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원의 주인
- 이 소설은 소.라.넷(sora.net) 작가 "상상의신비"가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무단 불펌을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퍼가시더라도 출처와 작가명을 꼭 남겨주십시오.
창작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 1부
“좋아요, 그쯤이면 되겠어요.”
“아…… 네.”
선미 씨가 비로소 만족스런 사인을 보내자 나는 그제야 망치질을 멈추고 의자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못과 망치를 바닥에 내려놓고 목장갑을 벗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선미 씨는 문득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오늘도 너무 수고했는데 보답으로 뭘 해줄까요?”
“아, 아뇨. 보답은 무슨……. 못질 몇 번 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선미 씨가 이 야밤에 일부러 나를 부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벽에 못을 박는 것 정도야 구태여 날 부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그녀 스스로 할 수 있을 테니…….
“후후, 여전히 솔직하지는 못하네요.”
실은 솔직하지 못한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남편이 있는 여인이 아니던가? 물론 그 비밀스런 관계에서 얻는 나름의 자극도 있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그녀를 탐닉하기에는 아직 내겐 양심이란 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매번 유혹의 역할을 그녀에게 미루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보면 나는 꽤 비겁한 남자인 셈이었다.
“가만있어요.”
고맙게도 그녀는 내가 한발 물러서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 준다. 나를 세워놓고 그녀는 내 앞에 하녀처럼 무릎을 꿇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바지를 벗긴 그녀가 속옷마저 무릎 아래로 끌어내리더니 망설임도 없이 내 물건을 덥석 입에 물었다.
“아……!”
비명인지 탄식인지 모를 아찔한 신음성이 나도 모르게 터졌다. 그녀는 거의 청소라도 하듯이 내 성기의 구석구석을 혀끝으로 핥고 쓸었다. 아래로 내려간 그녀의 얼굴이 내 가랑이 사이에 파묻혔고 그녀는 추잡한 것도 잊은 채, 고환을 입에 물더니 사탕이라도 되는 듯이 끈적끈적하게 빨아댔다.
“어흑……”
몸 전체에 전기가 흐르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그녀의 자그마한 얼굴을 두 손으로 와락 움켜쥐었다. 결국엔 나도 이런 걸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읍…… 흡……”
그녀가 내 물건을 빨아대는 리듬이 점점 빨라졌고, 나 또한 그녀의 머리통을 놔주지 않겠다는 기세로 마구 흔들어댔다. 뱀처럼 날름거리는 혓바닥의 움직임이 절정에 이르는가 싶더니 그녀가 입을 떼고는 입고 있던 가디건과 셔츠를 벗어던졌다.
잠깐 의아했던 나였지만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노브라로 있었던 것인지 셔츠를 벗자마자 그녀의 농염하게 익은 젖가슴이 출렁대며 눈앞에서 흔들거렸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입에 넣고 빨던 성기를 자신의 젖무덤 사이에 끼우고는 두 손으로 가슴을 흔들어댔다.
“자, 이거 좋아하죠?”
36인치가 족히 넘을 것 같은 그녀의 커다란 유방에 내 물건이 깊숙이 파묻히는 그 아찔한 기분은 차라리 마약이나 다름이 없었다. 두 젖통 사이에 들어간 내 물건에 부드러운 살덩이가 문질러지며 조금 전과는 완전히 색다른 자극을 안겨주었다.
“그, 금방 쌀 것 같아요…….”
“뭐, 한번 빼고 나서 계속해도 괜찮은데. 아까부터 계속 흥분해있었던 거 아니었어?”
그녀는 나를 잘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그녀의 부름을 받고 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내심 이러한 이벤트를 상상하고 있었다는 걸 도저히 숨길 수는 없으니……. 어쩌면 망치질을 하는 내내 이미 한껏 발기한 상태였다는 것도 그녀는 다 알고 있었을 터였다.
“그, 그러면, 먼저 한 번……”
조금 아껴놓고 싶긴 했지만 도저히 자극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사인을 보내자 선미 씨는 아예 대답도 않고 가슴을 문지르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올렸다. 게다가 그 와중에 혀를 내밀어 귀두 부분을 할짝거리며 마치 내게 보란 듯이 두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의 와이프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성기를 애무하며 이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니……. 이 상황이 얼마나 발칙한가에 대해 떠올리자마자 배덕함으로부터 비롯된 어마어마한 흥분이 해일처럼 몰려와서, 나는 순식간에 절정에 올랐다.
“아아윽…… 으윽…….”
힘껏 뿜어져나간 정액은 그녀의 얼굴 전체에 추잡스럽게 튀었다. 몇 가닥이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가 버렸지만 그녀는 뱉을 생각도 않고 오히려 내 귀두를 핥던 혀를 내밀어 입술 주변을 닦았다.
“으음, 꽤 오래 참았나봐. 왠지 오늘따라 더 찐득한 느낌이네. 하긴 뭐…… 애인이랑 헤어진 지 오래됐다고 했지? 제대로 풀 데도 없었을 텐데 좀 더 자주 오지 그랬어?”
“그, 그렇지만 남편 분이……”
“아, 괜찮아. 그이도 멀리 출장 간 상태거든. 그러고 보니 우린 처지가 좀 비슷한걸. 호호……”
출장이라……, 그럼 정말 더 자주 와도 되는 걸까?
“선미 씨는…… 저랑 이렇게 지내는 거 괜찮아요?”
“괜찮고 말고가 어디 있어. 서로 좋으면 그만인 거 아닌가?”
“그, 그래도 남편 분에게 미안하거나 하지는……”
순간 멍청한 말을 꺼내버리고 말았다. 선미 씨도 그렇게 느낀 것이 분명했다. 아차 싶어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아서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바보 같은 소릴 하네, 윤호 씨.”
“미안해요.”
“먼저 덮쳤던 건 자기면서.”
그녀의 반박에 나는 일순 할 말을 잃었다. 말문이 막힌 나를 두고 선미 씨는 벗어두었던 옷을 다시 걸쳐 입기 시작했다. 그 냉랭한 태도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뭐, 내키지 않으면 이제 나도 윤호 씨 부르지 않을게. 앞으론 정말 관리인과 세입자 관계로만 지내자구. 그럼 되는 거지?”
“미, 미안해요. 선미 씨…… 내가 괜한 소릴 했어요.”
단추를 여미며 내게 등을 돌린 선미 씨……. 나는 머뭇거리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어떻게 화를 풀어줘야 할지는 몰랐지만 그냥 무작정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녀를 포옹하는 순간, 나는 그녀가 희미하게 키득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미 씨?”
“풋…… 킥킥.”
그제야 나는 그녀의 냉랭한 태도가 연기였음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조금 얄미운 마음도 들었다.
“진짜로 화난 줄 알고 걱정했잖아요.”
“진짜로 서운하긴 했어. 귀여우니까 봐주는 거지. 앞으로 다시는 그런 소리 말아.”
“아, 알겠어요.”
“그럼 서운하게 했으니까 내가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래?”
“뭔……데요?”
“나, ‘그거’ 보고 싶어.”
“그, 그거…… 라니요?”
“일부러 모르는 척 할 거야? 그거 말이야, 그거.”
물론 그녀가 말하는 ‘그것’이 뭔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애써 모르는 척 하는 이유를 그녀는 잘 알고 있을 텐데도, 구태여 그걸 보려고 하는 그녀의 집요함 또한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건…… 보여주고 싶다고 맘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래도 노력해 봐, 지난번에 했을 땐 성공했잖아?”
“알겠어요……. 노력은 해볼게요.”
그런 부끄러운 것을 왜 일부러 끄집어내려고 하는 걸까? 좀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뭐 그녀가 좋다면야…….
“자, 그럼 어디 마음대로 해 봐.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선미 씨는 양팔을 활짝 벌리고 서서, 마치 날 잡아먹으라는 듯 도발적인 웃음을 지었다. 유부녀가 그렇게나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녀를 만나기 이전에는 몰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편이 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하는 게 더 옳으리라.
“그럼, 엎드려요.”
“아하, 이렇게?”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선미 씨는 침대 위로 올라가 엎드리더니 강아지처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바지 한 겹으로는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농익은 살덩이의 볼륨감이 아찔하게 느껴졌다. 그 육감적인 엉덩짝을 두 손바닥으로 마구 주무르며, 나는 한 가지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애썼다. 그녀를 처음으로 범했던 그 날의 기억을…….
“걸레 같은 년.”
천한 욕설을 내뱉으며 나는 순식간에 그녀의 바지를 찢을 듯이 아래로 끌어내리고는 음부를 덮고 있는 란제리 속옷도 옆으로 젖혀버렸다. 제대로 애무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이미 내 성기를 빨면서 스스로 자극을 느꼈던지 음순 주변이 이미 축축하게 번들대고 있었다. 그 미끌미끌한 골짜기에 쪼그라들었던 물건을 문질러대니 잠시 죽어있었던 기둥이 이내 다시 빳빳하게 부풀었다.
“아학!”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예고도 없이 나는 그녀의 구멍 속으로 냅다 물건을 쑤셔 박았다. 과격하고 갑작스런 그 행위에 그녀는 뾰족한 신음을 질렀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오히려 더욱 억세게 그녀의 튼실한 궁둥이를 주물러댔다.
가학적인 욕구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나는 그녀의 둔부에 손바닥으로 매질을 가했다. 남들 눈에는 그저 정숙하기만 한 유부녀의 새하얀 엉덩이 위에 외간남자의 손자국이 하나둘씩 새겨졌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내 마음처럼 ‘그것’은 잘 나타나주지 않았다. 하긴 내가 그것을 먼저 필요로 해서 끄집어내려고 했던 적은 살아오면서 몇 번 없었으니까……. 게다가 그 ‘몇 번’이라는 것도 오로지 선미 씨를 만나고 난 이후에 생긴 일들뿐. 그녀를 만나기 이전엔 이런 건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아…… 아아악…… 아아앙…… 하아아아……!”
그 와중에도 선미 씨의 교성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었다. 그녀가 온전히 쾌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머릿속으로 나처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나를 더욱 자극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다리 사이에 힘을 주고 있는 것만은 느껴졌다. 그녀가 구멍에 조임을 가할 때마다 괄약근이 오므라들며 그녀의 항문이 벌름대는 광경이 똑똑히 보였다. 그것은 분명 무척이나 자극적인 장면이었다.
이렇게나 그녀가 나를 자극하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나도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래도 일부러 찾으면 찾을수록, ‘그것’은 내 안 깊숙한 곳으로 더더욱 숨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나는 억지로 더욱 힘주어 그녀의 엉덩이를 밀어붙이며 삽입의 템포를 빠르게 올렸다. 조금 전까지 엉덩이를 내려치던 손길은 이제 그녀의 유방을 힘껏 주물러대고 있었다.
“그래, 씨발년아! 그렇게 더 짖어봐, 더러운 암캐답게 말이야.”
“하아아…… 하아아아…… 아아아아악……”
질컥거리는 음란한 물소리와 더불어 살과 살이 부딪히는 마찰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집중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내 귓가에 불현듯 거슬리는 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쿵쿵!
“아아, 그 학생 오늘은 집에 있었나보네.”
옆방 쪽에서 벽면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그 소리를 선미 씨도 들었는지, 그녀는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다소곳이 시트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선미 씨는 생각보다 그리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늘 그랬지만 말이다.
“어, 어쩌죠? 그만…… 할까요?”
“왜? 어차피 저 학생은 남편인 줄 알 텐데 뭐.”
“그래도…… 소음이 너무 심하면 또 관리실로 민원이 올 걸요.”
“소리 안 내면 그만이지. 윤호 씨는 그만하고 싶어?”
“아, 아뇨. 그럴 리가.”
또 선미 씨의 기분이 상할까봐 내가 도리질까지 치며 대답하자 그녀는 킥킥대며 웃었다. 조금 전까지 순종적으로 엉덩이를 내밀고 내 허리놀림에 몸을 흔들어대던 그녀가, 그 모습 그대로 고개를 뒤로 돌려 날 바라보니 왠지 무척 야릇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윤호 씨, 방금 전까지 연기했던 거지?”
“네?”
“나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억지로 터프한 척 했던 거잖아. 그렇지?”
“…….”
어수룩한 내가 그녀를 속이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까?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이었고 나 또한 굳이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죄송해요, 그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진 않아요.”
“호호호호.”
시무룩하게 사과하는 내 모습을 귀엽게 느꼈는지 그녀는 스스로 구멍에서 내 물건을 뽑고는 내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질척한 구멍에서 단숨에 물건이 뽑히자 나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지만, 이내 그녀가 자신의 가슴골에 내 얼굴을 파묻어버리자 이번엔 숨이 턱 막혀왔다.
“난 이래서 당신이 좋아. 두 얼굴의 매력은 아무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 그런데 어떻게 연기라는 걸 아셨죠?”
“당연한 거 아니야? 윤호 씨가 억지로 욕하는 건 너무 어색해서 국어책 읽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니까. 그리고 진짜로 윤호 씨가 꼭지 돌아간 상태였다면 옆방 학생이 방해하든 말든 신경 끄고 계속 했을 거잖아? 안 그래?”
“그건 그러네요…….”
그녀는 정말로 신기하면서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나는 한평생 남들 앞에서 내 비밀을 감추려는 생각만 하며 살아왔건만, 그녀는 남들이 모르는 내 비밀을 알고 나서도 그것을 꺼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는 매력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 같으니……. 게다가 이제는 나 이상으로 ‘그것’에 대해서 더 깊이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윤호 씨, 옆방 학생에게 관심 없어?”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그 학생, 꽤 예쁘잖아. 나 젊었을 적만은 못해도.”
“과, 관심 없어요.”
“왜?”
“그야…… 성격이 너무 드세기도 하고…… 아, 아무튼 제 취향 아니에요.”
“가끔 윤호 씨가 그 학생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던데? 말은 이렇게 해놓고 설마 그 학생에게도 허튼 짓 하려는 건 아니겠지?”
“허, 허튼 짓이라니요? 큰일 날 말씀을……”
“풋, 그럼 나한테 했던 짓들은 뭐야?”
난 이왕이면 선미 씨가 그 일은 좀 잊어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녀는 가끔 이렇게 그 일을 약점 삼아 나를 곯려먹는 것이 퍽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평할 권한이 내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감방에 가지 않는 것만 해도 그녀의 아량에 감사해야 할 판이었으니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윤호 씨 취향은 어떤 여잔데?”
“저는…… 도발적이면서도 성숙한 여자가 좋아요. 이를테면 선미 씨 같은……”
뻔하디 뻔한 멘트였지만 선미 씨는 아이처럼 깔깔대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내가 싱글이었으면 나랑 사귀고 싶었겠네?”
“그랬……겠죠?”
“흐흐, 좋아좋아. 속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했으니까 넘어가줄게.”
어린아이를 대하듯 가슴골 사이에 내 얼굴을 끌어안고 있던 선미 씨는 흡족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등받이로 밀치고는 이번엔 자신이 내 몸 위로 타고 올라왔다.
“저…… 오늘은 그게 안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바보, 너무 무리할 필요까진 없어. 난 지금 모습의 윤호 씨도 꽤 맘에 드니까. 귀여우면 귀여운 대로 갖고 노는 맛이 있거든.”
“정말요?”
“물론. 가끔은 리드하는 것도 재미있어.”
선미 씨는 아직 우뚝하게 서있는 내 기둥을 슬며시 쥐더니 손으로 직접 그 귀두 끝을 자신의 구멍 입구에 맞추었다. 그리고는 내가 채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에 그 위로 푹 깔고 앉아버리는 선미 씨…….
“아흑!”
이미 한 차례의 삽입으로 미끌미끌하게 젖어있었던 단단한 기둥은 그녀의 구멍 안쪽으로 쉽게도 빨려 들어갔다. 쑤욱 하는 느낌과 함께 안쪽 깊은 곳까지 물건이 틀어박히자 선미 씨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을 질렀다.
“아아아……! 아아악! 하아앙! 아아아앙!”
그리고는 내 가슴팍을 양손으로 짚으며 그 커다란 엉덩짝을 마구 들썩이는데…… 아아, 그 모습은 정말이지 황홀 그 자체였다. 육감적인 유부녀가 내 몸 위에 올라타 풍만한 젖가슴을 위아래로 흔들어대며 춤을 추는 모습이라니…….
쿵쿵! 쿵! 쿵쿵쿵!
옆방 학생이 또 역정을 내며 벽을 힘껏 두드려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와 선미 씨 모두 그 소리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
“저기요, 아저씨!”
“네, 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아침…… 아직 찬 공기도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에 옆방 학생은 관리실로 찾아와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속으로 조금 예상하고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관리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204호 사람들 좀 어떻게 해봐요! 도대체 이게 몇 번째에요?”
“무,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자존심 강해보이는 오똑한 콧날과 도도한 눈매가 무척 돋보이는 그녀. 탐스럽고 도톰하지만 한편으론 고집 있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 입술은 역시나 오늘도 한껏 독설을 내뿜었다.
“몰라서 물어요? 다 같이 사는 건물에서 도대체 저게 매번 뭐하는 짓이냐구요! 아니, 부부면 다에요? 옆집에서 사는 사람 입장도 생각을 해줘야죠! 그렇게 요란하게 큰 소리가 울리는 걸 옆방에서 다 듣고 있는데도 그 사람들은 부끄럽지도 않대요? 발정 난 짐승들도 아니고 정말……!”
사실 독설이라기보다는 정당한 불만이긴 했다. 한 건물에서, 그것도 바로 옆방에서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만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문제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그 앙칼진 성격과 말투는 왠지 그 불만조차도 독설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아아…… 그랬군요. 그, 그래도 그 분들은 부부이니까, 조금은 이해를 해주시면……”
“누가 그 짓거리를 아예 하지 말라고 했나요? 조금만 조심해달라는 거잖아요! 지지고 볶든 뭘 하든 이웃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죠. 안 그래요?”
“아, 알겠어요. 제가 다시 한 번 경고를 줄 테니…… 우선 진정하세요.”
“흥, 이번에도 말로만 그러는 건 아니겠죠?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정말 주인집 분들과 이야기해서 이사를 가든 할 테니까…… 제대로 말해줘요.”
“알았어요……. 미안해요, 학생.”
한껏 화를 내고나니 그래도 스트레스가 좀 풀렸는지 그녀는 들어왔을 때만큼이나 쌩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에서 살랑거리는 머리카락과 더불어 바지 위로 실룩이는 엉덩이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자,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며 어제 선미 씨가 남겼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가끔 윤호 씨가 그 학생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던데?’
정말 그게 그렇게 티가 났단 걸까……?
“그리고 제 이름은 지연이에요.”
“네, 네?”
딴생각에 몰두하려는 찰나, 가버린 줄 알았던 그 학생이 다시 들어오자 나는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연이라구요, 이지연.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면서 언제까지 학생, 학생 그럴 거예요? 듣기 거북하니까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잖아요.”
“아, 알았어요. 지연 씨…….”
그러자 그녀는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한번 노려보더니, 아까처럼 성큼 관리실을 나가버렸다. 이번엔 진짜로 가버린 것 같았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였지만 어쩐지 맥이 빠져버려 나는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 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젊어서 그런지 참 목청도 좋은 아가씨야, 안 그래?”
“으헉!”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 고개를 치켜들자 학생…… 아니, 지연 씨가 떠난 자리에 어느새 익숙한 얼굴이 와있었다.
“서, 선미 씨. 언제 왔어요?”
“방금.”
“지연 씨랑…… 마주치지 않았어요?”
“지연 씨? 아, 그 학생 이름이 지연이야? 뭐 잠깐 마주치긴 했지.”
“별 말 안하던가요?”
“그냥 한번 째려보고 가던데? 그 학생, 매번 윤호 씨한테 떽떽거리긴 해도 정작 나한테는 뭐라고 안하니까.”
“그래요……?”
하긴 늘 이렇게 관리실에 와서 성질을 부리긴 하지만 지연 씨가 선미 씨에게 직접 불만을 털어놓은 적은 없었으니까……. 조금은 이상한 일이었다. 선미 씨가 상대하기 껄끄러운 인물이라 그런 걸까? 그래서 비교적 만만한 나를 통해서 이야기 하는 건가?
“어쩌면 그런 걸 빌미로 윤호 씨 얼굴을 한 번 더 보려고 그러는 걸지도 모르지. 요즘 젊은 애들은 의외로 감정표현에 솔직하질 못하니까. 딱 윤호 씨처럼…… 후후.”
“무, 무슨…… 이상한 말씀 마세요.”
“그런데 그 학생 말이야, ‘그 짓거리’의 범인이 내 남편이 아니라 윤호 씨라는 걸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킥킥…….”
“선미 씨!”
행여나 누가 들을까 싶어 내가 사색이 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선미 씨는 아예 배꼽을 잡고 깔깔 웃어댔다. 그녀의 말마따나, 지연 씨가 매번 불평하는 그 소란의 원인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고 난다면 아마도 꼴이 굉장히 우습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등골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지연 씨에게 그런 이야기 하시면 안 돼요, 선미 씨. 아니, 굳이 지연 씨가 아니더라도 다른 입주자 분들이 알기라도 하면……”
“알아, 알아. 내가 바보야? 남편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 내 입으로 떠들고 다니게?”
“그, 그렇긴 하지만…… 혹시라도 지연 씨가 나중에 남편 분에게 직접 이야기하거나 하면 위험할 텐데요. 출장 간 사이에 방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는 얘길 들으면…… 수상하게 생각할 것 같은데.”
“글쎄, 뭐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나 그렇게 되면 그 때가서 걱정하지 뭐.”
선미 씨에겐 걱정이란 게 없는 걸까? 오히려 나보다 그녀가 더 태연해보이니 참 황당한 일이었다. 하긴 내가 일을 벌려놓은 주제에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 나도 이만 가볼게. 이따 봐.”
“어디 가세요?”
“괜찮은 매물이 들어왔대서 거래처에 가보려고.”
하이힐의 굽 소리를 또각또각 울리며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는, 지연 씨와는 다른 그녀만의 어떤 고혹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의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H라인 스커트 위로 그녀의 엉덩이가 실룩거리는 윤곽이 드러나자 나도 모르게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섰지?”
“네, 네?”
일부러 모른척하려고 애써 시선을 돌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어느새 다시 돌아와 내 바지 위를 손으로 더듬고 있었다. 잔뜩 발기한 가랑이 사이를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건드리자 나는 묘한 수치심에 더더욱 얼굴이 달아올랐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딱히 유혹한 것도 아닌데. 이래서 윤호 씨는 참…….”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이따만한 텐트를 쳐놓고 아니긴.”
희롱하는 그녀의 태도로 보건대 일부러 나더러 보라고 엉덩이를 더 실룩대며 걸은 게 틀림없었다. 그녀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생각을 하니 묘하게 발끈해지는 걸 느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복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참기로 했다.
“아, 그런데 말야. 그 지연이라는 학생.”
“네?”
“윤호 씨 비밀, 모르고 있는 거 맞지?”
여전히 한쪽 손은 바지 앞을 더듬고 있는 채로, 그녀가 은근한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다, 당연하죠.”
“흐음, 확실해?”
“네…….”
그러자 그녀는 비로소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는 여기 사는 사람들 중에선 유일하게 윤호 씨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인거네? 그것도 ‘두 개’ 씩이나.”
“…….”
내가 아무 대답을 못하자 그녀는 귀엽다는 듯 깔깔거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노골적인 윙크를 한차례 남기고는 관리실을 떠났다. 이번에야말로 혼자 남게 된 나는 다시금 맥 빠진 한숨을 내쉬며 책상 위에 얼굴을 떨구었다.
여느 때보다 아주 정신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
선미 씨만 알고 있는 비밀, 그 첫 번째……. 나는 이 건물의 관리인이 아니다.
부모님이 내게 남긴 유산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던 내가 처음으로 생각해낸 것이 임대 사업이었다. 직장생활이란 것에는 좀체 자신이 없었고, 그렇다고 장사를 하려니 특유의 우유부단함과 유약한 성격이 발목을 잡았다. 부동산 투자도 결국 생각했던 것처럼 쉬운 게 아니란 사실을 시작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당시로서는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선택이었다.
그래서 물려받은 재산을 대부분 투자하여 아예 새 건물을 지어 올렸다. 비록 큰 건물은 아니라서 총 가구 수는 몇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변 상권이 활발하고 입지가 좋은 편이라 그런지 매각은 금방 이루어졌다. 오피스텔과 원룸의 혼합형 구조로 되어있는 인테리어 덕분인지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입주자가 들어왔다. 대학생부터 시작해서 직장인, 유학생, 심지어는 선미 씨처럼 결혼한 부부들까지…….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내가 이 건물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모른다. 계약을 중개할 겸 관리인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그저 나를 건물주의 먼 친척이자 대리인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니까……. 덕분에 나는 이 관리실에 머물며 종종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 보수 및 수리를 해주거나, 혹은 청소를 하는 등의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딱히 불만은 없다. 나이도 어린 주제에 집주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보단 마음이 편하니까 말이다.
그러다 결국 선미 씨에게 모종의 사건으로 탄로가 나버려 지금은 난감한 입장이 되어버렸지만…… 골치가 아프니까 그 사건에 대해서는 두 번째 비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겠다.
- 다음 화에 계속 -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글을 새로 쓰게 되었습니다
"타임 리와인더 2부"와 함께 연재를 하다가, 연재처가 바뀌게 되면 타임 리와인더의 연재분을
내려야 할 지도 모르기에 소라에서 계속 써나갈 수 있는 글이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로맨스물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재미삼아 써보는 글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독자분들의 애정을 얻고 싶네요 ^^
타임 리와인더와 더불어 열심히 의욕을 가지고 써보겠습니다
- 이 소설은 소.라.넷(sora.net) 작가 "상상의신비"가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무단 불펌을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퍼가시더라도 출처와 작가명을 꼭 남겨주십시오.
창작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 1부
“좋아요, 그쯤이면 되겠어요.”
“아…… 네.”
선미 씨가 비로소 만족스런 사인을 보내자 나는 그제야 망치질을 멈추고 의자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못과 망치를 바닥에 내려놓고 목장갑을 벗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선미 씨는 문득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오늘도 너무 수고했는데 보답으로 뭘 해줄까요?”
“아, 아뇨. 보답은 무슨……. 못질 몇 번 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선미 씨가 이 야밤에 일부러 나를 부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벽에 못을 박는 것 정도야 구태여 날 부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그녀 스스로 할 수 있을 테니…….
“후후, 여전히 솔직하지는 못하네요.”
실은 솔직하지 못한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남편이 있는 여인이 아니던가? 물론 그 비밀스런 관계에서 얻는 나름의 자극도 있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그녀를 탐닉하기에는 아직 내겐 양심이란 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매번 유혹의 역할을 그녀에게 미루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보면 나는 꽤 비겁한 남자인 셈이었다.
“가만있어요.”
고맙게도 그녀는 내가 한발 물러서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 준다. 나를 세워놓고 그녀는 내 앞에 하녀처럼 무릎을 꿇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바지를 벗긴 그녀가 속옷마저 무릎 아래로 끌어내리더니 망설임도 없이 내 물건을 덥석 입에 물었다.
“아……!”
비명인지 탄식인지 모를 아찔한 신음성이 나도 모르게 터졌다. 그녀는 거의 청소라도 하듯이 내 성기의 구석구석을 혀끝으로 핥고 쓸었다. 아래로 내려간 그녀의 얼굴이 내 가랑이 사이에 파묻혔고 그녀는 추잡한 것도 잊은 채, 고환을 입에 물더니 사탕이라도 되는 듯이 끈적끈적하게 빨아댔다.
“어흑……”
몸 전체에 전기가 흐르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그녀의 자그마한 얼굴을 두 손으로 와락 움켜쥐었다. 결국엔 나도 이런 걸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읍…… 흡……”
그녀가 내 물건을 빨아대는 리듬이 점점 빨라졌고, 나 또한 그녀의 머리통을 놔주지 않겠다는 기세로 마구 흔들어댔다. 뱀처럼 날름거리는 혓바닥의 움직임이 절정에 이르는가 싶더니 그녀가 입을 떼고는 입고 있던 가디건과 셔츠를 벗어던졌다.
잠깐 의아했던 나였지만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노브라로 있었던 것인지 셔츠를 벗자마자 그녀의 농염하게 익은 젖가슴이 출렁대며 눈앞에서 흔들거렸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입에 넣고 빨던 성기를 자신의 젖무덤 사이에 끼우고는 두 손으로 가슴을 흔들어댔다.
“자, 이거 좋아하죠?”
36인치가 족히 넘을 것 같은 그녀의 커다란 유방에 내 물건이 깊숙이 파묻히는 그 아찔한 기분은 차라리 마약이나 다름이 없었다. 두 젖통 사이에 들어간 내 물건에 부드러운 살덩이가 문질러지며 조금 전과는 완전히 색다른 자극을 안겨주었다.
“그, 금방 쌀 것 같아요…….”
“뭐, 한번 빼고 나서 계속해도 괜찮은데. 아까부터 계속 흥분해있었던 거 아니었어?”
그녀는 나를 잘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그녀의 부름을 받고 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내심 이러한 이벤트를 상상하고 있었다는 걸 도저히 숨길 수는 없으니……. 어쩌면 망치질을 하는 내내 이미 한껏 발기한 상태였다는 것도 그녀는 다 알고 있었을 터였다.
“그, 그러면, 먼저 한 번……”
조금 아껴놓고 싶긴 했지만 도저히 자극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사인을 보내자 선미 씨는 아예 대답도 않고 가슴을 문지르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올렸다. 게다가 그 와중에 혀를 내밀어 귀두 부분을 할짝거리며 마치 내게 보란 듯이 두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의 와이프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성기를 애무하며 이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니……. 이 상황이 얼마나 발칙한가에 대해 떠올리자마자 배덕함으로부터 비롯된 어마어마한 흥분이 해일처럼 몰려와서, 나는 순식간에 절정에 올랐다.
“아아윽…… 으윽…….”
힘껏 뿜어져나간 정액은 그녀의 얼굴 전체에 추잡스럽게 튀었다. 몇 가닥이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가 버렸지만 그녀는 뱉을 생각도 않고 오히려 내 귀두를 핥던 혀를 내밀어 입술 주변을 닦았다.
“으음, 꽤 오래 참았나봐. 왠지 오늘따라 더 찐득한 느낌이네. 하긴 뭐…… 애인이랑 헤어진 지 오래됐다고 했지? 제대로 풀 데도 없었을 텐데 좀 더 자주 오지 그랬어?”
“그, 그렇지만 남편 분이……”
“아, 괜찮아. 그이도 멀리 출장 간 상태거든. 그러고 보니 우린 처지가 좀 비슷한걸. 호호……”
출장이라……, 그럼 정말 더 자주 와도 되는 걸까?
“선미 씨는…… 저랑 이렇게 지내는 거 괜찮아요?”
“괜찮고 말고가 어디 있어. 서로 좋으면 그만인 거 아닌가?”
“그, 그래도 남편 분에게 미안하거나 하지는……”
순간 멍청한 말을 꺼내버리고 말았다. 선미 씨도 그렇게 느낀 것이 분명했다. 아차 싶어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아서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바보 같은 소릴 하네, 윤호 씨.”
“미안해요.”
“먼저 덮쳤던 건 자기면서.”
그녀의 반박에 나는 일순 할 말을 잃었다. 말문이 막힌 나를 두고 선미 씨는 벗어두었던 옷을 다시 걸쳐 입기 시작했다. 그 냉랭한 태도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뭐, 내키지 않으면 이제 나도 윤호 씨 부르지 않을게. 앞으론 정말 관리인과 세입자 관계로만 지내자구. 그럼 되는 거지?”
“미, 미안해요. 선미 씨…… 내가 괜한 소릴 했어요.”
단추를 여미며 내게 등을 돌린 선미 씨……. 나는 머뭇거리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어떻게 화를 풀어줘야 할지는 몰랐지만 그냥 무작정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녀를 포옹하는 순간, 나는 그녀가 희미하게 키득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미 씨?”
“풋…… 킥킥.”
그제야 나는 그녀의 냉랭한 태도가 연기였음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조금 얄미운 마음도 들었다.
“진짜로 화난 줄 알고 걱정했잖아요.”
“진짜로 서운하긴 했어. 귀여우니까 봐주는 거지. 앞으로 다시는 그런 소리 말아.”
“아, 알겠어요.”
“그럼 서운하게 했으니까 내가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래?”
“뭔……데요?”
“나, ‘그거’ 보고 싶어.”
“그, 그거…… 라니요?”
“일부러 모르는 척 할 거야? 그거 말이야, 그거.”
물론 그녀가 말하는 ‘그것’이 뭔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애써 모르는 척 하는 이유를 그녀는 잘 알고 있을 텐데도, 구태여 그걸 보려고 하는 그녀의 집요함 또한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건…… 보여주고 싶다고 맘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래도 노력해 봐, 지난번에 했을 땐 성공했잖아?”
“알겠어요……. 노력은 해볼게요.”
그런 부끄러운 것을 왜 일부러 끄집어내려고 하는 걸까? 좀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뭐 그녀가 좋다면야…….
“자, 그럼 어디 마음대로 해 봐.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선미 씨는 양팔을 활짝 벌리고 서서, 마치 날 잡아먹으라는 듯 도발적인 웃음을 지었다. 유부녀가 그렇게나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녀를 만나기 이전에는 몰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편이 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하는 게 더 옳으리라.
“그럼, 엎드려요.”
“아하, 이렇게?”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선미 씨는 침대 위로 올라가 엎드리더니 강아지처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바지 한 겹으로는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농익은 살덩이의 볼륨감이 아찔하게 느껴졌다. 그 육감적인 엉덩짝을 두 손바닥으로 마구 주무르며, 나는 한 가지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애썼다. 그녀를 처음으로 범했던 그 날의 기억을…….
“걸레 같은 년.”
천한 욕설을 내뱉으며 나는 순식간에 그녀의 바지를 찢을 듯이 아래로 끌어내리고는 음부를 덮고 있는 란제리 속옷도 옆으로 젖혀버렸다. 제대로 애무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이미 내 성기를 빨면서 스스로 자극을 느꼈던지 음순 주변이 이미 축축하게 번들대고 있었다. 그 미끌미끌한 골짜기에 쪼그라들었던 물건을 문질러대니 잠시 죽어있었던 기둥이 이내 다시 빳빳하게 부풀었다.
“아학!”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예고도 없이 나는 그녀의 구멍 속으로 냅다 물건을 쑤셔 박았다. 과격하고 갑작스런 그 행위에 그녀는 뾰족한 신음을 질렀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오히려 더욱 억세게 그녀의 튼실한 궁둥이를 주물러댔다.
가학적인 욕구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나는 그녀의 둔부에 손바닥으로 매질을 가했다. 남들 눈에는 그저 정숙하기만 한 유부녀의 새하얀 엉덩이 위에 외간남자의 손자국이 하나둘씩 새겨졌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내 마음처럼 ‘그것’은 잘 나타나주지 않았다. 하긴 내가 그것을 먼저 필요로 해서 끄집어내려고 했던 적은 살아오면서 몇 번 없었으니까……. 게다가 그 ‘몇 번’이라는 것도 오로지 선미 씨를 만나고 난 이후에 생긴 일들뿐. 그녀를 만나기 이전엔 이런 건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아…… 아아악…… 아아앙…… 하아아아……!”
그 와중에도 선미 씨의 교성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었다. 그녀가 온전히 쾌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머릿속으로 나처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나를 더욱 자극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다리 사이에 힘을 주고 있는 것만은 느껴졌다. 그녀가 구멍에 조임을 가할 때마다 괄약근이 오므라들며 그녀의 항문이 벌름대는 광경이 똑똑히 보였다. 그것은 분명 무척이나 자극적인 장면이었다.
이렇게나 그녀가 나를 자극하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나도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래도 일부러 찾으면 찾을수록, ‘그것’은 내 안 깊숙한 곳으로 더더욱 숨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나는 억지로 더욱 힘주어 그녀의 엉덩이를 밀어붙이며 삽입의 템포를 빠르게 올렸다. 조금 전까지 엉덩이를 내려치던 손길은 이제 그녀의 유방을 힘껏 주물러대고 있었다.
“그래, 씨발년아! 그렇게 더 짖어봐, 더러운 암캐답게 말이야.”
“하아아…… 하아아아…… 아아아아악……”
질컥거리는 음란한 물소리와 더불어 살과 살이 부딪히는 마찰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집중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내 귓가에 불현듯 거슬리는 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쿵쿵!
“아아, 그 학생 오늘은 집에 있었나보네.”
옆방 쪽에서 벽면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그 소리를 선미 씨도 들었는지, 그녀는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다소곳이 시트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선미 씨는 생각보다 그리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늘 그랬지만 말이다.
“어, 어쩌죠? 그만…… 할까요?”
“왜? 어차피 저 학생은 남편인 줄 알 텐데 뭐.”
“그래도…… 소음이 너무 심하면 또 관리실로 민원이 올 걸요.”
“소리 안 내면 그만이지. 윤호 씨는 그만하고 싶어?”
“아, 아뇨. 그럴 리가.”
또 선미 씨의 기분이 상할까봐 내가 도리질까지 치며 대답하자 그녀는 킥킥대며 웃었다. 조금 전까지 순종적으로 엉덩이를 내밀고 내 허리놀림에 몸을 흔들어대던 그녀가, 그 모습 그대로 고개를 뒤로 돌려 날 바라보니 왠지 무척 야릇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윤호 씨, 방금 전까지 연기했던 거지?”
“네?”
“나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억지로 터프한 척 했던 거잖아. 그렇지?”
“…….”
어수룩한 내가 그녀를 속이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까?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이었고 나 또한 굳이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죄송해요, 그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진 않아요.”
“호호호호.”
시무룩하게 사과하는 내 모습을 귀엽게 느꼈는지 그녀는 스스로 구멍에서 내 물건을 뽑고는 내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질척한 구멍에서 단숨에 물건이 뽑히자 나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지만, 이내 그녀가 자신의 가슴골에 내 얼굴을 파묻어버리자 이번엔 숨이 턱 막혀왔다.
“난 이래서 당신이 좋아. 두 얼굴의 매력은 아무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 그런데 어떻게 연기라는 걸 아셨죠?”
“당연한 거 아니야? 윤호 씨가 억지로 욕하는 건 너무 어색해서 국어책 읽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니까. 그리고 진짜로 윤호 씨가 꼭지 돌아간 상태였다면 옆방 학생이 방해하든 말든 신경 끄고 계속 했을 거잖아? 안 그래?”
“그건 그러네요…….”
그녀는 정말로 신기하면서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나는 한평생 남들 앞에서 내 비밀을 감추려는 생각만 하며 살아왔건만, 그녀는 남들이 모르는 내 비밀을 알고 나서도 그것을 꺼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는 매력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 같으니……. 게다가 이제는 나 이상으로 ‘그것’에 대해서 더 깊이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윤호 씨, 옆방 학생에게 관심 없어?”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그 학생, 꽤 예쁘잖아. 나 젊었을 적만은 못해도.”
“과, 관심 없어요.”
“왜?”
“그야…… 성격이 너무 드세기도 하고…… 아, 아무튼 제 취향 아니에요.”
“가끔 윤호 씨가 그 학생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던데? 말은 이렇게 해놓고 설마 그 학생에게도 허튼 짓 하려는 건 아니겠지?”
“허, 허튼 짓이라니요? 큰일 날 말씀을……”
“풋, 그럼 나한테 했던 짓들은 뭐야?”
난 이왕이면 선미 씨가 그 일은 좀 잊어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녀는 가끔 이렇게 그 일을 약점 삼아 나를 곯려먹는 것이 퍽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평할 권한이 내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감방에 가지 않는 것만 해도 그녀의 아량에 감사해야 할 판이었으니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윤호 씨 취향은 어떤 여잔데?”
“저는…… 도발적이면서도 성숙한 여자가 좋아요. 이를테면 선미 씨 같은……”
뻔하디 뻔한 멘트였지만 선미 씨는 아이처럼 깔깔대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내가 싱글이었으면 나랑 사귀고 싶었겠네?”
“그랬……겠죠?”
“흐흐, 좋아좋아. 속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했으니까 넘어가줄게.”
어린아이를 대하듯 가슴골 사이에 내 얼굴을 끌어안고 있던 선미 씨는 흡족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등받이로 밀치고는 이번엔 자신이 내 몸 위로 타고 올라왔다.
“저…… 오늘은 그게 안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바보, 너무 무리할 필요까진 없어. 난 지금 모습의 윤호 씨도 꽤 맘에 드니까. 귀여우면 귀여운 대로 갖고 노는 맛이 있거든.”
“정말요?”
“물론. 가끔은 리드하는 것도 재미있어.”
선미 씨는 아직 우뚝하게 서있는 내 기둥을 슬며시 쥐더니 손으로 직접 그 귀두 끝을 자신의 구멍 입구에 맞추었다. 그리고는 내가 채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에 그 위로 푹 깔고 앉아버리는 선미 씨…….
“아흑!”
이미 한 차례의 삽입으로 미끌미끌하게 젖어있었던 단단한 기둥은 그녀의 구멍 안쪽으로 쉽게도 빨려 들어갔다. 쑤욱 하는 느낌과 함께 안쪽 깊은 곳까지 물건이 틀어박히자 선미 씨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을 질렀다.
“아아아……! 아아악! 하아앙! 아아아앙!”
그리고는 내 가슴팍을 양손으로 짚으며 그 커다란 엉덩짝을 마구 들썩이는데…… 아아, 그 모습은 정말이지 황홀 그 자체였다. 육감적인 유부녀가 내 몸 위에 올라타 풍만한 젖가슴을 위아래로 흔들어대며 춤을 추는 모습이라니…….
쿵쿵! 쿵! 쿵쿵쿵!
옆방 학생이 또 역정을 내며 벽을 힘껏 두드려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와 선미 씨 모두 그 소리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
“저기요, 아저씨!”
“네, 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아침…… 아직 찬 공기도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에 옆방 학생은 관리실로 찾아와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속으로 조금 예상하고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관리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204호 사람들 좀 어떻게 해봐요! 도대체 이게 몇 번째에요?”
“무,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자존심 강해보이는 오똑한 콧날과 도도한 눈매가 무척 돋보이는 그녀. 탐스럽고 도톰하지만 한편으론 고집 있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 입술은 역시나 오늘도 한껏 독설을 내뿜었다.
“몰라서 물어요? 다 같이 사는 건물에서 도대체 저게 매번 뭐하는 짓이냐구요! 아니, 부부면 다에요? 옆집에서 사는 사람 입장도 생각을 해줘야죠! 그렇게 요란하게 큰 소리가 울리는 걸 옆방에서 다 듣고 있는데도 그 사람들은 부끄럽지도 않대요? 발정 난 짐승들도 아니고 정말……!”
사실 독설이라기보다는 정당한 불만이긴 했다. 한 건물에서, 그것도 바로 옆방에서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만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문제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그 앙칼진 성격과 말투는 왠지 그 불만조차도 독설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아아…… 그랬군요. 그, 그래도 그 분들은 부부이니까, 조금은 이해를 해주시면……”
“누가 그 짓거리를 아예 하지 말라고 했나요? 조금만 조심해달라는 거잖아요! 지지고 볶든 뭘 하든 이웃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죠. 안 그래요?”
“아, 알겠어요. 제가 다시 한 번 경고를 줄 테니…… 우선 진정하세요.”
“흥, 이번에도 말로만 그러는 건 아니겠죠?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정말 주인집 분들과 이야기해서 이사를 가든 할 테니까…… 제대로 말해줘요.”
“알았어요……. 미안해요, 학생.”
한껏 화를 내고나니 그래도 스트레스가 좀 풀렸는지 그녀는 들어왔을 때만큼이나 쌩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에서 살랑거리는 머리카락과 더불어 바지 위로 실룩이는 엉덩이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자,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며 어제 선미 씨가 남겼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가끔 윤호 씨가 그 학생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던데?’
정말 그게 그렇게 티가 났단 걸까……?
“그리고 제 이름은 지연이에요.”
“네, 네?”
딴생각에 몰두하려는 찰나, 가버린 줄 알았던 그 학생이 다시 들어오자 나는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연이라구요, 이지연.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면서 언제까지 학생, 학생 그럴 거예요? 듣기 거북하니까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잖아요.”
“아, 알았어요. 지연 씨…….”
그러자 그녀는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한번 노려보더니, 아까처럼 성큼 관리실을 나가버렸다. 이번엔 진짜로 가버린 것 같았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였지만 어쩐지 맥이 빠져버려 나는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 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젊어서 그런지 참 목청도 좋은 아가씨야, 안 그래?”
“으헉!”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 고개를 치켜들자 학생…… 아니, 지연 씨가 떠난 자리에 어느새 익숙한 얼굴이 와있었다.
“서, 선미 씨. 언제 왔어요?”
“방금.”
“지연 씨랑…… 마주치지 않았어요?”
“지연 씨? 아, 그 학생 이름이 지연이야? 뭐 잠깐 마주치긴 했지.”
“별 말 안하던가요?”
“그냥 한번 째려보고 가던데? 그 학생, 매번 윤호 씨한테 떽떽거리긴 해도 정작 나한테는 뭐라고 안하니까.”
“그래요……?”
하긴 늘 이렇게 관리실에 와서 성질을 부리긴 하지만 지연 씨가 선미 씨에게 직접 불만을 털어놓은 적은 없었으니까……. 조금은 이상한 일이었다. 선미 씨가 상대하기 껄끄러운 인물이라 그런 걸까? 그래서 비교적 만만한 나를 통해서 이야기 하는 건가?
“어쩌면 그런 걸 빌미로 윤호 씨 얼굴을 한 번 더 보려고 그러는 걸지도 모르지. 요즘 젊은 애들은 의외로 감정표현에 솔직하질 못하니까. 딱 윤호 씨처럼…… 후후.”
“무, 무슨…… 이상한 말씀 마세요.”
“그런데 그 학생 말이야, ‘그 짓거리’의 범인이 내 남편이 아니라 윤호 씨라는 걸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킥킥…….”
“선미 씨!”
행여나 누가 들을까 싶어 내가 사색이 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선미 씨는 아예 배꼽을 잡고 깔깔 웃어댔다. 그녀의 말마따나, 지연 씨가 매번 불평하는 그 소란의 원인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고 난다면 아마도 꼴이 굉장히 우습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등골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지연 씨에게 그런 이야기 하시면 안 돼요, 선미 씨. 아니, 굳이 지연 씨가 아니더라도 다른 입주자 분들이 알기라도 하면……”
“알아, 알아. 내가 바보야? 남편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 내 입으로 떠들고 다니게?”
“그, 그렇긴 하지만…… 혹시라도 지연 씨가 나중에 남편 분에게 직접 이야기하거나 하면 위험할 텐데요. 출장 간 사이에 방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는 얘길 들으면…… 수상하게 생각할 것 같은데.”
“글쎄, 뭐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나 그렇게 되면 그 때가서 걱정하지 뭐.”
선미 씨에겐 걱정이란 게 없는 걸까? 오히려 나보다 그녀가 더 태연해보이니 참 황당한 일이었다. 하긴 내가 일을 벌려놓은 주제에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 나도 이만 가볼게. 이따 봐.”
“어디 가세요?”
“괜찮은 매물이 들어왔대서 거래처에 가보려고.”
하이힐의 굽 소리를 또각또각 울리며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는, 지연 씨와는 다른 그녀만의 어떤 고혹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의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H라인 스커트 위로 그녀의 엉덩이가 실룩거리는 윤곽이 드러나자 나도 모르게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섰지?”
“네, 네?”
일부러 모른척하려고 애써 시선을 돌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어느새 다시 돌아와 내 바지 위를 손으로 더듬고 있었다. 잔뜩 발기한 가랑이 사이를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건드리자 나는 묘한 수치심에 더더욱 얼굴이 달아올랐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딱히 유혹한 것도 아닌데. 이래서 윤호 씨는 참…….”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이따만한 텐트를 쳐놓고 아니긴.”
희롱하는 그녀의 태도로 보건대 일부러 나더러 보라고 엉덩이를 더 실룩대며 걸은 게 틀림없었다. 그녀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생각을 하니 묘하게 발끈해지는 걸 느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복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참기로 했다.
“아, 그런데 말야. 그 지연이라는 학생.”
“네?”
“윤호 씨 비밀, 모르고 있는 거 맞지?”
여전히 한쪽 손은 바지 앞을 더듬고 있는 채로, 그녀가 은근한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다, 당연하죠.”
“흐음, 확실해?”
“네…….”
그러자 그녀는 비로소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는 여기 사는 사람들 중에선 유일하게 윤호 씨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인거네? 그것도 ‘두 개’ 씩이나.”
“…….”
내가 아무 대답을 못하자 그녀는 귀엽다는 듯 깔깔거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노골적인 윙크를 한차례 남기고는 관리실을 떠났다. 이번에야말로 혼자 남게 된 나는 다시금 맥 빠진 한숨을 내쉬며 책상 위에 얼굴을 떨구었다.
여느 때보다 아주 정신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
선미 씨만 알고 있는 비밀, 그 첫 번째……. 나는 이 건물의 관리인이 아니다.
부모님이 내게 남긴 유산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던 내가 처음으로 생각해낸 것이 임대 사업이었다. 직장생활이란 것에는 좀체 자신이 없었고, 그렇다고 장사를 하려니 특유의 우유부단함과 유약한 성격이 발목을 잡았다. 부동산 투자도 결국 생각했던 것처럼 쉬운 게 아니란 사실을 시작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당시로서는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선택이었다.
그래서 물려받은 재산을 대부분 투자하여 아예 새 건물을 지어 올렸다. 비록 큰 건물은 아니라서 총 가구 수는 몇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변 상권이 활발하고 입지가 좋은 편이라 그런지 매각은 금방 이루어졌다. 오피스텔과 원룸의 혼합형 구조로 되어있는 인테리어 덕분인지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입주자가 들어왔다. 대학생부터 시작해서 직장인, 유학생, 심지어는 선미 씨처럼 결혼한 부부들까지…….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내가 이 건물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모른다. 계약을 중개할 겸 관리인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그저 나를 건물주의 먼 친척이자 대리인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니까……. 덕분에 나는 이 관리실에 머물며 종종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 보수 및 수리를 해주거나, 혹은 청소를 하는 등의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딱히 불만은 없다. 나이도 어린 주제에 집주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보단 마음이 편하니까 말이다.
그러다 결국 선미 씨에게 모종의 사건으로 탄로가 나버려 지금은 난감한 입장이 되어버렸지만…… 골치가 아프니까 그 사건에 대해서는 두 번째 비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겠다.
- 다음 화에 계속 -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글을 새로 쓰게 되었습니다
"타임 리와인더 2부"와 함께 연재를 하다가, 연재처가 바뀌게 되면 타임 리와인더의 연재분을
내려야 할 지도 모르기에 소라에서 계속 써나갈 수 있는 글이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로맨스물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재미삼아 써보는 글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독자분들의 애정을 얻고 싶네요 ^^
타임 리와인더와 더불어 열심히 의욕을 가지고 써보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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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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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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