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강력한 라이벌 - 더 싸게 닷컴
[1]
하은주의 주선으로 내가 강선혜와 임선호 부부와 만난 이후로 나는 들떠있는 것이 사실이다. 임선호는 나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입장이지만, 그의 아내 강선혜는 은근히 내가 기획사를 빨리 시작하기를 기대하는 눈치이다. 강선혜는 자신이 손잡고 일했던 기획사라면서 몇 군데에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을 시켜주기도 한다. 그런데 다니면서 보니까 기획사들도 큰 곳과 작은 곳들의 양극화는 너무 큰 것이 내 눈에 띈다. 그렇다면 내가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강선혜는 나에게 건물을 다시 짓는 공사를 더 이상 하지 말고, 새로 짓는 건물을 그냥 기획사로 활용하자고 했다. 그런데 김수연과 김영숙은 반대한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곳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웰빙라이프가 새 건물로 들어가고, 기획사는 알아서 하르는 것이다. 나와 윤은경은 공사를 시작하기로 하고, 지금 일하는 건축 회사에게 일을 맡겼다.
그러는 사이에 새로 짓는 건물이 공사가 모두 끝나서 우리는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다. 김수연은 성희롱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출연을 하도록 했다. 하은주는 제작진들을 데리고 거의 매일 나타났다. 그들은 오후쯤에 와서 새벽까지 촬영을 한다.
[2]
이 해에도 6월 하순이 되자 더위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여름이다. 드라마 제작, 공사, 여름 상품 판매와 가을 신상품 기획이라는 일들이 당장 우리의 골치덩어리이다.
이제는 웹툰 연재도 끝났다. 그러자 당장 접속자 수는 30만 선으로 뚝 덜어진다. 그런데도 매출액에서는 아직은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하영은 다음 웹툰을 바로 연재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3가지를 동시에 연재하도록 했는데, 10대용 청소년, 20대용 대학생과, 그리고 30대용 직장인들의 러브스토리이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이슈가 약하기 때문인지, 일일 방문자 수가 그리 빨리 증가하지는 않는다. 10대용은 독자층이 너무 약하다. 그렇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해보기로 했다.
웰빙라이프는 매일같이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 때문에 불만이 쌓여간다. 그런 와중에서도 상품 정보를 동영상으로 올리는 일도 추진해야 했다. 나는 거의 매일 같이 캠코더를 들고 몇 가지 씩은 촬영을 해야했다. 하루에 대여섯가지 상품 정보에 대한 동영상 자료들이 계속 업그레이드 된다. 이하영도 이 일에서는 나를 돕기로 한다.
그런데 동영상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는 10번 정도를 촬영한 다음에 그것들을 모두 편집해서 하나를 만들어내야 한다. 나와 이하영은 6월말과 7월 초에는 학교에서 기말시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논현동 사무실에서 밤샘작업을 하는 날도 많아진다. 나와 이하영이 바쁜 날에는 김영숙이 촬영을 하기도 한다.
또 나 혼자 속앓이를 해야하는 일은 기획사를 설립하는 문제이다. 나는 뉴아트라는 연예기획사를 서류상으로 오픈했다. 그리고 우리는 7월 중순에 오디션을 열기로 기획해버렸다. 강선혜와 임선호는 웰빙 라이프 쪽으로 아예 빈 방을 받아서 거의 매일 출퇴근을 하다시피 했다. 우리 웹사이트에서는 15세 부터 25세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연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런데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아직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웹팀에서는 한달 정도는 걸려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7월말일텐데 .. 나에게는 정말 초조한 하루하루이다.
[3]
기말 시험이 끝난 주말이었다. 그 날도 나는 그동안 시험 때문에 미뤄둔 동영상 편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하영이 논현동 사무실로 나를 찾아 왔다. 그녀의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와 앞이 깊게 파인 민소매 때문에 나는 눈을 둘 곳을 몰라 당황스러워 해야만 했다.
"웬 일이니?"
"기말 시험 끝나고 방학인데, 밥이나 같이 먹자고."
"그래? 하영이가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안그래도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잘 왔다. 나가자. 어디로 갈까?"
"오빠. 우리 학교 앞에 경양식집에 스페셜 스테이크 생각 나?"
"그럼. 거기 가는 것은 이따가 저녁에 하고, .."
"하아. .. 지금이 7시야. 저녁은 지금 먹는 것이 맞거든요."
"이러언. 벌써 그렇게 됐나? 잠시만 기다릴래?"
나는 퇴근할 준비를 해서 이하영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이하영의 학교 앞에 있는 먹자골목으로 갔다. 이하영이 나를 찾아온 데에는 꿍꿍이 속이 뭔가 있을 듯 한데 말을 하지는 않는다.
나는 보통 스테이크를, 이하영은 스페셜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식사하면서 이하영이 내게 물었다.
"오빠. 요새 만나는 여자 있어?"
"여자를 만나? 내가 바쁘게 일에 매달리는 것을 너도 옆에서 다 봤잖아? 그러는 너는?"
"이번 학기에 하나 걸리기는 했었는데, 그 남자 너무 느끼하고, 속이 너무 빤히 보이더라. 토나와."
"너무 젊었나? 하하."
"젊기는? 오빠보다 세 살 정도는 많았던 것 같아."
"하영이를 몰라도 너무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어쨌든. 나는 남자가 느끼한 것이 제일 싫어. 오빠도 조심해. 하하."
"그래? 나도 느끼하니?"
"자주는 아닌데, 어쩌다 보면 그럴 때가 있어."
"너한테만 그러는 것은 아닐까?"
"하이고오. 됐네요.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하영이를 보고 있으니까 차경자와 신예진이 떠오른다. 그런데 신예진을 생각하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지금 프랑스도 여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덥지는 않을텐데, 잘 있는지 모르겠다. 하기는 이제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
"왜 그렇게 보고 있어? 내 얼굴에 구멍나면 책임 질래?"
"미안. 미안해. 하영이가 먹는 것이 너무 예뻐서. 하하. 오늘도 하루 종일 굶었니?"
"뻥치시네. 누가 모를 줄 알고 .. 지금 예진이 생각나서 그러지?"
"아니야. 그런 것 없다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이야."
"그러지마. 오빠가 예진이랑 일년 정도를 같이 지냈는데, 이제 겨우 반년 정도 떨어져있다고 해서 그런 말을 해버리면, 거짓말 하는 것이 표가 안 날 것 같아? 오빠는 표정 관리가 엉망이라서 금방 들통나거든."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와인 한 병을 비웠다. 이하영의 뺨이 발그레해졌다. 하영이는 자기가 먹는 스테이크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나보고 한 쪽을 먹으라고 내 접시로 옮겨놓았다.
"요새는 시험 때문에 그런지 더워도 너무 더운 것 같아."
"이제 끝났잖아."
"이번 방학에 방학 숙제라는 것이 있거든. 이건 뭐 초딩도 아니고 .."
"아. 그 때 말한 기업으로 실습 나가는 것?"
"어. 오빠네 회사도 우리 교수한테 등록좀 해주면 안돼? 그러면 내가 다른 데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해줄게. 그게 뭐 .. 우리도 보안 쪽은 허술하니까 새로 보안시스템을 구축한다 뭐 이렇게 말하면 되나?"
"내가 내일 신청하는 양식을 받아올게."
[4]
우리는 식사를 끝내고 경양식집 밖으로 나왔다. 밖은 아직도 낮의 열기가 남아있다. 열대야는 아닐 것 같은데, 저녁 9시인데도 후덥지근하다. 장마가 시작되는 것처럼 습도도 높은 것 같다. 그런데도 이하영은 내게 팔짱을 낀다. 나는 그냥 두었다. 그녀의 젖가슴에서 내 팔로 오는 탄력 때문이다.
"오빠."
"어?"
"나랑 오늘 밤 .."
"알았어. 맥주 한 잔 하고 올라갈까?"
"올려달라고 해서 방에서 마시자. 너무 더워. 에어컨 있는 방으로 빨리 가고싶어."
[5]
우리는 택시를 타고 삼성동 쪽에 있는 모텔로 갔다. 나는 카운터에 맥주를 올려달라고 하고 방값을 계산했다. 우리는 카드키를 받아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모텔에 같이 몇 번 온 적이 잇어서인지, 이하영이 너무 자연스럽다.
우리는 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에어컨부터 켰다. 나는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고, 이하영은 옷을 훌훌 벗어서 침대로 던지고 바로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에는 맥주와 안주를 담은 바구니가 왔다. 나는 이하영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맥주를 따라서 혼자 마셨다. 그런데 욕실에서 이하영이 나를 부른다.
"오빠!"
"어?"
"여기 물이 너무 시원한데, 안들어올래?"
"너나 빨리 나와. 여기도 에어컨 때문에 시원해졌어."
"아이이잉. 그러지 말고 같이 씻자."
나도 옷을 벗고 욕실로 갔다. 이하영은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아래에 서 있다. 내가 양치를 하는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내가 들어가자 그녀는 몸을 내게 밀착시키며 나를 안는다.
"더워서 그러나? 오빠꺼 왜 아직 안 커져?"
"벌써?"
"벌써라니? 나는 아까 식당에서부터 젖고 난리인데."
"음란하구만."
"나는 지난 번 중간고사 끝나고 오빠랑 하고 아직 않했거든. 오빠는?"
"나도 그래. 그런 얘기를 왜 하는데?"
나는 거짓말을 했다. 이하영도 내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을 기대하고 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하영이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아무 스스럼없이 하는 것은 내가 그녀의 거기에 무모증이 있다는 것 알고 있다는 이유 때문일까? 그렇지만 이하영도 여자이고, 성격도 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엄청 소심한 편이어서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는다.
"나 벗었을 때, 내 몸 보고 싶지 않았어?"
"아까 봤거든."
"그거야 잠간이고. .. 하긴 뭐 .. 오빠가 옷 벗은 여자를 한두 번 보냐?"
"내가 누구를 또 그렇게 자주 본다고 .."
"요새 촬영한다고 매일 계속 보는 것 다 알거든요."
"몇달을 봐도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니니?"
"그럼 이제는 다 식상하다 이거네?"
"그게 아니라 .. 처음에 볼 때랑은 많이 다르다고."
"그럼 나는?"
"이상한 소리 고만 하고 돌아서."
나는 물을 끄고, 바디워셔를 목욕 타올에 짜서 거품을 냈다. 나는 이하영의 어깨, 뒷목, 그리고 등까지 목욕타올로 문지른다. 하아얀 등에 거품이 송글송글 맺힌다.
"더 빡빡 문지를까? 그럼 빨개질텐데 .."
"하아아. 그럼 때 나올건데? 하하."
"나도 마찬가지야. 양재동에 한 번 갔다오면, 요새 공사 때문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
"서울이 다 그래. 곧 비 온대."
이하영도 내 등을 문지른다.
나는 그녀의 몸을 씻겨서 먼저 내보냈다. 나도 씻고 나왔는데, 에어컨 때문에 방안이 서늘할 정도이다.
이하영은 목욕 가운을 입고, 창가에 있는 원탁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원탁에는 그녀의 태블릿이 놓여있고, 그녀는 뭔가를 들여다 본다.
나도 벽에 걸려 있는 가운을 입었다. 이하영의 얼굴이 불빛에 반짝거린다. 그녀는 냉장고에 두었던 유리잔을 꺼내와서 맥주를 따른다. 이하영은 맥주와 잔을 모두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다.
"와아아. 맥주도 진짜 엄청 시원하다. 이리 와서 마셔."
[6]
나도 그녀의 옆자리로 앉았다. 우리는 잔을 들어서 건배하고 맥주를 마셨다. 시원한 맥주가 목으로 넘어가면서 갈증을 종식시킨다. 몸의 안과 밖이 모두 시원한 기분이다.
"뭘 그렇게 보고있어? 재미있니?"
"오빠. 드디어 우리한테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났어."
"무슨 라이벌?"
"이 쇼핑몰 .. 오빠도 이거 함 봐바."
"뭔데?"
"스타트 포스가 완전 쩔거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신이 아찔해진다. 여우들 세상 닷컴이 막을 내린 뒤에 우리는 거의 반년 이상을 강자 중의 하나로 군림하다시피 했었다. 이하영은 나에게 "더 싸게 닷컴" 이라는 사이트를 열어서 보여준다.
"이름이 왜 이래? 싸긴 뭘 싸란 말이야? 하하."
"으이구우. .. 오빠도 생각하는 것 하고는 .."
"내 생각이 어때서? 이름부터 좀 이상하지 않니?"
"얘네들이 오픈한 지는 한 달 정도 되는데, 급성장하는 중이래."
"일일 방문자수는 아직 만명이 안되네?"
"한달만에 만명 정도야. 절대로 적은 것은 아니거든요. 주문하는 것도 제법 돼."
"아직 입점해있는 쇼핑몰은 없는 것 같지?"
"맞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은 자기네 상품들 뿐이겠지."
"여기는 특별한 것도 안보이는데, 왜 크는 거지?"
"판매 가격 딱 한가지야. 우리 가격보다 5% 에서 10% 정도가 낮아."
"도대체 무슨 배짱일까? 이 정도 가격이면 제 살 깎아먹기 아닌가?"
"아무래도 메인은 옷인데, 얘네들은 수입을 하지 않고 직접 생산해서 판매한대. 그래서 이렇게 싼 가격이 가능하대.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산에 싼값이니까 그야말로 입맛이 당기는 거지."
"뭐야? 그럼 국산이 중국 제품이나 베트남 제품보다 싸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은데. .."
"그러니까 아무래도 품질이 걱정돼. 내가 얘네들 제품 몇 가지를 직접 주문해볼까?"
"그래서 한 번 보자고?"
"나나 오빠가 보면 뭐 알아? 나중에 갖다가 수연이언니한테 보여줘야지."
이하영은 그 자리에서 그 사이트에서 멤버쉽 가입을 하고, 열 가지 정도를 주문해버렸다.
"됐으니까, 물건 도착하는 대로 내일이나 모레 쯤에 논현동으로 가져갈게."
"얼마 들었어?"
"70만원 조금 못되네."
"내가 지금 당장 줄게."
나는 내 지갑 안에 있던 1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이하영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되지?"
"쌩유."
"지난 달에는 돈 좀 받았니?"
"어. 은경언니한테."
"아직 우리가 이렇다. 미안해."
"아니야. 오빠야 말로 나한테 그런 소리 하지마. 나한테는 웰빙라이프가 내가 낳아서 키운 아기같아. 작년 이맘 때 생각 나?"
"그럼. 어떻게 그걸 벌써 잊을 수가 있어? 겨우 김치 몇개 올려놓고, 매일같이 안절부절 했는데."
"일년 만에 저 정도면, 오빠. 저건 완전 대박 아니야?"
"하영이 아이디어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봐야지."
"나야 뭐 .. 오빠가 밤잠 안 자고 고생했지."
"그 동안 쑤셔박은 돈을 생각하면, 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지거든요."
"알아. .. 왜 안그러겠어. .. 요새도 그 때 생각하면 예진이 생각이 들어."
이하영이 팔을 내 어깨로 감아 당겼다. 다른 손은 내 뺨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나는 이하영의 뽀오얀 얼굴에 있는 빨간 입술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내 이마고, 내 뺨으로 그리고 내 입술로 왔다.
"하아아. 오빠. .."
"하영아 .."
우리는 입맞춤을 했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빨아당기면서 손을 그녀의 목욕 가운 안으로 넣었다. 가운의 앞이 늘어지면서 그녀의 한쪽 젖무덤이 내 손에 통째로 잡히고, 다른 쪽 젖가슴도 불빛에 모습을 나타낸다.
나는 그녀의 가운을 묶고있는 허리 끈을 풀어버렸다. 이하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가운을 아예 벗어서 앞에 있는 의자로 놓는다. 이하영이 몸을 움직일 때 마다 그녀의 뽀오얀 젖가슴이 움직인다. 내 몸에 힘이 들어간다.
"오빠도 벗자."
우리 몸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 이하영은 내 앞으로 와서 내 무릎을 연다.
[7]
이하영이 내 무릎 사이로 들어오더니, 몸을 약간 굽혀서 나를 안는다. 그녀의 두 팔이 내 어깨와 목을 감싼다. 그녀의 젖무덤 사이로 내 얼굴이 묻힌다. 에어컨이 돌아가는데도 그녀의 젖가슴은 따뜻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하영은 젖가슴을 내 얼굴에 대고 비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촉촉한 젖가슴이 내 얼굴에 와 닿는다. 그녀의 향긋한 몸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영이가 내 귀를 빨면서 내게 말했다.
"하아. .. 너무 좋아. .. 하아아. .."
"나도."
"오빠. 내 가슴이 좋다고? 조금 더 컸으면 좋겠지?"
"아니야. 이 정도면 충분해."
"올록볼록한 오빠 얼굴이 내 가슴에 닿는 것이 너무 좋아. 이제 빨아줄래?"
나는 한 손을 넓게 펴서 젖무덤을 움켜쥐고 주무른다. 봉긋한 젖무덤의 모양이 내 손 안에서 형편없이 일그러진다. 반대쪽 젖꼭지와 유륜을 빨아들인다. 이하영이 허리를 뒤틀면서 몸을 꼰다. 그 쪽 젖가슴을 내 입으로 밀어 붙인다. 입 안으로 빨려 들어온 젖꼭지를 혀 끝으로 짓누른다. 조그맣던 젖꼭지가 점점 부풀어 오른다. 다른 젖꼭지는 손가락으로 잡고 당기면서 비틀었다.
나를 내려다보던 이하영은 내 얼굴을 젖가슴에서 들어내고, 허리를 굽혀서 얼굴을 내 얼굴로 가져온다.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길이 끈적거리는 것 같다. 그녀의 빨간 입술이 내 입술을 조심스럽게 빨아당긴다. 나는 그녀에게 혀까지 내어준다. 그녀는 내 입술, 혀, 그리고 귀까지 빨았다.
그녀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내 입에 이번에는 아까의 반대쪽 젖을 물린다. 나는 젖을 빨면서 젖꼭지를 앞이빨로 물고 몇 번을 살짝 눌렀다. 내 한 손에 잡힌 그녀의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 그녀의 무릎이 닫혔다가 열린다. 그녀의 얼굴이 내 머리로 와서 비벼진다. 그녀가 내 귀를 입안에 빨아들이다가 이빨로 지긋이 물어버린다.
"아학. .. 하아악 .. 하아앙. .."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으며 위로 올라갔다. 내 손이 그녀의 양쪽 허벅지가 만나는 곳에 도착했다. 내 손이 그녀의 조개를 감싸고 덮었다. 가운데 손가락이 갈라진 균열을 덮고 힘을 준다. 내 입은 반대쪽 젖꼭지를 힘껏 빨아당기고, 가운데 손가락이 균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갑자기 뜨겁고 촉촉해진다. 그녀의 허벅지가 단단히 닫혀버린다. 가운데 손가락이 꼼지락거릴 때마다 그녀의 하체가 뒤틀린다. 내 손은 뜨거운 액체 때문에 미끌거리고, 내 귀로는 그녀가 뜨거운 바람을 내쏟는다.
"크흑. .. 흐으. .. 흐으윽. .. 하악. .."
이하영이 내 얼굴에서 젖가슴을 들어낸다. 양 손으로 내 허벅지를 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어버린다. 그녀의 다른 손은 아직도 별로인 내 남성을 감아쥔다. 그녀의 얼굴이 가까이 간다. 이하영은 내 남성을 들여다보다가 냄새를 맡는다. 그녀의 혀끝이 귀두를 따라서 돌아간다. 그녀는 혀를 내밀고 윗면과 아랫면으로 귀두를 감으면서 문지른다.
"오빠, 아직 별 생각 없어?"
"아닌데?"
"그런데 얘는 왜 이런대?"
이하영은 입을 열고 혀를 내밀어서, 페니스 주변의 허벅지와 음모를 핥는다. 이하영이 고개를 들고, 웃는 얼굴을 하며 나를 본다.
"빨아서 쪼끔만 키워도 돼?"
"여기서 하면 불편하지 않겠어? 차라리 침대로 갈까?"
"싫어. 나는 괜찮으니까 걱정마."
빨을까 하고 묻는 것은 도대체 뭘까? 싫다고 할 남자도 있을까? 이하영은 자신의 의지를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요새는 이하영의 테크닉도 제법 늘어서, 처음처럼 어색해하지 않고, 서툴지도 않다.
이하영은 입을 열고, 빨간 입술로 페니스를 물고 부드럽게 빨아당긴다. 그녀의 따뜻한 입 안에 갇힌 페니스가 그녀의 타액 속에 잠겨서 흥건해진다. 그녀의 혀는 끊임없이 휘감아온다. 내 입에서 참고 있던 신음이 터져 나오고, 내 몸이 따라서 들썩거린다. 페니스는 잠에서 깨어나고, 점점 자라기 시작한다.
"하아. .. 이제 고만 해."
"얘는 아직 멀었잖아. 왜 그래?"
"자극이 너무 강해."
"그 정도는 참아."
이하영은 나를 보고 씨익 웃더니, 내 말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하던 일을 계속한다. 엄청난 자극을 나는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다. 페니스가 제법 자라서 단단해지자, 그녀는 입에서 뱉어낸다. 페니스를 감아쥐고 자기 뺨과 입술을 갖다 대고 가볍게 비빈다.
"하아. .. 얘가 이제야 나를 알아보나봐."
"이제 됐지?"
"오늘은 내가 오빠 갖는다. 알았지?"
"야아아. 그럼 나는?"
이하영은 가끔 나보고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자기가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이하영에게 그 동안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든가, 아니면 생리때가 다 되었든가이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그냥 내버려 둔다.
이하영은 일어서서 나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그녀는 한 손으로 원탁을 짚고, 내 음부를 향하여 엉덩이를 내밀었다. 그녀의 다른 손이 페니스를 잡고 일으켜 세운다. 그녀의 미끌거리는 균열 속으로 귀두는 잠긴다. 이하영의 엉덩이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귀두는 균열을 따라 아래위로 미끄러진다. 나도 같이 움직인다. 그녀의 미끌거리는 틈 속에서 숨겨진 속살로부터 계속해서 자극을 나에게 보낸다. 한참을 그러다가 귀두는 그녀의 동굴 입구로 내려간다. 그녀는 엉덩이를 아래로 지긋이 누른다. 귀두로 뜨거운 액체가 흘러 내린다.
"아흑. .. 너무 좋아. .. 이제 넣는다. .. 하아. .."
내 손은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다가 허리로 올라가서, 양쪽 골반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녀의 엉덩이가 이쪽 저쪽으로 씰룩거린다. 나는 앉은 채로 위로 올려치고, 그녀의 엉덩이도 점점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페니스는 안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깊은 곳으로 갈수록 더 뜨거워진다. 드디어 나의 그 곳에 그녀의 도톰한 조개의 둔덕이 닿았고, 우리는 완전한 결합을 만들어냈다.
"아학. .. 좋아. .. 하악. .. 몰라. .. 하악. .."
그녀의 엉덩이가 천천히 조금씩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엉덩이가 내려갈 때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그럴 때마다 자꾸 물면서 괴롭게 한다. 그녀의 동굴 벽이 페니스를 꼭 물고 놓지 않을 것처럼 하면서 엉덩이가 점점 많이씩 올라간다. 내려갈 때에도 힘을 준다.
"하악. .. 오빠. 좋아. 자기야. .. 하악. .."
이하영은 몸을 일으켜서 일어선다. 그녀가 동굴 탐험을 강제로 중단시켰다. 축축하게 젖은 페니스가 동굴에서 쫒겨났다.
"하아아. .. 나 아직 멀었어. 싸지마."
그녀는 나를 향하여 돌아선다. 내 두 무릎이 모아지고,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위치한다. 그녀의 두 손이 내 양쪽 어깨를 단단히 잡는다.
"하아. .. 자. 또 빨아. .. 하아아. .."
나는 오똑 서 있는 젖꼭지를 빨아들인다. 그녀의 한 팔이 젖무덤을 받쳐 올린다. 그녀의 다른 팔은 내 머리를 감고 반대쪽 젖무덤으로 당긴다. 내 입에 있던 젖꼭지가 빠져나가고, 반대쪽 젖무덤과 젖꼭지가 내 볼에 짓눌린다.
그녀의 엉덩이가 천천히 움직이면서, 발딱 일어서 있는 페니스의 귀두가 동굴 입구로 향하도록 자동 조절을 한다. 그녀가 갑자기 주저앉는다. 페니스는 단번에 깊이 박혀버렸다.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힘껏 움켜쥐고 바깥쪽으로 당겼다. 그녀가 좌우로 고갯짓을 하며 신음한다.
"하아악. .. 흐으으윽. .."
그녀의 엉덩이가 몇 번을 들썩거리다가 좌우로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두 팔이 내 목을 휘감고, 그녀의 엉덩이가 오르내린다. 내려가는 엉덩이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빨라진다.
"하악. .. 욜라 좋아. .. 오빠는?"
"나도 좋아. 이제 엄청 잘하네. 완전 선수같아."
"하아아. .. 이거 다 오빠한테 배웠거든. 나 이제 거의 다 와가니까 참아. 알았지?"
그녀가 한쪽 팔을 뒤로 뻗어서 내 무릎을 집는다. 그녀의 허리는 휘어지고, 젖가슴은 앞으로 내밀어진다. 그녀의 엉덩이는 계속 오르내리고, 페니스는 그녀의 동굴을 열심히 들락거린다.
잠시 후에 그녀는 두 팔로 내 목을 힘껏 감아 당기고, 그녀의 엉덩이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내 기둥이 좌우로 거세게 휘어진 채로 돌아간다. 그녀는 내려 찍기와 돌리기를 섞어서 돌려찍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서 그녀가 내게 힘껏 매달린다. 우리의 그 곳이 마주 닿은 채로 짓이길 듯이 비벼진다.
"하악. .. 지금 .. 크흐윽 . .. 싼다. .. 흐흐흑. .."
그녀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젖가슴과 음부가 요동을 치듯이 퍼덕거린다. 나는 한 팔로 그녀의 엉덩이를, 다른 팔로는 그녀의 등을 감아서 그녀의 몸을 내게 당겼다. 우리의 두 몸이 밀착하고, 그녀의 얼굴은 내 목으로 파고든다.
"하아아. .. 오빠는 아직이지?"
"어."
"이제 침대로 가."
이하영이 내 입술에 키스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는 침대로 갔지만, 그녀는 욕실로 갔다. 나는 물티슈로 페니스와 그 주변을 씻었다.
그녀가 다시 내 옆으로 와서 엎드린다. 허벅지를 세운다.
"이제 자기가 해. 세게 박아줘."
이하영이 이렇게 자세를 잡으면, 좁은 허리와 넓은 골반, 아래로 굽어진 허리, 또 그래서 요염함이 더욱 돋보이는 엉덩이이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가서 그녀의 몸을 돌렸다. 그녀의 무릎을 침대 모서리에 걸치게 하고, 나는 그녀의 엉덩이 뒤로 서서 찔러 넣었다. 그런데 그녀의 동굴이 미끄럽지 않다. 그녀의 몸을 받치던 두 팔이 힘을 잃었는지, 그녀의 얼굴과 젖가슴이 침대 바닥으로 떨어진다.
"물로 씼었니?"
"어. 아까 너무 많이 흘러서. 잘 안 들어가? "
"약간."
"너무 깨끗이 씻었나? 에이. 그냥 박아. 하다 보면 금방 또 젖겠지."
"나 오래 안걸려."
"나는 했으니까 괜찮아. 자기나 싸세요."
나는 힘껏 박아 넣었다. 세 번에 걸쳐서 힘을 주자 끝까지 박혔다. 그런데 이대로 펌핑은 무리일 것 같다. 그래서 그 상태에서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단단히 잡고 천천히 회전을 시켰다. 그런데 이하영도 천천히 엉덩이를 돌리다가, 앞뒤로 움직인다. 그녀는 두 팔로 침대 바닥을 짚고, 머리와 어깨를 침대 바닥에서 들었다.
"이거 이렇게 해주면 좋아?"
"어. 계속해. 좋아."
"오빠도 같이 해."
나는 속도를 빠르게 하지는 않았지만, 힘을 다르게 주면서 강약을 조절했다. 그리고 방향도 좌우로 바꾸면서 박았다. 잠시 후에 동굴 속은 다시 뜨거워진다. 박을 때마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낸다.
"아학 .. 좋아. .. 하아악. .."
한참 박는데, 이하영이 앞으로 고꾸라지듯 쓰러진다. 그리고 몸을 굴려서 똑바로 눕는다. 두 팔을 들어서 열고 나에게 손짓을 한다.
"왜? 힘들어?"
"금방이라더니 오래 걸리잖아. 다리에 쥐가 나. 자기가 올라와."
"힘들면 고만 해도 되는데."
"싫어. 빨리 와서 박아줘."
이하영은 두 다리를 활짝 열고, 그녀의 두 손으로 균열의 양쪽 언덕을 잡고 활짝 열었다. 그녀의 빨간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나와서 자기 입술을 축인다.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면서 침을 꿀꺽 삼킨다.
나는 그녀의 몸 위로 내 몸을 실었다. 그녀의 손이 내 페니스를 잡고, 그녀의 엉덩이가 들려 올라와서, 귀두가 입구에 박힌다. 나는 힘껏 내려꽂는다. 이번에는 단번에 끝까지 들어간다.
그 귀로 나는 거칠게 박았다. 힘도 주고, 깊게 또 얕게 박았다. 그녀도 엉덩이를 계속 위로 들어올린다. 그녀의 두 손이 내 엉덩이를 감싸고 당기다가, 내 등을 할퀼 것처럼 손가락을 세운다.
"하아. .. 쌀때 되면 말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참을 박다가 그녀에게 사정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내 어깨를 잡고 윗몸을 들어일으키며 내게 매달렸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힘껏 내려 박아서 끝까지 박히게 하고,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몇 번에 걸쳐서 분출을 했다. 그녀의 허리가 휘고 엉덩이가 위로 치켜 올라온다. 그녀가 내게 말한다.
"하악. .. 나 또 와. .. 하악. .. 지금. .."
나는 기다려야 했다. 그녀의 동굴 벽이 몇 번을 물어대고, 그녀의 음부가 여러 번 퍼덕인다. 동굴 속에서는 뜨거운 액체를 쏟아 붓는다.
"하아아. . .. 사랑해. .."
그녀는 뺨을 내 뺨에 대고 누른다. 그녀의 혀가 내 뺨과 턱을 핥고, 입술을 빨았다. 나도 그녀의 옆으로 쓰러지듯 누웠다. 그녀의 손이 내 어깨와 가슴을 쓰다듬는다.
거칠었던 우리 둘의 몸이 조용해지자 그녀가 물티슈를 꺼내와서 우리 몸은 다시 떨어졌다. 나는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내가 욕실을 나서자 이하영이 나를 원탁으로 불러서 맥주를 따라준다.
"마셔. 진짜 시원해."
"고마워."
시원한 맥주가 입을 가득 채우고 목으로 넘어가면서 내 갈증이 사그러든다. 나는 원샷으로 잔을 비웠다. 이하영은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지고 입맞춤을 한다.
"목이 엄청 말랐구나. 더 마실래?"
"아니야. 됐어."
"나 어땠어?"
"완전 짱이었어."
"오빠도 좋았지?"
"그럼. 말이라고 해?"
"사랑한다고 딱 한번만 말해줄래?"
"얘가 .."
"그냥 그 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래."
나는 왠지 이러는 이하영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따라 이하영이 귀여운 것 같다. 나는 이하영을 안고 그녀의 빨간 입술을 들여다보다가 입맞춤을 했다.
"하영아. .."
"완전 치사하다. 꼭 구걸하는 것 같네."
"그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하아. .. 내가 그걸 모르냐? 해리 때문에 .. 그래도 말 한번 해주면 안돼요?"
"그건 .. 할 수는 있는데, 그럼 거짓말이거든."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일어서서 침대로 눕게 했다.
"누워서 쉬고 있어."
침대에 눕자마자 두 눈이 감긴다. 내 몸이 어딘가 깊은 곳으로 추락하는 느낌이다. 얼마 후에 나는 내 옆으로 이하영이 눕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그녀를 향하여 몸을 돌리자, 그녀는 내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이하영이 손을 아래로 뻗어서 내 페니스를 감아쥔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거기까지이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날이 훤히 밝아있다. 에어컨은 꺼져있고, 이하영은 내게 등을 보이고 돌아누워서, 잔뜩 웅크리고 자고 있다. 내가 일어나서 침대에서 내려가는데, 이하영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며 나를 찾는다.
"벌써 아침이야?"
"7시 넘었어."
우리는 준비를 해서 모텔을 나섰다. 나는 택시를 잡으려고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이하영이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빠. 나 배고픈데 .."
"저 쪽 사거리에 24시간 감자탕집 있던데, 갈래?"
우리는 감자탕으로 아침을 먹고 헤어졌다.
[8]
이틀 후에 이하영은 주문한 물건이 다 도착했다면서 택시에 물건들을 싣고 논현동으로 왔다. 나는 양재동에 있을 김수연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 퇴근 안 했지?"
"지금 정리하는 중이야. 왜?"
"논현동으로 와줄래? 영숙이누나랑 같이."
"알았어. 박혜주 사장님 오셨는데?"
"잘 됐네. 다 같이 와."
한참 후에 세 여자들이 들어왔다. 우리는 소파에 앉았다. 이하영이 콜라에 얼음을 채워서 들고 왔다. 김영숙이 투덜거린다.
"배고픈데. 무슨 일이야?"
나는 노트북으로 쇼핑몰 ‘더싸게 닷컴’을 찾아서 그녀들에게 보라고 했다. 그녀들은 사이트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
"어머머. 이거 언제 생겼대?"
"정확하지는 않은데, 한 달 정도?"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어."
이하영은 ‘더싸게 닷컴’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리고 자기가 배송 받은 물건들을 테이블로 펼쳐놓았다. 세 여자는 물건들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란다.
"언니. 이거 원산지가 국산이라고? 말도 안돼."
"그러게. 중국산에다가 상표만 바꿔 붙였는데?"
"진짜 확실하지? 말로만 듣던 짝퉁질이네."
"이건 짝퉁도 아니거든요. 그냥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야."
"이거 한 6개월 정도만 두고 보자. 그 안에 언젠가는 얘네들 쇠고랑 찰 것 같다."
"어떡하지? 우리보고 그 6개월 동안을 당하라고?"
"그럼 지금 당장 신고를 해버려?"
우리는 그 사이트의 게시판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하영이 받은 이 상품들이 국산이 아닌데도 왜 국산으로 둔갑시켜서 파느냐고 항의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게시판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글로만 써야 한다.
김영숙, 김수영, 이하영은 글을 만들어서 그 자리에서 올렸다. 나와 박혜주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웰빙 라이프에서도 이 원피스를 팔고 있어요. 색깔이랑 무늬가 완전 똑같거든요. 웰빙라이프는 원산지를 중국산이라고 표시했는데, 여기서는 왜 국산이라고 하죠? 짝퉁인가요?"
이런 식이다. 내 개는 그런데, 나머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김수연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냄새가 나거든."
"뭐가?"
"이 사이트 프레임이 여우들이랑 비슷하지 않니?"
"그러게 .. 그럼 혹시 걔네들이 부활했나?"
김수연은 그 자리에서 웹팀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더싸게 닷컴’의 인터넷 주소를 보내주고, 한번 조사를 해보라고 했다.
김수연과 김영숙은 나와 이하영을 안심시킨다.
"걱정마. 저거 조금만 캐보면 다 나와.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거든. 하하."
"사장님. 우리 전부 지금 엄청 배고파요. 저녁이나 먹어요. 밥 먹고 나면 결과는 나와요."
"맞다. 냉면 어때?"
"저기 길 건너에 냉면집 있잖아. 냉면 먹으러 가요."
"배달 안되나?"
이하영이 냉면집 간판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9]
이하영이 주문한대로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도착했다. 먹는 동안에도 여자들은 수다를 계속한다. 내 옆에 앉은 박혜주는 나에게 위로하는 말을 한다.
"사장님이 진짜 마음 고생을 많이 하나봐."
"마음 고생만 하면 좋게? 몸 고생도 말이 아니거든요. 하하. 그래도 이런 고생은 해도 사는 데 지장 없거든요. 나는 괜찮아요."
"하아. .. 역시 젊으니까 .. 부럽다."
"뭐야? 그럼 누나는 할머니야? 하하."
마주앉은 김수연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끼어든다.
"박사장님. 우리는 위로 올라가는 일이랑, 아래를 관리하는 일이랑 두 가지를 엄청 잘 관리해야 해요."
"그렇겠어요. 안 그러면 언제든지 밑에서 금방 치고 올라오니까. .."
"이건 돈 문제가 아니거든요. 순전히 머리 싸움이죠."
"머리만으로도 안될 것 같아. 사업 수완이라고 하나? 그런 것도 있어야지."
"그건 그렇죠. 우리 윤하 사장님은 그런 점에서는 쓸만하죠. 하하."
"역시 수연씨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
"내가 뭐 한 것이 있나? 이번에도 이하영이 했잖아?"
"사장님이 없었으면 이하영씨가 여기 있었겠어?"
인터넷 사업이라는 것이, 듣던 것과는 완전 다르다. 막상 해보니까 필요한 것이 엄청나다. 시간, 자본, 사람, 아이디어 등등 .. 오프라인보다 경쟁이 훨신 심하다. 또 성장하지 않으면, 바로 퇴출이다. 망하기에 딱 맞다. 어떤 상태에서 정지해서 머무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항상 감시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이러다가 신경쇠약에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10]
그런데 그 때 김영숙의 전화기에서 컬러링이 울렸다. 모두 갑자기 조용해지고, 김영숙의 얼굴을 살핀다. 김영숙이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는다. 김수연은 그녀를 쳐다보다가 고갯짓을 하며, 옆에 앉은 이하영에게 말했다.
"저거 분명 여우들이 부활한 거 맞아. 누구 짓인지도 빤해."
"그럼 .. 이번 드라마에 그것도 내달라고 할까요?"
"될까? 그 드라마는 회사 얘기가 아니거든."
김영숙이 방에서 나왔다. 우리는 모두 그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서 나를 똑바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조상무야. 그 인간이 몇 명 데리고 차렸대. 다른 사람 명의로 해서 우리가 알아보지 못 했지."
"어머머. 어쩜.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네. 완전 소름 돋는다."
"전에 여우쪽에 있던 고객들한테 일일이 전화 돌리고, 이메일로 홍보하고, 저렇게 미친 짓을 하는 거래."
"그래도 하는 짓을 보면, 이 바닥에서 장사를 오래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잠깐 해먹고 사라질 것 같지 않니?"
"보나마나 뻔하지. 그렇지 않으면 저런 사기를 치겠어? 아마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지롤을 떠는지도 몰라."
"저걸 어떻게 요리하지? 그럼 아까 게시판에 글 올린 것은 어떡해?"
"그러게."
또 조용해진다. 그런데 김수연이 작심을 한 듯 입을 연다.
"복잡하게 생각할 일이 뭐 있어? 저건 분명 불법이거든요. 쇠고랑 차게 해야 해.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야."
"조상무가 진짜 많이 억울하겠어. 언니. 그 인간은 사실 아무 잘못도 없잖아?"
"없긴 왜 없어? 당한 여자가 입을 다문 거지. 그런데 저 인간 그 때 회사 돈 빼돌려서 비자금 만들었다가, 지금 저러는 것 같은데?"
"언니 말이 맞을 거야. 나도 그 생각 했어. 안 그러고 지가 무슨 돈으로 저러겠어?"
"그럼, .. 그 때 그 고객 정보가 우리한테도 있거든? 내 USB 에 들어 있을거야."
"언니는 또 왜 그러는데? 맞불이라도 놓게?"
"그렇게라도 해야지. 우리보고 이대로 그냥 당하고 있으라고?"
"아냐. 그러다가 우리가 씹히면, 우리도 공범돼요. 조금만 더 두고 보자고. 지금 하영씨가 일단 쟤네 게시판에 건드려놨으니까, 지들도 뭐라고 대꾸가 있을 거잖아? 그것도 두고 보고 .."
김영숙은 김수연을 달랜다. 내 생각에도 김영숙 말이 맞는 것 같다. 신중하지 못하면 우리가 저들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녀들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한다.
"하영씨. 앞으로도 계속 모니터링 해줄거죠?"
"맞아. 이번에 하영씨가 정말 큰 일을 했어."
"그럴게요."
[11]
이하영이 늦었다며 집으로 간다고 사무실을 나갔다. 김수연과 김영숙은 냉면 그릇들을 챙겨서 밖으로 내놓는다. 나는 소파에서 일아 나서 내 자리로 돌아가서 집에 갈 준비를 하면서 어지럽혀진 자리를 정리했다. 그런데 박혜주가 의자를 끌고 내 옆으로 와서 앉는다.
박혜주가 내게 물었다.
"사장님. 요새 방송사랑 무슨 일 꾸민다며? 지금 오디션 광고 나가는 것이 그거라던데, 맞아?"
"어. 그게 아직은 기획단계야."
"내가 투자하겠다는 것은 끝끝내 안 받아주나?"
"누나. 아직은 투자하기에 너무 위험하다니까? 방금도 일 터지는 것 못 봤어요?"
"아니야. 그건 안 그래. 그러지 말고 나도 껴줘요. 처음부터 같이 해보겠다니까."
"그럼 .. 얼마 정도 하실 수 있는데요?"
"의정부 아파트 팔고, 의정부에 있는 식당이랑 부동산 처분하고 .. 닥닥 긁으면 30억 정도는 될텐데. .. "
"그래서 어쩌려고? 나중에 잘못 되기라도 하면 길바닥에 나앉을래?"
"내가 왜 길바닥에 나가? 혜화동에 동생 있잖아? 10년 넘게 나랑 같이 살다가 결혼했는데, 걔가 나를 무시하겠어?"
"누나.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요. 이번 오디션은 우리가 처음으로 하거든요. 그런데 그 결과를 알 수가 없단 말입니다. 나중에 시업 계획도 서고, 이번 오디션 결과도 나오면, 그 때 계속 할 건지 말 건지를 결정할거니까, 그 때 가서 다시 얘기합시다."
우리 사이에 심각한 얘기가 오고 가자, 듣고 있던 김수연과 김영숙은 집에 간다고 갔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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