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사과
혜영이는 한쪽 다리를 올려 무릎을 세운 채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번질번질해진 보지를 닦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가 보지 그래? 한 5분 쯤 남았는데... 빨리 가면 그래도 수업 마무리 정도는 볼 수 있을 텐데.”
나는 약간 의아하면서도 당황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놀라고 그래. 오늘이 교생들 첫 수업 날이잖아. 설마 은희만 수업하는 줄로 착각한건 아니지?”
시계를 보니 수업이 끝나기 5분 전이었다. 나는 허리띠를 매면서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
“아니, 뭘...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게다가 원래 교생들은 누가 지켜보면 긴장되고 해서 싫어해.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흐응... 그래? 그럼 뭐 좀 더 앉아서 쉬었다 가지? 커피 한 잔 타 줄까?”
“아니, 괜찮아. 마무리해야 할 일도 좀 있고. 그냥 갈게.”
나는 마지막으로 옷깃을 바로잡으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혜영이는 싱긋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대담하게도 아직도 팬티를 입지 않고는 피아노 의자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나를 보며 웃었다.
혜영이의 늘씬한 다리가 오후 햇살에 비쳐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무섭긴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여자다.
나도 약간의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잠깐만...”
혜영이가 뒤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와서 바닥에 떨어진 바지를 주워 다리를 집어넣었다.
“내일... 주말인데 뭐 할 거 에요?”
“글쎄... 별 다른 일 없는데. 그냥 집에서 쉴까 하고.”
“그러지 말고 저녁에 나랑 만나요. 남편도 또 당직이라고 안 들어온다는데.”
자기 남편의 부재를 이리도 당당하게 말하는 혜영이가 조금은 무섭게 느껴졌다. 내가 과연 그그녀와 관계를 지속해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되었다.
“아니, 그냥 쉴게. 그리고 생각해보니 고향에 안 간지도 오래라서... 전주에 좀 가 볼까 해.”
혜영이는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살짝 들어 도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흠, 그럼 뭐 어쩔 수 없고. 알았어. 그럼.”
내가 지어낸 거짓말 따위는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 나는 더 이상 여기 있다면 그녀가 내 속의 모든 것을 들추어낼 것만 같아 서둘러 빠져나왔다.
-은희가 수업한다는 교실이 어디라더라?
“차렷. 경례.”
“고맙습니다.”
“수고했어요.”
수업은 방금 끝난 듯 했다. 유리창 너머로 은희가 밝게 웃으며 아이들과 눈인사를 하고 있었다. 제법 만족스러웠는지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벌써 수업을 마쳤는지 옆 반의 아이들은 이미 하나 둘 나와서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1학년 3반 교실 뒷문 근처를 지나가는 척 했다.
“어, 선생님!”
은희가 교실 앞문을 나서면서 나를 발견하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그게 어색했는지 아니면 지나가는 아이들 보기에 민망했는지 손을 슬쩍 내리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는 짐짓 우연히 지나가는 듯 표정을 지으며 은희를 향해 웃어 보였다.
“아, 정 선생님.”
우리는 복도를 나란히 걸어 교무실로 걸었다. 나는 혹시나 내 옷맵시가 흐트러진 건 아닌지 신경이 쓰였다.
“오늘 수업은 어땠어?”
“아, 네 애들이 정말 잘 도와줬어요.”
은희는 밝게 웃으면서도 바로 전 수업을 떠올리는 듯 잠시 멍한 표정이었다.
“다행이구나.”
“아, 넵. 히히.”
은희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건 동시에 불안함이었다. 나는 조금 전 혜영이가 나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애는 아직 오빠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지도 몰라.
혜영이의 말이 사실일까? 은희는 그 때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이제 용서한 걸까?
“고마워요.”
은희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뭐가?”
“선생님이 와 주셔서요.”
“아, 그거.”
“네, 사실 처음에 정말 긴장 했는데요, 뭐랄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또 애들도 잘 따라주고.”
“그랬구나.”
“게다가 선생님도 격려해주시고...”
“늦었지?”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에 묻혀 내 소리가 들렸는지 잘 모르겠다.
“네?”
“아니다.”
나는 괜히 어색해져서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은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함께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해맑은 그녀의 눈동자. 나는 아주 오래 전 그때처럼 가슴이 떨려왔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음소거가 되는 듯 했다.
“아니오, 괜찮아요.”
“응?”
은희는 수줍은 듯 웃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보고는 웃었다.
“어쨌든 오셨잖아요. 늦어도... 그래도 오신 거잖아요.”
그녀의 그 말은 나를 위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미안해.”
지금 이 말은 진심이었다. 예전에도 이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건 나를 위해 한 말이었다.
덮어두면 언젠가는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을까? 은희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어버릴 거라고...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적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너무나 어리석었던 것이다.
그 때는 내가 겪을지도 모를 모욕과 재앙에서 벗어나는 데만 골몰했을 뿐, 그 애가 얼마나 상처를 받을 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한 번의 실수는 내게 두려움과 함께 달콤한 쾌락을 주었지만 그것이 반복될수록 나는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 은희의 눈도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츠읍... 츠읍...
두 눈을 감은 채로 내 자지를 물고 있는 은희는 이따금 나를 올려다보곤 했다. 그 눈빛은 옅은 잿빛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크고 맑은 눈망울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은희의 애무가 이제는 두려웠다.
“선생님... 어때요?”
은희는 잠시 자지에서 입을 떼고는 내게 말했다. 처음에는 징그러워서 손도 대지 못했던 내 자지를 한 손에 쥐고는.
“저 이제 좀 는 것 같아요?”
“으응...”
은희는 영혼이 없는 듯한 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내 자지를 입에 넣고 빨았다.
-츠읍... 츠읍...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죄’라는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따뜻한 은희의 입 안에서 발기한 자지 끝까지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은희야...”
“흐읍... 네?”
“시험 준비는 잘 되가니?”
은희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안은 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음 달이면 수능 시험을 봐야 하는 은희를 데리고 기분 전환 시켜준다며 저녁을 사 주었다.
토요일 저녁... 은희가 좋아하는 피자를 먹고 우리는 내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는 내 침대 위에서 섹스를 했다.
몇 차례... 은희를 가졌지만 여전히 어린 은희는 몸을 섞는 행위를 부끄러워했다. 지금 하고 있는 구강성교도 마찬가지였다.
“뭐, 그럭저럭요.”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등급을 잘 맞춰야 할 텐데...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니?”
“뭘요... 선생님이 원하시면서.”
그래 맞다. 내가 은희를 반강제로 내 방으로 데려왔고 반강제로 은희의 하늘색 스커트를 벗겼다. 그리고 침대에 눕혀 그녀를 범했다.
처음 은희를 집에 데려올 때의 심정과 달리 한 차례 사정을 하고 난 후 지금은 그녀를 돌려보내고 싶었다. 더 이상 그녀에게 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괜찮아요 저. 오늘은 약간 늦어도 되요. 엄마에게 독서실에 갔다 온다고 했어요.”
“그래?”
난 쓴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은희는 오늘 밤 순순히 돌아갈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
은희는 일어서서 내게 안겨왔다.
“응?”
은희의 무게에 나는 약간 뒤로 몸을 눕혀야 했다. 은희는 내 다리에 자기 무릎을 포개며 안겨왔다.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은희의 목소리가 묘하게 떨렸다. 나는 약간 불안했다.
“저기...”
“...”
나는 은희의 표정을 살폈다. 은희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다. 눈빛은 더욱 짙은 회색으로 변한 듯 했다.
“저... 선생님...”
“뭔데... 그러니?”
내 불안한 마음에 비례하며 은희는 내 어깨를 점점 억세게 죄어왔다. 나는 어ㅉ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절 사랑하시나요?”
은희의 느닷없는 질문에 나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동시에 그건 새로운 불안감이기도 했다.
“그럼... 선생님은 은희를 사랑하지. 은희도 잘 알잖아.”
“그 사랑은 변함이 없는 거죠? 그렇죠?”
“... 으, 으응...”
은희는 다시 다그치듯 말을 이었다.
“제가 어떤 상황이라도, 아니 제가 그 누구라도 상관없는 거죠? 만약... 상황에 따라 변한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에요.”
은희는 뭔가를 확인 받으려는 듯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거부할 수 없이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약속해줘요... 선생님은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요.”
“은희야...”
“빨리 약속해 줘요.”
은희는 약간 절규하듯 내게 말했다. 나는 여기서 물러서면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공포였다.
은희의 잿빛 눈동자에서 잿빛 눈물이 흘러 두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 눈물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그건 내 죄였다.
“저...”
나는 미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랬다.
“저요... 선생님 아이를 가졌어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멍하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흑,,, 흐흐흑... 저 임신했어요. 선생님, 어쩌죠?”
제발...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내가 잘못 들었기를, 은희가 뭔가 착각했기를 간절히 바랬다.
“저, 저기 은희야... 그러니까...”
“흑흑흑... 선생님... 어쩌죠? 저 어쩌죠?”
“정말이야? 잘못 안 거 아냐?”
“아니에요... 흑흑... 지난 주에 급식 먹다가... 막 토할 것 같고 어지럽고 했어요. 그래서... 흑흑...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약국에서...”
나를 두렵게 했던 것의 정체가 이제는 드러났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는 그저 두려움에 가슴만 떨었다.
“선생님, 저 어떻게 하면 좋죠?”
은희는 눈물을 흘리며 그 말만 계속 반복했다. 하지만 나 역시 어찌해야 좋을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은희야... 혹시 누가 아니?”
은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그래, 침착하자.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선생님은... 같이 있어 주실 거죠?”
나는 은희를 똑바로 처다볼 수 없었다.
“그렇죠? 네?”
은희는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하지만 내게는 한 마디 말보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건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은희야... 미안하다.”
혜영이는 한쪽 다리를 올려 무릎을 세운 채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번질번질해진 보지를 닦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가 보지 그래? 한 5분 쯤 남았는데... 빨리 가면 그래도 수업 마무리 정도는 볼 수 있을 텐데.”
나는 약간 의아하면서도 당황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놀라고 그래. 오늘이 교생들 첫 수업 날이잖아. 설마 은희만 수업하는 줄로 착각한건 아니지?”
시계를 보니 수업이 끝나기 5분 전이었다. 나는 허리띠를 매면서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
“아니, 뭘...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게다가 원래 교생들은 누가 지켜보면 긴장되고 해서 싫어해.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흐응... 그래? 그럼 뭐 좀 더 앉아서 쉬었다 가지? 커피 한 잔 타 줄까?”
“아니, 괜찮아. 마무리해야 할 일도 좀 있고. 그냥 갈게.”
나는 마지막으로 옷깃을 바로잡으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혜영이는 싱긋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대담하게도 아직도 팬티를 입지 않고는 피아노 의자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나를 보며 웃었다.
혜영이의 늘씬한 다리가 오후 햇살에 비쳐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무섭긴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여자다.
나도 약간의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잠깐만...”
혜영이가 뒤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와서 바닥에 떨어진 바지를 주워 다리를 집어넣었다.
“내일... 주말인데 뭐 할 거 에요?”
“글쎄... 별 다른 일 없는데. 그냥 집에서 쉴까 하고.”
“그러지 말고 저녁에 나랑 만나요. 남편도 또 당직이라고 안 들어온다는데.”
자기 남편의 부재를 이리도 당당하게 말하는 혜영이가 조금은 무섭게 느껴졌다. 내가 과연 그그녀와 관계를 지속해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되었다.
“아니, 그냥 쉴게. 그리고 생각해보니 고향에 안 간지도 오래라서... 전주에 좀 가 볼까 해.”
혜영이는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살짝 들어 도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흠, 그럼 뭐 어쩔 수 없고. 알았어. 그럼.”
내가 지어낸 거짓말 따위는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 나는 더 이상 여기 있다면 그녀가 내 속의 모든 것을 들추어낼 것만 같아 서둘러 빠져나왔다.
-은희가 수업한다는 교실이 어디라더라?
“차렷. 경례.”
“고맙습니다.”
“수고했어요.”
수업은 방금 끝난 듯 했다. 유리창 너머로 은희가 밝게 웃으며 아이들과 눈인사를 하고 있었다. 제법 만족스러웠는지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벌써 수업을 마쳤는지 옆 반의 아이들은 이미 하나 둘 나와서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1학년 3반 교실 뒷문 근처를 지나가는 척 했다.
“어, 선생님!”
은희가 교실 앞문을 나서면서 나를 발견하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그게 어색했는지 아니면 지나가는 아이들 보기에 민망했는지 손을 슬쩍 내리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는 짐짓 우연히 지나가는 듯 표정을 지으며 은희를 향해 웃어 보였다.
“아, 정 선생님.”
우리는 복도를 나란히 걸어 교무실로 걸었다. 나는 혹시나 내 옷맵시가 흐트러진 건 아닌지 신경이 쓰였다.
“오늘 수업은 어땠어?”
“아, 네 애들이 정말 잘 도와줬어요.”
은희는 밝게 웃으면서도 바로 전 수업을 떠올리는 듯 잠시 멍한 표정이었다.
“다행이구나.”
“아, 넵. 히히.”
은희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건 동시에 불안함이었다. 나는 조금 전 혜영이가 나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애는 아직 오빠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지도 몰라.
혜영이의 말이 사실일까? 은희는 그 때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이제 용서한 걸까?
“고마워요.”
은희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뭐가?”
“선생님이 와 주셔서요.”
“아, 그거.”
“네, 사실 처음에 정말 긴장 했는데요, 뭐랄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또 애들도 잘 따라주고.”
“그랬구나.”
“게다가 선생님도 격려해주시고...”
“늦었지?”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에 묻혀 내 소리가 들렸는지 잘 모르겠다.
“네?”
“아니다.”
나는 괜히 어색해져서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은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함께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해맑은 그녀의 눈동자. 나는 아주 오래 전 그때처럼 가슴이 떨려왔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음소거가 되는 듯 했다.
“아니오, 괜찮아요.”
“응?”
은희는 수줍은 듯 웃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보고는 웃었다.
“어쨌든 오셨잖아요. 늦어도... 그래도 오신 거잖아요.”
그녀의 그 말은 나를 위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미안해.”
지금 이 말은 진심이었다. 예전에도 이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건 나를 위해 한 말이었다.
덮어두면 언젠가는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을까? 은희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어버릴 거라고...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적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너무나 어리석었던 것이다.
그 때는 내가 겪을지도 모를 모욕과 재앙에서 벗어나는 데만 골몰했을 뿐, 그 애가 얼마나 상처를 받을 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한 번의 실수는 내게 두려움과 함께 달콤한 쾌락을 주었지만 그것이 반복될수록 나는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 은희의 눈도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츠읍... 츠읍...
두 눈을 감은 채로 내 자지를 물고 있는 은희는 이따금 나를 올려다보곤 했다. 그 눈빛은 옅은 잿빛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크고 맑은 눈망울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은희의 애무가 이제는 두려웠다.
“선생님... 어때요?”
은희는 잠시 자지에서 입을 떼고는 내게 말했다. 처음에는 징그러워서 손도 대지 못했던 내 자지를 한 손에 쥐고는.
“저 이제 좀 는 것 같아요?”
“으응...”
은희는 영혼이 없는 듯한 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내 자지를 입에 넣고 빨았다.
-츠읍... 츠읍...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죄’라는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따뜻한 은희의 입 안에서 발기한 자지 끝까지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은희야...”
“흐읍... 네?”
“시험 준비는 잘 되가니?”
은희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안은 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음 달이면 수능 시험을 봐야 하는 은희를 데리고 기분 전환 시켜준다며 저녁을 사 주었다.
토요일 저녁... 은희가 좋아하는 피자를 먹고 우리는 내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는 내 침대 위에서 섹스를 했다.
몇 차례... 은희를 가졌지만 여전히 어린 은희는 몸을 섞는 행위를 부끄러워했다. 지금 하고 있는 구강성교도 마찬가지였다.
“뭐, 그럭저럭요.”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등급을 잘 맞춰야 할 텐데...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니?”
“뭘요... 선생님이 원하시면서.”
그래 맞다. 내가 은희를 반강제로 내 방으로 데려왔고 반강제로 은희의 하늘색 스커트를 벗겼다. 그리고 침대에 눕혀 그녀를 범했다.
처음 은희를 집에 데려올 때의 심정과 달리 한 차례 사정을 하고 난 후 지금은 그녀를 돌려보내고 싶었다. 더 이상 그녀에게 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괜찮아요 저. 오늘은 약간 늦어도 되요. 엄마에게 독서실에 갔다 온다고 했어요.”
“그래?”
난 쓴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은희는 오늘 밤 순순히 돌아갈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
은희는 일어서서 내게 안겨왔다.
“응?”
은희의 무게에 나는 약간 뒤로 몸을 눕혀야 했다. 은희는 내 다리에 자기 무릎을 포개며 안겨왔다.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은희의 목소리가 묘하게 떨렸다. 나는 약간 불안했다.
“저기...”
“...”
나는 은희의 표정을 살폈다. 은희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다. 눈빛은 더욱 짙은 회색으로 변한 듯 했다.
“저... 선생님...”
“뭔데... 그러니?”
내 불안한 마음에 비례하며 은희는 내 어깨를 점점 억세게 죄어왔다. 나는 어ㅉ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절 사랑하시나요?”
은희의 느닷없는 질문에 나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동시에 그건 새로운 불안감이기도 했다.
“그럼... 선생님은 은희를 사랑하지. 은희도 잘 알잖아.”
“그 사랑은 변함이 없는 거죠? 그렇죠?”
“... 으, 으응...”
은희는 다시 다그치듯 말을 이었다.
“제가 어떤 상황이라도, 아니 제가 그 누구라도 상관없는 거죠? 만약... 상황에 따라 변한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에요.”
은희는 뭔가를 확인 받으려는 듯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거부할 수 없이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약속해줘요... 선생님은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요.”
“은희야...”
“빨리 약속해 줘요.”
은희는 약간 절규하듯 내게 말했다. 나는 여기서 물러서면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공포였다.
은희의 잿빛 눈동자에서 잿빛 눈물이 흘러 두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 눈물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그건 내 죄였다.
“저...”
나는 미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랬다.
“저요... 선생님 아이를 가졌어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멍하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흑,,, 흐흐흑... 저 임신했어요. 선생님, 어쩌죠?”
제발...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내가 잘못 들었기를, 은희가 뭔가 착각했기를 간절히 바랬다.
“저, 저기 은희야... 그러니까...”
“흑흑흑... 선생님... 어쩌죠? 저 어쩌죠?”
“정말이야? 잘못 안 거 아냐?”
“아니에요... 흑흑... 지난 주에 급식 먹다가... 막 토할 것 같고 어지럽고 했어요. 그래서... 흑흑...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약국에서...”
나를 두렵게 했던 것의 정체가 이제는 드러났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는 그저 두려움에 가슴만 떨었다.
“선생님, 저 어떻게 하면 좋죠?”
은희는 눈물을 흘리며 그 말만 계속 반복했다. 하지만 나 역시 어찌해야 좋을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은희야... 혹시 누가 아니?”
은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그래, 침착하자.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선생님은... 같이 있어 주실 거죠?”
나는 은희를 똑바로 처다볼 수 없었다.
“그렇죠? 네?”
은희는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하지만 내게는 한 마디 말보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건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은희야... 미안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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