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번째 스토리에 님께서 고견을 남기셨는데, 저는 아무리 읽어봐도 건방지실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한참 더 심하게 쓰셔도 되니까, 마음 놓고 쓰십시오. 저도 1, 2, 3 회를 정독하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면. .. 어디까지나 제 의도에 대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 그렇게 쓴 이유는 이 글은 단편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시작하면서는 <발단>부분이므로 사건이나, 등장 인물들을 먼저 내세운 다음에, 그 인물과 사건들을 서로 얽히게 하려는 것이 제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장편이라면 알바나 바람이 남긴 흔적처럼 매끄럽게 쓸 수도 있었겠죠.
또 이 글이 <흐르는 강물처럼>인 이유는 16회에서 윤은경이 윤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부분에서 밝혔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제 글재주를 더 갈고 닦으면서 이런 점들은 꼭 개선하겠습니다.
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하아. .. 오늘 이렇게 썼으니까 <흰트라제4>님 엄청 투덜거리실텐데 .. 그런데 허구헌날 박아대나요? 참나. ..
.......... - Ja"dore -
=*=*=*=*=*=*=
나오는 사람들 :
최윤하 (23) : 대한대 건축학과 4학년
황해리 (21) : 명화여대 영어과 2학년
황영철 (23) : 윤하의 고교 동창. 황해리의 친오빠.
윤은경(25) : 황영철의 여직원
박혜주(34) : 의정부 한정식집 앞마당 사장
강희영(34) : 박혜주의 여고 동창. 보험 아줌마.
이하영(22) : 덕수대학 컴퓨터공학과 2학년
유건상(28) : 황영철의 선배. 박혜주에게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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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줌마 부대
[1]
전화기에서 들리는 박혜주 사장의 목소리가 너무 경쾌하다. 약간 들떠있는 것 같다.
"자기 지금 어디야?"
"집."
"지금 잠시 볼 수 없을까 해서 .."
"지금 이 시간에? 나보고 수유리로 오라고?"
"아이이잉. 내가 그렇게 경우 없는 여자로 보여? 나 지금 강남이야. 고속터미널 쪽."
"그래? 그럼 어쩐다?"
"자기 있는데 어딘가 말해. 그리로 찍고 갈게."
"그게 아니라. .. 누나 혹시 동작역 찾아올 수 있나?"
"그럼. 거기는 눈 감고도 간다. 하하."
"나는 옷만 입으면 나가니까, 누나 그리로 출발해. 1번출구에서 보자."
"자기는 지하철로 오니?"
"이 시간에? 택시."
"하아. .. 다행이다. 빨리 보고 싶은데."
"그렇게 급해?"
"말이라고 해? 전화 끊어! 빨리 옷 입고 나오기나 해."
나는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박혜주가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박혜주의 차가 주차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보다 훨씬 앞쪽에서 내려서 걸어서 그녀의 차로 왔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그녀는 내게로 몸을 돌려서 키스를 한다.
"자기. 자다 일어났어?"
"자려고 막 누웠는데 전화 받고 나왔어."
"이 동네 완전 절망이네. 한강 건넌다?"
"납치하려고?"
"갑자기 보고 싶은데 어떡해? 이렇게라도 해야지. 하하."
"완전 현대판 보쌈이네. 그것도 어이없게 여자가 남자를. 하하."
"진짜 생각 같아서는 그러고 싶다."
박혜주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하는 것은 너무 귀엽다. 도로에 차가 없어서인지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밟아댔다. 감히 말도 못 붙이겠다. 네비게이션에서 카메라가 있다는 멘트가 나오면 브레이크를 밟고, 안그러면 엄청 밟아댄다. 그래도 신호등은 지킨다.
우리는 그녀의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녀가 주차를 했는데, 아직도 귀가 머엉하다.
"하아. .. 멀기는 멀다. 서울이 참 크다니까."
"죽는 줄 알았어."
"내가 좀 심했지? 안그러면 내일 아침에 오는데 어쩌라고?"
"우리 혜주. 잘 했어. 그런데 무슨 일로 이 오밤중에 행차야?"
우리는 박혜주의 아파트로 올라갔다.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주방으로 갔다.
"자기야. 우리 한잔 하자."
"우선 무슨 일인지부터 말해주면 안돼?"
"나 숨 안 넘어가거든요. 맥주? 아니면 와인? 레드 드라이가 있는데."
"와인."
박혜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술상을 차린다. 나는 와인 병을 열어서 잔에 따랐다. 그녀는 녹차를 끓인다. 자기는 와인을 녹차를 곁들여서 마신단다.
"우리 서방님. 궁금하셔?"
"엄청."
"엊그제 뉴스 보고 엄청 놀랐지?"
"어. 궁금하기도 하고."
"건상이가 그러는데, 그 황사장 선배."
"어."
"그건 경상도 쪽에서 설치던 애들이 걸린 거래. 황사장이랑은 아무 상관 없대."
"아아. .. 그랬구나. .. 난 또."
"황사장네는 그렇게 쉽게는 안 걸린대. 걸려도 황사장은 손 안댈 것 같다는데?"
"왜 그러지?"
"위로 줄이 있으니까 그렇겠지. 그건 그렇고. 내가 오늘 보자고 한 이유는. .."
"또 있어?"
"내가 물어보면 진짜 솔직하게 말해야 해?"
"내가 언제는 누나한테 거짓말 했어?"
"알아. 그러니까 내가 만나지."
"뭐가 또 문제야?"
"너 혹시 유부녀 따먹니?"
"뭐야?"
"가정 가진 여자들 불러내서 자러 다니고 하는 .."
"......"
나는 이 말을 듣자 갑자기 혈압이 치솟는다. 워낙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갈래."
이 말을 하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박혜주도 깜짝 놀라서 내 팔을 잡고 끌어당긴다.
"자기야. 미안. 화났어?"
"화나고 안 나고가 문제야? 진짜 사람을 뭘로 보고 .."
"미안해. 자기가 안 그러는 줄은 알지만, 워낙 중요한 일이라서 .. 진짜 미안해."
"뭐가 중요하다는 건데? 어떤 아줌마가 나랑 잤다고 떠들고 다니기라도 해?"
"제발 저기 가서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가든지 말든지 해. 어? 자기야 제발 부탁이야."
"좋아. 여기서 해. 들어줄게. 재수없어서 저기는 못 가겠어."
그녀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바닥으로 앉는다. 나를 쳐다보며 두 손을 싹싹 비빈다.
"서방님. 이 미친 년이 안 할 말 할말을 못 가리고 막말을 해서 진짜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저대로 그냥 두었다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
"알았어. 다시는 그런 몰상식한 얘기 꺼내면 안돼. 알았지?"
"예. 다시는 안 그럴게요."
나는 두 손을 뻗어서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일으켰다. 그녀는 일어서더니 나에게 백허그를 한다.
"용서해주신 거죠?"
"어. 혜주가 다시는 그런 말 안 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번 만큼은 용서해야지."
"서방님. 고마워요."
나는 이렇게 해서 이 사건을 해프닝으로 끝을 냈다. 우리는 주방의 식탁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 이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화를 엄청 낼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빡씨게 나올 줄은 몰랐네."
"입장을 바꿔놓고 혜주 네가 유부남이랑 자고 다닌다는 소리 들으면 좋으니?"
"나는 자기가 그냥 미친 년 지랄하네 하고 끝낼 줄 알았지. 그런데 자기 하는 것 보니까 진짜 완전 안심이다. "
“그럼 나 떠본거니?”
“잘 하면 약이지만, 잘못 하면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 워낙 조심스러워서 그래요.”
“뜸 고만 들이고 말해봐.”
박혜주는 오늘 여고 동창들이랑 모임이 있어서 압구정동에 왔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와 친한 동창 한 명이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살다가, 오늘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모임이 끝나고 그녀를 따로 만났는데, 그녀도 결혼을 했으나, 2년을 넘게 살아도 아기를 가지지 못하여 갈라섰단다. 위자료 받은 돈은 제법 됐지만, 부동산에 손대고, 미장원과 식당을 하면서 차례로 말아먹는 바람에, 요즈음은 살기가 말이 아니라고 했다.
"걔가 보험이랑 카드랑 영업하거든. 요새는 카드나 보험이 옛날 같지 않고 돈이 안돼서 화장품도 한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대."
"이 여자분 얘기를 나한테 왜 하는데?"
"그래서 내가 오늘 지나가는 말로 그냥 물어봤지. 혹시 김치도 팔 생각이 없냐고. 당장 그 자리에서 걔 아이패드로 자기 홈페이지랑 그 여우 홈페이지 들어가서 구경을 싹 시켜줬거든. 얘가 보고 나더니 완전 눈이 돌아가는 거야. 당장 자기를 만나게 해달라고 난리를 부리더라고."
"그래서 날더러 그 아줌마랑 손잡고 김치 팔으라고?"
"내가 그런 일로 자기를 목숨 걸고 이 시간에 여디로 데려왔겠어? 걔네 보험회사에 얘랑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이 꽤 있나봐. 그야말로 아줌마 부대인 거지."
"흐으음. .."
"그 때 나한테 걱정이 되는 것이 그 많은 아줌마들 중에는 벼라 별 아줌마들이 다 있을텐데, 자기가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자기한테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안 그럴 줄 알면서도 자기가 어떻게 나오나 떠보느라고 한 소리였어.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맞아. 자기는 그럴 남자가 아니기는 해. 그런데, 자기가 워낙 잘생겨서 그 아줌마들이 자기를 그냥 놔둘 것 같지가 않아서 고민이야."
"내가 그렇게 잘 생겼어?"
"자기 점집에 가본 적 없어?"
"그런 데를 왜 가냐? 왜? 나 뭐 이상해?"
"나도 몰랐는데, 지난번에 언니들 모임에 자기 왔었잖아. 그 언니 하나가 그런 것에 푹 빠져있거든. 그 언니 말에 자기한테 살이 껴있대."
"뭐? 살이 껴? 그게 뭔데?"
"그 왜 있잖아. 남자 주변에 여자들이 항상 달라붙어서 남자가 정신 못 차리는 .. 여자한테는 그게 도화살이거든. 남자한테는 역마살이라고도 하고 도 남자한테도 그냥 도화살이라는 말도 쓴대. 아무튼 자기는 타고난 관상이 야자들 치마폭을 벗어날 수가 없대. 그 언니가 나보고 조심하라고 그러더라고."
"쓸데없는 소리."
"내 말 끝까지 들어봐. 그 보험설계사들은 일을 맡으면, 차고 들어서 암팡지게 잘한대. 걔 말이 처음에 대여섯 명이 같이 하면서 일이 잘 되면 그 보험회사에 있는 아줌마들이 몇십 명이 떼거지로 몰려올 거래. 다들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래서 누나 생각은?"
"내가 자기라면 얘랑 손 잡겠다. 그 대신 자기는 여자 조심해서 절대로 스캔들 일으키지 말고. 괜히 돈보고 덤볐다가 손들고 뻗기 딱이거든."
"으음. .."
"내가 자기랑 그렇게 죽고 못살아도, 나 봐. 지금 딱 거리를 지키잖아? 나도 밤마다 차에 타고 시동 걸고 싶은 마음이 왜 안 생기겠어? 그런데 그 언니 말이 떠올라서. 자기가 나 때문에 망하면 물론 내가 먹여 살려도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나 나나 그건 아니지."
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또? 내가 또 뭘 잘못한 거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혜주 옆으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휘둥그레진 두 눈이 조그만 그녀의 얼굴에 가득 찬다.
"누나. 진짜 미안해. 완전 진심. 나는 누나가 나 같은 놈을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줄도 모르고, 우리 착한 누나한테 객기나 부리고 말이야. 내가 정신 나간 미친 놈이야. 아까 누나를 놀라게 해서, 진짜 죄송하고 미안해요."
내 말을 듣자 박혜주도 의자에서 내려오더니 내 옆에 앉으며 나를 부등켜 안는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
"내가 나쁜 년이지. 자기가 나를 얼마나 믿어주는데 말이야. .. 오밤중에 자려고 누운 사람을 차에 실어와도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고 따라와주는데.. 이런 남자한테 내가 못할 소리를 한 거지."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하고 서로 자기가 나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한 후에 다시 식탁으로 앉아서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푼수 박혜주가 또 미안하다는 말을 꺼낸다.
"야. 박혜주. 이제 그런 얘기는 고만한다. 내일 아침까지 미안하기만 할거야?"
"알았어요 서방님."
"서방님 소리 하지 말라니까."
"윤하오빠."
"참나. .."
우리는 침대에서 엉켰고, 새벽 다섯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2]
다음날은 아침 아홉시에 알람 소리 때문에 눈을 떴는데, 전화기에 윤은경과 이하영에게서 문자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나는 일 때문에 지금 학교에 와있으며, 오후에 사무실로 가겠다고 거짓말로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박혜주가 내 옆에 없다. 주방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내가 주방으로 가자 그녀가 소파에 있는 종이팩을 가리킨다.
"어제 강남에 간 김에 자기 생각이 나서, 자기 옷 몇 개 샀어."
나는 그녀가 차려주는 밥을 먹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영양학 강의는 하지 않았지만, 내 입에 두세 번 밥을 먹여주었다.
나는 그녀를 안고 키스하면서 주무르다가 그녀와 또 엉키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나를 단호하게 밀어냈다.
"밤에 두 번이나 쌌잖아. 더는 안돼. 자기 몸 상해."
나는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또 나를 태우고 논현동으로 와서 사무실 앞에 내려준다.
"아침에 자기 잘 때 내 친구랑 통화했거든. 출근한다면서 일찍 전화를 했더라고."
"뭐라고 했어?"
"이따 오후 늦게 내 친구가 아줌마들 몇 데리고 여기로 올거야. 일이 되든 안되든 부담 갖지 말고, 자기는 그냥 한 번 만나보기나 해. 자기 비쥬얼 정도면, 걱정 안 해도 될거야.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하고 그냥 뽑아 입혔는데도, 자기 진짜 광난다. 완전 반짝반짝이야. 하하. "
"누나가 소개하는데, 당연히 좋은 아줌마겠지."
"자기야. 그건 안 그래. 걔네들이 좋은 애들이었을 때는 고딩때였지. 지금은 다들 뭐가 돼있는지 나는 몰라. 더군다나 말 많은 그 보험 영업을 하면서 쟤가 뭘로 변했겠어? 나는 몰라. 걔 책임 못 져. 자기가 알아서 잘 해."
"그렇기는 하겠다."
"보험 하면서 사람 만나는 데에는 이골이 날 정도로 이런 저런 사람들 다 만났을 거란 말이야. 자기도 걔 만날 때 조심해. 쓸데없이 흠 잡히지 말고. 내가 자기는 아직 대학생이라서 좀 어수룩 할 거라고 말을 해두기는 했는데, .. 아무튼 우리 자기는 잘 할거야. 하하. 나 간다."
"조심해서 가요."
그녀는 내게 손을 흔들고 떠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맙고 사랑스러운 여자이다. 도대체 왜 이혼을 했지?
[3]
나는 사무실로 들어가서 내 일과를 시작했다. 한참 있다가 이하영 혼자 들어온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히죽 웃는다.
"간만에 여친이랑 만나서 밤새 회포 좀 풀었수?"
"까불고 있어. 우리 그런 사이 아냐."
"뭐야? 그럼 정신적인 여친이야? 플라토닉?"
"걔 오빠랑 걔네 집안이 어떤지 알지도 모르면서 지금 그런 얘기 할래?"
"아니야. 안 그럴게. 오빠 성격에 그냥 뒀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런데 해리 걔 예뻐도 너무 예쁘더라. 은근 짜증인 거 있지."
오후 늦게 윤은경이 해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황영철의 정밀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심장에 있는 혈관이 너무 좁아져서 철망을 끼워넣고 확장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해리가 내게 묻는다.
"오늘 병원에 갈거지?"
"글쎄. .."
나는 윤은경에게 박혜주가 한 보험 아줌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윤은경은 아줌마들에게 수수료로 챙겨줄 액수를 정해야 한다면서, 이하영과 함께 당장 계산을 시작했다.
"하여간에. 우리 윤하씨는 사고치는 데에는 뭐 있다니까. 하하."
"큰 기대는 안 걸었으면 해."
"그건 윤하씨가 보험아줌마들의 파워를 모르니까 하는 소리야. 두고 봐. 이건 백프로 대박이야. 잘못 될 리가 없단 말이야."
"뭘로 그렇게 장담하는데?"
"그 아줌마들은 영업하는 방식이 완전 달라. 아줌마들 사는 가정집에 가서 같이 시간을 보내거든. 같이 수다도 떨고 하면서 완전 가깝게 지낸단 말이야. 만일에 성과가 괜찮으면 기본급을 얼마씩 주고, 그 위에 성과급을 얹어주면, 이건 뭐 완전 .."
"보험은 건당 매월 수수료가 잇는데, 이 김치는 한번 팔면 그게 아니잖아."
"김치는 매일 먹거든. 그게 문제가 아니고, 이제 시식용 샘플을 만들어야 하는데?"
"무슨 시식?"
"그 아줌마들은 그냥 김치 사세요 하는 것이 아니라, 꺼내 놓고 먹어보라고 하면서 맛이 마음에 들면 사라고 나올거거든. 그러니까 1킬로짜리 미니팩으로 포장이 될까?"
윤은경은 김치공장과 전화를 하고 나더니, 우리가 포장기계를 사다 주었으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하영은 판매가격의 5 %는 성과급으로 주어도 된다는 계산을 했다. 판매가격이 2만원일 경우에는 천원이라는 말이다. 나는 작아도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 특별 이벤트나 할인 행사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10%는 안되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지난 번에 여우들과 있었던 상황이란다. 만일 판매량이 많아지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4]
그런데 드디어 그 보험 아줌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근처라면서 들어와도 좋으냐는 것이다. 나는 마중을 나가고, 이하영과 윤은경은 위층에 있는 오피스텔로 음료수를 준비하겠다면서 올라갔다.
나는 건물 입구로 갔는데, 벌써 아줌마들이 8명이 와있다. 첫눈에 보니까 나이도 다양한 것 같다. 30대 부터 40대 까지이다. 그런데 그녀들에게 흠 잡히지 말라는 박혜주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그녀들 앞에 서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최윤하입니다. 누추한 곳에 직접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데 먼 길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지요?"
"안녕하세요? 강희영입니다."
나는 그녀들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와서 어수선한 오피스텔 두 개를 구경시켰다. 그녀들은 김치냉장고, 포장용 박스들을 돌아본다.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오피스텔은 갑자기 여자들의 화장품 냄새로 진동을 한다. 황해리가 뻘쭘하니 서서 우리를 보고 있다.
"이제 위층으로 가실까요? 제가 먼저 갈테니까 따라 오십시오."
우리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들이 소파에 둘러앉고, 윤은경과 이하영이 음료수를 내온다. 소파에 자리가 모자라서 우리는 의자에 앉았다. 아줌마들은 자기들끼리 소근거리며 킥킥댄다. 그녀들의 분위기는 좋은 것 같다.
강희영은 그녀들로부터 보험 설계사 명함을 모아서 나에게 건네 주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이름만 팀장이고, 이 분들은 우리 팀원들입니다."
"우리 김치 얘기는 어디까지 알고 계시죠?"
"홈페이지 다 뒤져봤고, 아까 의정부 혜주네 식당에서 맛도 봤고, 여기서 구경도 했거든요. 그럼 된 것 아닌가요?"
나는 우리가 업소와 가정용에 하루에 얼마나 판매하고 있는가를 말해주고, 반응도 좋은 편이라는 말도 했다. 특히 여우들 쪽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자기가 홈페이지에 가서 보았으므로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네요. 그럼 판매에 대해서 저희가 성과급을 드려야 하는데 .."
"사장님, 너무 급하게 하지 말죠?"
"예?"
"일단 이게 해서 될 건지 아닌지를 우리도 알아야 하니까, 처음 일주일 정도는 달려보고 나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택도 아닌 일에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는 일은 지긋지긋해서요."
"그럼 나는 시식용 샘플을 이틀 후에 준비할 테니까,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미리 연락 주시고, 모레 오셔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럼 홍보용 전단지나 명함 이런 것 ..."
윤은경과 이하영이 박스 채로 들고 와서 테이블로 놓자, 그녀들은 한 움큼씩을 챙겨서 가방에 넣는다.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데, 아줌마들은 식구들에게 저녁을 챙겨야 하는데, 벌써 늦어도 한참 늦었다면서, 서둘러 일어서서 인사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강희영만 남았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이제 조용해진다. 나에게도 긴장이 풀린다.
강희영은 자기 팀원들이 공장을 직접 보지 못해서 약간 불안해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요새 먹거리로 하도 말이 많아서요."
"우리에게 그런 일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인터넷에서 우리가 뭐가 됐겠습니까?"
"나야 알죠. 그 왜 있잖아요. 나이 드신 아줌마들은 약간 푼수기가 있거든요. 그 언니들은 인터넷도 안 해요. 아무래도 사장님이 이해를 하셔야 .. "
"그건 간단해요. 일단 시작하고 조금 달리다가 하루 날 잡아서 가면 돼요. 그게 뭐 숨겨진 비말이라고."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강희영도 전화를 받더니 아줌마들이 차 때문에 밑에서 기다린다면서,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우리는 정리를 한 후에 윤은경의 차로 병원으로 출발한다. 차 안에서 황해리가 내게 물었다.
"오빠는 허구헌날 여자들이랑만 일 해?"
"아직은 김치 때문에 오는 남자들이 없네?"
이때 앞에 앉은 이하영이 황해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한다.
"해리씨. 윤하오빠가 그렇게 걱정돼?
"최윤하가 얼굴값 하느라고 얼마나 바람둥이인데. 내가 아는 것만해도 벌써 .."
"그건 안 그래. 거래하는 식당에 가면, 사장이나 요리사들은 거의 남자야. 이 바닥에서 여자들이랑 사고나 치고 다니면, 그건 완전 자폭하는 거야. 머리는 있으니까 그 정도도 모르겠어? 걱정 안 해도 돼."
"아하. .. 그렇군."
이하영은 불을 껐고, 황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을 한다. 그런데 나는 약간 뜨끔하다.
- 다음 회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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