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ffair 프롤로그
“아들, 컴퓨터 그만 하고 빨리 와서 밥먹어”
“알았어요, 이거만 마저 하구요”
벌써 몇 차례의 부름에도 전 건성으로 대답만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냐구요? 하하 이집 장남이자 막내아들인 올해 18세 고등학교 2학년인 임지섭입니다.
무얼하고 있냐구요? 열심히 인터넷 머드게임에 빠져있습니다.
벌컥.~~
“너 이눔시키 진짜 엄마 말 안 들을래? 전화선을 그냥 뽑아버리는 수가 있어!!!”
어머니께서 도끼눈을 하고는 전화선을 뽑으려고 시늉을 하십니다.
어머니의 엄포에 어쩔 수 없이 방문을 나와 식탁에 앉습니다. 그리곤 억지로 수저를 들어 식탁위의 음식을 입안에 우겨넣기 시작합니다.
“너 미국에서 온 이후로 맨날 컴퓨터만 붙들고 있을꺼야?”
오늘도 똑같은 레퍼토리의 잔소리가 제 귓등을 때리고 있지만 다시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기 위해 턱관절을 빠르게 놀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어짜피 특별전형으로 대학교도 가는데 하고 싶은 것 좀 하고 살게요”
짝~~~~
어머니께서 제 대답에 사정없이 등짝을 내려치셨습니다.
작년 말 외할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모든 식구가 들어온 이후로 저는 그저 컴퓨터를 친구 삼아 학교와 집을 오갔습니다.
미국에선 항상 최상위 권을 다툴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를 했지만,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는 특별전형이라는 혜택 덕분에 성적에서 자유로워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가족을 소개 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이 집안의 장남입니다. 위로 2살 터울의 누나가 있지만 현재 미국에 남아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지금의 저보다 2살 많은 20살에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와 닥치는 일은 뭐든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미용기술을 접하게 되었고 한국의 특유의 성실함 덕분에 그 지역 내에서는 꽤나 성공한 헤어디자이너가 되셨습니다. 아버지의 부모님 그러니까 저한테 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시는 분들은 아버지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형편이 그리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갈 형편이 못 되셨던 아버지는 일찌감치 생업에 뛰어 들으셔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성공하셨던 거죠.
그에 비해 어머니는 서울에서도 꽤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아버지를 만나 그곳에서 결혼을 하셨습니다. 엄청난 외가쪽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몸에는 이미 누나가 자라고 있었던 상황이라 결국 허락을 받아내셨죠. 전공인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셨지만 피아노를 손에서 놓치는 않으셨습니다.
그런 우리 식구가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외할아버지가 암으로 입원하셨다는 전보를 받고 나서였습니다. 남은 시간이나마 외할아버지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부모님의 갈망 때문이었죠. 비록 두 분 사이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하셨던 분이지만 귀한 딸을 자신에게 준 외할아버지를 저희 아버지는 항상 친아버지처럼 대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지역 유지의 아들로 태어나 땅장사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고 들었습니다. 소위 노른자위라고 하는 곳엔 어김없이 외할아버지 소유의 건물이 몇 채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식이라고는 우리 어머니밖에 없던 외할아버지는 우리 가족과 함께 살게 된 후 지극한 병간호 덕분인지 기적적으로 건강이 호전되어 어느 정도 완치에 가까운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그전까지는 지독한 구두쇠였다고 들었는데 지금의 할아버지에게선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으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오늘도 지겨운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볍게 산책을 다녀온 후 언제나 그렇듯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치이이이잉...삑~~~~~~~~
모뎀에 연결이 되자마자 평소 하던 머드게임을 하려고 접속을 시도하는데 하필 오늘따라 점검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에이 머드게임도 안 되고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하며 천리안 홈을 구경하던 중 채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오호 요건 첨보는 건데 채팅이라고 하면 대화하고 뭐 그런 건가보네...“
호기심에 전 아무 방이나 눌러 들어갔습니다.
“님아 하이~~”
“Hi"
"소개 좀요?“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제 자신을 소개부터 하라고 합니다.
나이를 묻는 것 같아 나이를 쳐주었습니다.
“18살 고딩학생입니다.”
“성별은요?”
“남잔데요....”
“아하~~ 나보다 어리네요. 난 19살. 내가 누나네 ㅡㅡ;;”
“방제 보고 온 거죠??”
“저기... 방제가 뭐죠?”
“흐잉... 초보시구나.... 방 제목의 줄임 말이요...”
‘아하.. 방의 제목을 줄여서 방제...’
전 순간적으로 화면상단에 써져있는 글귀를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폰섹하실 남자한분-
‘헉 폰섹이라니’ 순간적으로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습니다. 마음은 진정되지 않고 있었고 어느새 손까지 떨려왔습니다.
‘지금 와서 이제 봤다고 할 수는 없고 일단 부딪혀보자 하는데 까지..’
과연 이 여자가 어떻게 나올지 하는 호기심에 어느새 제 손은 타자를 치고 있었습니다.
“네 보고왔습니다. 전화는 어떻게 할까요?”
“어떻하긴~ 전화번호 불러봐요 내가 전화 할게요~”
저는 집 전화번호를 불러주곤 전화를 기다리며 혼자 피식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에이 설마 전화하겠어 장난이겠지. 이런 걸 속다니 어리석다 나도 참’
이런 생각에 잠시 빠져있을 때 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헉, 설마 설마’
저는 급하게 뛰어가 안방에 있는 무선 전화기를 손에 들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 너머 미지의 대상을 불러보았습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몇 차례의 물음에도 대꾸가 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실망이 되었습니다.
“에이 장난 전환가...”
혼잣말을 하며 전화를 끊으려는데 수화기 너머로 드디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방금 채팅에서 대화한 사람인데요..”
‘OMG 진짜 여자다. 거짓말 일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이야,,,, 허... 더군다나 목소리도 너무 예쁘잖아...’
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무언인가를 말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네.. 방갑습니다 임지섭이라고 합니다”
“호호호, 저는 이제 곧 졸업하는 학생이구요 이름은 정.지.영이라고 해요 호호호”
우리는 폰섹이라는 미명하에 전화로 서로 자기소개와 담소만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통화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녀와 친해지게 된 저는 그녀가 빠른 78이란 얘기에 서로 말을 놓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통화도중 궁금증이 떠올랐습니다.
도대체 폰섹이란 어떻게 하는 건지 그리고 그녀가 정말 그럴 의도로 전화를 한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녀와 저 사이의 통화엔 폰섹에 폰짜도 그 어떤 야한 얘기도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호기심은 저를 자극해 가고 있었고 결국 제가 먼저 그녀에게 물어야 했습니다.
“저기 근데...말이지....”
“모?”
“그러니까... 아까 그 채팅에서 방제....”
“아~~~ 그거... 호호호호호호”
그녀도 우연하게 채팅이란 걸 알게 되고는 가끔 보이는 방제에 이런 문구가 있어서 호기심에 방제를 만들어서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해보려 했는데 죄다 장난으로 번호를 알려줘 포기하고 나가려다 마지막으로 제가 들어와서 전화를 시도 한 것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폰섹은 고사하고 야한 얘기는 일절 하지도,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그녀와 전 틈만 나면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묘하게도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그녀 또한 저와 같은 감정이란 걸 알게 된 뒤로는 채팅보다는 통화를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어느새 부턴가 우리 사이엔 조금씩 야한 얘기가 자리하게 되었고 이윽고 폰섹을 시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허나 그녀와 전 폰섹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방법을 알기 위해 저는 수도 없이 ‘폰섹’으로 써있는 대화방마다 들어가 결국 노하우를 전수 받았고 오늘 드디어 그녀와 폰섹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나 팬티하고 브레지어 다 풀었어?”
“어.어....잠시만.....”
부스럭 거리면서 벗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입안에서 마른침이 수도 없이 넘겨지고 있었습니다.
“으....응...다 벗었어....”
평소와는 다르게 낮게 소곤거리듯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절 설레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제 손가락으로 누나 가슴을 만져봐. 내가 만진다고 생각하고 만져야 돼.”
“으...응”
“하!!!.......음!!!.........하아!!!....... 그 근데 너는 머하고 있어? 아흐으윽..”
그녀의 신음소리가 절 미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아...나 누나 가슴 만지는 생각하면서 자지 만지고 있었지. 누나 이번엔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살짝 돌려봐.”
“아으윽...아흐흑...”
“누나 좋아?”
“하윽.....어....어... 너도 좋아.?”
“응......누나 소리가 너무 예뻐서...미칠 것 같아 아~~~. 이제 손가락을 누나 보지 위에 클리토리스로 가져가서 만져봐”
“어으윽.....아응........ 어...어떻게....하윽!!”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누나의 신음소리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고 저는 더욱더 흥분한 채로 자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나 좋아?”
“으흥....너...너무 조....좋아...아흐으응~~”
“그럼 물 좀 나왔나 손가락으로 아래쪽 살짝 만져봐”
“으응...... 마....많이 나왔어....”
“와....완전히 젖었어?”
“으응....”
부끄러움이 짙게 베인 그녀의 목소리가 제 정신줄을 곤두박질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럼 누나 손가락을 보지에 넣어서 빨리 움직여줘.....”
“으응.....아흑....아흐흑....아흐흐흑.....너무 좋아 어떡해...아흐흑 아흐흐흑”
“아 누나~~~ 나,,,,나.. 쌀 거 같아....누나 아직 멀었어? 아~~~~”
“아으윽 나...나두 곧 쌀거 같아..아!하!.. 아!하!....아!하!..아..아아...”
숨 넘어 갈듯 이어지는 그녀의 신음소리가 절 9부 능선 앞까지 몰고 갔습니다.
“아응...더 빨리 움직여줘 아으윽.. 더 빨리.....아...아...아...아아앙..”
“아으 누나~~~~~”
“아흐흐흐흑 지섭아.....”
일순간 조용한 적막감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격한 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숨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전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누나 좋았어?”
“으..응......좋았어...너는?”
“나두 무지 좋았어...누나 신음 소리 때문에 평소 할 때보다 너무 빨리 쌌어..”
이렇게 누나와 전 처음으로 폰섹이라는 걸 경험하게 되었고, 가끔씩 꼴리는 때에는 서로 전화기를 붙들고 폰섹으로 성욕을 해결해 나갔습니다.
폰섹을 하면 할수록 더욱 능숙하고 음란한 말이 오가게 되었고 급기야 바나나나 오이 같은 채소류까지 이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폰섹을 하면 할수록 이것도 섹스라고 어느새 제 안에 있던 그녀에 대한 호감은 점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전 전화비가 많이 나왔다는 부모님의 구박을 받으며 채팅으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채팅중
지영바라기: 누나 얼굴 보고 싶은데 사진이라도 좀 보내주면 안 돼?
지섭바라기: 에이 나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못생기고 뚱뚱해~~~~
지영바라기: 내가 어디 누나 얼굴보고 좋아하나. 그런 거 아니잖아~~ 그럼 우리 만날까?
계속되는 제 요구에 결국 우선은 편지로 서로 사진만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전 매일 같이 집으로 오면 제일 먼저 우편물부터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집에 와 보니 반가운 편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지영누나에게 온 편지였습니다. 급한 마음에 현관 앞에서 바로 편지를 개봉했습니다.
봉투 안에는 여러 장의 사진과 예쁜 손 글씨로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쓰여 진 누나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오~~ 사진을 보는 동안 그동안 상상했던 누나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매번 자신은 못났다고만 하던 누나였는데 사진 속 누나는 정말 예뻐 보였거든요.
사진 속 누나는 길고 까만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놓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한쪽 볼에 보조개가 들어가 있어 너무 귀여웠고 뽀얀 피부에 동그란 눈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못나기는 커녕 무척이나 매력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나머지 사진은 전신이 나오는 독사진이었는데 키는 약간 작은 160정도에 아직 젖살이 안 빠져서 인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매번 저에게 말했었는데 너무나 기대 이상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채팅방으로 가서 지영누나를 초대했습니다.
지영바라기: 누나왔어??
지섭바라기: 응~~~ 언제 왔어?
지영바라기: 누나 사진보고 좀 전에 들어와서 기다렸지 크크크
지섭바라기: 아잉.. 부끄러워....히잉
지영바라기: 부끄럽긴~~ 너무 맘에 들던데 난. 지금도 보고 있는데 미칠 것 같아...
지섭바라기: 정말?? 나두 네 사진 봤는데
지영바라기: 흑 그래.... 어떤데?
지섭바라기: 멋있고 키도 크고 몸도 좋아 보이던데. 근데 그 사진 정말 너 맞는 거야?
저는 아버지를 닮아서 얼굴이 한 인물 하기는 했습니다. 부모님과 같은 깊은 쌍꺼풀은 없었지만 숱이 많고 진한 눈썹과 마치 여자의 속눈썹을 붙인 듯 길고 진한 속눈썹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란 온 환경 때문인지 동양인 치고는 눈이 좀 들어가고 이마뼈가 나온 편이라 이국적으로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듣고 했었습니다.
지영바라기: 에이 나 맞지 그럼~~ 내가 말한 대로 생겼잖아, 잘 봐봐.
지섭바라기: 그래도 좀 믿기지가 않는다. 너 대개 이국적으로 보여. 키는 190은 되 보이는데, 어깨도 엄청 넓어 보이고,, 헬스인가 그런 거 한 거니?
지영바라기: 190은 안되고 187이야. 몸은 그래도 미국에 있을 때는 웨이트랑 유도 좀 하긴 했는데 한국와선 컴퓨터만 붙들고 있지 머...아마 근육은 좀 줄었을 거야, 그때 당시보단 크크
저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누나의 외모를 확인했지만, 맘에 들지 않더라도 그녀를 사랑하겠노라고 다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전화기 상으로 남들 못지않은 섹스를 즐기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진에서 본 누나의 모습은 저를 너무 설레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진을 교환 한 후로 우린 서로에게 끌려 밤새도록 통화를 하거나 채팅을 하며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어느새 겨울방학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드디어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나의 집이 서울이라 누나가 직접 청주로 내려온다고 했습니다.
누나는 버스를 타기 전 전화를 걸어 도착예정 시간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터미널에 미리 도착해서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혹시라도 사진과 달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제 자신에게 몇 번을 다짐 하였습니다.
이윽고 서울에서 온 버스가 도착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서서히 내리고 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명 한명 내리는 사람들의 옷차림만 빠르게 훑고 있었습니다.
나는 누나가 말한 옷차림의 여자만 내리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누나가 말해준 대로 빨간색 털모자에 빨간색 코트 검은색 체크무늬 치마와 검은색의 스타킹을 입고 있는 여자가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누나 또한 무척이나 긴장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있어서 확인을 하기 위해 전 앞으로 나가야했습니다.
일정거리로 다가서자 사진으로 본 누나의 모습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근데 웬일이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자꾸만 쭈삣거리게만 되었습니다.
긴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어 다시 누나에게 다가가려는데 차에서 내린 누나의 모습이 시야에서 보이지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저는 당황하며 급하게 버스 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제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지’
저는 앞으로 나가려다 잡아당기는 쪽을 바라봤습니다.
순간 숨이 턱 막히고 얼굴은 금세 홍당무로 변해버렸습니다.
‘와~~ 이사람이었구나.’
내가 사랑하는 그녀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녀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욱 더욱 더욱 예뻐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절 보고 환하게 미소까지 짓고 있는 게 그녀는 필시 인간을 가장한 천사일 것 같았습니다.
“어딜 가려고 그래~ 나 여기 있는데 바보~~~”
“어...어.. 누나 있는데 가려고 했지.. 헤헤”
막상 만나고 보니 좀 어색한 기분이 들었지만 만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코트를 부여잡고 부끄럽게 웃고만 있는 누나를 보고 있으니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습니다.
“누나 춥지? 커피숍이라도 갈까?”
“으응 여긴 서울보다 더 추운 것 같아. 빨리 가자~~”
누나가 옆에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구름 위를 걷듯 무척이나 가벼웠습니다. 제가 걸어가기 시작하자 누나가 옆에서 어색하게 제 코트를 잡고 따라 오고 있습니다.
이럴 땐 남자가 용기를 내어 안거나 팔짱을 껴야하는데, 막상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걷다보니 긴장을 해서인지 자꾸 걸음만 빨라지고 그러다 보니 누나와 거리가 자꾸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제 코트는 누나쪽으로 쭈욱 당겨져 있었습니다.
“같이 가~~~ 너 너무 보폭이 커서 못 따라 가겠어~~”
저는 걸음을 멈추고 끌려오다시피 하는 누나를 잠시 기다려줬습니다.
제 곁으로 다가와 잠시 동안 저를 흘겨보던 누나는 팔 안쪽으로 손을 넣어 교차시키더니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립니다. 순식간에 누나와 저는 팔짱을 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 살 많다고 누나는 누난가 봅니다.
저는 그 덕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주변에서 모두 저만 쳐다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누나를 이끌고 주변의 분위기 좋은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자 꽤나 아늑하고 은밀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 테이블마다 약간 밀폐식으로 되어 있고 각 자리의 입구에 커튼이 달려있어서 둘이 오붓하게 있기엔 무척이나 좋아보였습니다.
속으로 ‘나이스 초이스~~’를 외치며 저는 누나를 이끌고 한쪽 모퉁이에 있는 자리로 들어갔습니다.
벨벳식의 쇼파에 앉은 저는 잠시 누나가 코트를 벗는 사이 누나를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깜찍한 모습이었습니다.
저의 강렬한 눈빛을 느꼈는지 누나는 살짝 살짝 곁눈질로 저를 볼 뿐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더 이상 우리 둘의 시간을 방해할 사람은 없어 보였습니다.
잠시 테이블 위에 올려진 희고 가는 누나의 손가락을 쳐다보고 있자 무척이나 만지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습니다.
누나가 눈치 챌 새라 몇 번의 마른침을 삼키고 나서야 전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진 누나의 손에 제 손을 그대로 포갰습니다.
잠시 움찔하며 놀란 눈빛을 하고는 있었지만 손을 빼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제 손바닥에 누나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의 느낌이 전해져 오고 있었습니다.
누나도 저도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로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둘이 앉아 있다는 생각에 대화는 구지 필요치가 않았습니다.
“누나 이렇게 보게 되니 너무 좋다.”
“나두,.. 솔직히 네 사진보고 반신반위 했는데, 이렇게 만나고 보니 너무 신기하고 보고 있는데도 아직 안 믿겨...”
“머야 그 말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미국에서 온지 거의 1년이 다되어 갔지만 아직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는 모르는 게 많았던 전 저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당연히 좋다는 거지!!!, 근데 너 진짜 가까이서 보니 디게 이국적으로 생겼다. 호호호”
“맘에 든다는 거지?”
“으...응”
부끄러워하면서도 저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누나를 보고 있으려니 너무나 가슴이 뭉클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우리 정식으로 사귀는 거지?”
“으응”
“그럼 이제 누나라는 호칭은 안 할래. 그냥 지영이라고 부르고 싶어.”
“응~~”
첫 만남이긴 했지만 그동안 전화와 채팅으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던 저희는 어색했던 시간도 잠시. 금세 여느 연인처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지영이는 제가 조금이라도 오래 쳐다보면 머가 그렇게 쑥스러운지 연신 고개를 돌리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저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니가 올래? 내가 갈까?”
저는 좀 더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얼굴만 빨개져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답이 없자 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영이의 옆으로 들어가 앉아버렸습니다.
나름 호기 있게 거침없이 다가가 앉았지만 정작 옆에 앉게 되니 전 꿀 먹은 벙어리가 되 버렸습니다.
그렇게 뻘쭘하게 서로의 엉덩이를 맞대고 앉아있게 되자 지영이의 체취가 제 코에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호흡이 커지고 자꾸만 지영이의 향기를 더 맡아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지영이 냄새구나, 편지지에서도 이 냄새가 나던데. 너무 좋은 향기다”
“그런 얘기 하지마~~ 부끄러워~”
전화를 할 때와는 달리 지영이는 꽤나 부끄러움이 많나봅니다.
서로의 섹소리까지 들었던 사이인데 말이죠.
이처럼 얼굴도 귀엽고 마치 성우 같은 예쁜 목소리의 그녀인데, 왜 남자친구가 없었던 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제가 지영이의 남자친구니 더 이상 묻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동안 이었지만 지영이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컷 보라고 커피만 바라보다 곁눈질로 지영이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제가 계속 뻔히 쳐다봐서 제대로 못 봤을 지영이를 생각해서 잠시 동안 그렇게 두었습니다.
“너 근데 진짜 여자친구 없는 거 맞아?”
지영이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당연하지 한국에 온지 이제 1년 정도 되가는데 하필 남자학교라 여자는 구경도 못해, 집에 오면 컴퓨터나 하지. 친구들하고 머드게임이나 하고”
물론 여자를 구경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전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가다보면 반드시 대학교 정문을 지나야 했고 그때마다 여대생들을 자주 보긴 했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하진 못했지만 말이죠..
가끔 시내에서 같은 또래의 여자애들에게 편지를 받아보긴 했지만 전 그 어떠한 답장도 해주지 않았었습니다.
내말이 믿기지 않는지 지영이는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지우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럴수록 지영이가 더 사랑스럽게 보였습니다.
있지도 않는 가상의 상대를 자꾸 만들어 내려는 지영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거든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지영이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붙어 앉았습니다. 제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지영이도 느꼈는지 잠시 그녀의 얼굴에 긴장한 모습이 보였지만 전 과감하게 리드를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한쪽 팔을 들어 반대쪽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녀를 제쪽으로 살포시 끌어당겼습니다.
제 겨드랑이 안으로 쏘옥 하고 들어오는 아담한 지영이의 몸이 느껴졌습니다.
지영이의 얼굴은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용암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내가 이러는 거 싫어? 난 좀 안고 싶은데”
“아니... 좋은데,... 무지 부끄러워...”
이렇게 된 이상 전 더 용기를 내어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영이의 볼에 손을 올려서 제쪽으로 얼굴을 돌렸습니다. 당황스러움에 지영이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녀도 이번엔 고개를 돌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영이의 눈빛과 제 눈빛이 서로 마주치고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흔들리는 눈빛을 보니 금세라도 그녀가 고개를 돌려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고개 돌리지 말고 눈도 돌리지마~~~”
전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깨질듯 깨지지 않고 있는 저 흔들림이 제 마음을 계속 흔들어 놓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제 말에 지영이도 큰 결심이라도 한 듯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응시해 옵니다.
저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녀에 대한 제 마음을 눈빛에 담아 그녀에게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지영이의 이제는 제법 눈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고 있습니다.
“너 근데 너무 선수 같아. 자꾸 네 말에 따르게 되는 것 같아.., 거부를 못하고..”
“그래서 내가 싫어?”
내심 면전에서 지영이의 마음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지영이가 강하게 머리를 가로 저으며 표현을 합니다.
“그럼 좋아?”
“응.....좋아”
쉽게 대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녀는 순순히 인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휴 다행이다.. 나는 너 무지 사랑하거든”
입에 발린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온 제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나온 진심이었습니다.
사랑이란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올 거라고는 저도 생각을 못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지영이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그날 저는 지영이와 유명한 가로수길도 걷고 영화도 보며 하루를 일반 어른들의 데이트처럼 보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작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막차시간이 다 되어서 지영이를 터미널로 데려가야만 했습니다.
짧지만 저에게는 무한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영이도 어느새 떨어지기가 아쉬운지 제 손을 꼭 잡고만 있을 뿐 차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썽이고 있는 지영이의 눈이 보입니다.
저 또한 아쉬움에 그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은 채로 버스 앞에 놓여있는 시간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막차의 출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녀의 손을 놓고 싶지가 않았지만 이차를 놓치면 안 되었기에 저는 그녀를 차에 태워야만 했습니다.
곧 출발한다는 기사님의 말에 지영이를 올려 보냈습니다. 버스에 오르려던 지영이가 다시 저에게 뛰어 옵니다.
저에게 다가와 고개를 아래로 당기곤 제 귀에 속삭여 줍니다.
“나두 너 많이 사랑해”
그리곤 제 목에 팔을 감고는 까치발로 제 입술에 입맞춤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지영이의 허리에 팔을 감고 살짝 들어 올려 지영이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추었습니다.
쪽......쪽 .....쪽
짧지만 달콤한 키스를 나눈 저희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했습니다.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한때 "바람"이라는 소설로 바람몰이(?)를 했었던 서툰손가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오래간만에 소설게시판에 돌아오니 감회가 새로운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제가 소라에 입문해서 처음으로 쓰게 되었던 처녀작이었습니다.
연재중에 악플러에 빡친 나머지 글을 삭제하고 카페에만 연재를 진행했던 소설로 아직까지 현재 51부가 진행중인 글입니다.
기존 카페에 올려진 글의 일부를 수정하고 공개가 어려운 부분은 삭제해서 앞으로 소설게시판에 올려진 예정입니다.
부디 재미나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악플은 모쪼록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멘탈이 그리 좋지는 못한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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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컴퓨터 그만 하고 빨리 와서 밥먹어”
“알았어요, 이거만 마저 하구요”
벌써 몇 차례의 부름에도 전 건성으로 대답만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냐구요? 하하 이집 장남이자 막내아들인 올해 18세 고등학교 2학년인 임지섭입니다.
무얼하고 있냐구요? 열심히 인터넷 머드게임에 빠져있습니다.
벌컥.~~
“너 이눔시키 진짜 엄마 말 안 들을래? 전화선을 그냥 뽑아버리는 수가 있어!!!”
어머니께서 도끼눈을 하고는 전화선을 뽑으려고 시늉을 하십니다.
어머니의 엄포에 어쩔 수 없이 방문을 나와 식탁에 앉습니다. 그리곤 억지로 수저를 들어 식탁위의 음식을 입안에 우겨넣기 시작합니다.
“너 미국에서 온 이후로 맨날 컴퓨터만 붙들고 있을꺼야?”
오늘도 똑같은 레퍼토리의 잔소리가 제 귓등을 때리고 있지만 다시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기 위해 턱관절을 빠르게 놀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어짜피 특별전형으로 대학교도 가는데 하고 싶은 것 좀 하고 살게요”
짝~~~~
어머니께서 제 대답에 사정없이 등짝을 내려치셨습니다.
작년 말 외할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모든 식구가 들어온 이후로 저는 그저 컴퓨터를 친구 삼아 학교와 집을 오갔습니다.
미국에선 항상 최상위 권을 다툴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를 했지만,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는 특별전형이라는 혜택 덕분에 성적에서 자유로워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가족을 소개 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이 집안의 장남입니다. 위로 2살 터울의 누나가 있지만 현재 미국에 남아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지금의 저보다 2살 많은 20살에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와 닥치는 일은 뭐든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미용기술을 접하게 되었고 한국의 특유의 성실함 덕분에 그 지역 내에서는 꽤나 성공한 헤어디자이너가 되셨습니다. 아버지의 부모님 그러니까 저한테 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시는 분들은 아버지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형편이 그리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갈 형편이 못 되셨던 아버지는 일찌감치 생업에 뛰어 들으셔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성공하셨던 거죠.
그에 비해 어머니는 서울에서도 꽤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아버지를 만나 그곳에서 결혼을 하셨습니다. 엄청난 외가쪽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몸에는 이미 누나가 자라고 있었던 상황이라 결국 허락을 받아내셨죠. 전공인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셨지만 피아노를 손에서 놓치는 않으셨습니다.
그런 우리 식구가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외할아버지가 암으로 입원하셨다는 전보를 받고 나서였습니다. 남은 시간이나마 외할아버지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부모님의 갈망 때문이었죠. 비록 두 분 사이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하셨던 분이지만 귀한 딸을 자신에게 준 외할아버지를 저희 아버지는 항상 친아버지처럼 대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지역 유지의 아들로 태어나 땅장사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고 들었습니다. 소위 노른자위라고 하는 곳엔 어김없이 외할아버지 소유의 건물이 몇 채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식이라고는 우리 어머니밖에 없던 외할아버지는 우리 가족과 함께 살게 된 후 지극한 병간호 덕분인지 기적적으로 건강이 호전되어 어느 정도 완치에 가까운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그전까지는 지독한 구두쇠였다고 들었는데 지금의 할아버지에게선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으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오늘도 지겨운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볍게 산책을 다녀온 후 언제나 그렇듯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치이이이잉...삑~~~~~~~~
모뎀에 연결이 되자마자 평소 하던 머드게임을 하려고 접속을 시도하는데 하필 오늘따라 점검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에이 머드게임도 안 되고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하며 천리안 홈을 구경하던 중 채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오호 요건 첨보는 건데 채팅이라고 하면 대화하고 뭐 그런 건가보네...“
호기심에 전 아무 방이나 눌러 들어갔습니다.
“님아 하이~~”
“Hi"
"소개 좀요?“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제 자신을 소개부터 하라고 합니다.
나이를 묻는 것 같아 나이를 쳐주었습니다.
“18살 고딩학생입니다.”
“성별은요?”
“남잔데요....”
“아하~~ 나보다 어리네요. 난 19살. 내가 누나네 ㅡㅡ;;”
“방제 보고 온 거죠??”
“저기... 방제가 뭐죠?”
“흐잉... 초보시구나.... 방 제목의 줄임 말이요...”
‘아하.. 방의 제목을 줄여서 방제...’
전 순간적으로 화면상단에 써져있는 글귀를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폰섹하실 남자한분-
‘헉 폰섹이라니’ 순간적으로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습니다. 마음은 진정되지 않고 있었고 어느새 손까지 떨려왔습니다.
‘지금 와서 이제 봤다고 할 수는 없고 일단 부딪혀보자 하는데 까지..’
과연 이 여자가 어떻게 나올지 하는 호기심에 어느새 제 손은 타자를 치고 있었습니다.
“네 보고왔습니다. 전화는 어떻게 할까요?”
“어떻하긴~ 전화번호 불러봐요 내가 전화 할게요~”
저는 집 전화번호를 불러주곤 전화를 기다리며 혼자 피식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에이 설마 전화하겠어 장난이겠지. 이런 걸 속다니 어리석다 나도 참’
이런 생각에 잠시 빠져있을 때 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헉, 설마 설마’
저는 급하게 뛰어가 안방에 있는 무선 전화기를 손에 들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 너머 미지의 대상을 불러보았습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몇 차례의 물음에도 대꾸가 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실망이 되었습니다.
“에이 장난 전환가...”
혼잣말을 하며 전화를 끊으려는데 수화기 너머로 드디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방금 채팅에서 대화한 사람인데요..”
‘OMG 진짜 여자다. 거짓말 일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이야,,,, 허... 더군다나 목소리도 너무 예쁘잖아...’
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무언인가를 말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네.. 방갑습니다 임지섭이라고 합니다”
“호호호, 저는 이제 곧 졸업하는 학생이구요 이름은 정.지.영이라고 해요 호호호”
우리는 폰섹이라는 미명하에 전화로 서로 자기소개와 담소만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통화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녀와 친해지게 된 저는 그녀가 빠른 78이란 얘기에 서로 말을 놓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통화도중 궁금증이 떠올랐습니다.
도대체 폰섹이란 어떻게 하는 건지 그리고 그녀가 정말 그럴 의도로 전화를 한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녀와 저 사이의 통화엔 폰섹에 폰짜도 그 어떤 야한 얘기도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호기심은 저를 자극해 가고 있었고 결국 제가 먼저 그녀에게 물어야 했습니다.
“저기 근데...말이지....”
“모?”
“그러니까... 아까 그 채팅에서 방제....”
“아~~~ 그거... 호호호호호호”
그녀도 우연하게 채팅이란 걸 알게 되고는 가끔 보이는 방제에 이런 문구가 있어서 호기심에 방제를 만들어서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해보려 했는데 죄다 장난으로 번호를 알려줘 포기하고 나가려다 마지막으로 제가 들어와서 전화를 시도 한 것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폰섹은 고사하고 야한 얘기는 일절 하지도,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그녀와 전 틈만 나면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묘하게도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그녀 또한 저와 같은 감정이란 걸 알게 된 뒤로는 채팅보다는 통화를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어느새 부턴가 우리 사이엔 조금씩 야한 얘기가 자리하게 되었고 이윽고 폰섹을 시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허나 그녀와 전 폰섹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방법을 알기 위해 저는 수도 없이 ‘폰섹’으로 써있는 대화방마다 들어가 결국 노하우를 전수 받았고 오늘 드디어 그녀와 폰섹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나 팬티하고 브레지어 다 풀었어?”
“어.어....잠시만.....”
부스럭 거리면서 벗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입안에서 마른침이 수도 없이 넘겨지고 있었습니다.
“으....응...다 벗었어....”
평소와는 다르게 낮게 소곤거리듯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절 설레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제 손가락으로 누나 가슴을 만져봐. 내가 만진다고 생각하고 만져야 돼.”
“으...응”
“하!!!.......음!!!.........하아!!!....... 그 근데 너는 머하고 있어? 아흐으윽..”
그녀의 신음소리가 절 미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아...나 누나 가슴 만지는 생각하면서 자지 만지고 있었지. 누나 이번엔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살짝 돌려봐.”
“아으윽...아흐흑...”
“누나 좋아?”
“하윽.....어....어... 너도 좋아.?”
“응......누나 소리가 너무 예뻐서...미칠 것 같아 아~~~. 이제 손가락을 누나 보지 위에 클리토리스로 가져가서 만져봐”
“어으윽.....아응........ 어...어떻게....하윽!!”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누나의 신음소리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고 저는 더욱더 흥분한 채로 자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나 좋아?”
“으흥....너...너무 조....좋아...아흐으응~~”
“그럼 물 좀 나왔나 손가락으로 아래쪽 살짝 만져봐”
“으응...... 마....많이 나왔어....”
“와....완전히 젖었어?”
“으응....”
부끄러움이 짙게 베인 그녀의 목소리가 제 정신줄을 곤두박질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럼 누나 손가락을 보지에 넣어서 빨리 움직여줘.....”
“으응.....아흑....아흐흑....아흐흐흑.....너무 좋아 어떡해...아흐흑 아흐흐흑”
“아 누나~~~ 나,,,,나.. 쌀 거 같아....누나 아직 멀었어? 아~~~~”
“아으윽 나...나두 곧 쌀거 같아..아!하!.. 아!하!....아!하!..아..아아...”
숨 넘어 갈듯 이어지는 그녀의 신음소리가 절 9부 능선 앞까지 몰고 갔습니다.
“아응...더 빨리 움직여줘 아으윽.. 더 빨리.....아...아...아...아아앙..”
“아으 누나~~~~~”
“아흐흐흐흑 지섭아.....”
일순간 조용한 적막감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격한 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숨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전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누나 좋았어?”
“으..응......좋았어...너는?”
“나두 무지 좋았어...누나 신음 소리 때문에 평소 할 때보다 너무 빨리 쌌어..”
이렇게 누나와 전 처음으로 폰섹이라는 걸 경험하게 되었고, 가끔씩 꼴리는 때에는 서로 전화기를 붙들고 폰섹으로 성욕을 해결해 나갔습니다.
폰섹을 하면 할수록 더욱 능숙하고 음란한 말이 오가게 되었고 급기야 바나나나 오이 같은 채소류까지 이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폰섹을 하면 할수록 이것도 섹스라고 어느새 제 안에 있던 그녀에 대한 호감은 점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전 전화비가 많이 나왔다는 부모님의 구박을 받으며 채팅으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채팅중
지영바라기: 누나 얼굴 보고 싶은데 사진이라도 좀 보내주면 안 돼?
지섭바라기: 에이 나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못생기고 뚱뚱해~~~~
지영바라기: 내가 어디 누나 얼굴보고 좋아하나. 그런 거 아니잖아~~ 그럼 우리 만날까?
계속되는 제 요구에 결국 우선은 편지로 서로 사진만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전 매일 같이 집으로 오면 제일 먼저 우편물부터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집에 와 보니 반가운 편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지영누나에게 온 편지였습니다. 급한 마음에 현관 앞에서 바로 편지를 개봉했습니다.
봉투 안에는 여러 장의 사진과 예쁜 손 글씨로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쓰여 진 누나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오~~ 사진을 보는 동안 그동안 상상했던 누나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매번 자신은 못났다고만 하던 누나였는데 사진 속 누나는 정말 예뻐 보였거든요.
사진 속 누나는 길고 까만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놓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한쪽 볼에 보조개가 들어가 있어 너무 귀여웠고 뽀얀 피부에 동그란 눈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못나기는 커녕 무척이나 매력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나머지 사진은 전신이 나오는 독사진이었는데 키는 약간 작은 160정도에 아직 젖살이 안 빠져서 인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매번 저에게 말했었는데 너무나 기대 이상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채팅방으로 가서 지영누나를 초대했습니다.
지영바라기: 누나왔어??
지섭바라기: 응~~~ 언제 왔어?
지영바라기: 누나 사진보고 좀 전에 들어와서 기다렸지 크크크
지섭바라기: 아잉.. 부끄러워....히잉
지영바라기: 부끄럽긴~~ 너무 맘에 들던데 난. 지금도 보고 있는데 미칠 것 같아...
지섭바라기: 정말?? 나두 네 사진 봤는데
지영바라기: 흑 그래.... 어떤데?
지섭바라기: 멋있고 키도 크고 몸도 좋아 보이던데. 근데 그 사진 정말 너 맞는 거야?
저는 아버지를 닮아서 얼굴이 한 인물 하기는 했습니다. 부모님과 같은 깊은 쌍꺼풀은 없었지만 숱이 많고 진한 눈썹과 마치 여자의 속눈썹을 붙인 듯 길고 진한 속눈썹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란 온 환경 때문인지 동양인 치고는 눈이 좀 들어가고 이마뼈가 나온 편이라 이국적으로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듣고 했었습니다.
지영바라기: 에이 나 맞지 그럼~~ 내가 말한 대로 생겼잖아, 잘 봐봐.
지섭바라기: 그래도 좀 믿기지가 않는다. 너 대개 이국적으로 보여. 키는 190은 되 보이는데, 어깨도 엄청 넓어 보이고,, 헬스인가 그런 거 한 거니?
지영바라기: 190은 안되고 187이야. 몸은 그래도 미국에 있을 때는 웨이트랑 유도 좀 하긴 했는데 한국와선 컴퓨터만 붙들고 있지 머...아마 근육은 좀 줄었을 거야, 그때 당시보단 크크
저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누나의 외모를 확인했지만, 맘에 들지 않더라도 그녀를 사랑하겠노라고 다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전화기 상으로 남들 못지않은 섹스를 즐기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진에서 본 누나의 모습은 저를 너무 설레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진을 교환 한 후로 우린 서로에게 끌려 밤새도록 통화를 하거나 채팅을 하며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어느새 겨울방학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드디어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나의 집이 서울이라 누나가 직접 청주로 내려온다고 했습니다.
누나는 버스를 타기 전 전화를 걸어 도착예정 시간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터미널에 미리 도착해서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혹시라도 사진과 달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제 자신에게 몇 번을 다짐 하였습니다.
이윽고 서울에서 온 버스가 도착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서서히 내리고 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명 한명 내리는 사람들의 옷차림만 빠르게 훑고 있었습니다.
나는 누나가 말한 옷차림의 여자만 내리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누나가 말해준 대로 빨간색 털모자에 빨간색 코트 검은색 체크무늬 치마와 검은색의 스타킹을 입고 있는 여자가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누나 또한 무척이나 긴장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있어서 확인을 하기 위해 전 앞으로 나가야했습니다.
일정거리로 다가서자 사진으로 본 누나의 모습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근데 웬일이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자꾸만 쭈삣거리게만 되었습니다.
긴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어 다시 누나에게 다가가려는데 차에서 내린 누나의 모습이 시야에서 보이지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저는 당황하며 급하게 버스 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제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지’
저는 앞으로 나가려다 잡아당기는 쪽을 바라봤습니다.
순간 숨이 턱 막히고 얼굴은 금세 홍당무로 변해버렸습니다.
‘와~~ 이사람이었구나.’
내가 사랑하는 그녀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녀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욱 더욱 더욱 예뻐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절 보고 환하게 미소까지 짓고 있는 게 그녀는 필시 인간을 가장한 천사일 것 같았습니다.
“어딜 가려고 그래~ 나 여기 있는데 바보~~~”
“어...어.. 누나 있는데 가려고 했지.. 헤헤”
막상 만나고 보니 좀 어색한 기분이 들었지만 만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코트를 부여잡고 부끄럽게 웃고만 있는 누나를 보고 있으니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습니다.
“누나 춥지? 커피숍이라도 갈까?”
“으응 여긴 서울보다 더 추운 것 같아. 빨리 가자~~”
누나가 옆에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구름 위를 걷듯 무척이나 가벼웠습니다. 제가 걸어가기 시작하자 누나가 옆에서 어색하게 제 코트를 잡고 따라 오고 있습니다.
이럴 땐 남자가 용기를 내어 안거나 팔짱을 껴야하는데, 막상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걷다보니 긴장을 해서인지 자꾸 걸음만 빨라지고 그러다 보니 누나와 거리가 자꾸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제 코트는 누나쪽으로 쭈욱 당겨져 있었습니다.
“같이 가~~~ 너 너무 보폭이 커서 못 따라 가겠어~~”
저는 걸음을 멈추고 끌려오다시피 하는 누나를 잠시 기다려줬습니다.
제 곁으로 다가와 잠시 동안 저를 흘겨보던 누나는 팔 안쪽으로 손을 넣어 교차시키더니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립니다. 순식간에 누나와 저는 팔짱을 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 살 많다고 누나는 누난가 봅니다.
저는 그 덕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주변에서 모두 저만 쳐다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누나를 이끌고 주변의 분위기 좋은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자 꽤나 아늑하고 은밀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 테이블마다 약간 밀폐식으로 되어 있고 각 자리의 입구에 커튼이 달려있어서 둘이 오붓하게 있기엔 무척이나 좋아보였습니다.
속으로 ‘나이스 초이스~~’를 외치며 저는 누나를 이끌고 한쪽 모퉁이에 있는 자리로 들어갔습니다.
벨벳식의 쇼파에 앉은 저는 잠시 누나가 코트를 벗는 사이 누나를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깜찍한 모습이었습니다.
저의 강렬한 눈빛을 느꼈는지 누나는 살짝 살짝 곁눈질로 저를 볼 뿐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더 이상 우리 둘의 시간을 방해할 사람은 없어 보였습니다.
잠시 테이블 위에 올려진 희고 가는 누나의 손가락을 쳐다보고 있자 무척이나 만지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습니다.
누나가 눈치 챌 새라 몇 번의 마른침을 삼키고 나서야 전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진 누나의 손에 제 손을 그대로 포갰습니다.
잠시 움찔하며 놀란 눈빛을 하고는 있었지만 손을 빼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제 손바닥에 누나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의 느낌이 전해져 오고 있었습니다.
누나도 저도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로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둘이 앉아 있다는 생각에 대화는 구지 필요치가 않았습니다.
“누나 이렇게 보게 되니 너무 좋다.”
“나두,.. 솔직히 네 사진보고 반신반위 했는데, 이렇게 만나고 보니 너무 신기하고 보고 있는데도 아직 안 믿겨...”
“머야 그 말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미국에서 온지 거의 1년이 다되어 갔지만 아직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는 모르는 게 많았던 전 저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당연히 좋다는 거지!!!, 근데 너 진짜 가까이서 보니 디게 이국적으로 생겼다. 호호호”
“맘에 든다는 거지?”
“으...응”
부끄러워하면서도 저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누나를 보고 있으려니 너무나 가슴이 뭉클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우리 정식으로 사귀는 거지?”
“으응”
“그럼 이제 누나라는 호칭은 안 할래. 그냥 지영이라고 부르고 싶어.”
“응~~”
첫 만남이긴 했지만 그동안 전화와 채팅으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던 저희는 어색했던 시간도 잠시. 금세 여느 연인처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지영이는 제가 조금이라도 오래 쳐다보면 머가 그렇게 쑥스러운지 연신 고개를 돌리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저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니가 올래? 내가 갈까?”
저는 좀 더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얼굴만 빨개져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답이 없자 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영이의 옆으로 들어가 앉아버렸습니다.
나름 호기 있게 거침없이 다가가 앉았지만 정작 옆에 앉게 되니 전 꿀 먹은 벙어리가 되 버렸습니다.
그렇게 뻘쭘하게 서로의 엉덩이를 맞대고 앉아있게 되자 지영이의 체취가 제 코에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호흡이 커지고 자꾸만 지영이의 향기를 더 맡아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지영이 냄새구나, 편지지에서도 이 냄새가 나던데. 너무 좋은 향기다”
“그런 얘기 하지마~~ 부끄러워~”
전화를 할 때와는 달리 지영이는 꽤나 부끄러움이 많나봅니다.
서로의 섹소리까지 들었던 사이인데 말이죠.
이처럼 얼굴도 귀엽고 마치 성우 같은 예쁜 목소리의 그녀인데, 왜 남자친구가 없었던 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제가 지영이의 남자친구니 더 이상 묻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동안 이었지만 지영이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컷 보라고 커피만 바라보다 곁눈질로 지영이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제가 계속 뻔히 쳐다봐서 제대로 못 봤을 지영이를 생각해서 잠시 동안 그렇게 두었습니다.
“너 근데 진짜 여자친구 없는 거 맞아?”
지영이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당연하지 한국에 온지 이제 1년 정도 되가는데 하필 남자학교라 여자는 구경도 못해, 집에 오면 컴퓨터나 하지. 친구들하고 머드게임이나 하고”
물론 여자를 구경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전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가다보면 반드시 대학교 정문을 지나야 했고 그때마다 여대생들을 자주 보긴 했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하진 못했지만 말이죠..
가끔 시내에서 같은 또래의 여자애들에게 편지를 받아보긴 했지만 전 그 어떠한 답장도 해주지 않았었습니다.
내말이 믿기지 않는지 지영이는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지우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럴수록 지영이가 더 사랑스럽게 보였습니다.
있지도 않는 가상의 상대를 자꾸 만들어 내려는 지영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거든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지영이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붙어 앉았습니다. 제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지영이도 느꼈는지 잠시 그녀의 얼굴에 긴장한 모습이 보였지만 전 과감하게 리드를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한쪽 팔을 들어 반대쪽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녀를 제쪽으로 살포시 끌어당겼습니다.
제 겨드랑이 안으로 쏘옥 하고 들어오는 아담한 지영이의 몸이 느껴졌습니다.
지영이의 얼굴은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용암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내가 이러는 거 싫어? 난 좀 안고 싶은데”
“아니... 좋은데,... 무지 부끄러워...”
이렇게 된 이상 전 더 용기를 내어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영이의 볼에 손을 올려서 제쪽으로 얼굴을 돌렸습니다. 당황스러움에 지영이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녀도 이번엔 고개를 돌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영이의 눈빛과 제 눈빛이 서로 마주치고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흔들리는 눈빛을 보니 금세라도 그녀가 고개를 돌려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고개 돌리지 말고 눈도 돌리지마~~~”
전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깨질듯 깨지지 않고 있는 저 흔들림이 제 마음을 계속 흔들어 놓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제 말에 지영이도 큰 결심이라도 한 듯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응시해 옵니다.
저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녀에 대한 제 마음을 눈빛에 담아 그녀에게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지영이의 이제는 제법 눈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고 있습니다.
“너 근데 너무 선수 같아. 자꾸 네 말에 따르게 되는 것 같아.., 거부를 못하고..”
“그래서 내가 싫어?”
내심 면전에서 지영이의 마음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지영이가 강하게 머리를 가로 저으며 표현을 합니다.
“그럼 좋아?”
“응.....좋아”
쉽게 대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녀는 순순히 인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휴 다행이다.. 나는 너 무지 사랑하거든”
입에 발린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온 제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나온 진심이었습니다.
사랑이란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올 거라고는 저도 생각을 못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지영이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그날 저는 지영이와 유명한 가로수길도 걷고 영화도 보며 하루를 일반 어른들의 데이트처럼 보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작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막차시간이 다 되어서 지영이를 터미널로 데려가야만 했습니다.
짧지만 저에게는 무한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영이도 어느새 떨어지기가 아쉬운지 제 손을 꼭 잡고만 있을 뿐 차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썽이고 있는 지영이의 눈이 보입니다.
저 또한 아쉬움에 그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은 채로 버스 앞에 놓여있는 시간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막차의 출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녀의 손을 놓고 싶지가 않았지만 이차를 놓치면 안 되었기에 저는 그녀를 차에 태워야만 했습니다.
곧 출발한다는 기사님의 말에 지영이를 올려 보냈습니다. 버스에 오르려던 지영이가 다시 저에게 뛰어 옵니다.
저에게 다가와 고개를 아래로 당기곤 제 귀에 속삭여 줍니다.
“나두 너 많이 사랑해”
그리곤 제 목에 팔을 감고는 까치발로 제 입술에 입맞춤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지영이의 허리에 팔을 감고 살짝 들어 올려 지영이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추었습니다.
쪽......쪽 .....쪽
짧지만 달콤한 키스를 나눈 저희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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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때 "바람"이라는 소설로 바람몰이(?)를 했었던 서툰손가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오래간만에 소설게시판에 돌아오니 감회가 새로운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제가 소라에 입문해서 처음으로 쓰게 되었던 처녀작이었습니다.
연재중에 악플러에 빡친 나머지 글을 삭제하고 카페에만 연재를 진행했던 소설로 아직까지 현재 51부가 진행중인 글입니다.
기존 카페에 올려진 글의 일부를 수정하고 공개가 어려운 부분은 삭제해서 앞으로 소설게시판에 올려진 예정입니다.
부디 재미나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악플은 모쪼록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멘탈이 그리 좋지는 못한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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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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