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중 3년...
여고 3년.....
또 여대 4년...........
이성에 대한 인식으로 머리는 나날이 커져갔었지만......
그럴 틈도 없이 내몰려야 했던 입시준비......
그리고...대학 합격....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도...
그녀의 삶은 그 전과 크게 달라질 수 없는 여건이었기에..
그나마...
1,2학년때는 미팅, 소개팅도 여러번 하며...
그러한 기회를 조금 가져보기도 했지만........
눈에 들어오거나........자신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인물은
꿈에나 존재하는 요원한 바램이었는지..........
역시나.........허허롭기만 했던 지난 날...
“창문 열어줘?”
“아뇨.........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애........후와~~~~~~”
“......................”
그랬는데........
자신의 연애일상은 변함없이..
앞으로도 영원히
그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울거라 낙담하고 있었는데.....
어제...........
보는 순간......
첫 눈에.......
숨이 막혀버리고.......말문까지 막혀버리게 하던 존재............
조금은 무례하고.....
말수도 적었으며...
자신에겐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
속으론 무척 실망해야 했지만...
지금......
자신의 곁에서.......
자신의 손을 잡은 채 쉬이 놓아주려 하지 않는 그러한 존재가.........
눈 앞에 나타남은 물론......
곁을 지켜줄거라는 건.......
어제..아니 오늘 아침까지도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내 살다살다.......이놈아가 애인이라고 데리고 오는 건 또 처음이네.....허 참.....”
“그만 쳐다봐 임마......”
“허어.....이 개놈자슥.....왜 내가 우리 제수씨 좀 쳐다보면......닳나? 어잉?”
“풉..........”
“허 참...........평생 혼자 살것처럼 그리 바쁜체 하더니..........이리 고운 제수씨를 숨겨놓고...에라이 이 음흉한 시키야.........키키키키......”
“배고프대...쉰소리 그만하고 얼른 안내나 해............”
“컴컴.......그럼 안되지이~~~~암..........그러지말고 제수씨 이쪽으로다가 오십숑.....그나저나 옷이 이게 뭐냐....날도 추운데...단단히 좀 입혀 모실 것이지.....쯧쯧.......”
“집에 차려놨냐?”
“아니........귀한 손님을 우중충한 집에서 맞으면 쓰나.......저기....요번에 새로 오픈한 횟집에다 부탁해놨으니까..........지금 가면...아니다...그러지말고 간만에 고향 왔는데..바다도 좀 보고...그러다 한 30분 후쯤에 오니라..내 먼저가서 단단히 준비해놓을테니까........이쁜 제수씨 ....시장하더라도 그때까지만 좀 참으십숑..키키키.....”
“하하하하.......네........”
“허허..........저 먹도둑놈이 어딜가서 이리 고운 제수씨를 낚아챘는지 몰러......거 참......”
“그럼.....조금 둘러보고 갈게......”
“그려그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끼어가던 팔짱......
그러한 행동을 더욱 자연스레 받아들이던 그의 유연함.......
“횡성휴게소 보단 좀 덜하지?”
“응.....훨씬 따뜻해요.....여기만 해두 살 것 같은데......”
“............................”
“여기가....오빠 고향이었구나.........하아............작은 시골마을.........예뻐........”
“숨 깊게 들이마셔봐........”
“후웁~~~~~~~~~~하아............공기도 어쩜.......좋다.........히히.....”
“오길 잘했지?”
“피.......몰라.........정말 도깨비같애..........난 아직도 뭐가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후우~~~~~~그나저나 여기 공기는 정말 맑은 거 같애요........”
“추우면 말해.........”
“왜? 외투라도 벗어주시게요?”
“아니........얼른 들어가야지..........”
“칫............하여간 못됐어.....사람을 들었다놨다...하아..........좋다......겨울 바다도 좋구............어머.....여기 물 맑은거봐....후와.......”
“늦봄에 오면 더 좋아.....물도 더 맑고......”
“정말? 후와........지금보다 더 맑으면 도대체 얼마나 맑다는거야?.....상상이 안돼.......”
“저기 까만거 보여?”
“응.....까만거......저게 뭐에요?”
“성게.......”
“우와...........진짜 여기 짱이다.........친구들한텐 말해도 아마 안믿을거야...”
“사진 찍어서 보내줘......”
“푸하.......자랑하라구?”
‘끄덕...........’
“히히.........그럼........오빠가 나 좀 찍어줘!”
“그래......거기 서봐.......못난이......예쁘게 한번 찍어볼게......”
“푸하.......우쒸........내가 어딜봐서 못났다구......확........”
“찍는다.........웃어.............”
“칫.............김~~~~~~~~치...........”
이어지던 식사자리에서도...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해주던 그의 미소는 끊임이 없었고......
“그만........운전해야 하니까 난 그만 마실게....”
“아따.........이 양반이 뭔 헛소릴 하는건지.......너랑 제수씨 잘 데 없을까봐 걱정하는거라면...야..마음 푹 놔라.....누추하지만 우리집에도 빈방 있고...보다시피 여기도 개발바람이 불어서...한집건너 한집이 펜션이다...모텔이다......널리고 널렸는데.....이 무슨 가당치 않은 소리야...잔소리말고 얼른 받어.....”
“그럼 한잔만 더..........”
“어허.....이놈 시키가 또 술 맛 떨어지는 소리 한다.........제수씨......제수씬 이런 놈이 뭐가 좋다고.....쯧쯧...”
“큭.....................”
“설 쇠면 24이라고 했던가요?”
“네........”
“허어......참............이런 날도둑놈을 다 봤나..아무리 그래도.......띠동갑을 훨 넘어가는 분을......”
“침 튄다 그만 떠들고 잔이나 받어........”
“크아...........간만에 우리 성호랑 한잔 하니까.......술 맛 하나는.......거기다 우리 이쁜 제수씨까지.......자 그러지말고....우리 제수씨도 같이.............건배~~~~~~”
“건배~~~~~~~~”
“자자..........둘의 이쁜 사랑을 위하야......아니지아니지..........그냥...이놈 나이도 있고 하니까.....얼른얼른 둘 똑닮은 아가 하나 점지해주십사 하고..........위하여!!!!!!!”
“푸하...........”
“위하여!!!!!!!!!!”
“좋단다 개놈시키..........키키키키.........지화자!!!!!!!!!!!!.”
얼큰하게 달아오르던 취기의 장에 이르러서도......
그 싱그러운 미소는 그칠줄을 몰랐다.
“내가 좀 알아보니까...요 앞에 올라서자마자 음주단속중이란다...썩을놈들 ....날씨도 추워죽겠는데 뭘 얻어먹겠다고 쳐기어나와있는지.........”
“단속안해도 지금 움직이긴 좀 그래.......차에서 좀 쉬다가.....술 좀 깨면 올라갈게.....”
“그러지말고...우리집 가자니까........울 마누라......자기 얼굴도 안보고 간다고 지랄지랄.....킁......제수씨 앞에서 내가 별 소릴 다한다....암튼.....얼른 우리 집에 가...가서 몸 좀 뉘였다가면..”
“송년회 이번에 서울에서 하기로 했잖아.....숙이 얼굴은 그때 봐도 되고.....”
“쩝........그럼......잠깐만 기다려봐라.....내 후딱 어디 좀 다녀오마......”
“안와도 된다니까 그러네......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 다신 안온다..”
“아따 개놈시키...말하는 본새하고는..........제수씨 좀 거시기하더라도 쪼매만 기둘려보시숑..내 금방.......”
하지만..........
당사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 모텔의 숙박권을 끊어 뛰어오던 친구의 섣부른 호의는.......
그녀는 물론.........
그의 안색마저 찌뿌려지게 만들고야 말았고..........
“낼 아침에는 울 영숙이표 물곰탕으로다가 대령할테니까......그때까지 푹 쉬어.......제수씨도 먼길 오셨는데.....편안한 밤 되시고요......흐흐흐.......그럼 난 이만 간다잉~~~~”
세상에
오직 그들 둘만 남겨진 듯 했던 시간은......
뒷동산으로 해떨어지기 무섭게 어두워지던 겨울의 밤만큼이나
금세........그리고 길게..............
마치
그들에게 펼쳐질 밤을 예고하듯
진하게만 물들고 있었으니...........
“오해할까싶어 하는 말이지만...이건.......계획했던 바 아니야....”
“풉........그 정도는 나두 안다 뭐.............에휴......그나저나 누구 때문에 급히 나오느라 준비 해온 게 하나두 없는데...........”
“필요한 거 있어? 있으면 말해줘......내가 편의점에라도 다녀올게......”
“아까 마을 초입에 있던 편의점?”
‘끄덕~~~~’
“됐네요.......다 어두워서 거기까지 어떻게 사람을 내보내..........그냥.....좀 불편하지만 .....휴......나두 모르겠다..”
“미안하다........”
“피피피...........됐다니까 자꾸 그러신다........그러지말구..오빠 전화기나 잠깐 빌려줘......내껀 배터리 다 돼서 꺼졌단 말야..........못들어간다고 집에 전화는 해줘야지.......”
“그래........그래야지........여기......”
“푸하............수전증 있어요? 춥지도 않은데 왜 떨어?”
“후훗..........이상황에서 떨리지 왜 안떨리겠어........”
“순진한 척 하시긴................잠깐.........집에 전화 할거니까.......쉿....”
‘끄덕~~~~~~~~~’
“응......아빠!!!!!!!!!!!!!!.......!#!$@#!$!$!#!$!!$@#‘
한없이 불편하고....
끝없이 불안한 시간.........
일말의 초조함과......
일말의 기대.......
그리고 또 한편의 흥분........
서로 말은 섞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간격의 시간......
욕심을 앞세우고 싶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싶은 마음.......
성급하다는 마음과.......
그래서 지금은 더더욱 아니라는 다짐간의 이간질.......
“제가 먼저 씻어요?”
“그럴래?”
“피.......이럴 땐 남자들이 먼저 씻는 거라던데.........툴림없이 연애 안해봤어...그쵸!?”
“하하........그럼.......내가 먼저 씻을게......”
“아뇨.........내가 먼저 씻을래....말은 안했지만....아까부터 씻고 싶어 혼났단 말야.....근데 나 씻는 동안 막 들이닥치고 그러기 없음이야........알겠죠?”
“그래........그럴게.........마음 편히.......씻어.......”
“피............퍽도 마음 편하겠다......몇 달을 만난것도 아니구....어제 처음 본 남자랑.........후우......내가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건지........하아...”
“같이 씻을까 그럼?”
“흥 웃겨!!!!!!!!!됐거든요!!!!!!!!!!!!!!!문 잠글거니까........꿈도 꾸지마셔.......칫.....”
“속옷 없지?”
“그럼요!!!!!!!우쒸............”
“씻고 나서..........좀 그러지 않겠어?”
“남자가 별걸 다 물어..........오빤 몰라도 돼요!!!!!!”
“큭.........그래.............”
자신의 샤워와는 차원이 다른.....
그 기나긴 혈투의 시간동안.......
취기가 동반된 극도의 흥분은
빠져나갈 틈 전혀 없이 그의 전신을 올올이 옥죄어오는 듯 했고.....
낮보다 험해진 베란다 앞 바다의 일렁임마저...
그러한 기분을 만들어나가는데 적잖이 일조하고 있는 듯 했다.
“풉............”
“왜 웃어요!!!!!!!칫......”
하지만...........
들어갔던 그 모습 그대로.........나올거란 예상을 단번에 깨뜨리던 그녀를 마주하게 되자..
혼자만의 고민 아닌 고민은...
마음 편히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을만큼 유쾌함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었고..
“옷이 없는데 그럼 어떡하라구!!!!!!.....우쒸........”
“금방 씻고 나올게......”
“그러든가 말든가.....요..........그나저나 나 어떡해.....딸랑 로션 하나 챙겨왔는데.....하아....”
이에
쏟아지는 물줄기에 마땅히 일그러졌어야 할 얼굴까지도........
활짝 피어...
덕분에
코로 연신 물을 받아들여야 했는데........
‘콜록~~~~~켁...’
“끼악.........뭐야!!!!!!!!!!!얼른 옷 입어!!!!!!!!!!!”
“나 역시........준비해온게 없어서.........”
“그래두 그렇지........수건 달랑 하나 걸치고 나오면 어쩌잔 거야......빨리 뭐라두 걸쳐요..”
“너두 그랬잖아...그리고 ...걸칠게 마땅치가 않네.......더군다나 아직 물기도 안말랐고.....”
“하아.......진짜!!!!!!!!!!!!!!!!술이 다 깬다 정말........하아..”
“...................................”
“설마.........같이 자자는 뜻은 아니겠죠?”
“그럴까 하는데..........”
“오빠!!!!!!!!!!!!!!!!!!!!우리 오늘 처음 만난거나 마찬가지거등!!!!!!!!!!!!근데 어떻게......하아...”
“손만 잡고 자지 뭐.......”
“하하하하하하...........정말..........하하하하하하........그걸 나더러 지금 믿으라고........”
“술동무 해주느라 피곤했을텐데........먼저 자........”
“칫.......술 다 깼다니까........후우.....내가 운전만 할 줄 알면 지금 당장이라두.......”
“면허 없어?”
“있어요!!!!!!있는데................”
“연수시켜 줄게........”
“됐거든요.........그건 어차피 나중 일이구..........하아.....”
“잠 안오면...TV보다 자든가.............”
“됐어요.......재밌는 프로는 이미 다 끝나고......볼 것도 없어.....”
“출출하진 않지? 저녁은 안먹었잖아..”
“헐..........그렇게 먹고......또 배고프다고 하면 내가 인간이에요? 돼지지.........”
“후훗.........그럼.....자는 수 밖에 없네...........얼른 자.......”
“..................................”
“운동복이라도 가져올걸.............이건 뭐......”
“................................”
서른 일곱...........
어릴적부터 더러운 세상의 이면까지 다 맛보아야 했던 자신이.............
이토록 설레하고....
오늘처럼 상쾌한 기분을 만끽한 적이 있었던지....
있었다면 또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정인지...
‘절레절레.........’
오랜 기억을 되짚어봐도.....
오늘같은 과거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결코 그러할 처지가 되지 못했기에.......
침대로부터 조금 떨어져있던 쇼파에 반나체의 몸을 묻어가던 그에게선......
기분좋은 미소의 호선이 자꾸만 그 주름을 깊게 파헤치고 있었다.
환하던 실내가 암흑의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부끄러움과 불안감이 혼재하던 공간이...
조금은 차분한 기운으로 변해 갔을 때까지도......
보이지 않는.......
볼수 없는 그의 미소는 그 색채만 옅어졌을 뿐..........
유명을 달리하는 만행을 저지르진 않았고.........
“자요?”
“아니.................”
“얼른 자요.............”
“그래...........너두..............”
“지금 나 잠 막 쏟아지니까........오빠두 얼른 자........알겠죠?”
“그래..............”
“잘 자요.............”
“어...................”
공간 뿐 아니라..........
대화의 어둠마저 사방을 물들여갈때까지도......
그의 그러한 상태는 변함이 없었는데.........
“자요?”
“.......................”
“이불 안덮어두 돼?......장롱에 이불 있는 것 같던데.........”
“........................”
“칫.......안자는 거 알거든요............얼른 가서 이불이랑 베개랑 가져와요.....”
“빨리 자.........”
“난 이제....진짜 잘거니까 걱정말구.........이불이랑 베....”
“한번만 더 말걸면.....확 덮친다..........”
“피..........그랬다간 봐........정말 다시는 오빠 안볼거니까.........알아서 하세요..”
“아까도 말했지만.......이미.... 선은...... 몇번을 넘었어......”
“풉.......그 선.........정말 있기는 한거에요? 원래부터 없었던 건 아냐?”
“예림아..........”
“넹..........얼굴 안보이니까...그 눈빛 안봐서 좋다..히히히....”
“푸하....하하하............”
“웃으면 잠 다 깨는데.........히이........그래두 몰라......난 이제 정말 잘거니까.....안녕 오빠...우리 내일 아침에 봐요.......”
“그래...........”
“피피피...............”
장타올만 두른 채........
용감하게 욕실을 나서던 그녀....
어제도 느낀 바.........
숨기려해도..
결코 숨길 수 없는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거기에
물기 묻어 잔뜩 젖어있던 그 몸이
시간을 건너 뛴 어둠속에서도 찬연한 빛을 발하는 것 같았기에...
미소 드리워진 걸음걸음은..........
본인들만 부정할 뿐 이미 예정되어 있던 수순을 향해
마침내 기지개를 키려 하고 있었고.......
예상했던 비명......
혹은
외침이 들려오지 않자.......
만용에 가까워보였던 그의 용기는 금세.........
더할 나위 없는 크기로 불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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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스타킹의 계절이 돌아왔네요......
스타킹이든 레깅스든....암튼....
다 찢어버리는 불금되소서~~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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