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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 단편15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7 780회 0건




15. 카타스트로프([catastrophe)



[1]
지난달에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민국희와 만났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하늘이와 같이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하늘이는 이번 방학에는 알바를 쉬어야 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졸업 때문에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현장 실습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이는 대전 근처에 있는 아파트 신축 공사장으로 내려갔다. 하늘이가 가던 날 나는 서울역에서 그녀를 배웅했다.



"먹고 자는 것은 어디서 해?"
"지금 자기가 나를 걱정하는 거니?"

"말만 한 아가씨가 집을 떠난다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 돼?"
"큰 언니가 형부 일 대문에 대전에서 살아. 한 달간 신세 지기로 했어."

"날이 더울 때이니까, 일 끝나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그런 게 어디 있어? 해 넘어가면 툭툭 털고 막걸리 한두 잔 걸치는 것은 일과거든요."



그런데 그 후로 하늘이와 내가 카톡으로 대화를 할 때마다 하늘이는 내가 보고싶다고 잉잉거린다. 그래서 나는 하늘이에게 주말에 서울로 올라오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현장에는 주말도 없고, 오히려 주말이 더 바쁘다고 했다. 그러니까 하늘이가 말은 하지 못하지만, 나보고 내려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 하늘이에게 내려가기로 약속을 했다. 하늘이도 그 주말에는 일을 쉬겠다고 했다.


하늘이네 집은 동네에서 오래 동안 슈퍼를 크게 해 왔다. 그런데 하늘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그 근처로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그 바람에 이제 슈퍼는 거의 망한 거나 다름없다고 한다. 집에 손 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하늘이는 알바를 공부보다 더 열심히 한다고 했다.

그런데 민국희에게서 들은 말도 있기 때문에 나는 김하늘을 대하는 것이 전과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늘이가 알바하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보면 딱해 보이기 때문에 나는 하늘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국희는 이제 이 나라에 없으니까, 국희가 하늘이에 대해서 한 얘기는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도 않았고, 또 나에게 그럴 여유도 없었다.

나는 하늘이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내 계좌에서 따로 100 만원을 찾았다. 토요일 오후에 나는 검은 백팩을 들고 서울역에서 KTX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대전역에 도착하여, 거기서 나를 기다리는 하늘이와 만났다.

7월의 땡볕에 그을렀는지 하늘이의 피부는 제법 건강한 색깔로 변했다. 하늘이는 나를 보고 나에게 달려와서 안긴다. 그런데 하늘이가 울먹인다.



"하아. .. 꼭 좀 안아줄래?"
"너 으스러진다."

"으스러질래."



나는 하늘이의 등에 팔을 두르고 힘껏 안았다. 하늘이의 젖가슴이 터질 것처럼 내 가슴을 눌러온다. 공사장에서 왔으면 땀냄새가 날텐데, 하늘이의 몸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난다. 집에 들렀다 온 것 같다. 나는 몇 번을 계속해서 힘주어 당겨 안았다. 하늘이의 젖가슴이 물컹거릴 때마다 내 가슴에서 탄력을 느낀다.



"최윤하. 진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르지? 와줘서 진짜 고마워."
"야아. 그렇다고 눈물까지 흘리냐? 나까지 눈물 흘리면 어쩔래? 무슨 멜로도 아니고. .."

"미안. 갑자기 울컥하는데 참을 수가 없네. 내가 왜 이러지?"
"저녁 안 먹었지?"

"아. 맞네. 내 정신 좀 봐. 윤하 배고프겠다. 빨리 가자."



우리는 역사를 나왔다. 하늘이는 언니 차라면서, 빨간 마티즈에 나를 태운다. 그런데 그녀는 운전석에 앉자마자 내게 등을 들이민다.



"너무 덥고 답답해."



나는 그녀의 민소매를 들추고 브래지어의 호크를 풀었다. 하늘이는 꼼지락거리면서 브래지어를 빼서 뒷좌석에 있는 가방 속으로 넣는다. 그녀는 차를 출발시킨다. 시내를 벗어나니까 큰 호수가 나온다. 말로만 듣던 대청호이다. 조금 가다가 어느 식당 앞에서 차를 세우더니 내게 묻는다. 고깃집이다.



"돼지고기 생각 있어?"
"그러자. 그런데 너 몸이 좀 축난 것 같다? 얼굴도 야윈 것 같기도 하고."

"말도 마. 이제 열흘인데, 5킬로는 빠졌어."
"헬스장이 따로 없네. 그러다가 나중에 서울로 올 때는 뼈만 남겠다."

"그래도 가슴이나 엉덩이는 안빠져."



우리는 거기서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소주도 마셨다. 하늘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내가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다.

하루 종일 땡볕에 달궈진 주차장에서 열기가 올라온다. 소주를 마셨다고 그런지 내 몸에서도 열기가 난다. 나는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여서 빨아 당겼다. 갑자기 팽 돈다. 절반쯤 피웠는데 하늘이가 식당에서 나오더니 나에게로 달린다. 하늘이의 짧은 스커트가 찰랑거리면서 그녀의 팬티가 드러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온다.



"여기까지 와서 왜 계산은 하고 그래?"
"알바도 안 하는데 돈은 있기나 해?"

"윤하랑 있으려고 언니한테..."
"됐어. 너무 많이 먹었나? 배부른데, 바람 좀 쏘이다 가자."



식당 아래쪽으로 호수를 따라서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하늘이는 그 길로 내려가자고 했다. 해는 졌지만 아직 훤하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걸으면서 하늘이의 허리로 팔을 둘렀다. 그녀가 몸을 꼬며 내 팔을 풀어서 팔짱을 낀다. 내 팔과 하늘이의 젖가슴이 힘자랑을 한다. 하늘이는 내 필을 가슴골로 가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서서 하늘이의 허리로 두 팔을 두르고 그녀의 몸을 안았다.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내 얼굴로 올라온다. 그녀의 젖가슴이 내 가슴을 누르면서 뭉클한다. 그녀의 몸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여름날 초저녁의 열기보다 더 뜨겁다.



"하아. .. 사람들 있는데, 이러지 마."
"누가 있다고 그래?"

"살과의 전쟁 몰라? 저녁 먹고 나면, 사람들이 여기로 운동하러 나와. 여기는 시골이라서 사람들이 엄청 보수적이거든."



나는 내 얼굴을 하늘이의 얼굴로 들이밀었다.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나만 보면 그 생각밖에 안해?"
"너야 말로 그 생각 때문에 마보고 오라고 한 것 같은데?"

"너 그 자뻑증 .. 요새 더 심해진 것 같다."



내 입술이 그녀의 목에 닿았다. 하늘이가 피하지 않고 목을 내 입으로 밀어붙인다. 그녀는 두 눈을 꼬옥 감고 진저리를 친다. 나는 하늘이의 허리에 있는 손을 그녀의 엉덩이로 내린다. 짧은 스커트 안으로 넣고 양쪽 엉덩이를 움켜쥔다. 우리는 서로 힘을 준다. 우리의 비밀스러운 곳이 마주 닿으면서 비벼진다. 하늘이는 또 온몸을 부르르 떤다. 잠시 후에 하늘이는 몸을 비틀며 내 품을 빠져나간다.

나는 하늘이를 다시 당겨서 안는다. 그녀가 찡그린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물고 빨았다. 그녀가 주먹을 쥐고 내 어깨를 치면서 밀어낸다. 그렇지만 하늘이도 내 입술과 혀를 빨아들인다. 나는 그녀의 몸을 놓아주었고, 그녀가 또 떨어져 나갔다.



"아이 참. 여기서 이러지 말라니까."
"그럼 가자."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오르막 길을 올라가서 그녀의 차로 갔다. 우리는 그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모텔로 갔다. 나는 카운터로 가서 키를 받아왔다.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3층 버튼을 눌렀다.

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하늘이는 나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내 입술을 거칠게 빨면서 내 손을 민소매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나는 그녀에게 입술을 맡긴 채로 그녀의 브라를 밀어올리고 젖가슴을 위로 받쳐올리면서 주무른다. 하늘이의 두 손이 아래로 내려와서 내 바지를 풀어헤친다. 내 입 속으로 혀를 밀어넣으면서 내 페니스와 알집을 두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하늘이는 내 가슴과 배를 혀로 핥으면서 무릎을 꿇는다. 하늘이의 입이 열리고, 내 페니스를 입술로 물고 빨아들인다.



"며칠이나 굶었다고 .."
"아음. .. 거미줄 꼈어. ..아음. .."

"씻고 하자."
"음. .. 아음. .. 하고 씻어. .. 하음. .."



그녀의 따뜻한 혀가 감으면서 거칠게 빨리자 페니스는 금방 우람한 모습이 된다. 하늘이는 나를 침대로 눕게 한다. 스커트의 지퍼를 내려서 발로 미끄러지게 하자 그녀의 빨간 끈팬티가 나타났다.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하늘이가 한마디 한다.




"자기 좋아하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는 내 몸으로 걸터앉아서 한쪽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들었다. 내 육봉을 손으로 잡고 그녀의 조개를 향하여 똑바로 세운다. 다른 손으로는 팬티를 한쪽 옆으로 걷어서 확 젖힌다. 육봉을 바로 동굴 입구에 맞추고 그대로 주저앉는다. 그녀의 엉덩이가 내 허벅지를 누른다. 육봉은 그녀의 동굴 깊숙이 쑤시고 들어가서 가장 깊이 박혀버렸다. 동굴은 이미 홍수로 넘쳐흐른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버렸다.

하늘이의 두 눈이 감기고, 양미간이 찌푸러지고, 턱이 들려 올라가고, 입이 넓게 열린다.



"아흑. .. 하아악. .. 너무 좋아. .. 하아아. .. 자기도 좋아?. .. 하아아아."



그녀의 허리가 뒤틀리고, 그녀의 엉덩이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질벽은 육봉을 끊을 듯이 꼬옥 물고 커다란 원을 그린다. 그녀의 질벽을 훑으며 휘어지는 육봉이 부러질 것 같다. 좌우로 몇 바퀴를 돌리더니 그녀가 온몸을 부르르 떤다.

나는 그녀의 민소매를 위로 걷어올린다. 그녀의 커다란 젖무덤이 앞으로 볼록 솟아있다. 조그만 젖꼭지는 아직 빨아주지 않았는데도 벌써 부풀어 올라 있다.

하늘이는 귀찮다는 듯 민소매를 머리 위로 훌렁 벗어서 바닥으로 던진다.

이제 하늘이의 엉덩이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녀의 온몸이 출렁거린다. 내 가슴을 누르던 하늘이의 두 손은 내 손을 잡고 양쪽 젖가슴으로 간다. 그녀의 튼실한 젖무덤이 내 손에서 일그러진다. 하늘이도 내 손을 누르며 천천히 크게 회전시킨다.



"흐으윽. .. 하아. ..좋아. .. 하아. .. 으흐응."



그녀의 조개는 육봉을 단단히 물고 앞뒤로 치댄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이제는 무릎을 꿇고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힘껏 내려찍는다. 하늘이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이를 악문다. 잠시 후에는 그녀의 활짝 열린 입에서 신음소리가 쏟아진다.



"하악. .. 좋아. .. 하아앙. .. 죽을 것 같아. .. 아아악."



급하게 타오른 불은 금방 꺼진다. 그녀의 엉덩이가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는 내 가슴으로 맥없이 쓰러져온다. 내 입술을 찾아서 물고 미친 듯이 빨기 시작한다. 내 귀와 목도 물고 핥으며 내 몸을 달군다. 자도 두 발을 침대에 딛고 엉덩이에 힘을 주면서 위로 쳐올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얼굴을 한다.



"아악. .. 아윽. .. 쉬바. 존나 좋아. .. 하아앙. .. 더. .. 거기 좀 더 .. 아아악."



하늘이가 공사장에 오더니,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욕이 막 나온다. 여기서 일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장 실습이란 원래 임금도 받지 않고 그냥 일을 해주는 것이니까 하늘이의 속이 어련할가? 하늘이를 보면서 딱한 마음이 든다.



"하아아. .. 눕고 싶어. 자기가 위에서 존나게 박아."



하늘이가 눕고, 내가 정상위에서 박는데, 하늘이도 밑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그런데 얼마 박지도 않아서 갑자기 육봉을 씹어대더니 하늘이는 온몸을 뒤틀면서 굳은 채로 경련을 일으킨다. 부들부들 떤다. 음부는 몇번 거칠게 퍼덕인다.


나는 그런 하늘이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계속 박았다. 출렁거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속도를 올리고 힘을 더해서 박았다. 하늘이는 다시 두 팔로 내 등을 감았다. 그 손은 내 허리를 거쳐서 내 엉덩이를 단단히 잡고 그녀에게로 당긴다. 그녀도 몸을 위로 버튕겨 올리며 조개를 짓이길 듯 밀어붙인다.



"하악. .. 나 미쳐 죽어. .. 아악. .. 아악. .. 너무 좋아. .. 하악. .."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이쪽저쪽으로 세워가면서 옆 쪽으로 박았다. 그러다가 힘에 부쳐서 하늘이의 몸 위로 쓰려졌다.



"하아. .. 아직 안쌌지? 나 또 와."



우리는 몸을 굴렸다. 그녀가 다시 내 몸 위로 올라앉았다. 그녀의 엉덩이가 현란하게 돌아가고 내려찍었다. 하늘이는 거세게 출렁대는 그녀의 젖가슴을 쥐어짜듯이 움켜쥐고 흔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에게 신호가 왔다. 나는 뒤치기로 하고 싶었으나 하늘이가 곧 온다는 말에 그냥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의 몸이 굳으면서 내 몸으로 무너져 내렸다. 나도 엉덩이를 힘껏 들어 올리면서 싸버렸다.

이렇게 나는 하늘이와 하루 밤을 뜬 눈으로 새다시피 하고, 다음날 아침에 서울로 갈 준비를 했다. 하늘이는 엄청 아쉬워 하지만, 나는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



"밤차로 가면 안돼?"
"나도 알바 하거든."

"또 과외하니?"
"아니. 다음에 말해줄게."



나는 내가 가져온 돈봉투를 하늘이에게 내밀었다.



"고기 자주 먹고 살 좀 쪄서 와."
"야아아.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무이자 장기 대출이다. 나중에 여유 있으면 갚아."
"떼먹을거다."




하늘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돈 봉쿠를 자기 가방에 넣는다.




"에휴. .. 이렇게 살아서 뭐가 되겠다고 .."
"마음 약하게 먹지 마. 이제 곧 졸업이잖아."

"졸업한다고 무슨 수 생기니?"
"지금 그 회사로 취직 안될까?"

"여기는 하도급하는 작은 회사야. 요새 이런 회사들은 워낙 많이 망하거든."





우리는 열차 타는 곳에서 서로를 안고 입술을 빨면서 키스했다. 나는 서울행 KTX 에 탔고, 하늘이는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진짜 멜로 영화에 나오는 장면 같다. 하늘이를 두고 오는 내 마음이 너무 무겁다.






[2]
우리가 여우들과 손을 잡기는 했지만, 처음에 우리는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우선 여우들 쪽에서 들어오는 주문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 우리 싸이트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문량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게다가 업소와 가정의 고객들도 늘고 있다. 박혜주가 소개하는 모임에서도 고객들이 점점 늘어난다. 겉으로만 본다면 우리 웰빙 식품의 고객들의 수는 거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본다면, 오히려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짐이 더 생겼다는 것이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주문량이 많지 않아서 나, 이하영, 윤은경이 덤벼들어서 해치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만의 힘으로는 더 이상 무리였다. 그래서 우리는 주문량을 확인하고 배송까지 담당할 직원을 더 고용해야 했다. 뿐만아니라 배달 직원과 냉동탑차도 더 필요했다. 그 때 우리의 적자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이제는 다시 전보다 더 커져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적자 중에서 이번 달이 최고였다.

그러니까 또 위기라는 손님이 우리를 방문했다고 보면 된다.

월말 결산 회의를 하는데 모두가 침통한 분위기였다. 나는 대차대조표를 보면서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고, 결국 손을 떼겠다는 말을 해버렸다. 물론 이 말에는 황영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했고, 박혜주가 나한테 하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래도 김치 장사에 안맞나봐. 이제 고만 하고,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이름만 빌려줄게."




그러자 윤은경, 황영철, 이하영은 나를 위로한다.



"윤하야.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힘 내자. 이건 누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잖아? 어쩔 수 없어. 성장이라는 것은 항상 위기를 동반한단 말이야. 우리가 시작한지 몇 달이나 됐다고 벌써 이래? 처음에 내가 3억을 걸겠다고 했지? 그 돈 아직 한참 남았거든요."

"윤하씨. 과장님 말씀이 맞아요. 이 위기를 잘 딛고 일어서면, 위기는 성장이라는 것이 돼요, 안그러면 이 위기 때문에 우리는 완전 망해요. 앞으로 조금 있으면 괜찮아져요."

"오빠. 우리가 일하는 곳은 냉혹한 자본주의 시장이야. 우리 여기서 살아남아야 하거든. 오빠 없이 우리가 해낼 것 같아?"




이번에도 황영철이 돈을 쏟아 붓는 바람에 우리는 이 위기를 넘겼다. 그렇지만 이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관리하면서 열정적으로 매니지먼트를 해낸 사람은 윤은경이다. 그녀는 팔을 걷어 올리고 덤벼들었다. 직원도 고용하고, 차량도 구입하고 관리했다. 뿐만 아니라, 창고처럼 된 사무실 때문에 오피스텔도 한 개를 더 얻었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8월 하순으로 접어들자 우리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황해리가 곧 귀국하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방학 동안에 김하늘은 현장 실습을 한다면서 대전 근처에 있는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 가있었다. 이제는 김하늘도 서울로 온다고 한다. 신예진은 방학 때에 집에 가서 있기도 하고, 또 선배 언니가 화랑을 오픈하는 데 일을 돕는다고 바쁘게 돌아다녔었다. 그런데 이제는 신예진도 학교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린다.

또 나와 이하영은 개학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하영은 이번 학기에 휴학을 하고 김치 장사에 매달리겠다고 한다. 나는 그녀를 말렸다.




"어떻게 해서든지 공부를 끝내고 졸업할 생각을 해야지."

"졸업하면? 취직? 요새 대졸이 취직 돼? 그건 노벨상 받기보다 더 힘들어. 다른 선배들은 융자 받아서 창업한다고 공부를 아예 포기해. 나는 그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이니까 한두 학기 정도는 괜찮아."






[3]
하루는 여우팀장 김수연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다짜고짜로 반말이다. 나는 황당했지만 꾹 참고 대꾸를 해준다.




"까칠아. 누나 안보고싶어?"
"눈에 결막염이 생겼어."

"왜? 조심 좀 하지?"
"바보아냐? 누나 보고 싶어서 그렇다고!"

"하아. .. 그 정도니? 오늘 고기 먹자. 누나가 쏜다."
"살찌고 싶어서 안달이네."

"어. 맞아. 오늘은 실컷 먹고, 와장창 찔거야."
"그럼 누나 스트레스 푸는 김에 나도 몸보신이나 해?"

"그래. 각오 단단히 하고 나와. 하하."
"무섭거든요."

"내가? 왜?"
"여우라서."

"하아. .. 6시에 우리 회사 로비에서 보자."




[4]
여우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사당동에 있는 삼계탕집이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삼계탕 한 그릇을 먹었다. 그런데 여우가 내게 묻는다.




"맛이 어때?"
"글쎄. 그냥 삼계탕 맛인데? 왜?"

"이게 개성 녹각 삼게탕이라던데, 그게 그거 같네."

"그런데 오늘 왜 하필 삼계탕이야?"
"우리 까칠이 몸 보신 좀 시켜주려고."

"아하. 먼저 몸보신 시키고 나서, 잡아먹겠다? 하하."
"어떻게 알았지? 진짜 딱 걸렸네. 하하. 와인 마시러 갈래?"

"진짜 완전 푼수네. 심계탕에 무슨 와인이야?"
"왜? 그게 그렇게도 언발란스인가?"

"그러지 말고, 차라리 여기서 이 집 인삼주로 마시자."
"그런가? 나 진짜 푼수니? 그런데 나는 와인이 왜 이렇게 땡기지?"




내가 여우를 설득해서, 우리는 그냥 그 집 인삼주를 마시기로 했다. 이하영이 짜증을 낼 정도로 여우는 얼굴만 보고 있어도 스먹스멀 생각이 날 정도이다. 그런데 인삼주가 두세잔 들어가자 얼굴이 불그레하니 완전 색기와 요염이 발광하는 빛 그 자체이다. 그녀도 분명 이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오늘은 덜떨어진 것 처럼 연기를 하면서 애교까지 부린다.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무슨 일로 보자고 한건데?"
"우리 까칠이 .. 보고 싶어서."

"왜 갑자기 오늘 보고싶었냐니까?"
"그게 뭐가 그렇게 궁금해? 누나가 보고 싶다면 그만이지."

"아냐. 난 궁금해. 난 푼수가 아니거든. 하하."

"우리는 매주 발표를 하거든. 자기가 근무하면서 알게 된 것이나,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뭐 이런 것들을 프레젠테이션 하는거야. 상무님들이 꼭 두세 분씩 참석을 해서 평가도 한단 말이야."

"그럼 오늘 누나가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거기서 엄청 까였구나?"
"바보 아냐? 그랬으면 술이나 푸지 왜 우리 까칠이를 몸보신을 시키냐?"

"그럼 잘 했다고?"
"어. 요새 나온 것 중에서 제일 잘했다더라."

"뭘 했는데?"
"우리 러브스토리. 히히."

"뭐야아."

"지난 번에 까칠이가 동영상 얘기를 하는 바람에 나도 그거 했거든. 처음에는 표시가 안났는데, 요새 와서는 지금 조금씩 늘고 있어. 그런데 어려웠던 것은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거였어. 나는 고객의 심리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가닥을 잡고, 그것 때문에 시장조사까지 싹 다 했거든. 그 내용이 맞는 말인지는 내가 모르잖아? 다들 모르지. 그렇지만 다들 환타스틱 하다고 칭찬을 했단 말이야."

"그래서 여우누나 기분이 좋다고, 몸보신을 왜 내가 해? 고생한 누나한테 내가 몸보신을 시켜야겠구만.

"나는 이 쪽으로는 아는 것이 없거든. 그래서 자기가 해 준 말에서 가닥을 잡았단 말이야."
"그게 뭐였지? 그 날 워낙 많은 말을 하는 바람에."

"소비자가 웹에 접속을 하는 동기는 구매욕구보다는 놀이본능이 더 크다. 그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파급효과일 뿐이다. 우리는 포털사이트 형식으로 쇼핑몰을 운영하기 때문에, 방문객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놀이마당이 시대에 뒤덜어져있어서이다. 방문객들에게 놀이마당을 제공하고, 다른 사이트들의 놀이마당에도 동영상이 대세니까, 나도 그렇게 실험을 했다. 시장조사는 어떻고, 고객 반응이 어쩌고, 결과가 어쩌고 저쩌고 .. 뭐 이런 내용이야. 이거 다 자기가 나한테 해준 말 그대로거든? 하하."

"그런데 겨우 삼계탕 한그릇으로 때우려고?"
"그럼 어쩌라고? 뽀뽀라도 해 줘?"

"뽀뽀? 그건 생각 좀 해보고. 나야 아직 샤장샤방인데, 여우랑 뽀뽀하면 내가 손해거든."
"또 까칠하기 시작이다."

"까칠이 아니라, 나나 누나가 한 것은 겨우 동영상 끼워넣는 것 한가지 뿐이거든. 그걸로 누나가 오바하니까 하는 소리지."

"우리 회사에서는 누구도 그 작은 생각을 안했단말이야. 그 작은 한 가지 사건 때문에 우리 회사가 이제 앞으로 확 바뀐다면 어쩔래? 물론 우리도 이제 다른 마케팅을 더 많이 하겠지만."

"아직 더 두고 봅시다. 누나랑 나랑 가는 방향은 비슷한 것 같으니까 공유할 것은 공유하면서 .."



여우는 나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이것은 성욕 때문이 아니라, 동지의식 때문이라고나 할까? 더구나 술을 마셔서 기분도 좋아진 것 같고.

나는 손가락 두개로 브이(V)지를 만들어서 그녀가 내민 입술에 대주었다. 그녀는 내 손가락에 뽀뽀를 하더니, 깨물 것처럼 이빨로 지긋이 물어버렸다. 아프지는 않았는데도, 나는 일부러 인상을 일그러트리고 아프다는 시늉을 했다.




"닭 한마리로 부족해? 진짜로 나를 잡아먹을 생각이야?"
"우리 까칠이가 너무 귀여워. 콱 깨물고 싶다고 .."




[5]
그런데 그 때 내 전화기로 전화가 들어왔다. 윤은경이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가 매우 살벌하다.



"윤하씨. 어떡해?"
"누나. 왜 그러는데?"

"과장님 쓰러졌어."
"뭐? 언제? 지금 어딘데?"

"강남 모성병원. 방금 안으로 들어갔어."



윤은경은 처음에는 매우 당황해하는 것 같았지만, 금방 침착해졌다. 황영철은 본사에서 사무실로 왔다가, 윤은경과 이하영을 데리고 저녁 먹으러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한식집으로 나왔다. 거기서 저녁을 먹다가 가슴이 아프다면서 쓰러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나는 급히 일어나서 여우팀장을 데리고 삼계탕집을 나왔다. 그녀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나는 친구가 아파서 병원에 실려갔다고만 대답했다.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서 그녀를 먼저 보냈다. 그 다음 택시를 타고 모성병원으로 출발했다. 한참 가다가 택시 안에서 윤은경에게 전화를 해서 10분 후면 도착한다는 말을 했다.


그가 과로로 무리한 탓에 일시적인 쇼크라면 다행이지만, 만일 그가 가진 병 때문이라면, 이 일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이틀 후면 인천 공항에 도착할 해리를 생각해도, 또 억 단위로 쏟아부은 돈을 생각해도, 도대체 대책이 서지않고, 앞이 캄캄하다.

택시가 병원 입구에 멈추고, 나는 택시에서 내렸다. 윤은경은 그 곳으로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달려온다.



"의식은?"
"아직. 안정제가 들어가고 있대."



윤은경은 의외로 침착하다. 우리가 응급실 입구쪽으로 갔는데, 문 앞에는 하영이가 혼자 앉아 있다.



"오빠!"
"의사가 뭐라고 안해?"

"아직이야. 답답해 미치겠어."




나는 응급실 문 옆에 있는 벨을 눌렀다. 한참 후에 안에서 간호사가 나왔다. 황영철의 상태를 물으니까 아직 변화가 없다고 한다. 의사들이 있으니까 걱정 말라면서, 우리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그 의사를 불러달라고 했다.

한참을 기다리니까 어떤 의사가 나왔다. 나는 황영철이 앓고있는 폐와 심장에 대한 병을 의사에게 이야기 했는데, 그는 황영철이 갖고 있는 약을 보고 이미 그의 병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그는 손을 써두었으므로 당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여기 계시지 말고, 집에 가서 기다리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보호자분께 바로 연락을 하겠습니다. "



나와 윤은경은 연락 받을 보호자로 전화 번호를 남겼다.





[6]
윤은경은 나와 이하영을 차에 태워서, 먼저 이하영을 집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청담동 자기 아파트로 데리고 갔다. 그녀와 나는 와인을 마시는데, 나는 완전 침통한 분위기이다. 그녀가 내 눈치를 살핀다.




"카타스트로프(catastrophe)네. 이제 어째야 하지?"

"윤하씨. 과장님 이러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이번에도 또 깨어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요새는 술도 엄청 줄이던데. 회사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과장님이 항상 바빠. 이번에도 그렇고."

"무슨 일인지 나도 알면 안 될까?"
"이건 저쪽 회사 일이야. 자기가 알아서 뭘 어쩌게?"

"그럼 저 친구 일을 줄이려면, 우리 일에서는 손을 떼라고 할까?"
"나도 그럴 생각이야. 이제 어느 정도는 우리끼리 해도 되거든요. 그러다가 나도 그만둬야 하고."

"그건 아니다. 누나까지 빠져나가면, 저거 완전 망할 텐데.."
"나도 당장 그만둔다고는 안 했어."





나는 윤은경과 와인 두 잔을 마시고 내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자기 전에 이하영이 카톡으로 대화를 신청한다.




"오빠. 자?"
"이제 자려고. 많이 놀랐지?"

"나는 엄청 놀랐는데, 은경언니는 진짜 철인인가 봐."
"앞으로 어찌 해야 하는지 진짜 고민이다."

"오빠도 나처럼 휴학하자. 내가 볼 때 이번 연말이면 어떻게든 결판이 날 것 같은데."
"안그래도 생각중이야."

"영철오빠는 빠지ㅏ라고 하고, 은경언니랑 우리 둘이 덤비면 저거 해볼만 해."
"웬 자신감?"

"나는 여기저기 다 알아보거든."
"지금 휴학하기 진짜 아까운데. 내년까지 다니면 졸업이니까, 예비건축사 시험도 준비해야하고 .."

"으이구우. .."
"왜?"

"오빠가 휴학 안하면, 나 혼자 휴학하고 덤빈다고 될 것 같아?"
"고민이네."



나는 잠이 오지 않아서 엎치락 뒤치락을 한참 동안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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