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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 - 중편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24 581회 0건
쓰다 보니 엄~~청 길어졌습니다.
결말만 정해놓고 스토리 라인도 정해놓은 게 아니라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쓰다 보니 오타나 내용도 부족한 게 많은듯 하지만, 내일부터 다시 타락을 써야 되기에 쓴 곳까지 올려놓습니다.

확실히 로맨스가 반응이 좋긴 합니다. 쪽지도 그렇고요.ㅎㅎㅎ 그럼~


중-1


창문을 열어놓고 자기엔 새벽이슬이 더 쌀쌀하게 느껴진다.
얇은 이불을 이젠 가을 겸 겨울 이불로 갈아야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일요일 늦은 아침에 눈을 뜬다. 버릇처럼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꺼내들고 혹시나 왔을지 모를 문자와 전화를 확인하며 시계를 본다.

9시 20분..
일주일 중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의 행복을 만끽하던 난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닌지를 의심하게 된다. 고지현 대리와의 일도 그렇지만, 미호를 안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에 생겼던 그 일을 확인하기 위해 발소리를 죽여 거실로 나가다 말고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사각팬티만 입고 있는 내 모습의 허전함에 서둘러 추리닝을 입고 다시 거실로 향한다.

내가 왜 내 집에서 까치발까지 하며 거실이 동태를 살피는 질 잠깐 고민하게 되지만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기에 다시 발소리 죽여 이동을 한다.

그런데 거실에 있어야 할 예지가 없었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불을 멀뚱히 내려 보던 난 정말 꿈은 아닌가를 고민하곤 아무렇게나 덩그러니 놓인 이불들을 보며 꿈은 아닐거란 생각을 하며 냉장고로 걸어가 목부터 축인다.

“우리 공주님 이제 밥 먹어....”

미호의 열린 방문을 완전히 열고 평소처럼 이불을 확 재끼려다 말고 손을 멈추게 된다.
미호의 작은 침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쭉 뻗은 한쪽 다리가 벽에 기대고 있었다.

“미..호야...”

“으응... 안녕히 주무셨어요.”
“쉿.. 누나가 왜 여기에서 자?”
“응? 언니? 그르게....”
“....”
“나도 몰라.”
“어이.. 아가씨 일어나!”

“으음!! 5분만...”

항상 듣던 레퍼토리의 대사가 엉뚱한 목소리로 벽에 공명되어 귀에 들려오자 얼떨떨하다.

“아빠 나 쉬..”
“응. 화장실 갔다가 아예 씻고 와.”
“응~..”

눈을 비비며 방을 나가는 미호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이불을 있는 힘껏 재껴버렸다.

분홍색 팬티의 끝자락까지 보이는 아주 짧은 빨간색 반바지가 먼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니.. 반바지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면 핫팬츠였다. 그리고 보인 흰 끈나시와 분홍색 브래지어..

“으응~ 나 5분만...”
“아가씨!! 그만 일어나시라고요!”
“아씨.. 나 저혈압이란 말이야.”

마지못해 상체를 일으킨 예지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짜증을 부린다.
어젠 경황이 없어서 자세히 못 봤었는데 첫 만남보다 예지의 머리가 많이 자랐음을 알게 되었다. 군바리에서 이젠 일반인으로 변신?.. 남자 같은 헤어스타일이긴 했지만 가발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보기 좋았다.

“커피...”
“...뭐?”
“아메리카노로 좀 줘요.”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어젠 얼떨결에 재워줬는데.. 이제 그만 가시죠.”
“집 나왔는데.. 가출했어요.”
“몇 살인데 가출이냐!”
“저 생각보다 많이 불쌍해요. 새엄마한테 매일 구박받다가 결국 견디질 못하고 쫓겨난.. 아니 가출한 비련의 중인공이라고 할 수 있죠.”
“...”
“한 달이면 아빠가 이혼을 한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한 달만 잠만 좀 재워주시면..”
“너 진짜 안 되겠다. 이름이 한예지라고 했지. 신고 할 테니까 알아..”
“어! 내 이름 기억해요!?”
“...뭐?”
“이름은 그렇다고 해도 성은 까먹을 줄 알았는데. 와~ 나 지금 감동 먹었어.”
“.......”
“일어나면 커피부터 마셔야 상쾌한데.. 그럼 봉지커피도 없어요?”
“봉지커피?”
“어딨어요?”
“찻장 왼쪽 끝에 보...야!!!!”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내 옆을 스쳐지나간 예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엌으로 걸어 나갔다.
버럭 화를 내려다말고 씻고 나온 미호의 등장에 서둘러 미소 띤 얼굴로 바꿔 어색하게 웃는다. 흡사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입 꼬리를 올린듯한 내 표정에 미호가 나오다 말고 흠칫 놀라 눈을 크게 뜬다.

“다 씻었어요~?”
“으..응..”
“뭐 먹고 싶어요? 오늘은 아빠가 팬케익 만들어 줄까?”
“응!! 팬케익!! 팬케익!!!”

발을 동동거리며 미호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단지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되는 팬케익인데 미호는 사치스러운 음식인 냥 백만불짜리 미소를 보여주며 너무나 좋아해준다.
원래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 때문에 많이 안 먹는 이유도 있었지만.. 미호 엄마가 해주는 팬케익엔 남다른 의미가 있었고 래시피가 있었다. 미호가 착한 일을 했을 때에만 해줬던 아내의 팬케익은 밀가루가 아닌 다른 주재료를 사용해 만들어 줬었고 그 맛은 내가 마트에서 사온 완성품과는 차원이 달랐었다. 그 주재료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에겐 그 맛보다는 의미가 중요한지 가끔 휴일에 해주는 내 팬케익엔 변함없이 똑같은 미소를 지어준다.


“어쩜 커피도 이런 것밖에 없어요?”
“저기요.. 우선 옷 좀 입으시죠.”
“입었잖아요.”
“그게!! 입은... 거예요?.. 제가 말하는 옷은 제대로 된 옷이요. 좀 가리는 역할이 확실..한 거 없어요?”
“어디 가요?”
“....”
“집인데 무슨 상관이래..”

“아빠.”
“으..응??”
“나 배고파.”
“아!.. 잠깐만 기다려.. 내가 금방 팬케익 해줄게.”

“팬케익도 만들 줄 알아요?”
“...신경 끄세요. 아니.. 이제 좀 가주시죠.”
“미호야~~~”

갑자기 예지가 방으로 들어간 미호에게 도망치듯 종종걸음으로 달려간다.

“내가.. 미쳤지.. 저 여자를 왜 데리고 들어왔...”
“아빠빠빠빠빠!!!!”

팬케익이 세 개째 완성 됐을 때 호들갑이라곤 떨 줄 모르던 미호가 무섭게 달려왔다. 함박미소를 짓고는 내게 뽐 내듯 얼굴을 들이미는 미호의 행동에 덩달아 웃게 돼지만.. 계속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는 미호의 포인트를 잡아내질 못하고 멀뚱히 쳐다보기만 한다.

“응?.. 뭐가?”
“...”
“왜..왜??”

갑자기 미호가 울먹이며 입술을 삐~쭉 내민다.

“우리 미호 예쁘네..”
“어디가!?”
“응?.. 예쁜데...”
“언니가 머리 따줬잖아!”
“아!~~~”

그러고 보니 미호의 앞머리부터 예쁘게 땋아 뒤에서 한 갈래로 합쳐진 벼머리땋기란 것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얼굴에 정신이 팔려 눈에 확 띄는 이걸 못 보다니...

“치.. 흥!”

미호가 몸을 획 돌리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코너 벽에 어깨를 기대고 있던 예지가 그런 날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로 젓고는 혀를 찬다.

“저렇게 여자 마음을 몰라요..쯔쯔쯧~”
“....”

그나마 팬케익으로 마음을 달랜 미호는 이내 유치원 숙제를 한다며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고 난 설거지를 하게 된다. 항상 두 접시를 닦으면 됐는데.. 접시 하나 늘었을 뿐인데 평소보다 더 귀찮게 느껴진다. 아무리 첫 경험의 상대가 나라고 해도 이런 서비스까지 해야 되는 건지.. 이거 무단침입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며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예지가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입을 대고 마신다.

“컵에 좀 따라 먹지!”
“저 병 없어요.”
“누가 병이 있어서..에휴.... 언제 갈 거야?”
“저 한 달 동안 여기 있기로 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미호랑 합의 봤어요.”
“무..뭐?”
“미호한테 물어보세요. 있고 싶을 때까지 있으라고도 해줬는데.”
“말 같은 소리를 해라. 저 어린 게 무슨 결정권이 있다고.. 그리고 애를 꼬드겨서 받은 약속이 유효할거라고 생각하는 너도 참...”
“저 가면 미호가 울 텐데..”
“울긴 왜 울어! 미호야.”

미호의 방으로 씩씩대며 걸어간 난 침대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을 보고 있는 미호를 발견하게 된다.
참고로 내 핸드폰은 4년 전 아내가 사준 2G모델이었다. 인터넷이 되긴 했지만 요즘의 것들처럼 광속도 아니었고, 전면 패널이 터치형도 아니었다. 삼성의 스마트 폰이 막 나오기 시작했을 때 산 2G 폰인 내 핸드폰은 바꿀 때가 한참 지난 고물 핸드폰이었다.

최신형 핸드폰으로 바꾸고 싶기도 했지만.. 통화 잘 되고 문자 전송도 문제가 없었기에 바꿀 필요성을 못 느끼던 나였고 미호에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내년에 어린이용 시계폰을 사준다고 약속을 했었다. 또래보다 훨씬 더 성숙한 미호였지만 너무 빠른 기기의 해택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내 욕심이기도 했는데..

“미호야 뭘 봐?”
“응? 한글송.”
“한글송?”
“언니가 찾아줬다!”
“응.. 그런데 미호야.. 언니랑 같이 살고 싶어?”
“응!”
“......왜?”
“언니가 머리도 땋아주고, 한글송도 찾아주고, 동화책도 읽어줬어.”
“그래도.. 언니는 남인데.. 남이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이상하지 않아?”
“응. 근데 괜찮아. 언니는 괜찮아.”
“....”

거실로 나왔을 때 남은 설거지를 끝낸 예지가 거실에 앉아 물병을 들이키려다 말고 잔에 따르며 배시시 웃는다.

“잠깐 얘기 좀 해요.”
“어라.. 갑자기 존댓말 하니까 무섭다.”
“좀 나와 봐요.”

빌라 밖으로 나오자 예지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자연스럽게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였다.
골목에서 또 자연스럽게 불을 붙이는 예지의 모습에 기가 찼지만 우선 참고 찬찬히 얘기를 시작한다. 괜히 이상한 소문이 날지도 모르는데 목소리 높일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어떻게 미호를 구워삶았는지 모르겠..”
“가정주부 어때요!?”
“는데... 네?”
“가정주부요! 메이드!! 보모! 유아돌보미!”
“저기요..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유부남이, 그것도 홀아비가 젊은 여자 꼬드겨서 새살림 차렸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좀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미호도.. 혼란스러울지 모르잖아요.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아닐걸요.”
“...네?”
“미호가 아닌데 미호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그럼 예지씨는 미호 마음을 어떻게 아는데요?”
“전 어리잖아요. 미호랑 더 잘 통하는 게 누구겠어요! 마흔에 가까운 아저씨? 아니면 이제 갓 스물이 된 동성의 언니! 누가 더 잘 통할까요?”
“......”
“그리고 아저씨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시간?”
“와이프 잃으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1년? 2년?? 친구들하고 속편하게 술 한 잔 한 게 언제에요? 저번처럼 편의점에서 불쌍하게 혼자 맥주캔이나 따서 마신 거 빼고!”
“.....”
“어차피 저도 한 달 후에는 유학 가거든요. 그때까지만 공생 좀 하자고요.”
“공생...”
“네! 공생! 제가 미호를 책임지고 보살필 테니까! 아저씨는 그동안 고생한 만큼 휴가를 얻었다고 생각하시라고요.”
“내가 예지씨를 어떻게 믿고 미호를 맡겨요?”
“아나~.. 아저씨 진짜 답답하다! 내 처녀막도 가져갔으면서 그걸 못 믿어?”
“무..뭐??”
“그리고 남자가 줏대가 없어요.. 존댓말을 했다가 반말을 했다가. 그러니까 여자한테 인기가 없지..”
“누가 여자한테 인기가 없데!”
“됐고요. 말투나 좀 통일하세요! 존댓말 듣다가 반말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쁜데....”
“그럼.. 믿는다고 치자고.... 한 달 후에 유학을 간다는 것도 믿는다고 하면....정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다른 의도? 무슨... 아!~~~ 하하하하하하하.”
“...”
“뭐야~ 아저씨 진짜 고리타분하다! 설마 내가 책임지라고 찾아온 거 같아? 와! 대박!!!”
“........”
“저 그렇게 쪼잔한 여자 아니에요. 대학을 휴학하긴 했지만 나름 명문대 출신이고, 돈도 많은데! 지금 상황으로는 믿기지 않겠지만 한 인물 하는 여잔데. 그렇게 안 보이나?”
“좋아.. 네 말을 다 믿어볼게. 대신! 미호한테 악영향이라도 끼친다고 판단이 되면.. 그날로 쫓아낼 테니까! 알아서 해. 알았지?”
“오케이~~ 콜!”



정말 잘하는 짓인지를 지금도 고민하게 되지만..
미호의 미소를 보고 난 후 이미 내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는 걸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물론 미호가 있는 집에선 엉뚱한 다른 짓을 할 수도 없었기에 딴 마음은 이미 접은 상태였다.

“근데.. 아저씨.”
“...뭐?”
“그때 생각 안나요?”
“그때라니?”
“편의점에서 만난 그날. 난 자꾸 생각나던데.”
“미호 있는데 헛소리 하지마라.”
“미호 없을 때 하면 되죠!”
“이게 미쳤... 에휴...”
“큭큭큭..”



“계획서 어떻게 됐어!”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왜 연락이 안 오는 거야!”

한과장이 점심식사 후 호통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미래전자에서 발주한 건?”
“그건 아직.. 저번에 클레임 이후에 그쪽 라인에서 신경이 곤두서서....”
“그런 걸 해결하라고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 거잖아! 도대체 뭣들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끝나면 일이 해결 돼! 당장 저녁에 미래전자하고 미팅 잡아! 공대리는 나랑 저녁에 같이 가고.”

“저 오늘 저녁은 부자재업체하고...”
“....미루면 되잖아!”
“그게.. 내일 모래까지 물건이 나와야 돼서요.”
“에이 썅!!! 그럼 미래전자하고 연줄 있는 놈이 누구야!”

“과장님..”
“왜!?”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 김계장이?”
“네. 입사 초기에 미래전자랑 같이 일도 했고.. 그쪽 취향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더럽기도 해서.. 공대리님이 아니면 제가 그나마 나을 거 같은데요.”
“.....애는?”

할 발자국 다가와 한과장이 목소리를 낮춰 얘길 한다.

“괜찮습니다.”
“괜찮아? 정말?”
“네.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래?”
“네.. 해외에 있던 아이 이모가 한 달 동안 귀국을 해서요.”
“아~~.. 난 또.. 그럼 오늘 저녁에 거하게 한 번 마셔보자고! 하하하. 정말 오랜만이네!”

말이 미팅이지 역시나 접대였다.
거의 2년 만에 출근 복장 그대로 늦게까지 술을 마셔본다.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피하고 싶은 접대자리였지만.. 난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실컷 술을 마실 수가 있어서 좋았던 게 아니였고, 여자를 끼고 마시는 자리가 좋아서도 아니었다.
미호와 죽은 미호 엄마에게는 미안했지만 비로소 이 직장의 일원으로 돌아온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았을 뿐이다.



‘삐리롱~~’

도둑놈처럼 숨소리 죽여 집안으로 들어온다.
온 몸에 밴 담배냄새와 알코올의 냄새를 킁킁거리며 한 번 맡아보고는 다시 발소리 죽여 걸어간다. 조심스럽게 미호의 열린 방문 틈으로 미호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빠끔히 훔쳐보고는 괜스레 느껴지는 미안함을 뒤로하고 내 방으로 들어가 겨우 참았던 숨을 헐떡이며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고, 냄새가 잔뜩 밴 옷들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팬티차림으로 난 숨을 고르기 위해 침대에 걸터앉는데..

내 침대에 예지가 날 빤히 쳐다보며 기대고 앉아 있었다.

“깜짝이야!”
“...”
“너 뭐야?”
“예지요.”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보냐! 여기 왜 있냐고!”
“미호 재우고 컴퓨터 좀 하는데요.. 텔레비전도 없어서 할 게 없잖아요.”
“....지금 새벽 2시다. 빨리 가서 자.”
“미호랑 같이 자다가 일어났는데요.”
“그래도 자!”
“내가 앤가..”
“그럼 어른이냐!?”
“아하~~ 그럼 아저씬 애랑 응응응 한 거네~”
“야!!!!”
“미호 깨겠네~.”
“....”
“그리고 누가 앤지 모르겠네.. 삼십 중반이면서 노트북에다 이런 건 왜 다운을 받아놨데.. 폴더 이름이 2002년 플레이오프가 뭐야.. 유치하게.”
“.....?”
“이런 거 보면 흥분이 되요?”
“무..뭘.... 너!!!”
“아니! 남자는 결혼해도 이런 게 당겨요? 막 보고 싶고.. 와이프가 이런 거 보면 아무말도 안하나? 폴더 최초 저장일이 5년 전이던데...”
“내 놔!”

팔을 뻗어 내 노트북을 뺏으려 움직이는데 이미 상당히 취한 내 굼뜬 행동이 잽싼 예지의 몸을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근데요. 아저씨도 이런 게 하고 싶어요?”
“헉헉.. 좋은 말 할 때.. 내 놔라.”
“이렇게 해줘요?”
“....”

예지가 노트북 화면에 띄워놓은 동영상은 누워있는 외국 남자의 물건을 여자가 손과 입을 동원해 딸딸이를 쳐주는 영상이었다.

“미호 깨기 전에..얼른 꺼.”
“궁금해서 그래요. 이렇게 해주면 기분이 좋아요?”
“장난치지 말고.. 미호 방으로 가라고.”
“흠.. 근데 역겹지 않나.. 이걸 왜 입으로.... 헉!! 미..미쳤어! 저도 이렇게 생겼어요?”
“....?”

짜증이 확 밀려오는 그 와중에 갑작스러운 예지가 경악을 하며 모니터에 얼굴을 쳐박는 모습에 짜증을 넘는 호기심을 얻게 된다. 예지가 초집중하는 모니터를 보기 위해 침대를 돌아 예지의 뒤로 돌아가는데.. 내 눈에 먼저 예지의 엉덩이가 들어왔다. 방금 전 내게서 후다닥 도망쳤던 예지의 엉덩이가 핫팬츠를 먹어 팬티까지 드러낸 모습으로 엎드려 있는 콜라병 몸매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 다음으로 모니터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여자의 보지가 내 동공을 확대시켰다.

민둥산이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백보지는 이미 거대한 자지가 들락거린 후 정액들을 뱉어내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고 스스로 그 보지를 벌리고 있는 여자의 손은 질 내부까지 훤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징그러워..”
“징그럽긴 뭐가 징그러워..”
“저도 이렇게 생겼어요?”
“안 봤어? 씻으면서 봤을 거 아니야. 궁금해서 거울로도 본다고 하더만..”
“그거야 겉만 보죠.. 안이 이렇게 생겼는 줄은...... 으윽.. 나 갑자기 구역질이 나..”
“참나.. 그게 왜 오바이트가 쏠리냐? 예쁘기만 한데..”
“이게 예뻐요!? 와.. 비위 디게 좋다.”
“그렇게 따지면 남자 물건도 마찬가지 아니냐? 누군 뱀 대가리처럼 생겨서 징그럽다고 하던데.”
“뱀? 음.. 난 오히려 버섯처럼 생겼다고 느꼈는데..”
“알았으니까.. 그만 가서 자.. 나 피곤해.”
“해.. 줄까요?”
“뭘? 됐거든! 여긴 금욕의 공간이라고 분명히 얘기 했지!”
“치~~”
“빨랑 가! 나 피곤해.”

예지를 방에서 내쫓듯 밀어내고는 쓰러지듯 침대에 눕게 된다. 오랜만에 한 접대와 마신 술이 생각보다 힘이 들었고 생각지도 못한 예지와의 소동으로 인해 평소보다 훨씬 지치게 된 나였다. 씻어야 되는데.. 눈이 감겨서 떠지질 않는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려면 늦을 게 뻔한데.. 무거운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


동그란 엉덩이가 실룩거리며 날 자극한다.
내 자지를 부드럽게 잡고 천천히 입을 대는데 너무 서툴러서 흥분과 웃음이 같이 녹아든 미소를 짓게 된다.

자기 전에 힘을 빼게 한 예지의 행동이 또 꿈에서 날 괴롭힌다.
평소라면 일어나려 애를 썼을 테지만 피곤함이 단어가 어차피 꿈이라면 그냥 즐기자는 쪽으로 날 이끈다.

장난스럽게 내 자지를 툭툭 치더니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 물건의 변화에 신기한 듯 관찰을 시작한 꿈속에서의 예지 모습은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불알을 주무르며 관찰하더니 이내 기둥의 벌떡임과 귀두 아랫부분의 툭 튀어나온 요도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는데...

예지가 이미 풀 발기한 상태인 내 자지를 손으로 잡아 세우곤 귀두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게 한다. 입을 벌려선 귀두부위만을 입속에 집어넣고는 잠시 그대로 멈춘 예지는 곧 혀를 살짝 움직여본다. 귀두 아랫부분이 미끈거리는 혀의 감촉으로 정전기 같은 전율을 내게 선사했다.

결코 능숙한 솜씨가 아니었는데, 오히려 어색한 예지의 입놀림이 날 더 자극했고 흥분시켰다.
그리고 시작 된 오럴도 마찬가지였다. 입에 넣고는 어떠한 기교 없이 단순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예지의 오럴이었지만 그런 행위의 능숙함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색하지만 뜨겁고 부드러운 입속의 감촉만으로도 날 충분히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었고, 그런 서툼속의 부드러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급격히 쾌감을 느끼게 했다.

참을 필요 없이 예지의 입속에 단번에 사정을 해버렸다.
어차피 꿈이었기에 도망가지 못하도록 머리채를 강제로 잡아당기며 입속에 내 정액들을 다 쏟아버렸고 머리를 뒤로 피할 시간도 없이 얼떨결에 내 정액들을 모두 삼키게 된 예지가 구역질을 하며 도망쳐버렸다.


“어!! 아.. 덴장.. 이 나이에 몽정을......”

누구나 경험해 봤을 놀라 깨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벌떡 일어났다.
팬티에 느껴지는 축축함과 밤꽃냄새에 잔뜩 난감함을 느끼며 어두운 방안을 두리번거린다. 흐릿한 방안의 익숙한 풍경에 멍을 때리다 문득 화장대 위에 놓인 나와 아내의 사진을 발견한다. 괜히 느껴지는 죄스러움에 깊은 한숨을 내쉬곤 서둘러 팬티를 벗어 사타구니에 묻어 있는 정액들을 씻어내곤 새 팬티를 꺼내 들고 욕실로 까치발로 움직인다.

세면대에서 팬티를 대충 씻어 낸 후 세탁기 속에 집어넣고는 샤워를 시작했다. 시계는 이제 겨우 5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어차피 깨어난 김에 찝찝함을 못 이기고 샤워를 하고 개운함을 느끼며 다시 내 방으로 향해 다시 잠을 청한다.



“일어나요.”
“으응??”
“8시에요! 일어나요!”
“...!!!!”

깜짝 놀라 일어난 내 앞에 예지가 앞치마를 입고 서 있었다.
하늘색의 곰돌이 무늬가 그려져 있는 앞치마.

“여..여보....”
“여보 같은 소리하네! 일어나요. 지각 아니에요!?”

내가 이런 착각을 하게 되다니.....
멍하니 방을 나가는 예지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짧은 핫팬츠에 나시티의 뒷모습은 아내의 옛 모습이라곤 한 점도 찾아볼 수도 없었는데 왜 그런 착각을 하게 된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한참동안 멍하니 침대 위에 앉아 있던 난 시계를 보곤 깜짝 놀라 뛰어나가게 된다. 침대위에서 뛰어나가다가 무릎을 문에 찢고는 ‘악’소리를 한 번 내며 서둘러 욕실로 뛰어나가며 부엌에 서있는 예지를 향해 말을 한다

“미..미호는!?”
“벌써 유치원 보냈죠.”
“..”
“빨리 씻고 밥 먹어요.”

“누가 아침부터 스프를 먹... 웩~ 이게 무슨 냄새야?”
“먹!!어!!요!!!”
“왜..왜 이래..?”
“몸에 좋은 생강 스프니까! 그 접시에 있는 거 다 먹으라고요!”
“무섭게 너 왜 그래..”

‘탁!!!!!’

국자를 탁자에 소리 나게 내려놓은 예지가 날 무섭게 한 번 노려보고는 획하고 미호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라리 오래 끓인 생강이라면 그나마 먹을 만 했을지 모르겠지만, 덩어리가 밤 같이 보이는 생강의 오묘한 냄새와 스프의 단 맛... 미원을 얼마나 털어 넣은 거야!!

“아씨! 아침부터... 야! 안 먹을..”

‘꽝!’

“다!!!!! 먹으라고요!”
“무..뭐야.. 진짜 왜 그래..”
“분명히 그 접시에 있는 거 다 먹으라고 했어요!”
“.........”


아침의 스프로 도저히 볶이는 속을 감당 못해 결국 점심은 공대리와 해장국집으로 향한다. 결국 그 스프를 다 먹고 쏠리는 오바이트를 겨우 틀어막는 내 모습을 예지에게 보여주고서야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예지에게 테러를 당하고 출근한 난 달콤하게까지 느껴지는 해장국으로 오전 내내 찜찜했던 입속을 우선 털어내고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힘드냐?”
“응? 뭐가?”
“아니.. 너무 맛있게 먹어서.. 해장국 하나에도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
“크크.. 그러게...”
“아! 요즘 고대리가 찝쩍댄다며?”
“고대리?”
“총괄부 고지현 대리!”
“아~.. 어떻게 알았어?”
“너 조심해.”
“왜?”
“유부남 킬러잖아. 회사 내 쉬쉬하지만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건데. 모르고 있었지?”
“고대리가?”
“그래! 영업부에 김대리 알지? 그 사람하고 한동안 썸탄다는 소문 들었지? 그 썸이 썸이 아니라 씽이었다는 거 아니냐.”
“김대리?”
“그렇다니까! 고대리 때문에 지금 김대리 별거중이잖아. 어차피 지방발령 나서 어쩔 수 없는 별거를 해야 되지만... 그 지방발령도 고대리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어.”
“고대리가 그렇게 남자를 밝혔나? 보기엔 전혀 안 그렇게 생겼던데..”
“내가 김대리랑 동기 중에서 가장 친했잖아. 저번에 제주도로 세미나 갔을 때도 둘이서만 따로 방 잡고 이틀 동안 진탕하게 놀았나 보더라고. 복귀하고선 강장제만 마시더라.”
“하하하하하..”

겉으론 웃으며 속으론 걱정하게 된다.
내가 알고 있던 고대리의 이미지가 완전히 잘못됐음을 깨닫고는 괜히 영화표를 덥썩 받은 게 아닌지 후회를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너 쳐다보던 고대리 시선이 예사롭지 않더라고.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구박만 하던데 뭐.....”
“그게 무섭다는 거지! 그러다가 한순간에 훅 간다고!”
“유부남 킬러라며. 난 유부남이라기보다는 홀아비잖아.”
“김대리 때문에 방향을 바꿨을지 누가 아냐고.. 하여튼 딸내미 생각해서 조심하라고. 그런 여자가 회사뿐만이 아니라 가정도 파탄 낸다니까.”

아주 잠시나마 이게 왠 떡이냐는 생각을 했던 내 자신에 후회를 한다.
고대리정도면 스타일도 꽤 괜찮은 여자였고, 거부하긴 했지만 약간이나마 회사 내에서의 스릴을 맛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밥 먹었죠!?”
“응?..응... 미호는?”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쪼르르 달려와 퇴근을 한 내게 배꼽인사를 하는 미호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덥썩 안아준다.
그리곤 평소처럼 뽀뽀세례를 시작했다.

“으~ 술 냄새! 꺄약!! 싫어 아빠!”
“쪽쪽쪽쪽쪽!!! 싫긴 뭐가 싫냐!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징!~”
“꺄악!!!”

“아이고.. 딸 없는 여잔 서러워서 어디 살겠나...”

예지의 냉소도 상관없이 계속해서 미호에게 뽀뽀를 하곤 내 방으로 들어가 간단한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한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익숙한 공간에서의 익숙지 않은 풍경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거실을 두리번거리는데..
텔레비전이 거실 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샀어요.”
“.....”
“요즘 시대에 TV없는 집이 어딨어요.”
“누구 마음대로.. 돈이 없어서 안 산 게 아니고 애 교육 때문에..”
“네네~. 그런데 TV 없으면 득보다 실이 더 많아요.”
“....”
“빨리 씻어요. 냄새나요.”
“참나....”

예지의 엉뚱한 행동은 내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했고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아빠..”
“응? 왜 우리 공주님?”
“메시지 함이 뭐야?”
“메시지 함? 글쎄.. 아! 쓴 편지를 거기에 넣으면 학이 가지고 가서 전해주는 게 메시지함이야. 우체통하고 똑같은 건데.. 갑자기 메시지 함은 왜?”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씻어.”
“...”

다시 쪼르르 방으로 달려가는 미호를 보며 벌써 사춘기가 온 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달리 엄청 빠르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아이 엄마가 없는 지금 내가 과연 딸아이에게 성교육이란 걸 어떻게 시켜야할지가 벌써부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오늘은 그냥 평소대로의 저녁을 보냈다는 것이다.
씻고 나오니 예지가 미호를 벌써 재우고 있었고, 난 새로 등장한 텔레비전을 신기한 듯 조금 더 만지다 내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잔다. 어제의 달콤했던 꿈을 또 꿀 수 있을까란 기대를 조금은 하게 되지만.. 피곤함이 내 지친 육신을 깊은 숙면으로 이끌었다.





“내일 뭐해요?”
“....”
“왜 그렇게 놀라요?”
“제가요? 놀라긴요. 뭐..라고 하셨죠?”

업무에 열중하던 난 갑작스러운 고대리의 방문에 깜짝 놀라게 된다. 버릇대로 점심시간을 쪼개 일을하던 난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직원들로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고대리의 낭낭한 목소리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일 뭐하시냐고요.”
“내일.. 출근해야죠.”
“토요일에요?”
“아!.. 벌써 주말이구나.”
“데이트 할래요?”
“죄송합니다. 전 딸 때문에 휴일엔 좀...”
“하루쯤 쉬셔도 되잖아요.”
“딸하고 있는 게 쉬는 거죠.”

고대리가 파티션을 넘어 천천히 내 의자쪽으로 걸어온다.
몸에 달라붙는 빗살무늬 실크 블라우스에 검은색 타이트한 스커트, 그리고 옅은 검은색의 스타킹은 내 책상에 걸터앉는 고대리의 행동으로 늘어나 육감적인 허벅지의 터질 듯 섹시함을 보여줬다.

“가족끼리 쉬는 거랑.. 어른처럼 쉬는 거랑은 엄연히 다른데.....”
“저..기.... 이제 곧 업무 시간인...훅!!”

고대리의 스타킹 발이 내 자지를 짓누른다.
더 검은 매니큐어가 선명히 보이는 스타킹속의 엄지와 중지 발가락사이에 바지위로 드러난 내 자지의 형태를 끼워놓고는 조금씩 더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천천히 앞뒤로 발을 움직인다.

압박처럼 느껴지는 자극과 함께 늘어난 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고대리의 허벅지 안쪽에 반응하기 싫어도 반응하게 된 내 물건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다.

보기 싫어도 보여지는 스타킹의 뇌쇄적인 모습과 그로인해 더 얇고 자극적으로 보이는 고대리의 다리. 발가락들을 움직이며 내 자지를 쓸어내듯 움직이는 행동은 그런 그녀의 치마 속을 더 잘 보여주고 있었다.

“가볍게 즐기자고요~”
“....꿀꺽~”
“어차피 짧은 젊음..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죠. 아무리 소중한 딸이라도... 평지씨의 잠궈 둔 욕구까지는 풀어 줄 수 없잖아요..”
“별로.. 잠가두진 않았는데...”
“...그럼~~? 혼자서???”
“설마요.. 혼자서 해결이 될까요?”
“호~~.. 하긴.. 남자들 치고 본능을 저버리는 남자는 없더라고요. 그럼 더 간단하네.. 어때요?”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결혼을 안 하십니까? 속박당하기 싫어서? 아니면.. 무서워서?”
“귀찮아서.”
“...”
“찌질 하게 살기는 죽기보다 싫거든요. 좋잖아요~ 프리하고..”
“그럼 왜 절? 편한 사람이라면 혹이 달린 홀아비나 유부남보다는.. 단순히 즐길 수 있는 남자가 더 좋은 거 아닙니까?”
“크크큭큭...”

내 웃음소리에 고대리의 발이 멈췄다.

“왜 웃어요? 기분 나빠지게..”
“고대리님 모습이 좀.. 내 생각했던 모습하고는 너무 달라서요.”
“....”
“죄송합니다. 충분히 매력적이신데.. 뭐라고 할까... 도도하고 세련된 여성인 줄 알았는데.. 그냥 섹스를 좋아하는 이기적인 여자?”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속에 있는 말을 못 참는 편이라서..”
“감당할 수 있어요?”
“...네?”
“제가 진급까지 언급했다는 거 잊으셨나요? 단순히... 총괄부에 근무한다고 해서 그런 얘길 함부로 할 수 있을까요? 일개 대리 주제에?”
“........”
“말씀대로.. 섹스 좋아하죠. 즐기고.. 쾌락도 쫓고~.. 하지만 섹스를 이용도 할 줄 아는 여자이기도 하죠. 웃으세요~ 방금 전처럼 웃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네요. 웃을 수 있을 때 웃으셔야죠. 괜히 엉뚱한 곳으로 전근이라도 가시면.. 그 웃는 얼굴도 못 볼 텐데... 아!.. 딸아이는... 새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텐데 어쩌나.. 하긴 어린아이들은 금방 배운다고 했으니 걱정할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섹스하자고 협박까지 하겠어요? 단지... 제 자존심에 금이 갈 소리는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드릴 뿐이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잖아요.”
“........”
“남자가 엎드려서 싹싹 비는 모습도... 나름 매력은 있던데~~. 호호호호호호..”


“뭐야?”
“...”

고대리가 웃으며 나가자 그 모습을 지나가다 우연히 본 공대리가 달려와 내게 묻는다.

“저 여자 왜 저래?”
“고대리... 혹시 위에 연줄이라도 있냐?”
“연줄? 모르겠는데..”
“김대리.. 언제 전근 갔지?”
“응? 고대리랑 분위기 이상해지고 나서.. 일주일 후였던가.. 그럴걸? 왜?”
“아무것도.. 아니야.”

괜히 벌집을 쑤신 건 아닌지 걱정을 한다.
아니 또 후회를 한다. 그냥 좋게 넘어갔으면 이런 걱정도 안 했을텐데.. 괜히 욱해서 이런 불똥을 튀게 만든 거닞 내 자신에게 후회를 하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만약 고대리의 말대로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게 되었고 지방 창고 관리직으로 전근을 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말 그대로 오지 창고 관리직은 말이 관리직이지 그냥 창고지기였다. 분류 창고로 물건만 보관했다가 해외로 반출하거나 다시 돌아오거나... 우스개로 하는 말이 사장한테 밑 보이거나 엄청난 적자를 초래하는 일을 저질렀을 떼 창고지기로 쫓겨난다는 말을 한과장이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한참동안을 고민하던 난 결국 출근 시간이 거의 다가왔을 때 과장에게 대충 얼버무리고 고대리에게 문자를 보낸 후 휴게실에서 기다린다.

“너무 빠른데.. 벌써 빌게요?”
“잠깐 얘기 좀 나누시죠.”
“얘기는 필요 없지 않나? 분명히 경고했고, 사과 할 방법도 얘기 해줬는데.”
“그럼... 조용한 곳으로 가도 될까요?”
“음~.. 본격적인 건 내일하고.. 우선 탕비실로 갈까? 지금은 아무도 없을텐데.”
“....네.”

고대리가 날 노예 취급한다.
정확히는 고대리가 자신의 무서움을 알게 된 내게 묘한 쾌감을 느끼며 벌써부터 흥분을 한 듯 보여졌고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할 날 밟고 그 흥분을 쾌감으로 이어가려는 듯 보였다. 그건 벌써부터 반말로 일괄하는 그녀의 행동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불 꺼진 좁은 탕비실은 너무나 낯설어 보였다. 여자들의 성역과도 같은 곳이었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럼.. 어떻게 사과를 받아드릴까?”
“꼭.. 사과를 해야 됩니까?”
“호호호~. 자존심을 세우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난 그래도 매너와 예의를 지켜서 김평지씨를 대했었는데.. 그걸 그렇게 받아쳐놓고는.. 안 그래?”
“우선.. 막말은 한 건 사과드립니다.”
“말로만?”
“...”
“행동으로도 보여주셔야죠. 그래야 제 마음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들지 않겠어요?”
“.......”
“분한 거 같네..”
“정말 무릎이라도 꿇으란 말입니까?”
“무릎뿐이겠어요.. 머리를 처박고 엎드려야지.”
“...”

우선은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고 얘기를 해야 될까? 지금 무릎을 꿇고...
그 짧은 순간에 온갖 생각을 하며 고민하던 난 천천히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여왕님 놀이란 걸 이 여자가 원하면 조금쯤 놀아준다고 해서 내게 손해가 오는 게 아닐 거라는 스스로의 위로 같은 변명을 하며 무릎을 반쯤 구부렸을 때 그녀의 입술을 깨물며 미소 짓는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휙~...쿵..’

“헉...무..뭐!! 우읍...”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단숨에 그녀의 팔을 잡고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의 몸을 돌려 커피메이트가 있는 테이블로 몰아붙였다.

“우우읍웁!!”

그녀가 바둥거리며 입을 틀어막은 내 손에 침을 묻힌다.
몸으로 그녀의 몸을 밀어붙이곤 그대로 그녀의 스커트를 위로 추켜올렸다. 검은색 스타킹 밑에 보인 그녀의 홍적색의 야한 팬티에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내 충동이 머리를 들고 일어난다.

난 강간이란 단어조차 끔찍스럽게 생각했고 살인 다음으로 가장 최악의 범죄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못났으면 여자를 힘으로 짓누르고 강제로 추행과 폭행을 하겠냐는 평소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지금 스스로 하고 있다.

“이 미..미친 새끼야! 이거 안.. 안 놔!”

‘부욱~찌익!!!~~~’

스타킹의 엉덩이부분을 아래로 거칠게 찢어내자 더 선명하게 드러난 그녀의 팬티가 보인다.
틀어 막힌 입으로도 계속해서 욕을 내뱉는 고대리의 모습도 무시한 채 난 입속에 손가락 두 개를 물고는 침을 잔뜩 묻히곤 그대로 고대리의 팬티를 젖히며 밀어 넣었다.

“이 개새...헉!!.. 아..아프다고 이 나쁜....흑!!!!”

손가락을 밀어 넣은 채 검은색 스타킹의 투명한 살결들과 대비되는 하얀 엉덩이와 허벅지를 감상하듯 내려다보며 앞뒤가 아닌 구부리는 형태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날 굴복시켰다는 대에서 흥분을 하고 있던 고대리는 너무나 쉽게 엉덩이를 실룩거린다.

고통스럽다고 말을 했던 내 손가락의 리듬에 맞춰 허리까지 움직였고, 입을 틀어막은 팔을 때어내려 안간힘을 쓰던 손을 내려 테이블을 짚었다.

난 손가락을 움직이는 동시에 바지의 지퍼를 내려 커진 자지를 꺼냈고 테이블을 짚고 있던 고대리의 한 손을 뒤로 해 내 자지를 잡도록 만들었다.

“헉헉~...하하악~..아학~학학~~..”
“내 물건에 나름 자신 있는데.. 어때요?”
“아학~..학학~~..”

대답대신 흔들리는 몸으로 얼굴을 작게 끄덕이기만 한다.
이미 저항의 의미가 무의미해졌음을 스스로도 알게 된 고대리는 내 손가락의 움직임과 잡고 있는 내 자지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옮겨 그녀의 목덜미를 짓누른다.

더 허리를 숙이게 된 그녀의 모습은 싸가지 없는 언행과 행동만큼이나 섹스럽고 음란해 보였다.
스커트가 허리까지 말려 올라간 채 허리를 숙인 자세는 높은 하이힐로 한껏 업이 된 스타킹으로 둘러 쌓인 다리를 쭉 뻗은 모습은 음란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도를 넘으면 화를 부른다고 했죠. 아니.. 이런 상황을 바라고 일부러 도발을 한 건가?”
“아..아니에요.. 헉~..아......”
“아니면 정말 날 밟고 싶어서? 굴복시켜서 가지고 놀려고?”
“하아~~..하아악...”
“하지만 내 취향은 아래가 아니고 위인데.. 그래도 좋다면 만족할만큼 박아줄게.”
“학학..학...바..박아...박아주세요... 제..제발.. 아학~~”
“좋아...”

난 그녀의 뒤로 몸을 맞추고 보지입구를 희롱하듯 자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미 섹스의 맛을 제대로 알고 있는 창녀와도 같이 그녀의 보지는 애액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만... 그만 놀리고 빨리 해줘요.”
“뭘?”
“....자지...를 박아달라고요.”
“왜?”
“장난치지 말..헉!!”

자지를 있는 힘껏 밀어 넣는다. 단번에 뿌리까지 들어가자 그녀의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러지며 엉덩이를 파르르 떨었다.

“흑흑... 너..너무 굵어... 아~~~”
“말했잖아. 물건에 나름 자신있다고.”
“아~~.. 더.. 더 움직여.....”
“지금 명령을 해?”
“.....움..직여.. 주세요.”

입술을 꽉 깨물며 고대리가 굴욕을 느끼는 모습으로 애원을 한다. 그런 모습이 내게 묘한 흥분을 일으켰다.

“헉...헉~...아..아.......조..좋아.. 아~~”
“조용히 해.. 이러다가 남이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우리 도도하고 고귀한 고대리님이 엉덩이를 흔들면서 침까지 흘리고 있는 모습을 말이야.”
“하악~..학학~~..어아~~”

말과는 반대로 난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더 벌어지기 시작한 찢어진 부위가 이젠 엉덩이를 완전히 드러낼 정도로 구멍이 나버렸고, 젖힌 팬티의 옆 라인이 애액들로 미끈거리며 내게 기분 좋은 자극을 조임과 함께 선사하기 시작했다.

공대리의 말대로 고대리는 섹스를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여자임이 분명했다.
방금전까지 날 굴복시키며 쾌락을 얻으려던 여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음란한 한 마리의 암캐로 변한 고대리는 내 자지가 들락거릴수록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손틈으로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난발하기 시작했고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흡사 내 자지를 잡아먹으려는 듯 엉덩이를 흔들며 허리까지 위아래로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에 엄청난 흥분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렇게 섹스에 미친 여자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보통 이런 스릴있고 흥분 쩌는 상황이라면 금세 사정의 기운이 날 덮쳤을 텐데...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미쳐도 귀엽게 미치던가..

“하악~하아...헉...억억....억......그..자..잠깐...억!!”

갑자기 엉덩이를 빼려는 고대리의 행동을 느끼게 되지만 난 오히려 그녀의 엉덩이를 양 손으로 잡고는 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다리를 바둥거리며 엉덩이를 필사적으로 빼려던 고대리가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박히게 되자 갑자기 허벅지에 경련을 일으키며 엉덩이를 앞뒤가 아닌 위아래로 벌렁거리기 시작했고, 갑작스럽게 뭔가를 왈칵 쏟아내기 시작했다.

“잠깐...기....꺄악!!...”

‘쏴아~~~’

오줌 같은 액체를 자지가 박힌 채로 쏟아낸 고대리였고 그 액체들이 내 바지뿐만이 아닌 자신의 스타킹까지 다 적시며 몸에 더 달라붙게 만들었다.

우리가 서 있던 바닥은 액체의 구덩이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내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자 그 위에 고대리가 힘없이 주저앉는 꼴이 되어 스커트와 블라우스까지 젖게 되었다. 힘이 있는 척, 고상한 척은 혼자 다하던 고대리가 자신이 뿜어낸 액체 위에 엉덩이를 적시고 있는 모습에.. 고소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우선은 뒤처리를 위해 고대리에게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겨두고 탕비실에서 빠져나왔다.

내 젖은 바지도 잊고 지하의 매장으로 달려가 대충 손에 짚이는 원피스를 집어 다시 탕비실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는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는 생각에 계단으로 이동을 하는데.. 20대와는 전혀 달라진 체력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된다.

“이거 입어.”
“....”

탕비실에 도착했을 때 고대리는 이미 젖은 치마를 벗은 상태였다.
그리고 내가 사원 원피스를 쳐다보곤.. 기가차다는 듯 날 한 번 보곤 이내 블라우스를 벗기 시작했다. 속옷도 없이 원피스를 입은 고대리의 모습에 왜 날 그런 시선으로 쳐다봤는지를 알게 된다.

애들이 클럽에 갈 때나 입을 법한 몸에 딱 달라붙는 짧은 흰색 원피스였다.

“고..마워요.”

그런 모습에도 고대리가 내가 감사를 표현한다.

“미안... 그런 옷인 줄 모르고..”
“괜찮아요.. 그것보다.. 저 좀 집으로 데려다주세요.. 다리에 힘이 없어서....”

고대리를 집에 데려다주고 내 집으로 향하는 동안 난 괜히 벌집을 쑤셔놓은 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되는데..
나중에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질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다.




“왜?”
“....”
“왜 그렇게 보는데?”
“뭐..하고 왔어요?”
“뭘 하긴 뭘 해! 일 하고 왔지.”
“....”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바지... 정말 일하고 왔어요?”

바지는 이미 다 말랐을 텐데..

“헉!.. 이..이게 뭐...”

지퍼가 있는 위치에 동그랗게 하얀 잔여물들이 흔적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자국이 뭔가는 단번에 알아채게 되었지만..

“아.. 이게 크림파스타를 먹다가 흘렸나보네..”
“파스타요?”
“그럼! 이게 파스타 자국이지 뭐겠어! 넌 사상이 불량해!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런 눈으로 보냐!?”
“....”
“..왜!? 눈.. 깔아라!”
“그게 파스타 자국이라고요?”
“그..그럼!! 얘,,얘가!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됐고.. 이 번호 알아요?”
“무슨 번호?”
“010-9999-XXXX.”
“......”
“아는 번호에요?”
“네가 어떻게 이 번호를 알아?”
“네? 그거야.”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눈치를 보는 예지의 행동에 손을 뻗어 그 핸드폰을 뺏는다.
예지의 핸드폰에 엉뚱하게도 이 번호가 며칠 전부터 찍혀 있는 걸 확인한 난 무섭게 예지를 노려본다. 이 번호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내 와이프, 그러니까 미호 엄마의 핸드폰 번호였다.

“이번호가 왜 네 핸드폰에 찍혀 있냐고!!”
“미호 깨겠어요.”
“.......”
“미호가 전화를 건 거 같은데.. 전화를 걸어도 꺼져있다고만 나오고... ”
“세희... 내 와이프 번호야.”
“네!? 와이프??.. 돌아가신???”
“...”
“2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그래.. 진작 핸드폰을 해지했어야 되는데.. 차마 해지를 못 하겠더라.”
“그럼.. 미호가 어떻게 2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 번호를 알고...”
“아마 내 단축번호를 봤나보지.. 1번에.. 미호 엄마라고 저장해놨으니까..”
“근데.. 통화를 한 거 같은데.. 통화목록에 보면.. 2분이 넘었던데..”
“.....”

머릿속에 며칠 전 미호가 내가 한 질문이 떠올랐다.
‘메시지 함’
난 어디서 들고 그냥 지나가며 했던 질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난 서둘러 안방으로 달려갔고 옷장을 연다. 옷장 깊은 곳에 숨겨놓듯 놔둔 작은 상자를 꺼내 열었고, 뒤직거리다 아내가 쓰던 핸드폰을 꺼내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른다.

“이게 왜.. 안...”

켜지지 않는 핸드폰의 전원버튼을 몇 번이나 누르길 반복하다 내 멍청함에 순간 이마를 찡그리곤 다시 상자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충전기를 찾아 전원을 연결했고 금방 켜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5시간 같은 5분을 기다린 후에서야 떨리는 손가락으로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른다.

[삐리리이잉잉~~~]

“그러니까.. *89였지...”
“뭐에요?”

[17개의 수신 된 메시지가~~]

내 예상대로 음성사서함에 녹음된 게 있었다.

[첫 번째.. 후다라닥.. 삐리링~ 뚜뚜~~]

미호가 엄마의 번호로 전화를 걸곤 낯선 기계음성에 서둘러 끊은 게 분명했다.

[두 번째.... 뚜뚜~~]
[세 번째 메시지.... 어..엄마??.. 엄마 나야. 저 미혼에요.. 엄마 들려요?]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끈다.

“왜요? 지금 미호 목소리 맞죠? 미호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네... 엄마가 돌아가신 걸 알고 있던데...”
“잠깐만.. 잠시만 조용히 해 줄래..”
“...나 가... 있을까요?”
“...그래 줄래. 미안.”
“아니에요.”

[엄마.. 저 미혼데요. 잘 지내세요? 난 아빠랑 잘 지내는데.. 보고 싶다....]

미호의 공손하면서도 어색한 인사가 날 더 적적하게 한다. 어린 것이 어색하게 존댓말을 하는 목소리가 더 그렇게 내게 전해졌다.
몇 번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지나고 나서야 그나마 예전처럼 떨림 없는 목소리로 조잘거리기 시작한 미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있잖아요. 엄마. 오늘 아빠가 술 먹고 들어왔다. 다행이지... 또 잔소리 할 수 있잖아.. 내일은 꼭 혼내줘야징.]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스피커폰으로 바꿔놓고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는다.

[16번째 메시지~ 엄마.. 금요일에 유치원 발표횐데.. 와주면 좋겠다.. 아빠는 회사 때문에 바쁜데... 안되겠지? 그냥.. 괜찮아!! 엄마가 하늘에서 보고 있으니까! 난 괜찮아요. 엄마 잘 자.]

“바보냐... 아빠한테 얘기나 할 것이지...”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커진, 성숙해진 미호의 모습에 씁쓸한 미소와 눈물을 흘리게 된다.

[저기..엄마... 유령은 꿈에 나타나잖아.. 그럼 아빠한테... 아니다. 아니야 엄마. 나 오늘 공주 됐다! 선생님이 나보고 공주 하래. 원래 곰돌이였는데 공주 하래! 슬기보다 내가 더 말 잘한다고 공주해도 된데. 잘 했지! 헤헤헤헤.. 근데... 이거.. 엄마가 정말 들었으면 좋겠다.]

“흑흑...흑흑.....”

문밖에서 들려오는 흐느낌에 핸드폰을 끄고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문에 기대고 있던 예지가 뒤로 발라당 누운 예지가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거린다.

“뭐 해?”
“흑흑~.. 우리 미호 어떻게 해요... 저렇게 어린애가.. 흑흑...”
“....”
“또래보다 많이 크다고만 생각했는데.. 속은 그냥 여린 여자아이였어.. 난 그것도 모르고..흑흑...흑.”
“그만 해. 누가 마음대로 엿듣고, 왜 울고 지랄이야.”
“말을 해도 꼭...”
“피곤하니까 그만 자.”
“어떻게 할 거예요?”
“뭘?”
“제가 갈까요? 학예회..”
“네가 왜 가냐! 미호 내 딸이야. 가도 내가 갈 거야. 잠이나 자.”




“야야야!!”
“왜 또 호들갑이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뭐가?”
“회사에 소문이 쫙!~~ 퍼졌어 이 변강쇠야!”
“뭐?”
“그저께 저녁에 누구였냐?”
“그저께??”
“술집여자였냐? 아니면 우리 회사 사람이야? 소문엔 흰색 원피스에 몸매 죽이는 여자라고 하던데.. 우리 회사에 그런 여자가 있던가...”
“아~~.”
“그런데 하필 왜 탕비실이냐? 여직원들이 난리도 아니다. 난장판으로 벌려놨다며! 와~~ 이 부러운 새끼.. ”

그날 나오던 나와 고대리를 누군가 봤나보다.
그나마 다행?..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고대리의 얼굴은 못 본 듯 했다.

“아!! 그래서.....”
“왜? 무슨 일이 있었냐?”
“출근하니까 여직원들이 날 이상하게 보더라고.. 뭐가 묻었나 했는데... 그래서 그랬구나.”
“그랬구나? 그게 다야?”
“그럼?”
“너 정신이 있냐!? 소문이 쫙 퍼졌다니까!”
“뭐가 문제야. 내가 유부남도 아니고 성추행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창녀를 회사에 데리고 온 것도 아니고.. 아!.. 회사 내 음란행위도 처벌 대상인가?”
“......”
“뭐 상관없겠지.. 기껏해야 인사위원회라도 발동인데.. 그냥 뜬소문이라고 얼버무리면 되잖아.”
“와~.. 너 원래 이런 남자였냐?”
“엉?”
“아니면... 헛!! 설마 그 여자가... 고대리였어?”
“아냐.”
“아니긴! 그렇지 않고서야 대담하게 탕비실이 다 흔들릴 정도로 그 짓을 했겠냐!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놨다던데! 한미연씨가 퇴근하다가 강간사건이 난 줄 알았단다.”
“한미연?”
“그래! 여직원들이 벌써 난리가 아니야.”
“....”

“김계장!!”
“네?.”
“잠깐 나와 봐.”

한과장이 사무실로 들어오자마자 공대리와 얘기를 하던 날 부른다.
심각한 표정으로 보아 그 소문이란 게 한과장의 귀에도 들어간 게 분명한 듯 보였다. 질끈 눈을 감고는 ‘젠장’이라 중얼거리는 내게 공대리가 낄낄거리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저 친구는 꼭....


“사실이야?”
“네? 뭐..가요?”
“누구야?”
“무슨...”
“나한테 작전 쓰지 말고! 누구야!?”
“....”
“곤란하면.. 이것만 말해. 회사 직원이야 아니야!?”
“직원...입니다.”
“너 연애하냐?”
“그건...”
“표정보니까 연애는 아니고.. 아후.. 돈 없어!? 돈 주랴!?”
“네??”
“모텔 갈 돈도 없냐고! 왜 여직원들 휴식공간인 탕비실에서 지랄을 하고 지랄이야!”
“...죄송합니다.”
“됐고!! 문제없는 거지?”
“....없습니다. 제가 유부남도 아니고... 그 여자도 유부녀.. 아닙니다.”
“그럼 됐어. 그냥 객기로 그랬을 거라고 얼버무렸으니까. 그런데.. 정말 누구야? 열녀문을 세워줘도 모자랄 김계장이 한방에 뻑 간 그 여자가 누구냐고?”
“열녀문이요?”
“그렇게 새장가를 가라고 옆에서 옆구리를 찔러도 꿈쩍하지 않던 너 아니냐. 좋은 소식이긴 한데... 궁금해서 그래. 누구냐? 경리과 오주임? 아니면 김현미씨??”
“그 여자들하고 제가 가당키나 합니까... 전부 처녀인데...”
“허~.. 이 친구 내숭이야? 아니면 눈치가 고쟁이야? 자네 여직원들한테 은근히 인기많은 거 몰라?”
“제가요? 에이.. 설마요..”
“이 친구가! 순정파 김평지! 키 크고 능력도 괜찮고, 얼굴도 쓸만한데. 한 여자만을 사랑해서 철에 성벽을 쳐두고 접근조차 단절한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여직원들이 농담식으로 하는 얘길세.. 제수씨 그렇게 되고 측은지심처럼 여러 직원들이 자네한테 추파를 던졌는데도 꿈쩍도 안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몸값이 자연스럽게 올라간거지.”
“....”

혜지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던 내 모습을 여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했었나보다.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리 그래도 딸아이도 있는 홀아비를 누가...”
“그거야 사람 나름이지.. 이 늙은이가 쳐다보기만 해도 성희롱이네 추행이네 하는 것들이 자네가 뚫어져라 쳐다보면 몸단장 하는 게 고것들 아니냐고.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자네같은 대우를 받았을텐데..쯧쯧쯧~~”
“과장님... 그럼 위에서는.......”
“응? 아! 그건 내가 큰소리치고 해결했어. 홀아비로 늙어 죽는 것보다 훨씬 보기 좋은 일 아니냐고, 자네 업무 평가점수를 한 번 보라고 했지! 제수시 사별하기 전하고 지금하고 얼마나 차이가 많이 나냐고.. 부장님도 자네 편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고. 그래서? 국수는 언제 먹여주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아니긴! 소문이 아주...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한시름을 놨다고 해야 할까..
여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괜히 의식하며 업무를 마친 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어딜 가나 여직원들의 잡담이 꼭 내 얘기처럼 들렸고, 수군거림에 무의식적으로 귀를 세우게 되었기에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막 도착했을 때..
현관문 앞에 익숙한 신발 외에 낯선 구두를 발견하게 된다.

“오셨어요.”

날 매섭게 노려보며 이빨을 꽉 물고 입만 웃고 있는 예지의 인사를 먼저 받고 다음으로 내게 안긴 미호에게 인사를 하는데...

엉뚱하게도 거실에 고대리가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회사에서 고대리를 못 만났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일찍 오셨네요.”
“아..안녕하... 제 집에 어쩐 일이십니까?”
“밖에서는 좀 곤란한 얘기라서..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
“저도 막 왔어요.”
“전화를 주시고 오시지.. 좀 당황스럽네요.”
“어제 핸드폰이 망가졌어요.”
“....”
“얘기 좀 할래요?”
“그럼 밖으로 나가시죠.”
“아뇨.. 여기서...”
“...방으로 들어가시죠.”

아내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안방으로는 어쩔 수없이 고대리를 데리고 들어간다. 정말 데리고 들어가기 싫었지만.. 영문도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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