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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 단편26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7 905회 0건



** 지난 회에서 드린 경고나 안내 말씀은 아직 유효합니다. ㅋㅋ ... - Ja"dore -



=*=*=*=*=*=*=*=*=*=*=



26.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야.




[1]
여우가 걸치고 있는 점퍼가 벌어지면서 그녀의 남방에 싸인 두 어깨가 드러난다. 여우의 통통한 젖가슴도 볼록 솟아있다. 남방의 단추들 사이로 옷이 벌어지면서 하얀 젖무덤과 검은 브래지어가 조금씩 보인다. 그녀의 짧은 스커트는 앞자락이 위로 제법 말려 올라와서 구겨져있다. 내 다리 하나는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서 단단히 갇혀있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하얀 색의 면바지는 엄청 얇다. 그녀의 비밀스러운 그 곳이 내 허벅지에 전하는 열기와, 그녀의 두 허벅지가 내 다리를 감싸고 조일 때, 그리고 그녀가 몸을 꼬면서 비빌 때의 느낌 .. 내 머리가 텅 비어가는 느낌이다. 그녀가 점점 더 힘을 주며 거칠게 비비고 있다. 나도 허벅지를 약간 들어올려서 그녀의 그 곳을 지긋이 압박했다.

그런데 내 허벅지에 전해져 오는 그녀의 조개의 느낌이 너무 적나라하다. 그녀가 팬티를 입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스커트를 들추고 확인하고 싶지만, 그냥 두기로 한다. 그녀가 민망해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아. 진짜 미치겠다.
이러다가 오늘 무슨 일이 날 것만 같다.
내 예감이 이런 쪽으로는 적중률이 90% 이다.



또 내 입술과 혀는 여우의 뜨거운 혀가 핥으며 지나가고, 또 여우의 촉촉하고 깊은 어딘가로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여자마다 키스하는 스킬은 다 다르지만, 여우의 키스는 유난히도 꼼꼼했다. 천천히 그리고 차분했으며, 거칠었다가 다시 조용해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출렁거리는 바닷물처럼 그녀의 입놀림은 나를 더 어지럽게 하고, 그렇게 나는 주변을 잊고 점점 더 여우에게 몰입된다. 그녀가 나를 지독하게도 빨아들인다.

한참 후에 여우는 두 팔로 내 어깨와 뒷목을 힘껏 잡고 매달려온다. 여우가 한쪽 다리로 내 허벅지를 감아온다. 여우의 두 허벅지가 만나는 곳에 있는 도톰한 그 언덕이 내 허벅지에 와서 지긋이 누른다. 여우의 그 부분의 느낌이 내 허벅지로 너무 또렷하고 선명하게 전해진다. 마치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하게 떠오른다. 보지 않고 상상만으로도 그 곳이 얼마나 젖었으며, 어떤 상태인지를 알 것 같다.

그녀의 등을 감은 나의 두 팔이 점점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제는 허리까지 내려갔다. 엉덩이로 더 내려가려는 것을 나는 이를 악물다시피 하며 참는다. 그녀의 허리를 힘껏 내 쪽으로 당기고 있다. 그래도 몇 번은 엉덩이로 내려갔다. 그런데 스커트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촉촉한 허벅지, 엉덩이 그리고 등을 쓰다듬는다.

그런데 여우는 지금 한쪽 발로만 땅을 딛고 내게 쓰러지듯 기대고 서있다. 이 여우가 몸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서 있기는 것만도 벅차다.


여우가 입을 들어내고, 고개를 홱 돌려서 내 어깨에 얹는다. 두 팔로 내 목을 감고 힘껏 매달려온다. 엉덩이를 뒤로 쭈욱 빼고, 그녀의 도끼자국을 내 허벅지에 정확히 딱 붙이고 몇 번을 힘껏 누른다. 그녀는 조개를 한참 비비더니, 갑자기 엉덩이가 퍼덕이면서 요동을 친다. 갑자기 내 허벅지가 뜨거워진다. 그녀의 거친 신음 소리가 들린다.



"아흑. .. 하악. .."




여우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깊은 한숨을 토한다. 그녀의 아담한 어깨를 들썩거리며 숨을 가라앉힌다. 그러느라고 그녀의 탄력있는 볼륨은 내 가슴을 힘껏 누른다. 이러다가 터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거린다.

도대체 밤중에 길거리에서 혼자 비비다가 싸는 건 뭔데?
토끼도 아니고 ..

완전 어이상실이다. 그렇지만 여우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하여 나 혼자만 생각하기로 한다. 그녀의 양쪽 허벅지에서 힘이 빠지고, 거기에 감금되어 있던 내 허벅지가 풀려난다. 그녀가 휘청거리면서 두 발로 바로 선다. 그래도 내 목을 감고 있는 두 팔은 풀지 않는다.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아. .. 자기야 .. 하아아"





나는 그녀에게 장난삼아 별 생각없이 한마디 했다.




"누나. 여기 길거리야. 이러다가 우리 경찰한테 걸리는 수가 있어."
"우리가 왜?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공공장소에서 이렇게 거침없이 음란물을 공연하.. 읍. .. 으읍. .."



말하는 내 입을 여우의 입이 덮고 내 입술을 거칠게 빤다.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맡기고, 나도 몇 번을 같이 빨아주었다. 변태 중에는 남들이 하는 것을 보여주는 변태도 있지만, 자기들이 하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거나 아니면 노출을 하는 변태도 있다고 들었다. 그럼 여우도 일종의 변태인가? 아니면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것일까? 왜 이렇게 갑자기 서두르는 것일까?




"안 걸리네? 경찰? 안 오는데 뭘. .. 히히."




천만에. 그렇지 않았다. 여우의 생각이 틀렸다. 우리가 다시 서로를 부등켜 안고 키스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린다.



"저기요."
"저어. .. 실례합니다."




윤은경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내가 보니까, 거짓말처럼, 경찰 두 명이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우리에게 거수 경례를 한다. 나는 그들을 볼 수 있지만, 여우는 그들을 등지고 있어서 볼 수 없다. 그러니까 말이 씨가 된 것이다.

여우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입술만 떼고, 얼굴을 내 목에 깊숙이 묻는다. 그들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녀는 콧날을 내 목에 비비면서 대답한다. 이건 경찰관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




"왜요?"

"성인분들이 이 시간에 길거리에서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요새 수능이 끝나서 청소년들이 밤 늦게 다니는데, 어른들이 이러시면 .."

"알았어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자기야. 안되겠다. 우리 모텔로 가자."




차마 내 입으로 말하기 곤란한 일이 이 나라 민중의 지팡이 덕분에 간단히 해결된다. 혹시 천사가 경찰을 우리에게 보낸 것일까?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서 떨어져서 옷을 바로 한다. 그런데 여우가 경찰에게 묻는다.



"저기요. 이 동네에 모텔 어디 있는지, 혹시 아세요?"

"예에?"
"모텔이라. .. 음. .. 저 앞에 큰 길로 나가셔서 오른쪽으로 꺾으시면 바로 거기입니다."





나이가 약간 들어 보이는 한 명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한다. 그런데 약간 젊어 보이는 한 명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엄청 열심히 설명한다. 그냥 간단하게 "주욱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라는 말만 해도 되겠구만. 그런데 여우는 듣는둥 마는둥 한다.

하여간에 이 나라의 경찰은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쏠 때만 빼고는 진짜 엄청 친절하다. 그런데 여우가 뻥을 친다. 여자가 나이를 먹을 수록 뻔뻔해지는 것일까?




"어? 이상하네. 우리가 그 쪽에서 왔는데, 왜 못봤지? 고마워요. 수고하세요."

"안녕히 가십시오."
"수고하세요."



내가 여우라면, 민망해서라도, 이쯤에서 얼른 그 자리를 뜨겠지만, 이 당돌한 귀염둥이 여우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나이들어 보이는 경찰이 여우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하자, 여우는 또 그 말을 물고 늘어진다.



"예에? 수고 라뇨? 무슨 수고를 하라는 거죠?"

"아니 .. 그 .. 그게 .."
"밤길 조심해서 가시라고요. 그럼 저희는 이만."



두 명의 경찰관은 거수 경례를 하고 골목 안쪽으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갔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여우에게 모텔의 위치까지 가르쳐 준 것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젊은 나이에 고생하는 저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 생각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의 눈길이 여우의 얼굴과 젖가슴을 쓰윽 훑더니, 내 눈치를 힐끔 보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한심하고 괘씸한. ..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노골적이다. 진짜 음흉한 눈길이었다.

경찰이, 그것도 두 명이나, 밤길에서, 여자한테 저러면 어쩌라고? 아마도 내가 저들보다 나이가 어린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그 때문에 세금에 대한 나의 생각은 바뀐다. 나나 여우가 낸 세금으로 저런 쉬퀴들의 월급을 주다니.

우리는 그들이 가르쳐 준 길로 걸었다. 그런데 걸으면서 보니까 내 허벅지가 시원하면서 촉촉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바지가 젖은 것 같다.


하아. 완전 망했다. 바지는 흰 색인데. 만일 여우가 진한 액체를 쏟아냈다면,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얼룩진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남기 때문이다.


우리 뒤쪽에서 경찰관들이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가 여과 없이 그대로 다 들린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 들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와아아. 어쩌면 길에서 .."
"여자가 하던 걸로 봐서 분명 쌌겠지?"

"넘자는 너보다 어리지 않니?"
"그래. 여자는 좀 들어보이던데?"

"그검 쟤들도 불륜? 하하."
"그러게 말이다. 세상 참. .."




분명히 여우도 들었을 텐데, 여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고 내 손을 잡는다. 우리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갑자기 저 경찰관 두 명이 바퀴벌레처럼 여겨진다. 완전 변태들이다. 그게 뭐 볼거 있다고. 신발을 벗어서 저둘의 등짝을 정조준해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울컥 든다. 그렇다고 이 나라의 모든 경찰이 전부 다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저런 경찰한테 세금은 무슨? 탈세하자면서 전국민 오천만 서명 운동을 해야 할 판이다.


"누나. 어점 그렇게 경찰 앞에서 뻔뻔할 수가 있어?"
"샹것들 말이야. .. 쪽팔려 미치겠어서 일부러 그랬거든요."

"쪽팔릴 일이 뭐가 있어? 우리 겨우 키스밖에 안 했거든? 또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야."
"그 변태 색희들 한참 동안 저기 모퉁이에 숨어서, 구경할 것 다 하고, 우리 끝나니까 온거야."



우리가 끝나다니? 나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2]
드디어 큰 길이다. 여기에서 여우가 과연 모텔이 있다는 오른쪽으로 꺾을까? 아니면 지하철역이 있는 왼쪽으로 꺾을까? 나는 궁금하지만 그녀의 자유 의지에 맡긴다.

골목이 끝나는 곳에서 여우는 자기 몸으로 나를 오른쪽으로 민다. 모텔이다. 모텔 간판이 보인다. 여우가 경찰에게 거짖진술을 했다. 우리는 이 쪽에서 온 것이 아니라, 골목 더 안쪽에 있는 칵테일바에서 나왔다.

그녀가 모텔 입구를 그냥 지나칠까? 이쯤에서 내가 완전 터프하게 여우를 확 나꿔채서 모텔 안으로 들어가버릴까?

아니다. 나는 매너남 컨셉을 계속해서 쭈욱 유지하기로 한다. 그녀는 약간 다혈질이고, 또 나보다 10년 정도 연상이다.

나는 연상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녀의 자존심을 보호하기로 한다. 연하남의 특권이다. 그것도 10년. 오늘은 내가 베프 시전이다.


그녀는 또 몸으로 나를 모텔 입구로 민다. 그래도 나는 매너남으로서 마지막 예의를 차린다.




"진짜 들어가?"
"빨리. 왜? 싫어?"

"싫을 리가? 오늘 늦게 들어가도 돼? 진짜 나 딸거야?"
"하아. 진짜 말이 참 많아요."



여우가 앞장서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녀를 뒤따랐다. 그녀는 곧장 카운터로 가더니, 당당하게 말한다.



"숙박요. 방 깨끗하고 좋은 걸로 부탁해요."
"특실 하나 비었는데, 드려요?"

"거기 몰카 있어요?"
"전혀요. 가셔서 찾아보세요. 발견하시면 환불해드립니다. 또 당장 경찰에 신고하십시오."

"얼마죠?"
"8만원요."



그녀는 5만원자리 두 장을 건네주고 카드키와 일회용품이 들어있는 비닐 팩을 를 받아온다.



"고객님. 여기 거스름돈 .."
"맥주나 올려주세요. 부족해요?"

"아뇨. 남습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맥주는 5분 후에 올립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아 끌다시피 하며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녀의 발길이 엄청 급하다. 204호. 그녀가 문을 열고 내 팔을 잡아 끌며 방 안으로 들어선다.

그녀는 점퍼를 벗어서 침대로 던지더니 내게 파고들며 안긴다. 그 바람에 나는 침대로 벌렁 누워버렸다. 그녀가 내 몸 위로 엎드린다. 나는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당기며 그녀를 안고, 그녀는 얼굴을 내 목에 묻으며 웅얼웅얼 말한다.




"하아. .. 내가 너랑 결국 모텔에 왔네."
"와아아. 누나는 왜 그렇게 당당해? 모텔이건 경찰이건 .."

"어쩌겠어? 내가 연상이라서 엄청 쪽팔리다니까."
"누구한테?"



그녀가 몸을 비스듬히 일으켜서 고개를 들고 내 얼굴 위에서 잠시 내려다보더니, 한 손으로 내 코를 잡고 흔든다.



"누구한테는 누구한테냐? 너한테지. 씻고 올테니까, 몰카 있나 찾아봐."



그녀는 내 몸 위에서 몸을 꼬면서 내 입술을 몇 번 빨더니, 비닐 팩과 벽에 걸린 목욕 가운을 들고 욕실로 사라졌다.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는데, 그 때 바로 맥주가 왔다. 나는 매주를 받아놓고 방을 구석구석 이 잡듯이 뒤졌다. 몰카는 없었다.

나는 TV 를 켰다. 전쟁영화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때 독일군과 연합군이 전쟁을 하는 것 같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여우가 목욕 가운 차림으로 소파로 왔다. 그녀의 앞가슴쪽이 약간 열려 있다. 그녀의 두 개의 큼직한 볼륨이 좌우로 갈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여우는 촉촉하게 젖은 머릿결과 함께 엄청 요염하다. 패왕색이 따로 없다. 우리의 눈길이 마주치자 내가 한마디 했다. 그녀가 어색해 할 것 같아서이다.




"와아아. 완전 빵빵이잖아? 누나 진짜 에이스네."
"드립 고만치고, 언능 씻고 와."

"드립 아니고, 진심이거든요?"
"알아. 안다고. 언능 가."



그녀는 자기 가방을 들고 화장대로 가서 앉고,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일부러 문을 닫지 않았다. 그녀가 큰 소리로 말한다.




"너는 어린애처럼 무슨 전쟁 영화를 보고 있냐?"




양치를 하는데, TV 소리가 갑자기 스트링 앙상블의 연주로 바뀐다. 아마도 슈만의 곡인 것 같다.




[3]
나도 씻고 나서,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여우는 이미 침대에 엎드린 채로 이불을 덮고 있다. 내가 벗어 놓은 옷이 벽에 걸려있다. 그녀가 입었던 목욕 가운은 벽에 걸려있다. 여우가 지금 알몸일까? 나는 그녀를 불렀다.




"누나. 음악도 좋은데, 한 잔 해야지? 이리 나와봐요."
"나 벗고 있거든."

"이불도 가져와서 덮으면 되지. 아니면 가운 갖다 줄까?"




그녀가 혀를 낼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럴 때는 꼭 여고생 같다. 나는 목욕가운을 침대에 걸쳐놓았다.




"보지마."
"보라고 해도 안봐."

"그래도 보고 싶으면서?"
"참기도 잘 하거든요."

"아까 보니까 진짜 그렇기는 하더라."
"뭘?"

"됐어."



나보고 쳐다보지 말라고? 그럼 조금 있다가는 어쩔건데? 내 눈을 가리고 채찍이라도 휘두르기라도 할 생각인가? 나는 SM 이런 것 절대 아니다. 그런 것 보면 토나온다.

나는 침대를 등지고 소파에 앉았다. 유리잔에 맥주를 따라서 한 모금을 천천히 삼켰다. 여우가 어느 새 내 옆에 와서 서있다.



"자기야."
"어?"




나는 고개를 돌려서 그녀를 쳐다본다.



"딱 5초만이야."



그녀가 가운 앞자락을 활짝 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땡!"



그녀는 앞자락을 여미고 허리 끈을 감아와서 질끈 동여맨다. 잠시였지만 그녀의 젖가슴과, 배, 그리고 뱁꼽 아래에는 검은 숲, 뽀오얀 허벅지. .. 음냐음냐. ..




"그게 무슨 5초야? 너무 빨랐어. 하나도 못 봤거든. 다시 해."
"싫어! 안해!"

"안해도 돼. 괜찮아."
"하여간에. 여기서도 까칠하냐?"

"이게 왜 까칠한데? 매너지."
"보여달라고 부탁해. 정중하게."

"누나. 미의 여신 비너스께서 강림하신 것 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누나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백옥같은, 탐스러운 가슴이 불빛을 받아 적나라한 꿈의 요정처럼 @#$%^%&^^&*..."

"지금 나한테 뎀비냐?"
"어."

"참나."





[3]
그녀가 내 옆으로 바짝 붙어서 앉는다. 나는 그녀의 잔에도 맥주를 따라주었다. 그녀가 잔을 든다.



"까칠아. 건배하자."

"좋아. 건배."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글쎄. 아이. 참. .."




그녀가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려서 맥주를 마신다. 벌써 그녀의 뺨이 빨개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나를 부른다.




"하아. .. 윤하."
"어?"

"내가 너한테 이러니까 미친 년으로 보여?"
"전혀 아닌데? 그랬다면 내가 지금 같이 이러고 있겠어?"

"그렇지?"



그녀는 또 맥주를 마시더니 한숨을 쉰다. 그녀가 남긴 말소리가 방안을 맴돌고, 내 귀 속을 울리는 것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왜 이렇게 처량한 색깔일까? 약간 슬픔이 어려있기도 하고, ..




"쉬바세퀴."
"누나. 지금 욕했어? 누구한테? 나한테?"




여우가 갑자기 강인한 음성으로 욕을 뱉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랐다.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여우는 도대체 무슨 연극을 연출하려는 것일까? 여우는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또 맥주를 마시더니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 나 어떡해?"
"무슨 일인데 그래?"

"저 회사 당장 때려치워야 하는데."
"어? 그래야 하면. .. 그럼 때려 치워. 그리고 나한테 오면 되지. 받아줄게."

"자기네 방문자 수 20만은 어쩌고?"
"그럼 나와야 하는데, 나 때문에 못나온다고?"

"자기네는 지금 우리를 믿고 그렇게 크게 벌였잖아?"
"그건 또 머리를 짜면 되지. 그런데 무슨 일인데 그래? 일을 엄청 빡씨게 시켜?"




여우는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또 맥주를 마시더니 한숨을 쉰다.



"그렇게 한숨만 쉬면 시집 못 간대. 말을 해요. 우리가 털어놓고 얘기도 못하는 사이야?"
"그. .. 그게. .."

"누나 혹시 결혼했어? 집에 남편 놔두고, 지금 나랑 여기 있는 거니?"
"얘가? 나 골드미스라고 했거든?"

"그런데 왜 그러는데? 누나가 나 따도 나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오히려 기대되거든. 따기 싫으면 안 따도 돼. 우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벌써 몇달째인데. .. 뭐가 그렇게 심각해? 나 때문에는 아무 걱정 하지 마. 나는 누나편이야."

"그래. 나도 요새 윤하 만나는 맛에, 윤하네 웰빙 크는 맛에 산다. 내가 이 나이에 윤하 너 만나서 실없는 소리나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 사는 게 왜 이러니? 도대체 뭐가 잘못 된거야?"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회사는 당장 내일부터 나한테 출근하면 되잖아?"


"그래. 너한테 다 말 할게. 중간에 내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봐. 알았지?"
"어."



그녀는 또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러더니 고개를 흔들고 결심이라도 한 듯이 입을 연다.



"나, 대학 졸업하고 다른 회사에서 2년 일하다가, 지금 여기로 대리 달고 들어갔거든. 그런데 그 때 우리 팀장색희가 차장이었단 말이야. 지금 5년이 지났어. 그 색희는 지금 상무야. 나도 지금 차장이고, 팀장이란 말이야. 내년이면 나도 부장이야."

"그렇지. 그만 하면 .. 잘 되는 것 같구만."
"그런데, 저 상무색희가, 5년동안 나를 괴롭혀. 징그럽게 갈궈. 지긋지긋해."





여우가 고개를 숙인다. 그녀의 어깨가 흔들린다. 나는 티슈를 뽑아서 여우의 손에 쥐어주었다.




"저런. 완전 개 쉬벌이네."

"윤하 너는 그런 나쁜 말 하지마. 너는 욕도 할 줄도 모르고, 욕이 너한테는 아예 어울리지를 않아. 괜히 나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하지마."


"알았어. 그 인간이 누나를 어떻게 괴롭히는데?"
"저 색희가 회장 조카일거야. 결혼해서 애가 둘이야."

"그러니까 낙하산?"
"그리고 욜라 무식해. 회사 일도 전혀 모르고. 완전 컴맹이야. 그게 말이 되냐? 그래서 우리가 허구헌날 날밤까서 일했어. 그 바람에 저 쉬벌쉬퀴를 승진 시켰단 말이야. 우리는 저 쉬퀴 빨리빨리 위로 올라게서 제발 다른 데로 꺼지라고 한 거지. 그런데 그 쉬퀴가 엄청 질겨. 일을 모르니까 다른 데로 가지도 못하고, 끝까지 우리한테 붙어서 나를 갈군단 말이야."

"그거 인간 아니네. 누나랑 팀원들한테 고마운 줄도 모르고 왜 그런대? 이유가 뭐야?"
"함 달라고."

"뭐라고?"
"나보고 자기 물 받으라고."

"이러언. 콱! 으이구우. 그걸 그냥 냅둬?"

"요새 일자리가 없으니까. .. 내가 당장 뛰쳐나오면, 길바닥에서 뭐하냐? 그래도 그냥 꾹 참고 있는 거지."

"으이구우."

"그런데 너네 회사 크는 거랑, 영숙이가 말해주는 것을 보니까, 나도 너네한테로 가고 싶어. 지긋지긋한 이 쉬발거 .. 더는 못하겠어. 매일 밤 지저분한 문자 카톡 막 오고, 낮에 회사에서는 자꾸 더듬고, 만지고 .. 쓸데 없이 회식 하러 자주 가고, 안으려고 덤비고. .."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어. 당장 내일부터 우리한테 출근 해. 그런데 누나도 참. 그걸 5년동안을 어떻게 받아줬대? 그 색희도 5년동안 그 지랄을 하고? 둘 다 진짜 막상막하다. 진짜 존경스럽다."

"처음에는 내가 무조건 잘랐거든. 그러니까 내 일이 안되는 거야. 허구헌날 까이기나 하고. 그래서 어쩌다 한두 번은 나도 답장을 해준단 말이야. 그럼 또 그 색희 기가 살아나서 더 발광을 하고, .. 이렇게 밀고 당기면서 오늘까지야."

"누나도 참 바보다. 그런 일이면 진작에 털어놓고, 나한테 와야지. 지난 번에 그 사람들 올 때 같이 오든가."

"지금 어떻게 뛰쳐 나가냐? 우리 자기 일이 여기에 맞물려 있는데 .. 자기네가 아직은 우리 없이 좀 그렇잖아."

"흐으음 .."




그러니까 지난 번에 여우도 같이 나오려고 했었는데, 나와 우리 웰빙을 생각해서, 자기는 거기에 남아서 지금까지 일을 했다. 또 그녀는 뒤에서 김영숙과 전산팀을 지휘해왔다. 그녀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큰 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말종쉬퀴는 몇년 동안 왜 누나한테만 끈질기게 그래?"

"나한테만 그랬겠어? 영숙이한테도 그랬고, 다른 여직원들도 그만두고 나갔어. 다들 창피하니까 말은 안 하지만, 우리도 겪는 입장이라서 눈치가 있잖아."

"그렇겠지. 나도 남자지만, 그런 쉬퀴들은 그걸 아예 싹뚝 해야 해."

"이번에 영숙이가 한 일, 그거 다 내가 시킨 거야. 나 자기네 매출이 어떻고, 배송이 어떻고, 배추가 어떻고, 다 알아. 영숙이랑 매일 저녁마다 만나서 얘기해. 걔랑 나랑 바로 아래위층에서 살거든."

"저런. 그러니까 영숙이누나가 완전 산업스파이네."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자기네 방문자수를 20만 넘게 하고 가느냐? 아니면 지금 당장 철없는 짓을 하느냐. 그게 고민이야. 영숙이는 매일 나보고 자기한테 털어놓고 얘기하라고 하지만, 솔까말로 답은 다 보이잖아? 말하면 뭐하냐? 나이도 어린 자기한테 내가 이 나이에 짐만 되는 거지."

"누나가 왜 나한테 짐이야? 누나는 나한테 천사야. 여신이라고. 그런데 고민이 있네. 누나가 우리한테로 오면, 당장 누나 월급은 어쩌지?"

"월급? 그건 지금 걱정하지 말랬잖아. 먼저 자기네를 손익분기점까지는 키워야지. 내년 봄이 되면 적자폭은 줄어들고, 여름에 완전 대박 내자. 지금 당장은 한 달에 50만원만 줘도 돼. 그건 너무 작나? 하하하. 나도 영숙이처럼 실업자 급여로 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




이제는 내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여우는 웃고 있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 외롭고 쓸쓸하게 내 귀에 울린다.

나는 그녀의 허리로 팔을 두른다. 여우는 고개를 내쪽으로 돌려서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직장 상사로부터 지위를 남용한 성희롱을 5년동안이나 당하다니. ..
내가 이 여우에게 직접적으로 아무런 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한심스럽다.



"자기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떻게?"


"일단 내가 다음 월급날까지 계속 다녀. 그리고 나와서 자기한테로 가는 거야. 그 대신에 그 쒸벌쉬퀴가 한 짓을 회사에 다 까발리는 거야. 그럼 그 쉬퀴 이사회에서 잘릴거니까. 짤리기만 해? 바로 경찰에 고발 들어가게 돼 있어."

"증거는 확실하게 있고?"

"지금까지 보내온 문자, 카톡, 사진, 전부 다 따로 내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거든. 그걸 폴더에 담아서 회사 메신저로 회사 전체에 뿌리는 거지. 회장, 이사, 부장, 말단까지. 싹 다."

"누나, 변호사 한 명 있어야 하지 않나? 그 쉬퀴 결혼 했으면, 이번에 가정도 깨질텐데, 그 놈이 가만히 당하기만 할까? 마지막 발악을 할텐데."

"변호사? 그거 껌값이야. 고용부에 고발하면 간단해."

"그럼 아무 문제 없네?"

"자기네 크는 것. 딱 그거 하나가 문제야."

"누나랑 우리 전부 머리를 짜내면 뭐가 돼도 되거든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누나 하고싶은 대로 다 해. 내가 누나라면 내일 당장 터트리겠다."

"그럼 그래볼까? 그래도 될까?"
"내 쪽에서는 생길 일이 아무것도 없어. 누나 쪽만 잘 챙기면 돼."

"알았어. 그럼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모레 월요일 아침 10시쯤에 회사랑 고용부에 동시에 터트리고, 사직서 던지고, 모레 저녁때 너네 사무실로 간다. 알았지?"




여우가 입을 앙다문다. 두 손은 주먹을 꼬옥 쥐고 조용히 맥주잔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4]
한참 후에 여우가 한참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하아. .. 윤하야. 미안해. 괜히 나때문에 .."

"나는 누나한테 고마워. 누나가 나한테 가까이 있고, 누나가 그런 얘기도 하고, 누나가 우리 일도 다 챙겨주고 .. 나 지금 울고싶 은데, 간신히 참고 있거든요. 도대체 누나한테 이 빚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해? "

"빚? 나한테 빚졌다고?"
"어."

"아이. 참. .. 그거야 .. 왜 그걸 빚이라고 생각해? 우리 사이에 서로 그런 것도 못해주냐?"
"그게 .. 누나는 작은 것을 했나 몰라도, 나한테는 엄청 큰 것이잖아."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그 색희가 지랄하니까, 열 받아서 엄청 오기가 났던 거야. 바로 그 때 윤하 네가 우리한테 나타난 거고. 그러니까 나나 영숙이는 처음부터 너네한테 하나라도 이것저것 더 챙겨준 거야."

"그게 우리한테 얼마나 큰 도움인줄 알아? 알았으니까, 이제 고만해. 이제 결론은 났어. 누나랑 우리 다 같이 웰빙 라이프 진짜 한번 키워보자. 알았지?"

"그래. 이번에는 자기랑 하니까 키우는 재미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그거고."

"또 있어?"
"얘는? 그동안 만날 때마다 주욱 해왔던 말 있잖아? 너 따야지. 하하."

"마음대로 해."

"그 쉬퀴가 나한테 그런다고, 나도 그 말종한테 똑같이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너만 만나면 딴다는 말을 했던 거지. 그 동안 놀려서 미안해. 그거 다 성희롱인데 말이야. .. 하하."

"아니야.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누나한테 따인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전혀 나쁘거나 불쾌하지 않더라고. 은근 따이고 싶고, 기대도 되고. .. 내가 쫌 변태같지?"

"아니야. 네가 무슨 변태니? 너는 착해서 그래. 나나 영숙이는 너보고 꼭 착한 까칠이라고 그랬어. 하하."





우리는 서로를 안고 키스했다. 몇 달 동안을 만나면서 우리는 오늘 처음으로 키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키스는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여우의 혀가 내 입으로 밀려들어오는 순간, 그녀의 손도 내 가은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여우의 혀를 빨아당기고, 그녀는 한 손으로는 내 가슴을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내 페니스를 감아 쥔다.





"우리 착한 까칠이.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내가 한 성희롱을 참아온 상이야."




여우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앞에 서더니, 내 허벅지를 열고 그 사이로 쪼그리고 앉는다. 그녀는 한 손으로 가운의 허리띠를 풀고, 가운의 앞자락을 풀어헤친다. 다른 손은 내 배를 쓰다듬으며 아래로 향한다. 그녀의 좁고 긴 얼굴에는 웃음이 넘친다. 내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너무 강렬하고 끈적끈적한 것 같다.





-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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