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처음엔 어색했지만 날이 갈수록 수혁은 생각보다 빠르게 준수와 영희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준수와 영희가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을 볼때마다 수혁은 내심
"아니... 나도 있는데 너무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정도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기에 수혁은 그것을 볼때마다 못본척을 하거나 자리를 피해주곤 했다. 준수와 영희도 처음에는 수혁의 존재가 신경쓰여서 서로에 대한 호칭도 제대로 붙이지 못했지만, 적응된 후로는 수혁이 있든 없든, 보든 안보든 대놓고 부부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빨리 집을 나가든가 해야지..."
준수와 영희의 모습을 보며 수혁은 본격적으로 대학을 다니게 되면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완전히 혼자 사는 것은 아니고 지연과 같이 사는 것이 목표였지만... 어쨋든 그가 자취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모습을 보기가 괴로워서가 아니였다. 오히려 그의 존재때문에 준수와 영희가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였다. 게다가 수혁은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살고 싶었다. 더이상 영희에게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의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수혁은 TV를 멍하니 쳐다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늦어졌는지 12시 뉴스가 나오고 채널을 돌려봐도 볼만한 채널이 나오질 않았다. 수혁은 지루하다는듯이 하품을 한번 하고는 물이나 한잔 하고 잠을 자야겠다고 식탁쪽으로 향했다. 수혁이 물을 삼키며 컵을 식탁에 내려놓는 순간, 방에서 나오는 영희와 마주쳤다.
"수혁아. 안잤어?"
"... 이제 자려고."
"그래... 잘자렴..."
"... 근데 엄마... 어디가?"
"응? 엄마도 자러가지. 왜?"
"... 거기... 준수방이거든?"
수혁의 지적에 영희는 뜨끔했다. 영희는 화장을 지우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준수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평소라면 수혁이 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거나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였기 때문에 그를 신경쓸 필요가 없었기에 갑작스럽게 마주친 수혁에게 그 모습을 보인 것이였다. 영희가 준수의 방으로 향하는 의미를 모를 수혁이 아니였다. 그렇기에 영희는 얼굴을 붉히며 수혁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어휴... 진짜 부부가 따로없네... 엄마만 좋으면 난 괜찮으니까 난 신경쓰지 않아도 되."
"... 응..."
수혁은 한숨이 나왔다. 아니, 그동안 알고는 있었다. 준수와 영희가 매일같이 잠을 같이 잔다는 것을. 그것을 신경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침대에 누워 잠을 자기전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렇게 직접 영희가 준수와 함께 잠을 자러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조금은 이상했다. 게다가 지금 영희가 입고 있는 잠옷... 수혁이 그동안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노출이 꽤나 있는 그러 잠옷이였다. 뭐... 지금 영희가 입고 있는 옷보다 더욱 야한 옷이 영희의 옷장에 걸려있다는 것을 수혁이 알면... 기절할지도 몰랐지만,
"엄마. 엄마한테 그런 잠옷도 있었어?"
"응...? 응...? 아..."
수혁의 지적에 영희는 부끄러워서 어쩔줄 몰랐다. 수혁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청초한 모습 그대로였기에 지금 입고 있는 잠옷은 아마 그에게 충격적이였으리라. 게다가 아들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수혁은 차분하게 말을 했다.
"괜찮아... 뭐... 난 아직 적응은 안되는데... 촌스러운거 입는것보다는 그게 더 나은거같아."
"... 고... 고마워..."
"... 근데 엄마... 혹시 준수가 그런 변태같은 옷 입으라고 시킨거 아니지?"
"아.. .아냐..."
"휴... 알았어. 그래도 엄마가 그렇게 변한거 보면... 정말로 준수가 좋긴 한가봐?"
수혁은 자신의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있는 영희에게 한번 웃어보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는 그렇게 영희를 준수의 방에 들여보낸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아... 하필이면 이어폰이 고장나서... 아오!! 쫌!! 잠좀 자자고 잠좀!!"
고장나서 소리가 안나오는 이어폰을 집어던지며 그는 밤잠을 설쳐야만했다...
한참을 침대에서 귀를 막다가 겨우 잠에 든 수혁은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거실에 나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준수와 영희는 함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 수혁아 일어났니? 금방 되니까 조그만 기다려."
어제 잠옷을 입었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어느새 그녀는 평소처럼 평범한 옷에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다만, 준수는 유난히 피곤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휴... 어제 얼마나 했길래..."
수혁은 속으로 혀를 차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영희의 말대로 식탁엔 금새 밥상이 차려졌고, 그들은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수혁은 인정하기 싫어도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였기에 군말없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밥공기가 비어갈때쯤, 수혁은 그들에게 한마디를 했다.
"엄마랑 준수... 후... 그래... 내가 인정했으니까 다른건 말 안하겠는데... 부탁이니까 제발 나 있을때는 좀 적당히 해줄래? 잠을 못자겠어."
"어... 응... 미안..."
"휴... 야. 그리고 너는 젊은놈이... 얼굴이 그게 뭐냐? 어휴... 결혼한다며? 우리 엄마 과부 만들 생각이냐?"
준수와 영희는 수혁의 말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수혁 또한 아들이 엄마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건 자기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준수. 너... 밥먹고 나랑 목욕탕좀 같이 가자."
"목욕탕...? 갑자기 왜...?"
"친구랑 같이 목욕탕좀 가고 싶어서 그런다. 왜? 그럼 안되?"
"아... 아니... 알았어..."
"난 다 먹었으니까 준비되면 내 방으로 와."
수혁은 말을 마친 후 자신의 밥그릇을 정리해서 싱크대에 넣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영희는 자신의 치부를 아들에게 들켰다는 생각에 준수의 옆구리를 장난스럽게 꼬집고는 야속하다는 눈빛으로 준수를 바라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그러니까 어제 적당히좀 하자니깐..."
"뭐... 뭘 그렇게 봐..."
목욕탕에서 옷을 벗던 준수는 수혁이 자신의 성기를 빤히 쳐다보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구라고는 해도 남자가 자신의 성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 너 그거 이빨자국... 설마 엄마가 그런거냐?"
"......."
준수는 아차, 싶었다. 어제 영희와 69자세로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다가 자신이 영희의 보지를 너무 강렬히 자극했고, 준수의 자지를 빨던 영희는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를 막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준수의 자지를 깨물었었던 것때문에 자신의 성기에 아직도 그 이빨자국이 남아있었던 것이였다. 준수는 자국이 남아있는줄 알았으면 목욕탕에 오지 말걸... 이란 후회를 했다.
"빨리 들어와. 뭐해?"
다행히 평일 낮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준수와 수혁은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로 가볍게 몸을 한번 씻어내고는 탕에 들어갔다. 아무리 수혁이 인정해줬다고는 하지만 어쨋든 준수는 수혁을 예전처럼 서스럼없이 대하기는 애매했었고, 그래서 그들은 탕에 들어가 앉은채 서로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 나한테 뭐 죄지은거 있냐?"
"... 아니..."
"너한테 난 뭐야? 참고로 난 절대로 니 아들같은거 아니다? 알지?"
"... 알지... 넌 친구라는걸..."
"근데 왜 친구라는놈이 무슨 나를 저승사자보듯하냐? 내가 너랑 그렇게되려고 너한테 엄마를 허락해준건줄 알아?"
"... 알긴 아는데... 솔직히 좀 그래. 뭔가 너한테 미안하고..."
"어휴. 닥쳐. 답답아. 내가 말했잖아. 미안할거였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그렇게 내 눈치를 본다는 놈이 밤만 되면 그렇게 엄마를 괴롭히냐?"
"괴... 괴롭힌거 아니거든!!"
수혁의 말에 힘없이 대답을 하던 준수는 수혁의 말에 갑작스럽게 버럭하며 큰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런 준수를 보며 수혁은 그런 준수의 반응에 맞대응한다거나 화를 낸다기보다는 오히려 준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잖아. 적어도 나한테 쳐맞던 날의 너는 이렇지는 않았어. 지금은 어쨌든 넌 잘못한거 없고, 그리고 아직도 내 친구야. 너랑 엄마가 서로를 사랑하는 이상... 뭐 네가 엄마한테 잘해줬으면 좋겠지. 근데 너가 엄마랑 관계가 어떻게되든 너랑 나는 친구야. 그러니까 예전처럼 대하라고."
"... 그래... 고맙다..."
"하여간... 몇년 전까지만해도 고자였던놈이..."
"지금은 아니거든?"
"오호~ 기운 차렸다 이거냐?"
수혁의 장난스러운 말에 준수는 웃음을 보이고는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수혁과 친구처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난지 벌써 두달이 지났다. 1월... 꽤나 추워진 날씨에 영희는 갑자기 길거리에서 분식이 먹고싶어졌다. 잠시 외출한 준수가 지금쯤이면 돌아올거란 생각에 그녀는 준수를 마중나갈겸 오랫만에 준수와 밖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을 생각을 했다.
"얘, 수혁아. 나가서 같이 떡볶이 먹자."
"... 갑자기 왠 떡볶이?"
"그냥 땡겨서. 준수한테 우리 아파트 앞에 있는 분식점에 오라고 해."
"아... 귀찮아. 엄마 남편이니까 엄마가 말해..."
"안되... 엄마 나가려면 이것저것 준비해야된단말이야..."
"... 집앞에 나가는데 왠 화장? 아아... 엄마 남편한테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수혁의 정곡을 찌르는말에 영희는 얼굴이 붉어졌다. 집에서도 그랬지만, 밖에서 준수와 함께 있을때는 특히나 더 외모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였다. 영희가 화장을 하기 위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수혁은 투덜투덜거리며 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수의 모습이 보이기가 무섭게 영희는 그에게로 달려가 팔짱을 꼈다. 그런 영희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준수는 영희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고, 마치 그들의 행각을 예상이라도 했듯 수혁을 등을 돌리고는 딴청을 하고 있었다. 그런 수혁의 모습을 보며 준수와 영희는 미안했던지 멋적은 웃음을 짓고는 수혁을 불렀다.
"어서오세요~ 뭐 드릴까요?"
"음... 여기 떡볶이 3인분이랑 순대 1인분, 그리고 오뎅 6개 주세요. 국물 떠먹어도 되죠?"
"네. 그러세요~"
수혁의 당돌한 말투에 주인은 푸근한 웃음을 짓고는 그들에게 오뎅을 먼저 가져라고 말을 했다. 수혁과 준수가 사이좋게 오뎅을 집으려는 순간, 영희가 준수와 수혁의 옷깃을 잡으며 주인에게 미안함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저... 저기요... 죄송한데... 갑자기 다른게 먹고 싶어져서요... 죄송해요..."
"아... 그러세요... 뭐 어쩔 수 없죠..."
"죄송합니다..."
주인은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듯 너무나도 의연하게 그들을 내보냈다. 영희가 먼저 나가고 그녀의 뒤를 뒤따라온 수혁과 준수였다. 특히나 수혁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영희를 보고 있었다.
"엄마! 엄마가 먹고싶다고 했잖아! 갑자기 그게 뭐야... 나랑 지연이누나 여기 자주와서 주인아저씨랑 친한데..."
"미안해... 엄마가 갑자기 다른게 먹고싶어서그래... 나 곱창 먹고싶어..."
영희의 갑작스러운 변덕에 수혁과 준수는 황당해하며 곱창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곱창집 바로 앞에서 갑작스럽게 삼겹살이 먹고싶다는 영희의 말에 그들은 다시 발길을 돌려야했다. 다행히도 삼겹살집에서는 영희도 다른 말이 없었기에 그들은 맛있게 삼겹살을 먹을 수 있었다.
"... 여보... 뭐해... 이시간에...?"
"응? 아...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서..."
"엄마. 방금 삼겹살 먹고 들어왔잖아."
"그렇긴 한데... 라면이 땡기네... 호호호..."
"참나... 엄마. 그렇게 먹으면 엄마 살쪄. 살찌면 준수도 엄마 싫어할걸~?"
"치... 수혁이... 너어..."
"여보, 화내지 마. 당신이 아무리 살쪄도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
"으웩.... 닭살... 어휴, 난 먼저 들어간다."
"나도 먼저 들어갈게. 당신도 먹고 들어와. 알았지?"
"응... 여보. 금방 갈게..."
수혁과 준수는 라면을 먹는 영희를 두고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홀로 라면을 먹으며 영희는 확실히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늦은 시간에 간식은 커녕 라면같은 것을 먹은적이 살면서 거의 한두번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갑자기 자신이 왜 이런걸까, 라는 생각을 할때쯤,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내가 많이 먹긴 많이 먹었나보네..."
하지만 단순히 많이 먹어서 속이 안좋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그녀의 식욕은 최근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게다가 아까전에 보였던 그녀의 변덕... 분명 준수나 수혁을 골탕먹이기 위한 그런 것은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겐 준수의 앞에서 그런 변덕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준수와 함께 있을때 뭘 먹을지 고를때는 항상 준수의 선택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그녀였었다. 준수가 먹고 싶은 것이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이였기에, 아니... 뭘 먹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와 함께 먹는다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강렬하게 뭔가가 먹고싶었다. 문득, 그녀의 뇌리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설마..."
그녀는 먹다 남은 라면을 처리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화장실 수납장 안에 숨겨둔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설마... 아닐거야..."
2줄... 양성반응이였다. 하지만 지난날 영희는 임신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런 반응을 보인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상상임신일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영희는 혹시라도 그냥 화장실에 버렸다가 준수가 이 물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쓰레기봉투 아래에 숨기듯 그것을 버리고는 준수의 방으로 향했다. 영희가 방금 확인했던 사실을 알리가 없는 준수는 영희가 들어오는것을 보고 그녀를 끌어안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왜 이제왔어... 기다렸잖아..."
"여보... 미안... 나 속이 안좋아서 오늘은 그냥 잘게요..."
"그래...? 많이 안좋아? 약사다줄까?"
"안되요!! 약은 절대 안돼..."
"아.. 알았어... 정말 괜찮은거지...?"
영희는 애꿎은 준수에게 화를 내는것같아 미안했다. 다행히 준수는 영희가 그에게 화를 내는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저 영희의 몸상태만을 걱정해주었고,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영희는 뜬눈으로 거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영희는 비참한 심경으로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상상임신인걸까... 하지만 그녀의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왠지 불안했던 것이였다. 나름 의심이 가는 날도 있었다. 그날은 소위 말하는 위험한 날이였다. 피임을 한다고 했지만 준수와 영희가 콘돔을 준비해놓는 것을 깜빡했고, 그런줄도 모르고 이미 몸이 달아올랐던 그들은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거사를 저질렀던 것이였다. 그것도 한두번 하고 끝내는 그들이 아니였다. 그때는 마침 수혁이도 지연과 1박2일로 놀러를 간다고 했기 때문에 몇번이고 준수는 영희에게 정액을 뿌려댔던 것이였다.
"아아... 진짜면... 어떻게하지..."
그녀는 정말로 그녀가 임신을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만약 그녀가 정말 임신을 한 것이라면 준수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예전처럼 그녀가 혼자서 끙끙 앓던 상황과는 달랐다. 이전처럼 준수와의 관계가 불투명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는 그녀에게 결혼을 할 것이라고 약속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 또한 언젠가 그와 결혼을 해서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다보면 당연히 아이를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준수는 이제 20살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안했다. 혹시라도 임신을 했다는 사실때문에 지금 준수와의 행복한 삶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에 대한 사랑의 증표인 그의 아이를 그가 부정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생각에... 그런 불안감을 안고 그녀는 산부인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이번에도 애 아빠는 모르는건가요?"
"아... 아직은요..."
"... 저번처럼 모르게 할 생각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영희는 저번과 같은 의사를 보고서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 산부인과를 갈걸, 이란 생각을 했다. 저번 일 이야기를 꺼내니 괜히 민망해졌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자신이 민망함을 느끼는것보다 그녀에게는 더욱 중요한, 반드시 확인해야하는 사실이 있었다.
"저... 선생님... 이번에도... 상상임신... 인가요...?"
"... 쯔쯔... 그러게 제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이도 있으신분이 그런거는 미리미리 알아서 조심하셨어야죠. 그랬으면 이럴 일도 없지 않습니까."
영희를 다그치는 의사에 영희는 할말이 없어졌다. 그의 말에는 하나도 틀린점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애시당초에 더욱 조심을 했으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산부인과를 찾을 일도 없었기에...
"다음에는 아이 아빠되시는분 데려오세요."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영희는 의사의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 의사는 당연한것을 왜 모르냐는식으로 한번 바라보았지만 영희의 눈은 아직까지도 의문으로 가득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고는 온화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아이 아빠 데리고 오셔서 배속에 아이 확인하시라구요. 모르시겠어요?"
"아... 그럼 저... 임신한거에요...?"
"네. 임신 초기에 잘못하시면 아이가 잘못되서 최악의 경우에는 산모까지 위험할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시고, 음... 보자. 다음주쯤이 좋겠네요. 꼭 아이 아빠되는 분이랑 같이 오셔서 아이 모습도 확인하시고, 검진도 받으세요. 아, 그리고 가시기 전에 데스크에서 정간호사한테 주의사항같은거 들으시구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스트레스 받는 일도 최대한 신경쓰지 마시고, 웬만한건 남편분한테 다 시키세요. 이럴때 남편분 부려먹지 않으면 언제 또 부려먹겠습니까?"
영희는 돌아오는 길 내내 의사가 했던 말들을 내내 곱씹었다. 임신... 그녀가 정말로 그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였다. 하지만 솔직히 기뻐해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병원을 나오는 내내 병원 간호사들과 주변 사람들의 축하한다는 말도 곧이곧대로 축하의 말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약 그 사람들이 아이의 아빠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준수라는 것을 알게되면 그녀에게 보낼 시선... 아니, 그에게 보낼 시선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는 이런 것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두려움이라는 세글자의 감정이 그녀를 지배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잊은지는 이미 오래였다. 준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그가 그리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을 대하는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그녀는 어느새 집에 도착해 현관 앞에 서있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준수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만나서...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한참을 그녀는 현관 앞에 서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보, 왜 안들어와?"
"응...? 어... 어떻게... 저 온지 아셨어요...?"
"발소리 들리길래 왔나 싶었는데 안들어오길래. 왜,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니에요..."
준수는 그의 눈길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영희가 너무나도 신경쓰였다. 마치 뭔가를 숨기고 그에게서 도망치는것 같았다. 그는 한동안 그녀와 자신 사이에 비밀같은건 없었기에 그녀의 달아나는듯한 행동에 섭섭함을 느꼈다. 물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한두개정도의 비밀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며 "나 숨기는게 있어요" 라고 말하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것을 보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여보... 왜그래...? 응? 내가 뭐 잘못했어...? 이리 앉아봐..."
"잘못하긴 누가 잘못했다고 그래요... 그냥... 좀 힘들어서..."
"힘들어...? 어디가? 응...? 말해봐... 어제 속 안좋다고 했더니... 그거때문에 그런거야?"
"아니에요... 그런거..."
"정말 아니야...? 그런데 왜그래... 응...?"
"아... 정말 아니라니까요!!"
임신했다는 사실때문에 예민해져서일까, 그녀는 그녀도 모르게 준수에게 큰소리를 쳤다. 그것에 놀란 것은 준수뿐만 아니라 자신의 방 안에 들어가있던 수혁도 마찬가지였다. 수혁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눈치를 살피며 준수와 영희가 혹시 싸우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당황한것은 영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눈앞에서 그의 슬픈 눈빛을 바라보자 그녀도 가슴이 아파왔다. 이럴려고 했던게 아니였는데... 그녀는 자신이 정말 못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준수는 계속해서 영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영희는 더이상 그 사실을 숨길 수 없었다.
"... 나... 임신했어..."
"응...? 뭐라고...?"
진실을 알았을때의 준수의 반응이 두려워서인지 영희의 목소리는 떨렸고, 소리도 작아 준수는 영희가 뭐라고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에 영희는 다시 한번 눈물을 터트리며 그에게 말했다.
"나 임신했다고... 당신 아이 임신했다고..."
"........"
영희의 말을 들은 준수는 그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준수가 큰 충격을 받은것이라 생각한 영희의 눈에서는 더욱 많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말을 하지 말걸... 이란 후회와 함께... 1분, 아니 1초가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가 입을 열면 마치 그녀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질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준수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것 같았다. 그 자리에 털썩 쓰러지듯 영희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이 준수가 그녀에게 용서를 빌려는 것이라고 생각한 영희는 오히려 사과를 해야할 것은 그녀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닦고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려 했다. 하지만 영희가 말을 하기 전에 준수가 귀를 그녀의 배에 갖다대었다.
"여기에... 여기에... 우리 아이가 있는거야...?"
"......"
"진짜지....? 진짜지...? 여보... 나... 아빠되는거야...? 그런거야???"
"... 미안... 역시... 아이... 지워..."
"여보!! 미쳤어!? 당신이랑 내 아이인데 왜지워!! 잠깐만... 쉿... 조용히 해봐... 울지말고... 아이가 발로 차는 소리 들리는거같은데..."
"우.. .웃기지마... 아직 발도 안생겼을때야..."
"아... 그런가... 그래도 잠깐만... 숨소리 들리는거같은데..."
영희가 걱정했던것과 달리 준수는 숨을 죽이고 계속해서 영희의 배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그녀의 배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준수는 자신의 아이가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것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있던 준수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영희에게 키스를 했다.
"여... 여보..."
"사랑해 여보... 수혁아!!! 수혁아!! 이리 나와봐. 너 동생생겼어!!!"
그들을 엿보고 있던 수혁도 충격을 받은거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엄마가 임신이라니... 이걸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몰라 난처한 표정을 가득짓고는 영희의 앞에 섰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궁금했다. 정말로 영희의 배속에서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지... 아까 준수가 했던것과 마찬가지로 영희의 배에 귀를 대고는 소리가 들리는지를 확인했지만, 소리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최근의 영희의 행동같은 것들로 봤을때... 임신이 맞는것 같긴 했다.
"... 엄마... 진짜 임신한거 맞아...?"
"응... 산부인과에서... 확인했어... 쌍둥이래..."
"... 쌍둥이...? 여보, 정말이야?"
쌍둥이가 맞냐고 재차 묻는 준수의 말에 영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수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준수를 다시 한번 끌어안았다. 그것을 보며 수혁은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말했다.
"후... 축하해줘야되는거같긴 한데, 미안해. 나 솔직히 진심으로 축하해줄 자신이 없어."
".. 응... 알아..."
"하여간 준수, 너 앞으로 엄마한테 더 신경써라."
"당연하지!!"
"... 그리고 준수야, 잠깐만 밖으로 나와봐."
수혁이 갑작스럽게 자신을 불러내자 준수와 영희는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준수는 영희의 눈에 남아있는 눈물자국을 닦아주고는 수혁을 따라 현관 밖으로 나갔다. 수혁은 난간에 기대서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고, 준수는 수혁이 지금 얼마나 복잡한 심경일까 생각하면서 조용히 그의 곁에 다가갔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냐?"
"... 응....?"
"아오... 애아빠 된다는 놈이... 너는 전에만해도 엄청 어른스러웠는데, 요즘은 왜이렇게 애같냐?"
"... 뭐가?"
"너희 엄마... 정윤이모한테는 언제 말할거냐고. 이대로 그냥 애낳고서 나중에 이모한테 말할거야? 너랑 우리 엄마 애라고?"
"아... 아니..."
"어휴... 진짜... 답답하다 답답해. 하여간 난 분명히 말했다. 내가 널 허락한건 엄마가 너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해서야. 만약에 너때문에 엄마가 힘들어하거나 하면... 알지?"
"응..."
"게다가 이모 지금 한국에 와있잖아. 조만간에 우리집에도 온다드만... 알아서 잘 얘기해라..."
영희의 임신으로 인해 들떳던 준수의 마음은 수혁의 말문에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는 곧 자신의 엄마인 영희에 대한 생각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어머, 수혁아. 어쩐 일이야?"
"헤헤, 이모 보고싶어서 왔죠~~"
"으이구, 녀석은... 안그래도 주말에 너희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걸 못기다리고 이렇게 온거야?"
"네에~~ 이모가 너무 보고싶어서 하루도 못기다리겠더라구요~"
"녀석... 아들보다 네가 더 낫구나. 그나저나 어떻게하지...? 이모 시간이 많이 없는데... 밤에 우리 남편 친구들이랑 부부모임이 있거든..."
"괜찮아요. 그럼 저녁이나 사주세요. 헤헤..."
"으이구, 귀여운 녀석. 알았어. 뭐먹고싶니?"
"음~ 이모 드시구 싶으신거요."
"그래? 그럼... 소고기 먹으러갈까?"
정윤은 뜻밖에 수혁이 찾아온 것에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녀는 귀국하자마자 당장이라도 자신의 아들인 준수를 찾아가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남편의 일이 바쁘다보니 그 일을 돕는 그녀도 바빠서 그를 찾아갈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내심 이렇게 그녀를 찾아온 것이 수혁이 아닌 준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수혁과 함께 소고기집으로 향했다.
고기를 구우며 수혁과 정윤은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수혁은 주로 수능에 대한 얘기, 그리고 수혁의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를 했고, 정윤은 준수가 잘 지냈는지에 대해 주로 물어봤다. 비록 자신의 아들은 아니였지만, 자신의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수혁이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기특했다. 아무리 20살이라고는해도, 정윤의 눈에는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한 수혁이였고, 그런 수혁이 서울에서 대전까지 혼자서 그녀를 찾아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모, 있잖아요... 이모는 재혼해서 행복해요?"
"응? 응... 뭐... 그사람 참 좋은 사람이야... 잘해줘서 참 좋아... 그나저나 그건 갑자기 왜? 호호... 수혁이... 우리 남편한테 질투하는거니?"
"윽... 이모가 예쁘긴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제가 누구누구도 아니고... 아... 아니..."
"치... 실망이야! 흥~ 그나저나, 왜~? 누가 나 또 좋대? 호호호... 걔한테 전해줘. 나는 임자가 있는 몸이라고. 호호..."
수혁은 실언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윤은 그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듯 했다. 하긴, 영희와 준수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게 쉽사리 생각할만한 일은 아니지... 라는 생각을 하며 정윤의 재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말은 거짓이 없어보였고,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과연, 준수와 영희가 저렇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계속 흘러 어느새 정윤이 남편과의 약속자리에 갈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호호... 벌써 시간이 이렇게楹? 수혁이, 집에 갈 차는 있어?"
"네. 막차는 늦게까지 있어요. .... 그나저나... 이모..."
"응~? 왜??"
"있잖아요... 이모한테 우리 엄마는... 어떤 존재에요...?"
".... 글쎄? 음... 친동생같은 존재랄까? 알면서 왜 물어보니. 후후..."
"그러면... 만약에... 만약에 있잖아요... 우리 엄마가 이모한테 큰 잘못을 저질르면... 우리 엄마가 이모를 화나게 하면... 우리 엄마를 용서해주실 수 있어요?"
"풋... 수혁아. 왜 그런 얘기를 해. 영희가 나한테 잘못을 저지를게 뭐가 있어. 그리고 내가 걔때문에 왜 화를 내구."
"그러니까요... 만약에... 만약에요..."
정윤은 갑자기 수혁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수혁은 아까전까지 장난스럽게 대화를 하던 수혁이 아니였다.
"왜? 영희가 준수를 때리기라도 했다니? 후후... 뭐... 괜찮아. 때릴만 하니까 때렸겠지. 그리고, 우리 준수를 맡아준것만해도 어딘데~ 호호... 영희한테는 나 절대로 화 안낼거야."
"정말이죠...? 이모, 그럼 저랑 약속해줘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엄마를 용서해주겠다고..."
"얘... 수혁아... 왜 갑자기 무릎을 꿇고 그래...?"
"이모가 약속해주기전까지는 저 이러고 있을래요."
도대체 수혁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와 영희 사이에 용서를 하고 하지 말고 할 일이 어디있단말인가. 남자들끼리 소위 말하는 불알친구같은 존재가 그녀에게는 영희였다. 비록 나이는 2살차이였지만 그 어떤 친구보다도 가까웠고, 그 어떤 형제보다도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정윤은 수혁에게 얼굴을 끄덕이고는 수혁을 일으켰다. 하지만 수혁은 일어나지 않았고, 수혁의 약지손가락에 손을 걸고나서야 수혁은 무릎을 꿇은 자세를 풀고 일어났다.
"감사해요 이모. 그 약속 꼭 지켜주시기에요. 네?"
"으이구~~ 알았어 알았어. 하여간... 네녀석도 참 효자네. 네가 이렇게 엄마를 신경써주는걸 영희도 알아야되는데. 호호... 어머, 시간봐... 나 이만 가볼게. 수혁아, 그럼 잘 들어가고, 준수랑 영희한테는 이번 주말에 간다고 꼭 말해줘. 알았지?"
그 말을 남기고 정윤은 그들이 먹은 식사값을 계산한 후 그녀를 기다리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이때까지의 정윤은 정말로 자신이 영희때문에 화를 낼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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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여서인지 98화는 꽤나 빠르게 장면전환이 이뤄지는 편입니다.
참고로 영희의 배속에 있는 아이는 이란성 쌍둥이로써 남자아이 한명 여자아이 한명이에요.
아직 임신을 경험해볼 나이가 아니라 그런지
임신을 했을때의 여성의 심리묘사라든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준수의 심리묘사같은게 너무나도 부족한것 같습니다.
역시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체험.. 이라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 상상임신까지는 그래도 경험해봤는데..........
그나저나 이거 초창기만 해도 수혁이 비호감캐릭터였는데
가면 갈수록 수혁이가 호감캐릭터가 되고있다니...!!!
........
작가의 변덕이란 참으로 무섭습니다. 허허...
처음엔 어색했지만 날이 갈수록 수혁은 생각보다 빠르게 준수와 영희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준수와 영희가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을 볼때마다 수혁은 내심
"아니... 나도 있는데 너무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정도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기에 수혁은 그것을 볼때마다 못본척을 하거나 자리를 피해주곤 했다. 준수와 영희도 처음에는 수혁의 존재가 신경쓰여서 서로에 대한 호칭도 제대로 붙이지 못했지만, 적응된 후로는 수혁이 있든 없든, 보든 안보든 대놓고 부부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빨리 집을 나가든가 해야지..."
준수와 영희의 모습을 보며 수혁은 본격적으로 대학을 다니게 되면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완전히 혼자 사는 것은 아니고 지연과 같이 사는 것이 목표였지만... 어쨋든 그가 자취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모습을 보기가 괴로워서가 아니였다. 오히려 그의 존재때문에 준수와 영희가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였다. 게다가 수혁은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살고 싶었다. 더이상 영희에게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의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수혁은 TV를 멍하니 쳐다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늦어졌는지 12시 뉴스가 나오고 채널을 돌려봐도 볼만한 채널이 나오질 않았다. 수혁은 지루하다는듯이 하품을 한번 하고는 물이나 한잔 하고 잠을 자야겠다고 식탁쪽으로 향했다. 수혁이 물을 삼키며 컵을 식탁에 내려놓는 순간, 방에서 나오는 영희와 마주쳤다.
"수혁아. 안잤어?"
"... 이제 자려고."
"그래... 잘자렴..."
"... 근데 엄마... 어디가?"
"응? 엄마도 자러가지. 왜?"
"... 거기... 준수방이거든?"
수혁의 지적에 영희는 뜨끔했다. 영희는 화장을 지우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준수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평소라면 수혁이 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거나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였기 때문에 그를 신경쓸 필요가 없었기에 갑작스럽게 마주친 수혁에게 그 모습을 보인 것이였다. 영희가 준수의 방으로 향하는 의미를 모를 수혁이 아니였다. 그렇기에 영희는 얼굴을 붉히며 수혁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어휴... 진짜 부부가 따로없네... 엄마만 좋으면 난 괜찮으니까 난 신경쓰지 않아도 되."
"... 응..."
수혁은 한숨이 나왔다. 아니, 그동안 알고는 있었다. 준수와 영희가 매일같이 잠을 같이 잔다는 것을. 그것을 신경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침대에 누워 잠을 자기전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렇게 직접 영희가 준수와 함께 잠을 자러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조금은 이상했다. 게다가 지금 영희가 입고 있는 잠옷... 수혁이 그동안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노출이 꽤나 있는 그러 잠옷이였다. 뭐... 지금 영희가 입고 있는 옷보다 더욱 야한 옷이 영희의 옷장에 걸려있다는 것을 수혁이 알면... 기절할지도 몰랐지만,
"엄마. 엄마한테 그런 잠옷도 있었어?"
"응...? 응...? 아..."
수혁의 지적에 영희는 부끄러워서 어쩔줄 몰랐다. 수혁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청초한 모습 그대로였기에 지금 입고 있는 잠옷은 아마 그에게 충격적이였으리라. 게다가 아들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수혁은 차분하게 말을 했다.
"괜찮아... 뭐... 난 아직 적응은 안되는데... 촌스러운거 입는것보다는 그게 더 나은거같아."
"... 고... 고마워..."
"... 근데 엄마... 혹시 준수가 그런 변태같은 옷 입으라고 시킨거 아니지?"
"아.. .아냐..."
"휴... 알았어. 그래도 엄마가 그렇게 변한거 보면... 정말로 준수가 좋긴 한가봐?"
수혁은 자신의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있는 영희에게 한번 웃어보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는 그렇게 영희를 준수의 방에 들여보낸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아... 하필이면 이어폰이 고장나서... 아오!! 쫌!! 잠좀 자자고 잠좀!!"
고장나서 소리가 안나오는 이어폰을 집어던지며 그는 밤잠을 설쳐야만했다...
한참을 침대에서 귀를 막다가 겨우 잠에 든 수혁은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거실에 나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준수와 영희는 함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 수혁아 일어났니? 금방 되니까 조그만 기다려."
어제 잠옷을 입었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어느새 그녀는 평소처럼 평범한 옷에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다만, 준수는 유난히 피곤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휴... 어제 얼마나 했길래..."
수혁은 속으로 혀를 차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영희의 말대로 식탁엔 금새 밥상이 차려졌고, 그들은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수혁은 인정하기 싫어도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였기에 군말없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밥공기가 비어갈때쯤, 수혁은 그들에게 한마디를 했다.
"엄마랑 준수... 후... 그래... 내가 인정했으니까 다른건 말 안하겠는데... 부탁이니까 제발 나 있을때는 좀 적당히 해줄래? 잠을 못자겠어."
"어... 응... 미안..."
"휴... 야. 그리고 너는 젊은놈이... 얼굴이 그게 뭐냐? 어휴... 결혼한다며? 우리 엄마 과부 만들 생각이냐?"
준수와 영희는 수혁의 말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수혁 또한 아들이 엄마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건 자기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준수. 너... 밥먹고 나랑 목욕탕좀 같이 가자."
"목욕탕...? 갑자기 왜...?"
"친구랑 같이 목욕탕좀 가고 싶어서 그런다. 왜? 그럼 안되?"
"아... 아니... 알았어..."
"난 다 먹었으니까 준비되면 내 방으로 와."
수혁은 말을 마친 후 자신의 밥그릇을 정리해서 싱크대에 넣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영희는 자신의 치부를 아들에게 들켰다는 생각에 준수의 옆구리를 장난스럽게 꼬집고는 야속하다는 눈빛으로 준수를 바라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그러니까 어제 적당히좀 하자니깐..."
"뭐... 뭘 그렇게 봐..."
목욕탕에서 옷을 벗던 준수는 수혁이 자신의 성기를 빤히 쳐다보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구라고는 해도 남자가 자신의 성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 너 그거 이빨자국... 설마 엄마가 그런거냐?"
"......."
준수는 아차, 싶었다. 어제 영희와 69자세로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다가 자신이 영희의 보지를 너무 강렬히 자극했고, 준수의 자지를 빨던 영희는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를 막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준수의 자지를 깨물었었던 것때문에 자신의 성기에 아직도 그 이빨자국이 남아있었던 것이였다. 준수는 자국이 남아있는줄 알았으면 목욕탕에 오지 말걸... 이란 후회를 했다.
"빨리 들어와. 뭐해?"
다행히 평일 낮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준수와 수혁은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로 가볍게 몸을 한번 씻어내고는 탕에 들어갔다. 아무리 수혁이 인정해줬다고는 하지만 어쨋든 준수는 수혁을 예전처럼 서스럼없이 대하기는 애매했었고, 그래서 그들은 탕에 들어가 앉은채 서로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 나한테 뭐 죄지은거 있냐?"
"... 아니..."
"너한테 난 뭐야? 참고로 난 절대로 니 아들같은거 아니다? 알지?"
"... 알지... 넌 친구라는걸..."
"근데 왜 친구라는놈이 무슨 나를 저승사자보듯하냐? 내가 너랑 그렇게되려고 너한테 엄마를 허락해준건줄 알아?"
"... 알긴 아는데... 솔직히 좀 그래. 뭔가 너한테 미안하고..."
"어휴. 닥쳐. 답답아. 내가 말했잖아. 미안할거였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그렇게 내 눈치를 본다는 놈이 밤만 되면 그렇게 엄마를 괴롭히냐?"
"괴... 괴롭힌거 아니거든!!"
수혁의 말에 힘없이 대답을 하던 준수는 수혁의 말에 갑작스럽게 버럭하며 큰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런 준수를 보며 수혁은 그런 준수의 반응에 맞대응한다거나 화를 낸다기보다는 오히려 준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잖아. 적어도 나한테 쳐맞던 날의 너는 이렇지는 않았어. 지금은 어쨌든 넌 잘못한거 없고, 그리고 아직도 내 친구야. 너랑 엄마가 서로를 사랑하는 이상... 뭐 네가 엄마한테 잘해줬으면 좋겠지. 근데 너가 엄마랑 관계가 어떻게되든 너랑 나는 친구야. 그러니까 예전처럼 대하라고."
"... 그래... 고맙다..."
"하여간... 몇년 전까지만해도 고자였던놈이..."
"지금은 아니거든?"
"오호~ 기운 차렸다 이거냐?"
수혁의 장난스러운 말에 준수는 웃음을 보이고는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수혁과 친구처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난지 벌써 두달이 지났다. 1월... 꽤나 추워진 날씨에 영희는 갑자기 길거리에서 분식이 먹고싶어졌다. 잠시 외출한 준수가 지금쯤이면 돌아올거란 생각에 그녀는 준수를 마중나갈겸 오랫만에 준수와 밖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을 생각을 했다.
"얘, 수혁아. 나가서 같이 떡볶이 먹자."
"... 갑자기 왠 떡볶이?"
"그냥 땡겨서. 준수한테 우리 아파트 앞에 있는 분식점에 오라고 해."
"아... 귀찮아. 엄마 남편이니까 엄마가 말해..."
"안되... 엄마 나가려면 이것저것 준비해야된단말이야..."
"... 집앞에 나가는데 왠 화장? 아아... 엄마 남편한테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수혁의 정곡을 찌르는말에 영희는 얼굴이 붉어졌다. 집에서도 그랬지만, 밖에서 준수와 함께 있을때는 특히나 더 외모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였다. 영희가 화장을 하기 위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수혁은 투덜투덜거리며 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수의 모습이 보이기가 무섭게 영희는 그에게로 달려가 팔짱을 꼈다. 그런 영희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준수는 영희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고, 마치 그들의 행각을 예상이라도 했듯 수혁을 등을 돌리고는 딴청을 하고 있었다. 그런 수혁의 모습을 보며 준수와 영희는 미안했던지 멋적은 웃음을 짓고는 수혁을 불렀다.
"어서오세요~ 뭐 드릴까요?"
"음... 여기 떡볶이 3인분이랑 순대 1인분, 그리고 오뎅 6개 주세요. 국물 떠먹어도 되죠?"
"네. 그러세요~"
수혁의 당돌한 말투에 주인은 푸근한 웃음을 짓고는 그들에게 오뎅을 먼저 가져라고 말을 했다. 수혁과 준수가 사이좋게 오뎅을 집으려는 순간, 영희가 준수와 수혁의 옷깃을 잡으며 주인에게 미안함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저... 저기요... 죄송한데... 갑자기 다른게 먹고 싶어져서요... 죄송해요..."
"아... 그러세요... 뭐 어쩔 수 없죠..."
"죄송합니다..."
주인은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듯 너무나도 의연하게 그들을 내보냈다. 영희가 먼저 나가고 그녀의 뒤를 뒤따라온 수혁과 준수였다. 특히나 수혁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영희를 보고 있었다.
"엄마! 엄마가 먹고싶다고 했잖아! 갑자기 그게 뭐야... 나랑 지연이누나 여기 자주와서 주인아저씨랑 친한데..."
"미안해... 엄마가 갑자기 다른게 먹고싶어서그래... 나 곱창 먹고싶어..."
영희의 갑작스러운 변덕에 수혁과 준수는 황당해하며 곱창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곱창집 바로 앞에서 갑작스럽게 삼겹살이 먹고싶다는 영희의 말에 그들은 다시 발길을 돌려야했다. 다행히도 삼겹살집에서는 영희도 다른 말이 없었기에 그들은 맛있게 삼겹살을 먹을 수 있었다.
"... 여보... 뭐해... 이시간에...?"
"응? 아...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서..."
"엄마. 방금 삼겹살 먹고 들어왔잖아."
"그렇긴 한데... 라면이 땡기네... 호호호..."
"참나... 엄마. 그렇게 먹으면 엄마 살쪄. 살찌면 준수도 엄마 싫어할걸~?"
"치... 수혁이... 너어..."
"여보, 화내지 마. 당신이 아무리 살쪄도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
"으웩.... 닭살... 어휴, 난 먼저 들어간다."
"나도 먼저 들어갈게. 당신도 먹고 들어와. 알았지?"
"응... 여보. 금방 갈게..."
수혁과 준수는 라면을 먹는 영희를 두고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홀로 라면을 먹으며 영희는 확실히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늦은 시간에 간식은 커녕 라면같은 것을 먹은적이 살면서 거의 한두번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갑자기 자신이 왜 이런걸까, 라는 생각을 할때쯤,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내가 많이 먹긴 많이 먹었나보네..."
하지만 단순히 많이 먹어서 속이 안좋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그녀의 식욕은 최근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게다가 아까전에 보였던 그녀의 변덕... 분명 준수나 수혁을 골탕먹이기 위한 그런 것은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겐 준수의 앞에서 그런 변덕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준수와 함께 있을때 뭘 먹을지 고를때는 항상 준수의 선택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그녀였었다. 준수가 먹고 싶은 것이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이였기에, 아니... 뭘 먹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와 함께 먹는다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강렬하게 뭔가가 먹고싶었다. 문득, 그녀의 뇌리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설마..."
그녀는 먹다 남은 라면을 처리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화장실 수납장 안에 숨겨둔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설마... 아닐거야..."
2줄... 양성반응이였다. 하지만 지난날 영희는 임신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런 반응을 보인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상상임신일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영희는 혹시라도 그냥 화장실에 버렸다가 준수가 이 물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쓰레기봉투 아래에 숨기듯 그것을 버리고는 준수의 방으로 향했다. 영희가 방금 확인했던 사실을 알리가 없는 준수는 영희가 들어오는것을 보고 그녀를 끌어안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왜 이제왔어... 기다렸잖아..."
"여보... 미안... 나 속이 안좋아서 오늘은 그냥 잘게요..."
"그래...? 많이 안좋아? 약사다줄까?"
"안되요!! 약은 절대 안돼..."
"아.. 알았어... 정말 괜찮은거지...?"
영희는 애꿎은 준수에게 화를 내는것같아 미안했다. 다행히 준수는 영희가 그에게 화를 내는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저 영희의 몸상태만을 걱정해주었고,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영희는 뜬눈으로 거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영희는 비참한 심경으로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상상임신인걸까... 하지만 그녀의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왠지 불안했던 것이였다. 나름 의심이 가는 날도 있었다. 그날은 소위 말하는 위험한 날이였다. 피임을 한다고 했지만 준수와 영희가 콘돔을 준비해놓는 것을 깜빡했고, 그런줄도 모르고 이미 몸이 달아올랐던 그들은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거사를 저질렀던 것이였다. 그것도 한두번 하고 끝내는 그들이 아니였다. 그때는 마침 수혁이도 지연과 1박2일로 놀러를 간다고 했기 때문에 몇번이고 준수는 영희에게 정액을 뿌려댔던 것이였다.
"아아... 진짜면... 어떻게하지..."
그녀는 정말로 그녀가 임신을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만약 그녀가 정말 임신을 한 것이라면 준수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예전처럼 그녀가 혼자서 끙끙 앓던 상황과는 달랐다. 이전처럼 준수와의 관계가 불투명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는 그녀에게 결혼을 할 것이라고 약속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 또한 언젠가 그와 결혼을 해서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다보면 당연히 아이를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준수는 이제 20살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안했다. 혹시라도 임신을 했다는 사실때문에 지금 준수와의 행복한 삶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에 대한 사랑의 증표인 그의 아이를 그가 부정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생각에... 그런 불안감을 안고 그녀는 산부인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이번에도 애 아빠는 모르는건가요?"
"아... 아직은요..."
"... 저번처럼 모르게 할 생각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영희는 저번과 같은 의사를 보고서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 산부인과를 갈걸, 이란 생각을 했다. 저번 일 이야기를 꺼내니 괜히 민망해졌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자신이 민망함을 느끼는것보다 그녀에게는 더욱 중요한, 반드시 확인해야하는 사실이 있었다.
"저... 선생님... 이번에도... 상상임신... 인가요...?"
"... 쯔쯔... 그러게 제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이도 있으신분이 그런거는 미리미리 알아서 조심하셨어야죠. 그랬으면 이럴 일도 없지 않습니까."
영희를 다그치는 의사에 영희는 할말이 없어졌다. 그의 말에는 하나도 틀린점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애시당초에 더욱 조심을 했으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산부인과를 찾을 일도 없었기에...
"다음에는 아이 아빠되시는분 데려오세요."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영희는 의사의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 의사는 당연한것을 왜 모르냐는식으로 한번 바라보았지만 영희의 눈은 아직까지도 의문으로 가득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고는 온화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아이 아빠 데리고 오셔서 배속에 아이 확인하시라구요. 모르시겠어요?"
"아... 그럼 저... 임신한거에요...?"
"네. 임신 초기에 잘못하시면 아이가 잘못되서 최악의 경우에는 산모까지 위험할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시고, 음... 보자. 다음주쯤이 좋겠네요. 꼭 아이 아빠되는 분이랑 같이 오셔서 아이 모습도 확인하시고, 검진도 받으세요. 아, 그리고 가시기 전에 데스크에서 정간호사한테 주의사항같은거 들으시구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스트레스 받는 일도 최대한 신경쓰지 마시고, 웬만한건 남편분한테 다 시키세요. 이럴때 남편분 부려먹지 않으면 언제 또 부려먹겠습니까?"
영희는 돌아오는 길 내내 의사가 했던 말들을 내내 곱씹었다. 임신... 그녀가 정말로 그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였다. 하지만 솔직히 기뻐해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병원을 나오는 내내 병원 간호사들과 주변 사람들의 축하한다는 말도 곧이곧대로 축하의 말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약 그 사람들이 아이의 아빠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준수라는 것을 알게되면 그녀에게 보낼 시선... 아니, 그에게 보낼 시선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는 이런 것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두려움이라는 세글자의 감정이 그녀를 지배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잊은지는 이미 오래였다. 준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그가 그리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을 대하는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그녀는 어느새 집에 도착해 현관 앞에 서있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준수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만나서...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한참을 그녀는 현관 앞에 서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보, 왜 안들어와?"
"응...? 어... 어떻게... 저 온지 아셨어요...?"
"발소리 들리길래 왔나 싶었는데 안들어오길래. 왜,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니에요..."
준수는 그의 눈길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영희가 너무나도 신경쓰였다. 마치 뭔가를 숨기고 그에게서 도망치는것 같았다. 그는 한동안 그녀와 자신 사이에 비밀같은건 없었기에 그녀의 달아나는듯한 행동에 섭섭함을 느꼈다. 물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한두개정도의 비밀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며 "나 숨기는게 있어요" 라고 말하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것을 보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여보... 왜그래...? 응? 내가 뭐 잘못했어...? 이리 앉아봐..."
"잘못하긴 누가 잘못했다고 그래요... 그냥... 좀 힘들어서..."
"힘들어...? 어디가? 응...? 말해봐... 어제 속 안좋다고 했더니... 그거때문에 그런거야?"
"아니에요... 그런거..."
"정말 아니야...? 그런데 왜그래... 응...?"
"아... 정말 아니라니까요!!"
임신했다는 사실때문에 예민해져서일까, 그녀는 그녀도 모르게 준수에게 큰소리를 쳤다. 그것에 놀란 것은 준수뿐만 아니라 자신의 방 안에 들어가있던 수혁도 마찬가지였다. 수혁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눈치를 살피며 준수와 영희가 혹시 싸우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당황한것은 영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눈앞에서 그의 슬픈 눈빛을 바라보자 그녀도 가슴이 아파왔다. 이럴려고 했던게 아니였는데... 그녀는 자신이 정말 못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준수는 계속해서 영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영희는 더이상 그 사실을 숨길 수 없었다.
"... 나... 임신했어..."
"응...? 뭐라고...?"
진실을 알았을때의 준수의 반응이 두려워서인지 영희의 목소리는 떨렸고, 소리도 작아 준수는 영희가 뭐라고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에 영희는 다시 한번 눈물을 터트리며 그에게 말했다.
"나 임신했다고... 당신 아이 임신했다고..."
"........"
영희의 말을 들은 준수는 그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준수가 큰 충격을 받은것이라 생각한 영희의 눈에서는 더욱 많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말을 하지 말걸... 이란 후회와 함께... 1분, 아니 1초가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가 입을 열면 마치 그녀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질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준수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것 같았다. 그 자리에 털썩 쓰러지듯 영희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이 준수가 그녀에게 용서를 빌려는 것이라고 생각한 영희는 오히려 사과를 해야할 것은 그녀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닦고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려 했다. 하지만 영희가 말을 하기 전에 준수가 귀를 그녀의 배에 갖다대었다.
"여기에... 여기에... 우리 아이가 있는거야...?"
"......"
"진짜지....? 진짜지...? 여보... 나... 아빠되는거야...? 그런거야???"
"... 미안... 역시... 아이... 지워..."
"여보!! 미쳤어!? 당신이랑 내 아이인데 왜지워!! 잠깐만... 쉿... 조용히 해봐... 울지말고... 아이가 발로 차는 소리 들리는거같은데..."
"우.. .웃기지마... 아직 발도 안생겼을때야..."
"아... 그런가... 그래도 잠깐만... 숨소리 들리는거같은데..."
영희가 걱정했던것과 달리 준수는 숨을 죽이고 계속해서 영희의 배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그녀의 배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준수는 자신의 아이가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것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있던 준수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영희에게 키스를 했다.
"여... 여보..."
"사랑해 여보... 수혁아!!! 수혁아!! 이리 나와봐. 너 동생생겼어!!!"
그들을 엿보고 있던 수혁도 충격을 받은거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엄마가 임신이라니... 이걸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몰라 난처한 표정을 가득짓고는 영희의 앞에 섰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궁금했다. 정말로 영희의 배속에서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지... 아까 준수가 했던것과 마찬가지로 영희의 배에 귀를 대고는 소리가 들리는지를 확인했지만, 소리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최근의 영희의 행동같은 것들로 봤을때... 임신이 맞는것 같긴 했다.
"... 엄마... 진짜 임신한거 맞아...?"
"응... 산부인과에서... 확인했어... 쌍둥이래..."
"... 쌍둥이...? 여보, 정말이야?"
쌍둥이가 맞냐고 재차 묻는 준수의 말에 영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수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준수를 다시 한번 끌어안았다. 그것을 보며 수혁은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말했다.
"후... 축하해줘야되는거같긴 한데, 미안해. 나 솔직히 진심으로 축하해줄 자신이 없어."
".. 응... 알아..."
"하여간 준수, 너 앞으로 엄마한테 더 신경써라."
"당연하지!!"
"... 그리고 준수야, 잠깐만 밖으로 나와봐."
수혁이 갑작스럽게 자신을 불러내자 준수와 영희는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준수는 영희의 눈에 남아있는 눈물자국을 닦아주고는 수혁을 따라 현관 밖으로 나갔다. 수혁은 난간에 기대서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고, 준수는 수혁이 지금 얼마나 복잡한 심경일까 생각하면서 조용히 그의 곁에 다가갔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냐?"
"... 응....?"
"아오... 애아빠 된다는 놈이... 너는 전에만해도 엄청 어른스러웠는데, 요즘은 왜이렇게 애같냐?"
"... 뭐가?"
"너희 엄마... 정윤이모한테는 언제 말할거냐고. 이대로 그냥 애낳고서 나중에 이모한테 말할거야? 너랑 우리 엄마 애라고?"
"아... 아니..."
"어휴... 진짜... 답답하다 답답해. 하여간 난 분명히 말했다. 내가 널 허락한건 엄마가 너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해서야. 만약에 너때문에 엄마가 힘들어하거나 하면... 알지?"
"응..."
"게다가 이모 지금 한국에 와있잖아. 조만간에 우리집에도 온다드만... 알아서 잘 얘기해라..."
영희의 임신으로 인해 들떳던 준수의 마음은 수혁의 말문에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는 곧 자신의 엄마인 영희에 대한 생각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어머, 수혁아. 어쩐 일이야?"
"헤헤, 이모 보고싶어서 왔죠~~"
"으이구, 녀석은... 안그래도 주말에 너희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걸 못기다리고 이렇게 온거야?"
"네에~~ 이모가 너무 보고싶어서 하루도 못기다리겠더라구요~"
"녀석... 아들보다 네가 더 낫구나. 그나저나 어떻게하지...? 이모 시간이 많이 없는데... 밤에 우리 남편 친구들이랑 부부모임이 있거든..."
"괜찮아요. 그럼 저녁이나 사주세요. 헤헤..."
"으이구, 귀여운 녀석. 알았어. 뭐먹고싶니?"
"음~ 이모 드시구 싶으신거요."
"그래? 그럼... 소고기 먹으러갈까?"
정윤은 뜻밖에 수혁이 찾아온 것에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녀는 귀국하자마자 당장이라도 자신의 아들인 준수를 찾아가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남편의 일이 바쁘다보니 그 일을 돕는 그녀도 바빠서 그를 찾아갈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내심 이렇게 그녀를 찾아온 것이 수혁이 아닌 준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수혁과 함께 소고기집으로 향했다.
고기를 구우며 수혁과 정윤은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수혁은 주로 수능에 대한 얘기, 그리고 수혁의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를 했고, 정윤은 준수가 잘 지냈는지에 대해 주로 물어봤다. 비록 자신의 아들은 아니였지만, 자신의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수혁이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기특했다. 아무리 20살이라고는해도, 정윤의 눈에는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한 수혁이였고, 그런 수혁이 서울에서 대전까지 혼자서 그녀를 찾아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모, 있잖아요... 이모는 재혼해서 행복해요?"
"응? 응... 뭐... 그사람 참 좋은 사람이야... 잘해줘서 참 좋아... 그나저나 그건 갑자기 왜? 호호... 수혁이... 우리 남편한테 질투하는거니?"
"윽... 이모가 예쁘긴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제가 누구누구도 아니고... 아... 아니..."
"치... 실망이야! 흥~ 그나저나, 왜~? 누가 나 또 좋대? 호호호... 걔한테 전해줘. 나는 임자가 있는 몸이라고. 호호..."
수혁은 실언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윤은 그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듯 했다. 하긴, 영희와 준수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게 쉽사리 생각할만한 일은 아니지... 라는 생각을 하며 정윤의 재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말은 거짓이 없어보였고,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과연, 준수와 영희가 저렇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계속 흘러 어느새 정윤이 남편과의 약속자리에 갈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호호... 벌써 시간이 이렇게楹? 수혁이, 집에 갈 차는 있어?"
"네. 막차는 늦게까지 있어요. .... 그나저나... 이모..."
"응~? 왜??"
"있잖아요... 이모한테 우리 엄마는... 어떤 존재에요...?"
".... 글쎄? 음... 친동생같은 존재랄까? 알면서 왜 물어보니. 후후..."
"그러면... 만약에... 만약에 있잖아요... 우리 엄마가 이모한테 큰 잘못을 저질르면... 우리 엄마가 이모를 화나게 하면... 우리 엄마를 용서해주실 수 있어요?"
"풋... 수혁아. 왜 그런 얘기를 해. 영희가 나한테 잘못을 저지를게 뭐가 있어. 그리고 내가 걔때문에 왜 화를 내구."
"그러니까요... 만약에... 만약에요..."
정윤은 갑자기 수혁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수혁은 아까전까지 장난스럽게 대화를 하던 수혁이 아니였다.
"왜? 영희가 준수를 때리기라도 했다니? 후후... 뭐... 괜찮아. 때릴만 하니까 때렸겠지. 그리고, 우리 준수를 맡아준것만해도 어딘데~ 호호... 영희한테는 나 절대로 화 안낼거야."
"정말이죠...? 이모, 그럼 저랑 약속해줘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엄마를 용서해주겠다고..."
"얘... 수혁아... 왜 갑자기 무릎을 꿇고 그래...?"
"이모가 약속해주기전까지는 저 이러고 있을래요."
도대체 수혁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와 영희 사이에 용서를 하고 하지 말고 할 일이 어디있단말인가. 남자들끼리 소위 말하는 불알친구같은 존재가 그녀에게는 영희였다. 비록 나이는 2살차이였지만 그 어떤 친구보다도 가까웠고, 그 어떤 형제보다도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정윤은 수혁에게 얼굴을 끄덕이고는 수혁을 일으켰다. 하지만 수혁은 일어나지 않았고, 수혁의 약지손가락에 손을 걸고나서야 수혁은 무릎을 꿇은 자세를 풀고 일어났다.
"감사해요 이모. 그 약속 꼭 지켜주시기에요. 네?"
"으이구~~ 알았어 알았어. 하여간... 네녀석도 참 효자네. 네가 이렇게 엄마를 신경써주는걸 영희도 알아야되는데. 호호... 어머, 시간봐... 나 이만 가볼게. 수혁아, 그럼 잘 들어가고, 준수랑 영희한테는 이번 주말에 간다고 꼭 말해줘. 알았지?"
그 말을 남기고 정윤은 그들이 먹은 식사값을 계산한 후 그녀를 기다리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이때까지의 정윤은 정말로 자신이 영희때문에 화를 낼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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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여서인지 98화는 꽤나 빠르게 장면전환이 이뤄지는 편입니다.
참고로 영희의 배속에 있는 아이는 이란성 쌍둥이로써 남자아이 한명 여자아이 한명이에요.
아직 임신을 경험해볼 나이가 아니라 그런지
임신을 했을때의 여성의 심리묘사라든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준수의 심리묘사같은게 너무나도 부족한것 같습니다.
역시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체험.. 이라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 상상임신까지는 그래도 경험해봤는데..........
그나저나 이거 초창기만 해도 수혁이 비호감캐릭터였는데
가면 갈수록 수혁이가 호감캐릭터가 되고있다니...!!!
........
작가의 변덕이란 참으로 무섭습니다. 허허...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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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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