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어디 동네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 복장을 한 그녀지만 외모가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섹시함이 더 강조되고 있다. 하체에 바싹 붙은 트레이닝 바지가 글래머러스한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은근히 다리와 엉덩이를 훔쳐보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도시락을 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비엔나 소세지와 계란찜이 반찬인 평범한 편의점 도시락을 저렇게 맛나게 먹는걸 보니 정말로 오래 굶은 모양이다.
"어디 쫓겨다녀요?"
도시락을 어느정도 다 먹은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빚쟁이?"
이번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럼 어디 쫓겨다녀요?"
"..우리집 사람들."
"그럼.. 가출?"
끄덕끄덕. 과년한 처자가 가출이라니 좀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몇살이에요? 가출할 나이는 아닌거 같은데."
"스물두살."
"거참 되게 시크하네. 제가 스물다섯인데 존댓말 좀 쓰시죠? 밥도 사드렸는데."
"난 어른 아니면 존댓말 안해."
"나 어른인데?"
"내가 보기에 어른이어야 어른이야."
뉘집 자식인지 몰라도 버릇이 없다. 이런 미인이 우리집에 와 있다는건 솔직히 말해서 기분 좋은 일이지만 버릇없는 가출소녀를 무턱대고 받아주는 취미는 내게 없었다. 버릇을 고친다면 모를까.
"존댓말 안할거면 나가. 가만보니 갈 곳도 없는거 같은데."
여자들이랑 많이 놀았을때 싸가지 없는 여자들도 많이 상대해봤다. 이런 여자는 기를 팍 죽여놔야 말을 잘 듣는다.
자존심을 자극하자 그녀가 도끼눈을 뜨고 째려본다. 그래봤자 너무 예쁜 탓인지 무슨 영화속 배우의 연기보는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전혀 위협이 안된다.
내가 눈빛을 무시하면서 딴청을 피우자 그녀는 무척 분해보였다.
"알았어요... 존댓말 할게요..."
그녀가 항복을 선언했다.
기선제압 성공인가?
"이름이 뭐야?"
"서민영.... 이요.."
단답형으로 대답하려 했던 그녀는 존댓말 어미를 힘겹게 덧붙힌다.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네.
"왜 가출했어?"
"......."
대답하기 싫은가보다.
"집에 들어갈때까지 우리집에서 재워줄까?"
"그래주면 고맙.... 고요.."
아직도 존댓말을 하기 싫은지 입술을 꽉 깨무는 민영. 내가 나이가 3살이나 많은데 왜 저리도 싫어하는건지.
"다른건 다 좋은데 돈이 문제네. 혹시 집 나오면서 가져온 돈 있어?"
"돈이 아니라 카드."
"응?"
"카드로 가져왔.... 다구요.."
"그거 긁을수 있어?"
"위치추적 될거에요.."
그러면 왜 카드로 가져온거야. 쓸모가 없잖아. 골 때리네.
그건 그렇고 가족들이 무슨 경찰도 아니고 가출한 애를 위치추적까지 해서 잡으러 다니는지.
"그러면 컵라면 정도는 내가 사줄게. 나도 돈 없어서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 좋은건 못사줘. 더 맛있는거 먹으려면 니가 돈을 벌던지 해야돼."
민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괜히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이 정도면 엄청나게 배려한거지 뭘 더 바래.
"칫솔이랑 세면도구는 여분 있으니까 그거 쓰면 되고, 잠자리는 이불 깔아줄게. 베게는 하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쓸거야."
"그럼 어서 깔아줘.... 요."
"벌써 자려고?"
"이틀동안 못잤어."
"어허. 존댓말?"
".....요."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억지로 "요"를 내뱉는 그녀를 보며 괜히 가학적인 흥분이 드는 나는 변태인가?
어쨌든 민영이 잠을 자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불을 바닥에 깔아주었다.
"이상한 냄새나."
"그거 안빤지 두달은 됐지 아마? 그거 밖에 없어. 그거 아니면 맨바닥에 자야 돼."
그녀는 나를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듯 벽을 돌아보고 누웠다. 그래도 여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로 불을 꺼주고 티비를 켰다. 민영은 누운지 1분도 안되서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잠이 든 것이다.
엄청 피곤했나보네. 처음 보는 남자 집에서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들다니.
좋은 점은 그녀의 뒷태를 눈치보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도 끝내주지만 자세히보니 몸매는 더 대단했다. 길쭉하고 늘씬하게 뻗은 다리와 잘록한 허리와 탱탱한 엉덩이 라인은 내가 본 여자들 중에 최고였다. 진짜 죽인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슬그머니 자리를 이동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허벅지 사이에 터질듯한 보짓살이 예술이다. 타이트한 트레이닝복 때문인지 도끼자국이 허벅지 사이로 뻗어있었다.
순식간에 내 자지가 벌떡거리는 것을 느꼈다.
살짝 만져볼까?
"으음.... 엄마....."
내가 그런 불경한 생각을 가지는 중인걸 알았는지 민영이 잠꼬대를 했다. 자면서 엄마를 부르는 스물두살 여자를 희롱할수야 없지.
비록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인생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으니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건설현장 노가다는 정말 힘든 일이지만 순수하게 금전적으로만 따지면 가장 쏠쏠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나갈 필요가 없는 일당제라서 돈이 급할때만 나가면 되었기 때문에 더 좋았다. 무언가 성실하게 하는건 야구를 관둔 이후로 내 사전에는 없다.
민영이에게는 심심하면 티비나 보라고 말하고 집을 나왔다. 가출소녀를 집에 혼자 두고 나오는것을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방에는 훔쳐갈 물건도, 돈도 없다. 17인치짜리 싸구려 중고 티비가 가장 비싼 물건이다.
하루종일 일을 해서 일당 10만원을 받았다. 돼지껍데기에 소주나 한잔 하자는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집앞 편의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역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편의점 알바녀. 평일에는 칙칙하고 뚱뚱한 남자가 카운터를 보기 때문에 이런 기분을 못느낀다.
아저씨들 제안을 거절했지만 노가다 뛰고 나서는 역시 고기반찬에 소주 한잔이 최고다. 하루종일 방안에서 심심해하고 있을 가출소녀 민영이 생각도 낫기에 간단히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을 수 있는 편육과 소주 두병을 샀다.
"저기요.."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알바생이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이지?
"저 오늘이 알바 나오는 마지막이라.. 인사드리려고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뭔가 수줍어보였다.
"아 그래요? 아쉽네요. 주말에 편의점 올때마다 기분이 좋았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또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네 저두요.."
편의점을 나오자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한번 대쉬라도 해볼걸 그랬나?
"민영아 나 왔다~!"
괜히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척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민영이는 반기는 기색조차 없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검은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술이나 한잔 하자. 안주도 맛있는걸로 사왔어."
편육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소주를 땄다.
"일하고 와서 이렇게 한잔 하면 꿀맛이거든. 너는 일은 안했지만 하루종일 심심했을 테니까 한잔 해."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주자 민영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나 한번도 먹어본적 없어."
"존댓말?"
"....요."
크크 역시 귀여워. 그건 그렇고 소주를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다고?
"그 나이 먹도록 소주 한잔을 못먹어봤어? 술이 안받는 체질인가."
"와인이라면 많이 먹어봤지만."
"와인?"
부잣집 딸래미라도 되나? 괜히 사람 주눅들게 만드네.
"와인을 무슨 맛으로 먹냐. 나도 많이 먹어봤는데 와인보다는 소주가 훨씬 맛있어. 한번 먹어봐."
그녀는 살짝 망설이다가 종이컵에 손을 가져간다. 입술만 축이는 정도로 살짝 들이키더니 양미간을 찌푸린다.
"써.."
그런 그녀에게 얼른 편육을 젓가락으로 짚어서 들이댔다.
"이거 먹어봐."
"으으.. 그게 뭔데?"
"그냥 잔소리 말고 먹어봐."
민영이는 꺼림직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고기를 받아먹는다.
"맛이 어때?"
"......"
"맛있지?"
그녀의 동공이 살짝 커진다. 말하지 않아도 맛있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한잔 먹이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민영이와 나는 어느새 한병을 비우고 있었다.
희안하게도 아무 대화를 하지 않고 묵묵히 술만 마시는데도 어색하다는 생각이 안든다. 그녀는 어느정도 취했는지 얼굴이 붉어지고 알딸딸해 보인다.
"너.. 이름이... 뭐야?"
그녀가 먼저 질문을 걸어온다.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도 안가르쳐줬구나.
"강서웅."
"씨이...강서웅..? 니가 나한테 무슨 존댓말이야아... 주제를 알아야지이..."
"내가 3살이나 많은데 당연히 존대해야지."
"내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어..?"
민영이는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었다.
"고생했는데... 하루종일 기다리게 하고... 갈아입을 옷도 안주고.. 흑흑..."
커다란 눈망울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눈물에 당황한 나는 그녀의 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엄마 보고시퍼어.... 흐앙...."
도도해보이는 외모와 싸가지 없는 말투와는 달리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여리고 귀여운 여자였다.
어디 동네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 복장을 한 그녀지만 외모가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섹시함이 더 강조되고 있다. 하체에 바싹 붙은 트레이닝 바지가 글래머러스한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은근히 다리와 엉덩이를 훔쳐보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도시락을 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비엔나 소세지와 계란찜이 반찬인 평범한 편의점 도시락을 저렇게 맛나게 먹는걸 보니 정말로 오래 굶은 모양이다.
"어디 쫓겨다녀요?"
도시락을 어느정도 다 먹은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빚쟁이?"
이번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럼 어디 쫓겨다녀요?"
"..우리집 사람들."
"그럼.. 가출?"
끄덕끄덕. 과년한 처자가 가출이라니 좀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몇살이에요? 가출할 나이는 아닌거 같은데."
"스물두살."
"거참 되게 시크하네. 제가 스물다섯인데 존댓말 좀 쓰시죠? 밥도 사드렸는데."
"난 어른 아니면 존댓말 안해."
"나 어른인데?"
"내가 보기에 어른이어야 어른이야."
뉘집 자식인지 몰라도 버릇이 없다. 이런 미인이 우리집에 와 있다는건 솔직히 말해서 기분 좋은 일이지만 버릇없는 가출소녀를 무턱대고 받아주는 취미는 내게 없었다. 버릇을 고친다면 모를까.
"존댓말 안할거면 나가. 가만보니 갈 곳도 없는거 같은데."
여자들이랑 많이 놀았을때 싸가지 없는 여자들도 많이 상대해봤다. 이런 여자는 기를 팍 죽여놔야 말을 잘 듣는다.
자존심을 자극하자 그녀가 도끼눈을 뜨고 째려본다. 그래봤자 너무 예쁜 탓인지 무슨 영화속 배우의 연기보는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전혀 위협이 안된다.
내가 눈빛을 무시하면서 딴청을 피우자 그녀는 무척 분해보였다.
"알았어요... 존댓말 할게요..."
그녀가 항복을 선언했다.
기선제압 성공인가?
"이름이 뭐야?"
"서민영.... 이요.."
단답형으로 대답하려 했던 그녀는 존댓말 어미를 힘겹게 덧붙힌다.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네.
"왜 가출했어?"
"......."
대답하기 싫은가보다.
"집에 들어갈때까지 우리집에서 재워줄까?"
"그래주면 고맙.... 고요.."
아직도 존댓말을 하기 싫은지 입술을 꽉 깨무는 민영. 내가 나이가 3살이나 많은데 왜 저리도 싫어하는건지.
"다른건 다 좋은데 돈이 문제네. 혹시 집 나오면서 가져온 돈 있어?"
"돈이 아니라 카드."
"응?"
"카드로 가져왔.... 다구요.."
"그거 긁을수 있어?"
"위치추적 될거에요.."
그러면 왜 카드로 가져온거야. 쓸모가 없잖아. 골 때리네.
그건 그렇고 가족들이 무슨 경찰도 아니고 가출한 애를 위치추적까지 해서 잡으러 다니는지.
"그러면 컵라면 정도는 내가 사줄게. 나도 돈 없어서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 좋은건 못사줘. 더 맛있는거 먹으려면 니가 돈을 벌던지 해야돼."
민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괜히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이 정도면 엄청나게 배려한거지 뭘 더 바래.
"칫솔이랑 세면도구는 여분 있으니까 그거 쓰면 되고, 잠자리는 이불 깔아줄게. 베게는 하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쓸거야."
"그럼 어서 깔아줘.... 요."
"벌써 자려고?"
"이틀동안 못잤어."
"어허. 존댓말?"
".....요."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억지로 "요"를 내뱉는 그녀를 보며 괜히 가학적인 흥분이 드는 나는 변태인가?
어쨌든 민영이 잠을 자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불을 바닥에 깔아주었다.
"이상한 냄새나."
"그거 안빤지 두달은 됐지 아마? 그거 밖에 없어. 그거 아니면 맨바닥에 자야 돼."
그녀는 나를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듯 벽을 돌아보고 누웠다. 그래도 여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로 불을 꺼주고 티비를 켰다. 민영은 누운지 1분도 안되서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잠이 든 것이다.
엄청 피곤했나보네. 처음 보는 남자 집에서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들다니.
좋은 점은 그녀의 뒷태를 눈치보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도 끝내주지만 자세히보니 몸매는 더 대단했다. 길쭉하고 늘씬하게 뻗은 다리와 잘록한 허리와 탱탱한 엉덩이 라인은 내가 본 여자들 중에 최고였다. 진짜 죽인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슬그머니 자리를 이동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허벅지 사이에 터질듯한 보짓살이 예술이다. 타이트한 트레이닝복 때문인지 도끼자국이 허벅지 사이로 뻗어있었다.
순식간에 내 자지가 벌떡거리는 것을 느꼈다.
살짝 만져볼까?
"으음.... 엄마....."
내가 그런 불경한 생각을 가지는 중인걸 알았는지 민영이 잠꼬대를 했다. 자면서 엄마를 부르는 스물두살 여자를 희롱할수야 없지.
비록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인생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으니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건설현장 노가다는 정말 힘든 일이지만 순수하게 금전적으로만 따지면 가장 쏠쏠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나갈 필요가 없는 일당제라서 돈이 급할때만 나가면 되었기 때문에 더 좋았다. 무언가 성실하게 하는건 야구를 관둔 이후로 내 사전에는 없다.
민영이에게는 심심하면 티비나 보라고 말하고 집을 나왔다. 가출소녀를 집에 혼자 두고 나오는것을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방에는 훔쳐갈 물건도, 돈도 없다. 17인치짜리 싸구려 중고 티비가 가장 비싼 물건이다.
하루종일 일을 해서 일당 10만원을 받았다. 돼지껍데기에 소주나 한잔 하자는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집앞 편의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역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편의점 알바녀. 평일에는 칙칙하고 뚱뚱한 남자가 카운터를 보기 때문에 이런 기분을 못느낀다.
아저씨들 제안을 거절했지만 노가다 뛰고 나서는 역시 고기반찬에 소주 한잔이 최고다. 하루종일 방안에서 심심해하고 있을 가출소녀 민영이 생각도 낫기에 간단히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을 수 있는 편육과 소주 두병을 샀다.
"저기요.."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알바생이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이지?
"저 오늘이 알바 나오는 마지막이라.. 인사드리려고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뭔가 수줍어보였다.
"아 그래요? 아쉽네요. 주말에 편의점 올때마다 기분이 좋았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또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네 저두요.."
편의점을 나오자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한번 대쉬라도 해볼걸 그랬나?
"민영아 나 왔다~!"
괜히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척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민영이는 반기는 기색조차 없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검은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술이나 한잔 하자. 안주도 맛있는걸로 사왔어."
편육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소주를 땄다.
"일하고 와서 이렇게 한잔 하면 꿀맛이거든. 너는 일은 안했지만 하루종일 심심했을 테니까 한잔 해."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주자 민영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나 한번도 먹어본적 없어."
"존댓말?"
"....요."
크크 역시 귀여워. 그건 그렇고 소주를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다고?
"그 나이 먹도록 소주 한잔을 못먹어봤어? 술이 안받는 체질인가."
"와인이라면 많이 먹어봤지만."
"와인?"
부잣집 딸래미라도 되나? 괜히 사람 주눅들게 만드네.
"와인을 무슨 맛으로 먹냐. 나도 많이 먹어봤는데 와인보다는 소주가 훨씬 맛있어. 한번 먹어봐."
그녀는 살짝 망설이다가 종이컵에 손을 가져간다. 입술만 축이는 정도로 살짝 들이키더니 양미간을 찌푸린다.
"써.."
그런 그녀에게 얼른 편육을 젓가락으로 짚어서 들이댔다.
"이거 먹어봐."
"으으.. 그게 뭔데?"
"그냥 잔소리 말고 먹어봐."
민영이는 꺼림직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고기를 받아먹는다.
"맛이 어때?"
"......"
"맛있지?"
그녀의 동공이 살짝 커진다. 말하지 않아도 맛있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한잔 먹이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민영이와 나는 어느새 한병을 비우고 있었다.
희안하게도 아무 대화를 하지 않고 묵묵히 술만 마시는데도 어색하다는 생각이 안든다. 그녀는 어느정도 취했는지 얼굴이 붉어지고 알딸딸해 보인다.
"너.. 이름이... 뭐야?"
그녀가 먼저 질문을 걸어온다.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도 안가르쳐줬구나.
"강서웅."
"씨이...강서웅..? 니가 나한테 무슨 존댓말이야아... 주제를 알아야지이..."
"내가 3살이나 많은데 당연히 존대해야지."
"내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어..?"
민영이는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었다.
"고생했는데... 하루종일 기다리게 하고... 갈아입을 옷도 안주고.. 흑흑..."
커다란 눈망울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눈물에 당황한 나는 그녀의 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엄마 보고시퍼어.... 흐앙...."
도도해보이는 외모와 싸가지 없는 말투와는 달리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여리고 귀여운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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