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우리가 먼저 도착하겠지?”
“아무래도 그럴 것 같은데요......”
“예림이 입이 댓발이나 빠져나와 있을거야...하하하...”
“하하하하......그래도 오랜만에 아버지랑 오붓하게 대화하면서 오면 좋죠 뭐..”
“그 녀석이? 푸흡......좋기도 하겠다......지내다 보면 알겠지만 예림아빠가 얼마나 재미없는 사람인데.......아마 올라오는 내내 말 몇마디 안나눌걸?”
“하하하하.......정말요?...이상하다...아버지....저한테는 그래도 말씀 많이 하시는 편인데...”
“누구처럼......다 늦게 아들하나 얻은 기분 들어서 좋은가부지 뭐......”
“어머님처럼요? 하하하하하.......”
“후후....근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그 어머님이란 호칭.........좀 안어울린단 생각 안들어?”
“음.......어머님을 어머님이라 부르는 건 당연한건데......마땅히 그렇게 불러야 하지만.....우리 어머님께선 너무 젊으셔서.........좀 그렇긴 하죠? 하하하하......”
“그렇다니까!!!!!!지난번 우리 데이트할 때........카페주인 하는 말 못들었어? 아들이라니깐 안 믿어했잖아......”
“아........기억나요.........연인인줄 알았다는.........하하하하하...........”
“호호호호........이 나이에 그거까지 바라면 그거야말로 정말 주책이고...........암튼........어머니는 좀 아니다.......그치?”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지만.......음..........마땅히 부를만한 호칭이 없는데요?...엄마? 하하하하..”
“취했을 땐 잘도 부르더니 깨니까 되게 어색해해........푸흡...........”
“엄마라고 부를게요 그럼........엄마........하하하하......”
“.................................”
“에헴..........이 호칭도 영 아니다 싶으신 거에요?”
“아니.......어머님 보다야 낫다....엄마..............엄마라..........후후.......”
“제가 너무 밟았나봐요......아버지차 아까부터 눈에 계속 안들어오네요.......”
“그 인간이 원래 좀 느려서 그래........신경쓰지마........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운전만 고집하니까.........”
“아......네에.........”
코 끝을 간질거리게 하던 봄내음의 진동........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큰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듯....
활동에 제한이 있었던 추운날씨가 풀리자
수도권 인근 도로는 어딜 가도 나들이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예림이가 그렇게 좋아?”
“하하하......그럼요.........좋죠.......제겐 과분하다 싶을만큼.......”
“뭐가 과분해.....오히려 예림이가 과분해해야지.......”
“아뇨......전혀 그런 생각 않습니다.....그렇게 생각한다면 제가 정말 나쁜 놈이에요....”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내 눈엔 아직....마냥 철딱서니 없는 애 같기만 한데....쯧...”
“엄마 눈에는 그렇죠...근데 저는 다 좋아요...하하하하......전부.....콩깍지가 씌였는지는 몰라도....무슨 행동을 해도 예쁘게만 보이는데.....하하하하...”
“푸흡...........”
“엄마 닮아서 얼굴 이쁘죠......싹싹하죠........이런 말하면 흉 보실지 모르겠지만.....몸매 좋죠....더구나..어리디 어리죠.........얼마나 좋아요.....하하하하하.....”
“내가 예뻐?”
“네?...........아.....아....그럼요........엄마는 그 날 카페주인이 했던 말....립서비스로 들으셨을지 모르겠지만......저랑 같이 나가면 애인으로 봐도 별 무리 없을만큼....고우시다니깐요................게다가 ......예림이가 아버지 닮지 않아서 .......엄마 닮아서 키도 크고.........몸매도...........판박이잖아요 판박이...하하하하......”
“빈말이라도 고맙네 뭐.........이긍.................”
“빈말 아닌데.......진짠데.............허 참.................”
“웃고 떠들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모르겠고.......벌써 거의 다 와가는거지?..”
“네.........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이만해도 성공한 귀경길이네요.......읏차.............”
막히던 도로가...
좀 더 막히길 소원했던 것은..........
어쩌면 지난 밤에 피어난 은밀한 열기가 아직 그녀의 몸에 남아 있어서였을지도...
“이번주는 그럼 우리집에서 출퇴근하는거지?”
“음.....전부는 안될 것 같아요......길어야 사나흘?”
“아무래도....사업 하다보면 약속도 많을 거고.....늦게 들어오는 일도 많겠지 뭐...그렇지?”
“네......주중에 중요한 미팅도 있고....미팅 끝나면 아무래도 술자리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라........더군다나 옷도 사흘정도만 예상하고 싸와서 집으로 들어가긴 해야 할 거에요..”
“있을 때만이라도.....편히 지내.......어려워 생각말고......알겠지?”
“네 그럼요.......하하하하..........”
“안녕히 주무세요~~~”
“성호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한다니까...늦게까지 놀아달라고 하지말고....”
“엄마는 내가 모르는 오빠 스케줄까지 어떻게 알아? 오빠가 올라오는 차에서 그렇게 말했어?”
“잠 달아나게 시비 걸지 말고 이것아.......알았어 몰랐어!!!!!!”
“칫.......몰라몰라......오빤 벌써 아까부터 곯아 떨어졌는데 뭐........그러게 술을 좀 작작 먹여야지...우리집 엄마아빠는 전생에 술이랑 무슨 원수를 졌는지...”
“쉰소리 말고..........넌..........그날 아니야?”
“풉..........하여간..........할 말 없으니깐 괜히..........말돌리고 그래........칫......”
“시작했어?”
“어.........아까 출발하기 전에......”
“그래?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네......오는 길에 그랬으면 어쩔뻔 했어........쯧........”
“이미 아침부터 하고 있었거등요!!!!!!!!!”
“조용히 말해 이것아........누가 들으면 어쩌려고.......쯧쯧....”
“들으면 어때....아빠는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오빠도 뭐.........”
“어이구 잘났다 인간아.....그런것도 말했니? 쯧쯧쯧쯧..........어떻게 된게 이렇게 철이 없다니 정말...어휴......쯧쯧쯧쯧.......”
“우쒸.......몰라몰라..........나 들어갈거니까.......엄마두 얼른 들어가 주무셔.......”
“침대 작은데....넌 밑에서 자!!!!!!!!!알겠어?!!!!!!!”
“뻬~~~~~~~~~~~~~~~~~”
“저게저게..........어휴 저 화상..........”
그리고....
모두가 잠든 듯 했던 새벽녘...
비록 긴밤 내내....어제와 같은 딸의 신음성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당신은 어제와 다를바 없이 뜬눈으로 하얀 새벽을 맞이해야만 했고.............
“쯧쯧쯧........지금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대......그렇게 알아듣게 말했건만............”
‘똑똑..........’
딸 방에서 새어나오던 불빛에 이끌려..........
그녀는 결코 열어 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상자 같은 문을 열어 제끼기에 이르렀으니...........
‘헉!!!!!!!!!!!!!’
외마디 비명이
하마터면 자신의 입밖으로 터져 나올 뻔 했던 방안의 광경..............
그녀는 두눈으로 앞에 펼쳐져 있던 그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야 말았다.
딸이야 원래 어렸을 적부터 저런 모습으로 잠을 청한다지만.....
아들......아니 사위는
그나마 속옷 조각 하나 걸치고 있던 딸보다 더한 전라의 모습으로 잠에 취해 있었고.......
그것으로 끝났으면 다행이었겠지만.....
밑둥을 움켜쥔 채 잠들어있던 예림이의 손 위로 솟아나 있던.......
검붉은 색깔의 거대한 형체..............
그것을..............결국.....................
‘하아..........저게.....저걸.....몸으로......... 가능키나 한 거야?’
보고야 말았으니........
머릿속 깊은 곳에 꼭꼭 각인시키고야 말았으니.........
“원래 아버지는 이렇게 일찍 출근하시는 거에요?”
“오늘 같은 월요일은 좀 더 일찍 나가고......따지고보면 거기서 거기야...거의 매일 비슷비슷하지 뭐....국 식는다 얼른 먹어......”
“괜히 저 때문에 엄마 아침상 두 번 차리게 됐네요......후룹~~~으......시원하다.......국물이....아주 죽여요.....하하하하......”
“괜찮지?........쟤 이모가 보내온 건데.......아침 해장국으론 이만한 것도 없어...”
“완전...하하하........저도 모르게 예림이 말투 따라가네요..암튼...정말 국물맛 죽여요..후루룹.......크아........”
“조개 껍데기는 내가 다 발랐으니까............밥 말아서 먹어....그럼 든든할거야.....”
“네..................”
풍성하기 그지없던 아침상.......
이런 아침식사를 얼마만에 받아보는건지......
자신의 생에 있어 과연 받아본 적이 있기라도 했는지.......
쓴 웃음을 띄울 수 밖에 없었던 그날 아침의 일상은
눈 비비고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그를 배웅해주던 예림이의 도둑키스로 일단락을 내렸지만...
운전대를 잡아가던 그의 마음은 웬지 모를 씁쓸함의 기분도 동시에 찾아들고 있었다.
“금요일? 허얼..........야 금요일은 안돼.....”
“왜? 그날 약속 있냐?”
“어...약속도 있고.....설령 약속 없어도 그날은 힘들어.....”
“펑크내......아니면 연기하던가......당기던가..........알겠냐?”
“우라질 놈........안된다니까 그러네..........왜 하필이면 그날이야...안돼안돼....”
“이미 7명이나 참석한다고 도장 찍었구만......이게 어디서 개수작이야....잔말말고 무조건 참석해!!!”
“히야.........우리 형교..........여기서 인간관계 드러나는구만.........너랑 숙이 포함해서 7명? 그럼 다섯명 나온다는 얘기네..........누구누구 나오는데?”
“험험........우리 쑥이 제외하면 모두 불알냄새 풍기는 새끼들뿐이지만.....암튼간......넌 무조건 참석해야돼!!!!!!알겠냐!!!!!!!”
“모르겠다.......절대 장담 못한다...그날은 내가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기도 하고......”
“회의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다...........회의 끝나고 오면 되지 이 시키야....이게 어디서..”
“찬조금만 보내면 안될까나?”
“지랄한다.......누군 돈이 없어서 이 지랄떠는줄 알어?.....이게 정말......간만에 친구가 상경해서 어찌 사는지들 스캔 한번 떠보겠다는데.......확.......오는 걸로 알고 기어올라가마.....알긋쟈?”
“컹.........개시키.........몰라몰라.....그날 상황 보고 연락할게.......”
“오이냐.........여보...........쑥아...............성호 참석!!!!!!!”
“큭......그만 끊어 임마............나 집에 다 왔어..........”
“사장이란 놈이 왜케 늦게 다녀!!!!!!!!빨빨리 퇴근해야 아랫것들도 눈치 안보고 일찍들어갈거 아냐.....하여간 독한 새끼라니깐.......끊어!!!!!!!”
“흐흐흐...........그려.......쉬어라......”
“오이냐.......”
하지만.........
새해들어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마음먹은대로 원활하게 풀려나가던 일상으로 인해..
그러한 태생의 아픔 따위는 금세 잊어갈 수도 있었고....
“오빠 왔다!!!!!!!!히히......”
“다녀왔습니다.......”
“많이 늦는다더니........생각보단 빨리 왔네?..........그래........저녁은?”
“네......먹고 들어오는 길이에요...........아버지는요? 아직 퇴근전이세요?”
“아니........아빠 조금전에 들어오셔서.....주무셔......그치 엄마?”
“그래......휴우...........월요일부터 왜 저렇게 마셔대는지..........쯧..............성호두 얼른 씻고 쉬어...”
“네............”
“흐흐.......오빠...저녁 누구랑 먹은거야?.......회사 사람들이랑? 아니면...누구?......점심 때 통화할 때 그 옆에 떠들던 여자는 누구였어?....저녁 뭐 먹었는데?...웅? 웅?”
혼백마저 달아나게 하던 그녀의 끊임없는 수다는...
쓴 미소를 유쾌한 웃음으로 변하게까지 하고 있었다.
“엄마도 자는 것 같은데?....밖에 조용해.....”
“화장실 가기도 무섭다......바둑이 제외한 나머지 두놈은 왜케 잠도 없는지들...쯧..”
“히히....그러게......그래도 오빠 보고 안 짖는게 어디야.....쟤들 다른 사람 우리 집에 오면 계속 짖는데......오빠한텐 이상하리만치.....조용하단 말야......”
“내가 무서운가?....아니면....저놈들 눈에 내가 우습게 보이나?”
“풉.........그건 아닐거야.......지들두 오빠를 식구로 인정하는거겠지 뭐......”
“근데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이부자리는 왜 밑에 또 깔어?........같이 자지 말라셔?”
“아니.........그런건 아니고........그냥....둘이 자기엔 침대가 좁잖아...”
“시늉만 하는거지?”
“피이.......모르는게 없는 울 오빠.........이럴땐 그냥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가주세요...아셨죠?”
“후훗.....그래............근데 예림아.....”
“웅?”
“나 금요일날 외부 미팅 끝나고....아마 많이 늦을거야.........괜히 집에 와서 기다리지 마.....주말에 보면 되니까........알겠지?”
“왜에?.......그분들이랑 술자리해야 해?”
“어...그럴 가능성이 큰데.......그 자리 끝나도 들를데가 있어...저번에 말했던 그 송년회인지 뭔지......그 모임이 그날로 잡혔대.....”
“히잉...........나........금요일이면......끝나눈뎅.....힝........”
“풉............주말에 안아주면 되지.......이 바보........”
“힝............나 원래 이런 애 아닌데.......나도 내가 왜 이런지 잘 모르겠지만......암튼.......오빠랑 있으면........막 안기고 싶고.......그렇단 말이야...........”
“토요일날 아침 일찍 와........지난주도 가평 가느라 제대로 못 쉬었는데...이번주 주말은 집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말자......알겠지?”
“그치만.........금요일날 술 많이 먹을거잖아........그럼 오빠 몸도 안좋을건데........그러지 말고 좀 늦더라도...많이 안마시면 안돼? 웅?”
“후훗......그날 봐서...전 술자리가 길어지면 친구들 모임에 못 갈 수도 있고.........”
“그러거나 이러거나......어쨌든 술은 많이 마셔야 하는 거잖아...........”
“뽀뽀...........”
“쪼오오옥........힝......”
또한........
부드럽디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결이 자신에게 밀착해오자......
그 미소의 색깔은 더욱 진해져 갈 수 밖에 없었고.......
“입으로.....해줄깡?”
“아니.........어제도 말했지만...묵혀놓을래........”
“그치만.......오빠 이렇게 힘들어 해서........어떡해잉.....”
“일주일 내내 묵혀놨다가......깨끗해진 우리 이뿌니 보지속에....가득 가득 쌀래........”
“힝............”
“예림이 보지에도 싸고.......가능하면...똥꼬에도 싸구......키키.....”
“피이.....거긴 안되거든요!!!!!!!꿈도 꾸지 마세요....칫........”
“그 때 약속 해놓구선 또 이런다........이걸 확.........크으...”
“흥.....그땐 내가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구.....싫거든요.....죽어도 안되거든요~~”
“또 정신없게 만들면 되지 뭐.....사실 그날 시도했어도..울 이뿌니는 내 부탁 들어줬을걸? 그렇게 생각 안해?”
“피....몰라몰라........암튼....거긴 절대 꿈꾸지마...알겠징? 그랬다간 봐.......정말......히잉....”
어디선가(?) 피비린내 비슷한 향이 미약하게 스며 나오고 있었지만.....
그것보단
그녀 특유의 향기로운 체취가 워낙 깊었기에...
어젯밤과 다를바 없이 그녀의 손에 쥐어지던 대물의 위용도 그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었다.
물론....
그 연인들 뿐 아니라....
지난밤에도 그러했고...
지지난 밤 가평에서...만취로 인한 갈증을 풀기 위해 일어나서도 그러했고...
오늘 밤 역시 원인 모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러한..........
긴긴밤 잠 못 이루는 한 여인이 존재하긴 했으나...
그저께의 소란스러운 비명과...
어제의 환한 조명이 사라진 오늘은.....
그 갈증을 풀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답답한 마음만 던져주고 말았으니.......
“형교는?”
“그 인간이야 뭐....내가 옆에 없으면 더 활개치지 않겠어?...너 만나러 같이 가자니까 서점에 들러야한대나 어쨌다나..혼자 가라대......나 참 기가 막혀서.....지가 언제부터 책 들여다봤다고...서점 핑계야 핑계는....”
“푸흡..........매일 붙어 지내니까 잠깐이라도 떨어지고 싶었나부지 뭐......아니면.......내 얼굴 보기가 아직도 껄끄럽던가......”
“지가 왜 껄끄럽대?.........지가 너랑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요즘 애들 말로 썸을 탄 사이도 아닌데.......하여간 못나빠졌다니깐.......근데 웃긴건 누가 들어도 빈말로 들리는데....마지못해 그런건지 어쩐건지....뒷통수에 대고 너 데리고 오라긴 하더라...”
“후훗.....형교 얼굴 본지도 오래돼서........보고 싶긴 하다........”
“그 인간도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너 보면 되게 반가워할거야......”
“그래...........근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아직 약속 시간 될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텐데......”
“그러니까 말이야.....새벽부터 어찌나 서둘러대던지...쯧.....그런데 다들 우리 마음 같지가 않는 것 같애.......약속 철썩같이 잡아놓고 올라왔는데.......나오기로 했던 애들 중에 세 명은 급한일 생겨서 못나온다고 전화오더라...나머지 두명도 영~~아니다 싶고...”
“다들......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그렇긴 한데........되게 섭섭해 하는 눈치야.........나야 뭐......네 얼굴 본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그 인간은 몇 달을 벼르고 별러서 힘들게 올라온 거잖아...쯧...........”
“하긴.......기분 좀 그렇긴 하겠다................”
“에혀........어쩌겠어.....제일 절친이란 인간도 참석하네 마네 하는 마당에........”
“절친............누구?..................혹시.............성호?”
“어.....그놈이야 원체 바쁜 놈이라 기대도 안했지만......아까 통화하는거 잠깐 엿들어보니깐....힘든 눈치였어..........”
“그렇구나................네 남편......기 팍 죽었겠네?”
“그 인간이 그런 걸로 기 죽을 인간이냐........어휴................그나저나..........너희 오빠는? 오빠 출장 갔어? 좀 늦춰지네 마네 하더니.........”
“응........갔어.......간지.....한달 좀 더 된 것 같다..........”
“얼굴 보아하니......먼길 떠나는 사람....또 안좋게 보냈구만?........그치?”
“푸흡........이젠.........그런 감정도........잘 안들어.........가면 가는거구.....오면 오는거구.......”
“쯧쯧쯧쯧.........야 지난번에도 말했지만......그래도 너희 오빠 같은 사람이 세상에 어딨냐? 그걸 잊으면 안되는거야.......만약 그렇다면... 너 천벌 받어......”
“영숙아...........”
“응?”
“부부간에 문제는.......부부가 풀어야 하는 일이잖아...”
“그렇지.........근데 왜?.........너희 부부...무슨 큰 문제라도 있어.....?”
“휴우................잘 모르겠다..............내가 제대로 살고 있긴 한건지.....정말 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건지.......요즘 같아선........아니......요즘 뿐 아니라...되게 오래된 문제이긴 한데..”
“......................설마.................아직도.............그래?”
“후훗..............아직도?.........하하하하하..............”
“지은아...............”
“휴우.............내가 누워서 침뱉기인 이런 얘기 누구한테 털어놓겠냐만.....휴우....모르겠어...정말.......정말 모르겠어....”
“후우.......................”
“아빠 저렇게 아프시고 난 뒤로는........전보다 더해......술이라도 먹고 들어오는 날엔......휴우.......”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 .......또?”
“후훗........몇년전부턴 아예 내놓으랜다...........자기가 우리집에 보태줬던 돈........전부 내놓으래.......하하하...”
“미친...............정말이야? 정말......오빠가 그런말 했다고?”
“아무도 몰라.......내가 이렇게 사는지......어떻게 살아가는지.......아무도........”
“지은아...........”
“숙아..........나......말은 안했지만...알바 시작한지 3년 넘었다....”
“웬 알바?........네가 무슨 알바를 해 이것아..........엉?”
“후후......갚으라잖아......그 돈......더럽고 치사해서라도 갚으려고......”
“허어...........허허허허허..........말이 안나온다.......정말.........정말...허허허허.......엄마는......엄마도 너 그렇게 사는거 몰라? 엉?”
“모르고 사셨지.....지금까진 모르고 사셨는데....얼마전에......그 인간 출국하기 며칠전...명절에도 찾아가지 않던 친정에 어쩐일로 인사드리러 가자대.......근데 가서는 동생이랑 술 진탕 쳐먹고 들어오더니....아픈 아빠 앞에서 또....갖은 생색...............하하하하하......”
“후우................정말..............사람은 겉만 봐선 모른다더니.......나는.......아니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친구들 전부 너는 정말 잘 살고 있는줄 알았어.....그런데........허어......어떻게 그런........”
“아빠 퇴직금 남은거 전부 부치셨더라......일단 그걸로 입막음해보고....나머지 돈은 엄마가 알아보시겠다고 ................흑.........”
“야........그게 어떤 돈인데............하아..........그래서.....그래서 네 오빠......아니...그 놈한테 줬어?”
“줬지......내가 애들 레슨해서 모아놨던 돈....합쳐서 전부........”
“허얼...........야 그걸 왜 줘............하아...........진짜 ...하아.......가만보면 너도 정말 멍청해....그게 어떤 돈인데.....어떤 돈인데......주란다고 바로 주냐고..........엉!!!!!!!!....허어......그런데...주니까.....받긴 받디?”
“얼굴색이 달라지더라.............하하하하하.......”
“허어...............이게 전부 사실이면..............허어....세상에........하하하하.....믿기지가 않아...어쩜...........”
“악마야...........내 눈엔.....그렇게 밖에 안보여..................”
“그럼.........둘 사이에 애가 없는것도..............설마........”
“풉........더 이상 묻지마라........알면 네 마음도 나처럼........슬퍼지기만 하니깐..........”
“야!!!!!그럼 그 잘난 시댁......뭐시냐...그래 그 시어머니인지 뭔지 하는 여편네한테 그러지 그랬어......하늘을 봐야 별을 딸거 아니냐고!!!!!!우썅........나 욕나오려고 그래.....아니 좀 해야겠다.......하아....잘나빠진 당신 새끼가......이런 새끼라고.......왜 말못하고 그렇게 당하고만 살았냐고....바보같이.......엉!!!!!!!!!”
“후훗.........됐다........그만 얘기해....................휴우...........그래도 너한테 조금이나마 털어놓으니까......마음은 한결 편해졌어......하아.............”
“미친...........미친년......너도 미쳤고.......그 애미인지 뭔지 하는 노인네도 미쳤고.......그 새끼도 미쳤고..........이런 니미럴.............하아.......”
“오늘 잠은 어디서 잘거야?..............”
“야!!!!!!!!!!!지금 상황에 잠자리가 무슨 대수라고 그걸 걱정해!!!!!!!!!!잠도 안오겠구만.......우썅......”
“형교만 괜찮다면........우리집에 와서 자고 가........너랑 이렇게 헤어지면.....언제 또 얼굴 마주 하겠어...응?.........”
“후우.......그래......그 문제는 내가 일단 그 인간한테 전화는 한번 해볼게.......아니다...우리 그러지 말고 너도 모임에 잠깐 나갔다가 같이 들어가자.......애 아빠는 같이 가든가 말든가 지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되니까.........응? 그러자 지은아.........”
“후우......................”
“야.......어차피 거기 가도.......너랑 난.....잠깐 얼굴만 비춰주면 되는 자리인데 뭘....친했던 애들도 없고.....더구나.................그놈도 못온다니깐......응...그러자 지은아?”
“하아.........................”
세상을 살아가며 아프지 않은 사람 어느 누가 있겠냐만......
그 아픔의 크기가 크고... 작고..
때론
크다 못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할퀴어와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과거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혼 하지 이것아.........너도 참........남들만큼 배웠다는 인간이 왜케 멍청하게 살어...엉!!”
“갈 곳이 없잖아..”
“이런 바보같은게 다 있나.......나 참......어이가 없네 정말........야 네가 왜 갈데가 없어...친정도 있겠다......아니면........지금 사는 집 달라고 해!!!!! 그럼 되잖아....”
“풉.........무슨 이유로?......어떤 이유로 이혼 요구하냐고 물어보면?”
“하하하하..........미치겠다 정말......그땐.....너 같이 쪼잔한 새끼랑은 못 살겠다 그럼 되지..이 바보야......하아....”
“푸흡...........열내지 말고......얼른 가기나 해...........그 얘긴 이따 집에가서 밤늦도록 해도 되니까.........”
“휴우...............지은아....지은아.......내 친구 지은아...........네가 어쩌다.....우리 이쁜 지은이가 어쩌다.......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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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더 가죠..
“우리가 먼저 도착하겠지?”
“아무래도 그럴 것 같은데요......”
“예림이 입이 댓발이나 빠져나와 있을거야...하하하...”
“하하하하......그래도 오랜만에 아버지랑 오붓하게 대화하면서 오면 좋죠 뭐..”
“그 녀석이? 푸흡......좋기도 하겠다......지내다 보면 알겠지만 예림아빠가 얼마나 재미없는 사람인데.......아마 올라오는 내내 말 몇마디 안나눌걸?”
“하하하하.......정말요?...이상하다...아버지....저한테는 그래도 말씀 많이 하시는 편인데...”
“누구처럼......다 늦게 아들하나 얻은 기분 들어서 좋은가부지 뭐......”
“어머님처럼요? 하하하하하.......”
“후후....근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그 어머님이란 호칭.........좀 안어울린단 생각 안들어?”
“음.......어머님을 어머님이라 부르는 건 당연한건데......마땅히 그렇게 불러야 하지만.....우리 어머님께선 너무 젊으셔서.........좀 그렇긴 하죠? 하하하하......”
“그렇다니까!!!!!!지난번 우리 데이트할 때........카페주인 하는 말 못들었어? 아들이라니깐 안 믿어했잖아......”
“아........기억나요.........연인인줄 알았다는.........하하하하하...........”
“호호호호........이 나이에 그거까지 바라면 그거야말로 정말 주책이고...........암튼........어머니는 좀 아니다.......그치?”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지만.......음..........마땅히 부를만한 호칭이 없는데요?...엄마? 하하하하..”
“취했을 땐 잘도 부르더니 깨니까 되게 어색해해........푸흡...........”
“엄마라고 부를게요 그럼........엄마........하하하하......”
“.................................”
“에헴..........이 호칭도 영 아니다 싶으신 거에요?”
“아니.......어머님 보다야 낫다....엄마..............엄마라..........후후.......”
“제가 너무 밟았나봐요......아버지차 아까부터 눈에 계속 안들어오네요.......”
“그 인간이 원래 좀 느려서 그래........신경쓰지마........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운전만 고집하니까.........”
“아......네에.........”
코 끝을 간질거리게 하던 봄내음의 진동........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큰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듯....
활동에 제한이 있었던 추운날씨가 풀리자
수도권 인근 도로는 어딜 가도 나들이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예림이가 그렇게 좋아?”
“하하하......그럼요.........좋죠.......제겐 과분하다 싶을만큼.......”
“뭐가 과분해.....오히려 예림이가 과분해해야지.......”
“아뇨......전혀 그런 생각 않습니다.....그렇게 생각한다면 제가 정말 나쁜 놈이에요....”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내 눈엔 아직....마냥 철딱서니 없는 애 같기만 한데....쯧...”
“엄마 눈에는 그렇죠...근데 저는 다 좋아요...하하하하......전부.....콩깍지가 씌였는지는 몰라도....무슨 행동을 해도 예쁘게만 보이는데.....하하하하...”
“푸흡...........”
“엄마 닮아서 얼굴 이쁘죠......싹싹하죠........이런 말하면 흉 보실지 모르겠지만.....몸매 좋죠....더구나..어리디 어리죠.........얼마나 좋아요.....하하하하하.....”
“내가 예뻐?”
“네?...........아.....아....그럼요........엄마는 그 날 카페주인이 했던 말....립서비스로 들으셨을지 모르겠지만......저랑 같이 나가면 애인으로 봐도 별 무리 없을만큼....고우시다니깐요................게다가 ......예림이가 아버지 닮지 않아서 .......엄마 닮아서 키도 크고.........몸매도...........판박이잖아요 판박이...하하하하......”
“빈말이라도 고맙네 뭐.........이긍.................”
“빈말 아닌데.......진짠데.............허 참.................”
“웃고 떠들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모르겠고.......벌써 거의 다 와가는거지?..”
“네.........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이만해도 성공한 귀경길이네요.......읏차.............”
막히던 도로가...
좀 더 막히길 소원했던 것은..........
어쩌면 지난 밤에 피어난 은밀한 열기가 아직 그녀의 몸에 남아 있어서였을지도...
“이번주는 그럼 우리집에서 출퇴근하는거지?”
“음.....전부는 안될 것 같아요......길어야 사나흘?”
“아무래도....사업 하다보면 약속도 많을 거고.....늦게 들어오는 일도 많겠지 뭐...그렇지?”
“네......주중에 중요한 미팅도 있고....미팅 끝나면 아무래도 술자리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라........더군다나 옷도 사흘정도만 예상하고 싸와서 집으로 들어가긴 해야 할 거에요..”
“있을 때만이라도.....편히 지내.......어려워 생각말고......알겠지?”
“네 그럼요.......하하하하..........”
“안녕히 주무세요~~~”
“성호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한다니까...늦게까지 놀아달라고 하지말고....”
“엄마는 내가 모르는 오빠 스케줄까지 어떻게 알아? 오빠가 올라오는 차에서 그렇게 말했어?”
“잠 달아나게 시비 걸지 말고 이것아.......알았어 몰랐어!!!!!!”
“칫.......몰라몰라......오빤 벌써 아까부터 곯아 떨어졌는데 뭐........그러게 술을 좀 작작 먹여야지...우리집 엄마아빠는 전생에 술이랑 무슨 원수를 졌는지...”
“쉰소리 말고..........넌..........그날 아니야?”
“풉..........하여간..........할 말 없으니깐 괜히..........말돌리고 그래........칫......”
“시작했어?”
“어.........아까 출발하기 전에......”
“그래?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네......오는 길에 그랬으면 어쩔뻔 했어........쯧........”
“이미 아침부터 하고 있었거등요!!!!!!!!!”
“조용히 말해 이것아........누가 들으면 어쩌려고.......쯧쯧....”
“들으면 어때....아빠는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오빠도 뭐.........”
“어이구 잘났다 인간아.....그런것도 말했니? 쯧쯧쯧쯧..........어떻게 된게 이렇게 철이 없다니 정말...어휴......쯧쯧쯧쯧.......”
“우쒸.......몰라몰라..........나 들어갈거니까.......엄마두 얼른 들어가 주무셔.......”
“침대 작은데....넌 밑에서 자!!!!!!!!!알겠어?!!!!!!!”
“뻬~~~~~~~~~~~~~~~~~”
“저게저게..........어휴 저 화상..........”
그리고....
모두가 잠든 듯 했던 새벽녘...
비록 긴밤 내내....어제와 같은 딸의 신음성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당신은 어제와 다를바 없이 뜬눈으로 하얀 새벽을 맞이해야만 했고.............
“쯧쯧쯧........지금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대......그렇게 알아듣게 말했건만............”
‘똑똑..........’
딸 방에서 새어나오던 불빛에 이끌려..........
그녀는 결코 열어 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상자 같은 문을 열어 제끼기에 이르렀으니...........
‘헉!!!!!!!!!!!!!’
외마디 비명이
하마터면 자신의 입밖으로 터져 나올 뻔 했던 방안의 광경..............
그녀는 두눈으로 앞에 펼쳐져 있던 그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야 말았다.
딸이야 원래 어렸을 적부터 저런 모습으로 잠을 청한다지만.....
아들......아니 사위는
그나마 속옷 조각 하나 걸치고 있던 딸보다 더한 전라의 모습으로 잠에 취해 있었고.......
그것으로 끝났으면 다행이었겠지만.....
밑둥을 움켜쥔 채 잠들어있던 예림이의 손 위로 솟아나 있던.......
검붉은 색깔의 거대한 형체..............
그것을..............결국.....................
‘하아..........저게.....저걸.....몸으로......... 가능키나 한 거야?’
보고야 말았으니........
머릿속 깊은 곳에 꼭꼭 각인시키고야 말았으니.........
“원래 아버지는 이렇게 일찍 출근하시는 거에요?”
“오늘 같은 월요일은 좀 더 일찍 나가고......따지고보면 거기서 거기야...거의 매일 비슷비슷하지 뭐....국 식는다 얼른 먹어......”
“괜히 저 때문에 엄마 아침상 두 번 차리게 됐네요......후룹~~~으......시원하다.......국물이....아주 죽여요.....하하하하......”
“괜찮지?........쟤 이모가 보내온 건데.......아침 해장국으론 이만한 것도 없어...”
“완전...하하하........저도 모르게 예림이 말투 따라가네요..암튼...정말 국물맛 죽여요..후루룹.......크아........”
“조개 껍데기는 내가 다 발랐으니까............밥 말아서 먹어....그럼 든든할거야.....”
“네..................”
풍성하기 그지없던 아침상.......
이런 아침식사를 얼마만에 받아보는건지......
자신의 생에 있어 과연 받아본 적이 있기라도 했는지.......
쓴 웃음을 띄울 수 밖에 없었던 그날 아침의 일상은
눈 비비고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그를 배웅해주던 예림이의 도둑키스로 일단락을 내렸지만...
운전대를 잡아가던 그의 마음은 웬지 모를 씁쓸함의 기분도 동시에 찾아들고 있었다.
“금요일? 허얼..........야 금요일은 안돼.....”
“왜? 그날 약속 있냐?”
“어...약속도 있고.....설령 약속 없어도 그날은 힘들어.....”
“펑크내......아니면 연기하던가......당기던가..........알겠냐?”
“우라질 놈........안된다니까 그러네..........왜 하필이면 그날이야...안돼안돼....”
“이미 7명이나 참석한다고 도장 찍었구만......이게 어디서 개수작이야....잔말말고 무조건 참석해!!!”
“히야.........우리 형교..........여기서 인간관계 드러나는구만.........너랑 숙이 포함해서 7명? 그럼 다섯명 나온다는 얘기네..........누구누구 나오는데?”
“험험........우리 쑥이 제외하면 모두 불알냄새 풍기는 새끼들뿐이지만.....암튼간......넌 무조건 참석해야돼!!!!!!알겠냐!!!!!!!”
“모르겠다.......절대 장담 못한다...그날은 내가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기도 하고......”
“회의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다...........회의 끝나고 오면 되지 이 시키야....이게 어디서..”
“찬조금만 보내면 안될까나?”
“지랄한다.......누군 돈이 없어서 이 지랄떠는줄 알어?.....이게 정말......간만에 친구가 상경해서 어찌 사는지들 스캔 한번 떠보겠다는데.......확.......오는 걸로 알고 기어올라가마.....알긋쟈?”
“컹.........개시키.........몰라몰라.....그날 상황 보고 연락할게.......”
“오이냐.........여보...........쑥아...............성호 참석!!!!!!!”
“큭......그만 끊어 임마............나 집에 다 왔어..........”
“사장이란 놈이 왜케 늦게 다녀!!!!!!!!빨빨리 퇴근해야 아랫것들도 눈치 안보고 일찍들어갈거 아냐.....하여간 독한 새끼라니깐.......끊어!!!!!!!”
“흐흐흐...........그려.......쉬어라......”
“오이냐.......”
하지만.........
새해들어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마음먹은대로 원활하게 풀려나가던 일상으로 인해..
그러한 태생의 아픔 따위는 금세 잊어갈 수도 있었고....
“오빠 왔다!!!!!!!!히히......”
“다녀왔습니다.......”
“많이 늦는다더니........생각보단 빨리 왔네?..........그래........저녁은?”
“네......먹고 들어오는 길이에요...........아버지는요? 아직 퇴근전이세요?”
“아니........아빠 조금전에 들어오셔서.....주무셔......그치 엄마?”
“그래......휴우...........월요일부터 왜 저렇게 마셔대는지..........쯧..............성호두 얼른 씻고 쉬어...”
“네............”
“흐흐.......오빠...저녁 누구랑 먹은거야?.......회사 사람들이랑? 아니면...누구?......점심 때 통화할 때 그 옆에 떠들던 여자는 누구였어?....저녁 뭐 먹었는데?...웅? 웅?”
혼백마저 달아나게 하던 그녀의 끊임없는 수다는...
쓴 미소를 유쾌한 웃음으로 변하게까지 하고 있었다.
“엄마도 자는 것 같은데?....밖에 조용해.....”
“화장실 가기도 무섭다......바둑이 제외한 나머지 두놈은 왜케 잠도 없는지들...쯧..”
“히히....그러게......그래도 오빠 보고 안 짖는게 어디야.....쟤들 다른 사람 우리 집에 오면 계속 짖는데......오빠한텐 이상하리만치.....조용하단 말야......”
“내가 무서운가?....아니면....저놈들 눈에 내가 우습게 보이나?”
“풉.........그건 아닐거야.......지들두 오빠를 식구로 인정하는거겠지 뭐......”
“근데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이부자리는 왜 밑에 또 깔어?........같이 자지 말라셔?”
“아니.........그런건 아니고........그냥....둘이 자기엔 침대가 좁잖아...”
“시늉만 하는거지?”
“피이.......모르는게 없는 울 오빠.........이럴땐 그냥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가주세요...아셨죠?”
“후훗.....그래............근데 예림아.....”
“웅?”
“나 금요일날 외부 미팅 끝나고....아마 많이 늦을거야.........괜히 집에 와서 기다리지 마.....주말에 보면 되니까........알겠지?”
“왜에?.......그분들이랑 술자리해야 해?”
“어...그럴 가능성이 큰데.......그 자리 끝나도 들를데가 있어...저번에 말했던 그 송년회인지 뭔지......그 모임이 그날로 잡혔대.....”
“히잉...........나........금요일이면......끝나눈뎅.....힝........”
“풉............주말에 안아주면 되지.......이 바보........”
“힝............나 원래 이런 애 아닌데.......나도 내가 왜 이런지 잘 모르겠지만......암튼.......오빠랑 있으면........막 안기고 싶고.......그렇단 말이야...........”
“토요일날 아침 일찍 와........지난주도 가평 가느라 제대로 못 쉬었는데...이번주 주말은 집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말자......알겠지?”
“그치만.........금요일날 술 많이 먹을거잖아........그럼 오빠 몸도 안좋을건데........그러지 말고 좀 늦더라도...많이 안마시면 안돼? 웅?”
“후훗......그날 봐서...전 술자리가 길어지면 친구들 모임에 못 갈 수도 있고.........”
“그러거나 이러거나......어쨌든 술은 많이 마셔야 하는 거잖아...........”
“뽀뽀...........”
“쪼오오옥........힝......”
또한........
부드럽디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결이 자신에게 밀착해오자......
그 미소의 색깔은 더욱 진해져 갈 수 밖에 없었고.......
“입으로.....해줄깡?”
“아니.........어제도 말했지만...묵혀놓을래........”
“그치만.......오빠 이렇게 힘들어 해서........어떡해잉.....”
“일주일 내내 묵혀놨다가......깨끗해진 우리 이뿌니 보지속에....가득 가득 쌀래........”
“힝............”
“예림이 보지에도 싸고.......가능하면...똥꼬에도 싸구......키키.....”
“피이.....거긴 안되거든요!!!!!!!꿈도 꾸지 마세요....칫........”
“그 때 약속 해놓구선 또 이런다........이걸 확.........크으...”
“흥.....그땐 내가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구.....싫거든요.....죽어도 안되거든요~~”
“또 정신없게 만들면 되지 뭐.....사실 그날 시도했어도..울 이뿌니는 내 부탁 들어줬을걸? 그렇게 생각 안해?”
“피....몰라몰라........암튼....거긴 절대 꿈꾸지마...알겠징? 그랬다간 봐.......정말......히잉....”
어디선가(?) 피비린내 비슷한 향이 미약하게 스며 나오고 있었지만.....
그것보단
그녀 특유의 향기로운 체취가 워낙 깊었기에...
어젯밤과 다를바 없이 그녀의 손에 쥐어지던 대물의 위용도 그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었다.
물론....
그 연인들 뿐 아니라....
지난밤에도 그러했고...
지지난 밤 가평에서...만취로 인한 갈증을 풀기 위해 일어나서도 그러했고...
오늘 밤 역시 원인 모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러한..........
긴긴밤 잠 못 이루는 한 여인이 존재하긴 했으나...
그저께의 소란스러운 비명과...
어제의 환한 조명이 사라진 오늘은.....
그 갈증을 풀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답답한 마음만 던져주고 말았으니.......
“형교는?”
“그 인간이야 뭐....내가 옆에 없으면 더 활개치지 않겠어?...너 만나러 같이 가자니까 서점에 들러야한대나 어쨌다나..혼자 가라대......나 참 기가 막혀서.....지가 언제부터 책 들여다봤다고...서점 핑계야 핑계는....”
“푸흡..........매일 붙어 지내니까 잠깐이라도 떨어지고 싶었나부지 뭐......아니면.......내 얼굴 보기가 아직도 껄끄럽던가......”
“지가 왜 껄끄럽대?.........지가 너랑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요즘 애들 말로 썸을 탄 사이도 아닌데.......하여간 못나빠졌다니깐.......근데 웃긴건 누가 들어도 빈말로 들리는데....마지못해 그런건지 어쩐건지....뒷통수에 대고 너 데리고 오라긴 하더라...”
“후훗.....형교 얼굴 본지도 오래돼서........보고 싶긴 하다........”
“그 인간도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너 보면 되게 반가워할거야......”
“그래...........근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아직 약속 시간 될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텐데......”
“그러니까 말이야.....새벽부터 어찌나 서둘러대던지...쯧.....그런데 다들 우리 마음 같지가 않는 것 같애.......약속 철썩같이 잡아놓고 올라왔는데.......나오기로 했던 애들 중에 세 명은 급한일 생겨서 못나온다고 전화오더라...나머지 두명도 영~~아니다 싶고...”
“다들......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그렇긴 한데........되게 섭섭해 하는 눈치야.........나야 뭐......네 얼굴 본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그 인간은 몇 달을 벼르고 별러서 힘들게 올라온 거잖아...쯧...........”
“하긴.......기분 좀 그렇긴 하겠다................”
“에혀........어쩌겠어.....제일 절친이란 인간도 참석하네 마네 하는 마당에........”
“절친............누구?..................혹시.............성호?”
“어.....그놈이야 원체 바쁜 놈이라 기대도 안했지만......아까 통화하는거 잠깐 엿들어보니깐....힘든 눈치였어..........”
“그렇구나................네 남편......기 팍 죽었겠네?”
“그 인간이 그런 걸로 기 죽을 인간이냐........어휴................그나저나..........너희 오빠는? 오빠 출장 갔어? 좀 늦춰지네 마네 하더니.........”
“응........갔어.......간지.....한달 좀 더 된 것 같다..........”
“얼굴 보아하니......먼길 떠나는 사람....또 안좋게 보냈구만?........그치?”
“푸흡........이젠.........그런 감정도........잘 안들어.........가면 가는거구.....오면 오는거구.......”
“쯧쯧쯧쯧.........야 지난번에도 말했지만......그래도 너희 오빠 같은 사람이 세상에 어딨냐? 그걸 잊으면 안되는거야.......만약 그렇다면... 너 천벌 받어......”
“영숙아...........”
“응?”
“부부간에 문제는.......부부가 풀어야 하는 일이잖아...”
“그렇지.........근데 왜?.........너희 부부...무슨 큰 문제라도 있어.....?”
“휴우................잘 모르겠다..............내가 제대로 살고 있긴 한건지.....정말 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건지.......요즘 같아선........아니......요즘 뿐 아니라...되게 오래된 문제이긴 한데..”
“......................설마.................아직도.............그래?”
“후훗..............아직도?.........하하하하하..............”
“지은아...............”
“휴우.............내가 누워서 침뱉기인 이런 얘기 누구한테 털어놓겠냐만.....휴우....모르겠어...정말.......정말 모르겠어....”
“후우.......................”
“아빠 저렇게 아프시고 난 뒤로는........전보다 더해......술이라도 먹고 들어오는 날엔......휴우.......”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 .......또?”
“후훗........몇년전부턴 아예 내놓으랜다...........자기가 우리집에 보태줬던 돈........전부 내놓으래.......하하하...”
“미친...............정말이야? 정말......오빠가 그런말 했다고?”
“아무도 몰라.......내가 이렇게 사는지......어떻게 살아가는지.......아무도........”
“지은아...........”
“숙아..........나......말은 안했지만...알바 시작한지 3년 넘었다....”
“웬 알바?........네가 무슨 알바를 해 이것아..........엉?”
“후후......갚으라잖아......그 돈......더럽고 치사해서라도 갚으려고......”
“허어...........허허허허허..........말이 안나온다.......정말.........정말...허허허허.......엄마는......엄마도 너 그렇게 사는거 몰라? 엉?”
“모르고 사셨지.....지금까진 모르고 사셨는데....얼마전에......그 인간 출국하기 며칠전...명절에도 찾아가지 않던 친정에 어쩐일로 인사드리러 가자대.......근데 가서는 동생이랑 술 진탕 쳐먹고 들어오더니....아픈 아빠 앞에서 또....갖은 생색...............하하하하하......”
“후우................정말..............사람은 겉만 봐선 모른다더니.......나는.......아니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친구들 전부 너는 정말 잘 살고 있는줄 알았어.....그런데........허어......어떻게 그런........”
“아빠 퇴직금 남은거 전부 부치셨더라......일단 그걸로 입막음해보고....나머지 돈은 엄마가 알아보시겠다고 ................흑.........”
“야........그게 어떤 돈인데............하아..........그래서.....그래서 네 오빠......아니...그 놈한테 줬어?”
“줬지......내가 애들 레슨해서 모아놨던 돈....합쳐서 전부........”
“허얼...........야 그걸 왜 줘............하아...........진짜 ...하아.......가만보면 너도 정말 멍청해....그게 어떤 돈인데.....어떤 돈인데......주란다고 바로 주냐고..........엉!!!!!!!!....허어......그런데...주니까.....받긴 받디?”
“얼굴색이 달라지더라.............하하하하하.......”
“허어...............이게 전부 사실이면..............허어....세상에........하하하하.....믿기지가 않아...어쩜...........”
“악마야...........내 눈엔.....그렇게 밖에 안보여..................”
“그럼.........둘 사이에 애가 없는것도..............설마........”
“풉........더 이상 묻지마라........알면 네 마음도 나처럼........슬퍼지기만 하니깐..........”
“야!!!!!그럼 그 잘난 시댁......뭐시냐...그래 그 시어머니인지 뭔지 하는 여편네한테 그러지 그랬어......하늘을 봐야 별을 딸거 아니냐고!!!!!!우썅........나 욕나오려고 그래.....아니 좀 해야겠다.......하아....잘나빠진 당신 새끼가......이런 새끼라고.......왜 말못하고 그렇게 당하고만 살았냐고....바보같이.......엉!!!!!!!!!”
“후훗.........됐다........그만 얘기해....................휴우...........그래도 너한테 조금이나마 털어놓으니까......마음은 한결 편해졌어......하아.............”
“미친...........미친년......너도 미쳤고.......그 애미인지 뭔지 하는 노인네도 미쳤고.......그 새끼도 미쳤고..........이런 니미럴.............하아.......”
“오늘 잠은 어디서 잘거야?..............”
“야!!!!!!!!!!!지금 상황에 잠자리가 무슨 대수라고 그걸 걱정해!!!!!!!!!!잠도 안오겠구만.......우썅......”
“형교만 괜찮다면........우리집에 와서 자고 가........너랑 이렇게 헤어지면.....언제 또 얼굴 마주 하겠어...응?.........”
“후우.......그래......그 문제는 내가 일단 그 인간한테 전화는 한번 해볼게.......아니다...우리 그러지 말고 너도 모임에 잠깐 나갔다가 같이 들어가자.......애 아빠는 같이 가든가 말든가 지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되니까.........응? 그러자 지은아.........”
“후우......................”
“야.......어차피 거기 가도.......너랑 난.....잠깐 얼굴만 비춰주면 되는 자리인데 뭘....친했던 애들도 없고.....더구나.................그놈도 못온다니깐......응...그러자 지은아?”
“하아.........................”
세상을 살아가며 아프지 않은 사람 어느 누가 있겠냐만......
그 아픔의 크기가 크고... 작고..
때론
크다 못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할퀴어와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과거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혼 하지 이것아.........너도 참........남들만큼 배웠다는 인간이 왜케 멍청하게 살어...엉!!”
“갈 곳이 없잖아..”
“이런 바보같은게 다 있나.......나 참......어이가 없네 정말........야 네가 왜 갈데가 없어...친정도 있겠다......아니면........지금 사는 집 달라고 해!!!!! 그럼 되잖아....”
“풉.........무슨 이유로?......어떤 이유로 이혼 요구하냐고 물어보면?”
“하하하하..........미치겠다 정말......그땐.....너 같이 쪼잔한 새끼랑은 못 살겠다 그럼 되지..이 바보야......하아....”
“푸흡...........열내지 말고......얼른 가기나 해...........그 얘긴 이따 집에가서 밤늦도록 해도 되니까.........”
“휴우...............지은아....지은아.......내 친구 지은아...........네가 어쩌다.....우리 이쁜 지은이가 어쩌다.......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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