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그 친구라는 말은 이제 고만 하시지?
[1]
바깥 날씨는 비가 내리고 있다. 내 마음은 급한데, 도로는 퇴근 시간이라서 차들이 엄청 밀리고 있다. 나는 택시 안에서 태블릿으로 우리 싸이트와 여우네 싸이트를 둘러보았다.
웰빙라이프의 방문객 카운터에는 오픈 18시간만에 벌써 10만에 가까운 숫자를 기록하고있다. 의류 상품들은 전부 빨간 색으로 엑스(X) 표시가 되어 매진을 알리고 있다. 이제 김치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저녁 6시부터 새벽 3시가지가 골든 타임이다. 이 시간대에는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그래서 지불 능력이 충분한 20대부터 40대까지가 접속하여 적극적인 구매에 나서기 때문이다. 우리도 첫날 이 기세를 놓치지 않으려면 당장 상품을 더 풀어야 한다.
나는 김영숙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이미 사무실에 도착해있고, 오프라인 매장 두 군데는 아직 너무 한산하다고 한다.
"누나. 엑스(X)표시 한 것은 빨리 지우고, 더 풀죠?"
"그렇게 하면 한정 판매가 의미가 없어서 안돼요. 일단 종류를 바꿔서 하고, 나중에 짜투리들을 전부 모아서 세일하면서 떨어버리면 돼요."
"하영이랑 같이 하면 되는데."
"안 그래도 지금 카탈록 다시 꾸미는 중이니까, 여기 걱정은 말고 빗길 조심해서 와요."
사무실에 도착하니까 황영철도 해리와 함께 사무실에 나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리의 표정에 근심이 담겨있다. 윤은경도 밝은 표정은 아니다. 벌써 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기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긴장된다.
김영숙은 웹팀의 멤버들을 전부 불러들여서 상품 업그레이드를 서두르고 있다. 다들 자다가 불려 나왔지만, 그래도 아이디어들을 짜느라고 열심이다. 윤은경은 저들을 위하여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이하영은 황영철과 해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한 바퀴 둘러본 후에 해리의 옆으로 의자를 당겨놓고 앉았다. 해리가 내 손을 잡고 손깍지를 낀다. 나는 황영철에게 물었다.
"김치 공장은 어때?"
"난리야. 난리. 배추가 없어."
"뭐야? 아니 왜? 밭에 있는 저 배추들은 다 뭔데?"
"그건 김장 용으로 이달 말쯤에 풀린대. 지금 당장은 가락 시장으로 들어오는 배추를 사서 나르는 중이기는 한데, 여사장 말로는 이 배추들은 질이 떨어져서, 자칫 잘못하면 중국 배추로 오해 받게 생겼대."
"빌어먹을. .. 주문은 있는데, 배추가 없네. 진짜 어이없다. 그럼 어쩐다지?"
"우리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배추를 확보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문제야. 내일부터 돌아다니면서 배추를 농가에서 직접 구입해볼게."
김영숙이 내 어깨를 가볍게 친다.
"대표오빠. 축하해요. 하하."
"누나가 설치니까 완전 대박이네. 하하."
"그런데, 이번에 주문한 물량이 너무 적어서 걱정이 조금 생겨요. "
"오늘은 첫날이니까 속단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사은품 문제도 걸려있고. .."
"우리한테는 "감"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다른 쇼핑몰들이랑 비교해보면 스타트 스케일이 너무 커요. 이 정도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 한다니까요."
"으음. .. 그럼. .. 주말 전까지 두고 본 후에, 주말에 추가 주문을 기획합시다."
"알았어요. 그리고 팀장언니가 나중에 전화 기다린대요."
황영철은 웹팀에게 수고한다면서, 회식하라고, 회식비를 현금으로 내주었다. 그리고 그는 나, 윤은경 그리고 해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끼리 파티 해야지. 지금까지 고생만 실컷 했는데."
[2]
우리가 간 곳은 한식집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여우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까칠이 뭐해?"
"저녁 먹어."
"너네 지금 대박 터진 것 아직 실감이 안 나지?"
"에이. 첫날인데 왜 호들갑이야?"
"아까 상무님이 너 입점 못 시킨 것 때문에 엄청 후회하는 말을 하더라. 그런데 너네 포토에세이 누가 쓰냐? 이제는 아예 동영상으로 올라가더라? 상무가 그거 보고 완전 뿅 갔어. 우리한테도 그거 해보라고 쌩 난리야."
"누나네도 하면 효과가 조금은 있을 것 같네."
"우리 배너광고 하나만 달아줄래?"
"우리는 누나네보다 아직 약한데?"
"아냐. 배너 앞으로 달아달라는 애들이 엄청 생길거야. 아무래도 우리가 미리 손을 써야지."
"그래? 지금 작업중이니까, 전화해서 넣으라고 할게. 바로가기도 넣어준다. 하하."
"그리고 앞으로 너네한테 입점하자는 쇼핑몰들이 생길거거든. 그거 영숙이랑 같이 실사를 철저하게 해서 말썽 안 생기게 해야 할거야. 아까 내가 영숙이한테 말은 해놨는데, 걱정돼서."
"어. 고마워. 주말 지나고 함 보자."
"알았어. 이번에는 꼭이야. 흐흐흐."
"말로만!"
"두고 봐. 하하."
나는 김영숙에게 전화해서 김팀장이 하라는 것을 다 해주라고 했다. 얼마 후에 여우팀장은 고맙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내왔다.
[3]
영철이가 딱하다. 그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도당이나 지방 그리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들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지방이나 단백질이 혈관 속에 들어있는 혈관을 막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고, 또 합병증인 당뇨와 고혈압 때문이다.
그가 젓가락질을 하다가 식사를 끝내면서 나에게 물었다.
"이제 웰빙은 아이템들만 바꾸면서 천천히 조금씩 확장하면 된다고 보는데. 맞아?"
"그렇지. 저 오피스텔에서 나가는 문제가 남아있는데, 급한 것은 아니야."
"앞으로도 또 돈이 들어갈 곳이 생기겠지?"
지금 당장 서버도 문제가 된다. 하루 접속자 수가 저 정도이면, 동시접속자 수가 많아져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버가 마비된다. 막말로 셧다운이 되는 것이다. 또 방문객들이 올리는 동영상 때문에 저장용량과 트래픽에도 과부하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서버를 확장하는 비용도 최소한 2천만원 정도는 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력도 예측하기에 까다로운 문제이다. 아직까지는 아줌마 부대가 우리의 휴먼 리소스 역할을 하면서, 전화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웹팀이나, 배송을 담당하는 인력은 머지않아 부족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김장철 전이기 때문에 함부로 고용을 할 수가 없다. 지금 필요하다고 고용했다가, 겨울에는 정리 해고를 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황영철의 분위기가 갈수록 엄청 심각해진다. 해리나 윤은경은 황영철의 눈치만 살피는 느낌이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 윤은경이 입을 열었다.
"과장님. 내가 말 할까요?"
"그럴래?"
"윤하씨. 내 말을 듣고 화내지 않기로 약속할래요?"
"뭔데 그래? 내가 영철이나 누나한테 어떻게 화를 내? 나 모르는 무슨 일이 또 있는 거야?"
"그게 ..."
"말 안 하면 어떡해? 내가 화를 내야 하나?"
"그러니까 이것은 감정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거든요. 윤하씨가 화를 낸다면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좋아요. 그런다고 언제까지 덮어두고 쉬쉬할 일도 아니고 .. 나도 요새 미치겠어요."
윤은경이 이 정도로 뜸을 들이는 것으로 보면, 이 일은 예사로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녀는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알았어요. 절대로 화내지 않을테니까, 얘기나 해요."
"윤하씨. .. 간단히 말하면, 과장님은 한국을 떠나야 할 상황이야."
"왜? 건강이 그렇게 나빠졌어?"
"그게 아니라 ..."
"그럼, 그 회사 일로?"
"어. 일년 정도, 일종의 피난을 가는 셈이지."
"그 얘기가 언제 나왔는데?"
"추석 끝나고 나서."
"그 얘기를 왜 이제야 하는데? 그럴거면서 뭐 하러 이렇게 판을 키웠어? 너 없이, 나보고 혼자 어쩌라고?"
"윤하씨. 우리가 너무 바빴잖아요. 언제 이런 자리를 만들 시간이나 있었어요?"
"윤하야. 미안하다. 내가 너한테 못할 짓을 했다."
이것이 바로 맑은 하늘에 날벼락인가? 나는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다. 갑자기 두렵고, 앞이 캄캄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또 생각해보면, 이 일은 영철이가 잘못을 해서 생긴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이 결정이 나나 웰빙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속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종합 병원인 영철이에게 화를 낼 수도 없다.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내가 이 정도인데, 지금까지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던 윤은경이나 해리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을 진정시키느라고 애를 먹었다. 옆에 앉은 해리가 또 내 손을 잡고 손깍지를 낀다.
"도대체가 말이야. .. 무슨 일들이 이렇게 끊이지 않고 계속 터지냐? 나 이러다가 정신분열증에 걸릴 것 같다."
"하아. .. 오빠. .."
"윤하씨. .."
"영철아. .."
갑자기 세 사람은 마치 죄인인 것처럼, 나에게 무슨 처분을 기다리는 것처럼 한다. 영철이도 불쌍하고, 해리도 불쌍하다. 아쉬울 것이 전혀 없는 윤은경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윤은경도 딱하다.
"나 아직 화 안 냈거든? 그러니까 누나가 차분차분 얘기를 해봐."
"윤하씨. 내년에는 선거 때문에 찬바람이 몇 번 불거든요. 늦어도 연말까지는 이 나라를 떠야 안전해요."
"언제쯤 가는데? 어디로 가니? 너 혼자 갈래? 해리는? 은경이누나도 같이 가야 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은경이는 웰빙에 남겠대. 해리는 아직 모르겠고. .."
"그런 상황이면 너네 사장이라는 사람은 영철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세울 입장이 아니네. 그럼 너 내가 하라는 대로 할래?"
"어떻게?"
"지금은 네 신분이 애매한 상태잖아? 그러니까 미국으로 가라. 거기서 일년 동안 우리 아버지네 회사에 다녀. 내가 부탁을 해 놓을게. 해리는 유학을 하고 싶어 하니까, 네가 데리고 가. 지난 번에 그 대학에 다녔던 적이 있으니까, 계속 다니도록 수속을 다시 밟아보고. 연말까지라면 지금 시간이 너무 부족하거든. 결정되는 대로 빨리 나한테 말해."
"윤하 네가 그렇게까지 손을 써주면 내가 너무 고맙고 .."
"그런데. .. 윤하오빠도 우리랑 같이 가면 말이 안되겠지?"
"해리씨. 침착하게, 과장님에 대해서 냉정하게 생각해요. 지금 윤하씨가 문제야? 과장님이 아픈 몸으로 외국 생활을 혼자 한다는 것이 뭔지 알기나 해? 자칫 잘못하면 이번에 또 다시 주사나 약에 손대고, 그럼 구제불능이야. 완전 끝장이라고. 해리씨가 두 눈 똑바로 뜨고 오빠를 잘 살펴야 해. 윤하씨가 자기 아버님 회사에 다니라는 말은 무슨 뜻이겠어? 일하고 월급 받으라는 말이 아니라, 거기서 건강하게 살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말이야. 해리가 과장님 옆에 없어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해? 지난번에 약물주사 사건도 과장님이 해리를 미국에 보내고 혼자 지내면서 생긴 일이잖아."
"하아아. .. 알았어요. 그럼 .. 우리 혼인 신고라도 하고 가면 안돼요?"
"아휴 .. 그건 내가 모르겠다. 윤하씨랑 둘이 알아서 해결해."
"해리야.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사태를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방향으로 수습을 하도록 해야지. 윤하도 그런 입장이잖아. 은경이가 따로 관리할 수 있는 돈으로 20억 정도를 두고 가기로 했어. 그 것 말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해리 명의로 되어있으니까, 팔아서 윤하 계좌로 바로 입금시킬게. 더 필요한 일은 나중에 얘기하자. 어쨌든 둘이 웰빙을 잘 지켜줘."
"돈도 필요하지만, 영철이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야. 우리는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으로 다시 만난다. 이것을 영철이 네가 지금 얘네들 앞에서, 확실하게 약속해."
"알았어. 약속할게. 앞으로 죽는 날까지, 마약 절대 안하고, 일하고, 운동 하고, 의사 진료는 무조건 백프로 따를게."
"다들 들었지? 영철이가 이 약속을 안 지키면, 웰빙은 순식간에 공중분해야. 나는 모르는 일이야. 솔까말로 나 웰빙에 뼈 묻을 마음 눈곱만큼도 없어.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순전히 영철이랑 해리 때문이야."
"누가 모르냐? 나는 윤하 너한테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밖에 없어."
"하아. .. 두 남자의 우정. .. 진짜 눈물 나고, 질투 난다."
"언니만 그러는 줄 알아? 나도 마찬가지야. 저 남자가 벼라별 짓을 다 하고 다녀도, 내가 말 한 마디 안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내가 무슨 벼라별 짓을 한다고?"
"다른 것은 모르겠고, 여자문제!"
"아아. 미안. 그것은 본의 아니게 .."
"이거 미안으로 때울 일이 절대 아니거든요? 내가 철들면서 내 옆에 있는 남자라고는 윤하오빠밖에 없었어. 나는 윤하오빠 말고는 아는 남자가 없다고. 그런데 오빠가 그러면, 오빠 하나만 쳐다보는 나는 어쩌라고?"
"알았어."
"알았으면, 내일이라도 혼인 신고 해!"
"야아아!"
"못할 일이 뭐 있어? 뭐가 걸리는데? 내가 나중에 이혼하자고 할까봐 겁나? 아니면 다른 여자랑 하고 싶어서 그래? 윤하오빠도 영철오빠처럼 우리 앞에서 속 시원하게 말을 해봐."
"해리야. 그만 해. 그 얘기는 나중에 나랑 하자. 그리고 은경이 너는 윤하한테 내 일에 대해서 얘기 했니? 윤하가 다 알고 있는 것 같네."
"내가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던데요?"
"아아아. 윤하야. 너무 미안해. 내가 네 친구가 아니라 완전 웬수다. 용서해라. 내가 네 인생에 걸림돌이지? 내가 네 발목을 잡을 줄은 나도 꿈에도 생각 못했어."
"황영철. 그런 소리 집어치워. 너는 내 친구야. 황영철은 최윤하 친구야. 누가 뭐래도, 무슨 일이 있어도."
"하아. .. 그 친구라는 말은 이제 고만 하시지? 영철오빠는 윤하오빠의 처남이거든요!"
"하하하. 해리 때문에 내가 웃는다. 하하하."
"하하하. 나도."
"참나. .. 그게 뭐 웃을 일이라고 .."
[4]
우리는 식당을 나와서 윤은경의 차에 탔다. 윤은경은 먼저 황영철과 해리를 그들의 아파트에 내려주고 나를 자기 아파트로 데려갔다.
나는 황영철의 일로 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윤은경이 하는 키스에 응해주었다. 키스가 끝나자 윤은경이 나에게 와인을 마시자고 했다. 우리는 주방으로 갔다. 그녀가 와인과 안주를 식탁으로 꺼내 놓는다. 그녀가 잔에 와인을 따라서 내 앞으로 놓는다.
"마셔. 지금 자기가 어떤 마음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대로 잠도 안 오지?"
"어. 지금 잠이 문제야?"
"나는 그렇게 보름을 살았어. 내 눈에 두 남자나 해리가 얼마나 딱해 보이는 줄 알아? "
"나도 알지. 나라고 왜 모르겠어? 세 사람 다 그 동안 내 눈치를 보느라고 어땠을까를 생각하니까 아까 화도 못 내겠더라. 그럼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어쩐대?"
"이번에 가보니까 건강하게 잘 계시다던데? 한 달에 한번 정도 내가 찾아 뵙기로 했어."
"차라리 김치 공장이나 시골에 숨어있으면 안되나? 꼭 외국으로 가야 해?"
"거기는 이미 노출된 상태야. 시골 집도 그렇고 .."
"그럼 도대체 나보고 이 웰빙을 어쩌라고? 이렇게 나한테 다 덤태기를 씌울 수가 있는 거니?"
"윤하씨. 내 말 좀 들어봐. 우리 사장님은 과거에 국회의원실에서 비서관을 지낸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비서실을 따로 만들었어. 또 선거 준비도 상당히 해. 그러니까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과장님은 미리 피해야 해.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이 일은 윤하씨 없이는 될 일이 아니야. 과장님이 고의로 덤태기를 씌우는 것이 아니라고."
"그렇겠지. 그런데 우리 아버지한테 가 있어도 괜찮을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국내 거주지는 시골집으로 해두고, 미국에 갈 대는 다른 사람 여권으로 갈 수가 있어. 오백만원 정도면 단기 체류 허가가 찍힌 여권을 구할 수 있거든. 문제는 과장님이 영어를 전혀 못 한다는 사실."
"그럼 누나가 데려다 주고 와야겠네?"
"내가 왜? 해리랑 같이 나가면 되지."
"누나. 나 미처 돌아버릴 것 같다."
"하아. .. 자기는 오늘 처음이잖아. 나는 벌써 ..."
우리는 침대로 갔다. 그 날 밤에 나는 마치 침대가 부숴질 정도로 요란하게 박아댔다. 윤은경도 내 몸 위로 올라와서 육봉을 부러트릴 것처럼 거칠게 엉덩이를 돌렸다. 그렇지만 와인을 마셔도, 몸부림을 치면서 사정을 해도 답답한 내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사정이 끝나고 무너져 내리듯 쓰러지는 나를 윤은경은 품에 안고 내 등을 다독거렸다.
"자기 오늘 얼마나 거칠었는 줄 알아? 아파 죽는 줄 알았어."
"누나는 어땠고? 내꺼는 뽑혀나가는 줄 알았다니까."
"거기 빨면서 왜 그렇게 이빨로 물어? 자기한테 변태끼가 있나?"
"사돈 남 말 하시네. 누나가 얼마나 거칠게 빠는지, 내 알집이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
"여기 젖 좀 봐봐요. 시퍼렇게 피멍들었다. 한두 개가 아니네. 어떡해? 이거 며칠 갈 텐데."
"요새는 날이 싸늘하니까 노출 별로 안 하잖아?"
"그래도 내가 교통사고라도 당해서 병원에 실려간다고 생각해봐."
"그럴까봐 그렇게 야한 팬티를 입고 다니냐? 정 그러면 지하철 타고 다녀."
"팬티야 자기 때문이지. 자기가 빨간 망사 끈팬티 좋아한다며?"
"야아. 그 팬티를 속에 입고 있으면 내 눈에 보이기나 해?"
"아이 참. 자기가 중간에 보고 싶어 할까봐, 사무실에서 나는 다리도 벌려주고, 치마도 들춰주고 했거든? 아무리 그래도 자기는 눈길 한 번을 안 주더만."
"나는 전혀 몰랐는데 .."
"하긴. 요새 자기 앞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아?"
"여자? 아줌마들?"
"아줌마는 여자 아닌가? 그 강희영 팀장 아줌마는 완전 노골적이더만? 향수도 엄청 찐하고, 옷을 입어도 진짜 완전 다 비치고, 다 보이게 깊이 파인 것으로 입고. 자기가 김치 확인하러 가면 꼭 뒤따라 나가고. 커피 갖다 주면서 가슴은 다 보이게 하고 .."
"그만 해. 그 아줌마 아무리 그래도 나 아무 사심 없거든요."
"지난번 회식때 노래방에 갔을 때, 그 아줌마들이 자기한테 키스도 하고, 자기꺼에 대고 부비부비도 했다며? 그 때 어땠어? 엄청 짜릿하고 좋았지?"
"누나. 그 아줌마들 다 찌들리게 살면서 우리한테 와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야. 그런 자리에서 한두 번 그랬다고 해서, 불순한 동기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누나가 마음 좀 넓게 가지면 안 돼?"
"누가 뭐래? 자기한테니까 이러는 거지. 아줌마들이 다가 아니거든요? 저쪽 여우 팀장은 자기 딴다는 말을 그렇게 대놓고 한다며? 하영이나, 영숙이 걔도 그렇고 .. 진짜 완전 개짜증나."
"그래도 나랑 침대에 가는 여자는 누나잖아."
"뻥 칠래? 하영이는 어떻고? 얼마 안 있으면 해리는 아예 사모님 행세를 할거잖아? 아니, 그 쪼그만게 무슨 벌써 혼인신고를 한대? 기도 안차서, 진짜. .. 하하."
"쪼끄맣고 어리니까 철이 없는 거지. 어리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라고 봐주면 안돼?"
"자기 학교에는 또 없겠어? 안 봐도 동영상이고 비데오다."
"이제 고만 하고 자야지. 나 내일 어쩌라고?"
"알았어. 우리 자기 내가 재워줄께. 자장, 자장. .."
그녀는 나를 안고 내가 잠들 때가지 나에게 키스하면서 내 몸을 어루만졌다. 이래서 연상이 좋은 것 같다. 혹시 내가 연상 취향인가?
-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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