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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32 1,164회 0건
업데이트 늦어서 죄송합니다.

많은 분이 응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늦더라도 연중은 없습니다.
꼭 끝을 보겠으니 그거 하나만 믿어주세요.


………………………………………………………………………………………………


“ 저기…. 부장님 이제 일어날까요? “

“ 그…. 아직 술 남았는데…? “

“ 둘이서 이걸 어떻게 다 마셔요…. 그리고 피곤하기도 하고….“


지금 이렇게 어정쩡하게 일어나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생각이 병호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차라리 조금 전이 분위기가 더 좋았으면 좋았지 지금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시간을 끌 것인가? 괜한 이야기 했나?
다시 앉아서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가긴 해야 할 텐데 이렇게 빼면 방법이 없는데?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자연스럽게 다시 앉기는 그르친 듯하다.


“ 어머?! 가셔요? “


주희가 무언가를 들고 나오며 둘을 바라보았다.


“ 두 분 쉬엄쉬엄 드시라고 토마토 주스 좀 만들어왔는데…. “


역시 주희 밖에 없다.
가끔 술을 쉬어갈 때 만들어 주곤 하던 것인데 정말 나이스한 타이밍.
병호는 난감하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 아 지금 우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마실건지 물어보지 그랬어…. 요 “

“ 이제 8시 좀 넘었는데 벌써 일어나실 줄은 몰랐단 말예요. “

“ 여기 아름 차장님이 좀 힘드신 거 같아서 일찍 일어나려고 그래요. “

“ 이거 두 잔이나 만들었는데…. “


난감한 척 하는 둘 사이에 아름이 한 마디 한다.


“ 한 부장님, 여기 매니저 님이 신경 써서 만들어주신 건데 이것만 마시고 나가요. 실례잖아요…. “

“ 아…. 그러죠…. “


빙고~!!
주희는 다시 자리에 앉은 병호 앞에 토마토 주스를 놓아주면서 병호에게 살짝 윙크를 해 보였다.
병호 혼자 명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주희의 도움이었나 보다.

주희가 아름에게 잔을 건네는 순간.


“ 어멋!! ”


손으로 건네던 잔이 허공에서 떨어지며 아름의 치마 위로 쏟아져 버렸고 잔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버렸다.
흰색 치마는 금세 새빨갛게 얼룩이 졌다.


“ 어머, 죄송해요!! “

“ 아.아니에요 제가 잘 못 받았나 봐요. “

“ 아름 씨. 괜찮아요? 어디 안 다쳤죠? 주희 씨~! 이게 무슨…. ! “


주스 잔 하나가 깨지면서 난리가 났다.
토마토 과즙이 사방으로 튀며 자리는 물론이고 병호의 바지에도 살짝 튀었다.
그러나 상황이 처참한 것은 아름 쪽. 연한 핑크 색 블라우스와 흰색 모직 치마에 빨간 주스를 바른 꼴을 하고 있으니….
언뜻 보면 피라도 흘린 줄 착각하기 딱 좋았다.

주희는 대충 깨진 잔을 허둥대며 치우고 아름에게 사과했다.


“ 죄송합니다. 박 차장님. 제 실수로 이렇게 되었네요…. “

“ 아. 아니에요. 제가 받으려다 실수한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데…. “

“ 주희씨 이거 어떻게 방법이 있나…. 아름 차장님 이렇게 하고 어떻게 가셔…. “

“ 저…. 잠시만 기다리시면 세탁 해 올 수 있을 거 같은데요. “

“ 지금 시간에? 그게 가능한가? “

“ 우선 아름 차장님 잠시만 이 쪽으로 오시겠어요? “


주희가 아름을 데리고 화장실 뒤 쪽에 있는 조그만 내실로 향했다.
보통 여기서 일하는 주희나 다른 직원이 옷 갈아 입는 곳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5분 정도 지나고 주희가 먼저 나왔다.


“ 병호 오빠. 이 쪽, 바에 앉아 계세요 “

“ 어? 어…. “

병호는 아름의 코트와 가방 등을 챙겨 바에 앉았고 주희는 병호의 앞에 다시 주스를 내어주곤 히죽 웃어 보였다.


“ 나 잘했죠? “

“ 응? 뭐가?


주희는 병호의 팔을 툭 치고선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아무래도 아름이가 자리 정리하자고 할 것 같아서 미리 만들어뒀어요.
그리고 저거…. 제가 일부러 떨어뜨린 거거든요? 킥킥 “

“ 뭐?! “

“ 아무리 지가 가고 싶어도 빨개 벗고 나갈 수는 없잖아요. 선녀도 나무꾼한테 그렇게 잡혔는데요 뭐. “


병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토마토 주스를 마셨다.


“ 지금 저 일할 때 입는 옷 하나 주고 입고 있으시라 했어요. 정말 저 옷은 빨아야 하니까. “

“ 근처에 세탁소가 있나? “

“ 아직 8시 좀 넘었으니 영업할 거예요. 그리고 뭐 아마도….”

“ 아마도 뭐? “

“ 넉넉하게 한 시간 정도?. 킥킥. 그 동안 아름이 잘 달래보셔요. “


병호는 아름이 나오나 확인하고 아직 나올 기미가 없지만 슬쩍 목소리를 낮췄다.


“ 이야…. 이거 주희한테 고마워서 어쩌나? “

“ 고마우시면 선물이라도 해주셔요. 킥킥킥. “

“ 이렇게 오늘 하기라도 하면 자랑하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도와줘 서야 자랑이나 하겠냐… 킬킬…. “


주희는 슬쩍 미소 짓고 병호의 귓가에 속삭였다.


“ 가게에서 떡 치면 CCTV에 다 찍혀요….킥킥 “

“ 훗…. 알았어. “


이젠 주희의 과감한 언사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 병호였다.
오히려 이젠 그런 부분에서 짜릿함을 느낀다고 할까?
주희가 그렇게 자극 할 때마다 금기 된 무언가를 조금씩 부숴 나간다는 해방감도 있었다.


“ 저…. 옷 여기…. “

아름이 나왔나 보다.
뒤를 돌아본 병호는 내심 놀랐지만 애써 표정을 감췄다.
언제나 오피스룩으로 다니던 아름이었지만 지금 주희의 옷을 빌려 입은 아름은 색다른 매력을 주었다.
누드톤의 니트 드레스가 몸에 착 달라붙어 몸의 굴곡이 아주 잘 보였다.
가슴은 마른 체형이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었고 지금 봐서도 역시나 였지만
예상 외의 압권은 허리와 골반이었다.
가느다란 허리는 정말 가늘어서 25? 24? 그리고 그 밑으로 탄력 있게 올라 붙은 엉덩이는
조금 크다 싶을 정도로 풍성했다.
니트 원피스에 감싸인 엉덩이 밑으로 쭉 뻗은 다리는 순간 황홀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아름은 허벅지에 간신히 올라간 짧은 원피스가 부끄러운지 치맛자락을 잡고 있었다.
앞으로 몸을 숙이면 속옷이 보일 거 같은데 아름은 지금 속옷을 안 입었지 않은가….


“ 와…. 지금 이런 이야기 드리기 뭐하지만 차장님 정말 몸매 좋으셔요~ “

“ 아…. 그게…. 그…. “


주희가 아름의 옷을 받아 들며 칭찬을 하자 아름은 부끄럽다는 듯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허리 엄청 가느시다…. 몇 인치셔요? 키는 그렇게 안 크신데 프로포션이 좋으셔서 안 작아 보여요~ “

“ 가….감사해요. 전 너무 마른 거 같은데…. “

“ 조금 마르시긴 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신데요? 23인치? “

“ 2…22 인치요…. “

“ 와~ 부러워요 차장님…. “


주희 역시 날씬한 데도 아름을 마냥 칭찬하고 있었다.
주희는 흔히 말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쭉쭉빵빵한 스타일. 아름에 비해 클 뿐이지
전혀 육지거나 통통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다만 한 군데만 빼고는.


“ 주희씨는 볼륨이 좋잖아요…. 전 볼륨이라고는 없는데요 뭐…. “

“ 호호 그거라도 있어야죠. “


병호는 계속 둘을 놔두고 눈 요기를 하고 싶었지만 주희는 아름의 옷을 싸 들고서 나간다.
22인치 허리라….


“ 한 부장님, 혹시 모르니까 가게 바깥 문 닫고 다녀올게요. 다른 손님이라도 오시면 난감하시잖아요. “

“ 아 그게 그래도 되나…? 요? “

“ 어차피 제가 잘 못해서 이런 건데 장사 생각할 수는 없죠. 금방 오겠습니다~ “


주희는 시원스레 인사하고는 나가며 가게 바깥 철문을 닫았다.
전자 음을 내며 도어록이 잠기고 가게 안에는 병호와 아름만 남았고
단 둘이 남은 바는 조용한 음악만 흘러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어갔다.

머리를 긁적이며 주스를 마시던 병호의 옆에 아름이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 부장님. 오늘 아무래도 좀 더 마시다 가란 소린가봐요…. 훗훗…. “

“ 하하…. 그런 거 같네요.. 이런 일도 생기고 내가 괜히 여기 끌고온 거 같아 미안해 지네요. “

“ 아녜요. 덕분에 이렇게 멋진 데도 알았는데요? 술도…. 맛있어요. “

“ 하하하…. 그러게요. 오늘 따라 술이 잘 들어가기도 하고…. “


[띠링~]

문자가 왔다. 확인해 보니 주희다.

‘ 오빠. 가게에서 하실 거에요? ㅋㅋㅋ‘


순간 아름의 눈치를 보았지만 아름은 치마를 끌어내리느라 이 쪽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답장을 날리기는 뭐해 무시하고 있는데 자꾸만 문자가 온다.


‘ 하실 거면 테이블 쪽에서 하셔요. 거기 CCTV 각도가 잘 나와요. ㅋㅋㅋ 저도 보고싶은데….ㅋㅋㅋ ‘

‘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시간 충분하죠? ㅋㅋ ‘

‘ 아니면 바에서 서서 뒤로 해도? ㅋㅋㅋㅋㅋㅋ 아유 보고싶어@!@@!!! ‘


“ 사모님이 찾으시나 봐요? “

“ 아! 아니요! 친구들이 술 먹자고 자꾸…. 하하하! “


병호는 아름이 갑자기 말을 걸어와 뜨끔 했다.
다행히 문자를 본 눈치는 아니어서 대충 친구들을 둘러댔다.


“ 뭐 맨날 뻔하죠. 친구들과 하는 거는 술 밖에 없어요..하하. “

“ 호호. 우리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인데요…. “


아름이 일어나서 아까 일어난 테이블로 술을 가지러 간다.
술병만 들고 온 아름은 이리저리 잔을 찾더니 바 너머로 들어가 잔을 들고 나왔다.


“ 아름씨 앉아 있어요. 제가 어디 뭐가 있는지 좀 알아요. “


병호는 그 동안 대충 봐온 대로 얼음과 간단한 견과류 등을 들고 나왔다.


“ 호호호. 부장님 여기 사장님 같아요. “

“ 아하하. 그런가요? 안 그래도 이런 거 하나 차리고 싶은 게 꿈인데. “

“ 차리시면 좋겠다…. 가끔 와서 신세 한탄하면서 술 마실 수 좋겠는데…. “

“ 제가 차리면 멤버십 카드를 드리죠. 아름 씨만 쓸 수 있는 걸로. “

“ 호호호 감사합니다~ “


다시 술은 잔에 채워졌고 건배를 했다. 다시 이어진 시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


“ 아름 씨. 그렇게 입고 있으니까 정말 분위기 달라요. “

“ 네?! “

“ 평소에는 언제나 정장 스타일에 칼같은 분위기잖아요. 그것도 잘 어울리는데 지금도 잘 어울려요 “

“ 아….그. 그런가요? “

“ 네. 정말 괜찮아요. “


아름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술잔만 바라보고 있다. 귀가 발개진 것을 보니 술 기운 만은 아닌 듯 했다.


“ 부끄러워요? “

“ …. 사실 이렇게 입어본 적 없거든요…. “

“ 그럼 이제 이렇게 입어봐요. 정말 잘 어울리니까. 물론 이렇게 짧게는…. 하하 “


아름은 다시 얼굴을 붉히며 치마자락에 손이 간다.
엉덩이 밑으로 한 뼘 정도 내려온 치마이니 불편하긴 할 듯. 병호는 자신의 외투를 아름의 다리에 덮어주었다.


“ 아무래도 불편하죠? 하하 “

“ 감사합니다…. “


아름의 표정이 이제 좀 부드러워졌다.


“ 하하 아름 씨 남편 되게 부럽네요. 와이프가 이렇게 매력적이시니. “

“ 하하…하..”

“ 빈 말 아니에요. 진짜 매력적이에요 “

“ …. 정…. 말요? “

“ 넵! 정말이에요. 하하하~ “


아름은 술잔을 보고 있다가 남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술을 따랐다.


“ 천천히 마셔요. 어차피 일어나려고 한 거…. “

“ 저희 남편은 제가 매력적이지 않은가봐요. “

“ 에? 그게 무슨…. “

“ 전에…. 남편이 자위하는 걸 봤어요. “

“ 에…?! “

“ 제가 오래간만에 일찍 집에 가서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무슨 소리가 나는 거에요. “


병호는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아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 자던 중에 뭔가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TV를 보고 있나 보다 했죠….
그런데 그게…. 여자의 신음 소리가 나서…. “


병호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묵묵히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 갑자기 잠이 깨더라고요. 가만히 듣고 있으니….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는…. 그런 정도가 아니었어요. “

“ 그래서 몰래 봤어요? “

“ 네….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밖을 보니까…. 남편이 자위를 하고…. “

“ 흠…. “

“ 근데 남편이 정말 포르노를 보고 있었어요. 정말….그…. “

“ 하드한 거요? “

“…. 네…. “


아름은 술을 한 잔 마시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 친구들하고 대학 다닐 때 장난으로 한 두 개 포르노를 본 적은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보는 건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그 되게…. 뭐랄까…. 그….“

“…. 근데 그게 아름 씨가 매력적이지 않은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

“ 네? “

“ 남편이 포르노를 본다고 해서 그게 아름 씨랑 무슨 상관인가 해서요. “

“ …. “


아름은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남자들 결혼하고 그래도 야동 보고 그래요.
그냥 야동, 포르노는 성적 환타지를 충족 시키는 그런거라구요. “

“ 그런가요…. “

“ 아름 씨는 욕구가 생길 때 어떻게 해소해요?? “

“ 네?! ”


아름의 얼굴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물들었다.


“ 아 너무 나갔나…. ? 사람이 욕구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 아 그거야…. “

“ 전 섹스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대화를 하는 한 방법인데 서로 말이 안 통하면 하기 싫어지죠.
한 두 번이야 시도를 하겠지만 계속 말이 안 통하는데 이야기 하고 싶겠어요?
말 안하고 말지…. 그렇게 혼자 해결하고 마는 거죠 뭐.
그건 자기가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문제인 거에요. “

“ …. “

“ 그러니까 자기 비하 하지 말아요. 아름씨와 남편의 둘. 서로가 문제지 아름 씨는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

“ …. “


한순간 내뱉듯 말을 털어버린 병호는 술로 목을 축였다.


“ 저…. 부장님 화나셨어요? “

“ 조금은요. “

“ 그…. 죄송해요. 계속 제 투정만 들으셔서…. “

“ 아~ 이 여자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 “


병호는 아름의 어깨를 양 손으로 붙잡고 마주 보았다.
아름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병호를 보고 있었다.


“ 아름 씨는 충분히 예쁘고 멋지고 매력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자기 비하 하지 말아요! 알았어? 사과 같은 거 함부로 먼저 하지 말고 ! “


아름은 아무 말도 못하고 살짝 떨고 있었다.
그리곤 곧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병호가 물었다.


“ 알아 들은 거죠? “


다시 아름이 고개를 끄덕인다.
병호는 아름을 놓아주고 아름의 잔에 술을 따른 뒤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워 들이켰다.
왠지 모르겠지만 화가 치밀어 올라 아름에게 윽박 지르다시피 한 병호였다.
또한 괜히 아름에게 소리친 거 같아 자신에게 멋쩍기도 했다.

그 뒤로는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시는 둘 이었다.
뭔가 이야기를 꺼내면 그 분위기가 깨어지겠지만 어색하고 피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었다.


[ 삐리리~ ]


도어록이 열리며 주희가 들어왔다.


“ 다녀왔습니다~. 다행이 빨리 가져가서 얼룩은 깨끗하게 없어졌네요~ “


아름은 주희에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옷을 받아 갈아입으러 갔다.


“ 분위기 왜 이래요? “

“ 아니야. 괜찮아. 계산이나 해줘 “

“ 흐음~ 뭘까요? 이 분위기…? 덮치다가 실패?“

“ 에이..아냐…. 별 일 없었어. “

“ 정말 별 일 없는 느낌이 아닌데요? “


주희는 잠시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 아~! 이거 뭔지 알겠다. “

“ 뭘 알아? “

“ 이거요. 사귀는 애들이 처음 싸운 날 같은 분위기 인데요? 킥킥킥~ “

“ 응? 뭔 소리야…. “

“ 사귀기 시작한 사람들이 언제가는 싸우는 일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싸우는 게 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 관계 개선!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딱 지금 그런 분위기라는 거죠. 싸웠는데 딱히 나쁘지 않다는거. 맞죠? “

“ 하하~ 그래 주희 말대로 나쁘지는 않은거 같아. “

“ 그럼 서포트 한번 더 ? “

“ 그래. 하하.. 근데 오늘 쓸 거 같지 않다. “

“ 노노~ 그런 말씀 마셔요~ “

“ 하하하 “


때마침 아름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홍조를 띈 얼굴이 살짝 나른하게 보여 매력적이었다.


“ 아름 씨, 다 챙겼죠? “

“ 네. 다 챙겼어요 “

“ 그럼 갑시다. 잘 마셨어요 주희씨. “

“ 잘 마셨습니다.”


주희는 입구의 문을 열어주며 한 마디 했다.


“ 죄송한데 지금 엘리베이터 문제 있는 거 같아요. 내려가시는 계단이 좀 어두운데 조심해서 내려가셔요~ “

“ 어? 여기 오늘 왜 이래~? “

“ 그러게요…. 죄송합니다. 두 분. 오늘만 이해해 주셔요~ 감사합니다~ “


병호는 투덜투덜 하며 계단 쪽으로 발을 옮겼다.
올라오는 거 보다야 괜찮지만 계단이라니…. 게다가 여긴 6층인데….
비상 계단 문을 열고 나가자 어스름한 비상구 등만 밝혀져 있어 별로 사용하지 않는 티가 났다.


“ 아름 씨 조심해서 내려와요. “

“ 네. 네…. “


병호는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고 앞장섰다.
씨클로를 출입한 건 오래되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건물이 낡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띠링~]

주희에게서 문자가 왔다.

‘ 계단 조심해서 내려 가셔요. 그리고 오빠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

뒤이어 사진이 전송 되었다.
아름이 입고 있던 원피스의 엉덩이 쪽 끝 부분이었다.
그런데 뭔가 얼룩이 져 있었다.

‘ 아름이 보짓물 장난 아닌데요? 옷도 젖고 의자도 물기가 있어요~ ㅋㅋㅋㅋ ‘


병호는 문자를 보곤 뒤를 돌아 보았다.
아름은 잘 보이지 않는 계단을 보느라, 그리고 계단에 굽이 걸릴까 조심 조심 내려오고 있었다.

‘ 꿀꺽 ‘

병호는 손을 내밀었다.


“ 아름씨. 잡고 내려와요. “

“ 괜찮아요. 혼자 내려 갈 수 있었! 요…. “


이미 휘청 했다.
병호는 아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난간을 잡고….


“ 위험하니까 잘 잡고 와요. 전에도 무릎 한번 해 먹었잖아. 훗…. “

“ 오늘은 그렇게 많이 안마..! 셨는…데…. “

“ 하하하…. “


병호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웃었다


“ 아름 씨 귀여운 면 있는 것도 알아요? “

“ 에이…. 귀여운 건 저랑 거리가 멀다는 거 알아요. 게다가 나이가 서른 하난데…. ”

“ 언제나 꼼꼼하고 깐깐한데 가끔 허당끼 같은 게 있어서 그런 면이 그래요. “

“ 그런…소리 처음 듣…는데요? 호호 “


아름은 계단에 신경 쓰느라 대답이 띄엄띄엄 하다. 그리고 병호의 손을 꽉잡고는 팔에 매달려 있다시피 했다.
3층 즈음에 잠시 멈춰 한숨 돌리는 병호와 아름. 이 층은 유난히 등이 어두웠다.


“ 그런데 아름 씨,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

“ 휴우~ 후~ 네 뭐요? “

“ .... 아까 남편 자위 이야기. 그거 내 이야기죠? “

“ 네?! “


어둠 속에서도 아름이 굳은 걸 알 수 있었다.


“ 남편 자위했다는 거. 그거 오늘 낮에 나 본거죠? “

“ 아니 그게…. 아니고요. 남편이…. “

“ 나죠? 그거? “

“ …. “

“ 맞죠? “

“ …. 부장님…. “

“ …. 네 “

“ 아까 이야기 하신 여자 분…. 저죠 ? “


<< 8부 끝 >>



9부 빨리 쓰겠습니다…ㅜㅜ
뻥예고 날린 거 같아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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