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장 2페이지
"오빠, 그렇게 해 줄거야?"
남자는 처음 겪어 보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했다.
선뜻 이런 말을 주고 받을 만큼 친분이 있던 것도 아닌 터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 보았다.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었지만 안경 너머 그녀의 눈에는 꼭 그렇게 해 달라는 갈망이 가득하였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차의 시동을 걸었다.
라이트가 켜지자 마지막 짝짓기를 찾아 헤매는 하루살이 몇 마리가 후두둑~ 날아 올랐다.
시동을 걸고 앞을 보던 남자가 그녀를 돌아 보며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는 짐짓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이구~장난꾸러기~
그래, 안될 것도 없지, 뭐.
딱히 뭐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밥 먹고 커피 마시자는 건데, 뭐"
흔쾌히 수락을 한 이유는 이 부탁을 거절했을 때 그녀가 보일 곤혹스럽고 민망한 표정을 남자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후 그녀를 다시 보기가 어려울 것이 두려웠다.
"그래,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뭐"
대답을 들은 그녀의 입술 사이로 가지런하고 하얀 이가 드러나 보였다.
맛있는 사탕을 손에 쥐게 된 어린 아이 같은 미소였다.
"오빠, 고맙다."
당돌하고 갑작스러운 부탁을 수락해 준 남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듯 갑자기 그녀가 양팔을 들어 남자의 목덜미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아니, 이럴 것까지는 없는데."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엉거주춤하게 상체를 차 문쪽으로 빼내려 하였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던 그녀가 마치 남자 성우 같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오빠는 내 신랑이야."
"벌써?"
"그래, 와이프가 신랑 목 좀 감싸 안는데 뭐가 어때서?"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동안 반대편에 주차해 있던 차의 라이트가 훅~하고 켜졌다.
목을 감싸고 있던 그녀가 엉거주춤 팔을 풀며 말했다.
"정말, 분위기 깬다, 그치? 오빠"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지 그녀는 몇번이고 키득거렸다.
차의 오디오에서는 얼마전부터 유행하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Love of concerto"
가벼운 드럼 터치와 어쿠스틱 기타가 어우러진 연주에 에코를 약간 넣어 시원하게 들리는 음악이어서 남자도 좋아했다.
로멘틱한 가사와 텁텁하면서도 애잔한 여자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을날 숲길을 걷는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 연상되는 예쁜 곡이었다.
식당까지 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오빠, 나 이 노래 너무 좋아."
잠시 노래 따라 부르기를 멈춘 그녀가 남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적이 노래였기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모른체 그녀에게 물었다.
"왜?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오빠 같은 신랑 팔짱 꼬옥 끼고 남이섬길 걷는 그런 상상을 하게 돼."
앞을 주시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갈망과 갈증이 보였다.
마주 오는 차의 전조등에 비친 그녀의 표정을 본 남자의 마음이 아련해졌다.
식당 마당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그런 그녀를 또 달래야 하는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생각보다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아까 광장에서보다 목에 스쳐 닿는 바람이 더 차가왔다.
"아이, 춥다."
차에서 내려 몇 발짝 걷던 그녀가 과도해 보이는 몸짓으로 몸을 한번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힐끗 남자를 한번 올려다 보며 눈치를 보는 듯 하더니 이내 팔짱을 끼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덕지덕지 화장을 한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몇 분이세요?"하고 물었다.
남자가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두 손가락을 펴 보였다.
남자의 눈에 제법 넓은 식당과 일렬로 배치된 좌식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 여기 정식이 맛있어."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래, 정식으로 하자."
십여분후 차려진 밥과 반찬은 썩 정갈하지는 않았지만 가격 대비 맛이 좋았다.
남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낮에 수다 떨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밥을 먹다 문득 신랑역할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생각난 남자가 상추에 불고기를 얹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동그래진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렇게 쌈 싸주면 불륜이야.
우리는 부부잖아."
말을 마친 그녀가 눈을 마주보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래도 기왕에 정성껏 쌌으니까 먹여줘"
그녀가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남자가 넣어주는 쌈을 맛있게 먹던 여자의 눈동자가 다시 흔들렸다.
아주 오랫동안 느끼지 못해 낯설기조차 했을 그녀의 갈증이 느껴졌다.
"오빠가 진짜 신랑이면 좋겠다."
어렵게 꿀꺽 음식을 넘긴 그녀가 낮게 혼잣말처럼 읖조렸다.
식사를 마치고 입구에 비치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그녀에게 건냈다.
그녀에게 오늘 저녁식사가 따뜻했기를 남자는 바라고 있었다.
와이프를 사랑하는 남자가 멋있어 보인다는 그녀의 말이 와닿을 듯 말듯 어려웠지만 어쩐지 애잔하고 애틋한 마음이 스물스물 피어 나는 것이 남자에게는 꽤 낯선 감정이었다.
커피를 반쯤 마신 그녀가 웃음 띤 얼굴로 남자에게 말했다.
"오빠, 오늘 나랑 밥 먹어 줘서 고마와."
"뭐, 그냥 밥 한끼 사준 것 뿐인데..."
말을 하던 남자의 입술에 내 말 부터 들으라는 듯 그녀가 손가락을 갖다 얹었다.
"그냥 밥 산 것이 아니잖아. 내 신랑이었잖아."
그녀는 진심으로 고마와 하는 것 같았다.
식당에서 밥 먹는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시간이 꽤나 흘러 커피를 마시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밤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신랑이라지만 아이들도 기다리는데 이제 그만 들여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 남자가 말했다.
"와, 커피 마시기에는 너무 늦어져 버렸다. 이제 오늘은 들어가 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 버린거야?
그러면 내 신랑하는 시간도 끝난거야?"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정 부리듯 말했다.
"다음에 또 해줄께."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말이지? 약속한거다?"
"그래"
깡총깡총 뛰 듯 차로 간 그녀가 조수석에 앉았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 듯 보였다.
차에 오른 그녀는 "음...." 하며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남자를 올려다 보며 망설였다.
"뭔데? 말해 봐."
남자가 시동을 걸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직까지는 내 신랑인데.."
"그런데?"
남자가 너무 소리가 커진 오디오 볼륨을 내리며 물었다.
"오늘 짧았지만 신랑하느라 수고해 준 우리 신랑 잠깐이라도 좋게 해줄까?"
남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
어둠속에서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승낙한 걸로 알고, 내가 알려주는 길로 가."
남자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손을 앞으로 쭈욱 뻗은 그녀가 길을 가리켰다.
그 길은 멀지 않은 곳에 짧은 임도길이 있는 숲으로 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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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그렇게 해 줄거야?"
남자는 처음 겪어 보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했다.
선뜻 이런 말을 주고 받을 만큼 친분이 있던 것도 아닌 터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 보았다.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었지만 안경 너머 그녀의 눈에는 꼭 그렇게 해 달라는 갈망이 가득하였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차의 시동을 걸었다.
라이트가 켜지자 마지막 짝짓기를 찾아 헤매는 하루살이 몇 마리가 후두둑~ 날아 올랐다.
시동을 걸고 앞을 보던 남자가 그녀를 돌아 보며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는 짐짓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이구~장난꾸러기~
그래, 안될 것도 없지, 뭐.
딱히 뭐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밥 먹고 커피 마시자는 건데, 뭐"
흔쾌히 수락을 한 이유는 이 부탁을 거절했을 때 그녀가 보일 곤혹스럽고 민망한 표정을 남자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후 그녀를 다시 보기가 어려울 것이 두려웠다.
"그래,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뭐"
대답을 들은 그녀의 입술 사이로 가지런하고 하얀 이가 드러나 보였다.
맛있는 사탕을 손에 쥐게 된 어린 아이 같은 미소였다.
"오빠, 고맙다."
당돌하고 갑작스러운 부탁을 수락해 준 남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듯 갑자기 그녀가 양팔을 들어 남자의 목덜미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아니, 이럴 것까지는 없는데."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엉거주춤하게 상체를 차 문쪽으로 빼내려 하였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던 그녀가 마치 남자 성우 같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오빠는 내 신랑이야."
"벌써?"
"그래, 와이프가 신랑 목 좀 감싸 안는데 뭐가 어때서?"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동안 반대편에 주차해 있던 차의 라이트가 훅~하고 켜졌다.
목을 감싸고 있던 그녀가 엉거주춤 팔을 풀며 말했다.
"정말, 분위기 깬다, 그치? 오빠"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지 그녀는 몇번이고 키득거렸다.
차의 오디오에서는 얼마전부터 유행하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Love of concerto"
가벼운 드럼 터치와 어쿠스틱 기타가 어우러진 연주에 에코를 약간 넣어 시원하게 들리는 음악이어서 남자도 좋아했다.
로멘틱한 가사와 텁텁하면서도 애잔한 여자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을날 숲길을 걷는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 연상되는 예쁜 곡이었다.
식당까지 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오빠, 나 이 노래 너무 좋아."
잠시 노래 따라 부르기를 멈춘 그녀가 남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적이 노래였기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모른체 그녀에게 물었다.
"왜?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오빠 같은 신랑 팔짱 꼬옥 끼고 남이섬길 걷는 그런 상상을 하게 돼."
앞을 주시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갈망과 갈증이 보였다.
마주 오는 차의 전조등에 비친 그녀의 표정을 본 남자의 마음이 아련해졌다.
식당 마당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그런 그녀를 또 달래야 하는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생각보다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아까 광장에서보다 목에 스쳐 닿는 바람이 더 차가왔다.
"아이, 춥다."
차에서 내려 몇 발짝 걷던 그녀가 과도해 보이는 몸짓으로 몸을 한번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힐끗 남자를 한번 올려다 보며 눈치를 보는 듯 하더니 이내 팔짱을 끼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덕지덕지 화장을 한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몇 분이세요?"하고 물었다.
남자가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두 손가락을 펴 보였다.
남자의 눈에 제법 넓은 식당과 일렬로 배치된 좌식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 여기 정식이 맛있어."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래, 정식으로 하자."
십여분후 차려진 밥과 반찬은 썩 정갈하지는 않았지만 가격 대비 맛이 좋았다.
남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낮에 수다 떨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밥을 먹다 문득 신랑역할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생각난 남자가 상추에 불고기를 얹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동그래진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렇게 쌈 싸주면 불륜이야.
우리는 부부잖아."
말을 마친 그녀가 눈을 마주보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래도 기왕에 정성껏 쌌으니까 먹여줘"
그녀가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남자가 넣어주는 쌈을 맛있게 먹던 여자의 눈동자가 다시 흔들렸다.
아주 오랫동안 느끼지 못해 낯설기조차 했을 그녀의 갈증이 느껴졌다.
"오빠가 진짜 신랑이면 좋겠다."
어렵게 꿀꺽 음식을 넘긴 그녀가 낮게 혼잣말처럼 읖조렸다.
식사를 마치고 입구에 비치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그녀에게 건냈다.
그녀에게 오늘 저녁식사가 따뜻했기를 남자는 바라고 있었다.
와이프를 사랑하는 남자가 멋있어 보인다는 그녀의 말이 와닿을 듯 말듯 어려웠지만 어쩐지 애잔하고 애틋한 마음이 스물스물 피어 나는 것이 남자에게는 꽤 낯선 감정이었다.
커피를 반쯤 마신 그녀가 웃음 띤 얼굴로 남자에게 말했다.
"오빠, 오늘 나랑 밥 먹어 줘서 고마와."
"뭐, 그냥 밥 한끼 사준 것 뿐인데..."
말을 하던 남자의 입술에 내 말 부터 들으라는 듯 그녀가 손가락을 갖다 얹었다.
"그냥 밥 산 것이 아니잖아. 내 신랑이었잖아."
그녀는 진심으로 고마와 하는 것 같았다.
식당에서 밥 먹는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시간이 꽤나 흘러 커피를 마시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밤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신랑이라지만 아이들도 기다리는데 이제 그만 들여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 남자가 말했다.
"와, 커피 마시기에는 너무 늦어져 버렸다. 이제 오늘은 들어가 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 버린거야?
그러면 내 신랑하는 시간도 끝난거야?"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정 부리듯 말했다.
"다음에 또 해줄께."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말이지? 약속한거다?"
"그래"
깡총깡총 뛰 듯 차로 간 그녀가 조수석에 앉았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 듯 보였다.
차에 오른 그녀는 "음...." 하며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남자를 올려다 보며 망설였다.
"뭔데? 말해 봐."
남자가 시동을 걸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직까지는 내 신랑인데.."
"그런데?"
남자가 너무 소리가 커진 오디오 볼륨을 내리며 물었다.
"오늘 짧았지만 신랑하느라 수고해 준 우리 신랑 잠깐이라도 좋게 해줄까?"
남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
어둠속에서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승낙한 걸로 알고, 내가 알려주는 길로 가."
남자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손을 앞으로 쭈욱 뻗은 그녀가 길을 가리켰다.
그 길은 멀지 않은 곳에 짧은 임도길이 있는 숲으로 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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