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하고싶은 말이 있으니 오늘 저녁 10시에 선생님집에서 뵈요.』
은혜는 준수가 웬일로 자신에게 문자를 보냈나 싶어 기대감에 가득했지만, 그 내용을 보고는 그 기대감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르지만, 그 문자를 자신을 포함한 수정, 세진에게까지 보낸 것으로 봐서, 그리고 문자를 보낸 사람중에 영희가 없다는 것으로 봐서 그가 할 이야기는 대충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잡혔다. 하지만 은혜는 애써 그 감을 무시하려 애쓰고 있었다.
사실 은혜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였다. 언제까지 이런 식의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는, 그리고 아마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관계가 지속된다고 해도 딱히 싫은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라도 준수와 만날 수 있고, 준수에게 사랑을 속삭일 수 있고, 준수와 관계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떤 형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좋다고 할지라도, 이런 식의 관계가 자신을 100%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또한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은혜야, 혹시 너한테도 문자 온거 맞지?』
『네 언니...』
문자를 확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정에게도 문자가 왔다. 답장 후에 수정과 몇 차례에 걸쳐서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그리 큰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쩌면 수정 또한 이런 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던것 같았다. 아마, 수정의 심정이 자신과 같다면, 그리고 그 심정은 아마 세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 그녀들은 이미 이런 날이 언젠간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들 나름대로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과 별개로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머리로는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리고 머리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녀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가슴아픈 일이였다...
시간이 되서 은혜는 집에서 나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수정을 만나 함께 세진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들은 세진이 준수를 데리고 같이 퇴근할 것이라 생각해서 집에 세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들의 예상과는 달리 세진은 먼저 집에 와있었던듯, 그녀의 집의 창문에서는 형광등 불빛이 내비치고 있었다.
"왔어...?"
하지만 세진의 집에는 아직까지는 세진 혼자였다. 세진 또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준수의 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까지 도저히 학교에 있을 상태가 아니였던 것이다.
"준수는 언제...?"
"주인님은 아마... 곧 오실거야... 들어와 있어..."
평소에 그렇게 서로 으르렁대던 세진과 수정도 오늘만큼은 서로를 견제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차분히 앉아서 준수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그리고 마침내 준수가 들어왔다.
"... 할 얘기가 있어요..."
"자... 잠깐만요 주인님... 급히 사야 할 것이 생각나서... 마트좀 다녀올게요..."
"... 알겠어요... 그럼 선생님 오시면 얘기 시작할게요..."
"나... 나도 선생님 따라갈래...!"
"... 난 화장실이 좀 급해서... 준수야, 너 화장실 무턱대고 들어오면 안된다?"
"......."
세 여자는 준수가 말을 꺼내려고 하자 부산스럽게들 그 자리를 피했다. 물론 변명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변명이라는 것을 준수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녀들의 변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녀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끔 시간을 주는 것이 그녀들을 위한 유일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트에서 돌아온 세진은 웬일로 간식거리와 함께 술 몇 병을 사왔다. 준수는 웬 술이냐, 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세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헤헤 웃으며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를 넣었다. 그에 맞춰서 한참을 화장실에 들어가있었던 수정 또한 나와서 준수의 앞에 앉았다. 평소에는 몸을 섞으며 육체적인 친분을 과시하던 그들이였지만, 오늘만큼은 서로 말없이 침묵을 지키며 어색한 공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긴 침묵을 깨고, 준수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것 같아요. 은혜도 그렇고... 수정누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정말 세 사람한테는 너무나도 고마운데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아마 제가 누려왔던 삶은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못누려봤을거에요. 그리고 아마 다른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는다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는 말을 하겠죠. 그만큼 제가 누려왔던 이 삶은 저한테는 너무나도 과분했던 거일지도 몰라요. 전 딱히 한게 없는데 저절로 굴러들어온 행복인것 같기도 하고..."
"......."
"사실 그래서 세 사람한테 은혜를 갚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던것 같아요. 지금도 어떻게 하는게 세 사람이 행복해지는건지도 확실히 모르겠고... 다만... 이제서야 확실히 깨달은게 하나 있어요. 아니,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에요.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때 확실히 했어야 했던건데, 그땐 아마 저도 욕심이 있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확신도 없었고..."
"......."
"이제는 확실히 알아요. 내 마음이 어떤건지...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만...."
"죄송한데 끝까지 말할게요. 저... 예전엔 두려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날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난 그 사람을 평생동안 사랑할 수 있는데, 난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는데... 그 사람이 날 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때문에 제 진심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건지도 몰라요. 사실은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버리든 말든 그게 중요한건 아닌데..."
"제발 그만..."
"저... 이모를 사랑해요. 아니, 이모로써의 영희가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써의 영희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관계가 없다는걸 알았어요. 설령 그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영희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그만해... 제발..."
평소에는 당차던 수정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세진과 은혜는 억지로 표정을 감추고 있었지만, 의외로 수정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같은 표정으로 준수에게 그만하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준수는 그런 수정의 반응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정도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였다면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세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건 없어요. 다만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영희라는 거 하나뿐... 이런 말을 제가 하는것도 웃기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다만 선택은 각자한테 맡길게요. 만약 원한다면... 진짜 원한다면 그냥 지금처럼 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할게요. 하지만... 전 그게 수정누나나 은혜, 선생님을 위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를 위한 일이라면 아예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지 나쁜놈아!! 흑흑..."
"... 너... 너가 울면... 어떻게해... 나는... 흑흑..."
"울지마요 선생님.... 흑흑..."
"흑흑... 술이 필요할거 같네... 사오길 잘했다.. 흑흑... 한잔 해..."
수정이 울음을 터트린 것을 시작으로 세진과 은혜는 일제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예상했던 반응이였지만, 실제로 그녀들의 눈물을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는 각오로 그녀들을 부른 것이였고, 이곳에 온 것이였다. 준수는 그녀들이 소주를 목에 털어 넘기는 것을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처음에 뭔가 말을 하려고 했던 그녀들이였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준수의 비장한 표정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만약 말을 꺼낸다면... 그녀들이 애써 감정을 조절하고 있던 것이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저는 그럼 이만 자리를 비울게요... 마음의 정리 되시면 저한테 연락해주세요. 그럼 이만..."
준수가 문을 열고 나가자 남겨진 세 여자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술때문인지 눈물때문인지 눈가가 퉁퉁 부은 그녀들은 술에 취한건지, 눈물을 하도 흘려서 지친건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그녀들이였지만, 오늘만큼은 친자매들인양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물론... 그녀들의 잠든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처량해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오늘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평소와 같이 영희는 준수가 오는 것을 한참을 기다렸다는듯, 준수가 안에 들어오자 그를 껴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웬일인지 준수는 그런 영희의 입술을 뿌리쳤다. 영희는 자신이 또 뭔가를 잘못했나, 하는 생각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영희의 얼굴을 보자 준수는 괜히 영희를 걱정시키는것 같아 미안했다.
"이모, 이모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오늘은 좀 마음이 무거워서 그래요... 이해해주실 수 있죠?"
"... 응... 정말 내가 걱정하고 그런거 아니지?"
"네... 씻고 이모방으로 갈게요. 이모... 오늘은 제가 이모한테 안겨서 자고 싶은데... 그래도 되죠...?"
"그럼... 당연하지... 그냥 안기만 하는거지...?"
"네... 오늘은 이모 품이 아니면... 못잘거같아요..."
준수의 뜻밖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던 영희지만, 준수의 무거운 표정을 보고는 그가 뭔가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짐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준수를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준수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대충 씻고 영희와 함께 누운 준수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평소라면 그런 행위만으로도 제어하지 못할 성욕이 끓어올랐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저, 그녀의 포근함으로, 그녀의 향기로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기분이였다. 이 느낌을 영원히 느끼고 싶어서 오늘의 결단을 내렸던 것이기도 했다.
"이모... 나 나쁜놈같아요... 그쵸?"
"음... 그렇네... 내 마음을 훔쳐갔으니 나쁜 도둑놈 맞네. 훗..."
"그렇게 따지면 이모가 나쁜... 아 아니에요."
"풋...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네... 좀...."
"... 무슨 일인지 말 못해주는거지...?"
"네... 지금은... 언젠가는 말씀 드릴게요... 근데 지금은... 안될거같아요... 근데 정말로 이모가 걱정할만한건 아니니까..."
"알았어. 그럼 난 준수가 나한테 얘기해줄때까지 기다릴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영희는 준수가 뭔가 마음의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이렇게 준수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표정과 말투, 체온, 숨소리 만으로도 그런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의 짐이 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설령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녀의 남자인 준수를 믿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율학습이 끝나자마자 준수는 집이 아닌 세진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들이 그 때의 대답을 하겠다고 한 날이였다. 일찌감치 준수는 영희에게 오늘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을 해놓은 상태였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야기도 길어질뿐더러, 그가 한 다짐이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말하진 않았다.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준수는 긴장상태였다. 그녀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였다. 솔직한 마음으로 차라라 그녀들이 따귀를 때리는 것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장 걱정을 하는 대답은 그녀들이 계속해서 이런 관계를 유지하겠다, 라는 식의 대답이였다. 물론 어떻게 생각하면 매력적인 네 명의 여성들과 한 지붕에서 매일같이 쾌락적인 밤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혹자들은 왜 그런 파라다이스같은 삶을 내팽겨치는 것이냐, 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영희, 한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자신이 없는데, 네 명의 여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걱정을 하는 사이 벌써 준수는 세진의 집에 도착해있었다. 역시나 벌써부터 세진과 수정, 은혜는 도착해서 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들은 꽤나 밝아보였다.
"늦어서 죄송해요."
"아니야. 우리도 방금 왔어."
살짝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는 이 침묵을 깨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봤다. 어색한 웃음이라도 지어야할까? 하지만 그 웃음은 자칫 잘못하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녀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었다.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할까? 아니, 그렇게 심각해지면 가뜩이나 무거운 분위기가 더 무거워질지도 몰랐다. 그 침묵을 깬건 의외로 은혜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 응...? 뭐가...?"
"너가 선택할 사람은 아줌마라는건 우리도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어. 설마 우리가 그걸 눈치채지 못한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잖아?"
"... 응.... 그렇지 뭐..."
"근데 저번주에 갑자기 우리 앞에서 그런 얘기를 꺼낸건 뭔가 생각이 있어서일거 아니야. 안그래?"
".... 실은... 나... 이모... 아니, 영희한테 청혼할 생각이야?"
"뭐어~?"
준수의 말에 세 여자는 매우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렸다. 준수는 자신이 영희에게 청혼을 하겠다는 것을 말하고나니 갑자기 쑥스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그가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수정이 깔깔대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세 여성의 표정도 꽤 밝아졌다.
"호호호... 그거였어? 청혼? 푸훗..."
"누나!! 놀리지 마요! 그게 그렇게 웃겨요?"
"당연히 웃기지. 아직 고등학생인 애가 청혼을 하겠다고? 그것도 나이도 거의 엄마뻘인 사람한테? 풋... 누가 들어도 웃을걸?"
".... 역시... 그렇게밖에 안보이겠죠... 그래도 전..."
"... 그래도... 언니는 정말 기뻐할거야... 정말 잘榮?두 사람..."
수정의 얼굴은 영희가 부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득했다. 물론 순간적으로 그녀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거 같았지만 준수는 그것을 신경써주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수정의 뒤를 이어 세진이 물어보기 시작했다.
"주인님... 그럼 고백... 아니... 결혼하는건 언제로...?"
"일단은 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로 생각하고 있어요... 식을 올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잘瑛만?좋겠네요..."
"준수야. 청혼은 청혼인데... 수혁이나 너희 어머님테는 어떻게 말할거야?"
"... 그게 걱정되긴 해... 그래도 빨리 이모한테 내 여자라는걸 심어놓지 않으면... 안좋을거같아서..."
은혜는 자신이 괜히 수혁의 이야기를 꺼낸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준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준수의 어두운 표정도 잠시, 그의 표정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있었다.
"그래서... 세 분... 대답은 어떻게...?"
"우리 대답은 정해지긴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대답하든지간에 준수가 할 일이 변하는건 아니잖아? 그치?"
"... 그렇지 뭐..."
"그럼 우리들 대답같은것보다 청혼을 어떻게 할지좀 알려주라~~ 응?"
"... 생각해보긴 했는데 아직 못정했..."
"뭐어? 여자한테 프로포즈가 얼마나 중요한건데, 아직도 그걸 못정했다고!?"
세 여성은 준수의 대답을 듣고는 그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해도 차라리 그녀들이 준수를 구박하는게 나을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이유로해도 구박을 당하니 준수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의 표정은 이미 진지해진채 준수가 생각하고 있는 프로포즈의 플랜 하나하나를 꼬투리잡았다.
"그 방법은 너무 식상해. 별로 감동스럽지도 않고 번거롭기만 하고..."
"주인님... 그건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다가, 돈은 둘째쳐도 영희언니가 그걸 좋아할것같진 않아요..."
"뭐야 그게. 내가 들어도 그건 너무 무성의해보이잖아. 아무리 진심이 중요하다지만 청혼은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순간이라고!"
"윽..."
물론 준수는 그가 생각했던 것들이 그리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의 감성이란 것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민감하고 예민한 것이였다.
"어렵네요..."
"그치? 어렵지? 우리가 좀 도와줄까?"
"정말요?"
"후훗...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그녀들이 하려는 말이 뭔지 준수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쨋든 지금은 그녀들과 관계를 가지게 되더라도 딱히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집에 들어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영희에게 말을 했던 것도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있기 때문이였고...
"헉헉... 정말... 그렇게 하면 좋아할까요?"
"하윽... 하윽... 그... 그렇대도... 하윽... 더 깊이... 깊이 쑤셔줘... 하으으윽..."
"수정언니! 그거 내 아이디언데 왜 언니 아이디어인것처럼 해서 준수의 자지를 독차지해요!"
"메~롱~ 먼저 말하고 올라탄 사람이 임자다 뭐! 하윽..."
"은혜야, 불평하지 말고 선생님 빨통좀 어떻게 해줘... 아흑... 주인님... 혀가 너무 뜨거워요... 아흑..."
".... 으으... 누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그렇게 먼저..."
어느덧 네 사람은 침대에 알몸인채로 엉켜있었다. 누워있는 준수의 몸에 먼저 올라탄 것은 수정이였다. 그녀는 재빨리 준수의 자지에 올라타서 그녀의 보지에 그의 큰 물건을 쑤셔넣었다. 수정보다 약간 늦었던 세진은 아쉬운대로 그의 얼굴에 그녀의 보지를 들이밀었다. 은혜만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였다. 수정과 세진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그녀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할 순 없었다. 아마 그녀들이 떨어져나가려면 적어도 준수가 한두번정도는 사정을 마친 후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쉬운대로 세진의 큰 유방을 움켜쥐었다.
"아흑... 은혜야... 갑자기 그렇게 세게..."
"후훗... 선생님... 이렇게 젖꼭지를 꼬집듯이 잡아주는걸 좋아하시잖아요. 안그래요?"
"하... 하지만... 하악... 주인님도 갑자기 혀를 그렇게... 아흑... 아흑..."
"선생님의 지금 음란한 표정을 준수가 볼 수 있어야하는데... 아쉽네요. 아, 하긴 지금 선생님의 아랫쪽 입 상태가 더 장관이려나?"
"하윽.. 하윽... 으... 은혜야... 너 요즘 그런 말 늘었다...?"
"후후... 그래요 언니?"
은헤는 한 손으로는 세진의 유방을 주물럭거리면서 몸을 돌려 수정에게 키스를 했다. 가뜩이나 준수의 물건을 보지로 받아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주체하기 힘들었기때문에, 수정에게는 은혜의 키스를 뿌리칠 정신이 없었다. 은혜는 자신의 혀로 수정의 혀를 옭아메면서 그녀의 뜨거운 타액을 탐했다. 그와 동시에 남은 한 손으로 수정의 젖꼭지를 강하게 꼬집었다. 수정은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혀를 은혜에게 제압당해있는 상태라 비명도 마음껏 지를 수 없었다. 게다가 준수의 허리놀림이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쾌감과 고통을 구분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물론 자신보다 연하의 여자아이인 은혜에게 혀와 젖꼭지가 마음가는대로 범해진다는 생각이 치욕적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의 생각과 달리 그녀의 몸은 더 큰 자극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은혜는 그런 그녀의 몸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듯, 키스를 멈추고 그녀의 앙증맞은 젖꼭지를 깨물어주고 있었다.
"하으으윽... 하윽... 아... 나 몰라... 하윽..."
수정은 절정을 맞이한듯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절정에 맞춰 사정을 하려고 했던 준수 또한 참고 있던 사정감을 해방한채 그녀의 질에 그의 정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정은 그녀의 몸 깊숙한 곳을 두들기는 뜨거운 액체가 모두 쏟아지고 나서야 준수의 몸에서 떨어져나갔고,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가 느낀 절정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좋았나보네. 은혜야, 다음은 네가 먼저해. 난 이 암여우년 맛좀 봐야겠어."
"고마워요 선생님. 후훗..."
뻗어버린 수정의 몸을 세진이 마음껏 유린하는 사이 은혜는 준수에게로 나가가서는 힘없이 축 쳐진 준수의 자지를 핥기 시작했다.
"으.... 은혜야... 잠깐만..."
"이정도로 힘들어해서는 나중에 결혼하고나서 부인한테 미움받는다? 게다가 아줌마도 한두번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거같던데 훗..."
"윽... 그.... 그래도..."
"하음... 맛있어... 그래도 이거 또 다시 커졌네?"
준수는 은혜에게 자신의 체력을 시험당한 기분이 들어 살짝 빈정상한 느낌이였다. 그것을 복수하기 위해 준수는 몸을 일으켜 은혜를 쓰러뜨리고는 그의 물건을 그녀의 보지두덩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준수의 흉기가 은혜의 꽃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기세였다. 그때, 은혜의 한마디가 준수의 그런 행동을 멈추게 했다.
"자... 잠깐만... 안되... 나 오늘은 위험한 날이야..."
"... 그래...? 그렇구나..."
준수는 멋쩍은듯 은혜의 보지에서 그의 물건을 치우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심 은혜에 대한 원망도 했다. 위험하다면 애시당초에 자신을 자극하지 않으면 되는일 아닌가. 하지만 은혜는 준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 그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보인 것이였다.
"... 그러니까 오늘은 뒤에다가... 해줘..."
준수는 그녀의 국화꽃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그는 은혜의 항문을 여러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이제와서 또 한다고 해도 새로울 것이 없을런지도 모르는 일이였지만, 아무리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해도 그 물건의 절대적인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은혜의 항문 또한 그랬다.
"여기 찢어져도 모른다...?"
"... 살살... 해줘... 하앙... 그렇게 빨면... 이상해... 하앙.."
"빨지 말까...?"
"아... 아니... 하아앙..."
준수의 물건이 아닌, 준수의 혀가 그녀의 항문을 핥을때마다 은혜는 몸에 전기가 흐르는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준수의 혀가 그녀의 항문을 아주 살짝 파고들었음에도 은혜는 비명섞인 신음을 흘리며 절정을 맞이한듯 엄청난 애액을 분출했다. 이미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스스로 서있을 수 없는 상태였고, 그렇기에 준수는 그녀의 상반신만을 침대에 걸치고, 하반신은 침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 후 자지를 천천히 그녀의 항문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하아악.... 하악..."
"은혜야, 아파?"
"아.. 아니... 하악... 하악... 더 깊이... 하악..."
이미 익숙한 그녀의 항문이였기에 준수는 1/5정도 자지가 삽입된 상태에서 곧바로 힘을 줘서 순식간에 자지를 그녀의 항문에 밀어넣었다. 그녀의 항문은 그의 자지를 찢어버리기라도 할듯한 기세였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수축력에 더 큰 흥분을 느끼며, 준수는 허리만을 이용해서 그의 물건을 움직여댔다. 그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은혜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후후... 은혜야... 아까 네 멋대로 내 젖꼭지를 깨물었지?"
"하윽... 어... 언니... 하지만 언니도 좋아했으면서..."
"음... 뭐... 솔직히 좋았다고 해줄게.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은혜를 기본좋게 해줄 차례야. 그치?"
"하윽... 서... 선생님... 언니좀 말려줘요..."
"후후... 은혜야. 그나저나 네 보지가 좀 허전해보인다. 안그래 암여우?"
수정과 세진은 음흉한 표정으로 은혜를 덮쳤다. 안그래도 항문으로 격한 흥분을 느끼고 있는데, 수정과 세진에게 번갈아가며 클리토리스를 공략당하느라 은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겨우 준수의 정액을 받아내었을때쯤엔 이미 은혜는 초죽음상태였다...
"이 원고에서는 딱히 오타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 부분은 조금 번역이 어색한거같아요. 그러니까 여기는 이렇게 고치는게..."
"어머, 내 정신좀봐. 최대한 번역체를 피한다고 했는데 직역해놓은걸 다시 고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은 빼먹었나보네. 고마워 준수군. 다른데는 괜찮니?"
"일단 제 눈에는 여기 말고는 괜찮았어요. 그럼 다음 원고 시작할게요."
"너무 급한거 아니니까 쉬엄쉬엄하렴."
"아... 그래도 될까요?"
"그래. 잠시 커피나 한잔 할까?"
준수는 세진의 소개로 어느 번역가의 일일보조알바를 하고 있었다. 그가 알바를 하게 된 경위는 그녀들의 조언 때문이였다. 어떤 이벤트를 하든간에 결국 그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다행인 것은 그는 고등학생치고는 경제적으로 꽤나 넉넉한 편이였다는 것이였다. 우선 그는 친모와 함께 살고 있진 않지만, 그의 새아빠와 그의 친모에게서 고등학생에게는 과분한 생활비가 입금되고 있었다. 게다가 영희도 따로 그에게 용돈을 챙겨주고 있었다. 그의 부모에게서 받는 돈을 나중을 위한 저축으로 사용하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그의 경제적인 편안함은 정작 프로포즈에서는 방해요소였다. 그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돈으로 이벤트를 해봤자 거기에는 의미가 없었다. 물론 이벤트에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돈이 의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돈보다는 노력과 정성이 중요해서인데,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거기에 쓰인 돈이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돈이라면, 그의 노력과 정성이 퇴색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그에게 알바를 제안했다. 물론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알바 자체가 꽤나 제한적이였다. 게다가 준수는 알바를 오래 할 생각도 없었기에, 고용주 입장에서 준수같은 아이를 알바로 쓴다는 것을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세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번역가를 소개시켜준 것이였다. 장기적으로 알바가 필요한 것도 아니였고, 마감시즌인 요즘에 이틀정도만 자신이 번역을 한 원고들을 검토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였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였다. 그저 문맥적으로 이상한 부분만 찾아주면, 번역가가 검토해보고 그 부분만 수정하면 되는 것이였다.
번역가는 꽤나 잘생긴 청년인 준수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다행히 그녀는 레즈취향이였기에 준수를 노리진 않았다. 게다가 준수를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세진의 신신당부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준수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준수야,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 이걸 하게 榮摸庸? 어디에 필요한거니?"
"... 음... 말씀드리기 좀 그래요."
"아아... 혹시 게임기 사려구? 아아... 미안미안. 꼬치꼬치 캐물어서. 그래도 궁금해서말이지..."
"... 그나저나 제가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괜히 과분한 돈을 받는건 아닌지..."
"아니야아니야. 정말 도움 많이되. 나 혼자 저거 찾으려면 못찾거든. 원래 자기가 한 일에서 실수를 찾는게 힘든 일이잖아. 내가 찾으면 어느 부분을 실수했는지 찾기 진짜 힘들어. 그래서 저런걸 객관적으로 봐줄 알바가 필요하지. 근데 이게 단기알바 특성상 열심히 하는 애들도 찾기 힘들어. 남자애들은 기분나쁜 시선으로 쳐다보고... 여자애들은 뭐..."
"... 저도 남자앤데... 죄송합니다..."
"풋... 준수처럼 힐끗힐끗 쳐다보는건 괜찮아."
"윽..."
준수는 얼굴을 붉혔다. 물론 그도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건장한 남자가 그녀처럼 과감한 옷을 입고 있는데 시선 한번 주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였다. 준수는 솔직히 저렇게 브라도 하지 않고 흰 면티를 입어놓고서는 남자들이 음흉한 시선을 던진다고 말하는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녀의 생각을 눈치챈듯했다.
"나도 평소에는 이렇게 옷을 입는건 아니거든~? 오늘만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입은거야. 착각하지 말어!"
".... 네네...."
"그래도 준수는 꽤 내성이 강하네. 역시... 세진이의 남자가 그런거지?"
"... 그걸 어떻게..."
"척하면 척이지. 내 입으로 이런말 하는건 부끄럽지만... 사실 나도 예전에 한번 세진이랑 한번 불장난좀 했었거든. 사실 내가 여자취향이라서... 정말 최고였지 세진이의 몸매..."
"...... 저 일할게요..."
"풋... 그런 반응이 귀엽다니까."
준수는 자신을 놀리는듯한 번역가를 뒤로하고 다시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지루한 일일수도 있지만, 그에게 지금 이 일을 그렇게까지 지루한 것만은 아니였다. 우선 영희에게 청혼을 하기 위한 일환이였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었고, 그 또한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문장들에 대해 번역가와 토론할 수 있다는 기회 자체가 즐거운 일이였다. 물론, 그녀의 복장이 조금만 더 정상적이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더 노골적으로 유혹해오지 않는 거에 감사함을 느껴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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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후반부의 시작입니다
사실 이번편은 별 내용 없고 다음편을 위한 초석...
생각해보면 고등학생이 청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웃긴것같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세상에 너무 때묻어서 그런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결혼하는거에 나이나 여건같은 것을 따지는것 자체가 속물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제가 속물이 되버린것만 같아서...
다시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 안될거야........ ㅠㅠㅠ
『하고싶은 말이 있으니 오늘 저녁 10시에 선생님집에서 뵈요.』
은혜는 준수가 웬일로 자신에게 문자를 보냈나 싶어 기대감에 가득했지만, 그 내용을 보고는 그 기대감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르지만, 그 문자를 자신을 포함한 수정, 세진에게까지 보낸 것으로 봐서, 그리고 문자를 보낸 사람중에 영희가 없다는 것으로 봐서 그가 할 이야기는 대충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잡혔다. 하지만 은혜는 애써 그 감을 무시하려 애쓰고 있었다.
사실 은혜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였다. 언제까지 이런 식의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는, 그리고 아마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관계가 지속된다고 해도 딱히 싫은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라도 준수와 만날 수 있고, 준수에게 사랑을 속삭일 수 있고, 준수와 관계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떤 형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좋다고 할지라도, 이런 식의 관계가 자신을 100%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또한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은혜야, 혹시 너한테도 문자 온거 맞지?』
『네 언니...』
문자를 확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정에게도 문자가 왔다. 답장 후에 수정과 몇 차례에 걸쳐서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그리 큰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쩌면 수정 또한 이런 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던것 같았다. 아마, 수정의 심정이 자신과 같다면, 그리고 그 심정은 아마 세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 그녀들은 이미 이런 날이 언젠간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들 나름대로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과 별개로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머리로는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리고 머리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녀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가슴아픈 일이였다...
시간이 되서 은혜는 집에서 나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수정을 만나 함께 세진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들은 세진이 준수를 데리고 같이 퇴근할 것이라 생각해서 집에 세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들의 예상과는 달리 세진은 먼저 집에 와있었던듯, 그녀의 집의 창문에서는 형광등 불빛이 내비치고 있었다.
"왔어...?"
하지만 세진의 집에는 아직까지는 세진 혼자였다. 세진 또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준수의 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까지 도저히 학교에 있을 상태가 아니였던 것이다.
"준수는 언제...?"
"주인님은 아마... 곧 오실거야... 들어와 있어..."
평소에 그렇게 서로 으르렁대던 세진과 수정도 오늘만큼은 서로를 견제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차분히 앉아서 준수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그리고 마침내 준수가 들어왔다.
"... 할 얘기가 있어요..."
"자... 잠깐만요 주인님... 급히 사야 할 것이 생각나서... 마트좀 다녀올게요..."
"... 알겠어요... 그럼 선생님 오시면 얘기 시작할게요..."
"나... 나도 선생님 따라갈래...!"
"... 난 화장실이 좀 급해서... 준수야, 너 화장실 무턱대고 들어오면 안된다?"
"......."
세 여자는 준수가 말을 꺼내려고 하자 부산스럽게들 그 자리를 피했다. 물론 변명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변명이라는 것을 준수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녀들의 변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녀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끔 시간을 주는 것이 그녀들을 위한 유일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트에서 돌아온 세진은 웬일로 간식거리와 함께 술 몇 병을 사왔다. 준수는 웬 술이냐, 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세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헤헤 웃으며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를 넣었다. 그에 맞춰서 한참을 화장실에 들어가있었던 수정 또한 나와서 준수의 앞에 앉았다. 평소에는 몸을 섞으며 육체적인 친분을 과시하던 그들이였지만, 오늘만큼은 서로 말없이 침묵을 지키며 어색한 공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긴 침묵을 깨고, 준수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것 같아요. 은혜도 그렇고... 수정누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정말 세 사람한테는 너무나도 고마운데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아마 제가 누려왔던 삶은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못누려봤을거에요. 그리고 아마 다른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는다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는 말을 하겠죠. 그만큼 제가 누려왔던 이 삶은 저한테는 너무나도 과분했던 거일지도 몰라요. 전 딱히 한게 없는데 저절로 굴러들어온 행복인것 같기도 하고..."
"......."
"사실 그래서 세 사람한테 은혜를 갚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던것 같아요. 지금도 어떻게 하는게 세 사람이 행복해지는건지도 확실히 모르겠고... 다만... 이제서야 확실히 깨달은게 하나 있어요. 아니,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에요.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때 확실히 했어야 했던건데, 그땐 아마 저도 욕심이 있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확신도 없었고..."
"......."
"이제는 확실히 알아요. 내 마음이 어떤건지...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만...."
"죄송한데 끝까지 말할게요. 저... 예전엔 두려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날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난 그 사람을 평생동안 사랑할 수 있는데, 난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는데... 그 사람이 날 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때문에 제 진심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건지도 몰라요. 사실은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버리든 말든 그게 중요한건 아닌데..."
"제발 그만..."
"저... 이모를 사랑해요. 아니, 이모로써의 영희가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써의 영희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관계가 없다는걸 알았어요. 설령 그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영희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그만해... 제발..."
평소에는 당차던 수정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세진과 은혜는 억지로 표정을 감추고 있었지만, 의외로 수정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같은 표정으로 준수에게 그만하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준수는 그런 수정의 반응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정도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였다면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세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건 없어요. 다만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영희라는 거 하나뿐... 이런 말을 제가 하는것도 웃기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다만 선택은 각자한테 맡길게요. 만약 원한다면... 진짜 원한다면 그냥 지금처럼 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할게요. 하지만... 전 그게 수정누나나 은혜, 선생님을 위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를 위한 일이라면 아예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지 나쁜놈아!! 흑흑..."
"... 너... 너가 울면... 어떻게해... 나는... 흑흑..."
"울지마요 선생님.... 흑흑..."
"흑흑... 술이 필요할거 같네... 사오길 잘했다.. 흑흑... 한잔 해..."
수정이 울음을 터트린 것을 시작으로 세진과 은혜는 일제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예상했던 반응이였지만, 실제로 그녀들의 눈물을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는 각오로 그녀들을 부른 것이였고, 이곳에 온 것이였다. 준수는 그녀들이 소주를 목에 털어 넘기는 것을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처음에 뭔가 말을 하려고 했던 그녀들이였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준수의 비장한 표정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만약 말을 꺼낸다면... 그녀들이 애써 감정을 조절하고 있던 것이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저는 그럼 이만 자리를 비울게요... 마음의 정리 되시면 저한테 연락해주세요. 그럼 이만..."
준수가 문을 열고 나가자 남겨진 세 여자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술때문인지 눈물때문인지 눈가가 퉁퉁 부은 그녀들은 술에 취한건지, 눈물을 하도 흘려서 지친건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그녀들이였지만, 오늘만큼은 친자매들인양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물론... 그녀들의 잠든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처량해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오늘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평소와 같이 영희는 준수가 오는 것을 한참을 기다렸다는듯, 준수가 안에 들어오자 그를 껴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웬일인지 준수는 그런 영희의 입술을 뿌리쳤다. 영희는 자신이 또 뭔가를 잘못했나, 하는 생각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영희의 얼굴을 보자 준수는 괜히 영희를 걱정시키는것 같아 미안했다.
"이모, 이모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오늘은 좀 마음이 무거워서 그래요... 이해해주실 수 있죠?"
"... 응... 정말 내가 걱정하고 그런거 아니지?"
"네... 씻고 이모방으로 갈게요. 이모... 오늘은 제가 이모한테 안겨서 자고 싶은데... 그래도 되죠...?"
"그럼... 당연하지... 그냥 안기만 하는거지...?"
"네... 오늘은 이모 품이 아니면... 못잘거같아요..."
준수의 뜻밖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던 영희지만, 준수의 무거운 표정을 보고는 그가 뭔가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짐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준수를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준수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대충 씻고 영희와 함께 누운 준수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평소라면 그런 행위만으로도 제어하지 못할 성욕이 끓어올랐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저, 그녀의 포근함으로, 그녀의 향기로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기분이였다. 이 느낌을 영원히 느끼고 싶어서 오늘의 결단을 내렸던 것이기도 했다.
"이모... 나 나쁜놈같아요... 그쵸?"
"음... 그렇네... 내 마음을 훔쳐갔으니 나쁜 도둑놈 맞네. 훗..."
"그렇게 따지면 이모가 나쁜... 아 아니에요."
"풋...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네... 좀...."
"... 무슨 일인지 말 못해주는거지...?"
"네... 지금은... 언젠가는 말씀 드릴게요... 근데 지금은... 안될거같아요... 근데 정말로 이모가 걱정할만한건 아니니까..."
"알았어. 그럼 난 준수가 나한테 얘기해줄때까지 기다릴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영희는 준수가 뭔가 마음의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이렇게 준수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표정과 말투, 체온, 숨소리 만으로도 그런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의 짐이 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설령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녀의 남자인 준수를 믿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율학습이 끝나자마자 준수는 집이 아닌 세진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들이 그 때의 대답을 하겠다고 한 날이였다. 일찌감치 준수는 영희에게 오늘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을 해놓은 상태였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야기도 길어질뿐더러, 그가 한 다짐이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말하진 않았다.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준수는 긴장상태였다. 그녀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였다. 솔직한 마음으로 차라라 그녀들이 따귀를 때리는 것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장 걱정을 하는 대답은 그녀들이 계속해서 이런 관계를 유지하겠다, 라는 식의 대답이였다. 물론 어떻게 생각하면 매력적인 네 명의 여성들과 한 지붕에서 매일같이 쾌락적인 밤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혹자들은 왜 그런 파라다이스같은 삶을 내팽겨치는 것이냐, 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영희, 한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자신이 없는데, 네 명의 여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걱정을 하는 사이 벌써 준수는 세진의 집에 도착해있었다. 역시나 벌써부터 세진과 수정, 은혜는 도착해서 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들은 꽤나 밝아보였다.
"늦어서 죄송해요."
"아니야. 우리도 방금 왔어."
살짝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는 이 침묵을 깨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봤다. 어색한 웃음이라도 지어야할까? 하지만 그 웃음은 자칫 잘못하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녀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었다.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할까? 아니, 그렇게 심각해지면 가뜩이나 무거운 분위기가 더 무거워질지도 몰랐다. 그 침묵을 깬건 의외로 은혜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 응...? 뭐가...?"
"너가 선택할 사람은 아줌마라는건 우리도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어. 설마 우리가 그걸 눈치채지 못한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잖아?"
"... 응.... 그렇지 뭐..."
"근데 저번주에 갑자기 우리 앞에서 그런 얘기를 꺼낸건 뭔가 생각이 있어서일거 아니야. 안그래?"
".... 실은... 나... 이모... 아니, 영희한테 청혼할 생각이야?"
"뭐어~?"
준수의 말에 세 여자는 매우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렸다. 준수는 자신이 영희에게 청혼을 하겠다는 것을 말하고나니 갑자기 쑥스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그가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수정이 깔깔대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세 여성의 표정도 꽤 밝아졌다.
"호호호... 그거였어? 청혼? 푸훗..."
"누나!! 놀리지 마요! 그게 그렇게 웃겨요?"
"당연히 웃기지. 아직 고등학생인 애가 청혼을 하겠다고? 그것도 나이도 거의 엄마뻘인 사람한테? 풋... 누가 들어도 웃을걸?"
".... 역시... 그렇게밖에 안보이겠죠... 그래도 전..."
"... 그래도... 언니는 정말 기뻐할거야... 정말 잘榮?두 사람..."
수정의 얼굴은 영희가 부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득했다. 물론 순간적으로 그녀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거 같았지만 준수는 그것을 신경써주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수정의 뒤를 이어 세진이 물어보기 시작했다.
"주인님... 그럼 고백... 아니... 결혼하는건 언제로...?"
"일단은 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로 생각하고 있어요... 식을 올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잘瑛만?좋겠네요..."
"준수야. 청혼은 청혼인데... 수혁이나 너희 어머님테는 어떻게 말할거야?"
"... 그게 걱정되긴 해... 그래도 빨리 이모한테 내 여자라는걸 심어놓지 않으면... 안좋을거같아서..."
은혜는 자신이 괜히 수혁의 이야기를 꺼낸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준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준수의 어두운 표정도 잠시, 그의 표정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있었다.
"그래서... 세 분... 대답은 어떻게...?"
"우리 대답은 정해지긴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대답하든지간에 준수가 할 일이 변하는건 아니잖아? 그치?"
"... 그렇지 뭐..."
"그럼 우리들 대답같은것보다 청혼을 어떻게 할지좀 알려주라~~ 응?"
"... 생각해보긴 했는데 아직 못정했..."
"뭐어? 여자한테 프로포즈가 얼마나 중요한건데, 아직도 그걸 못정했다고!?"
세 여성은 준수의 대답을 듣고는 그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해도 차라리 그녀들이 준수를 구박하는게 나을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이유로해도 구박을 당하니 준수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의 표정은 이미 진지해진채 준수가 생각하고 있는 프로포즈의 플랜 하나하나를 꼬투리잡았다.
"그 방법은 너무 식상해. 별로 감동스럽지도 않고 번거롭기만 하고..."
"주인님... 그건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다가, 돈은 둘째쳐도 영희언니가 그걸 좋아할것같진 않아요..."
"뭐야 그게. 내가 들어도 그건 너무 무성의해보이잖아. 아무리 진심이 중요하다지만 청혼은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순간이라고!"
"윽..."
물론 준수는 그가 생각했던 것들이 그리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의 감성이란 것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민감하고 예민한 것이였다.
"어렵네요..."
"그치? 어렵지? 우리가 좀 도와줄까?"
"정말요?"
"후훗...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그녀들이 하려는 말이 뭔지 준수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쨋든 지금은 그녀들과 관계를 가지게 되더라도 딱히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집에 들어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영희에게 말을 했던 것도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있기 때문이였고...
"헉헉... 정말... 그렇게 하면 좋아할까요?"
"하윽... 하윽... 그... 그렇대도... 하윽... 더 깊이... 깊이 쑤셔줘... 하으으윽..."
"수정언니! 그거 내 아이디언데 왜 언니 아이디어인것처럼 해서 준수의 자지를 독차지해요!"
"메~롱~ 먼저 말하고 올라탄 사람이 임자다 뭐! 하윽..."
"은혜야, 불평하지 말고 선생님 빨통좀 어떻게 해줘... 아흑... 주인님... 혀가 너무 뜨거워요... 아흑..."
".... 으으... 누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그렇게 먼저..."
어느덧 네 사람은 침대에 알몸인채로 엉켜있었다. 누워있는 준수의 몸에 먼저 올라탄 것은 수정이였다. 그녀는 재빨리 준수의 자지에 올라타서 그녀의 보지에 그의 큰 물건을 쑤셔넣었다. 수정보다 약간 늦었던 세진은 아쉬운대로 그의 얼굴에 그녀의 보지를 들이밀었다. 은혜만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였다. 수정과 세진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그녀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할 순 없었다. 아마 그녀들이 떨어져나가려면 적어도 준수가 한두번정도는 사정을 마친 후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쉬운대로 세진의 큰 유방을 움켜쥐었다.
"아흑... 은혜야... 갑자기 그렇게 세게..."
"후훗... 선생님... 이렇게 젖꼭지를 꼬집듯이 잡아주는걸 좋아하시잖아요. 안그래요?"
"하... 하지만... 하악... 주인님도 갑자기 혀를 그렇게... 아흑... 아흑..."
"선생님의 지금 음란한 표정을 준수가 볼 수 있어야하는데... 아쉽네요. 아, 하긴 지금 선생님의 아랫쪽 입 상태가 더 장관이려나?"
"하윽.. 하윽... 으... 은혜야... 너 요즘 그런 말 늘었다...?"
"후후... 그래요 언니?"
은헤는 한 손으로는 세진의 유방을 주물럭거리면서 몸을 돌려 수정에게 키스를 했다. 가뜩이나 준수의 물건을 보지로 받아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주체하기 힘들었기때문에, 수정에게는 은혜의 키스를 뿌리칠 정신이 없었다. 은혜는 자신의 혀로 수정의 혀를 옭아메면서 그녀의 뜨거운 타액을 탐했다. 그와 동시에 남은 한 손으로 수정의 젖꼭지를 강하게 꼬집었다. 수정은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혀를 은혜에게 제압당해있는 상태라 비명도 마음껏 지를 수 없었다. 게다가 준수의 허리놀림이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쾌감과 고통을 구분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물론 자신보다 연하의 여자아이인 은혜에게 혀와 젖꼭지가 마음가는대로 범해진다는 생각이 치욕적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의 생각과 달리 그녀의 몸은 더 큰 자극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은혜는 그런 그녀의 몸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듯, 키스를 멈추고 그녀의 앙증맞은 젖꼭지를 깨물어주고 있었다.
"하으으윽... 하윽... 아... 나 몰라... 하윽..."
수정은 절정을 맞이한듯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절정에 맞춰 사정을 하려고 했던 준수 또한 참고 있던 사정감을 해방한채 그녀의 질에 그의 정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정은 그녀의 몸 깊숙한 곳을 두들기는 뜨거운 액체가 모두 쏟아지고 나서야 준수의 몸에서 떨어져나갔고,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가 느낀 절정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좋았나보네. 은혜야, 다음은 네가 먼저해. 난 이 암여우년 맛좀 봐야겠어."
"고마워요 선생님. 후훗..."
뻗어버린 수정의 몸을 세진이 마음껏 유린하는 사이 은혜는 준수에게로 나가가서는 힘없이 축 쳐진 준수의 자지를 핥기 시작했다.
"으.... 은혜야... 잠깐만..."
"이정도로 힘들어해서는 나중에 결혼하고나서 부인한테 미움받는다? 게다가 아줌마도 한두번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거같던데 훗..."
"윽... 그.... 그래도..."
"하음... 맛있어... 그래도 이거 또 다시 커졌네?"
준수는 은혜에게 자신의 체력을 시험당한 기분이 들어 살짝 빈정상한 느낌이였다. 그것을 복수하기 위해 준수는 몸을 일으켜 은혜를 쓰러뜨리고는 그의 물건을 그녀의 보지두덩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준수의 흉기가 은혜의 꽃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기세였다. 그때, 은혜의 한마디가 준수의 그런 행동을 멈추게 했다.
"자... 잠깐만... 안되... 나 오늘은 위험한 날이야..."
"... 그래...? 그렇구나..."
준수는 멋쩍은듯 은혜의 보지에서 그의 물건을 치우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심 은혜에 대한 원망도 했다. 위험하다면 애시당초에 자신을 자극하지 않으면 되는일 아닌가. 하지만 은혜는 준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 그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보인 것이였다.
"... 그러니까 오늘은 뒤에다가... 해줘..."
준수는 그녀의 국화꽃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그는 은혜의 항문을 여러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이제와서 또 한다고 해도 새로울 것이 없을런지도 모르는 일이였지만, 아무리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해도 그 물건의 절대적인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은혜의 항문 또한 그랬다.
"여기 찢어져도 모른다...?"
"... 살살... 해줘... 하앙... 그렇게 빨면... 이상해... 하앙.."
"빨지 말까...?"
"아... 아니... 하아앙..."
준수의 물건이 아닌, 준수의 혀가 그녀의 항문을 핥을때마다 은혜는 몸에 전기가 흐르는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준수의 혀가 그녀의 항문을 아주 살짝 파고들었음에도 은혜는 비명섞인 신음을 흘리며 절정을 맞이한듯 엄청난 애액을 분출했다. 이미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스스로 서있을 수 없는 상태였고, 그렇기에 준수는 그녀의 상반신만을 침대에 걸치고, 하반신은 침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 후 자지를 천천히 그녀의 항문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하아악.... 하악..."
"은혜야, 아파?"
"아.. 아니... 하악... 하악... 더 깊이... 하악..."
이미 익숙한 그녀의 항문이였기에 준수는 1/5정도 자지가 삽입된 상태에서 곧바로 힘을 줘서 순식간에 자지를 그녀의 항문에 밀어넣었다. 그녀의 항문은 그의 자지를 찢어버리기라도 할듯한 기세였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수축력에 더 큰 흥분을 느끼며, 준수는 허리만을 이용해서 그의 물건을 움직여댔다. 그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은혜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후후... 은혜야... 아까 네 멋대로 내 젖꼭지를 깨물었지?"
"하윽... 어... 언니... 하지만 언니도 좋아했으면서..."
"음... 뭐... 솔직히 좋았다고 해줄게.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은혜를 기본좋게 해줄 차례야. 그치?"
"하윽... 서... 선생님... 언니좀 말려줘요..."
"후후... 은혜야. 그나저나 네 보지가 좀 허전해보인다. 안그래 암여우?"
수정과 세진은 음흉한 표정으로 은혜를 덮쳤다. 안그래도 항문으로 격한 흥분을 느끼고 있는데, 수정과 세진에게 번갈아가며 클리토리스를 공략당하느라 은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겨우 준수의 정액을 받아내었을때쯤엔 이미 은혜는 초죽음상태였다...
"이 원고에서는 딱히 오타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 부분은 조금 번역이 어색한거같아요. 그러니까 여기는 이렇게 고치는게..."
"어머, 내 정신좀봐. 최대한 번역체를 피한다고 했는데 직역해놓은걸 다시 고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은 빼먹었나보네. 고마워 준수군. 다른데는 괜찮니?"
"일단 제 눈에는 여기 말고는 괜찮았어요. 그럼 다음 원고 시작할게요."
"너무 급한거 아니니까 쉬엄쉬엄하렴."
"아... 그래도 될까요?"
"그래. 잠시 커피나 한잔 할까?"
준수는 세진의 소개로 어느 번역가의 일일보조알바를 하고 있었다. 그가 알바를 하게 된 경위는 그녀들의 조언 때문이였다. 어떤 이벤트를 하든간에 결국 그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다행인 것은 그는 고등학생치고는 경제적으로 꽤나 넉넉한 편이였다는 것이였다. 우선 그는 친모와 함께 살고 있진 않지만, 그의 새아빠와 그의 친모에게서 고등학생에게는 과분한 생활비가 입금되고 있었다. 게다가 영희도 따로 그에게 용돈을 챙겨주고 있었다. 그의 부모에게서 받는 돈을 나중을 위한 저축으로 사용하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그의 경제적인 편안함은 정작 프로포즈에서는 방해요소였다. 그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돈으로 이벤트를 해봤자 거기에는 의미가 없었다. 물론 이벤트에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돈이 의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돈보다는 노력과 정성이 중요해서인데,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거기에 쓰인 돈이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돈이라면, 그의 노력과 정성이 퇴색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그에게 알바를 제안했다. 물론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알바 자체가 꽤나 제한적이였다. 게다가 준수는 알바를 오래 할 생각도 없었기에, 고용주 입장에서 준수같은 아이를 알바로 쓴다는 것을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세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번역가를 소개시켜준 것이였다. 장기적으로 알바가 필요한 것도 아니였고, 마감시즌인 요즘에 이틀정도만 자신이 번역을 한 원고들을 검토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였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였다. 그저 문맥적으로 이상한 부분만 찾아주면, 번역가가 검토해보고 그 부분만 수정하면 되는 것이였다.
번역가는 꽤나 잘생긴 청년인 준수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다행히 그녀는 레즈취향이였기에 준수를 노리진 않았다. 게다가 준수를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세진의 신신당부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준수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준수야,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 이걸 하게 榮摸庸? 어디에 필요한거니?"
"... 음... 말씀드리기 좀 그래요."
"아아... 혹시 게임기 사려구? 아아... 미안미안. 꼬치꼬치 캐물어서. 그래도 궁금해서말이지..."
"... 그나저나 제가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괜히 과분한 돈을 받는건 아닌지..."
"아니야아니야. 정말 도움 많이되. 나 혼자 저거 찾으려면 못찾거든. 원래 자기가 한 일에서 실수를 찾는게 힘든 일이잖아. 내가 찾으면 어느 부분을 실수했는지 찾기 진짜 힘들어. 그래서 저런걸 객관적으로 봐줄 알바가 필요하지. 근데 이게 단기알바 특성상 열심히 하는 애들도 찾기 힘들어. 남자애들은 기분나쁜 시선으로 쳐다보고... 여자애들은 뭐..."
"... 저도 남자앤데... 죄송합니다..."
"풋... 준수처럼 힐끗힐끗 쳐다보는건 괜찮아."
"윽..."
준수는 얼굴을 붉혔다. 물론 그도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건장한 남자가 그녀처럼 과감한 옷을 입고 있는데 시선 한번 주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였다. 준수는 솔직히 저렇게 브라도 하지 않고 흰 면티를 입어놓고서는 남자들이 음흉한 시선을 던진다고 말하는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녀의 생각을 눈치챈듯했다.
"나도 평소에는 이렇게 옷을 입는건 아니거든~? 오늘만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입은거야. 착각하지 말어!"
".... 네네...."
"그래도 준수는 꽤 내성이 강하네. 역시... 세진이의 남자가 그런거지?"
"... 그걸 어떻게..."
"척하면 척이지. 내 입으로 이런말 하는건 부끄럽지만... 사실 나도 예전에 한번 세진이랑 한번 불장난좀 했었거든. 사실 내가 여자취향이라서... 정말 최고였지 세진이의 몸매..."
"...... 저 일할게요..."
"풋... 그런 반응이 귀엽다니까."
준수는 자신을 놀리는듯한 번역가를 뒤로하고 다시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지루한 일일수도 있지만, 그에게 지금 이 일을 그렇게까지 지루한 것만은 아니였다. 우선 영희에게 청혼을 하기 위한 일환이였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었고, 그 또한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문장들에 대해 번역가와 토론할 수 있다는 기회 자체가 즐거운 일이였다. 물론, 그녀의 복장이 조금만 더 정상적이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더 노골적으로 유혹해오지 않는 거에 감사함을 느껴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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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후반부의 시작입니다
사실 이번편은 별 내용 없고 다음편을 위한 초석...
생각해보면 고등학생이 청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웃긴것같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세상에 너무 때묻어서 그런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결혼하는거에 나이나 여건같은 것을 따지는것 자체가 속물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제가 속물이 되버린것만 같아서...
다시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 안될거야........ ㅠㅠ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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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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