하듯이 연락한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쩌면 그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창문가 테이블에 앉아 있던 권 회장은 음식점 안으로 들어오는 은영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설렜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여자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검은색 슬랙스 정장 바지에 흰색 블라우스를 걸친 그녀는 표정이 없는 마네킹 같지만 여전히 정숙한 품위를 잃지 않는 자태였다.
권 회장은 하루 종일 지난밤의 은영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결해 보이는 그녀의 육체를 소유했다는 감격이었다, 그녀의 육체는 외모와는 달리 뜨겁고 남자의 영혼마저 마비시키는 열정이 숨겨 있었다. 식탁 앞으로 다가온 그녀는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는 왠지 무시당하는 것만 같아서 언짢았다.
“왔어!”
“.........”
은영은 대답 없이 권 회장을 마주하고 앉았다. 어두워지는 유리창을 등지고 앉은 그에게 역겨움을 느꼈다. 문득 그녀는 자신이 그를 마주하고 앉았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리가 백지 상태가 되어 어둠이 내려앉은 유리창 밖을 내다 넋을 놓고 내다보았다. 그가 불쑥 일어나더니 그녀의 옆 좌석 의자로 와서 앉았다. 귓가에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오싹하는 소름이 돋았다.
“한 실장한테 연락 받았다고 했지?”
“...........”
은영은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다가앉은 권 회장이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기 때문이다. 미리 주문했는지 종업원들이 랍스타와 해물 요리를 가져와서 식탁위에 배열해 놓았다. 권 회장이 외인 병을 들어 그녀와 자신의 잔을 채웠다.
“와인이니까 한잔 마시고 식사하지.”
“.........”
권 회장이 은영의 잔에 부딪치려고 유리잔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쳐다보기만 했다. 그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그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포크를 집어 들고 어떻게 그를 죽일 방법에 몰두했다. 힐끗 바라보는 그의 목소리에 포크를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이 떨렸다.
“왜 식사를 안 해. 해물 안 좋아 하나! 먹어봐. 맛있는데........”
“..........”
은영은 들고 있는 포크에 힘을 주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무슨 맛인지 돌을 씹어 넘기는 것 같았다.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을 밀어 넣느라고 먹는 것이었다. 무슨 맛인지 돌을 삼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들고 있는 포크로 그의 목덜미를 찌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은영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그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권 회장은 마치 날고기를 삼키는 짐승처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따금 동물의 피를 마시듯이 붉은 와인을 따라서 마시는 그의 모습이 끔찍스러워 보였다. 한창 식욕을 채운 그가 강조하듯이 말했다,
“나는 은영이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아.”
“..........”
“내 가정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이제 외로움조차 즐기고 있지. 난 결혼 같은 거 안 할 거야.”
“..........”
“난 여자와 사랑도 안 해. 단지 즐길 뿐이야. 그렇다고 아무 여자와 즐기는 건 아니야. 근래에 알게 된 여자 중에 은영이가 유일하지. 단지 육체를 즐기는 거야. 그리고 상대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기쁨을 느껴. 살아있는 동안 즐길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신에게 고맙고 은영이를 만나게 해준 신에게 고마울 따름이지.”
“...........”
“은영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게.”
은영은 귀머거리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권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동굴속에 들리는 악마의 외침 같았다. 애초부터 그가 자신의 육체를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에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저주하기보다는 한편으로 자신을 책망했다.
비서실이 할 일들을 그녀에게 지시했던 것, 남편과 그녀를 과분하게 승진시킨 이유, 생각하지 않았던 선물 등을 받으면서 자만했던 그녀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는 이유가 단지 다시 욕정을 채우기 위함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영혼을 빼앗는 악귀였다.
권 회장은 은영이 귀담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잣말에 취해 중얼거렸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그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으네.”
“.........”
은영은 권 회장의 말 한마디에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무감각한 상태에서 음식을 입속으로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던 것이었다. 빙긋이 웃음을 흘린 그가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일어섰다.
“가지~!”
은영은 마치 리모컨으로 조종당하는 로봇처럼 일어섰다. 그녀는 다만 마음속으로 그를 죽일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낙심했다. 음식점을 나오니 휘황찬란한 밤거리에 차량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 건너편 호텔 간판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녀는 그가 어떤 야욕으로 만나자고 했는지 예상했다. 그리고 또다른 기회를 맞이한 것이라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가 호텔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횡단 보도를 향해 걸어갔다.
“어디가......!?”
“..........!?”
은영은 권 회장의 목소리에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봤다. 그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무심코 도로 건너편의 호텔 간판과 그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아니, 난,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호텔 같은 곳에는 가지 않아. 난 가정적인 분위기 속에 있는 은영의 모습이 좋아.”
“..........”
권 회장이 은영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다시 음식점 주차장으로 가서 그녀를 승용차에 태웠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집으로 가기를 원하는 것에 다시 절망스러웠다. 남편과 장래의 꿈을 마련하기 위한 공간에서 다시 성적 노리개가 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영혼을 파괴당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녀는 그를 죽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 회장의 승용차는 잠실 방향으로 향했다. 은영은 안락한 자신의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지옥 굴로 들어가는 감정이었다. 권 회장은 은영의 빌라주택 앞에 승용차를 세우고 마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태연하였다. 현관 문 앞에서 그녀는 머뭇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현관문을 열어 스스로 그를 집안으로 드릴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은영이 손가락은 습관처럼 잠금장치 번호키를 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멍하니 서있었다. 먼저 집안으로 들어간 권 회장이 주인처럼 서서 그녀에게 빨리 들어오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끌어안았다. 그리고 벽에 몰아 붙였다.
권 회장은 급하게 은영의 블라우스를 단추를 풀어 젖혔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밀어내리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로 탐닉하며 습한열기를 불어 넣었다. 그녀는 목덜미를 스쳐 내려간 그의 혓바닥이 젖가슴 위를 스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구역질이 났다.
“우 윽~!”
“왜 그래! 음식이 안 좋았나?”
은영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던 권 회장이 눈을 동그랗게 쳐다봤다. 그에게서 벗어난 그녀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변기에 엎드려 먹은 음식을 토해냈다. 양치질을 하면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를 했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은영이 욕실을 나가니 뒤이어 권 회장이 욕실로 들어갔다. 거실로 나온 그녀는 망설였다. 그녀는 무작정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싱크대에서 식도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그녀는 갑자기 어떻게 식도를 휘두를지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배를 찔러야 하나, 아니면 가슴을 찔러야 하는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욕실 문이 덜컹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영은 식도를 쥔 손에 힘을 주고 거실을 내다봤다. 팬티차림의 권 회장이 몸에 흘러내리는 물기를 타올로 문지르고 있었다. 조금은 비대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흉측스러웠다. 그녀가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 주방 안을 향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들짐승 같은 목소리였다.
“거기서 뭐해!?”
“...........!?”
순간 은영은 도둑질하다가 들킨 것처럼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들고 있던 식도를 떨어트린 그녀는 무언가 변명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미심장한 미소로 바라보던 그가 주방으로 들어와서 그녀를 번쩍 들어서 안았다.
“미치겠다........”
“..........!”
들어 올려 권 회장의 가슴에 안긴 은영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는 ‘이제 어쩌지!?’ 라는 말을 입속으로 읊조렸다. 그리고 ‘이건 아니야!’라고 외쳤다. 거칠어진 숨결로 그가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간 것이다. 침대위에 팽개치듯이 눕혀진 그녀는 남편과 꿈을 이루는 공간이기에 또 다시 절망스러웠다.
권 회장은 다급하게 은영의 블라우스를 벗겨냈다. 그리고 허물을 벗겨내듯이 그녀의 바지를 주르륵 잡아 당겨 벗겼다. 그녀를 알몸 상태로 만든 그는 자신의 팬티마저 벗고 벌거숭이가 되었다. 그의 체중에 깔린 그녀는 숨을 쉴 수도 없고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그의 혓바닥이 그녀의 목덜미에 잇닿아 덥고 느끼한 열기를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려고 했다.
“아, 안 돼. 입술은.......”
“그래. 나도 입술 따위는 원치 않아........”
은영은 왠지 입술만큼은 그에게 빼앗기지 말아야한다는 반사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입술을 피하자 권 회장은 목덜미와 젖가슴을 혀끝으로 적시기 시작했다. 젖꼭지가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녀의 의지와는 다르게 육체의 세포들이 배반을 시작했다. 그의 혀끝이 허리를 지나 허벅지 사이를 훑는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아~~~! 그, 그만. 안 돼........”
“왜 그래! 네 몸은 좋아하고 있는데........”
권 회장은 기어코 은영의 허벅지 사이에 혀를 밀어 넣었다. 그녀가 느끼는 역겨움은 묘한 충동으로 변했다. 발로 걷어차고 싶은 심정을 대신해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타액으로 적시던 그가 그녀를 빤히 내려다봤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감았던 눈을 크게 뜨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너, 네 몸은 일품이야.........”
“하~~! 아~~! 읍........!”
권 회장이 가쁜 숨을 토해내며 중얼거렸고, 은영은 갑작스럽게 몸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흉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리를 비트는 그녀는 처참하고도 치욕스러운 자멸감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그의 남성으로 채워진 그녀의 육체는 민감한 반응을 일으켰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둔부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 읍, 아~~~~! 하~!........”
“헙, 음........”
은영의 허리가 권 회장의 손에 의해 들어 올려졌다. 한없이 높이 솟구쳤던 그녀는 아찔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무언가 붙잡고 싶은 충격에 아찔하지만 그녀는 결코 그에게 본능을 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양손으로 침대 모포를 움켜쥐고 흘러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하 아.......! 너, 넌 최고.......”
“아~~! 읍~! 읍, 읍........”
권 회장의 헐떡이는 숨소리를 듣는 은영은 그때마다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남성이 몸속을 헤집을 때마다 그녀의 발가벗겨진 알몸이 흔들렸다. 그들의 나신이 반복적으로 흔들리고, 침실은 더운 열기와 거친 숨소리로 가득해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권 회장이 외마디 같은 신음을 흘렸다.
“헉~!”
“아~~~! 아.......”
숨을 멈춘 권 회장이 젖가슴을 쥐고 경직되었다.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던 그녀는 온 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움을 느낀 그녀는 가늘게 경련을 했다. 그녀는 몸속을 적시는 그의 배설물에 다시 토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정신과 다른 자신의 육체반응에 환멸을 느꼈다.
한동안 숨을 몰아쉬던 그가 그녀를 내려다 봤다. 그리고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은영이 그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문득 그녀는 자신의 삶을 무너트린 그를 철저히 파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악마 같은 그를 철저히 저주하고 싶었다. 단지 성욕만으로 여자의 생명인 순결을 짓밟는 그에게 보복하는 방법은 차라리 그가 원하는 성적인 고통을 당하게 하는 것이다.
권 회장을 올려다 보는 은영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정을 하고 권 회장의 페니스가 진액으로 흥건한 그녀의 보지속에서 꿈틀거렸다. 그녀가 유혹하는 표정으로 둔부를 좌우로 틀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가 격렬한 정사에 지쳐 정신이 없는 기회를 타서 죽일수 있다고 생각했다. 피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마지막 심정이었다.
“나를 그렇게 갖고 싶었어?”
“말투가 이상해지네. 넌, 내가 상대했던 여자 중에 최고라니까.”
“어떤 여자에게나 하는 상투적인 말이지?”
“그건 네 맘대로 생각해. 자유니까.”
은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권 회장을 노려봤다. 그리고 불쑥 그를 밀어 옆으로 넘어트렸다. 그녀는 대뜸 그의 몸 위에 올라앉았다. 권 회장은 돌변한 그녀의 태도에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혀끝으로 그의 젖꼭지를 핥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빛이 벌겋게 되었다. 꺼져가던 열기의 흥분이 되살아 난 것이다.
“너, 너 알고 보니, 여간내기 아니구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음~!”
“..........”
은영은 묘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권 회장은 야릇한 그녀의 눈빛에 더욱 흥분이 되었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젖꼭지를 혓바닥으로 핥는 그녀가 그의 남성을 움켜쥐고 아래위로 흔들었다. 그는 보지속의 보드라운 살갗보다 그녀의 손아귀에 페니스가 마찰당하는 강렬함은 참기 힘들 지경이어서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헛~! 너, 너.....”
“.........”
권 회장은 페니스 피부가 벗겨질 것 같은 쾌감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은 쾌감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은영은 손에 움켜쥔 남성의 뿌리까지 뼘어낼 듯이 아래위로 흔들며 마찰했다. 그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흡혈귀 같았다. 그녀는 불쑥 그의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그리고 그의 남성을 입속으로 넣고 혀로 핥았다. 상체를 들어 올린 그가 기절하듯이 부들부들 떨며 눈동자를 치떴다.
“하 악~! 그, 그만.....! 아, 아니......좋아......”
은영의 머리채를 끌어당기는 권 회장의 얼굴에는 핏줄이 돋아났다. 여러 여자를 상대했던 그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쾌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남성의 뿌리까지 삼켰던 그녀는 갑자기 구역질을 했다. 목구멍까지 채웠던 남성을 토해내고 그녀는 그의 허벅지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 핏줄까지 돋아난 남성을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털석 깔고 앉았다. 별안간 그가 비명 같은 외마디를 토해냈다.
“아악~! 학! 이, 이년이.........”
“읍~!”
권 회장뿐만 아니었다. 그를 고통스럽게 하려는 은영도 정지 상태가 되어 바들바들 떨었다. 몸 속 뼈끝까지 잇닿은 감각에 그녀는 치를 떨었다. 고통스러움보다는 처절한 엑스터시에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잊으려는 듯이 둔부를 들어 올렸다가 힘껏 둔부를 내리 눌렀다. 그는 페니스 피부가 찢어지는 통증으로 쾌감보다는 고통스러웠다.
“하윽~! 너, 그만.......”
‘읍......! 내가, 조, 좋다면서........“
은영의 알몸이 춤을 추듯이 너울거렸다. 권 회장을 고통스럽게 할수록 그녀도 고통스러웠다. 고통은 또 다른 격렬한 액스터시였다. 온몸의 뼈가 녹아내리는 현기증은 그녀의 육체를 더욱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게 부추겼다. 둔부를 상하로 흔드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헉~! 아, 안 돼. 잠간만........”
“아~~! 하 으~~! 하........!”
권 회장은 자지러질 듯이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당겼다. 그녀가 둔부를 들어 올리는 순간 보지 속을 채웠던 남성이 빠져 나온 것이었다. 그는 중단할 수 없는 극한 절정을 향해 치닫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육체 또한 정상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간절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를 내려다봤다.
“나를 갖고 싶었다면서! 그래서 계획적으로 강간한 거지?”
“응. 계속해 줘.”
“그럼, 용서해달라고 빌어!”
“음! 용서해줘. 하지만 네가 좋아.”
눈물을 흘리는 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다시 정액으로 범벅이 된 남성을 쥐었다. 그리고 보지 속에 밀어 넣고 털썩 깔고 앉았다. 꺼져가는 숨을 몰아쉬는 그들의 알몸이 정지 상태에서 다시 흔들렷다. 이제는 누가 가해지이고 피해자인지 모를 상황이었다. 치명적인 혼돈 속에서 몸부림이 이어졌다.
“허 으, 넌 정말 대단해.........헉. 헉.....”
“아~! 아 우~! 읍, 아 하~! 읍, 읍.......”
서로 다른 감정으로 하나가 되어 있는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저주스런 치욕감과 희열의 늪에서 몸부림치는 그들은 이성의 현실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살그머니 침실 문이 열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습한 열기로 가득한 침실 안을 들여다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그리고 경악하는 눈동자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단발머리의 여고생이었다. 그녀는 한 재식의 여동생 민주였다. 벌거벗고 몸부림치는 두 남녀의 나신을 바라보던 그녀는 터져 나오는 놀람에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핫~! 세상에........”
남자의 알몸위에서 머리카락을 너울거리는 여인의 나신! 침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민주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런데 등을 지고 있어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으나 침대머리 거울에 비친 여자는 분명히 오빠의 아내였다.
“어떻게.....! 올케 언니가........”
그리고 일그러진 남자의 모습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는 오빠를 만나러 갔을 때 신화그룹의 회장을 본적이 있었다. 민주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평소에 정숙한 모습을 잃지 않는 올케 언니를 친 언니처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빠의 침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노래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와 오빠의 반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이따금 오빠 집에 들려 언니에게 고민을 의논하였다. 그녀는 언니를 놀라게 하려고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고 살그머니 들어왔던 것이다. 언니가 보이지 않기에 잠들줄 알고 침실 문을 열었던 것이었다.
“왜......!? 이럴 수가.......!?”
다시 침실 안을 들여다보던 민주는 당황했다. 머리카락이 너울거리는 은영이 고개를 돌린 것이었다. 그녀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마주친 시선이 정지되었다. 민주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외침을 막으려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발가벗은 알몸으로 남자를 깔고 앉은 여자는 분명히 올케 언니였다. 평소에 단정한 모습으로 정숙하기만 했던 오빠의 아내였다.
“어떻게 언니가.......!?”
“음........!?”
민주보다 더 놀란 사람은 시선이 마주친 은영이었다. 민주가 급히 몸을 돌려 현관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가방에서 무언가 떨어트리는 것도 모르고 현관문을 열고 정신없이 달려 나갔다. 현관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은영은 온 몸의 피가 모두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은영은 이따금 들리는 남편의 여동생 민주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 핫! 아~! 하 읍,,,,,,,,,”
은영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늪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참았던 절정의 열기에 몸서리쳤다. 절망과 절정사이에 그녀는 몸부림쳤다. 그녀의 허리를 붙들고 허우적거리던 권 회장이 눈을 치뜨고 경직되었다. 그녀는 까무러치는 희열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좌절감에 무너져 내렸다.
“하 읍~!”
“허 억!”
숨넘어가는 신음과 함께 은영이 권 회장의 가슴에 축 늘어졌다. 권 회장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은영을 부둥켜안았다. 습한 열기와 헐떡이는 숨소리가 침실 안에 가득했다. 그는 몽유병자처럼 동공이 멈춘 그녀를 옆으로 쓰러트리고 슬그머니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연혼을 잃은 인형처럼 누워있는 그녀의 둔부를 토닥거렸다.
“대단했어. 너는 최고였어.”
“..........”
은영은 권회장의 목소리는 물론 온 세상의 소리가 멈추고 어둠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절망! 그녀는 삶의 마지막 종착역에 이르렀다는 것을 자각했다. 슬그머니 일어선 권 회장이 침실을 나갔다. 그가 욕실을 들어갔다가 다시 들어와도 그녀는 알몸을 들어낸 자세로 쥐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옷을 걸쳐 입은 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난, 즐기지만, 여자와 같이 잠은 안자거든.”
“.........”
“내일은 한 실장이 올 테고, 연락할게.”
“.........”
현관 문 여닫는 소리. 그리고 자동차 엔지 소리가 멀리 사라졌다. 권 회장이 사라지고 나서도 은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장에 매달린 전등에서 흐르는 전류가 마치 장송곡처럼 들렸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일이 명백하게 남았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녀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침대 모포를 흠씬 적시고 있었다.
숨소리마저 죽이고 있던 은영은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실을 나가는 그녀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너무도 강렬한 성관계였는지 허리와 골반이 뻐근했다. 결국 그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은 저주와 본능 사이의 어리석은 변명이 되고 말았다. 결국 그의 목숨을 빼앗지도 못한 그녀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선택해야한다고 결심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는 흰색 원피스를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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