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꺼라 생각했는데.
눈을 뜨자 그녀가 보였다.
작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
숨을 쉴때마다 봉긋한 가슴이 오르내린다.
저 작음 몸속 어디에 그런 열정이 숨어 있는걸까?
한참을 바라보다 거실로 나와 의자에 앉았다.
선친께서 너무나 좋아 하셨던 흔들의자.
부드럽고 규칙적인 흔들림 때문일까?
선친과 취향이 같은 걸까?
나 또한 이 의자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하긴 선친의 컴퓨터를 뒤적이다 보니 폴더 이름들이 어이없다.
장모, 처형, 처제, 앞집유부, 옆집대학생.
처제라는 폴더에 분코 카자나와의 동영상이 왕창 들어있었다.
처제라니 ㅋㅋㅋ
하긴 전성기 시절의 그녀를 거부할수 있는 남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것이다.
운명처럼 만났던 어제의 그녀처럼.....
그녀와의 대화는 어렵지 않았다.
여느 일본인처럼 일본인 특유의 리엑션과 습관화된 친절로 나를 대했고
난 그녀의 외로움을 이용해 마음속으로 파고 들려고 애썼다.
그동안 만나봤던 일본여성들 처럼 그녀 또한 일본인 특유의 첫만남 대화절차를 밟으려 했다.
허리는 바로 세우고 고개는 살짝 숙인채 시선은 날 고정한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간단한 손동작과 함께 하이, 음, 스고이,등등의 추임새가 따라 온다.
하지만 작은 몸동작과 애절한 눈빛에서 그녀의 외로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기대에찬 눈으로 내 질문과 답변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과 화제가 끊기면 안타까워 하는 것이 고스
란히 보였다.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한국에서는 멋진 남자에겐 여자들이 오빠라고 불러야 한다니까요!"
반어거지의 투정에 귀요미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젖는다.
"오빠 뜻을 아나?"
"제가 멋지지 않아서 그런가요?"
"아뇨! 멋있어요. 진짜루!"
"한국에서 멋진 남자를 뭐라 부른다고요?"
"오~빠!"
"이제 부터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38살인 그녀는 나의 억지스러운 고집에 한국어로 "오빠"라고 불렀고
난 그녀를 이모라고 불렀다.
그녀와 한정식집에 들러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칵테일 바로 옮겼다.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끊어지고가 반복되었다.
궁금했던 그녀의 작품 배경이나 후기, 일상생활은 차마 뭇지 못하고 술이야기나 좋아하는 먹거리등등의
소소한 이야기로 대화를 해 나가기에는 서로의 삶이 너무 달랐다.
"이모!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꺼야?"
그녀의 표정이 굳는다.
그 표정이 너무 처연해서 가슴이 아파온다.
설마 생의 마지막 이별여행으로 생각하고 한국에 온걸까?
근근히 살아간다고 알려진 그녀가 혼자서 한국에 온다는 것은 이 이유 말고는 찾기 힘들었다.
꼭 보여주고 싶은게 있다고 반강제로 그녈 집으로 이끌었다.
내가 그녈 어떻게 하리라 생각한걸까?
두려움에 가득차있는 그녀에게 내 보물상자를 보여주었다.
그녀가 출연한 작품의 영상과 인터뷰를 가지고 프리터로 출력해서 만들어 놓은 앨범을 보여 주었다.
그녀의 멍때림, 미소, 쫑긋거리는 코, 어색한 제스츄어.
그녀가 가장 아름답고 소중할거라 생각되어질만한 모습들만 따로 모와놓은 앨범이었다.
한장 한장 넘기던 그녀의 얼굴이 젖기 시작한다.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
아마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때로 되돌릴수만 있다면 그녀는 그 시간으로 되돌아 가고 싶어 할 것이다.
그 하얗고 가느다란 손은 그 사진을 넘기지 못하고 꼭 잡은채 떨고 있다.
울며 오열하는 그녀를 내 품에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시작된 정사.
현실부정이었을까?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반항?
어젯밤 그녀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사랑해준 타국인에 대한 대가를 지불 한 것일수도 있다.
아니면 마지막 여행에서 뜨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맞다! 그녀는 알몸으로 잠들었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이불을 들추면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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