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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18 834회 0건

1부 9장 목격

“선생님, 저 오늘 5교시 때 3반에 들어가서 수업해요.”

아침에 은희가 내게 다가와서 살짝 말했다. 교생 첫 주를 보내고 벌써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한다고 한다.

국어과는 수업 시수가 많으니 은희에게 수업 한 차시를 맡기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럼 차라리 같은 국어과 교사가 은희를 맡아도 될텐데 어쩌다가 생물과인 나한테 왔는지 의아했다.

“응, 그래 처음 들어가는 거지? 너무 긴장하지 말고... 넌 아마 잘 할 거야.”

“네, 그래도 수업은 처음이라 무척 떨려요. 헤헷.”

그녀의 샐쭉한 웃음은 여고생이던 4년 전과 다를 게 없이 싱그러웠다. 나는 그 웃음에 예전처럼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이제 그럴 수가 없었다.

시간을 거슬러 이 자리에, 예전처럼 은희가 웃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그 사이에 있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그건 긴 시간이 주는 이질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내 죄책감의 형상화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걸로도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 음... 그 시간에 나도 수업이 없으니까 한번 슬쩍 보러 갈게.”

“압! 안 돼요. 선생님이 오시면 더 긴장되는데요.”

그녀는 볼에 공기를 불어넣고는 고개를 내밀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은희의 표정이 들떠 보였다. 내가 가는 것이 좋을지 솔직히 확신이 서지는 않았지만 나는 지금 순간만큼은 그녀와 함께 들뜬 마음이었다.

“그래, 5교시라고 했지. 아마 점심 먹고 난 후라서 애들이 좀 힘들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그게 걱정이에요. 하지만 저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답니다. 후훗”

은희는 살짝 웃으며 자기 가방 속에 손을 넣었다. 뭔가를 열심히 뒤적이며 찾는 그녀. 손에서 작은 초콜릿 꾸러미를 꺼냈다.

“짜쟌!”

“그게 뭐니?”

“흠흠!! 이게 바로 자던 아이들도 눈이 번쩍 뜨게 만든다는 OO초콜릿이에요.”

은희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초콜릿을 내 눈 앞에 꺼내 놓았다. 불쌍한 은희...

“에휴...”

“에? 선생님, 왜요? 뭔가 제가 잘못했나요?”

“은희야... 요즘 애들이 어떤데. 너네 때와는 또 달라요. 정은희 선생님, 요즘 애들은 말이죠, 이런 걸로도 깨우지 못한답니다.”

“잉... 왜 그렇지. 난 학교 다닐 때 쌤이 이거 주면 정말 수업 열심히 들었는데...”

풀이 죽은듯한 그녀는 작은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 모습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러니까 예전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겠다는 진심이라면... 꼭 모든 학생에게는 아니더라도, 너를 알아주는 아이들이 있을 거야.”

“정말 그럴까요?”

은희는 나를 올려다보며 다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강 선생님.”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혜영이었다. 그녀는 3층 계단에서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 왔다.

“아, 저는 그럼 이만...”

은희는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혜영이는 나에게 다가와서 살짝 물었다.

“뭐야, 둘이 분위기가 이상해요?”

“아닙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나는 약간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흠... 뭐, 우리가 용건이 있어야만 보는 사인가요? 섭섭하네요 강 선생님.”

혜영이는 딱딱한 말투에 섞인 가시가 돋친 말을 뱉고는 내게 살짝 다가와 다시 말했다.

“아무리 옛날에 제자였다고 해도 학교에서 이러시면 곤란해요.”

나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 한발 뒤로 물러섰다. 혜영이는 그런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짐짓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강 선생님, 점심 드시고 시간 되시면 음악실에 좀 들러 주시겠어요? 애들이 과학실에 가야 할 물건을 음악실에 놓고 갔지 뭐에요.”

나는 그녀와 계속 함께 있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가지요.”

“네, 그럼 기. 다. 리. 고. 있을게요. 후훗...”

혜영이는 묘한 억양을 섞어서 기다린다는 말을 강조하고는 뒤돌아서서 갔다. 나는 그녀의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를 보면서 왠지 모를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혜영이의 예쁘게 뻗은 다리와 가늘고 긴 허리에 매혹되었지만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수록 헤어 나올수 없는 수렁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왜 내가 그녀 앞에서 이렇게나 움츠러드는 걸까? 그저 내 담당 교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또 어째서 그녀는 남편이 있는데도 내 앞에서 이리 당당할 수 있는 걸까?



음악실은 학교 4층의 왼쪽 모퉁이 구석에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새로 음악실을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목소리와 악기 소리가 다른 교실 수업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외진 곳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음악실까지 찾아오는 것을 아주 귀찮아했다. 의외로 여학생들은 음악 수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어느 학교에나 있을법한 괴담 중에 꼭 음악실에 관련된 것이 있듯, 이 학교에도 밤 12시만 되면 음악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거나, 혹은 음악실로 가는 계단의 13번째를 밟으면 안 된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실은 주변은 수업이 없으면 아이들이 거의 드나들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음악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하고 안에서 혜영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직도 구식 미닫이문인 음악실의 문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문은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열렸다.

“아, 강 선생님 잘 오셨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혜영이는 기다린다는 말을 다시금 강조하며 나를 보며 싱긋이 웃어 보였다. 내가 오기를...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혜영이는 음악실 한쪽에 마련된 개인 사무용 책상에서 일어나서 내게 다가왔다.

“과학실 물품이 어디 있죠?”

“그건 제가 잘 보관해 뒀어요. 그건 그렇고 보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지나치게 딱딱하게 말하는 거 아냐 오빠?”

그녀는 이제 시시한 연극 따윌랑 그만하자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리고 그건 아무래도 나 보다야 너를 위해서이기도 하잖아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내게 살며시 다가와서 한쪽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럼... 뭐든 조심해야지. 그건 그리고 오빠도 마찬가지야.”

나는 혜영이가 뭘 말하는 건지 의아했지만 곧 그건 은희와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이 불연 듯 떠올랐다.

혜영이는 다른 한 쪽 손을 내 가슴에 갔다 대고는 다시 말했다.

“난 말이지, 그 애가 왜 이 학교에 왔는지는 잘 몰라.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고 있어. 그게 뭔지 알아요?”

“글세...”

“이건... 여자의 육감 같은 건데. 그 애는 아직 오빠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지도 몰라.”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혜영이는 후훗 하고 웃으며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려 바지 위, 내 자지가 있는 곳에 갔다 대었다.

“한 가지 알려줄까?”

혜영이의 손이 점점 노골적으로 내 자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내 아랫도리는 내 생각과 다르게 육체적인 자극에 솔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점점 가슴이 뛰어왔다. 마치 어릴 적 엄마 몰래 엄마의 지갑을 열고 돈을 훔쳤던 그 때처럼.

“4년 전 그 일. 징계위원회까지 가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알아?”

그녀의 손은 이제 내 허리띠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바지춤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손의 온기가 내 자지를 휘감았다.

“오빠는 아마도 그 일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말야...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란 건 없어.”

혜영이는 이제 거의 발기한 내 자지를 손으로 꾹 움켜쥐었다. 제법 강한 힘으로 압박하는 그녀의 손길에 나는 약간의 고통까지 느꼈다.

“아으윽...”

“남자들은 말야. 여기 이걸 가지고 놀길 좋아하지. 하지만 가지고 놀고 나면 뒷정리를 잘 하지 않는단 말야. 그게 문제라고.”

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내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자지와 달리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그 일을 알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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