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확신이 들고 마음을 편하게 마음먹자 생각보다 행동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까지 마음 한 구석에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지영이 내 마음에 새롭게 심어주고 간 불씨가..마침내 정희씨를 만나면서 활활 불꽃이 되어 일어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고..난 마침내 행동을 시작했다.
부담스럽지 않지만 특별하다 느낄 수 있게..
이 마음을 모토로 삼아 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전화가 되었든 카톡이 되었든 꼭 연락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정희씨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 비가 오면 이상하게 정희씨를 만났던 그 날이 생각나서 일이 있더라도 시간을 비우고 정희씨를 찾아가곤 했다.
당연히 오늘도..
“오셨어요?”
“네..하하..지나가다 비가 오길래..”
“저도 비가 와서 왠지 오실 거 같아서..”
정희씨는 비가 와서 급하게 화분을 내놓았는지 얼굴에 빗방울이 묻은 체로 환하게 웃어보였다.
예쁘다.. 너무나..
난 본능적으로 정희씨에게 다가가 내 입술을 정희씨의 입술에 맞췄다.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느껴지는 그 입술에..
정희씨는 살짝 내 입맞춤에 당황하는 듯 했지만 날 밀어내지 않았고, 난 그런 정희씨를 꼭 끌어안았다.
“너무..예뻐요..정희씨..”
“부끄러워요...”
“뭐가요..이렇게 예쁜데...”
사랑스러움..정말 그 한 단어 이외엔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정희씨는 내 눈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내 안의 망설임이 없어지면서 난 너무나 빠르게 정희씨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나 너무 정희씨가 좋아지면 어쩌죠...그러면 안 되는데..”
“또 그 소리...대체 뭘 그렇게 무서워해요..왜 나에게 빠져들면 안 되는 거에요...?”
정희씨는 호기심 가득하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유..내가 유부남이란 사실 그 말이 입 밖으로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내 앞에 이 여자가 정희씨가 아닌 지영이었다면 스스럼없이 그런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내가 알고 있는 정희씨란 사람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충격을 얻고 상처를 받을 사람이었다.
“아직은...아직은 말할 수 없어요..”
“언제..언제 말해줄 거에요...?”
“모르겠어요..나도 잘...”
“네에...근데 오늘은 요즘 너무 자주 가게 땡땡이 쳐서 일찍 못 닫을 거 같은데 어떡하죠...?”
정희씨의 표정엔 미안함이 잔뜩 묻어났다. 전혀 감정을 숨길 줄 모르고 본인의 감정을 충실해서 표현하는 타입..
불현 듯 내가 이리 순수하고 착한 사람에게 이렇게 다가가도 되는지 두려움이 든다. 내가 정말 옳은 판단을 하고 있는 건지..나 하나 욕심을 채우자고 정희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괜찮아요. 정희씨 얼굴 이렇게 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미안해요..정말...”
“아니에요. 그런 표정 하지 마요. 뭐가 미안해..”
난 미안해하는 표정의 정희씨를 품에 한 번 꼭 안아주고는 정희씨의 입에 살며시 입맞춤을 하고는 뒤돌아 나왔다.
“갈게요. 들어가..비 맞아요”
“네에..운전 조심해서 가요..”
“네 들어가요..”
정희씨는 비 맞는다는 나의 말에도 내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가게 밖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런 정희씨를 한참을 같이 손을 흔들며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타자마자 울리는 핸드폰 메시지..
잠시를 못 참고 그새 정희씨가 메시지를 보냈나 싶었는데 그 메시지는 지영에게 온 것이었다.
-잘 지내죠?
짧은 한 통의 메시지.. 하지만 그 메시지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 했고, 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내 메시지를 기다린 것처럼 바로 전화를..”
“뜬금없이 그런 메시지를 보내놓고 내가 안 궁금하기를 바란 거야?”
“어..별 뜻 없이 보낸 건데..”
“정말 별 뜻 없이 보낸 거라고...?”
“왜요..그게 궁금해...? 나 오랜만에 서울 왔는데 잠깐 얼굴이나 볼래요..?”
“오랜만...? 알았어..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영은 나에게 다시 삶의 생동감을 불어넣어준 사람이었고,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몹시도 궁금했으니까..우리의 마지막은 너무나 이상하게 끝이 나버렸기에..
지영과 통화를 끊자마자 난 곧바로 지영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지영은 아직 이른 초저녁에 비까지 와서 한 테이블도 채워지지 않은 포장마차에서 혼자서 벌써 소주 2병을 비우고 있었다.
“뭔 술을 혼자서 이리 마셔..”
“어? 빨리 왔네요..오늘 야근 아니신가봐..”
“어..뭐...야근이면 못 왔지..아니니까 바로 온다고 한 거지..”
“그렇구나..우리 과장님 요즘은 일이 좀 편하신가 보네...그렇게 서 있지 말고 여기 좀 앉아요”
“그래..”
지영은 내가 앉고 나서도 한참동안 혼자서 술잔을 기울였고, 내가 술잔을 같이 받아주자 그제야 빙긋 웃으면서 다시 자신의 잔에 한 가득 소주를 따라 마셨다.
“그만 마셔..죽겠다..”
“안 죽어요. 벌써 까먹으셨나..나 주량 쎄요..”
“여자가 주량 쎈 게 자랑이다..”
“그 놈의 여자..여자..여자 타령 좀 그만할 수 없어요? 여자가 술 잘 마시는 게 죄인가? 여자가 여러 남자랑 하는 게 죄인가? 남자는 술 잘 마시면 좋은 거고 여자 많이 먹고 다니면 좋은 건데 왜 그렇게 여자는 하지 말라는 게 많은 건데...”
“지영아.....”
지영은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었다.
“나도..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구요..빌어먹을 친아빠라는 놈이 내가 중학생일 때 날 겁탈하고 깜빵에 가지만 않았어도..아니..깜빵에 갔다 와서 다시 정신 못 차리고 날 또다시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나도 이렇게 살지 않았어...그때부턴 막 살았어요..아니 원래가 발정난 년이었을수도...중학생 때 빵에 들어갔던 아빠가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날 겁탈할 때는 좋더라구요..이제...내가 미친년이지...친아빠한테 겁탈 당하는데 그게 왜 그리 좋은지...미친 년처럼 아빠 밑에 깔려서 소리를 질렀어요..좋다고..아빠는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나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줬어요...생전 처음으로 보이는 환한 웃음.....”
“지영아..힘들게 그런 이야기 안 해도 돼..”
“아니 할래..하고 싶어요. 누구한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이야기....”
난 더 이상 지영의 이야기를 막을 수 없었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라는 뜻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웃음을 보면서..아..남자들은 여자가 이렇게 벌려주면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교수며..동기들, 후배, 선배를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벌려주고 다녔던 거 같아요..그리고 내가 졸업하던 해.. 아빠는 천벌을 받은 건지 뭐인지 모르겠지만..급작스럽게 폐암 말기를 선고받고 고작 3개월도 되지 않아서 돌아가셨어요...”
“........”
“그런 동정의 눈빛 하지 않아도 되요..슬픔? 그런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그렇게 아빠를 한 줌의 재로 보내고...사회로 나와서 전 더욱더 남자와의 섹스에 몰두했어요..망할 아빠이긴 했지만..어릴 때 엄마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고 하나뿐이던 가족이어서 그런 것이지..혼자 있는 게 너무나 외롭고 힘들더라구요..그래서 더욱 더 남자의 품에 집착했어요...사장이든...과장이든 회사의 누구든.. 그리고 그때 만난 김과장님...모르겠어요. 당신이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는...분명 다른 남자처럼 나와 섹스를 하기 위해 만나는 것 같은데 당신에게서 따뜻한 느낌을 가졌고 특별하게 생각되어졌어요. 하지만 이미 제가 먼저 처음부터 유부남과 처녀의 관계로 선을 긋고 시작해서 다가갔기에..섹스 그 이상 다가갈 수 없었어요..”
“지영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정말 지영의 말대로 난 지영의 프리한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고, 정말 오랜만에 원 없이 젊은 여자와 섹스 할 수 있어서 지영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정말 섹스가 좋았던 것이지..지영을 여자로서 좋아한 적은 없었기에 지영의 이런 말들이 나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와 꽂혔다.
지영은 언제나 나에게 밝은 모습만을 보여줬기에..그리고 유혹적인 눈빛만을 보냈기에..
그녀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줄은 정말 조금의 상상도 못했었기에..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나도 알아요. 과장님이 날 어떤 마음으로 만났는지..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슬퍼하지도 마요. 그저 내 마음을 지금이라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서 이야기한 거니까..”
“하아...그래...그런 말 하지 않을게...”
난 더 이상 지영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지영의 두 손을 내 손으로 꼭 잡아 주었다.
“과장님...”
“어...?”
“사랑하는 사람 생기셨네요..”
“어...? 그게 무슨...”
“숨기지 말아요..보여요..무척이나 행복해 보이시네요..저하고 있을 때도 섹스가 끝나면 뭔가 허탈하고..힘들어 보였는데..지금 과장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요..”
“하아...그게 티가 나...?”
“네...저한테는요..”
“어쩌지...”
“조심하세요. 과장님 가정을 깨고 싶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아내가 어떤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예민한 여자라면 금방 알 수 있을지도...”
“......”
지영은 그 말과 함께 다시 소주 한 잔을 들이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가요. 술 맛 안 나네...혹시나 과장님한테 다시 들이대 볼까 했는데..재미도 없고..”
“뭐야...진심이야...?”
“아직도 절 잘 모르시네요..농담이에요...”
지영은 그 말과 함께 혀를 내밀며 메롱을 하고는 나에게 팔짱을 하며 매달려 왔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지영의 가슴 감촉..
“마지막이라고 하면..나와 잠시만 있어줄 수 있어요....?”
환하게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지영의 얼굴은 어딘가 슬퍼 보였다. 빗물인 듯 눈물인 듯 모를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거부할 수 없었다. 지영이 나에게 주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내가 어찌 지금 지영을 밀어낼 수 있을까..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영과 함께 근처의 모텔로 향했다.
지영은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한참을 남자와 섹스를 하지 않은 사람처럼 거칠게 내 옷을 하나씩 벗겨 나갔다.
“왜 이렇게 급해...흐으윽...!”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팬티까지 벗겨지고 지영은 내 자지를 붙잡아 단 번에 입 안에 집어넣고선 쪽쪽 소리가 나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난 조금의 예열도 없이 덮치는 지영을 향해 그저 거친 신음소리를 내뱉을 뿐이었고, 지영은 정신없이 자지를 입으로 빨면서 부드러운 손길로 내 불알을 간지럽혔다.
“하..하아..조금만 살살..너무 급해...”
하지만 지영은 그런 내 부탁을 전혀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결국 난 처음 그 날처럼 지영의 입 안에 잔뜩 내 정액을 뿜어내고 말았다.
“하아..하아..무슨...잠시 생각할 여유도 없이...”
“생각할 시간이 뭐가 필요해요..섹스 하는데..그나저나 여전히 오랄엔 취약하시네요..”
지영은 나를 향해 빙긋 웃어보이고는 거침없이 자신의 옷을 모조리 벗고서는 내 위에 올라타 내 입술을 향해 거칠게 입맞춤을 해왔다.
나는 그런 지영의 입술을 거부하지 않고 입을 벌리고 지영의 혀를 받아들였고, 지영과 나의 혀는 내 입 안에서 정신없이 뒤엉켰다.
그리곤 나의 젖꼭지를 살살 간질이는 지영의 손길.. 지영은 누구보다 내 성감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 젖꼭지는 아주 민감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흥분을 하곤 했는데 지영의 손길이 간질이자 머리가 쭈뼛 서면서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조..조금만 살살...”
하지만 오늘따라 지영은 내 부탁을 조금도 들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영은 나를 향해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는 내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고는 내 젖꼭지를 거침없이 빨아대기 시작했다.
“야...하아....”
지영의 혀가 내 젖꼭지를 간질일 때마다 나는 몸을 움찔움찔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고, 지영은 그럴 때마다 내 자지를 손으로 꼭 붙들었다.
“무슨 남자가 이렇게 흥분을 잘 한 대.. 아내분은 왜 모르실까..과장님이 이렇게 뜨거운 남자라는 걸...”
“알아..아마도...그저 섹스에 관심이 없을 뿐이겠지..나도 그렇고...”
“안타깝네요...”
지영은 나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짓고는 잔뜩 발기한 내 자지를 잡아 그대로 자신의 보지 속으로 집어넣고는 내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아..하아..너무 좋아..이 느낌...”
“허으윽...나도..나도 좋아..”
마지막으로 지영과 나눴던 섹스 이후에 한 번도 섹스를 한 적이 없었고, 오랜만에 느끼는 여자와의 섹스는 내 몸을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난 지영을 붙잡아 침대에 눕히고는 지영의 다리를 양 옆으로 활짝 벌리고는 잔뜩 애액이 흘러 나와 있는 지영의 보지 속으로 한 번에 내 자지를 집어넣었다.
“아흐으윽.....!!”
진한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뒤로 젖히는 지영..난 그런 야릇한 지영의 모습을 보며 거침없니 내 자지를 지영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아..아흐으윽...하아...!!”
내 자지가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터트리며 몸을 들썩이는 지영..
그런 지영의 몸짓에 따라 커다란 지영의 가슴을 출렁거리고 있었고, 난 너무나 야릇한 지영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또 한 번 사정을 할 것만 같았다.
지영은 그런 내 느낌을 알았는지 내 자지를 잡아 빼고선 뒤로 하는 자세로 바꿔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항아리 모양의 예쁜 지영의 엉덩이를 손으로 꼭 붙잡고 다시 내 자지를 깊숙이 밀어 넣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하아..좋아요..하아...”
“나도..나도 좋아..”
“오늘은 그냥 안에 해요..괜찮으니...아흐으윽...!!”
지영의 그 말에 나는 지영과 나눴던 그 날처럼 거침없이 지영의 보지 속으로 내 자지를 한참을 밀어 넣다 절정의 순간 지영의 보지 가장 깊숙한 곳에 사정을 하고는 그대로 힘없이 지영의 품으로 쓰러졌다.
지영은 그런 나를 꼭 안아주며 한참을 내 등을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너무 좋네요..”
“너도 그 후...한 번도 안 한거야...?”
나는 놀란 눈으로 지영을 바라보았고, 지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할 기회도 없었고..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해서..안 한 건지 못 한 건지..어쨌든 그게 마지막이었어요..그 날의 과장님과의..”
그 순간 핸드폰 진동과 함께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봐요..아내인 거 같은데..”
난 지영의 말에 괜시리 지영의 말에 미안함을 느끼며 지영의 품에서 내려와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메시지는 지영이 예상한 아내가 아닌 정희씨에게 온 것이었다.
-잠시 볼 수 있을까요...?
정희씨의 말에 난 순간 정신이 나간 듯 멍해졌고, 지영은 그런 나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었다.
“내가 잘못 짚었구나..그 사람인가보네요..”
“어..? 어어...”
“어서 가 봐요..가야 하는 거잖아..”
“지영아...”
지영에게 엄청난 미안함이 밀려온다. 지영은 늘 나에게 이런 배려를 해줬었다. 항상 내가 먼저 가도 화를 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늘 지영과 관계 후 나는 도망치듯 먼저 모텔을 빠져나오곤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지영과 만난 상황에서..또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지영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내가 보내 주고 싶어서 보내 주는 거야.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 고마워할 필요도 없어요”
“하아....그래...”
“나 얼마 있으면 이 나라를 떠날 거 같아. 그래서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연락한 건데 오히려 오늘 나와 줘서 너무나 고맙고 마지막 내 부탁 들어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어딜 가는데...?”
“말하면 마중이라도 나오려고요? 그럴까봐 싫어요. 나와서 울고불고 하려구요? 아님 네 미래가 항상 행복하길 빌어..이런 말이라도 하려구요..?”
“.......”
난 지영의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미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됐어요. 이게 나 다운거야. 이게 내가 원한 과장님과 나의 끝이에요. 그때 정말 도망치듯이 과장님 한 번 못 보고 간 게 너무 아쉽고 미안하기도 해서..조금 더 괜찮은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어서 이렇게 불러냈고...이거면 충분해요. 그러니 이제 그만 가요..”
지영이 나를 향해 웃어 보인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너무나 순수하고 환한 웃음으로..
처음으로 그녀가 예쁘다는 게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 웃음이..그 미소가..
나는 지영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진부하다고 해도 할게..진심으로 네가 행복하길 빌어..그 어디에 있든..정말 꼭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 말..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고마워요..과장님도 꼭 행복해요..그리고 정말 이젠 가요..”
우리는 그 말과 함께 누가 먼저랄 것이 서로에게 다가가 아주 잠깐의 입맞춤을 나누었고, 난 잠시 동안 지영을 바라보곤 뒤돌아섰다.
지금 돌아서지 않으면 영영 지영의 기억에 안 좋은 추억의 사람으로 남을까봐..
지영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렇게 돌아섰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정희씨의 가게..
좀 전까지 지영과 함께 있었던 그 기억에 아직 머리가 너무나 혼란스러웠지만, 정희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지 못하고 돌아선 그 곳엔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정희씨가 가게 문을 닫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지...”
“그냥요...저녁 늦게 불러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희씨가 내 품에 와락 안긴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멍하니 서있다 정희씨를 품에 꼭 안아주었고, 정희씨는 한참을 그렇게 내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곤 한참을 안겨 있던 내 품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정희씨가 환하게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렇게 보내고 너무 미안했어요...실은 조금 삐졌었거든요..전 모든 걸 다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정희씨...”
“그런데 이제 그런 거 신경 안 쓰려구요. 왜 나에게 민수씨가 빠지면 안 되는 건지..그런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나 내 마음 가는 데로만 신경 쓸래..나 민수씨가 좋아요...”
“정희씨.....”
그 말과 함께 너무나 부드러운 정희씨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고, 우리는 우산도 팽개쳐 둔 체 한참을 빗속에서 진하고 너무나 부드러운 키스를 나누었다.
얼마나 한참동안 서로 그러고 있었던 것일까..
조심스레 정희씨의 입술이 내 입술에서 떨어졌고, 정희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사랑해요...나 당신을 사랑하는 거 같아요..”
“저..정희씨...”
더 이상 나도 내 마음을 이제는 숨길 수 없었다. 내가 먼저 다가갔고..그녀가 나를 향해 마음을 열어 주고 고백을 하는데 더는 내 마음을 숨긴다면 그건 비겁한 짓이었다.
“나도..나도 사랑해요 정희씨....”
우리는 끝없이 떨어지는 빗속에서 다시 진한 키스를 나누었고, 한참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어느새 지나가버린 1시간..
이미 밤 11시가 지나 있었고,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정희씨를 집 앞까지 무사히 바래다 주고 그녀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나는 아내가 깰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집에 있어야 할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간 거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가니 거실의 쇼파 위에서 아내의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다.
“어딜 간 거야..이 시간에..전화기도 두고..”
밖에 비가 많이 오고 있는데 우산은 들고 나간건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미 비를 많이 맞은 상태의 몸이 너무나 찝찝해 우선 난 욕실에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한참을 우산을 들고 멍하니 아파트 주위를 왔다갔다 거리는데 아내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정희씨였다.
-잘 들어갔어요? 비 오는데 운전 조심하지...
-걱정 마요. 잘 들어왔으니까..비 많이 맞아서 감기 걸릴라..뜨거운 물에 몸 좀 푹 담그고 일찍 자요..
-안 그래도 지금 그러고 있어요...
-뭐야...상상 되게...
-어머..지금 상상하시는 거에요? 민수씨 생각보다 응큼하다..
-하하...나도 남자에요..
-알아요...저도 장난쳐 본거에요. 민수씨도 일찍 자요..난 그럼 이만..
-네..쉬어요..
잠깐의 정희씨와의 카톡 대화..그 잠깐의 순간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만큼 정희씨가 좋아진 것일까..
그런데 그때 한 대의 차량이 들어서고, 그 차에서 내리는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그 익숙한 실루엣은 차에서 내려 창문 안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고, 잠시 후 천천히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난 본능적으로 반대 반향으로 움직였고, 뒤를 흘깃 바라본 그 실루엣은 틀림없는 아내였다.
‘뭐지...?’
그리고 아직 가지 않고 있는 차..난 조심스레 그 차가 있는 쪽으로 접근을 했고 차가 시동을 걸고 나가기 전 차 옆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차 안에 타고 있는 게 남자라는 사실을..
‘왜 다른 남자의 차 안에서....’
잠시 후 차는 출발을 했고,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욕실에서 들려오는 샤워소리..
난 아무런 말없이 욕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어머..!!깜짝이야..왜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어..”
“어? 어어..미안..언제 왔어?”
“어? 조..좀 전에..근데 당신은..?”
“나? 난 당신이 안 와서 잠깐 아파트 앞에 나가 있었어..근데 언제 들어온 거야? 못 봤는데..”
“아..그..그래? 내가 뒤로 돌아와서 그런건가 보네..근데 왜 나와서 기다렸어..?”
“휴대폰도 안 들고 나갔길래..뭐 근데 무사히 들어왔으면 됐지..얼른 씻고 쉬어...”
“어어..그래..오빠도 얼른 쉬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분명히 난 지금 아내에게 전혀 떳떳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의 차 안에서 내렸다는 단순한 그 이유 하나로 아내에게 분노와 함께 묘하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본 건 그저 차 안에서 아내가 내리는 모습 그 하나뿐이었는데..
난 그보다 더 한 짓을 지영과 나눴고..정희씨에게 이미 마음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난 아내에게 대답을 듣고 싶었다.
어디에서 뭘 하다 온 것인지.. 화를 내지 않을 테니까 정확한 사실을..
난 거실의 쇼파에 앉아 아내가 샤워를 끝내고 나오길 기다렸다. 아내에게 대답을 듣을 수 있기를..
부담스럽지 않지만 특별하다 느낄 수 있게..
이 마음을 모토로 삼아 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전화가 되었든 카톡이 되었든 꼭 연락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정희씨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 비가 오면 이상하게 정희씨를 만났던 그 날이 생각나서 일이 있더라도 시간을 비우고 정희씨를 찾아가곤 했다.
당연히 오늘도..
“오셨어요?”
“네..하하..지나가다 비가 오길래..”
“저도 비가 와서 왠지 오실 거 같아서..”
정희씨는 비가 와서 급하게 화분을 내놓았는지 얼굴에 빗방울이 묻은 체로 환하게 웃어보였다.
예쁘다.. 너무나..
난 본능적으로 정희씨에게 다가가 내 입술을 정희씨의 입술에 맞췄다.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느껴지는 그 입술에..
정희씨는 살짝 내 입맞춤에 당황하는 듯 했지만 날 밀어내지 않았고, 난 그런 정희씨를 꼭 끌어안았다.
“너무..예뻐요..정희씨..”
“부끄러워요...”
“뭐가요..이렇게 예쁜데...”
사랑스러움..정말 그 한 단어 이외엔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정희씨는 내 눈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내 안의 망설임이 없어지면서 난 너무나 빠르게 정희씨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나 너무 정희씨가 좋아지면 어쩌죠...그러면 안 되는데..”
“또 그 소리...대체 뭘 그렇게 무서워해요..왜 나에게 빠져들면 안 되는 거에요...?”
정희씨는 호기심 가득하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유..내가 유부남이란 사실 그 말이 입 밖으로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내 앞에 이 여자가 정희씨가 아닌 지영이었다면 스스럼없이 그런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내가 알고 있는 정희씨란 사람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충격을 얻고 상처를 받을 사람이었다.
“아직은...아직은 말할 수 없어요..”
“언제..언제 말해줄 거에요...?”
“모르겠어요..나도 잘...”
“네에...근데 오늘은 요즘 너무 자주 가게 땡땡이 쳐서 일찍 못 닫을 거 같은데 어떡하죠...?”
정희씨의 표정엔 미안함이 잔뜩 묻어났다. 전혀 감정을 숨길 줄 모르고 본인의 감정을 충실해서 표현하는 타입..
불현 듯 내가 이리 순수하고 착한 사람에게 이렇게 다가가도 되는지 두려움이 든다. 내가 정말 옳은 판단을 하고 있는 건지..나 하나 욕심을 채우자고 정희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괜찮아요. 정희씨 얼굴 이렇게 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미안해요..정말...”
“아니에요. 그런 표정 하지 마요. 뭐가 미안해..”
난 미안해하는 표정의 정희씨를 품에 한 번 꼭 안아주고는 정희씨의 입에 살며시 입맞춤을 하고는 뒤돌아 나왔다.
“갈게요. 들어가..비 맞아요”
“네에..운전 조심해서 가요..”
“네 들어가요..”
정희씨는 비 맞는다는 나의 말에도 내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가게 밖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런 정희씨를 한참을 같이 손을 흔들며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타자마자 울리는 핸드폰 메시지..
잠시를 못 참고 그새 정희씨가 메시지를 보냈나 싶었는데 그 메시지는 지영에게 온 것이었다.
-잘 지내죠?
짧은 한 통의 메시지.. 하지만 그 메시지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 했고, 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내 메시지를 기다린 것처럼 바로 전화를..”
“뜬금없이 그런 메시지를 보내놓고 내가 안 궁금하기를 바란 거야?”
“어..별 뜻 없이 보낸 건데..”
“정말 별 뜻 없이 보낸 거라고...?”
“왜요..그게 궁금해...? 나 오랜만에 서울 왔는데 잠깐 얼굴이나 볼래요..?”
“오랜만...? 알았어..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영은 나에게 다시 삶의 생동감을 불어넣어준 사람이었고,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몹시도 궁금했으니까..우리의 마지막은 너무나 이상하게 끝이 나버렸기에..
지영과 통화를 끊자마자 난 곧바로 지영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지영은 아직 이른 초저녁에 비까지 와서 한 테이블도 채워지지 않은 포장마차에서 혼자서 벌써 소주 2병을 비우고 있었다.
“뭔 술을 혼자서 이리 마셔..”
“어? 빨리 왔네요..오늘 야근 아니신가봐..”
“어..뭐...야근이면 못 왔지..아니니까 바로 온다고 한 거지..”
“그렇구나..우리 과장님 요즘은 일이 좀 편하신가 보네...그렇게 서 있지 말고 여기 좀 앉아요”
“그래..”
지영은 내가 앉고 나서도 한참동안 혼자서 술잔을 기울였고, 내가 술잔을 같이 받아주자 그제야 빙긋 웃으면서 다시 자신의 잔에 한 가득 소주를 따라 마셨다.
“그만 마셔..죽겠다..”
“안 죽어요. 벌써 까먹으셨나..나 주량 쎄요..”
“여자가 주량 쎈 게 자랑이다..”
“그 놈의 여자..여자..여자 타령 좀 그만할 수 없어요? 여자가 술 잘 마시는 게 죄인가? 여자가 여러 남자랑 하는 게 죄인가? 남자는 술 잘 마시면 좋은 거고 여자 많이 먹고 다니면 좋은 건데 왜 그렇게 여자는 하지 말라는 게 많은 건데...”
“지영아.....”
지영은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었다.
“나도..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구요..빌어먹을 친아빠라는 놈이 내가 중학생일 때 날 겁탈하고 깜빵에 가지만 않았어도..아니..깜빵에 갔다 와서 다시 정신 못 차리고 날 또다시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나도 이렇게 살지 않았어...그때부턴 막 살았어요..아니 원래가 발정난 년이었을수도...중학생 때 빵에 들어갔던 아빠가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날 겁탈할 때는 좋더라구요..이제...내가 미친년이지...친아빠한테 겁탈 당하는데 그게 왜 그리 좋은지...미친 년처럼 아빠 밑에 깔려서 소리를 질렀어요..좋다고..아빠는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나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줬어요...생전 처음으로 보이는 환한 웃음.....”
“지영아..힘들게 그런 이야기 안 해도 돼..”
“아니 할래..하고 싶어요. 누구한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이야기....”
난 더 이상 지영의 이야기를 막을 수 없었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라는 뜻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웃음을 보면서..아..남자들은 여자가 이렇게 벌려주면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교수며..동기들, 후배, 선배를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벌려주고 다녔던 거 같아요..그리고 내가 졸업하던 해.. 아빠는 천벌을 받은 건지 뭐인지 모르겠지만..급작스럽게 폐암 말기를 선고받고 고작 3개월도 되지 않아서 돌아가셨어요...”
“........”
“그런 동정의 눈빛 하지 않아도 되요..슬픔? 그런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그렇게 아빠를 한 줌의 재로 보내고...사회로 나와서 전 더욱더 남자와의 섹스에 몰두했어요..망할 아빠이긴 했지만..어릴 때 엄마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고 하나뿐이던 가족이어서 그런 것이지..혼자 있는 게 너무나 외롭고 힘들더라구요..그래서 더욱 더 남자의 품에 집착했어요...사장이든...과장이든 회사의 누구든.. 그리고 그때 만난 김과장님...모르겠어요. 당신이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는...분명 다른 남자처럼 나와 섹스를 하기 위해 만나는 것 같은데 당신에게서 따뜻한 느낌을 가졌고 특별하게 생각되어졌어요. 하지만 이미 제가 먼저 처음부터 유부남과 처녀의 관계로 선을 긋고 시작해서 다가갔기에..섹스 그 이상 다가갈 수 없었어요..”
“지영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정말 지영의 말대로 난 지영의 프리한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고, 정말 오랜만에 원 없이 젊은 여자와 섹스 할 수 있어서 지영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정말 섹스가 좋았던 것이지..지영을 여자로서 좋아한 적은 없었기에 지영의 이런 말들이 나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와 꽂혔다.
지영은 언제나 나에게 밝은 모습만을 보여줬기에..그리고 유혹적인 눈빛만을 보냈기에..
그녀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줄은 정말 조금의 상상도 못했었기에..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나도 알아요. 과장님이 날 어떤 마음으로 만났는지..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슬퍼하지도 마요. 그저 내 마음을 지금이라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서 이야기한 거니까..”
“하아...그래...그런 말 하지 않을게...”
난 더 이상 지영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지영의 두 손을 내 손으로 꼭 잡아 주었다.
“과장님...”
“어...?”
“사랑하는 사람 생기셨네요..”
“어...? 그게 무슨...”
“숨기지 말아요..보여요..무척이나 행복해 보이시네요..저하고 있을 때도 섹스가 끝나면 뭔가 허탈하고..힘들어 보였는데..지금 과장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요..”
“하아...그게 티가 나...?”
“네...저한테는요..”
“어쩌지...”
“조심하세요. 과장님 가정을 깨고 싶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아내가 어떤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예민한 여자라면 금방 알 수 있을지도...”
“......”
지영은 그 말과 함께 다시 소주 한 잔을 들이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가요. 술 맛 안 나네...혹시나 과장님한테 다시 들이대 볼까 했는데..재미도 없고..”
“뭐야...진심이야...?”
“아직도 절 잘 모르시네요..농담이에요...”
지영은 그 말과 함께 혀를 내밀며 메롱을 하고는 나에게 팔짱을 하며 매달려 왔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지영의 가슴 감촉..
“마지막이라고 하면..나와 잠시만 있어줄 수 있어요....?”
환하게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지영의 얼굴은 어딘가 슬퍼 보였다. 빗물인 듯 눈물인 듯 모를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거부할 수 없었다. 지영이 나에게 주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내가 어찌 지금 지영을 밀어낼 수 있을까..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영과 함께 근처의 모텔로 향했다.
지영은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한참을 남자와 섹스를 하지 않은 사람처럼 거칠게 내 옷을 하나씩 벗겨 나갔다.
“왜 이렇게 급해...흐으윽...!”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팬티까지 벗겨지고 지영은 내 자지를 붙잡아 단 번에 입 안에 집어넣고선 쪽쪽 소리가 나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난 조금의 예열도 없이 덮치는 지영을 향해 그저 거친 신음소리를 내뱉을 뿐이었고, 지영은 정신없이 자지를 입으로 빨면서 부드러운 손길로 내 불알을 간지럽혔다.
“하..하아..조금만 살살..너무 급해...”
하지만 지영은 그런 내 부탁을 전혀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결국 난 처음 그 날처럼 지영의 입 안에 잔뜩 내 정액을 뿜어내고 말았다.
“하아..하아..무슨...잠시 생각할 여유도 없이...”
“생각할 시간이 뭐가 필요해요..섹스 하는데..그나저나 여전히 오랄엔 취약하시네요..”
지영은 나를 향해 빙긋 웃어보이고는 거침없이 자신의 옷을 모조리 벗고서는 내 위에 올라타 내 입술을 향해 거칠게 입맞춤을 해왔다.
나는 그런 지영의 입술을 거부하지 않고 입을 벌리고 지영의 혀를 받아들였고, 지영과 나의 혀는 내 입 안에서 정신없이 뒤엉켰다.
그리곤 나의 젖꼭지를 살살 간질이는 지영의 손길.. 지영은 누구보다 내 성감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 젖꼭지는 아주 민감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흥분을 하곤 했는데 지영의 손길이 간질이자 머리가 쭈뼛 서면서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조..조금만 살살...”
하지만 오늘따라 지영은 내 부탁을 조금도 들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영은 나를 향해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는 내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고는 내 젖꼭지를 거침없이 빨아대기 시작했다.
“야...하아....”
지영의 혀가 내 젖꼭지를 간질일 때마다 나는 몸을 움찔움찔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고, 지영은 그럴 때마다 내 자지를 손으로 꼭 붙들었다.
“무슨 남자가 이렇게 흥분을 잘 한 대.. 아내분은 왜 모르실까..과장님이 이렇게 뜨거운 남자라는 걸...”
“알아..아마도...그저 섹스에 관심이 없을 뿐이겠지..나도 그렇고...”
“안타깝네요...”
지영은 나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짓고는 잔뜩 발기한 내 자지를 잡아 그대로 자신의 보지 속으로 집어넣고는 내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아..하아..너무 좋아..이 느낌...”
“허으윽...나도..나도 좋아..”
마지막으로 지영과 나눴던 섹스 이후에 한 번도 섹스를 한 적이 없었고, 오랜만에 느끼는 여자와의 섹스는 내 몸을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난 지영을 붙잡아 침대에 눕히고는 지영의 다리를 양 옆으로 활짝 벌리고는 잔뜩 애액이 흘러 나와 있는 지영의 보지 속으로 한 번에 내 자지를 집어넣었다.
“아흐으윽.....!!”
진한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뒤로 젖히는 지영..난 그런 야릇한 지영의 모습을 보며 거침없니 내 자지를 지영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아..아흐으윽...하아...!!”
내 자지가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터트리며 몸을 들썩이는 지영..
그런 지영의 몸짓에 따라 커다란 지영의 가슴을 출렁거리고 있었고, 난 너무나 야릇한 지영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또 한 번 사정을 할 것만 같았다.
지영은 그런 내 느낌을 알았는지 내 자지를 잡아 빼고선 뒤로 하는 자세로 바꿔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항아리 모양의 예쁜 지영의 엉덩이를 손으로 꼭 붙잡고 다시 내 자지를 깊숙이 밀어 넣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하아..좋아요..하아...”
“나도..나도 좋아..”
“오늘은 그냥 안에 해요..괜찮으니...아흐으윽...!!”
지영의 그 말에 나는 지영과 나눴던 그 날처럼 거침없이 지영의 보지 속으로 내 자지를 한참을 밀어 넣다 절정의 순간 지영의 보지 가장 깊숙한 곳에 사정을 하고는 그대로 힘없이 지영의 품으로 쓰러졌다.
지영은 그런 나를 꼭 안아주며 한참을 내 등을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너무 좋네요..”
“너도 그 후...한 번도 안 한거야...?”
나는 놀란 눈으로 지영을 바라보았고, 지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할 기회도 없었고..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해서..안 한 건지 못 한 건지..어쨌든 그게 마지막이었어요..그 날의 과장님과의..”
그 순간 핸드폰 진동과 함께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봐요..아내인 거 같은데..”
난 지영의 말에 괜시리 지영의 말에 미안함을 느끼며 지영의 품에서 내려와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메시지는 지영이 예상한 아내가 아닌 정희씨에게 온 것이었다.
-잠시 볼 수 있을까요...?
정희씨의 말에 난 순간 정신이 나간 듯 멍해졌고, 지영은 그런 나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었다.
“내가 잘못 짚었구나..그 사람인가보네요..”
“어..? 어어...”
“어서 가 봐요..가야 하는 거잖아..”
“지영아...”
지영에게 엄청난 미안함이 밀려온다. 지영은 늘 나에게 이런 배려를 해줬었다. 항상 내가 먼저 가도 화를 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늘 지영과 관계 후 나는 도망치듯 먼저 모텔을 빠져나오곤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지영과 만난 상황에서..또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지영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내가 보내 주고 싶어서 보내 주는 거야.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 고마워할 필요도 없어요”
“하아....그래...”
“나 얼마 있으면 이 나라를 떠날 거 같아. 그래서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연락한 건데 오히려 오늘 나와 줘서 너무나 고맙고 마지막 내 부탁 들어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어딜 가는데...?”
“말하면 마중이라도 나오려고요? 그럴까봐 싫어요. 나와서 울고불고 하려구요? 아님 네 미래가 항상 행복하길 빌어..이런 말이라도 하려구요..?”
“.......”
난 지영의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미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됐어요. 이게 나 다운거야. 이게 내가 원한 과장님과 나의 끝이에요. 그때 정말 도망치듯이 과장님 한 번 못 보고 간 게 너무 아쉽고 미안하기도 해서..조금 더 괜찮은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어서 이렇게 불러냈고...이거면 충분해요. 그러니 이제 그만 가요..”
지영이 나를 향해 웃어 보인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너무나 순수하고 환한 웃음으로..
처음으로 그녀가 예쁘다는 게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 웃음이..그 미소가..
나는 지영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진부하다고 해도 할게..진심으로 네가 행복하길 빌어..그 어디에 있든..정말 꼭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 말..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고마워요..과장님도 꼭 행복해요..그리고 정말 이젠 가요..”
우리는 그 말과 함께 누가 먼저랄 것이 서로에게 다가가 아주 잠깐의 입맞춤을 나누었고, 난 잠시 동안 지영을 바라보곤 뒤돌아섰다.
지금 돌아서지 않으면 영영 지영의 기억에 안 좋은 추억의 사람으로 남을까봐..
지영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렇게 돌아섰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정희씨의 가게..
좀 전까지 지영과 함께 있었던 그 기억에 아직 머리가 너무나 혼란스러웠지만, 정희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지 못하고 돌아선 그 곳엔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정희씨가 가게 문을 닫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지...”
“그냥요...저녁 늦게 불러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희씨가 내 품에 와락 안긴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멍하니 서있다 정희씨를 품에 꼭 안아주었고, 정희씨는 한참을 그렇게 내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곤 한참을 안겨 있던 내 품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정희씨가 환하게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렇게 보내고 너무 미안했어요...실은 조금 삐졌었거든요..전 모든 걸 다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정희씨...”
“그런데 이제 그런 거 신경 안 쓰려구요. 왜 나에게 민수씨가 빠지면 안 되는 건지..그런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나 내 마음 가는 데로만 신경 쓸래..나 민수씨가 좋아요...”
“정희씨.....”
그 말과 함께 너무나 부드러운 정희씨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고, 우리는 우산도 팽개쳐 둔 체 한참을 빗속에서 진하고 너무나 부드러운 키스를 나누었다.
얼마나 한참동안 서로 그러고 있었던 것일까..
조심스레 정희씨의 입술이 내 입술에서 떨어졌고, 정희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사랑해요...나 당신을 사랑하는 거 같아요..”
“저..정희씨...”
더 이상 나도 내 마음을 이제는 숨길 수 없었다. 내가 먼저 다가갔고..그녀가 나를 향해 마음을 열어 주고 고백을 하는데 더는 내 마음을 숨긴다면 그건 비겁한 짓이었다.
“나도..나도 사랑해요 정희씨....”
우리는 끝없이 떨어지는 빗속에서 다시 진한 키스를 나누었고, 한참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어느새 지나가버린 1시간..
이미 밤 11시가 지나 있었고,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정희씨를 집 앞까지 무사히 바래다 주고 그녀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나는 아내가 깰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집에 있어야 할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간 거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가니 거실의 쇼파 위에서 아내의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다.
“어딜 간 거야..이 시간에..전화기도 두고..”
밖에 비가 많이 오고 있는데 우산은 들고 나간건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미 비를 많이 맞은 상태의 몸이 너무나 찝찝해 우선 난 욕실에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한참을 우산을 들고 멍하니 아파트 주위를 왔다갔다 거리는데 아내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정희씨였다.
-잘 들어갔어요? 비 오는데 운전 조심하지...
-걱정 마요. 잘 들어왔으니까..비 많이 맞아서 감기 걸릴라..뜨거운 물에 몸 좀 푹 담그고 일찍 자요..
-안 그래도 지금 그러고 있어요...
-뭐야...상상 되게...
-어머..지금 상상하시는 거에요? 민수씨 생각보다 응큼하다..
-하하...나도 남자에요..
-알아요...저도 장난쳐 본거에요. 민수씨도 일찍 자요..난 그럼 이만..
-네..쉬어요..
잠깐의 정희씨와의 카톡 대화..그 잠깐의 순간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만큼 정희씨가 좋아진 것일까..
그런데 그때 한 대의 차량이 들어서고, 그 차에서 내리는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그 익숙한 실루엣은 차에서 내려 창문 안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고, 잠시 후 천천히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난 본능적으로 반대 반향으로 움직였고, 뒤를 흘깃 바라본 그 실루엣은 틀림없는 아내였다.
‘뭐지...?’
그리고 아직 가지 않고 있는 차..난 조심스레 그 차가 있는 쪽으로 접근을 했고 차가 시동을 걸고 나가기 전 차 옆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차 안에 타고 있는 게 남자라는 사실을..
‘왜 다른 남자의 차 안에서....’
잠시 후 차는 출발을 했고,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욕실에서 들려오는 샤워소리..
난 아무런 말없이 욕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어머..!!깜짝이야..왜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어..”
“어? 어어..미안..언제 왔어?”
“어? 조..좀 전에..근데 당신은..?”
“나? 난 당신이 안 와서 잠깐 아파트 앞에 나가 있었어..근데 언제 들어온 거야? 못 봤는데..”
“아..그..그래? 내가 뒤로 돌아와서 그런건가 보네..근데 왜 나와서 기다렸어..?”
“휴대폰도 안 들고 나갔길래..뭐 근데 무사히 들어왔으면 됐지..얼른 씻고 쉬어...”
“어어..그래..오빠도 얼른 쉬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분명히 난 지금 아내에게 전혀 떳떳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의 차 안에서 내렸다는 단순한 그 이유 하나로 아내에게 분노와 함께 묘하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본 건 그저 차 안에서 아내가 내리는 모습 그 하나뿐이었는데..
난 그보다 더 한 짓을 지영과 나눴고..정희씨에게 이미 마음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난 아내에게 대답을 듣고 싶었다.
어디에서 뭘 하다 온 것인지.. 화를 내지 않을 테니까 정확한 사실을..
난 거실의 쇼파에 앉아 아내가 샤워를 끝내고 나오길 기다렸다. 아내에게 대답을 듣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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