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2부
Lo siento, por qurerte mi amor (2)
-*-
조각가들은 여인의 쇄골과 복숭아 뼈만 보아도 그 여인의 체형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고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윤소영의 블라우스 사이로 살짝 엿보이는, 가련한 쇄골을 흘끗 쳐다보는데..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윤소영이 가슴을 가리면서 나를 핀잔했다.
“ 어딜 보는거야, 진짜. ”
“ 아, 아니.. 니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닌데.. ”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딜 보는지 뻔하잖아, 변태야. ”
아니 뭐..
그건 겸사겸사..
내가 겸연쩍은 얼굴로 어색하게 웃자, 윤소영은 살짝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 어디까지 봤어? ”
“ 쇄.. 쇄골. ”
“ …. ”
“ 예, 예쁘던데. ”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건지, 정말.
참 이렇게 한심한 대답을 연속으로 하는 재주도 없을거라며 스스로 핀잔했다.
나는 조금 풀이 죽은 목소리로 윤소영에게 사과했다.
“ 미안.. 이제 안 볼게. ”
“ 예뻐서 본거지? ”
윤소영은 생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내 뺨을 살며시 톡톡 토닥여주며 다시 독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글줄을 읽을때마다 그녀의 얇고 붉은 입술이 달싹여졌다.
조금 겸연쩍은 기분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나도 펼쳐놓은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오늘 왜 이렇게 산만하지. 집중이 안되네. ’
궁금한게 생겨서 물어보고 싶은데, 말을 걸면 독서를 방해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자친구니까.. 말을 붙이는 것 정도는 상관없지 않나?
아닌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챙겨주고 배려해줘야 하니까..
사랑은, 그러니까 연애는 눈같은 것이라서..
쌓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녹게 된다.
그리고 쌓인 눈이라는 것은 보통, 녹을 때 깨끗하게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윤소영에게도, 김지은에게도..
항상 함박눈이 내리게 해주고 싶었다.
안그래도 항상 죄책감을 가지고 연애하는 내가 더 이상의 섭섭함을..
아니, 근데 지금 말 걸어도 되나?
‘ 대화해보고 싶은데.. ’
키스도 했고, 손도 잡아봤지만..
예전에 어디까지 진도를 나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게는 여전히 그 말걸기 힘들 정도로 예쁘고, 유명하던 13학번 동기 경영여신 윤소영이였다.
솔직히 조금은.. 거리감이 있었다.
아니, 그 윤소영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현실감이 없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 이쁘긴 엄청 이쁘네.. ’
“ 아, 정말. ”
윤소영은 책을 덮고 얼굴이 붉어진 채로, 내 볼을 꼬집었다.
“ 책을 못 읽겠잖아. 그만 좀 쳐다봐. ”
“ 미.. 미안. ”
“ 이번엔 뭐야? ”
“ 아무것도 아닌데.. ”
윤소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째려봤다.
어쩐지 그녀의 선명한 연갈색 눈동자가 장난기에 반짝이는것 같았다.
“ 너, 할 말 있으면 내 얼굴 빤히 쳐다보는 버릇있거든. 딱 말해. 뭔데? ”
“ 아니.. 카페가 책을 읽기에 별로 좋은 장소는 아니잖아.. ”
“ 사람 우리밖에 없는데? 자리 옮길까? ”
왜 이렇게 언변이 안 좋지, 정말.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좋아하는 여자한테 매력적인 화술을 구사하고 싶은데, 영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 그게 아니라, 음.. 주말에 나랑 커피 마시면서, 독서가 하고 싶었냐고.. 그냥 물어보고 싶었어. ”
윤소영은 생긋 미소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
“ 그냥.. 아무 말도 아니야. 책이나 읽자. ”
그냥,
내가 보고싶어서 나온거냐는 간단한 질문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마도 그래서 주말에 데이트하자고 나를 불러냈을 테지만, 새삼 윤소영의 목소리로 다시 내 짐작이 맞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윤소영은 유리잔에 담긴 프라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이상한걸 묻는다는듯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 싱겁네. 그거야 당연히 만나자는 구실이지. 그건 그냥 같이 있으면, 겸사겸사하는 거잖아. ”
“ 그러네.. 미안. ”
“ 그런데 있잖아, 네 성격이 옛날로 조금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가끔 헷갈려. ”
나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 같은 사람이야. ”
“ 누가 다른 사람이래? 나쁜 뜻으로 말한거 아니거든. ”
윤소영은 샐쭉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이다가, 문득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자꾸 미안하다고 하는 버릇 다시 생긴거 보니까, 우리 처음에 연애할 때 생각나잖아. 교복입고 다닐때 되게 재밌었는데. ”
“ 별로 좋은 기억은 없어.. ”
“ 그거야, 좋은 기억들이 다 사라져서 그렇지. 그때는 막 손만 잡아도 되게 좋아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막 가슴이나 훔쳐보고.. 엄청 밝힌다? ”
“ 아.. 아니라니까. ”
내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부인하자, 윤소영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말 나온 김에, 한번 보여줄까? ”
“ 뭘? ”
“ 나 교복 안 버렸거든. 어쩐지 아쉽더라구. 내가 교복 입은 모습 보고싶지 않아? ”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민하고 있을 즈음,
윤소영이 생긋 웃으며 결정타를 날렸다.
“ 우리 엄마랑 아빠, 이탈리아로 여행가셨어. 칼라브리아인가? ”
“ 그게 지금 무.. 무슨 상관이야? ”
“ 나 혼자 잠 못자거든. 옆에 누구 있어야 돼. ”
“ 이건 거짓말 같은데.. ”
하기사 지금 윤소영의 말이 거짓말이였던지, 아니였던지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였다.
-*-
윤소영의 방은 평범했다.
아무래도 나는 그녀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모양인지, 윤소영의 방은 꼭 공주님 풍일것 같았다.
“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으라니까. ”
“ 방 어떻게 생긴지 구경해보고 싶어서.. ”
윤소영은 내 말에 생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 후후, 감상은? ”
“ 깔끔하네.. ”
“ 너 데려오려고 아침에 청소했거든. ”
윤소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두번째 장롱을 열어서 걸려있는 뒤적거렸다.
그리고 조금 벙쪄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짠, 하고 환하게 웃었다.
“ 찾았다! 기대되지? ”
“ 조금? ”
“ 뭐야, 시시하게. 아무튼, 나 교복으로 갈아입을 동안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 ”
그녀는 내 등을 떠밀며 나를 그녀의 방에서 내쫓아 버렸다.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닫힌 문을 쳐다보다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윤소영의 집을 둘러 보았다.
‘ 넓다.. ’
그리고 여기저기 액자에 들어간 채로 걸려있거나, 선반 등에 세워져 있는 가족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로빈 윌리엄스를 닮은듯한, 선한 인상의 부친과..
라이츄를 보면 피카츄가 진화한 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윤소영과 마찬가지로 대단한 미인이신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앳된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윤소영.
마치 태피스트리처럼 순행적으로 윤소영의 성장 과정을 가족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다니, 새삼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윤소영은 참 많이 사랑받고 자란 여자 아이라는 사실이였다.
그래서 나같은 한심한 남자도 사랑해줄 수 있는걸까?
사랑받고 자란 사람일수록 남에게 사랑을 베풀줄 안다.
그리고 또, 사랑받는 방법을 알고 있다.
지금처럼.
“ 짠, 어때? ”
“ 와…. ”
윤소영은 무릎 위에서 살짝 허벅지를 노출하며 달라붙도록 수선된 갈색 교복 치마와, 하얀색 반팔 교복 블라우스를 입고 나타났다.
교복 아래로 새하얗고 가느다란, 예쁜 모양의 다리와 언뜻 엿보이는 새하얀 허벅지가..
아니, 아니지.
“ 예쁘다…. ”
“ 자, 식탁에 앉아. 점심 시간이야. ”
“ 근데.. 저, 점심 아까 먹었는데.. 아까 먹었는데 배가 고프네. ”
나는 윤소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자, 의자를 빼고 앉았다.
윤소영은 그제서야 배시시 미소지으며 밥그릇과 국그릇을 하나씩 빼오더니, 아까 데워둔 국물과 밥을 각각 담아서 갖다 주었다.
그리고는 밑반찬들의 뚜껑을 직접 하나씩 열어주면서 말했다.
“ 이거 감자조림은 내가 만든거다? ”
“ 그래? ”
윤소영은 묘한 미소를 입가에 매달고 배시시 웃었다.
“ 뭐해, 얼른 먹어. ”
“ 너는? ”
“ 별로 배 안고픈데? ”
“ …. ”
나는 울분과 함께 하얀 쌀밥을 수저로 떠서 삼켰다.
윤소영은 턱을 괴고 싱글벙글하며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내게 주었던 젓가락을 뺏어서 감자조림을 하나 집어주며 말했다.
“ 아~ ”
“ 내, 내가 먹을게. ”
“ 셋, 둘.. ”
“ 얼른 먹여줘. 아.. ”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내가 그것을 받아먹자, 윤소영은 배시시 미소지으며 내가 우물거리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 어때? ”
“ 생각보다 요리 잘하네.. ”
빈말이 아니라 정말 맛있었다.
졸여서 만드는 음식이 대개 그렇지만..
잘못하면 너무 짜게 되거나, 그걸 또 너무 두려워하면 너무 싱거운 음식으로 변해버린다.
“ 적당히 짭쪼름하고.. 나랑 간을 비슷하게 하네. ”
“ 음.. ”
윤소영은 생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딘가 묘한 표정, 애틋한 눈빛..
“ 사실 이거, 네가 가르쳐 줬던 레시피대로 만들었어. ”
“ …. 내가? ”
“ 그럼, 내가 서툴러 보여도 너한테 아웃도 아니고 볼넷을 받았던 요리사야. 마음에 들어? 맛있지? ”
확실히,
거짓말이라기에는 내가 만드는 것과 오싹할 정도로 맛이 흡사하다.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 눈물나게 맛있네.. ”
“ 자, 얼른 아해. ”
“ 감동에 젖어있을 시간은 줘야지.. 왜 이렇게 보채는거야. ”
윤소영은 턱을 괸 채로, 한쪽 손으로 내게 젓가락으로 장조림을 집어주며 생긋 웃었다.
어느 사이에 앙큼한 장난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소영의 하복 블라우스 단추가 살짝 풀려 있었다.
“ 밥 먹고 힘좀 써야지. 자, 얼른 아~ 해. ”
*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평안하셨나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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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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