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5년 후
카페에 앉아있는 근사하게 생긴 남자가 홀로 앉아있는 모습에 근처에 앉아있는 수많은 여성들은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나이는 얼마정도일까, 앳된 외모는 아니지만 왠지모르게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모습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나이들어보이는 외모는 아니였다. 도대체 누굴 기다리는건지 그는 계속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소리없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에 그를 바라보는 여자들은 심장이 순간 두근거렸다.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어... 여기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우리 조용한데로 갈까요?"
"... 네. 그러죠..."
소개팅을 할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던걸까, 꽤 차려입은 여자의 등장에 그 남자를 바라보고있던 수많은 여성들은 안타까운 탄식을 날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근거없는 희망을 가졌다. 소개팅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 아직 임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렇게 그녀들은 부질없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자리를 옮긴 여자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고는 그와 함께 같은 화면을 보며 이것저것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보내신 작품 말인데요, 그럭저럭 괜찮긴한데 몇몇 부분이... 여기랑... 여기..."
"아... 저도 사실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남자다보니 여성분들 심리묘사는 아직 능숙하지가 않네요. 하하..."
"그래도 저번 작품에 비하면 많이 느셨는데요. 그 부분을 저희가 이렇게 수정해드렸는데, 한번 검토해보세요."
남자는 그녀가 화면에 띄운 워드파일을 읽으면서 그녀의 솜씨에 또 한번 감탄을 했다. 단순히 수정을 한 것 뿐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고쳤는지를 준수가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워드파일이 잘 정리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심리묘사나 표현이 어색했던 부분을 수정하면서도 글의 흐름은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완벽하시네요..."
"후훗. 뭘요. 저희쪽에서 출판하는 소설이니 그정도는 당연한거죠. 게다가 워낙 글솜씨가 좋으셔서 많이 건드릴 필요도 없던걸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직 멀었어요..."
"후훗... 그건 그렇고 이번 소설... 결말은 꼭 그런 식으로 가야되나요?"
"네..."
"의외로 열린결말을 원하시는 독자분들이 많더라구요. 심지어 로맨스 장르 소설인데도 하렘식의 엔딩을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래도 제가 이 소설을 시작할때부터 이 마지막 장면을 가장 먼저 생각해놨었거든요. 그리고 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이 아닌 다른 여자와 이어지는것도 내용상 맞지 않는거같구요."
"... 그건 소설가로써? 아니면 개인적으로써?"
"... 둘 다... 입니다..."
".... 그렇군요... 알겠어요. 아~~~ 그럼 일은 끝!"
여자는 힘든 일을 끝냈다는듯 노트북을 덮고는 뻐근하다는듯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앉아있는 남자가 보든 말든, 아니... 오히려 보란듯이 굳게 닫혀있던 그녀의 셔츠의 단추를 3개를 풀어헤치고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으휴... 소설속에서도 결국 니 부인을 이기지 못하네."
"소설은 소설일 뿐이잖아. 게다가 실화기반 소설도 아니고..."
"누가봐도 니랑 니 부인 얘기거든요~?"
"아니라니깐..."
말로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의 이야기에서 어느정도 모티프를 따왔다는 것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며 그 남자, 아니, 준수는 자신의 소설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편집장인 은혜에게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하긴 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그나저나 애들 많이 컸어? 벌써 못본지 일년이나 지난거같네."
"많이 컸지. 말도 얼마나 잘하는데... 사진 보여줄까?"
준수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고는 그가 아까 은혜를 기다리면서 보고 있던 아이들의 사진을 은혜에게 보여주었다. 은혜는 그 모습을 보며 너무 이쁘다는둥, 너무 귀엽다는둥의 소리를 하며 계속해서 감탄을 하고 있었고, 준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지난날의 날들을 빠르게 회상했다.
영희와의 결혼, 그리고 아이들... 졸지에 4인가정의 가장이 되버린 준수는 학교에서는 대학생활을 하랴, 집에서는 애들을 돌보랴, 밤에는 영희를 상대하랴 정말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가장 힘든 것은 학교를 가기 위해 문밖에 나설때까지 아이들이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계속 울어대는것을 뒤로하고 학교를 가는 것이였다. 그러나 정윤이 함께 살면서 준수에 대한 아이들의 의존은 점차 줄어들었고, 학점관리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준수였기에 1학기를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고등학교때부터 자신의 꿈이였던 소설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연습을 했고, 소설공모전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신인상을 받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였고, 그 이후 좋은 출판사를 만났기에 현재 준수는 꽤나 많이 팔리는 소설의 작가로써 소설계의 유망주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좋은 출판사를 만난것을 완전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출판사의 사장이 바로 수정이였기에... 그리고 출판사와 계약을 하기 위해 회사에 방문했을때 그는 뜻밖에도 세진과 은혜 또한 만날 수 있었다. 세진은 수정의 비서로, 그리고 은혜는 편집장으로 그 회사에 수정과 함께 있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그 인연을 계기로 그녀들은 자신과 영희와의 보금자리에 방문했고, 자신과 영희의 아이인 희철이와 희수를 안았다. 아무것도 모를때인 준수와 영희의 아이들은 낯선 그녀들에게서 친근감을 느꼈는지 말을 할 수 있게된 이후로는 그녀들을 고모라고 부르곤 했다. 물론 아직도 그녀들은 준수를 잊지 못하고, 아니... 포기조차 하지 않은것 같지만 아이들이 그것을 알리도 없었고, 그녀들 또한 준수와 영희 사이에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준수에게 육체적인 관계를 대놓고 요구하진 않았다.
"누나... 아니, 사장님이랑 비서님은... 잘 있지?"
"응. 잘 있지. 안그래도 오늘 보고 가라고 하던데. 잠깐은 들릴 수 있지?"
"응. 잠깐이면 뭐...막차시간만 안늦으면 되."
"우리는 자고 가도 상관없는데. 그러면 부인이 화내겠지?"
준수의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며 은혜는 장난이였다는듯 혀롤 한번 내밀고는 그와 함께 그녀의 회사로 향했다. 비록 수정이 아버지한테 물려받긴 했지만 이정도까지 회사가 성장한데는 수정의 공이 컸다. 국내 출판업계에서는 1,2위를 다투는 이 회사의 특징이 있다면 모든 사원이 다 여자라는것... 이유는 회사에서 그녀들끼리 회사에서 즐기고 싶을때 마음껏 즐기고 싶어서라나 뭐라나...
회사 안의 몇몇 사원들은 준수의 얼굴을 알았기에 영희의 뒤를 따르는 준수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원래 세진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빈 의자만이 있었고, 그럴줄 알았다는듯 은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장실의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얼굴을 맞대고 컴퓨터를 보고 있는 수정과 세진이 있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진짜 오랫만이다~~"
준수를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준수 또한 반가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준수는 수정, 세진과 각각 한번씩 포옹을 했고, 은혜는 아까 자신에게는 왜 포옹을 안해줬냐고 투정을 부렸기에 늦게나마 은혜에게도 가벼운 포옹을 했다.
"어머님은 잘 계시죠?"
그녀들이 준수의 집에 놀러갔을때 우연히 정윤과도 몇번 마주쳤고,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윤은 내심 세진을 제일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나중에 그녀들의 귀에 들어간 이후에는 우월감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참나, 니 정체를 알게되면 너에대한 어머님의 평가도 달라질걸?"
"호호호... 과연 그럴까? 그리고 사장님, 분명히 회사 안에서는 저를 그렇게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호호... 오랫만에 진짜 주인님 앞에서 혼나볼래요?"
"윽..."
"어휴... 준수를 앞에두고 부끄럽게 뭐하는거에요 진짜. 둘다 오늘 집에가서 각오해요."
준수가 그녀들의 대화가 이해가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 은혜는 얼굴을 붉히며 최근 그녀들의 관계를 말해줬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정이 사장, 그리고 세진과 은혜는 사원이였지만 여자들끼리 관계를 가질때만큼은 수정과 세진은 은혜의 몸종 역활을 했다. 그리고 집에서는 수정의 주인노릇을 했었고, 회사 안에서는 세진이 수정의 주인노릇을 했는데, 수정이 회사 안에서 비서한테 욕을 먹는 상황이 흥분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나 뭐라나...
하여튼 준수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굳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녀들의 답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고 그 답은 회사 안 그녀들의 자리에 걸려있는 한 장의 사진이 대신해주기에...
가로등 불빛이 그가 집으로 향하는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녀들을 만나고 오는것은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들이 싫은것은 아니였다. 다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세 여성이 정식으로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는 모두 자신과 결혼을 한 것이라는 말에 조금은 가슴이 저려왔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준수는 자신이 그 답답함을 해소할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행복을 유지하는것... 정말로 어렵게 이뤄낸 영희와의 사랑... 그것만이 방법이란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어, 아빠다~~ 아빠~~~~~~"
꽤 어두운데도 준수의 아들인 희철과 희수는 멀리서오는 자신들의 아빠를 알아보고 달려왔다. 이 시간에 아들과 딸이 자신을 기다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그 또한 놀이터로부터 자신의 자식들이 달려오는것이 반갑기도 해서 자세를 낮추고는 그들을 껴안았다.
"어이구... 우리 왕자님이랑 공주님, 이 시간에 뭐하고 있어어요?"
"엄마가 아빠 올 시간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랬어~? 아빠가 더 빨리 올걸 그랬네."
"괜찮아. 오늘 삼촌이 와서 장난감도 사주고 놀아주다가 갔어."
"그래? 삼촌이?"
준수는 수혁이 왔다간 사실을 듣고 올거면 연락을 하고 왔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 스트레이트로 고시에 붙은 수혁이였기에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제대로 연락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오다니...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삼촌이 재미있게 놀아줬어?."
"응. 근데 아빠가 놀아주는게 더 재미있엉."
"그래... 미안해 아빠가 오늘 같이 못놀아줘서. 그럼 미안하니까 우리 왕자님이랑 공주님 안아볼까?"
"히히... 아빠앙~~"
준수는 한 손에는 희철이를, 한 손에는 희수를 마치 과자봉지 안듯이 안고는 집으로 향했다. 그래, 이 아이들의 미소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행복할 수 있을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영희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빠, 근데... 엄마 울었어..."
"엄마가? 왜!"
"어제밤에 엄마 방에서 아빠 보고싶다고 계속 울었어..."
"맞아.. 아빠, 그냥 앞으로 밖에 안나가면 안되? 엄마 우는거 보기 싫단말이양."
준수는 또 무슨 큰 일이 생긴건가 싶었는데 아이들의 말을 듣고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며 영희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그럼 우리 빨리 엄마한테 가야겠네~? 그치?"
"나왔어 여보."
준수와 아이들이 들어오는 소리에 영희는 청소를 하다말고 재빨리 현관으로 달려왔다. 그녀가 먼저 준수를 반겨주려고 했는데, 영희가 반응하기도 전에 준수는 먼저 영희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녀는 준수를 그리워하며 그에게 안기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녀가 안겨있는 모습을 아이들이 웃으면서 보고있지 민망해졌다.
"여... 여보...! 애들이 보잖아요..."
"당신... 어제 울었다면서...? 미안..."
"누... 누가 울었다고 그러는거에요 지금!"
"애들한테 다 들었어. 미안해... 나도 당신 보고싶어서 죽는줄 알았어."
영희는 그의 말이 사실이였지만 그녀의 자식들이 그녀가 몰래 울고 있었다는 것을 엿본것만으로도 모자라 그 사실을 준수에게 말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당장이라도 애들한테 가서 엉덩이를 몇 대 때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준수에게 안겨있었기에 그저 그의 품에서 아둥바둥거리고 있을 뿐이였다.
"얘들아, 아빠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서 엄마랑 좀 얘기해야되니까 너희들도 방에 들어가서 자렴. 알았지?"
"네 아빠~~"
"너... 너희... 거기 안서~? 엄마한테 혼... 웁... 아..."
영희의 성난 목소리는 준수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포개는 것으로 가로막혔다. 그리고 자신의 아빠가 엄마와 입을 맞춘채 침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희철과 희수는 자신들의 방 문을 닫고는, 문에 등을 기대 키득키득거렸다.
"희수야, 엄마는 아빠를 너무 좋아하는거같아. 그치?"
"그래? 내가 보기에는 아빠가 엄마를 더 좋아하시는거같은데."
"음... 모르겠당. 너무 어려워. 그냥 아빠랑 엄마랑 계속 오래오래 좋아했으면 좋겠당. 그치?"
"응. 히히... 엄마 좋겠다. 오랫만에 아빠한테 사랑받아서."
"그러게... 킥킥..."
"희철아. 나 동생 생겼으면 좋겠어."
"나두... 내일 아빠랑 엄마한테 동생좀 낳아달라고 말해보자. 킥킥..."
아이들은 정말 순진하게 그들이, 자신들의 아빠와 엄마인 준수와 영희가 정말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사랑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 The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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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에필로그네요.
너무 잘쓰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그런지 너무나도 부족한거같네요. 부담도 많이 되고...
아니면 나중에 멘탈 조금 괜찮아졌을때 쓸까도 생각해봤는데,
이 소설을 더 붙잡고 있으면 더 힘들어질거 같아서 이만 놔주려고 합니다.
그동안 그렇게 그들은... 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더 자세한 소감은 작가게시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5년 후
카페에 앉아있는 근사하게 생긴 남자가 홀로 앉아있는 모습에 근처에 앉아있는 수많은 여성들은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나이는 얼마정도일까, 앳된 외모는 아니지만 왠지모르게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모습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나이들어보이는 외모는 아니였다. 도대체 누굴 기다리는건지 그는 계속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소리없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에 그를 바라보는 여자들은 심장이 순간 두근거렸다.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어... 여기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우리 조용한데로 갈까요?"
"... 네. 그러죠..."
소개팅을 할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던걸까, 꽤 차려입은 여자의 등장에 그 남자를 바라보고있던 수많은 여성들은 안타까운 탄식을 날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근거없는 희망을 가졌다. 소개팅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 아직 임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렇게 그녀들은 부질없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자리를 옮긴 여자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고는 그와 함께 같은 화면을 보며 이것저것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보내신 작품 말인데요, 그럭저럭 괜찮긴한데 몇몇 부분이... 여기랑... 여기..."
"아... 저도 사실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남자다보니 여성분들 심리묘사는 아직 능숙하지가 않네요. 하하..."
"그래도 저번 작품에 비하면 많이 느셨는데요. 그 부분을 저희가 이렇게 수정해드렸는데, 한번 검토해보세요."
남자는 그녀가 화면에 띄운 워드파일을 읽으면서 그녀의 솜씨에 또 한번 감탄을 했다. 단순히 수정을 한 것 뿐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고쳤는지를 준수가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워드파일이 잘 정리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심리묘사나 표현이 어색했던 부분을 수정하면서도 글의 흐름은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완벽하시네요..."
"후훗. 뭘요. 저희쪽에서 출판하는 소설이니 그정도는 당연한거죠. 게다가 워낙 글솜씨가 좋으셔서 많이 건드릴 필요도 없던걸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직 멀었어요..."
"후훗... 그건 그렇고 이번 소설... 결말은 꼭 그런 식으로 가야되나요?"
"네..."
"의외로 열린결말을 원하시는 독자분들이 많더라구요. 심지어 로맨스 장르 소설인데도 하렘식의 엔딩을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래도 제가 이 소설을 시작할때부터 이 마지막 장면을 가장 먼저 생각해놨었거든요. 그리고 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이 아닌 다른 여자와 이어지는것도 내용상 맞지 않는거같구요."
"... 그건 소설가로써? 아니면 개인적으로써?"
"... 둘 다... 입니다..."
".... 그렇군요... 알겠어요. 아~~~ 그럼 일은 끝!"
여자는 힘든 일을 끝냈다는듯 노트북을 덮고는 뻐근하다는듯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앉아있는 남자가 보든 말든, 아니... 오히려 보란듯이 굳게 닫혀있던 그녀의 셔츠의 단추를 3개를 풀어헤치고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으휴... 소설속에서도 결국 니 부인을 이기지 못하네."
"소설은 소설일 뿐이잖아. 게다가 실화기반 소설도 아니고..."
"누가봐도 니랑 니 부인 얘기거든요~?"
"아니라니깐..."
말로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의 이야기에서 어느정도 모티프를 따왔다는 것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며 그 남자, 아니, 준수는 자신의 소설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편집장인 은혜에게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하긴 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그나저나 애들 많이 컸어? 벌써 못본지 일년이나 지난거같네."
"많이 컸지. 말도 얼마나 잘하는데... 사진 보여줄까?"
준수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고는 그가 아까 은혜를 기다리면서 보고 있던 아이들의 사진을 은혜에게 보여주었다. 은혜는 그 모습을 보며 너무 이쁘다는둥, 너무 귀엽다는둥의 소리를 하며 계속해서 감탄을 하고 있었고, 준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지난날의 날들을 빠르게 회상했다.
영희와의 결혼, 그리고 아이들... 졸지에 4인가정의 가장이 되버린 준수는 학교에서는 대학생활을 하랴, 집에서는 애들을 돌보랴, 밤에는 영희를 상대하랴 정말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가장 힘든 것은 학교를 가기 위해 문밖에 나설때까지 아이들이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계속 울어대는것을 뒤로하고 학교를 가는 것이였다. 그러나 정윤이 함께 살면서 준수에 대한 아이들의 의존은 점차 줄어들었고, 학점관리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준수였기에 1학기를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고등학교때부터 자신의 꿈이였던 소설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연습을 했고, 소설공모전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신인상을 받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였고, 그 이후 좋은 출판사를 만났기에 현재 준수는 꽤나 많이 팔리는 소설의 작가로써 소설계의 유망주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좋은 출판사를 만난것을 완전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출판사의 사장이 바로 수정이였기에... 그리고 출판사와 계약을 하기 위해 회사에 방문했을때 그는 뜻밖에도 세진과 은혜 또한 만날 수 있었다. 세진은 수정의 비서로, 그리고 은혜는 편집장으로 그 회사에 수정과 함께 있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그 인연을 계기로 그녀들은 자신과 영희와의 보금자리에 방문했고, 자신과 영희의 아이인 희철이와 희수를 안았다. 아무것도 모를때인 준수와 영희의 아이들은 낯선 그녀들에게서 친근감을 느꼈는지 말을 할 수 있게된 이후로는 그녀들을 고모라고 부르곤 했다. 물론 아직도 그녀들은 준수를 잊지 못하고, 아니... 포기조차 하지 않은것 같지만 아이들이 그것을 알리도 없었고, 그녀들 또한 준수와 영희 사이에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준수에게 육체적인 관계를 대놓고 요구하진 않았다.
"누나... 아니, 사장님이랑 비서님은... 잘 있지?"
"응. 잘 있지. 안그래도 오늘 보고 가라고 하던데. 잠깐은 들릴 수 있지?"
"응. 잠깐이면 뭐...막차시간만 안늦으면 되."
"우리는 자고 가도 상관없는데. 그러면 부인이 화내겠지?"
준수의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며 은혜는 장난이였다는듯 혀롤 한번 내밀고는 그와 함께 그녀의 회사로 향했다. 비록 수정이 아버지한테 물려받긴 했지만 이정도까지 회사가 성장한데는 수정의 공이 컸다. 국내 출판업계에서는 1,2위를 다투는 이 회사의 특징이 있다면 모든 사원이 다 여자라는것... 이유는 회사에서 그녀들끼리 회사에서 즐기고 싶을때 마음껏 즐기고 싶어서라나 뭐라나...
회사 안의 몇몇 사원들은 준수의 얼굴을 알았기에 영희의 뒤를 따르는 준수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원래 세진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빈 의자만이 있었고, 그럴줄 알았다는듯 은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장실의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얼굴을 맞대고 컴퓨터를 보고 있는 수정과 세진이 있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진짜 오랫만이다~~"
준수를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준수 또한 반가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준수는 수정, 세진과 각각 한번씩 포옹을 했고, 은혜는 아까 자신에게는 왜 포옹을 안해줬냐고 투정을 부렸기에 늦게나마 은혜에게도 가벼운 포옹을 했다.
"어머님은 잘 계시죠?"
그녀들이 준수의 집에 놀러갔을때 우연히 정윤과도 몇번 마주쳤고,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윤은 내심 세진을 제일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나중에 그녀들의 귀에 들어간 이후에는 우월감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참나, 니 정체를 알게되면 너에대한 어머님의 평가도 달라질걸?"
"호호호... 과연 그럴까? 그리고 사장님, 분명히 회사 안에서는 저를 그렇게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호호... 오랫만에 진짜 주인님 앞에서 혼나볼래요?"
"윽..."
"어휴... 준수를 앞에두고 부끄럽게 뭐하는거에요 진짜. 둘다 오늘 집에가서 각오해요."
준수가 그녀들의 대화가 이해가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 은혜는 얼굴을 붉히며 최근 그녀들의 관계를 말해줬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정이 사장, 그리고 세진과 은혜는 사원이였지만 여자들끼리 관계를 가질때만큼은 수정과 세진은 은혜의 몸종 역활을 했다. 그리고 집에서는 수정의 주인노릇을 했었고, 회사 안에서는 세진이 수정의 주인노릇을 했는데, 수정이 회사 안에서 비서한테 욕을 먹는 상황이 흥분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나 뭐라나...
하여튼 준수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굳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녀들의 답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고 그 답은 회사 안 그녀들의 자리에 걸려있는 한 장의 사진이 대신해주기에...
가로등 불빛이 그가 집으로 향하는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녀들을 만나고 오는것은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들이 싫은것은 아니였다. 다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세 여성이 정식으로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는 모두 자신과 결혼을 한 것이라는 말에 조금은 가슴이 저려왔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준수는 자신이 그 답답함을 해소할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행복을 유지하는것... 정말로 어렵게 이뤄낸 영희와의 사랑... 그것만이 방법이란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어, 아빠다~~ 아빠~~~~~~"
꽤 어두운데도 준수의 아들인 희철과 희수는 멀리서오는 자신들의 아빠를 알아보고 달려왔다. 이 시간에 아들과 딸이 자신을 기다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그 또한 놀이터로부터 자신의 자식들이 달려오는것이 반갑기도 해서 자세를 낮추고는 그들을 껴안았다.
"어이구... 우리 왕자님이랑 공주님, 이 시간에 뭐하고 있어어요?"
"엄마가 아빠 올 시간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랬어~? 아빠가 더 빨리 올걸 그랬네."
"괜찮아. 오늘 삼촌이 와서 장난감도 사주고 놀아주다가 갔어."
"그래? 삼촌이?"
준수는 수혁이 왔다간 사실을 듣고 올거면 연락을 하고 왔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 스트레이트로 고시에 붙은 수혁이였기에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제대로 연락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오다니...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삼촌이 재미있게 놀아줬어?."
"응. 근데 아빠가 놀아주는게 더 재미있엉."
"그래... 미안해 아빠가 오늘 같이 못놀아줘서. 그럼 미안하니까 우리 왕자님이랑 공주님 안아볼까?"
"히히... 아빠앙~~"
준수는 한 손에는 희철이를, 한 손에는 희수를 마치 과자봉지 안듯이 안고는 집으로 향했다. 그래, 이 아이들의 미소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행복할 수 있을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영희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빠, 근데... 엄마 울었어..."
"엄마가? 왜!"
"어제밤에 엄마 방에서 아빠 보고싶다고 계속 울었어..."
"맞아.. 아빠, 그냥 앞으로 밖에 안나가면 안되? 엄마 우는거 보기 싫단말이양."
준수는 또 무슨 큰 일이 생긴건가 싶었는데 아이들의 말을 듣고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며 영희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그럼 우리 빨리 엄마한테 가야겠네~? 그치?"
"나왔어 여보."
준수와 아이들이 들어오는 소리에 영희는 청소를 하다말고 재빨리 현관으로 달려왔다. 그녀가 먼저 준수를 반겨주려고 했는데, 영희가 반응하기도 전에 준수는 먼저 영희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녀는 준수를 그리워하며 그에게 안기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녀가 안겨있는 모습을 아이들이 웃으면서 보고있지 민망해졌다.
"여... 여보...! 애들이 보잖아요..."
"당신... 어제 울었다면서...? 미안..."
"누... 누가 울었다고 그러는거에요 지금!"
"애들한테 다 들었어. 미안해... 나도 당신 보고싶어서 죽는줄 알았어."
영희는 그의 말이 사실이였지만 그녀의 자식들이 그녀가 몰래 울고 있었다는 것을 엿본것만으로도 모자라 그 사실을 준수에게 말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당장이라도 애들한테 가서 엉덩이를 몇 대 때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준수에게 안겨있었기에 그저 그의 품에서 아둥바둥거리고 있을 뿐이였다.
"얘들아, 아빠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서 엄마랑 좀 얘기해야되니까 너희들도 방에 들어가서 자렴. 알았지?"
"네 아빠~~"
"너... 너희... 거기 안서~? 엄마한테 혼... 웁... 아..."
영희의 성난 목소리는 준수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포개는 것으로 가로막혔다. 그리고 자신의 아빠가 엄마와 입을 맞춘채 침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희철과 희수는 자신들의 방 문을 닫고는, 문에 등을 기대 키득키득거렸다.
"희수야, 엄마는 아빠를 너무 좋아하는거같아. 그치?"
"그래? 내가 보기에는 아빠가 엄마를 더 좋아하시는거같은데."
"음... 모르겠당. 너무 어려워. 그냥 아빠랑 엄마랑 계속 오래오래 좋아했으면 좋겠당. 그치?"
"응. 히히... 엄마 좋겠다. 오랫만에 아빠한테 사랑받아서."
"그러게... 킥킥..."
"희철아. 나 동생 생겼으면 좋겠어."
"나두... 내일 아빠랑 엄마한테 동생좀 낳아달라고 말해보자. 킥킥..."
아이들은 정말 순진하게 그들이, 자신들의 아빠와 엄마인 준수와 영희가 정말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사랑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 The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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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에필로그네요.
너무 잘쓰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그런지 너무나도 부족한거같네요. 부담도 많이 되고...
아니면 나중에 멘탈 조금 괜찮아졌을때 쓸까도 생각해봤는데,
이 소설을 더 붙잡고 있으면 더 힘들어질거 같아서 이만 놔주려고 합니다.
그동안 그렇게 그들은... 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더 자세한 소감은 작가게시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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