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여보!! 왜 그걸 얘기 안했어요!!"
"......"
"정말... 그렇게 중요한걸 혼자만 알고있고... 진짜... 이... 일단은 이것부터 좀 치워봐요."
다음날 영희와 준수는 분주하게 집정리를 하고 있었다. 영희에게 있어서 준수에게 들은 말, 내일 수혁이 온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준수와 둘만의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리고 세진, 수정, 은혜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그녀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씻겨나가고 있는 중이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는 단 한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아들인 수혁의 존재였다.
그녀가 정상적으로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를 만나서 재혼을 하겠다고해도 수혁의 눈치를 살펴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 결혼을 한다는 남자가 그녀보다 한참 어린, 수혁과 나이가 같은, 그것도 수혁과 가장 친한 친구라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수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하다는 생각에 수혁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싶었다. 그렇게 자신의 아들에 대한 생각을 피하는것으로 준수와의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있었던 그녀였던 것이다.
준수 또한 그녀에게 그 소식을 알리는 것이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수혁의 존재는 영희에게도 큰 짐이였지만, 준수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 어느 누가 자신의 엄마가 친구의 부인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멀쩡한 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까, 아니... 애시당초에 친구의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을 납득해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기에 영희가 옆에서 계속해서 준수에게 왜 지금 얘기했냐는둥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어도 준수는 그녀에게 한마디의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와 함께 집을 정리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침대시트를 건조대에 널어놓고, 준수의 방 서랍에 있는 영희의 속옷이라든가, 영희의 방에 있는 준수의 잠옷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고, 거실에 있는 준수와 영희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같은 수혁의 의심을 살만한 물건들은 모조리 치워버렸다. 어느정도 정리가 끝난 후에야 준수와 영희는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TV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그들을 비춰주었지만, 정작 그들은 TV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었다. 그저 영희는 준수의 어깨에 기대고 있을 뿐이였다.
"미안... 내가 여보 마음 모르는건 아닌데... 너무 뭐라고 했죠...?"
"아니야... 나도 늦게 말해서 미안해... 괜히 신경쓸까봐..."
"... 수혁이가 사실을 알면... 뭐라고 말할까..."
"아마... 화내겠지...? 인정받지 못할지도 몰라..."
".... 여보... 나 너무 무서워요..."
영희의 말대로 그녀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준수의 따스한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것에 영희는 그녀가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 그나마 줄어드는것을 느끼며 그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그랬잖아... 후회할거라고... 당신... 후회해...?"
"아니요... 후회는 안해요... 다만... 그래도 내 아들이니까..."
"괜찮아... 괜찮을거야..."
"그래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그렇겠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래도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그랬잖아. 우리 행복해질거라고... 당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수혁이랑 당신이 틀어지면 당신이 불행해지잖아...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혁이한테 인정받도록 해볼게."
"... 끝까지 수혁이가 우리 인정 안하면... 어떻게 해야되요...?"
"내가 말했잖아. 어떻게 해서든지 인정받을거라고... 설령...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난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꺼니까..."
"... 여보... 안아줘요..."
영희를 끌어안은 준수도, 영희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영희는 온갖 상상을 하고 있었다. 수혁이 그들의 사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수혁이 그녀와의 연락을 끊어버리는 미래... 한 아이의 엄마로써 자식이 떠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가슴아픈 일이였다. 그렇다고해서 수혁이 인정받지 않아 결국 준수와 이어지지 못한채 평생동안 준수를 만나지 못하는 삶도 싫었다. 만약 한 아이의 엄마로써의 인생과 여자로써의 인생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질것만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선택의 기로에서 그녀의 선택이 결국에는 여자로써의 삶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슬픈 것이였다. 자신이 이기적인 여자라는 생각에...
영희는 준수가 혹시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알게되면 걱정할 것이 뻔하기에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는 준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준수의 눈동자만 보고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여보... 그나저나... 우리 반지는... 수혁이 있는 동안만큼은... 빼야겠....죠...?"
"아마 이거 보이면 바로 들킬게 뻔하니까... 어쩔 수 없겠지..."
"... 나 이거 한순간도 빼기 싫은데..."
"그럼 내가 빼고 있을게... 어차피 내가 끼고 있으면 괜히 의심 받을거야. 남자놈이 반지나 끼고 있다고 하면서 계속 캐묻겠지..."
"그렇네요... 어쨋든 저는 여자니까..."
마치 마지막인듯, 준수와 영희는 반지가 끼워진 서로의 손을 뻗으며 반지가 한 쌍이라는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듯 했다...
"한동안 같은 침대에서 못자겠네..."
"... 한동안은... 예전처럼 당신한테 이모라고 불려지겠네요... 원래는 그게 익숙했었는데... 이제는 당신이 날 이모라고 부르면 어색할거같아..."
벌써 잘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은 뜬 눈으로 그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희도, 준수도 잠이 오질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했었던 것들이 수혁이 돌아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당연하지 못하게 되버린다는 것... 아니, 어쩌면 원래부터 당연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영희의 머릿속을 괴롭혔기에...
"괜찮아... 정신차려... 어차피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였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겪게 될 일이야..."
영희는 마음속으로 그녀의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애를 ?지만 그녀만의 의지로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는 것은 무리였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잠을 들지 못하는 준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 안에서 피어오르는 애틋한 마음을 참지 못했고, 그대로 그의 뺨에 키스를 했다.
"... 우리 오늘은 그냥 자기로 했잖아..."
"그래두요 여보... 여보... 키스해줘요..."
"안되... 오늘은 참자..."
"너무 잠이 안온단 말이에요..."
"키스해주면 또 젖을거면서..."
"여... 여보...!! 치... 알았어요 알았어! 흥... 하여튼 분위기 깨는데는 뭐 있어... 누가 다시는 키스해달라고 하나보라..."
"정말? 정말로 다시는 키스해달라고 안할거야?"
"치... 몰라요... 아... 아항... 하지마앙... 웁... 웁웁... 하앙..."
잠시 토라졌던 영희는 준수의 입술을 처음에는 거부하려고 했지만 막상 입술이 닿자 언제 그랬냐는듯 오히려 그녀의 혀가 먼저 준수의 입을 파고들었다. 장난스럽게 그녀에게서 떨어져나가려는 준수의 목을 감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는 그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가면서 빨아들였다. 그의 혀와 영희의 혀 사이에 타액이 늘어지면서 그들의 진한 키스가 끝났고, 뒤이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듯이 준수의 입술은 영희의 턱라인을 따라서 목, 그리고 그녀의 쇄골라인에까지 키스를 하고 있었다.
"여보... 그... 그만... 그렇게 하면 나... 하앙... 하앙..."
"먼저 시작한건 당신이잖아..."
"나... 그러면 진짜로 젖는단말이에요... 하앙..."
"거짓말... 벌써 젖었으면서..."
"하윽... 만지지 마요... 침대 또 젖는단말이야... 하윽..."
영희는 내심 준수의 더욱 진한 애무를 바라면서도 그녀가 흘린 애액을 침대시트가 젖어드는것을 염려했다. 수혁이 돌아오는 것이 바로 내일이였기 때문에 오늘마저 침대시트를 적셨다가 수혁이 영희의 침대에 들어와서 이상한걸 눈치채기라도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보지는 점점 더 젖어들어갔다. 준수 또한 영흐의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영희를 번쩍 안아들고는 자신이 바닥에 누웠고, 자연스럽게 영희가 준수를 위에서 덮친 모양새가 되었다.
"여기라면 닦기만 하면 되니까... 괜찮지?"
"몰라요... 흥... 당신... 각오해요...!"
영희는 얄밉다는듯 준수를 한번 노려보고는 재빨리 그의 바지를 벗겨서는 그의 물건을 빨기 시작했다. 그들이 침실로 향하기 전에도 마지막 섹스라는 명분하에 욕실에서 세번을 사정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물건이 단단해지지 않을리가 없었다. 영희는 아이스크림을 빨듯 준수의 물건을 빨아나갔고, 어느새 그의 얼굴로 향해있던 그녀의 보지는 준수의 침과 그녀가 흘린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여보, 누가 누구한테 각오하라고 하는지 다시 한번 말해줄래?"
"하앙... 하앙... 그... 그렇게 쑤시면... 아흑... 자... 잘못했어요... 거... 거긴... 아흐윽..."
준수의 혀가 떨어져나가기가 무섭게 계속해서 준수의 손가락 2개가 영희의 보지를 공략하는데에 이어 준수의 혀가 그녀의 항문주름을 돌려가면서 핥자 영희는 더이상 버틸수가 없었다. 준수의 자지를 혀로 애무하는것도 그만두고 손을 이용해 그의 자지기둥을 흔들어주는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생각보다 그녀의 손놀림이 자극적이였는지 준수는 그녀의 보지를 핥는 것을 멈추고 살짝 몸을 뒤로 빼서 자지를 그녀의 보지구멍에 조준했다.
"지... 진짜... 안되는데... 아흑..."
말만 그렇지 실제로는 그녀가 더욱 준수의 자지를 원하는것 같았다. 삽입이 되자 그녀는 뒤로 몸이 넘어갈것만 같았다. 다행히 준수가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살짝 굽혀서 영희가 그의 허벅지를 받침대처럼 쓸 수 있었다. 그 자세에서 그녀는 스스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고, 그 움직임에 의해 이미 그녀의 질 깊숙한 곳까지 박혀있던 준수의 자지가 그녀의 속살을 끄집이널듯한 모양새를 계속해서 연출하고 있었다.
그 격렬한 쾌감에 영희는 금새 파김치가 되었다. 힘든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 자극적이라서 더이상 계속했다가는 몸이 녹아들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자연스럽게 몸이 준수의 가슴에 안기는 모양새가 되자 이제는 준수의 차례였다. 영희의 젖꼭지에 입술로 키스를 하며 그는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흑... 아흑... 여보... 아흑..."
영희는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쁜 신음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준수의 자지가 영희의 보지쪽으로 깊숙히 쑤실때는 영희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액체와의 마찰음이 울려퍼졌고, 반대로 준수의 자지가 빠져나올때는 준수의 허리와 방바닥이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반복적인 소리과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의 교향곡은 준수와 영희이 절정을 맞이하면서 끝나는듯 했다.
"하아... 하아... 당신 정말 미워요... 하아..."
"후우... 후우... 뭐가...? 바닥은 그냥 닦기만 하면 되잖아..."
"나... 난... 아니에요.. 몰라... 흥!"
영희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남기고는 그녀의 몸을 닦아내기 위해 일단 화장지가 있는 쪽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준수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제서야 영희는 그녀의 엉덩이에서 그의 딱딱한 물건에 위기감을 느꼈지만, 그 위기감을 느낀것은 이미 늦은 후였다.
"아흑... 여... 여보... 그... 그만... 아흑.. 아흑... 나 죽는단말이야... 아흑... 아흑..."
"헉헉... 그래서 하지 말까...?"
"아흑... 아... 아니... 아흑... 침대쪽에는 싸지 마요... 아흑..."
"걱정하지마. 당신 입이나 보지 안에다가 싸줄테니까."
영희는 준수의 행동이나 말을 저지하지 못하고 그저 준수와 키스를 하며 그의 물건을 받아들일 뿐이였다. 그의 말대로 그의 정액은 모두 영희의 몸에 뿌려졌고, 영희의 애액도 엉뚱한 곳이 아닌 바닥에 떨어져서 다음날 치우는데에는 좋았다. 단... 영희와 준수 두 사람의 몸은 녹초가 되어버렸을뿐...
"아야... 아프다..."
"치... 것봐. 내가 뭐랬어? 그러니까 내가 그냥 자자니까..."
"헤에~? 이제와서 딴소리하시네. 잠 안온다고 먼저 키스해달라고 한게 누구였더라...?"
"너... 너...! 흥..."
준수와 영희는 터미널에서 수혁을 기다리면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준수가 전에 알게 된 수혁의 고등학교 친구에게 수혁이 나간 시간을 물어봐서 터미널에 도착하는 시간을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먼저 나가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수혁이 도착할 시간이 아니라는 점때문일까, 그들은 서로 주의해야한다는 생각에 서로를 예전처럼 부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팔짱은 끼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크게 싸우고 있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알콩달콩 싸우고 있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을리도 없었고, 그저 평범한 커플의 사랑싸움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크게 관심을 끌고 있진 않았다.
여기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집에서 늦게 나오진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영희는 괜히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어젯밤 준수의 배려(?) 덕분에 격렬한 섹스를 하고난 후에도 뒷정리를 최소한도로 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는 그가 지금 장난스럽게 부여잡고 있는 허리였던 것이였다. 그리 심각하게 아픈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허리가 베기는 느낌에 준수는 허리를 두들기고 있었고, 그것을 본 영희는 미안함을 느꼈지만, 수혁이 온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그녀의 미안함이 겉으로 표현될때는 오히려 반대로 되고 있었던 것이였다.
"괜찮아요 이모. 그리고... 어차피 한동안은 못할텐데 너무 아쉬웠어요. 지금 아픈것보다 한동안 못하는걸 어떻게 견딜지가 더 걱정되네요..."
"... 정말 괜찮은거지...? 다치거나 한건 아니지?"
"설마 그거가지고 다치겠어요. 풋... 수혁이가 언제 오려나... 이제 슬슬 올때가 된거같은데 버스가 도착하지를 않네요."
"그러게... 슬슬 우리도 이제 이 손.... 놔야겠지...?"
"그러네요..."
영희와 준수는 붙잡은 손을 이제는 놔줘야 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붙잡은 손이 떨어지려고 하는데...
"엄마~ 준수야~ 오랫만이네."
"어...? 으... 응...."
"와... 왔니..."
갑작스러운 수혁의 등장이였다. 수혁은 분명히 버스에서 내려서 오는 방향이 아닌 반대편에 있는 화장실 방향에서 오고 있었다. 그것에 준수와 영희는 매우 당황을 해서 그들이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도 아직도 그들이 손을 붙잡고 있을 정도였다.
"뭐야...? 준수랑 엄마, 나한테 뭐 죄지은거 있어요? 왜들 그러지..."
그제서야 자신들의 행동이나 말투가 어색한 것을 깨달은 영희와 준수는 재빨리 손을 떼버리고 마치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수혁아. 밥은 먹었니? 배고프지? 일단 밥이나 먼저 먹으러 갈까?"
"준수랑 엄마도 아직 식사 안하셨나보네. 그래요. 일단 밥부터 먹으러가자."
영희는 수혁이 괜히 이상한 의심을 하겠다는 생각에 화제를 돌렸고, 수혁은 보기좋게 영희의 꾀임에 걸려들어간듯 점심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준수는 너무 긴장해서인지 급히 소변욕구가 들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말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수혁의 시야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자 준수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이 괜히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너무 지나치게 생각한다는 생각에 조금 편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며 소변을 보고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손을 씻을때쯤, 수혁 또한 화장실에 들어왔다.
"어... 너도 화장실?"
"응."
"그래... 그나저나 아까도 화장실 다녀온거 아니였어?"
"맞아. 왜? 또 오면 안되냐?"
"아... 아니... 그런건 아니긴 한데... 하하..."
수혁의 대답은 예전의 수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고 냉정했다. 아까 영희와 함께 있을때만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아이가 아니였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준수는 수혁이 왜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의 걱정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먼저 나간다는 말을 하며 화장실을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거울에 준수의 뒷모습이 비쳤지만 수혁은 그것을 보지도 않고 그저 무미건조한 말투로 준수에게 말을 했다.
"그나저나 너랑 엄마랑 잘어울리네. 누가 보면 애인사이라도 되는줄 알겠다?"
"..... 으....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응? 아니야. 그냥 그렇다고. 짜식. 싱겁기는..."
식당에 들어왔을때도 수혁의 태도는 분명 의심스러웠다. 평소같았으면 자신의 엄마인 영희의 옆자리에 수혁이 앉았을 것이고, 그녀의 옆자리가 아니더라도 친구사이인 준수의 옆에 앉았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 수혁은 자신이 영희의 맞은편에 앉을 것이고, 영희의 옆자리에는 준수가 앉아야한다고 끝끝내 고집을 부렸다. 그 순간 영희도 수혁이 눈치를 챘을 것이 분명하다고 의심했지만 그 이후의 수혁의 태도는 예전 그들이 알던 수혁과 전혀 다른 점이 없었기 때문에 영희 또한 경계를 늦추고 평범한 수혁의 엄마로 돌아가서 그를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수는 먹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단 둘이 있을 때 했던 수혁의 말,
-누가 보면 애인사이라도 되는줄 알겠다?
그 가시가 박힌듯 차가운 말투는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준수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수혁은 그런 말투로 말을 할만한 아이가 아니였다. 게다가 식당에 앉았을때의 자리배치도 그냥 넘길수만은 없는 일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준수가 바라보고 있는 수혁의 태도 자체가 평상시의 수혁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분명 수혁은 에너지가 넘치고 말투에도 감정이나 흥분이 그대로 묻어나오며, 남을 즐겁게 해서 그 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이긴 했다. 하지만 그런 수혁의 성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수혁은 너무 지나쳤다. 마치 억지로 자신의 분위기로 주도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말은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듯...
"에이, 엄마. 저만 챙겨주지 말고 엄마 옆에 준수도 좀 챙겨줘. 그러다가 준수 삐지면 어떻게 하려고그래. 그치 준수야?"
"응...? 아... 그렇네... 호호... 내가 정신이 없어. 준수한테도 쌈 싸줄게. 아~~"
"아... 이모... 전 괜찮아요... 전 제가 알아서 먹을테니까 수혁이를 챙겨주세요."
"이모가 수혁이면 챙겨줘서 벌써 삐졌구나? 그러지 말구~~"
준수는 난처한 표정을 가득담아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수혁은 그들에게 시선 한번 보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고 있었다. 도대체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그는 과연 그들의 사이를 알고 있는걸까, 알고 있다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걸까, 그리고 알고 있다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설마 이것은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아 자신과 영희를 시험해보고 있는 것일까, 오만가지 상싱이 그를 괴롭히며 그는 그가 씹고 있는것이 정말 쌈인지 돌인지도 구분이 안될 지경이였다.
"야, 준수야. 엄마는 너한테 쌈을 먹여줬는데 너도 마찬가지로 엄마좀 먹여드려야지. 예쁘게 쌈싸서 한번 먹여드려."
"얘, 너는 아들이 되서 엄마한테 쌈을 싸서 먹여줘야지 그걸 준수를 시키니...?"
"에이 엄마. 내가 예전부터 쌈을 예쁘게 싸질 못하잖아. 게다가 맞은편이라 먹여드리기도 불편하구... 하하하... 게다가 준수가 어디 그냥 남이야? 나랑 형제같은 놈인데다가 엄마한테 아들이나 다름없는 놈인데~ 아들이 먹여준다고 생각하시고 준수가 싼 쌈 잡숴. 준수야. 뭐해? 빨리 우리 엄마한테 쌈좀 싸드려."
수혁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들의 가슴을 후벼팠지만 영희는 그의 말에 반응을 보이면 수혁이 괜히 의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고는 준수가 싸주는 쌈을 받아먹었다. 하지만 쌈이 입에 들어가면서 그녀의 입주변에 물기같은 것들이 조금 묻었고, 준수는 그도 모르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휴지를 빼어들고는 그녀의 입에 묻은 잔여물을 닦아주었다. 그런 준수를 보며 영희 또한 수혁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도 잊은채 얼굴을 붉혔다.
"아이고, 또 오줌이 마렵네. 잠깐 화장실좀..."
그제서야 영희는 깜짝놀라며 준수가 닦고 있는 휴지를 낚아챘고, 준수 또한 화장실로 향하는 수혁의 모습을 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준수와 영희 모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준수야... 우리 아직 괜찮겠지...?"
"뭐... 괜찮겠죠..."
"다행이다..."
"설마... 눈치채기야 하겠어요...?"
준수는 영희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의 생각과는 반대의 말을 했다. 그의 의도대로 그의 말에 영희는 안심을 한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수혁이 돌아오자 영희는 더욱 자연스럽게 수혁을 대할 수 있었고, 수혁 또한 준수의 의심과는 달리 평상시대로 돌아온것 같았다.
먹는 와중에 수혁의 시선이 계속해서 영희의 손가락을 향했다. 그러자 영희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하지만 너무 심하게 반응을 하면 수혁이 괜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당당하게 수혁에게 말을 했다.
"으응. 이거 반지 예쁘지? 좀 사봤어. 수혁아, 이거 엄마한테 어울려?"
"어울리네. 근데 좀... 싼티나는데..."
"싸.. 싼티라니!"
"농담이야 농담. 엄마가 끼는건데 뭘 껴도 예쁜건 당연한거지."
"그치?"
준수는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수혁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진것을 놓치지 않았다....
식사가 모두 끝난 그들은 후식을 즐기고 있었다. 원래 사람이 많을때는 후식을 즐기기에도 미안해서 먼저 나가곤 했는데, 시간도 시간이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영희는 커피를, 준수와 수혁은 에이드 음료를 마시며 소화를 시키고 있었다. 물론 준수는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것때문에 소화도 안될 지경이였지만... 그것을 내색할수도 없기에 자리를 지킬 뿐이였다.
"엄마, 그나저나 엄마는 재혼 안해?"
"응? 얘는...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야..."
수혁의 갑작스러운 말에 준수와 영희는 모두 올것이 온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아까부터 계속 마음을 졸였던 준수에 비하면 영희는 뜬금없이 수혁이 갑자기 왜 그런걸 묻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떻게 답해도 난처할 수 밖에 없었다. 준수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사실이였지만, 괜히 재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수혁이 자신에게 실망을 할 수도 있는거고, 누구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냐고 캐물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였다. 반대로 재혼을 할 마음이 없다고 하는것은 아무리 빈말이라고 하더라도 싫었다. 그것이 준수가 했던 고백을 배신하는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영희는 대답을 기다리는듯한 수혁의 눈빛에 못이겨 대답을 ?다.
"좋은 사람 생기면... 할지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
"그... 그야... 지내다보면 알겠지..."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나쁜 사람일수도 있잖아."
다른 뜻이 없었지만 어쨋든 영희의 말에 꼬리를 무는 수혁의 질문은 너무나도 집요해서 영희는 점점 난처함을 느껴 그녀의 목소리에도 묻어나올 지경이였다. 준수는 어떻게든 지금의 대화 주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뭘 하기도 전에 수혁은 그녀에게 질문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다시 평범하게 다시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준수와 영희 모두 수혁의 말을 즐겁게 들어주는척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준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숨길 수 없었다.
책상에 앉은 준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터미널에서 모습, 식당에서의 모습,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모습... 아무리 생각해도 수혁은 예전의 수혁이 아닌것이 확실했다. 준수도 수혁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기에 자신의 생각이 단순히 수혁의 존재에서 오는 불안감때문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설령 그것이 단순히 자신의 불안감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것이라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영희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오늘 수혁을 만나게 되면서 더욱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하기로 다짐을 했지만, 자신이 먼저 수혁에게 진실을 밝히고 인정을 받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오히려 수혁이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나가있어서 다행이였다. 그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은 영희 몰래 수혁과 단 둘만이 있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였기 때문이다.
"후... 잘 되겠지 뭐..."
그는 머리속으로 수혁에게 어떻게 말을 할지를 몇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그의 반응을 도무지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늦게 말하면 늦게 말할수록 그는 더욱 준수가 걱정하는 방향으로 반응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준수는 오늘 말해야겠다고 확신을 했다. 슬슬 시간을 보니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였고, 수혁이 몇시에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바람도 쐴겸 나가서 수혁을 기다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 안잤어요?"
"응... 어디가?"
"아, 잠깐 마트에서 뭐 좀 사오려구요."
"같이... 가면 안되겠지... 걸리면 안되니까... 조심히 다녀와."
"... 이모, 잠깐만 이리 와봐요."
"웅...? 왜...?"
나가기 전 준수는 갑작스럽게 영희를 불렀다. 가만히 수혁을 기다릴겸 TV를 보던 영희는 그가 부르자 무슨 일인가 싶어 그에게 다가갔고, 영희가 준수에게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준수는 영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영희는 이 모습을 수혁에게 들키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지만 준수는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고, 더욱 깊숙히 그의 혀가 그녀를 파고들자 그녀는 이내 포기했다는듯 그를 받아들일뿐이였다. 까치발을 들면서까지 그와 깊은 키스를 나누던 영희는 준수가 키스를 마치고 신발을 신는 도중에도 아직까지 키스의 여운이 남은듯 얼굴을 붉힌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이모, 갔다올게요..."
"응... 응... 다녀와..."
준수는 집 근처의 공원에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혁이 나간 방향을 봐서는 이쪽으로 집에 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이곳에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것때문만은 아니였다. 이 공원은 그들이 답답할때마다 자주 찾았던 공원이였다. 왠지 오늘은... 수혁이 이곳을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확히 맞은듯 저 멀리서 수혁이 천천히 걸어어고 있었다. 준수는 수혁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너냐? 왜 여기있어. 들어가자."
"그냥, 답답해서 나왔어. 바람이나 쐬면서 얘기나 할래?"
"미친... 남자끼리 무슨 닭살돋게 얘기냐..."
하지만 수혁은 말로만 그럴뿐 더이상 걸음을 옮고 준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사이답지 않게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수혁아..."
".... 뭐."
"있잖아... 너 그거 기억해?"
"그거 뭐? 그거라고 하면 내가 알아듣냐?"
"... 전에 내가 너랑 했던 맹세... 기억해...?"
"니랑 한 약속이 한두개여야지 기억하지... 뭔데그래."
"......"
준수는 그가 다음 말을 할지 말지를 망설였다. 하지만 그 망설임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수혁아... 그 맹세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 네가 꼭 들어야하는 말이야..."
"....."
"꼭 들어줬으면 해..."
"하지마..."
수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리고 준수가 다음 말을 하기도 전에 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었다.
"하지마! 말하지 말라고! 닥쳐! 닥쳐 이 새끼야!"
"수혁아... 그러지 말고 내 말을 들어봐..."
"닥치랬지? 닥쳐! 시발... 거기서 한마디만 더해봐. 니가 날 친구라고 생각하면 그냥 닥치고 있어 새꺄."
수혁은 어느새 준수의 옷깃을 잡고 그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준수는 그런 수혁을 슬픈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말 대신 그의 앞에 자신의 손가락을 보여줬다. 그 손가락이 끼워진 반지... 날이 어두워서 그 모양을 자세히 보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할정도까지는 아니였다. 이제는 거의 울부짖으면서 준수에게 소리치던 수혁에게 준수는 그가 그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꼭 전해야 할 말을 전하고 말았다.
"나... 이모... 아니, 영희를 사랑해... 진심으로... 여자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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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96화가 어떤 식으로 쓰여질지를 모르겠네요.
다른게 아니라 분량때문에...
분명히 쓰다보면 원래 쓰려고 했던데에서 끊으면 너무 짧을거같고
그렇다고 더 쓰면 분량이 너무 길거같고...
고민이...
그나저나 만약 현실에서 친구가 엄마랑 결혼한다고 하면 진짜 어떤 느낌이려나여
다른거 떠나서 그냥 엄청 황당할거같은데 -_-;;
어쨋든 96화로 찾아뵙겠습니다.
"여보!! 왜 그걸 얘기 안했어요!!"
"......"
"정말... 그렇게 중요한걸 혼자만 알고있고... 진짜... 이... 일단은 이것부터 좀 치워봐요."
다음날 영희와 준수는 분주하게 집정리를 하고 있었다. 영희에게 있어서 준수에게 들은 말, 내일 수혁이 온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준수와 둘만의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리고 세진, 수정, 은혜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그녀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씻겨나가고 있는 중이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는 단 한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아들인 수혁의 존재였다.
그녀가 정상적으로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를 만나서 재혼을 하겠다고해도 수혁의 눈치를 살펴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 결혼을 한다는 남자가 그녀보다 한참 어린, 수혁과 나이가 같은, 그것도 수혁과 가장 친한 친구라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수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하다는 생각에 수혁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싶었다. 그렇게 자신의 아들에 대한 생각을 피하는것으로 준수와의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있었던 그녀였던 것이다.
준수 또한 그녀에게 그 소식을 알리는 것이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수혁의 존재는 영희에게도 큰 짐이였지만, 준수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 어느 누가 자신의 엄마가 친구의 부인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멀쩡한 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까, 아니... 애시당초에 친구의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을 납득해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기에 영희가 옆에서 계속해서 준수에게 왜 지금 얘기했냐는둥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어도 준수는 그녀에게 한마디의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와 함께 집을 정리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침대시트를 건조대에 널어놓고, 준수의 방 서랍에 있는 영희의 속옷이라든가, 영희의 방에 있는 준수의 잠옷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고, 거실에 있는 준수와 영희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같은 수혁의 의심을 살만한 물건들은 모조리 치워버렸다. 어느정도 정리가 끝난 후에야 준수와 영희는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TV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그들을 비춰주었지만, 정작 그들은 TV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었다. 그저 영희는 준수의 어깨에 기대고 있을 뿐이였다.
"미안... 내가 여보 마음 모르는건 아닌데... 너무 뭐라고 했죠...?"
"아니야... 나도 늦게 말해서 미안해... 괜히 신경쓸까봐..."
"... 수혁이가 사실을 알면... 뭐라고 말할까..."
"아마... 화내겠지...? 인정받지 못할지도 몰라..."
".... 여보... 나 너무 무서워요..."
영희의 말대로 그녀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준수의 따스한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것에 영희는 그녀가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 그나마 줄어드는것을 느끼며 그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그랬잖아... 후회할거라고... 당신... 후회해...?"
"아니요... 후회는 안해요... 다만... 그래도 내 아들이니까..."
"괜찮아... 괜찮을거야..."
"그래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그렇겠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래도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그랬잖아. 우리 행복해질거라고... 당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수혁이랑 당신이 틀어지면 당신이 불행해지잖아...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혁이한테 인정받도록 해볼게."
"... 끝까지 수혁이가 우리 인정 안하면... 어떻게 해야되요...?"
"내가 말했잖아. 어떻게 해서든지 인정받을거라고... 설령...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난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꺼니까..."
"... 여보... 안아줘요..."
영희를 끌어안은 준수도, 영희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영희는 온갖 상상을 하고 있었다. 수혁이 그들의 사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수혁이 그녀와의 연락을 끊어버리는 미래... 한 아이의 엄마로써 자식이 떠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가슴아픈 일이였다. 그렇다고해서 수혁이 인정받지 않아 결국 준수와 이어지지 못한채 평생동안 준수를 만나지 못하는 삶도 싫었다. 만약 한 아이의 엄마로써의 인생과 여자로써의 인생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질것만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선택의 기로에서 그녀의 선택이 결국에는 여자로써의 삶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슬픈 것이였다. 자신이 이기적인 여자라는 생각에...
영희는 준수가 혹시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알게되면 걱정할 것이 뻔하기에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는 준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준수의 눈동자만 보고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여보... 그나저나... 우리 반지는... 수혁이 있는 동안만큼은... 빼야겠....죠...?"
"아마 이거 보이면 바로 들킬게 뻔하니까... 어쩔 수 없겠지..."
"... 나 이거 한순간도 빼기 싫은데..."
"그럼 내가 빼고 있을게... 어차피 내가 끼고 있으면 괜히 의심 받을거야. 남자놈이 반지나 끼고 있다고 하면서 계속 캐묻겠지..."
"그렇네요... 어쨋든 저는 여자니까..."
마치 마지막인듯, 준수와 영희는 반지가 끼워진 서로의 손을 뻗으며 반지가 한 쌍이라는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듯 했다...
"한동안 같은 침대에서 못자겠네..."
"... 한동안은... 예전처럼 당신한테 이모라고 불려지겠네요... 원래는 그게 익숙했었는데... 이제는 당신이 날 이모라고 부르면 어색할거같아..."
벌써 잘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은 뜬 눈으로 그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희도, 준수도 잠이 오질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했었던 것들이 수혁이 돌아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당연하지 못하게 되버린다는 것... 아니, 어쩌면 원래부터 당연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영희의 머릿속을 괴롭혔기에...
"괜찮아... 정신차려... 어차피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였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겪게 될 일이야..."
영희는 마음속으로 그녀의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애를 ?지만 그녀만의 의지로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는 것은 무리였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잠을 들지 못하는 준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 안에서 피어오르는 애틋한 마음을 참지 못했고, 그대로 그의 뺨에 키스를 했다.
"... 우리 오늘은 그냥 자기로 했잖아..."
"그래두요 여보... 여보... 키스해줘요..."
"안되... 오늘은 참자..."
"너무 잠이 안온단 말이에요..."
"키스해주면 또 젖을거면서..."
"여... 여보...!! 치... 알았어요 알았어! 흥... 하여튼 분위기 깨는데는 뭐 있어... 누가 다시는 키스해달라고 하나보라..."
"정말? 정말로 다시는 키스해달라고 안할거야?"
"치... 몰라요... 아... 아항... 하지마앙... 웁... 웁웁... 하앙..."
잠시 토라졌던 영희는 준수의 입술을 처음에는 거부하려고 했지만 막상 입술이 닿자 언제 그랬냐는듯 오히려 그녀의 혀가 먼저 준수의 입을 파고들었다. 장난스럽게 그녀에게서 떨어져나가려는 준수의 목을 감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는 그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가면서 빨아들였다. 그의 혀와 영희의 혀 사이에 타액이 늘어지면서 그들의 진한 키스가 끝났고, 뒤이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듯이 준수의 입술은 영희의 턱라인을 따라서 목, 그리고 그녀의 쇄골라인에까지 키스를 하고 있었다.
"여보... 그... 그만... 그렇게 하면 나... 하앙... 하앙..."
"먼저 시작한건 당신이잖아..."
"나... 그러면 진짜로 젖는단말이에요... 하앙..."
"거짓말... 벌써 젖었으면서..."
"하윽... 만지지 마요... 침대 또 젖는단말이야... 하윽..."
영희는 내심 준수의 더욱 진한 애무를 바라면서도 그녀가 흘린 애액을 침대시트가 젖어드는것을 염려했다. 수혁이 돌아오는 것이 바로 내일이였기 때문에 오늘마저 침대시트를 적셨다가 수혁이 영희의 침대에 들어와서 이상한걸 눈치채기라도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보지는 점점 더 젖어들어갔다. 준수 또한 영흐의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영희를 번쩍 안아들고는 자신이 바닥에 누웠고, 자연스럽게 영희가 준수를 위에서 덮친 모양새가 되었다.
"여기라면 닦기만 하면 되니까... 괜찮지?"
"몰라요... 흥... 당신... 각오해요...!"
영희는 얄밉다는듯 준수를 한번 노려보고는 재빨리 그의 바지를 벗겨서는 그의 물건을 빨기 시작했다. 그들이 침실로 향하기 전에도 마지막 섹스라는 명분하에 욕실에서 세번을 사정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물건이 단단해지지 않을리가 없었다. 영희는 아이스크림을 빨듯 준수의 물건을 빨아나갔고, 어느새 그의 얼굴로 향해있던 그녀의 보지는 준수의 침과 그녀가 흘린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여보, 누가 누구한테 각오하라고 하는지 다시 한번 말해줄래?"
"하앙... 하앙... 그... 그렇게 쑤시면... 아흑... 자... 잘못했어요... 거... 거긴... 아흐윽..."
준수의 혀가 떨어져나가기가 무섭게 계속해서 준수의 손가락 2개가 영희의 보지를 공략하는데에 이어 준수의 혀가 그녀의 항문주름을 돌려가면서 핥자 영희는 더이상 버틸수가 없었다. 준수의 자지를 혀로 애무하는것도 그만두고 손을 이용해 그의 자지기둥을 흔들어주는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생각보다 그녀의 손놀림이 자극적이였는지 준수는 그녀의 보지를 핥는 것을 멈추고 살짝 몸을 뒤로 빼서 자지를 그녀의 보지구멍에 조준했다.
"지... 진짜... 안되는데... 아흑..."
말만 그렇지 실제로는 그녀가 더욱 준수의 자지를 원하는것 같았다. 삽입이 되자 그녀는 뒤로 몸이 넘어갈것만 같았다. 다행히 준수가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살짝 굽혀서 영희가 그의 허벅지를 받침대처럼 쓸 수 있었다. 그 자세에서 그녀는 스스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고, 그 움직임에 의해 이미 그녀의 질 깊숙한 곳까지 박혀있던 준수의 자지가 그녀의 속살을 끄집이널듯한 모양새를 계속해서 연출하고 있었다.
그 격렬한 쾌감에 영희는 금새 파김치가 되었다. 힘든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 자극적이라서 더이상 계속했다가는 몸이 녹아들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자연스럽게 몸이 준수의 가슴에 안기는 모양새가 되자 이제는 준수의 차례였다. 영희의 젖꼭지에 입술로 키스를 하며 그는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흑... 아흑... 여보... 아흑..."
영희는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쁜 신음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준수의 자지가 영희의 보지쪽으로 깊숙히 쑤실때는 영희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액체와의 마찰음이 울려퍼졌고, 반대로 준수의 자지가 빠져나올때는 준수의 허리와 방바닥이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반복적인 소리과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의 교향곡은 준수와 영희이 절정을 맞이하면서 끝나는듯 했다.
"하아... 하아... 당신 정말 미워요... 하아..."
"후우... 후우... 뭐가...? 바닥은 그냥 닦기만 하면 되잖아..."
"나... 난... 아니에요.. 몰라... 흥!"
영희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남기고는 그녀의 몸을 닦아내기 위해 일단 화장지가 있는 쪽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준수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제서야 영희는 그녀의 엉덩이에서 그의 딱딱한 물건에 위기감을 느꼈지만, 그 위기감을 느낀것은 이미 늦은 후였다.
"아흑... 여... 여보... 그... 그만... 아흑.. 아흑... 나 죽는단말이야... 아흑... 아흑..."
"헉헉... 그래서 하지 말까...?"
"아흑... 아... 아니... 아흑... 침대쪽에는 싸지 마요... 아흑..."
"걱정하지마. 당신 입이나 보지 안에다가 싸줄테니까."
영희는 준수의 행동이나 말을 저지하지 못하고 그저 준수와 키스를 하며 그의 물건을 받아들일 뿐이였다. 그의 말대로 그의 정액은 모두 영희의 몸에 뿌려졌고, 영희의 애액도 엉뚱한 곳이 아닌 바닥에 떨어져서 다음날 치우는데에는 좋았다. 단... 영희와 준수 두 사람의 몸은 녹초가 되어버렸을뿐...
"아야... 아프다..."
"치... 것봐. 내가 뭐랬어? 그러니까 내가 그냥 자자니까..."
"헤에~? 이제와서 딴소리하시네. 잠 안온다고 먼저 키스해달라고 한게 누구였더라...?"
"너... 너...! 흥..."
준수와 영희는 터미널에서 수혁을 기다리면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준수가 전에 알게 된 수혁의 고등학교 친구에게 수혁이 나간 시간을 물어봐서 터미널에 도착하는 시간을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먼저 나가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수혁이 도착할 시간이 아니라는 점때문일까, 그들은 서로 주의해야한다는 생각에 서로를 예전처럼 부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팔짱은 끼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크게 싸우고 있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알콩달콩 싸우고 있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을리도 없었고, 그저 평범한 커플의 사랑싸움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크게 관심을 끌고 있진 않았다.
여기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집에서 늦게 나오진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영희는 괜히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어젯밤 준수의 배려(?) 덕분에 격렬한 섹스를 하고난 후에도 뒷정리를 최소한도로 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는 그가 지금 장난스럽게 부여잡고 있는 허리였던 것이였다. 그리 심각하게 아픈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허리가 베기는 느낌에 준수는 허리를 두들기고 있었고, 그것을 본 영희는 미안함을 느꼈지만, 수혁이 온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그녀의 미안함이 겉으로 표현될때는 오히려 반대로 되고 있었던 것이였다.
"괜찮아요 이모. 그리고... 어차피 한동안은 못할텐데 너무 아쉬웠어요. 지금 아픈것보다 한동안 못하는걸 어떻게 견딜지가 더 걱정되네요..."
"... 정말 괜찮은거지...? 다치거나 한건 아니지?"
"설마 그거가지고 다치겠어요. 풋... 수혁이가 언제 오려나... 이제 슬슬 올때가 된거같은데 버스가 도착하지를 않네요."
"그러게... 슬슬 우리도 이제 이 손.... 놔야겠지...?"
"그러네요..."
영희와 준수는 붙잡은 손을 이제는 놔줘야 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붙잡은 손이 떨어지려고 하는데...
"엄마~ 준수야~ 오랫만이네."
"어...? 으... 응...."
"와... 왔니..."
갑작스러운 수혁의 등장이였다. 수혁은 분명히 버스에서 내려서 오는 방향이 아닌 반대편에 있는 화장실 방향에서 오고 있었다. 그것에 준수와 영희는 매우 당황을 해서 그들이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도 아직도 그들이 손을 붙잡고 있을 정도였다.
"뭐야...? 준수랑 엄마, 나한테 뭐 죄지은거 있어요? 왜들 그러지..."
그제서야 자신들의 행동이나 말투가 어색한 것을 깨달은 영희와 준수는 재빨리 손을 떼버리고 마치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수혁아. 밥은 먹었니? 배고프지? 일단 밥이나 먼저 먹으러 갈까?"
"준수랑 엄마도 아직 식사 안하셨나보네. 그래요. 일단 밥부터 먹으러가자."
영희는 수혁이 괜히 이상한 의심을 하겠다는 생각에 화제를 돌렸고, 수혁은 보기좋게 영희의 꾀임에 걸려들어간듯 점심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준수는 너무 긴장해서인지 급히 소변욕구가 들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말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수혁의 시야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자 준수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이 괜히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너무 지나치게 생각한다는 생각에 조금 편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며 소변을 보고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손을 씻을때쯤, 수혁 또한 화장실에 들어왔다.
"어... 너도 화장실?"
"응."
"그래... 그나저나 아까도 화장실 다녀온거 아니였어?"
"맞아. 왜? 또 오면 안되냐?"
"아... 아니... 그런건 아니긴 한데... 하하..."
수혁의 대답은 예전의 수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고 냉정했다. 아까 영희와 함께 있을때만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아이가 아니였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준수는 수혁이 왜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의 걱정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먼저 나간다는 말을 하며 화장실을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거울에 준수의 뒷모습이 비쳤지만 수혁은 그것을 보지도 않고 그저 무미건조한 말투로 준수에게 말을 했다.
"그나저나 너랑 엄마랑 잘어울리네. 누가 보면 애인사이라도 되는줄 알겠다?"
"..... 으....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응? 아니야. 그냥 그렇다고. 짜식. 싱겁기는..."
식당에 들어왔을때도 수혁의 태도는 분명 의심스러웠다. 평소같았으면 자신의 엄마인 영희의 옆자리에 수혁이 앉았을 것이고, 그녀의 옆자리가 아니더라도 친구사이인 준수의 옆에 앉았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 수혁은 자신이 영희의 맞은편에 앉을 것이고, 영희의 옆자리에는 준수가 앉아야한다고 끝끝내 고집을 부렸다. 그 순간 영희도 수혁이 눈치를 챘을 것이 분명하다고 의심했지만 그 이후의 수혁의 태도는 예전 그들이 알던 수혁과 전혀 다른 점이 없었기 때문에 영희 또한 경계를 늦추고 평범한 수혁의 엄마로 돌아가서 그를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수는 먹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단 둘이 있을 때 했던 수혁의 말,
-누가 보면 애인사이라도 되는줄 알겠다?
그 가시가 박힌듯 차가운 말투는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준수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수혁은 그런 말투로 말을 할만한 아이가 아니였다. 게다가 식당에 앉았을때의 자리배치도 그냥 넘길수만은 없는 일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준수가 바라보고 있는 수혁의 태도 자체가 평상시의 수혁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분명 수혁은 에너지가 넘치고 말투에도 감정이나 흥분이 그대로 묻어나오며, 남을 즐겁게 해서 그 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이긴 했다. 하지만 그런 수혁의 성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수혁은 너무 지나쳤다. 마치 억지로 자신의 분위기로 주도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말은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듯...
"에이, 엄마. 저만 챙겨주지 말고 엄마 옆에 준수도 좀 챙겨줘. 그러다가 준수 삐지면 어떻게 하려고그래. 그치 준수야?"
"응...? 아... 그렇네... 호호... 내가 정신이 없어. 준수한테도 쌈 싸줄게. 아~~"
"아... 이모... 전 괜찮아요... 전 제가 알아서 먹을테니까 수혁이를 챙겨주세요."
"이모가 수혁이면 챙겨줘서 벌써 삐졌구나? 그러지 말구~~"
준수는 난처한 표정을 가득담아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수혁은 그들에게 시선 한번 보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고 있었다. 도대체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그는 과연 그들의 사이를 알고 있는걸까, 알고 있다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걸까, 그리고 알고 있다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설마 이것은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아 자신과 영희를 시험해보고 있는 것일까, 오만가지 상싱이 그를 괴롭히며 그는 그가 씹고 있는것이 정말 쌈인지 돌인지도 구분이 안될 지경이였다.
"야, 준수야. 엄마는 너한테 쌈을 먹여줬는데 너도 마찬가지로 엄마좀 먹여드려야지. 예쁘게 쌈싸서 한번 먹여드려."
"얘, 너는 아들이 되서 엄마한테 쌈을 싸서 먹여줘야지 그걸 준수를 시키니...?"
"에이 엄마. 내가 예전부터 쌈을 예쁘게 싸질 못하잖아. 게다가 맞은편이라 먹여드리기도 불편하구... 하하하... 게다가 준수가 어디 그냥 남이야? 나랑 형제같은 놈인데다가 엄마한테 아들이나 다름없는 놈인데~ 아들이 먹여준다고 생각하시고 준수가 싼 쌈 잡숴. 준수야. 뭐해? 빨리 우리 엄마한테 쌈좀 싸드려."
수혁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들의 가슴을 후벼팠지만 영희는 그의 말에 반응을 보이면 수혁이 괜히 의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고는 준수가 싸주는 쌈을 받아먹었다. 하지만 쌈이 입에 들어가면서 그녀의 입주변에 물기같은 것들이 조금 묻었고, 준수는 그도 모르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휴지를 빼어들고는 그녀의 입에 묻은 잔여물을 닦아주었다. 그런 준수를 보며 영희 또한 수혁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도 잊은채 얼굴을 붉혔다.
"아이고, 또 오줌이 마렵네. 잠깐 화장실좀..."
그제서야 영희는 깜짝놀라며 준수가 닦고 있는 휴지를 낚아챘고, 준수 또한 화장실로 향하는 수혁의 모습을 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준수와 영희 모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준수야... 우리 아직 괜찮겠지...?"
"뭐... 괜찮겠죠..."
"다행이다..."
"설마... 눈치채기야 하겠어요...?"
준수는 영희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의 생각과는 반대의 말을 했다. 그의 의도대로 그의 말에 영희는 안심을 한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수혁이 돌아오자 영희는 더욱 자연스럽게 수혁을 대할 수 있었고, 수혁 또한 준수의 의심과는 달리 평상시대로 돌아온것 같았다.
먹는 와중에 수혁의 시선이 계속해서 영희의 손가락을 향했다. 그러자 영희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하지만 너무 심하게 반응을 하면 수혁이 괜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당당하게 수혁에게 말을 했다.
"으응. 이거 반지 예쁘지? 좀 사봤어. 수혁아, 이거 엄마한테 어울려?"
"어울리네. 근데 좀... 싼티나는데..."
"싸.. 싼티라니!"
"농담이야 농담. 엄마가 끼는건데 뭘 껴도 예쁜건 당연한거지."
"그치?"
준수는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수혁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진것을 놓치지 않았다....
식사가 모두 끝난 그들은 후식을 즐기고 있었다. 원래 사람이 많을때는 후식을 즐기기에도 미안해서 먼저 나가곤 했는데, 시간도 시간이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영희는 커피를, 준수와 수혁은 에이드 음료를 마시며 소화를 시키고 있었다. 물론 준수는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것때문에 소화도 안될 지경이였지만... 그것을 내색할수도 없기에 자리를 지킬 뿐이였다.
"엄마, 그나저나 엄마는 재혼 안해?"
"응? 얘는...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야..."
수혁의 갑작스러운 말에 준수와 영희는 모두 올것이 온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아까부터 계속 마음을 졸였던 준수에 비하면 영희는 뜬금없이 수혁이 갑자기 왜 그런걸 묻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떻게 답해도 난처할 수 밖에 없었다. 준수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사실이였지만, 괜히 재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수혁이 자신에게 실망을 할 수도 있는거고, 누구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냐고 캐물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였다. 반대로 재혼을 할 마음이 없다고 하는것은 아무리 빈말이라고 하더라도 싫었다. 그것이 준수가 했던 고백을 배신하는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영희는 대답을 기다리는듯한 수혁의 눈빛에 못이겨 대답을 ?다.
"좋은 사람 생기면... 할지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
"그... 그야... 지내다보면 알겠지..."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나쁜 사람일수도 있잖아."
다른 뜻이 없었지만 어쨋든 영희의 말에 꼬리를 무는 수혁의 질문은 너무나도 집요해서 영희는 점점 난처함을 느껴 그녀의 목소리에도 묻어나올 지경이였다. 준수는 어떻게든 지금의 대화 주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뭘 하기도 전에 수혁은 그녀에게 질문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다시 평범하게 다시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준수와 영희 모두 수혁의 말을 즐겁게 들어주는척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준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숨길 수 없었다.
책상에 앉은 준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터미널에서 모습, 식당에서의 모습,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모습... 아무리 생각해도 수혁은 예전의 수혁이 아닌것이 확실했다. 준수도 수혁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기에 자신의 생각이 단순히 수혁의 존재에서 오는 불안감때문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설령 그것이 단순히 자신의 불안감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것이라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영희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오늘 수혁을 만나게 되면서 더욱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하기로 다짐을 했지만, 자신이 먼저 수혁에게 진실을 밝히고 인정을 받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오히려 수혁이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나가있어서 다행이였다. 그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은 영희 몰래 수혁과 단 둘만이 있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였기 때문이다.
"후... 잘 되겠지 뭐..."
그는 머리속으로 수혁에게 어떻게 말을 할지를 몇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그의 반응을 도무지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늦게 말하면 늦게 말할수록 그는 더욱 준수가 걱정하는 방향으로 반응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준수는 오늘 말해야겠다고 확신을 했다. 슬슬 시간을 보니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였고, 수혁이 몇시에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바람도 쐴겸 나가서 수혁을 기다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 안잤어요?"
"응... 어디가?"
"아, 잠깐 마트에서 뭐 좀 사오려구요."
"같이... 가면 안되겠지... 걸리면 안되니까... 조심히 다녀와."
"... 이모, 잠깐만 이리 와봐요."
"웅...? 왜...?"
나가기 전 준수는 갑작스럽게 영희를 불렀다. 가만히 수혁을 기다릴겸 TV를 보던 영희는 그가 부르자 무슨 일인가 싶어 그에게 다가갔고, 영희가 준수에게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준수는 영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영희는 이 모습을 수혁에게 들키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지만 준수는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고, 더욱 깊숙히 그의 혀가 그녀를 파고들자 그녀는 이내 포기했다는듯 그를 받아들일뿐이였다. 까치발을 들면서까지 그와 깊은 키스를 나누던 영희는 준수가 키스를 마치고 신발을 신는 도중에도 아직까지 키스의 여운이 남은듯 얼굴을 붉힌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이모, 갔다올게요..."
"응... 응... 다녀와..."
준수는 집 근처의 공원에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혁이 나간 방향을 봐서는 이쪽으로 집에 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이곳에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것때문만은 아니였다. 이 공원은 그들이 답답할때마다 자주 찾았던 공원이였다. 왠지 오늘은... 수혁이 이곳을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확히 맞은듯 저 멀리서 수혁이 천천히 걸어어고 있었다. 준수는 수혁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너냐? 왜 여기있어. 들어가자."
"그냥, 답답해서 나왔어. 바람이나 쐬면서 얘기나 할래?"
"미친... 남자끼리 무슨 닭살돋게 얘기냐..."
하지만 수혁은 말로만 그럴뿐 더이상 걸음을 옮고 준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사이답지 않게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수혁아..."
".... 뭐."
"있잖아... 너 그거 기억해?"
"그거 뭐? 그거라고 하면 내가 알아듣냐?"
"... 전에 내가 너랑 했던 맹세... 기억해...?"
"니랑 한 약속이 한두개여야지 기억하지... 뭔데그래."
"......"
준수는 그가 다음 말을 할지 말지를 망설였다. 하지만 그 망설임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수혁아... 그 맹세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 네가 꼭 들어야하는 말이야..."
"....."
"꼭 들어줬으면 해..."
"하지마..."
수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리고 준수가 다음 말을 하기도 전에 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었다.
"하지마! 말하지 말라고! 닥쳐! 닥쳐 이 새끼야!"
"수혁아... 그러지 말고 내 말을 들어봐..."
"닥치랬지? 닥쳐! 시발... 거기서 한마디만 더해봐. 니가 날 친구라고 생각하면 그냥 닥치고 있어 새꺄."
수혁은 어느새 준수의 옷깃을 잡고 그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준수는 그런 수혁을 슬픈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말 대신 그의 앞에 자신의 손가락을 보여줬다. 그 손가락이 끼워진 반지... 날이 어두워서 그 모양을 자세히 보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할정도까지는 아니였다. 이제는 거의 울부짖으면서 준수에게 소리치던 수혁에게 준수는 그가 그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꼭 전해야 할 말을 전하고 말았다.
"나... 이모... 아니, 영희를 사랑해... 진심으로... 여자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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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96화가 어떤 식으로 쓰여질지를 모르겠네요.
다른게 아니라 분량때문에...
분명히 쓰다보면 원래 쓰려고 했던데에서 끊으면 너무 짧을거같고
그렇다고 더 쓰면 분량이 너무 길거같고...
고민이...
그나저나 만약 현실에서 친구가 엄마랑 결혼한다고 하면 진짜 어떤 느낌이려나여
다른거 떠나서 그냥 엄청 황당할거같은데 -_-;;
어쨋든 96화로 찾아뵙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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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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