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후기----------------------------------------------
소라넷이 이상한 건지 저희 가계 인터넷이 문제인 건지 접속이 원활하지가 않네요.
여러분이 카페에 대한 문의를 주시는데 카페에는 현재 러프어페어 51부까지만 올려져 있습니다.
리뉴얼을 시작하면서 후기에 남겨드렸지만 카페에 있는 부수를 최대한 빨리 게시판에 옮길 생각입니다.
처음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카페에 가셔서 보게 되시면 이 후의 리뉴얼 판은 흥미가 반감 될 수 밖에 없기에
부득이하게 카페는 열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글을 보여드리고 싶은게 제 마음인지라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일이 쪽지로 답을 해드리기가 어려워 이렇게 후기로나마 답변을 대신할까 합니다.
그럼 즐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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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눈부신 고백: http://www.youtube.com/watch?v=TMMqwySC1nQ
서영은 내안의 그대: http://www.youtube.com/watch?v=HQ8v1puCH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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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고백2: 눈부신 고백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실패할까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밖으로 나와 희연누나가 살고 있는 빌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막혀 옵니다. 뜀박질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희연누나를 다시 보게 될 생각에 두근거려 숨이 막혀 옵니다.
마침내 희연누나가 사는 빌라 앞에 도착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층에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보고 싶단 열망이 한달음에 계단을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게 만듭니다.
“띵동 띵동”
마구 뛰어 대고 있는 심장소리가 제 귀까지 다 들려오고 있습니다.
“누구세요~~”
기대 했던 희연누나가 아닌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분명 여기가 맞을 텐데.’
“저...저기.. 한희연씨댁 아닌가요?”
“맞는 데요 누구시죠?”
“아 저...저는 희...희연누나 학교 후밴데요. 희연누나 지...지금 없나요?”
신분을 밝히자 그제야 문이 열립니다.
희연누나와 약간 닮아 보이는 여성분이 문 앞에서 고개를 내밀고 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안녕하세요...”
“아...네.. 근데 희연이 지금 집에 없는데.. 오늘 좀 늦을 건데.. 전화해보지 그러셨어요..”
화이트데이라 역시 약속이 있나 봅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희연누나가 없다는 걸 확인하게 되니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뚫어지게 제 얼굴을 살피고 있는 그녀의 눈길에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만 싶어졌습니다.
“아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되돌아서는 절 그녀가 불러 세웁니다.
“저기요~~ 누구라고 전해드리죠? 제가 전화해볼게요~~”
“아...아닙니다. 제가 전화 해보도록 할게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이름을 재차 물어볼까싶어 서둘러 계단을 뛰어 내려왔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제 혈액형이 O형 인줄 알았답니다.
낯가림도 별로 없고 활동적이며 호기심이 많아 자주 사고도 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해 그런 줄 아셨던 겁니다.
그러다 가벼운 사고로 병원을 찾았다 제 혈액형이 A형(AO)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가족들도 저도 무척이나 의아해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제 A형의 기질은 그 이후 제가 커가면서 점차 발현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전형적인 A형에 가까운 사람이 되 있었습니다.
친한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O형이 아니냐는 소릴 듣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선 A형의 기질이 유감없이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무계획보다는 계획을 해야 움직이게 되고 도전보다는 안전을 항상 선택하다보니 실패하는 걸 무척이나 두려워하기만 했습니다.
용기를 내서 무작정 이곳까지 오게 되었지만 금세 제 본능은 계획성 없이 움직인 저를 타박하고만 있습니다.
희연누나를 보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이곳까지 온 제 자신이 너무나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용기는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희연누나를 한번 이라도 보고 싶다는 열망이 집으로 돌아가려던 걸음을 되돌리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혹시 전화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져 봤지만 수첩을 아무래도 집에 놓고 온 것 같습니다.
어차피 수첩이 있었더라도 전화까지 걸 정도의 용기는 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무작정 희연누나가 올 때 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기다리고 있지만 막상 희연누나와 마주하게 되면 어떡해야 할지,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용기는 분명 내긴했지만 대책 없는 용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잠시 희연누나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나 보고 싶었어 . 나 누나 좋아하는데 만나면 안 될까?’
제가 생각해도 참 저밖에 모르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냥 우연히 근처 약속이 있다 들려봤어요..’
지금의 제 마음을 희연누나에게 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습니다.
빌라 앞 가로등에 기대어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말과 행동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삐삐까지 차에 두고 내려서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급하게 나오느라 주머니에 있는 거라곤 지갑과 오늘 산 담배와 라이터 밖에 없었습니다.
뭐라도 들고 왔어야 하는데 그냥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일념하나로 이렇게 와서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희연누나를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제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체감상으로는 12시간은 기다린 것 같은데 아직까지 밤거리에는 사람들이 제법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화이트데이라고 이 시간까지 다들 커플로 같이 다니는 걸 보고 있으려니 왠지 부럽기만 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화이트데이를 보내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하루아침에, 아니 반나절 만에 제 세상은 크게 변해 버렸습니다.
희연누나를 기다리면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커플들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던 오늘일이 다시금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지고 속에서 열불이라도 나는 것 같았습니다.
슬며시 주머니에 있는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습니다.
“흐읍~~~~하~~~~~~”
오늘 몇 번 겪어 봤다고 담배란 놈이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어질어질 한 것이 머릿속 잡념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몸에서는 여전히 담배가 익숙하지 않은 지 금세 목이 칼칼하고 갈증까지 느껴지고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갔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벽에 걸려있는 시계부터 확인했습니다.
무척이나 오래 기다린 거 같은데 이제 겨우 11시 반이었습니다.
생수 한 병을 집어 들고는 계산을 하러 계산대 앞으로 가니 각종 화이트데이 선물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참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대부분 사탕이겠지만 무척이나 비싼 것들도 눈에 보입니다.
계산을 하는 동안 잠시 진열대 앞으로 가서 선물들을 구경해보았습니다.
예쁜 게 참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빨간색으로 된 하트모양의 사탕상자는 제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희연누나가 저걸 들고 있으면 잘 어울릴 텐데.’
저도 모르게 상자를 집어 가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헐.. 겨우 손바닥 만한 게 이렇게나 비싸지’
가격을 보고 놀라고 말았습니다.
기껏해야 상자 안은 사탕으로만 채워져 있을 것인데 외관 때문에 저렇게 비싸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왠지 사고만 싶었습니다.
지갑을 열어 봤지만 찾아놓은 현금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번 달에만 해도 카드로 결제를 한 게 많아 것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외할아버지가 주신 카드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갑에 있어야 할 카드가 보이지 않습니다.
몇 번을 뒤져봤지만 카드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춘천에서 오다 주유를 할 때 카드를 사용하고 영수증과 함께 돌려받은 카드를 콘솔박스에 같이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희연누나에게 꼭 사주고 싶은데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집에 다녀오자니 희연누나가 금세라도 지나 갈 것 같아 자리를 비우기가 애매합니다.
또한 지금 집으로 갔다간 스스로 포기를 해버릴지도 모릅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편의점 앞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오래 동안 서있어서 굳어진 다리를 풀어주고 있었습니다.
2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계속 서있기만 했다 앉게 되니 이제야 뻐근함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요 몇 년 사이 저를 가장 오래 기다리게 했던 사람도 바로 희연누나였습니다.
항상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와 저를 한참이나 기다리게 하던 희연누나는 오늘도 저를 무작정 기다리게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빌라 입구를 주시하고 있는데 한 쪽 구석에서 누군가의 대화가 들려왔습니다.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알바생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장님 이거 너무 많이 남았는데 어떡하죠?”
“그러게 말이다 나쁜 놈들.. 매번 이런 기념일만 되면 이렇게 자기들 맘대로 물건은 떠넘겨서 아주 골치가 아프다 골치가... 반품도 일정 금액까지 밖에 안 되서 이거 절반은 반품도 안 될 텐데 떠리로라도 넘기던지 해야지 매번 이게 먼 고생인지”
좀 전에 본 편의점 알바생과 편의점 사장과의 대화인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니 화이트데이 상품이 별로 팔리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그들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저기 사장님~~ 저거 그럼 싸게 파시는 건가요?”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뜬금없이 대화에 끼어든 저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머 혹시 사실 거라도 있수?... 웬만하면 우리도 손해보고는 못 드리는데”
알바생과 대화중일 때와는 달리 제 관심에 편의점사장은 본전 생각이라도 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판다고 어떻게든 시도는 해봐야했습니다.
좀 전에 생수를 사며 봐두었던 빨간색 하트모양의 상자를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저거 살려고 하는데, 카드를 놓고 오는 바람에 지금 현금이 얼마 없어서요. 2만원정도 부족한데 모자른 금액은 내일이라도 드리면 안 될까요? 대신 여기 학생증이라도 맡길게요”
떨이까지 생각하시던 편의점사장은 제 말에 난색을 표해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2만원은 좀.... 우리 얘기를 들었나 본데...우린 저런 거 떨이칠 때 전문적으로 대량으로 사가는 사람들한테 판다고.. 학생....”
이제껏 부모님 덕에 어느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한 적 없이 살아왔는데 이번만큼은 제 자신을 내려놔야 할 것 같았습니다.
“사장님 저 믿을만한 사람이에요. 저 학생증이라도 맡긴다니까요...”
편의점사장에게 억지로 떠넘기다시피 학생증을 건네주었습니다.
“저 도서관 갈려면 학생증이 꼭 필요하다구요. 그러니 내일 꼭 와서 나머지 돈은 계산을 할게요.”
잠시 동안 학생증을 뚫어지게 보시던 편의점사장의 얼굴에 좀 전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어~~ 한국대 학생이었구만. 우리 아들도 거기 다니는데 허허허허. 옛다 기분이다. 김군아~ 저거 하나 가져와 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혈연, 학연, 지연, 이 삼연은 정말 중요한 가 봅니다.
편의점사장은 직접 상자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찍어서는 제게 그냥 주시려고 했습니다.
아마도 편의점사장님 눈에는 자신의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제가 마치 자신의 아들처럼 느껴지셨나 봅니다.
하지만 선뜻 그냥 받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받으면 제가 줄 사람한테 너무 가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있는 돈은 드리고 내일 꼭 모자란 금액은 가지고 오겠습니다.”
잠시 동안 편의점사장님과 옥신각신 해야 했지만 결국 사장님은 제 고집을 꺾지 못하셨습니다.
그 대신 사장님은 예쁜 카드 한 장을 손수 가져와 건네주셨습니다.
“그럼 이거라도 받으라고. 내 장사하면서 돈을 안 받고 준다는데 자네처럼 끝까지 돈을 지불 하려는 사람은 처음이군. 허허허. 이걸 받는 사람은 가격이상의 가치가 있는 자네 마음까지 받게 되는 거니 분명 받고 기뻐 할 걸세. 누군가에게 주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카드에 멋들어지게 적어서 주라고~~”
알바생에게서 팬을 빌려 앉아있던 의자로 다시 왔습니다.
그리곤 카드에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꾸미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제 마음을 적어나갔습니다.
그냥 누나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왔는데 없나보네.
특별한 날이라 왠지 나도 모르게 용기가 나서
누나를 마주해 볼 생각으로 왔는데 집에 없네.
여기서 무작정 누나를 기다린 지 2시간을 넘어 3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그 시간이 마치 영겁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어쩌면 우린 정말 타이밍이 안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왠지 누나가 손에 들고 있으면 참 예쁠 것 같아서 샀으니
부담 갖지 말고 받아줬으면 좋겠어. -지섭-
써놓고 보니 정말 너무나 두서없이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드엔 더 보태지도 빼지도 않은 지금의 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 글을 희연누나가 읽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창피하기도 하고, 너무 제 욕심이 묻어 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민망하기까지 했습니다.
문득 버릴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제 자신까지 놔 버린 마당에 이것쯤이야 하는 용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을 담은 상자를 들고 희연누나네 빌라 앞으로 다시 갔습니다.
어느새 인적도 줄어들어 이제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3월이라지만 급하게 뛰어오느라 얇게 입어선지 몸도 추워지고 다시금 다리도 쑤셔옵니다.
어쩔 수 없이 얼굴은 보지 못한 채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희연누나네 우편함에 상자를 넣어두고는 머물러 있고만 싶어 하는 발을 억지로 떼 내며 빌라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몇 발 뗀 것 같지도 않은데 아쉬운 마음에 고개가 돌아가집니다.
혹시나 누나가 서있진 않을까 싶어 자꾸 고개가 돌아가기만 합니다.
빌라와 대로변 사이의 길게 늘어진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선 이 골목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길목 입구의 가로등 아래 낯설지 않은 실루엣이 보이고 있습니다.
익숙한 웃음소리까지 들려옵니다.
제 눈과 귀가 인식하기도 전에 제 마음속은 벌써 알아차리고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바로 희연누나였습니다.
늘씬한 자태의 실루엣과 무척이나 밝은 웃음소리.
점점 그 실루엣이 제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희연누나 혼자만의 실루엣은 아니었습니다.
예쁘게 차려입은 희연누나와 머리가 상당히 짧은 남자 한명이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채로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주 잠시지만 희연누나의 미소를 다시 보게 되니 마음이 따뜻해져 왔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남자인 걸 알고는 금세 제 마음은 시려왔습니다.
자꾸만 희연누나 옆의 남자를 살피게 됩니다.
희연누나에게 걸맞을 정도로 키도 크고 마스크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웃는 모습마저 닮아 보여 저도 모르게 질투까지 날 지경이었습니다.
사랑하면 서로 닮는 다더니 희연누나는 그 사이 자신에게 걸맞은 남자를 찾았나 봅니다.
몹시 질투가 났지만, 인정하기 싫었지만... 두 사람은 꽤나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잠시 두 사람의 모습에 정신을 놓고 있다 보니 이 길이 막다른 길이란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젠장... 나가는 길은 여기밖에 없는데.. 하필 여기서 마주치는 걸까’
“따각.......따각....따각...따각”
점차 희연누나의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방해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결국 저는 도로 반대편으로 뛰어 넘어갔습니다.
그리곤 최대한 후드를 깊이 눌러써서 얼굴을 가린 채 빠르게 발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희연누나의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니 바보 같은 제 가슴은 멋대로 뛰고만 있습니다.
누나 옆에는 이제 좋은 사람이 있는데 이놈의 심장은 지금 주제도 모르고 자꾸 뛰고만 있습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마주치기 2m전입니다.
마주치기 1m전입니다
옆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알아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따각..............................”
희연누나의 구두소리가 그 순간 멈추었습니다.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습니다.
희연누나의 구두소리가 멈추자 본능적으로 저는 걸린 걸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방해자가 되기 싫었습니다. 희연누나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습니다.
대로변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저할 틈이 없습니다.
괜히 저와 마주치면 지금 옆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희연누나가 미안해 할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 희연누나의 남자친구는 제 모습을 보곤 그저 이상한 놈으로만 받아들일 것 같았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저미지만, 희연누나의 얼굴을 한 번 만이라도 제대로 싶고 싶었지만 달리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되었습니다.
평소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쉬지도 않고 달려 집 앞까지 도착을 했습니다.
허겁지겁 신발을 내팽개치듯 벗고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불도 켜지 않은 채로 거실 쇼파에 등을 기대곤 맨바닥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용기를 냈고 또 실패를 했습니다.
그래도 어렴풋이나마 희연누나의 모습을 보긴 했습니다.
이것으로라도 만족을 해야 되나 봅니다.
비록 오늘 하루만 벌써 2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희연누나의 밝은 미소가 제 가슴을 도려내듯 후벼 파 왔지만 누나의 모습을 보니 저와는 달리 잘 지내는 것 같아 한편으론 맘이 놓였습니다.
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져 왔습니다. 저만 제외한 채..
내일부터 세상은 제대로 돌아갈 것입니다. 저 하나만 정신 차리면..
‘오늘까지만 이렇게 있자! 내일부터는 정신 차리자 임지섭!!"
오늘은 충분히 인생을 공부했으니 좀 깔아져도 될 것 같습니다.
한때 제 작은 마음에는 2명이나 들어와 있어 너무나 비좁았는데 커져버린 마음과는 달리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습니다.
마음속이 텅 비다 못해 시려옵니다.
두 사람을 함께 담았던 마음인지라 어느새 늘어나 있던 마음은 지금의 구멍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술로써 텅 빈 마음을 다 채워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마시다 남았던 술병들이 바닥에 널려 있습니다.
까지도 않았던 소주 한 병을 들고 입안으로 그저 들이 부었습니다.
“벌컥 벌컥 벌컥 벌컥”
“크 아~~~~”
지금 마시고 있는 소주의 쓴맛은 지금까지 맛본 그 어떤 소주보다 달게 느껴집니다.
오늘 제가 배운 사랑의 쓴맛과 비교하니 무척이나 달콤하기 이를 데 가 없습니다.
어르신들이 가끔 소주를 드시면서 하시던 말이 생각이 납니다.
“캬~~~ 소주 참 달다 오늘...”
아마도 지금의 저처럼 인생의 쓴 맛을 이미 아셨기에 그 쓰디 쓴 소주가 달게 느껴지셨던 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언젠가 제가 나이가 들어 뒤를 돌아봤을 때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인생의 쓴맛도 언젠가는 달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채팅에서 조언을 해줬던 분의 얘기처럼 실패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하지 못했을 이런 생각과 마주하고 있는 절 보게 되니 제 마음도 이제 커나가기 시작하나 봅니다.
나머지 병에 남아있는 소주까지 모조리 비우고 나니 급격하게 취기가 올라오며 하루 종일 피로했던 제 육신을 풀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새 졸음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감정에 휩쓸려 다니느라 제 몸이 피곤한지도 몰랐나 봅니다.
마시 던 자리에 그대로 깔아진 채 무거워진 눈꺼풀이 내려와 버립니다.
자리에 누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꿈인지 생시인지 누가 자꾸만 귀찮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올 사람이 없는데 아마도 꿈인가 봅니다.
꿈에서도 저는 자고 있는 건가 봅니다.
자꾸만 자는데 계속해서 누군가가 귀찮게 하고만 있습니다.
눈도 떠지지 않아 그냥 팔을 들어 절 귀찮게 하는 무언가를 향해 휘휘 내저어 봅니다.
오늘은 꿈에서조차 절 내버려 두려 하질 않나 봅니다.
“아이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 좀”
역시나 꿈인 듯 제 마음속에서 외치던 소리에 귀찮게 굴던 뭔가의 움직임이 멈춘 것 같습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다시 꿈속에서 잠에 빠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악몽과도 같던 오늘 하루, 꿈속에서만이라도 편히 쉬고 싶었습니다.
놈이 저를 또 귀찮게 하고 있습니다.
제 몸이 이제는 뭔가에 밀려 굴러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꿈속에서도 알콜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지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합니다.
힘겹게 눈을 떠봅니다. 생시인가 꿈인가.
희연누나의 모습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제가 술이 완전 취해서 헛것을 보고 있거나 꿈을 꾸고 있나 봅니다.
자동식 도어락이라 열쇠가 없는 희연 누나는 절대 이 집에 들어올 수 없는데 말이죠.
제 간절했던 열망이 꿈속에서라도 희연누나를 만나게 해 주려나 봅니다.
현실의 희연누나에게는 차마 하지 못했던 고백이라도 해봅니다.
“누나 오늘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 내가 있어야 할 누나 옆 자리었는데....”
마음속이 왠지 후련해지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선 만질 엄두도 못 냈던 희연누나의 얼굴도 실컷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팔을 뻗어 희연누나의 얼굴로 보이는 형상을 잠시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느껴집니다.
희연누나의 눈망울에 이슬이 맺혀 있는데, 오히려 누나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너무나 묘한 느낌입니다.
꿈속에서도 누나의 눈물은 마치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더 느끼고, 보고 싶은데 눈앞은 아련해지고만 있습니다.
꿈속에서 제 몸도 피곤했는지 이제야 눈이 감기고 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두통에 잠에서 깨버렸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렇게 많은 소주를 먹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느새 술이 많이 늘었나봅니다. 비록 깔아지긴 했지만...
주방에서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아무래도 도우미 아줌마가 오신 것 같습니다.
잠을 많이 잔건지 몸은 개운한 느낌인데 머리가 멍하고 눈이 제대로 떠지지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숙취라는 놈인가 봅니다.
한동안 제 간의 회복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깡소주의 위력에는 제 간도 속수무책인가 봅니다.
숨을 쉬는데 알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아무래도 진짜 많이 먹긴 많이 먹었나 봅니다.
취할 정도만 마시고 자려고 했는데 즐거울 때는 조절이 되던 술이 마음이 괴로워지니 조절이 안 되었나 봅니다.
갈증이 나고 입안이 텁텁한 게 너무나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아무래도 물을 한잔 마시고 양치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쯤 감긴 눈으로 방문을 열고나와 도우미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한 채로 정수기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찬물을 머그컵에 가득 담아 한 잔을 다 비우곤 다시금 가득 채워 거실 쇼파로 가선 벌러덩 누워버렸습니다.
‘아....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숙취 때문에 몸이 힘겹기만 합니다.
눈을 감고 멍하니 누워 있는데 순간 이상한 느낌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어제가 금요일이었으니 오늘은 분명 토요일일 테고.. 그렇다면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시는 날이 아닌데... 도대체 지금 주방에 있는 사람은 그럼 누구란 말인가???’
순간 소름이 확 끼쳐왔습니다.
‘설마 이마저도 꿈속이란 말인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컵에 남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분명히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게 꿈속은 아닌듯 했습니다.
재차 확인을 위해 제 볼을 세게 꼬집어도 보았습니다.
“윽.....아프다...”
확실히 아픔이 느껴지는 것이 꿈은 아닌 게 확실합니다.
제 눈이 잘못 되었나싶어 억지로 양손으로 눈을 크게 벌려보았습니다.
눈에 피로감은 좀 있지만 잘 보이는 건 확실했습니다.
확인을 위해 부엌쪽에 있는 도우미 아줌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평소 보던 도우미 아줌마에 비해 확실히 키도 크고 무척이나 날씬해 보입니다.
잠깐...............분명 많이 본 실루엣입니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부엌에 있던 사람은 바로 희연누나였습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누나? 희연누나?”
제 말소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뭔가를 열심히 썰고 있던 희연누나가 제 쪽을 살며시 노려보며 서 있습니다.
노려보고 서있는 모습조차 예쁜 게 확실히 희연누나가 맞습니다.
제가 술을 너무 마셔서 미친 게 분명합니다.
허나 허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합니다.
왜 누나가 여기 와 있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쇼파 앞 탁자를 보니 빨간색 하트모양 박스와 사탕봉지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건 어제 제가 희연누나네 우편함에 두고 온 상자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옆에 제 손으로 쓴 카드까지 있습니다.
멍하게 생각을 되짚고 있는 제게 희연누나가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가서 옷 좀 입고 나오지~~~ 어제 벗기느라 무척이나 힘들었거든...”
급하게 제 옷차림을 확인해보니 사각팬티와 박스티만 입고 있었습니다.
잘 입지 않고 자는 잠버릇이 있어서 잘 때는 팬티만 입고 자는 편인데 박스티를 입고 있으니 분명 제가 갈아입은 건 아닙니다.
그리고 분명 저는 어제 거실 쇼파 앞에서 잤는데 일어났을 때는 침대 위였습니다.
너무나 이상하고 소름이 끼쳐옵니다.
도대체 머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 트레이닝팬츠를 입고 밖으로 나와 주방으로 직행했습니다.
희연누나가 주방에서 찌개를 끓이고 있습니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누나?”
너무나 황당해하는 저를 희연누나가 한심스럽게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뭔가 크게 제가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희연누나가 불같이 화를 내고 있습니다.
“들어왔으면 제대로 문단속을 하고 자던가!!! 현관문은 신발에 걸려서 제대로 닫혀있지도 않고, 누가 들어와도 알지도 못한 채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 있고,,,, 내가 어제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니!!!!”
후드를 뒤집어썼는데도 불구하고 어제 희연누나는 예상대로 절 알아봤나 봅니다.
제가 도망치듯 뛰어 가는 걸 보고 걱정이 돼서 저희 집까지 왔나봅니다.
“언제부터 있던 거야?”
거듭되는 질문에 희연누나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저를 바라봅니다.
“너 끌어다 간신히 침대에 눕히고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 챙겨서 집에서 자고 왔지. 아침에 언니하고 오빠한테 사정얘기 하고 아침에 장봐서 왔어. 맘 같아선 어제 도망친 네가 괘심해서 아무것도 안 해 주려고 했는데 내가 저것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 장까지 다 봐 왔다구~~~”
얘기 중 인상을 쓰고 있던 희연누나가 한 곳을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희연누나의 눈길이 닿고 있는 곳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어제 희연누나네 우편함에 넣어 두었던 그 하트모양의 상자였습니다.
순간 부끄러움에 얼굴이 마구 화끈거리고 있었습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어제 희연누나 옆에 서있던 남자에 대한 생각 때문에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이 되고 있었습니다.
“근데 왜 온 거야. 남이야 술에 취해 자던 말던..”
마음속으론 내심 누나를 다시 봐서 좋긴 했지만 그 남자 생각에 입에서는 퉁명스럽게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희연누나는 제 물음에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지 그저 콩나물을 다듬고만 있습니다.
대 놓고 그 남자는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희연누나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그날처럼 알고 싶지만 한편으론 알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희연누나의 눈치를 살피며 느릿느릿 쇼파로 다시 와 앉은 저는 탁자 위에 놓인 하트 박스를 다시금 살펴봤습니다.
빈 봉지가 수북한 게 꽤나 맛있었나 봅니다.
제가 준걸 희연누나가 먹었다는 생각이 드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앞에 놓인 수북한 사탕봉지들을 만지고 있으니 왜 이렇게 행복한 느낌이 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꾸 그 군바리 같은 짧은 머리의 남자가 자꾸 마음속을 헤집어 놓고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그를 향해 미소 짓던 누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갑니다.
이내 다시 마음이 무거워 지고 있습니다.
묻고 싶은데 정말 묻고 싶은데 무슨 얘기가 나올지 겁이 나고 감당이 되질 않습니다.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픈 저와는 달리 희연누나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저 조그마한 상자 하나 때문에 희연누나가 이렇게까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제가 불쌍하고 딱해서 이렇게 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저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어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금 희연누나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치마를 두른 채 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는 희연누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명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희연누나의 마음을 너무나 알고 싶습니다.
그 옆에 있던 남자랑 무슨 사이인지 너무나 알고 싶었습니다.
허나 그러려면 지극한 A형의 기질을 깨뜨릴 또 다른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어차피 어제는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지 않았나. 나에게 남은 건 용기를 내어 보는 것 뿐. 실패를 하더라도 지금과 달라지는 건 없지 않나.’
쭈삣거리며 주방에 있는 식탁까지 걸어갔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다듬고 있던 희연누나가 제가 근처로 오는 소리에 잠시 몇 번 고개를 돌려보곤 이내 하던 일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볍게 말부터 붙여보았습니다.
“누나 그런 것도 할 줄 아는 거야?”
희연누난 제 물음에 잠시 콧방귀를 귀고 있습니다.
“훗, 이거가지고 놀라긴, 나 요리 잘하거든? 웬만한 한식하고 반찬은 다 할 줄 안다구”
손에 물 한방을 안 묻혔을 것 같은 누나의 말에 조금 놀라웠습니다.
“할 줄은 아는데..... 맛은 없는 거 아니야?”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한 제 말에 희연누나가 급정색을 하며 저를 흘겨보고 있습니다.
“내가 언니랑 살면서 얼마나 구박받으면서 배운 건데. 그리고 우리오빠도 어제 와서 맛있다고 난리였거든?”
불현듯 그 군바리 같은 남자의 얼굴이 스쳐지나 갔습니다.
마음속 안에서 뭔지 모를 희망이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혹시 어제... 그 ... 군바리 같은 놈이 누나 오빠야? 머리 엄청 짧은...”
희연누나가 묘한 웃음을 한 채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훗. 자세히도 봤나보네. 그렇게 도망치듯 달려가기만 하더니??”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맞지? 그지 맞지? 어쩐지 둘이 웃는 모습이 너무 닮았다 했어 내가..”
제 말이 뭐가 그리 우스운 건지 희연누나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응.... 우리 오빠야.. 말년휴가 나와서 지금 학교 나오고 있어. 이번 주 일요일날 다시 들어가서 월요일 날 제대한다고 하더라구.”
희망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희연누나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친오빠였습니다.
전 더 용기를 내 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누나의 뒤로 다가갔습니다.
제가 자신의 뒤로 온 걸 느꼈는지 누나가 움직임이 순간 멈춰있습니다.
누나의 체취가 제 코를 찔러 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누나의 온기도 느껴지고 있습니다.
너무나 그리웠던 향기와 온기에 저도 모르게 가슴속 한 구석이 뭉클해져 옵니다.
조리대 앞에 서 있는 희연누나의 뒤에서 양팔을 허리에 감은 채 안아버렸습니다.
급작스런 백허그에 희연누나의 몸이 잠시 움찔거려졌지만 희연누나는 저를 밀쳐내지 않고 그대로 서있기만 했습니다.
이번엔 있는 힘을 다해 안아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절 밀쳐내지 않고 포옹을 받아주고 있습니다.
오징어를 다듬기 위해 쥐고 있던 칼을 한쪽으로 치우고 있습니다.
그리곤 그 손을 자신의 허리에 감겨있는 제 팔에 가만히 얹어 놓고 있습니다.
피부에 닿는 누나의 손길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져 옵니다.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자꾸 입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나와지지가 않습니다.
용기를 내야 누나를 얻을 수 있는데 말이죠.
“희연누나...많이 보고 싶었어. 어제 남자친구랑 있는 줄 알고.. 나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어제서야 누나가 얼마나 내 마음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도 알았어. 앞으론 누나는 다가오지 않아도 돼, 이제 부턴 내가 누나한테 한발, 두발 더 먼저 다가갈게......그리고.”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나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누나의 흐느낌이 느껴집니다.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해야 합니다.
두리뭉실한 말보단 정확한 제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해 누나. 예전처럼 나 좀 좋아해 주면 안 돼?”
흐느끼기만 하던 희연누나가 이내 제 쪽으로 돌아 서서 마주 보고 있습니다.
비록 눈은 눈물에 젖어 있었지만, 무척이나 밝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어제 밤 꿈에서 봤던, 아니 술에 취해서 봤던 누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왜 대답이 없어.....”
누나의 육성으로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아직 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습니다.
희연누나는 쑥스러운지 한동안 그저 얼굴을 붉히며 서 있기만 했습니다.
“듣고 싶어 누나... 누나의 마음을...”
이내 희연누나가 그윽한 눈으로 제 눈을 마주쳐 왔습니다.
“난 말이지.. 너에 대한 내 마음을 알고부턴 한시도 내 마음속에서 널 지운 적이 없어. 나와 마주치게 되면 네가 곤란해 할까봐 너를 피한 것뿐이야. 이제라도 너의 마음을 알려줘서 나 지금 너무 기뻐...”
“사랑해 희연누나.........사.....사......사귀......아.......”
왜 이렇게 말을 더듬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긴장되고 떨리기만 합니다.
“나랑.........사 귈 래....?”
누나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터지고 있었습니다.
“이젠 너 안 놔 줄 거야. 나쁜 년이라 욕해도 양보하지 않을 거야..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젠....”
작은 소리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 눈을 바라보고 있는 누나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제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누나의 눈이 스르륵 감기며 고개가 살짝 들리고 있습니다.
“쪽.................쪼~옥.........쪽”
누나의 입술에 제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졌습니다.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이 제 입술을 거쳐 온몸으로 퍼져 나갑니다.
누나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잡아 당겼습니다.
아슬아슬 붙어 있던 입술이 여운을 남기며 떨어졌습니다.
그 여운이 다시금 서로의 입술을 마주치게 만듭니다.
“쪼~~~~~~~~~~~~~~~~~~~~~~~~~~~~~~~~~~~~~~~~~~~~~~옥”
오랫동안 누나의 입술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운 느낌입니다. 입술을 떼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이대로 영원히 있고만 싶습니다.
물 끓는 소리에 희연누나가 저를 갑자기 밀쳐내고 말았습니다.
“나와~~ 빨리 해서 차려 줄게... 저리 가있어. 방해하지 말고~~”
누나의 옆에서 일분일초도 떨어져 있기가 싫었습니다.
다시금 누나를 뒤에서 안아버렸습니다.
누나의 허리에 감겨있는 양팔을 맞잡고는 절대 풀지 않을 듯 힘을 주고 있었습니다.
허리에 감겨 있는 제 손을 몇 번 치는가 싶던 희연누나는 제 의지를 알게 되었는지 이내 체념하곤 그대로 다듬던 것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머리를 묶어서 틀어 올려서인지 희연누나의 가느다란 목선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저도 모르게 누나의 뒷목에 살짝 입술을 맞추게 됩니다.
희연누나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제게 눈을 흘기고 있습니다.
“싫어?”
제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다시금 하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거듭 입술로 간질이고 있으니 희연누나가 결국 고개를 제 쪽으로 돌립니다.
“칼질하고 있는데 그러고 있으니 그러지.. 간지럽단 말야...쪼~~옴..아이..진짜..너~~”
아무래도 이러다간 희연누나에게 쫓겨날 것 같았습니다.
이왕 쫓겨날 거 조금 더 대담해져 보기로 했습니다.
입술로 누나의 귓불 주변을 살짝 핥았습니다.
희연누나의 몸이 움찔하고 있습니다.
절 밀어낼 줄 알았던 희연누나가 들고 있던 칼을 다시 내려놓고 그냥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너 이런 거 하려고 나한테 고백 한 거야? 너 지금 엄청 엉큼해 보이는 거 알아?”
누나의 핀잔에도 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귓불을 집요하게 핥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누나의 몸이 마구 비비 꼬이고 있었습니다.
“그...그만해....아잉.....간지럽다고 으으윽...... 너 자꾸 그럼 맞어!!!! 아으욱...”
간지럽긴 엄청 간지러운 가 봅니다.
희연누나의 몸이 꽈배기를 틀듯 꼬여 있습니다.
더 그렇게 있고 싶었지만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며 희연누나가 타박을 하는 통에 결국 저는 샤워실에 격리수용 되 버렸습니다.
“너 깨끗이 씻고나와~ 아까 키스할 때 술 냄새가 너무 나서 나도 취하는 줄 알았어...”
비록 누나의 옆에서 쫓겨나게 되어 아쉬웠지만 이젠 언제든 누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샤워를 하는 내내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운동도 빼먹고 같이 보내자고 해 볼 생각입니다. 아마 누나의 마음도 저와 같겠죠?
어느덧 길게 자란 머리를 말리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머리카락이 길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머리가 가라앉아 보입니다.
머리를 좀 다듬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희연누나가 저를 좋아하게 만들고만 싶었습니다.
식탁으로 다가가니 어느새 국과 밥 오징어 초무침등 못 보던 음식들이 식탁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누나의 모습에 저는 더욱 더 누나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희연누나는 대한민국 1등 현모양처 감임엔 틀림없습니다.
“잘 먹을게 누나~~~이제 시집만 오면 되겠는데 흐흐흐”
희연누나가 살짝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그거야~~ 예식장 손잡고 들어가 봐야 아는 거지~~~”
내숭을 떠는 모습도 너무나 예쁘게만 보입니다.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 누나의 입술을 그저 깨물어 주고만 싶었습니다.
입술을 모아 누나 쪽으로 내밀어 봤습니다.
과연 희연누나가 뽀뽀를 해줄까요,
눈을 뜨고 바라보니 희연누나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살짝 눈을 감고 입술을 더 가까이 가져가 봅니다.
그러자 촉촉한 느낌이 입술에 살짝 닿았다 빠르게 떨어집니다.
눈을 뜨니 희연누나의 양 볼이 발그레 빛나고 있습니다.
화끈거리는지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까지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식사 도중 최대한 간절한 눈빛으로 누나를 쳐다봤습니다.
“오늘 뭐 할 거야? 난... 누나랑 종일 같이 있고 싶은데,,,”
희연누나의 얼굴에 미안함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안 돼.... 오늘은... 오빠 곧 제대해서 오늘은 집안 대청소도 해야 되고 정리를 해놔야 되..지금 여기 있는 것도 언니한테 간신히 얘기하고 온 거란 말야..”
결국 어제부터 희연누나의 군바리오빠는 제게 시련만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우리에겐 앞으로 솜사탕처럼 달콤한 미래가 있기에 오늘은 누나를 돌려보내줘야겠습니다.
이번엔 제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뺏기는 바보 같은 일은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희연누나를 내 여자를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해봅니다.
식사 도중 멍 때리고 있는 제가 이상해 보였는지 희연누나가 얼굴쪽으로 손을 가져와 좌우로 흔들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밥상 앞에서~~”
궁금해 하는 누나의 표정이 느껴집니다.
“그냥~ 어젠 내 인생의 최악의 날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서... 지금도 누나가 내 앞에 앉아 있는 게 믿기지가 않아..”
“으이구!! 내가 딴 남자랑 있는 거만 봐도 거품 물 기세구나...호호호”
지영이와의 일은 희연누나가 알 턱이 없었기에 희연누나는 제 말이 자신의 오빠에 대한 얘긴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기에 저는 그저 누나의 말에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까지 누나라고 호칭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누나라고 하면 왠지 거리감이 드는 게 사귀는 사이가 아닌 것같이 느껴지기만 합니다.
은근 슬쩍 이름을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누나의 반응이 어떨지 저 역시 궁금하기만 합니다.
“희연아.....”
“응?”
‘어라.. 내가 호칭을 뺀 걸 모르는 건가...’
누나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제가 원하는 걸 들어주려고 하는 걸까요, 다시 불러보고 싶어졌습니다.
"한.희.연.“
“왜~에 임.지.섭,..... 밥 좀 먹어 이제,,,, 내가 한 게 설마 맛없어서 그래?”
누나가 제 이름을 부르자 잠시 제 자신이 누나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져 왔습니다.
자꾸 이름만 불러대고 말은 안하니 희연누나가 절 흘겨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부르고 나니 왠지 자신감이 생기고 계속 불러주고만 싶었습니다.
“아니 희연이가 처음 해 준 건데 내 입으로 들어가서 사라지니 너무 아까워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도 희연누나의 입꼬리는 올라가서는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누나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당장에라도 안아주고 싶지만 우선은 손수 해준 맛있는 아침부터 뚝딱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턴 제게 희연누나는 누나가 아닌 여자친구인 한희연입니다.
희연이가 해준 정성 때문에 국그릇에 남아있는 국물까지 모두 비워냈습니다.
아침을 이렇게 포만감 있게 먹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희연이 앞에 서서 배를 문지르며 잘 먹었다는 표현을 합니다.
자기가 해준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서 인지 희연이가 제 배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고 있습니다.
배를 매만지던 희연이의 손을 잡아당겨 그대로 안아버렸습니다.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온 희연이의 손이 제 어깨 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희연이의 몸과 제 몸이 무척이나 밀착이 되어 있습니다.
온기가 서려있는 희연이의 가슴이 제 몸에 밀착이 되고 있습니다.
있는 힘껏 안아들자 희연이의 가슴이 눌리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탱탱하면서도 탄력 있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하며 은근슬쩍 손으로 만지고만 싶어집니다.
하지만 식사를 바로 마친 후라 키스하기가 미안해집니다.
양치라도 빨리 하고 와서 안을 걸 그랬습니다.
“떨어지기 싫다 희연아 이러고 한 시간만 있을까?”
“안 돼.. 소화 좀 시키고 나면 운동하러 가야지~~~”
“하루 재끼면 안 되나?”
“안 돼. 나 요즘 살찐 거 같아서. 그리고 여기 와서 사탕을 몇 개나 먹은 건지 몰라....”
살이 찐 곳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눈으로는 찾을 수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손으로 좀 더듬어 봐야겠습니다.
“너~~ 손 손!!!스톱...아잉......스토~~~옵!!!!”
희연이의 말랑한 젖가슴에 손을 대자마자 바로 제지를 당했습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야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잠시 동안 이었지만 그녀의 가슴을 가졌다는 게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늘은 이걸로도 충분히 차고 넘칩니다.
아쉬운 마음에 쇼파에 그대로 널브러지니 희연이가 제 옆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곤 제 볼에 살짝 입술을 맞추어 줍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마~ 항상 옆에 있을 거니까..”
소라넷이 이상한 건지 저희 가계 인터넷이 문제인 건지 접속이 원활하지가 않네요.
여러분이 카페에 대한 문의를 주시는데 카페에는 현재 러프어페어 51부까지만 올려져 있습니다.
리뉴얼을 시작하면서 후기에 남겨드렸지만 카페에 있는 부수를 최대한 빨리 게시판에 옮길 생각입니다.
처음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카페에 가셔서 보게 되시면 이 후의 리뉴얼 판은 흥미가 반감 될 수 밖에 없기에
부득이하게 카페는 열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글을 보여드리고 싶은게 제 마음인지라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일이 쪽지로 답을 해드리기가 어려워 이렇게 후기로나마 답변을 대신할까 합니다.
그럼 즐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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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눈부신 고백: http://www.youtube.com/watch?v=TMMqwySC1nQ
서영은 내안의 그대: http://www.youtube.com/watch?v=HQ8v1puCH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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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고백2: 눈부신 고백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실패할까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밖으로 나와 희연누나가 살고 있는 빌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막혀 옵니다. 뜀박질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희연누나를 다시 보게 될 생각에 두근거려 숨이 막혀 옵니다.
마침내 희연누나가 사는 빌라 앞에 도착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층에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보고 싶단 열망이 한달음에 계단을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게 만듭니다.
“띵동 띵동”
마구 뛰어 대고 있는 심장소리가 제 귀까지 다 들려오고 있습니다.
“누구세요~~”
기대 했던 희연누나가 아닌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분명 여기가 맞을 텐데.’
“저...저기.. 한희연씨댁 아닌가요?”
“맞는 데요 누구시죠?”
“아 저...저는 희...희연누나 학교 후밴데요. 희연누나 지...지금 없나요?”
신분을 밝히자 그제야 문이 열립니다.
희연누나와 약간 닮아 보이는 여성분이 문 앞에서 고개를 내밀고 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안녕하세요...”
“아...네.. 근데 희연이 지금 집에 없는데.. 오늘 좀 늦을 건데.. 전화해보지 그러셨어요..”
화이트데이라 역시 약속이 있나 봅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희연누나가 없다는 걸 확인하게 되니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뚫어지게 제 얼굴을 살피고 있는 그녀의 눈길에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만 싶어졌습니다.
“아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되돌아서는 절 그녀가 불러 세웁니다.
“저기요~~ 누구라고 전해드리죠? 제가 전화해볼게요~~”
“아...아닙니다. 제가 전화 해보도록 할게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이름을 재차 물어볼까싶어 서둘러 계단을 뛰어 내려왔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제 혈액형이 O형 인줄 알았답니다.
낯가림도 별로 없고 활동적이며 호기심이 많아 자주 사고도 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해 그런 줄 아셨던 겁니다.
그러다 가벼운 사고로 병원을 찾았다 제 혈액형이 A형(AO)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가족들도 저도 무척이나 의아해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제 A형의 기질은 그 이후 제가 커가면서 점차 발현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전형적인 A형에 가까운 사람이 되 있었습니다.
친한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O형이 아니냐는 소릴 듣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선 A형의 기질이 유감없이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무계획보다는 계획을 해야 움직이게 되고 도전보다는 안전을 항상 선택하다보니 실패하는 걸 무척이나 두려워하기만 했습니다.
용기를 내서 무작정 이곳까지 오게 되었지만 금세 제 본능은 계획성 없이 움직인 저를 타박하고만 있습니다.
희연누나를 보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이곳까지 온 제 자신이 너무나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용기는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희연누나를 한번 이라도 보고 싶다는 열망이 집으로 돌아가려던 걸음을 되돌리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혹시 전화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져 봤지만 수첩을 아무래도 집에 놓고 온 것 같습니다.
어차피 수첩이 있었더라도 전화까지 걸 정도의 용기는 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무작정 희연누나가 올 때 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기다리고 있지만 막상 희연누나와 마주하게 되면 어떡해야 할지,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용기는 분명 내긴했지만 대책 없는 용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잠시 희연누나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나 보고 싶었어 . 나 누나 좋아하는데 만나면 안 될까?’
제가 생각해도 참 저밖에 모르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냥 우연히 근처 약속이 있다 들려봤어요..’
지금의 제 마음을 희연누나에게 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습니다.
빌라 앞 가로등에 기대어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말과 행동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삐삐까지 차에 두고 내려서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급하게 나오느라 주머니에 있는 거라곤 지갑과 오늘 산 담배와 라이터 밖에 없었습니다.
뭐라도 들고 왔어야 하는데 그냥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일념하나로 이렇게 와서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희연누나를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제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체감상으로는 12시간은 기다린 것 같은데 아직까지 밤거리에는 사람들이 제법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화이트데이라고 이 시간까지 다들 커플로 같이 다니는 걸 보고 있으려니 왠지 부럽기만 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화이트데이를 보내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하루아침에, 아니 반나절 만에 제 세상은 크게 변해 버렸습니다.
희연누나를 기다리면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커플들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던 오늘일이 다시금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지고 속에서 열불이라도 나는 것 같았습니다.
슬며시 주머니에 있는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습니다.
“흐읍~~~~하~~~~~~”
오늘 몇 번 겪어 봤다고 담배란 놈이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어질어질 한 것이 머릿속 잡념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몸에서는 여전히 담배가 익숙하지 않은 지 금세 목이 칼칼하고 갈증까지 느껴지고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갔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벽에 걸려있는 시계부터 확인했습니다.
무척이나 오래 기다린 거 같은데 이제 겨우 11시 반이었습니다.
생수 한 병을 집어 들고는 계산을 하러 계산대 앞으로 가니 각종 화이트데이 선물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참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대부분 사탕이겠지만 무척이나 비싼 것들도 눈에 보입니다.
계산을 하는 동안 잠시 진열대 앞으로 가서 선물들을 구경해보았습니다.
예쁜 게 참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빨간색으로 된 하트모양의 사탕상자는 제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희연누나가 저걸 들고 있으면 잘 어울릴 텐데.’
저도 모르게 상자를 집어 가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헐.. 겨우 손바닥 만한 게 이렇게나 비싸지’
가격을 보고 놀라고 말았습니다.
기껏해야 상자 안은 사탕으로만 채워져 있을 것인데 외관 때문에 저렇게 비싸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왠지 사고만 싶었습니다.
지갑을 열어 봤지만 찾아놓은 현금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번 달에만 해도 카드로 결제를 한 게 많아 것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외할아버지가 주신 카드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갑에 있어야 할 카드가 보이지 않습니다.
몇 번을 뒤져봤지만 카드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춘천에서 오다 주유를 할 때 카드를 사용하고 영수증과 함께 돌려받은 카드를 콘솔박스에 같이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희연누나에게 꼭 사주고 싶은데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집에 다녀오자니 희연누나가 금세라도 지나 갈 것 같아 자리를 비우기가 애매합니다.
또한 지금 집으로 갔다간 스스로 포기를 해버릴지도 모릅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편의점 앞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오래 동안 서있어서 굳어진 다리를 풀어주고 있었습니다.
2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계속 서있기만 했다 앉게 되니 이제야 뻐근함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요 몇 년 사이 저를 가장 오래 기다리게 했던 사람도 바로 희연누나였습니다.
항상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와 저를 한참이나 기다리게 하던 희연누나는 오늘도 저를 무작정 기다리게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빌라 입구를 주시하고 있는데 한 쪽 구석에서 누군가의 대화가 들려왔습니다.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알바생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장님 이거 너무 많이 남았는데 어떡하죠?”
“그러게 말이다 나쁜 놈들.. 매번 이런 기념일만 되면 이렇게 자기들 맘대로 물건은 떠넘겨서 아주 골치가 아프다 골치가... 반품도 일정 금액까지 밖에 안 되서 이거 절반은 반품도 안 될 텐데 떠리로라도 넘기던지 해야지 매번 이게 먼 고생인지”
좀 전에 본 편의점 알바생과 편의점 사장과의 대화인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니 화이트데이 상품이 별로 팔리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그들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저기 사장님~~ 저거 그럼 싸게 파시는 건가요?”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뜬금없이 대화에 끼어든 저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머 혹시 사실 거라도 있수?... 웬만하면 우리도 손해보고는 못 드리는데”
알바생과 대화중일 때와는 달리 제 관심에 편의점사장은 본전 생각이라도 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판다고 어떻게든 시도는 해봐야했습니다.
좀 전에 생수를 사며 봐두었던 빨간색 하트모양의 상자를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저거 살려고 하는데, 카드를 놓고 오는 바람에 지금 현금이 얼마 없어서요. 2만원정도 부족한데 모자른 금액은 내일이라도 드리면 안 될까요? 대신 여기 학생증이라도 맡길게요”
떨이까지 생각하시던 편의점사장은 제 말에 난색을 표해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2만원은 좀.... 우리 얘기를 들었나 본데...우린 저런 거 떨이칠 때 전문적으로 대량으로 사가는 사람들한테 판다고.. 학생....”
이제껏 부모님 덕에 어느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한 적 없이 살아왔는데 이번만큼은 제 자신을 내려놔야 할 것 같았습니다.
“사장님 저 믿을만한 사람이에요. 저 학생증이라도 맡긴다니까요...”
편의점사장에게 억지로 떠넘기다시피 학생증을 건네주었습니다.
“저 도서관 갈려면 학생증이 꼭 필요하다구요. 그러니 내일 꼭 와서 나머지 돈은 계산을 할게요.”
잠시 동안 학생증을 뚫어지게 보시던 편의점사장의 얼굴에 좀 전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어~~ 한국대 학생이었구만. 우리 아들도 거기 다니는데 허허허허. 옛다 기분이다. 김군아~ 저거 하나 가져와 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혈연, 학연, 지연, 이 삼연은 정말 중요한 가 봅니다.
편의점사장은 직접 상자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찍어서는 제게 그냥 주시려고 했습니다.
아마도 편의점사장님 눈에는 자신의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제가 마치 자신의 아들처럼 느껴지셨나 봅니다.
하지만 선뜻 그냥 받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받으면 제가 줄 사람한테 너무 가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있는 돈은 드리고 내일 꼭 모자란 금액은 가지고 오겠습니다.”
잠시 동안 편의점사장님과 옥신각신 해야 했지만 결국 사장님은 제 고집을 꺾지 못하셨습니다.
그 대신 사장님은 예쁜 카드 한 장을 손수 가져와 건네주셨습니다.
“그럼 이거라도 받으라고. 내 장사하면서 돈을 안 받고 준다는데 자네처럼 끝까지 돈을 지불 하려는 사람은 처음이군. 허허허. 이걸 받는 사람은 가격이상의 가치가 있는 자네 마음까지 받게 되는 거니 분명 받고 기뻐 할 걸세. 누군가에게 주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카드에 멋들어지게 적어서 주라고~~”
알바생에게서 팬을 빌려 앉아있던 의자로 다시 왔습니다.
그리곤 카드에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꾸미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제 마음을 적어나갔습니다.
그냥 누나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왔는데 없나보네.
특별한 날이라 왠지 나도 모르게 용기가 나서
누나를 마주해 볼 생각으로 왔는데 집에 없네.
여기서 무작정 누나를 기다린 지 2시간을 넘어 3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그 시간이 마치 영겁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어쩌면 우린 정말 타이밍이 안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왠지 누나가 손에 들고 있으면 참 예쁠 것 같아서 샀으니
부담 갖지 말고 받아줬으면 좋겠어. -지섭-
써놓고 보니 정말 너무나 두서없이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드엔 더 보태지도 빼지도 않은 지금의 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 글을 희연누나가 읽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창피하기도 하고, 너무 제 욕심이 묻어 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민망하기까지 했습니다.
문득 버릴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제 자신까지 놔 버린 마당에 이것쯤이야 하는 용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을 담은 상자를 들고 희연누나네 빌라 앞으로 다시 갔습니다.
어느새 인적도 줄어들어 이제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3월이라지만 급하게 뛰어오느라 얇게 입어선지 몸도 추워지고 다시금 다리도 쑤셔옵니다.
어쩔 수 없이 얼굴은 보지 못한 채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희연누나네 우편함에 상자를 넣어두고는 머물러 있고만 싶어 하는 발을 억지로 떼 내며 빌라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몇 발 뗀 것 같지도 않은데 아쉬운 마음에 고개가 돌아가집니다.
혹시나 누나가 서있진 않을까 싶어 자꾸 고개가 돌아가기만 합니다.
빌라와 대로변 사이의 길게 늘어진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선 이 골목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길목 입구의 가로등 아래 낯설지 않은 실루엣이 보이고 있습니다.
익숙한 웃음소리까지 들려옵니다.
제 눈과 귀가 인식하기도 전에 제 마음속은 벌써 알아차리고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바로 희연누나였습니다.
늘씬한 자태의 실루엣과 무척이나 밝은 웃음소리.
점점 그 실루엣이 제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희연누나 혼자만의 실루엣은 아니었습니다.
예쁘게 차려입은 희연누나와 머리가 상당히 짧은 남자 한명이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채로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주 잠시지만 희연누나의 미소를 다시 보게 되니 마음이 따뜻해져 왔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남자인 걸 알고는 금세 제 마음은 시려왔습니다.
자꾸만 희연누나 옆의 남자를 살피게 됩니다.
희연누나에게 걸맞을 정도로 키도 크고 마스크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웃는 모습마저 닮아 보여 저도 모르게 질투까지 날 지경이었습니다.
사랑하면 서로 닮는 다더니 희연누나는 그 사이 자신에게 걸맞은 남자를 찾았나 봅니다.
몹시 질투가 났지만, 인정하기 싫었지만... 두 사람은 꽤나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잠시 두 사람의 모습에 정신을 놓고 있다 보니 이 길이 막다른 길이란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젠장... 나가는 길은 여기밖에 없는데.. 하필 여기서 마주치는 걸까’
“따각.......따각....따각...따각”
점차 희연누나의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방해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결국 저는 도로 반대편으로 뛰어 넘어갔습니다.
그리곤 최대한 후드를 깊이 눌러써서 얼굴을 가린 채 빠르게 발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희연누나의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니 바보 같은 제 가슴은 멋대로 뛰고만 있습니다.
누나 옆에는 이제 좋은 사람이 있는데 이놈의 심장은 지금 주제도 모르고 자꾸 뛰고만 있습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마주치기 2m전입니다.
마주치기 1m전입니다
옆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알아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따각..............................”
희연누나의 구두소리가 그 순간 멈추었습니다.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습니다.
희연누나의 구두소리가 멈추자 본능적으로 저는 걸린 걸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방해자가 되기 싫었습니다. 희연누나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습니다.
대로변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저할 틈이 없습니다.
괜히 저와 마주치면 지금 옆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희연누나가 미안해 할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 희연누나의 남자친구는 제 모습을 보곤 그저 이상한 놈으로만 받아들일 것 같았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저미지만, 희연누나의 얼굴을 한 번 만이라도 제대로 싶고 싶었지만 달리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되었습니다.
평소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쉬지도 않고 달려 집 앞까지 도착을 했습니다.
허겁지겁 신발을 내팽개치듯 벗고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불도 켜지 않은 채로 거실 쇼파에 등을 기대곤 맨바닥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용기를 냈고 또 실패를 했습니다.
그래도 어렴풋이나마 희연누나의 모습을 보긴 했습니다.
이것으로라도 만족을 해야 되나 봅니다.
비록 오늘 하루만 벌써 2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희연누나의 밝은 미소가 제 가슴을 도려내듯 후벼 파 왔지만 누나의 모습을 보니 저와는 달리 잘 지내는 것 같아 한편으론 맘이 놓였습니다.
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져 왔습니다. 저만 제외한 채..
내일부터 세상은 제대로 돌아갈 것입니다. 저 하나만 정신 차리면..
‘오늘까지만 이렇게 있자! 내일부터는 정신 차리자 임지섭!!"
오늘은 충분히 인생을 공부했으니 좀 깔아져도 될 것 같습니다.
한때 제 작은 마음에는 2명이나 들어와 있어 너무나 비좁았는데 커져버린 마음과는 달리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습니다.
마음속이 텅 비다 못해 시려옵니다.
두 사람을 함께 담았던 마음인지라 어느새 늘어나 있던 마음은 지금의 구멍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술로써 텅 빈 마음을 다 채워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마시다 남았던 술병들이 바닥에 널려 있습니다.
까지도 않았던 소주 한 병을 들고 입안으로 그저 들이 부었습니다.
“벌컥 벌컥 벌컥 벌컥”
“크 아~~~~”
지금 마시고 있는 소주의 쓴맛은 지금까지 맛본 그 어떤 소주보다 달게 느껴집니다.
오늘 제가 배운 사랑의 쓴맛과 비교하니 무척이나 달콤하기 이를 데 가 없습니다.
어르신들이 가끔 소주를 드시면서 하시던 말이 생각이 납니다.
“캬~~~ 소주 참 달다 오늘...”
아마도 지금의 저처럼 인생의 쓴 맛을 이미 아셨기에 그 쓰디 쓴 소주가 달게 느껴지셨던 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언젠가 제가 나이가 들어 뒤를 돌아봤을 때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인생의 쓴맛도 언젠가는 달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채팅에서 조언을 해줬던 분의 얘기처럼 실패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하지 못했을 이런 생각과 마주하고 있는 절 보게 되니 제 마음도 이제 커나가기 시작하나 봅니다.
나머지 병에 남아있는 소주까지 모조리 비우고 나니 급격하게 취기가 올라오며 하루 종일 피로했던 제 육신을 풀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새 졸음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감정에 휩쓸려 다니느라 제 몸이 피곤한지도 몰랐나 봅니다.
마시 던 자리에 그대로 깔아진 채 무거워진 눈꺼풀이 내려와 버립니다.
자리에 누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꿈인지 생시인지 누가 자꾸만 귀찮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올 사람이 없는데 아마도 꿈인가 봅니다.
꿈에서도 저는 자고 있는 건가 봅니다.
자꾸만 자는데 계속해서 누군가가 귀찮게 하고만 있습니다.
눈도 떠지지 않아 그냥 팔을 들어 절 귀찮게 하는 무언가를 향해 휘휘 내저어 봅니다.
오늘은 꿈에서조차 절 내버려 두려 하질 않나 봅니다.
“아이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 좀”
역시나 꿈인 듯 제 마음속에서 외치던 소리에 귀찮게 굴던 뭔가의 움직임이 멈춘 것 같습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다시 꿈속에서 잠에 빠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악몽과도 같던 오늘 하루, 꿈속에서만이라도 편히 쉬고 싶었습니다.
놈이 저를 또 귀찮게 하고 있습니다.
제 몸이 이제는 뭔가에 밀려 굴러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꿈속에서도 알콜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지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합니다.
힘겹게 눈을 떠봅니다. 생시인가 꿈인가.
희연누나의 모습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제가 술이 완전 취해서 헛것을 보고 있거나 꿈을 꾸고 있나 봅니다.
자동식 도어락이라 열쇠가 없는 희연 누나는 절대 이 집에 들어올 수 없는데 말이죠.
제 간절했던 열망이 꿈속에서라도 희연누나를 만나게 해 주려나 봅니다.
현실의 희연누나에게는 차마 하지 못했던 고백이라도 해봅니다.
“누나 오늘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 내가 있어야 할 누나 옆 자리었는데....”
마음속이 왠지 후련해지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선 만질 엄두도 못 냈던 희연누나의 얼굴도 실컷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팔을 뻗어 희연누나의 얼굴로 보이는 형상을 잠시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느껴집니다.
희연누나의 눈망울에 이슬이 맺혀 있는데, 오히려 누나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너무나 묘한 느낌입니다.
꿈속에서도 누나의 눈물은 마치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더 느끼고, 보고 싶은데 눈앞은 아련해지고만 있습니다.
꿈속에서 제 몸도 피곤했는지 이제야 눈이 감기고 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두통에 잠에서 깨버렸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렇게 많은 소주를 먹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느새 술이 많이 늘었나봅니다. 비록 깔아지긴 했지만...
주방에서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아무래도 도우미 아줌마가 오신 것 같습니다.
잠을 많이 잔건지 몸은 개운한 느낌인데 머리가 멍하고 눈이 제대로 떠지지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숙취라는 놈인가 봅니다.
한동안 제 간의 회복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깡소주의 위력에는 제 간도 속수무책인가 봅니다.
숨을 쉬는데 알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아무래도 진짜 많이 먹긴 많이 먹었나 봅니다.
취할 정도만 마시고 자려고 했는데 즐거울 때는 조절이 되던 술이 마음이 괴로워지니 조절이 안 되었나 봅니다.
갈증이 나고 입안이 텁텁한 게 너무나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아무래도 물을 한잔 마시고 양치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쯤 감긴 눈으로 방문을 열고나와 도우미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한 채로 정수기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찬물을 머그컵에 가득 담아 한 잔을 다 비우곤 다시금 가득 채워 거실 쇼파로 가선 벌러덩 누워버렸습니다.
‘아....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숙취 때문에 몸이 힘겹기만 합니다.
눈을 감고 멍하니 누워 있는데 순간 이상한 느낌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어제가 금요일이었으니 오늘은 분명 토요일일 테고.. 그렇다면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시는 날이 아닌데... 도대체 지금 주방에 있는 사람은 그럼 누구란 말인가???’
순간 소름이 확 끼쳐왔습니다.
‘설마 이마저도 꿈속이란 말인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컵에 남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분명히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게 꿈속은 아닌듯 했습니다.
재차 확인을 위해 제 볼을 세게 꼬집어도 보았습니다.
“윽.....아프다...”
확실히 아픔이 느껴지는 것이 꿈은 아닌 게 확실합니다.
제 눈이 잘못 되었나싶어 억지로 양손으로 눈을 크게 벌려보았습니다.
눈에 피로감은 좀 있지만 잘 보이는 건 확실했습니다.
확인을 위해 부엌쪽에 있는 도우미 아줌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평소 보던 도우미 아줌마에 비해 확실히 키도 크고 무척이나 날씬해 보입니다.
잠깐...............분명 많이 본 실루엣입니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부엌에 있던 사람은 바로 희연누나였습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누나? 희연누나?”
제 말소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뭔가를 열심히 썰고 있던 희연누나가 제 쪽을 살며시 노려보며 서 있습니다.
노려보고 서있는 모습조차 예쁜 게 확실히 희연누나가 맞습니다.
제가 술을 너무 마셔서 미친 게 분명합니다.
허나 허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합니다.
왜 누나가 여기 와 있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쇼파 앞 탁자를 보니 빨간색 하트모양 박스와 사탕봉지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건 어제 제가 희연누나네 우편함에 두고 온 상자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옆에 제 손으로 쓴 카드까지 있습니다.
멍하게 생각을 되짚고 있는 제게 희연누나가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가서 옷 좀 입고 나오지~~~ 어제 벗기느라 무척이나 힘들었거든...”
급하게 제 옷차림을 확인해보니 사각팬티와 박스티만 입고 있었습니다.
잘 입지 않고 자는 잠버릇이 있어서 잘 때는 팬티만 입고 자는 편인데 박스티를 입고 있으니 분명 제가 갈아입은 건 아닙니다.
그리고 분명 저는 어제 거실 쇼파 앞에서 잤는데 일어났을 때는 침대 위였습니다.
너무나 이상하고 소름이 끼쳐옵니다.
도대체 머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 트레이닝팬츠를 입고 밖으로 나와 주방으로 직행했습니다.
희연누나가 주방에서 찌개를 끓이고 있습니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누나?”
너무나 황당해하는 저를 희연누나가 한심스럽게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뭔가 크게 제가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희연누나가 불같이 화를 내고 있습니다.
“들어왔으면 제대로 문단속을 하고 자던가!!! 현관문은 신발에 걸려서 제대로 닫혀있지도 않고, 누가 들어와도 알지도 못한 채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 있고,,,, 내가 어제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니!!!!”
후드를 뒤집어썼는데도 불구하고 어제 희연누나는 예상대로 절 알아봤나 봅니다.
제가 도망치듯 뛰어 가는 걸 보고 걱정이 돼서 저희 집까지 왔나봅니다.
“언제부터 있던 거야?”
거듭되는 질문에 희연누나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저를 바라봅니다.
“너 끌어다 간신히 침대에 눕히고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 챙겨서 집에서 자고 왔지. 아침에 언니하고 오빠한테 사정얘기 하고 아침에 장봐서 왔어. 맘 같아선 어제 도망친 네가 괘심해서 아무것도 안 해 주려고 했는데 내가 저것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 장까지 다 봐 왔다구~~~”
얘기 중 인상을 쓰고 있던 희연누나가 한 곳을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희연누나의 눈길이 닿고 있는 곳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어제 희연누나네 우편함에 넣어 두었던 그 하트모양의 상자였습니다.
순간 부끄러움에 얼굴이 마구 화끈거리고 있었습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어제 희연누나 옆에 서있던 남자에 대한 생각 때문에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이 되고 있었습니다.
“근데 왜 온 거야. 남이야 술에 취해 자던 말던..”
마음속으론 내심 누나를 다시 봐서 좋긴 했지만 그 남자 생각에 입에서는 퉁명스럽게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희연누나는 제 물음에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지 그저 콩나물을 다듬고만 있습니다.
대 놓고 그 남자는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희연누나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그날처럼 알고 싶지만 한편으론 알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희연누나의 눈치를 살피며 느릿느릿 쇼파로 다시 와 앉은 저는 탁자 위에 놓인 하트 박스를 다시금 살펴봤습니다.
빈 봉지가 수북한 게 꽤나 맛있었나 봅니다.
제가 준걸 희연누나가 먹었다는 생각이 드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앞에 놓인 수북한 사탕봉지들을 만지고 있으니 왜 이렇게 행복한 느낌이 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꾸 그 군바리 같은 짧은 머리의 남자가 자꾸 마음속을 헤집어 놓고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그를 향해 미소 짓던 누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갑니다.
이내 다시 마음이 무거워 지고 있습니다.
묻고 싶은데 정말 묻고 싶은데 무슨 얘기가 나올지 겁이 나고 감당이 되질 않습니다.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픈 저와는 달리 희연누나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저 조그마한 상자 하나 때문에 희연누나가 이렇게까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제가 불쌍하고 딱해서 이렇게 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저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어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금 희연누나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치마를 두른 채 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는 희연누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명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희연누나의 마음을 너무나 알고 싶습니다.
그 옆에 있던 남자랑 무슨 사이인지 너무나 알고 싶었습니다.
허나 그러려면 지극한 A형의 기질을 깨뜨릴 또 다른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어차피 어제는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지 않았나. 나에게 남은 건 용기를 내어 보는 것 뿐. 실패를 하더라도 지금과 달라지는 건 없지 않나.’
쭈삣거리며 주방에 있는 식탁까지 걸어갔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다듬고 있던 희연누나가 제가 근처로 오는 소리에 잠시 몇 번 고개를 돌려보곤 이내 하던 일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볍게 말부터 붙여보았습니다.
“누나 그런 것도 할 줄 아는 거야?”
희연누난 제 물음에 잠시 콧방귀를 귀고 있습니다.
“훗, 이거가지고 놀라긴, 나 요리 잘하거든? 웬만한 한식하고 반찬은 다 할 줄 안다구”
손에 물 한방을 안 묻혔을 것 같은 누나의 말에 조금 놀라웠습니다.
“할 줄은 아는데..... 맛은 없는 거 아니야?”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한 제 말에 희연누나가 급정색을 하며 저를 흘겨보고 있습니다.
“내가 언니랑 살면서 얼마나 구박받으면서 배운 건데. 그리고 우리오빠도 어제 와서 맛있다고 난리였거든?”
불현듯 그 군바리 같은 남자의 얼굴이 스쳐지나 갔습니다.
마음속 안에서 뭔지 모를 희망이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혹시 어제... 그 ... 군바리 같은 놈이 누나 오빠야? 머리 엄청 짧은...”
희연누나가 묘한 웃음을 한 채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훗. 자세히도 봤나보네. 그렇게 도망치듯 달려가기만 하더니??”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맞지? 그지 맞지? 어쩐지 둘이 웃는 모습이 너무 닮았다 했어 내가..”
제 말이 뭐가 그리 우스운 건지 희연누나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응.... 우리 오빠야.. 말년휴가 나와서 지금 학교 나오고 있어. 이번 주 일요일날 다시 들어가서 월요일 날 제대한다고 하더라구.”
희망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희연누나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친오빠였습니다.
전 더 용기를 내 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누나의 뒤로 다가갔습니다.
제가 자신의 뒤로 온 걸 느꼈는지 누나가 움직임이 순간 멈춰있습니다.
누나의 체취가 제 코를 찔러 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누나의 온기도 느껴지고 있습니다.
너무나 그리웠던 향기와 온기에 저도 모르게 가슴속 한 구석이 뭉클해져 옵니다.
조리대 앞에 서 있는 희연누나의 뒤에서 양팔을 허리에 감은 채 안아버렸습니다.
급작스런 백허그에 희연누나의 몸이 잠시 움찔거려졌지만 희연누나는 저를 밀쳐내지 않고 그대로 서있기만 했습니다.
이번엔 있는 힘을 다해 안아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절 밀쳐내지 않고 포옹을 받아주고 있습니다.
오징어를 다듬기 위해 쥐고 있던 칼을 한쪽으로 치우고 있습니다.
그리곤 그 손을 자신의 허리에 감겨있는 제 팔에 가만히 얹어 놓고 있습니다.
피부에 닿는 누나의 손길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져 옵니다.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자꾸 입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나와지지가 않습니다.
용기를 내야 누나를 얻을 수 있는데 말이죠.
“희연누나...많이 보고 싶었어. 어제 남자친구랑 있는 줄 알고.. 나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어제서야 누나가 얼마나 내 마음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도 알았어. 앞으론 누나는 다가오지 않아도 돼, 이제 부턴 내가 누나한테 한발, 두발 더 먼저 다가갈게......그리고.”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나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누나의 흐느낌이 느껴집니다.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해야 합니다.
두리뭉실한 말보단 정확한 제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해 누나. 예전처럼 나 좀 좋아해 주면 안 돼?”
흐느끼기만 하던 희연누나가 이내 제 쪽으로 돌아 서서 마주 보고 있습니다.
비록 눈은 눈물에 젖어 있었지만, 무척이나 밝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어제 밤 꿈에서 봤던, 아니 술에 취해서 봤던 누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왜 대답이 없어.....”
누나의 육성으로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아직 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습니다.
희연누나는 쑥스러운지 한동안 그저 얼굴을 붉히며 서 있기만 했습니다.
“듣고 싶어 누나... 누나의 마음을...”
이내 희연누나가 그윽한 눈으로 제 눈을 마주쳐 왔습니다.
“난 말이지.. 너에 대한 내 마음을 알고부턴 한시도 내 마음속에서 널 지운 적이 없어. 나와 마주치게 되면 네가 곤란해 할까봐 너를 피한 것뿐이야. 이제라도 너의 마음을 알려줘서 나 지금 너무 기뻐...”
“사랑해 희연누나.........사.....사......사귀......아.......”
왜 이렇게 말을 더듬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긴장되고 떨리기만 합니다.
“나랑.........사 귈 래....?”
누나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터지고 있었습니다.
“이젠 너 안 놔 줄 거야. 나쁜 년이라 욕해도 양보하지 않을 거야..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젠....”
작은 소리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 눈을 바라보고 있는 누나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제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누나의 눈이 스르륵 감기며 고개가 살짝 들리고 있습니다.
“쪽.................쪼~옥.........쪽”
누나의 입술에 제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졌습니다.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이 제 입술을 거쳐 온몸으로 퍼져 나갑니다.
누나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잡아 당겼습니다.
아슬아슬 붙어 있던 입술이 여운을 남기며 떨어졌습니다.
그 여운이 다시금 서로의 입술을 마주치게 만듭니다.
“쪼~~~~~~~~~~~~~~~~~~~~~~~~~~~~~~~~~~~~~~~~~~~~~~옥”
오랫동안 누나의 입술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운 느낌입니다. 입술을 떼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이대로 영원히 있고만 싶습니다.
물 끓는 소리에 희연누나가 저를 갑자기 밀쳐내고 말았습니다.
“나와~~ 빨리 해서 차려 줄게... 저리 가있어. 방해하지 말고~~”
누나의 옆에서 일분일초도 떨어져 있기가 싫었습니다.
다시금 누나를 뒤에서 안아버렸습니다.
누나의 허리에 감겨있는 양팔을 맞잡고는 절대 풀지 않을 듯 힘을 주고 있었습니다.
허리에 감겨 있는 제 손을 몇 번 치는가 싶던 희연누나는 제 의지를 알게 되었는지 이내 체념하곤 그대로 다듬던 것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머리를 묶어서 틀어 올려서인지 희연누나의 가느다란 목선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저도 모르게 누나의 뒷목에 살짝 입술을 맞추게 됩니다.
희연누나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제게 눈을 흘기고 있습니다.
“싫어?”
제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다시금 하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거듭 입술로 간질이고 있으니 희연누나가 결국 고개를 제 쪽으로 돌립니다.
“칼질하고 있는데 그러고 있으니 그러지.. 간지럽단 말야...쪼~~옴..아이..진짜..너~~”
아무래도 이러다간 희연누나에게 쫓겨날 것 같았습니다.
이왕 쫓겨날 거 조금 더 대담해져 보기로 했습니다.
입술로 누나의 귓불 주변을 살짝 핥았습니다.
희연누나의 몸이 움찔하고 있습니다.
절 밀어낼 줄 알았던 희연누나가 들고 있던 칼을 다시 내려놓고 그냥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너 이런 거 하려고 나한테 고백 한 거야? 너 지금 엄청 엉큼해 보이는 거 알아?”
누나의 핀잔에도 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귓불을 집요하게 핥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누나의 몸이 마구 비비 꼬이고 있었습니다.
“그...그만해....아잉.....간지럽다고 으으윽...... 너 자꾸 그럼 맞어!!!! 아으욱...”
간지럽긴 엄청 간지러운 가 봅니다.
희연누나의 몸이 꽈배기를 틀듯 꼬여 있습니다.
더 그렇게 있고 싶었지만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며 희연누나가 타박을 하는 통에 결국 저는 샤워실에 격리수용 되 버렸습니다.
“너 깨끗이 씻고나와~ 아까 키스할 때 술 냄새가 너무 나서 나도 취하는 줄 알았어...”
비록 누나의 옆에서 쫓겨나게 되어 아쉬웠지만 이젠 언제든 누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샤워를 하는 내내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운동도 빼먹고 같이 보내자고 해 볼 생각입니다. 아마 누나의 마음도 저와 같겠죠?
어느덧 길게 자란 머리를 말리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머리카락이 길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머리가 가라앉아 보입니다.
머리를 좀 다듬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희연누나가 저를 좋아하게 만들고만 싶었습니다.
식탁으로 다가가니 어느새 국과 밥 오징어 초무침등 못 보던 음식들이 식탁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누나의 모습에 저는 더욱 더 누나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희연누나는 대한민국 1등 현모양처 감임엔 틀림없습니다.
“잘 먹을게 누나~~~이제 시집만 오면 되겠는데 흐흐흐”
희연누나가 살짝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그거야~~ 예식장 손잡고 들어가 봐야 아는 거지~~~”
내숭을 떠는 모습도 너무나 예쁘게만 보입니다.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 누나의 입술을 그저 깨물어 주고만 싶었습니다.
입술을 모아 누나 쪽으로 내밀어 봤습니다.
과연 희연누나가 뽀뽀를 해줄까요,
눈을 뜨고 바라보니 희연누나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살짝 눈을 감고 입술을 더 가까이 가져가 봅니다.
그러자 촉촉한 느낌이 입술에 살짝 닿았다 빠르게 떨어집니다.
눈을 뜨니 희연누나의 양 볼이 발그레 빛나고 있습니다.
화끈거리는지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까지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식사 도중 최대한 간절한 눈빛으로 누나를 쳐다봤습니다.
“오늘 뭐 할 거야? 난... 누나랑 종일 같이 있고 싶은데,,,”
희연누나의 얼굴에 미안함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안 돼.... 오늘은... 오빠 곧 제대해서 오늘은 집안 대청소도 해야 되고 정리를 해놔야 되..지금 여기 있는 것도 언니한테 간신히 얘기하고 온 거란 말야..”
결국 어제부터 희연누나의 군바리오빠는 제게 시련만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우리에겐 앞으로 솜사탕처럼 달콤한 미래가 있기에 오늘은 누나를 돌려보내줘야겠습니다.
이번엔 제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뺏기는 바보 같은 일은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희연누나를 내 여자를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해봅니다.
식사 도중 멍 때리고 있는 제가 이상해 보였는지 희연누나가 얼굴쪽으로 손을 가져와 좌우로 흔들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밥상 앞에서~~”
궁금해 하는 누나의 표정이 느껴집니다.
“그냥~ 어젠 내 인생의 최악의 날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서... 지금도 누나가 내 앞에 앉아 있는 게 믿기지가 않아..”
“으이구!! 내가 딴 남자랑 있는 거만 봐도 거품 물 기세구나...호호호”
지영이와의 일은 희연누나가 알 턱이 없었기에 희연누나는 제 말이 자신의 오빠에 대한 얘긴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기에 저는 그저 누나의 말에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까지 누나라고 호칭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누나라고 하면 왠지 거리감이 드는 게 사귀는 사이가 아닌 것같이 느껴지기만 합니다.
은근 슬쩍 이름을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누나의 반응이 어떨지 저 역시 궁금하기만 합니다.
“희연아.....”
“응?”
‘어라.. 내가 호칭을 뺀 걸 모르는 건가...’
누나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제가 원하는 걸 들어주려고 하는 걸까요, 다시 불러보고 싶어졌습니다.
"한.희.연.“
“왜~에 임.지.섭,..... 밥 좀 먹어 이제,,,, 내가 한 게 설마 맛없어서 그래?”
누나가 제 이름을 부르자 잠시 제 자신이 누나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져 왔습니다.
자꾸 이름만 불러대고 말은 안하니 희연누나가 절 흘겨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부르고 나니 왠지 자신감이 생기고 계속 불러주고만 싶었습니다.
“아니 희연이가 처음 해 준 건데 내 입으로 들어가서 사라지니 너무 아까워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도 희연누나의 입꼬리는 올라가서는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누나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당장에라도 안아주고 싶지만 우선은 손수 해준 맛있는 아침부터 뚝딱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턴 제게 희연누나는 누나가 아닌 여자친구인 한희연입니다.
희연이가 해준 정성 때문에 국그릇에 남아있는 국물까지 모두 비워냈습니다.
아침을 이렇게 포만감 있게 먹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희연이 앞에 서서 배를 문지르며 잘 먹었다는 표현을 합니다.
자기가 해준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서 인지 희연이가 제 배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고 있습니다.
배를 매만지던 희연이의 손을 잡아당겨 그대로 안아버렸습니다.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온 희연이의 손이 제 어깨 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희연이의 몸과 제 몸이 무척이나 밀착이 되어 있습니다.
온기가 서려있는 희연이의 가슴이 제 몸에 밀착이 되고 있습니다.
있는 힘껏 안아들자 희연이의 가슴이 눌리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탱탱하면서도 탄력 있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하며 은근슬쩍 손으로 만지고만 싶어집니다.
하지만 식사를 바로 마친 후라 키스하기가 미안해집니다.
양치라도 빨리 하고 와서 안을 걸 그랬습니다.
“떨어지기 싫다 희연아 이러고 한 시간만 있을까?”
“안 돼.. 소화 좀 시키고 나면 운동하러 가야지~~~”
“하루 재끼면 안 되나?”
“안 돼. 나 요즘 살찐 거 같아서. 그리고 여기 와서 사탕을 몇 개나 먹은 건지 몰라....”
살이 찐 곳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눈으로는 찾을 수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손으로 좀 더듬어 봐야겠습니다.
“너~~ 손 손!!!스톱...아잉......스토~~~옵!!!!”
희연이의 말랑한 젖가슴에 손을 대자마자 바로 제지를 당했습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야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잠시 동안 이었지만 그녀의 가슴을 가졌다는 게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늘은 이걸로도 충분히 차고 넘칩니다.
아쉬운 마음에 쇼파에 그대로 널브러지니 희연이가 제 옆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곤 제 볼에 살짝 입술을 맞추어 줍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마~ 항상 옆에 있을 거니까..”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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