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곡 하나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민규가 차 안에서 정아를 만날 때 듣고 있는 노래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F3RYvO2X0Oo
정아와 민규의 대화 장면 내내 의도적으로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와 "let it be"를 반복하여 들었습니다.
조지 해리슨의 내 기타가 부드럽게 울려퍼질때와,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the long and winding road"같은 서정적인 곡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도 나이 먹어가면서 뒤늦게 비틀즈의 여러 곡들에 심취해서.. 여러 컬렉션을 찾아가며 듣고 있어요.
한국인하면 누구나 익숙한 “렛잇비, 예스터데이, 헤이 쥬드” 외에는
곡이 비틀즈의 것임은 아는데, 제목조차 잘 몰랐다가 최근에 더 많이 듣게 됩니다.
=
兄死娶嫂
5부
한낮인데 비가 갑자기 쏟아진다.
날씨가 조금 흐릿한데...
아까만 해도 아침은 멀쩡하더니..
괜히 형수님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나, 후회가 되었다.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잔잔한 올드팝이 담긴 cd를 틀었다.
부드럽게 몸이 잠기는 듯한 기분을 맛보며 긴장이 풀린다.
이제 정말로 형수님과 단 둘이 만나는구나..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지만 들뜬 가슴으로 다가간다.
영동대교를 건너올 즈음이 되자-
문득 잊고 있던 혜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아까 하려던 말은 정말 뭐였을까..?
그렇게 황급히 전화를 끊을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뭘 실수한게 아닌가
찜찜하니 켕기는 기분이었다.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중요한 것은 흠모하는 형수를 만나러 가는 와중에도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후배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는 사실이었다.
미묘하게 자신에게 적극적인 아이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자...
얼마나 가슴이 두근 두근- 설레이는지,
잔잔하게 귀에 울려퍼지는 “yesterday"를 들으면서
새삼 혜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 싶네...
점심시간인데 비교적 차가 수월하게 빠지고 있었다.
오후 한시 30분에 보기로 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겨우 13분인 것이다.
일찍 와서 기다리는 것도 괜찮지..
두근 두근 설레는 맘을 조금씩 다스려 본다.
꿀꺽-
땀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체질이라
긴장을 잔뜩 하며 그걸 다스리려고 여러번 주먹을 말아쥐다보니
손아귀에 땀이 흥건하다.
이 꼴로 형수랑 행여 악수라도 하게 되면 어쩔 거야..
물티슈로 손과 목덜미에 흐른 땀을 깨끗이 닦으며
초조한 마음으로, 목이 빠지게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다.
애꿎은 운전대만
타다닥- 타다닥- 엇박자로 손가락으로 두드리는데..
아!
저~ 멀리서 근사한 자태로 다가오는 여인이 보인다.
직감적으로 사모하는 형수임을 알 수 있었다.
지적인 커리어우먼의 이미지가 단아하다.
검은색의 단촐한 재킷에,
이너도 우아한 오피스룩의 느낌이 살아있다.
하늘 하늘거리는 엷은 소재의 화이트 블라우스를 입었는데
하얀색의 아름다운 색상이 형수의 밝은 피부톤과 잘 어울려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운 미모를 발산하고 있었다.
작은 리본이 달린 블라우스와 재킷의 어울림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 몫 거드는 것 같다.
꿀꺽...
형수가 서서히 부드럽게 웃으며 다가오는 사이,
전신을 재빠르게 훑어보는 민규의 빠른 시선.
단정한 느낌의 블랙 스커트를 입었는데
무릎 위를 살짝 덮는 모습이 왜 그리 매혹적인지 모르겠다.
생다리를 드러내지 않도록 하체를 감싸주는 블랙 스타킹을 신었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스타킹 사이로
형수의 고운 다리 속살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도회적인 세련스러움을 많이 지향한다기보다는
멋스러운 자신만의 컬러를 잘 소화하는 그녀다.
튀지 않고 자연스러워 더욱 이쁜..
때 아닌 가을 여자의 스타일리쉬함을 느끼며
아름다운 형수에게서 눈을 좀체 뗄 수가 없었다.
“도련님?
후후- 안녕히 잘 지내셨는지요.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 안녕하세요!
형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많이 기다리긴요.. 저도 지금 막 도착했는데요..”
“정말? 다행이네..
사무실에서 막 나오려는데 부장님께서 또 급히 부르시지 뭐예요~”
“자리에 안계시다던 분이~ 일찍 돌아오셨나봐요?”
“그렇죠..
근무 중에 좋지 않은 생각은 가급적 삼가야 하는데..
책상에만 앉아 계시면 여러모로 좀.. 저를 피곤하게 하셔요.. 후훗”
지금 어리버리 민규의 귀에는 형수가 조금 늦은 사연이 무엇이든 들리지도 않았다.
뭐라 뭐라 옆에 앉아 있는 천사가 중얼거리는 파동은 느껴지는데
그 실체가 또렷이 보이지 않는 환상만 웅얼거리는 게 아닌가..
민규의 머릿속은 그럴 정도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정아라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대단히 의식하고 있었다.
“사람은 좋은 분인데.. 업무 외적으로 다른 스트레스를 안겨주시곤 하죠..
어머, 미안해요 도련님. 아니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참에, 다른 사람 흉이나 보고 있네요..”
“ㅋㅋ 그럴 수도 있죠 형수님~
저어... 배 고프지 않으세요? 어디 갈까요?”
“뭐 먹을까요?
우리 어디 맛있는 샐러드바 있는데로 가요~”
“아는 곳 있으세요?”
“저기 오른 쪽 사거리로 꺾어져 들어가면 가까우니까 그리로..
근데 도련님 이거 노래.. 도련님 취향이예요?”
“예.. 예?
아 그렇지요.. 저 비틀즈 좋아하거든요”
“어멋, 정말~? ㅎㅎㅎ
이거 꽤 옛날 노래잖아요..”
“아세요?”
“정확히는.. 몰라요 언제 발매되었는지 이런 것까지는..”
형수 정아가 자신과 동일한 음악 취향을 갖고 있다는 걸 알자,
문득 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기며 기분이 즐거워진다.
이런 타이밍이야말로 무언가를 공유하고 말하기에 적기겠지?
“이거.. 1968년도에 나온 비틀즈 화이트 앨범에 수록된 곡이예요”
“68년요??
비틀즈 은퇴, 아니 해체가 그때쯤 아니었나요..?”
“아뇨. 그 이후로도 정식앨범만 4장을 더 냈으니까-
해체는 1970년에 했죠..
이 노래 제목도 혹시 아세요?”
“응! 기억나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저 고등학교 다닐 때, 통기타 동아리였었는데..
거기서 가끔 따라 부르고 치곤 했던 노래예요.. 저는 잘 못치는 편이지만 ^^ ”
“ㅎㅎㅎㅎ
그런 경력도 있으셨어요? 형수님 멋지시다..”
“호호- 그런 반응이 나올까봐 얘기하면서도 조금 겁나네요..
제 학창시절은 다음에 얘기하구요.
해석하면 대략 내 기타가 구슬프게 흐느낄 때.. 쯤이겠어요..”
정아가 손뼉까지 마주 쳐가며 눈을 반짝 반짝 빛내고 좋아하자,
그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민규는 큰 정서적 공감을 느꼈다.
이래서 취미를 알고 통하게 되면 가깝게 느끼는구나.
신이 나서 형수의 동의 아래 자잘한 설명을 해준다.
바깥을 보니 차가 은근하게 막히고 있는데
때마침 흐릿해지는 날씨에 보슬비가 주섬 주섬 이어지고 있었다.
“네...
대부분의 비틀즈 노래들은 아시겠지만, 폴 매카트니랑 존 레논이 맡아 작곡했어요.
그런데 이 노래는 조지 해리슨이 에릭 클랩튼이랑 만든 노래예요”
“기억 나요... 저도 들었어요 둘이 친했다고.. 잘 매치가 안되지만? 후후”
“둘이 엄청 친했죠..
클랩튼이 기타의 신으로 유명한 사람이라, 이 노래 들으시면 알겠지만
기타 연주가 예술인 노래잖아요...
잔잔하며 낯게 깔리는 차분한 느낌을 내려면..”
“친한 친구의 도움이 꼬옥 필요했다는 이야기군요?”
“맞아요. 게다가.. 조지 해리슨이 사실 두 사람에 가려져서 그렇지,
작곡 실력도 뛰어난 사람이었는데요.
조지가 만든 이 노래가 비틀즈 모든 앨범 중에서 기타 연주로만 따지면 거의 top에 속한다더라구요”
거기까지 듣고 있던 형수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귀엽게 피식 웃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형수가 건넨 농담을 민규가 이해 못했다는 것.
“당시에 모든 영미차트를 점령해버렸던 비틀즈는..
다른 커피도 아니고 티오피 였다고 봐도 되겠네요”
“...?
그게 무슨 뜻이예요 티오피라니..”
“아, 죄송해요.. 탑(top)이라고 하셔서..
원빈이 나온 광고.. 모르세요?”
“....? 아!
제가 멍청해서.. 비유한 건줄도 몰랐네요~ 하하”
“호호~ 아니예요. 제가 장난끼가 동해서..
앗~ 여기예요~”
세련된 외관의 2층 건물이었다.
흠~ 이 브랜드는 요즘들어 후발주자들한테 다 따라잡히고
체인들도 조금씩 문 닫는 추세라 그러던데.. 여기는 장사가 잘 되나보네.
민규 혼자 생각에 잠기며 형수와 계단으로 올라간다.
조금씩 정체되는 구간이 많아, 어찌하다보니
자신의 짧은 음악 지식을 내세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자 기뻤다.
덕분에 한결 조금 전 차안에서의 데이트가 더 훈훈했어..
그런 생각을 하며 몰래 웃는다.
아담한 정사각형의 예쁜 탁자에 자리를 잡은 둘은
이야기를 주고 받느라 굉장히 배고팠기 때문에-
메인 메뉴는 하나만 시켜 두고 샐러드부터 바삐 가져온다.
그리고는 이것 저것 부지런히 먹으면서.. 아까 미처 하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갔다.
“근데 형에 대해서 궁금한 얘기도 좀 있는데..
우리 여기 들어와서 지금 식사할 때까지 형 얘기 하나도 안했어요, 형수님“
“호호호... 그러네요, 도련님 말씀이 맞아요.
배도 고프고 정신이 없으니까 그랬겠지.. 싶어요 히힛”
“하하 형수님도 저랑 똑같았구나..
아~ 이거 맛있어요. 조금 드셔보세요”
“아. 아까 안그래도 조금 먹었는데..
고맙습니다”
음식을 가지러 샐러드 바에 서 있는 풍경에서도-
자리로 돌아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편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에서도-
두 사람은 마치 익숙한 커플같은 느낌을 내고 있었다.
주변에서 가끔씩 힐끔거리는 시선이 엿보였지만
착각이든지, 아니면 자신 따위는 관심도 없을 거란 생각에
민규 답지 않게 의외로 초연하다.
“저.. 있잖아요?”
“네 형수님”
“도련님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 예?”
“후훗... 오늘 보게 되면 꼭 하고 싶던 얘기가 있었거든요.
쉽게 입이 열리지 않을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아, 내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헤헷.. 도련님이랑 저랑 아직 사이가 가깝지 않으니까..
이렇게 식사도 함께 하고
어떤 주제를 통해서라도 꼭~~ 공감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네엡... 그러셨군요..
저도 비슷한.. 아니 형수님이랑 같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같은 생각이라구요?”
“그러니까, 아 뭐라고 해야 좋죠..
죄송합니다. 제가 말주변이 너무 없어요..”
“ㅎㅎ.. 천천히 얘기해요"
민규가 갑자기 수줍어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니 정아도 다음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했지만
슬그머니 눈가에 웃음을 지어준다.
어차피 엇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테니까..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민규를 보며 짐작한다.
그 몇마디를 하는 것도, 큰 용기를 내었을 거라고.
형수된 입장에서 어린 시동생을 보니
막내 남동생 같아서 너무 귀엽고 잘 보듬어주고만 싶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고 표현하면..
섬세하기로 알고 있는 작은 도련님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까봐
정아도 그의 입장을 존중하고 어른스럽게 대해준다.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다가도
자꾸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안되겠당~ 긴장을 좀 풀어주지 않으면..
싶은 마음으로 잠시 고민하던 그녀.
조심스럽게 손을 스윽- 내밀어 그의 손을 잡는다.
슬쩍 자신의 오른손을
긴장하고 있는 그의 왼 손위에 겹친 정도..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민규는 흠칫-! 놀랐다.
사춘기 소년처럼 갑작스런 스킨쉽에 놀라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녀의 얼굴만 쳐다본다.
뭐라 말을 하려던 정아는
자기 자신도 이내 쑥스러워서
사르르.. 떨리는 손을 다시 거두려했다.
하지만 무슨 생각에서일까.
애써 부드럽게 웃어주며-
잡았던 그의 손을 놓지 않고 다시 조용히 단단하게 잡아준다.
“호호, 도련님 손이 참 따듯하네요..”
“.... 형수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도련님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 같아서예요”
“... 그런게 아니에요..
저 사실 너무 떨려서 그러는데..”
“떨려요, 뭐가? 후훗”
정아는 오늘 반드시 민규와의 어색한 사이를 좁히기 위해
큰 맘을 먹고 보자고 한 것 같았다.
그녀 스스로도 매우 뻘쭘하고 부끄러운데도
용기를 내어 작은 도련님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콩닥 콩닥...
하얀 손에 푸른 실핏줄이 드러나 있는 민규의 작은 손.
그 위로 겹쳐져 있는 정아의 더 조그맣고 예쁜 손.
두근 두근...
손목과 손을 지나는 혈관에서 쿵-쿵-거리는 힘찬 약동이 느껴진다.
작은 스킨쉽을 피부로 생생히 느끼며
사모하던 여인이 자신을 잡아주었다는 기쁨에
머릿속이 몽롱~해지는 민규.
이마에 식은 땀마저 흘렀다.
정아도 사실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다..
그녀도 오버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손을 빼지 않고 가만히 계속 있어주었다.
민규도 정아의 약간 붉어진 뺨을 보고~
아.. 내가 용기를 내야지, 하며
그녀의 조금 차가운 손바닥을 꼬옥- 화답하듯 잡아주었다.
“손 잡아줘서 고마워요 형수님..
저 이제 떨리는 것 진정됐어요~ 헤헤”
“호호, 그런 것 같아요.
도련님 얼굴 보니까 인상이 피셔서..”
“네.. 진짜 따듯해요.
형수님 손.. 부드럽고..”
“아이~
너무 그렇게 막 만진다~~ㅋ”
“아앗..? 죄송합니다...;;”
“히힛~ 장난치는 거잖아요.
저두 도련님이랑 손 잡으니까 따듯해서 기분 좋아요.
제 손 안 따듯하고 좀 차갑지 않아요..?”
“쪼금요.. 의외로 처음에 약간은 안 따듯했어요..”
“제가 약간 수족냉증이 있어요.
계절이 바뀔때는 이렇게 손 발이 조금씩 차갑고 그러더라구요”
“아, 이해됩니다. 저 지금도 그래요 가끔..”
“그래요..? 안 그런거 같은데”
“아뇨 정말 있어요 저도. 지금은 따듯한 실내에 있으니까 그렇죠.
가끔씩 집에서 제가 제 손 발 만져봐도
많이 차갑고~ 이거 뭐 이상있는거 아닌가? 하거든요”
“그렇구나~ 비슷한 공통점 하나 찾았네요? ㅎㅎ”
“같이 좋은 한의원이라도 가볼까요? 하하하”
“정말 그래야겠는걸요..
이건 웃어 넘길 일이 아닌데 히잉~”
“ㅋㅋㅋ”
“ㅎㅎ~ 저 아까 있잖아요 도련님..”
“네~ 말씀하세요”
“제가 도련님 차를 혼자 탄 거는 처음이잖아요..”
“예. 형수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형이 저 차를 저한테 주고 나서 같이 태워드린 적은 있지만~
아이고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이야기하세요”
“아녜요 ㅎㅎ
도련님 말 듣는 것도 좋아해요.
근데.. 나 진짜 무슨 말 하려고 했었지?”
민규는 스스로 그녀의 말 흐름을 끊었다는 생각이 들어
뻐끔 뻐끔 눈을 껌뻑이며 눈치를 보았다.
내심 형수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
여전히 대담하게 뺄 생각을 않고 그녀의 손을 따듯하게 붙잡는다.
형수도 그의 손이 은근하게 손을 감싸자
힐끗.. 보이지 않게 곁눈질하면서 웃었다.
“움~ 건망증이 좀 있어서 ^^..
기억이 났어요. 아까 차 타기 전에 많이 긴장을 했거든요”
“긴장을 왜.. 하셨어요?”
“...... 음.
말수가 너무 적고 수줍음 많은 우리 도련님이라~
내가 어떻게 해야 말문이 트이게 할까?
그런 걱정을 했구요..”
“에이~ 형수님도 별 걱정을 다하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체온을 서로 느끼며
스킨쉽을 통해 따스함을 주고 받으니
예전에 둘 사이의 서먹서먹함은 어느덧 눈녹듯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민규는 정아가 보이지 않는 자잘한 배려를 해주자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대범하다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이 느긋해져 있었다.
민규의 눈치를 살피며, 정아가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서 말이예요..
아까 차를 처음 탈때는 어떤 대화를 해야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 우습죠..”
“아뇨 저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서요?”
“그랬는데..
마침 내가 너~무 좋아하는 비틀즈가 나오는 거예요”
“아아~”
“도련님이 저를 위해서 음악을 틀어놓으신건가?
생각할 정도로..^^ 조용조용한 음악도 틀어주시고
의외로? 히힛~
해박한 음악 상식을 들려주셔서, 저 감동받았어요”
“감동까지.. 감사합니다 헷..”
“ㅋㅋ 그래서 말인데요. 비틀즈 얘기 조금만 더해주세요”
“좋아요~ 무슨 얘기를 할까요?”
“아무거나요 후후.
왜 아까, 렛잇비 들으면서 생각나는게 있다고 하셨잖아요”
“제가요?
아! 맞다. 맞아요. let it be 노래 가사 생각하다가~”
따듯하게 손까지 마주 잡고
누가 보면 애인인 것처럼 살갑게 이야기하는 민규.
어느새 꽤 뻔뻔함이 느껴질 정도로
여전히 형수의 고운 손을 잡은 손을 빼지 않는다.
알고 있어도 모르는 척-
그러자 오히려 정아가 얼굴이 살짝 물든다.
애써 그녀도 부끄러움을 의식하지 않으려했다.
“렛잇비 가사 아시죠..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와~ 도련님 발음 좋으신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이 마더 메리 컴스투미 부분은 사람들이 흔히 알기로
성모 마리아의 가르침이라고 알고 있어요”
“어.. 그렇게 생각되죠 아무래도”
“그런데 그 내용이 아니래요. 저도 알게 된지 얼마 안됐는데..
거기서 말하는 메리는 성모 마리아가 아니고 메리 메카트니를 말해요”
“메리 메카트니?”
“네. 폴 매카트니의 엄마죠.
아시겠지만 비틀즈가 폴이랑 존 두 사람 불화가 특히 심해서
팀을 해체할 때가 됐을때 분위기가 아주 아슬아슬했잖아요”
이야기를 하는 중간 중간-
민규는 본인이 생각해도 꽤 대범하다고 느낀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앞에 두었는데,
내가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다니??
스스로가 굉장하게 느껴질 만큼
형수와 눈을 계속 마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아는 딱히 의식하지 않는 눈빛이다.
되도록 시동생과 아이 컨택을 잘 유지해주며
그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경청해주는 모습이다.
그녀 입장에서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그랬었죠.. 잘은 몰라도 알고 있어요.
분위기를 잘 조율해주는 링고 스타까지 스튜디오에 안나오기 일쑤였다고..”
“우와, 형수님도 잘 아시네.
아무튼 그 당시에 폴이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설치고 그랬는데~
꿈에 죽은 어머니가 나타나서 그랬대요.
모든 근심과 걱정은.. 물 흘러가듯이~
그냥 섭리대로 내버려두라고..”
“섭리대로 내버려두라....
그래서 let it be..”
“네 그렇게 의역들을 많이 하죠..
그 꿈을 꾸고 필을 받아서 만든거래요..”
“아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팀이 위태위태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담담히 노래했나봐요”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그리고 비틀즈 해체 후에도 폴이 힘들때마다 힘이 되어준 노래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리고 아내 린다가 죽었을 때도
장례식장에서 들려줬을 정도로..
굉장히 아꼈던 노래라고 합니다”
“흐~음~ 어쩜..
도련님 그렇게 비틀즈에 대해 잘 아실까.. 해박해요.
저 지금 듣고 있으면서 사실 많이 놀라고 있었어요..
호호~ 다른 이야기도 따로 있나요?”
“에고~ 관심이 있으면 자연히 조금 더 알게 되는걸요..
일단 좀 더 먹고 하죠.. 배 안고프세요?ㅋㅋ”
“어멋, 나 좀봐~ 하하~
비틀즈 얘기 듣고 있다보니까 푹 빠져서 잊었지 뭐예요.
어서 먹으러 가요~~”
내내 다정한 연인처럼 붙잡고 있던 손을 떼자-
그 접촉의 따스한 온기가 사라져 아쉬운 마음이었다.
지금 같이 형수님이 적극적으로 잡아줄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손을 잡아볼까..
괜한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샐러드 바의 가짓수는 많지 않은 편이지만
두 사람은 나란히 분위기 좋게 서서 좋아하는 음식을 담는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내가 지금 곁에 나란히 서서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나만의 천사라며...
이 순간 순간이 행복한 꿈을 꾸는 기분이다.
배를 채우고 아이스크림과 다과류로 입가심을 하는 두 사람.
웃고 떠들고 재미난 시간을 갖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오후 세시에 가까워졌다.
형수가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너무 오랜 시간 사무실을 비워 초조해하는 모양이다.
민규는 꿀꺽- 침을 삼키며, 마음에 없는 질문을 한다.
“회사에.. 돌아가보셔야 하는거 아니예요..?
시간이 벌써 세시인데..”
“아뇨.. 저도 걱정이 좀 되긴 하는데..
오늘은 부장님도 자리에 안 계시고
제가 미리 외근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려 두었어요. 괜찮을 거예요”
“정말요? 그럼~
오늘 복귀 안하셔도 된다는 말씀이세요?”
“에... 그게..
원래 이런 일이 드물고 좀체 있어서도 안되거든요.
호호- 제가 이랬다는거, 오빠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주세요”
“형한테... 예 알겠습니다~..
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근데?”
“그건...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근무 시간 빼먹고 논다고 괜히 잔소리 듣는게 싫어서요? ㅎㅎ-”
정아의 멋쩍은 미소를 보자 민규도 장난이 치고 싶었다.
어느 정도 자잘한 장난을 쳐도 용인되는 분위기니까.
“ㅋㅋ 형수님 이런 일이 가끔 있긴 있으신가 보네요?”
“어머~! 저, 저..
그런 사람 아니예요..?!
다 이것도 상황과 눈치를 봐가며..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고객과의 미팅을 수시로 갖기 위함이죠.. 호홋~”
“...?
무슨 말씀하시는지..ㅋㅋ
간단하게 고객을 따로 만나 상담을 해주는 거라고 이해할게요”
“맞아요! 그게 정답이예요~ㅎ”
“하하..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아이~ 정말이라니까요..
참~ 오빠가, 도련님께 이거..”
“네..?”
“자아- 이거 만나거든 건네주라고 그랬어요”
“뭐예요, 이게..??”
“후훗, 열어보셔요”
형이 왠일로 선물을 줘?
대학 입학한 뒤에 선물 받은 일이 없던 것 같은데..
한동안 얼굴을 못 봤던 형이라, 두려움부터 엄습해왔다.
뜯어 보기에 앞서 설렘보다는 부담이 느껴진다.
제법 사이즈가 크다.
어른 두 손바닥을 쫘악 펼쳐야 양쪽 모서리면에 닿고
몸통 가로 길이는 그 두배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얼핏 보니 전자제품 같은데..
핸드폰 쯤일 거라 생각했는데 뜯어보니 블랙박스였다.
와우-
이거 새로 나온 신제품인데~
요즘 라디오에서 광고하는 2채널 풀 HD에
16기가 SD 메모리를 장착한 모델이었다.
가격이 얼마나 되지? 새로 나온건데..
일단 감동이었다.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를 훑어본다.
그 모습을 바라 보고 있는 형수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안그래도 형이 타던 차를 물려 받은 이후,
1년간 자잘한 접촉 사고가 많았던 민규에게
덤벙 덤벙 사고내지 말라고 주는 형의 필수 선물인 셈이다.
음...
센스 있네 영감님.. 고마워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우며 선물을 마음에 들어한다.
민규의 밝은 얼굴을 보고 마음이 놓인 정아.
그 타이밍에 맞춰 슬그머니 웃더니
스윽-
무언가 폭이 좁고 납작한 물건을 들이 밀었다.
“이거는 또.. 뭐예요??”
“보시면 알아요 호호”
“가볍고 두께가 얇은 걸 보니..”
“짐작이 되죠, 뭐겠어요?”
“... 허쉬~ 초콜렛.. 큰거요?”
“네에?? ^^;”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을 리는 없고..
맹한 민규라도 장난삼아 건넨 말이었다.
두근 두근~
형수가 은밀하게 예쁜 눈웃음을 흘리는 걸 보니,
아마도 이건 그녀가 직접 산 모양이다.
오~ 맞는거 같네..
뜯고 보니 예쁜 디자인의 고급스러운 넥타이다.
“우와... 이뻐요”
“괜찮아요..? 도련님 이미지를 생각하고 사본건데..”
“예, 맘에 듭니다..
이쁜데요? 어디서 사셨어요?”
“백화점에서요. 호호..”
“캐주얼 넥타이예요?
디자인이 맘에 드는걸요”
그렇지 이렇게 납작한 것은 넥타이나 양말밖에 없지..
무난한 적갈색 바탕에 옅은 푸른색 스프라이트가 사선으로 들어가 있었다.
조금 오버스럽게 형수를 의식해서 좋아했지만
사실 그렇게 지금 필요한 물건은 아닌데..
그런 의아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넥타이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둔감하고 잘 모르는데..
그래도 생김새가 적당히 맘에 들고 예쁘니까.
무엇보다도 정아가 직접 골랐다는 이야기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형수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뻐요. 고맙습니다...
형수님까지 설마 선물을 사주실 줄은 상상을 못했어요”
“네..
오빠가 선물 가져다 드리라고 하는데..
저도 뭔가 뜻깊은 거 사다 드리고 싶었어요.
근데 참, 도련님 캐주얼 말고 정장도 잘 입는 편인가요?”
“저요? 저..
아뇨..? ㅎㅎ 정장은 거의 안입어요.
지금 집에 가지고 있는 것도 없을걸요”
“헤에 그래요..
그럼요, 요 다음에 저하고 같이 양복 한 벌 맞추러 가요~”
“예.. 예???
같이 형수님이 가셔서 직접.. 사주신다구요?”
“응!
히힛~ 제가 형수 입장에서 도련님한테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야아.. 이거 대박인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말로 먼저 받은 기분이었다.
형수의 선물 고르는 취향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녀가 평소에 걸치고 다니는 옷과 악세서리를 보면..
엘레강스하고 세련됨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만큼-
아마 제법 비용이 들더라도 괜찮은 느낌으로 고를 것 같았다.
“정말이예요.
말씀만 하세요. 필요할 때는..
아니면 조만간 다음에 시간 날 때 같이 백화점 가기로 해요”
“저.. 형수님 말씀은 진짜로 감사한데요..
이제 조금 있으면 봄 지나서 여름도 다가오고..
가을쯤은 되야 정장이 필요하지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요..”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 얘기했는데
듣고 있는 형수의 안색이 붉어지며 무안해하는 것 같다.
이크-
곧이 곧대로 말한다는게 실례인가..
“아니, 그게 아니고요..
말 주변이 또 이렇게 없네. 하하-”
“호호. 알겠어요 무슨 의미인지는..
저 비용 부담이 많이 들까봐 노파심에 하는 말씀이죠?”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기는 있죠.. 죄송하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지금 불필요하고.
저 정말 정장 안입어요!”
“호호- 알겠사와요.
그러면 이렇게 해요~
꼭 필요한 것이 혹 생기면, 그거 기억해두시고~
우리 다음주 토요일에 같이 쇼핑하러 가자구용~”
“쇼핑을 같이 가요..?”
“네!”
방긋- 이쁘게 웃는 그녀.
또 다른 데이트 신청을 이렇게 하시나?
가슴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두근 두근, 기쁜 내색을 애써 감추며
그러겠노라고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4일전의 그 오붓하고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입이 헤~ 벌어지는 민규.
기분이 업되어 오른 다리를 달달달달-
경운기 밭갈듯이 신나게 떨고 있었다.
학과 사무실에서 그렇게 주접을 떠니~
책상을 붙이고 나란히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던 하연은
잠시를 가만히 못 있는 오도방정에 짜증이 밀려왔다.
“야! 너, 다리 가만히 안둘거야?”
“...? 아..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여기는 너 개인 공간이 아니고 사무실이잖아”
“... 사무실인건 아는데
누구한테 크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
“엇쭈?
지금 나한테 대드는거야?
피해를 바로 나한테 주고 있잖아"
“... 대들다니, 친구 사이에 무슨 말이 그래..
알았어 나도 행동 조심할게..”
“봐봐~
너하고 내 책상하고 옆에가 딱 붙어 있잖아..
그러니까 다릴 떨면 진동이 전해진다고”
“알겠어 알겠어. 그만 하자”
저 놈의 잔소리 또 시작이군.
같은 한 공간에 아무도 없이 옆에 앉은 것도 불편한데
이제부터 사사건건 뭐가 맘에 안들면
쥐잡듯이 트집을 잡을 것이 눈에 그려진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걷게 될..
근 미래가 눈에 그려져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나 진짜 아까부터 물으려던 건데 말이야.
수미 누나는 왜 안나오셔?”
“언니는 왜 찾아?”
“왜 찾냐니..?
조교는 보통 두명이 상주하는 거 맞잖아.
나는 아직 신입이고.. 너는 오늘 나오는 날도 아닐텐데”
“하하하하하~”
“... 꼭 웃는 것도 남자같이 웃네”
“깔깔~...
웃는 걸로 트집이야 -_-
너 여태 모르고 있었어, 내가 왜 여기 있는 지를?”
“어떻게 알아!
너는 보통 화목금 아니면 토요일일텐데
엊그제 수욜도 있더니 오늘도 내내 있잖아..”
그러고보니 말 안하긴 했었구나.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드는 듯,
하연이 말을 멈추고 골똘이 잠긴다.
아, 저 표정 내가 알지.
저렇게 아무 말 않고 고개를 15도 정도 아래로 숙이며
위로 살짝 눈을 치켜 뜨고 자신을 응시하는 버릇은..
어떻게 설명을 할까, 한참 고민하고 있는 표시다.
“흐흠~ 어떻게 말을 해야 되지..
진짜로 몰랐나본데..
수미 언니는 이제부터 말이야.
매주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즉 주 1회 꼴로만 나오게 되었어”
“???
그, 그게 대뜸 무슨 말이얏~?!”
“설명하잖아. 흥분하지마~
언니가 육아휴가를 냈어...
근데 내가 아직 일도 서툴고 초보기 때문에
앞으로 한 6, 7주 정도는 인수인계차 더 나오실 거야”
“육아휴가라니..??”
“아마도 보름 정도 후에 출산할 것 같댄다”
이미 입이 벌어져서 놀라움의 극치를 달린다.
불길한 예감이 곧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
출산하고 바로 육아휴가야?”
“아니~ 직장에 따라 기간은 다 달라.
걱정할 건 없어. 늘 너랑 나 단 둘이 있는 건 아니니까.
옆에 교무처에 송주임님이 와서 도와주시기로 했어”
“송주임님이 누구지..
근데 오늘은 왜 안와?”
“오전에 다녀 갔지~!
너 올 시간에는 잘 안계실걸?”
“...... 그런 얘기를 나는 전혀 몰랐다고..”
“후후. 수미 언니도 미안하다고 너한테 잘 전해달래.
자기가 바빠서 설명을 다 못했다고.
그 대신 나한테 너 좀 잘 도와달라고 하시더라”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본데 어떻게 이럴 수가...”
“무슨 상관이야?
이제부터 내가 특별한 일 없으면 항상 옆에 있을 건데”
“이, 일을 모르는 것 땜에 걱정도 되지만..”
“아하~
내가 처음이라 서툴까봐 불안한거군.
걱정하지마~ 나 졸업하기 전에도 여기 사무실에서 보조했었어”
“뭐? 그게 진짜야? 얼마나 일했는데”
“넌 어쩜 애가 그렇게 학교 돌아가는 일에 무심하니?
아니면 나라는 사람한테 관심이 없는 걸까..
공부도 하면서 쉬엄쉬엄 4학년 내내 여기서 일했다고!”
뭔가 미심쩍은 이야기였다.
대개 그 기간에는 졸업 논문도 써야하고..
3학년 2학기 내지는 4학년 1학기엔 각자 취업준비하느라 바쁜데
공부와는 담 쌓고 지내던 녀석이 여기서 보조로 일했다라.
확실하게 뭐라 찝어말할 순 없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런 사실보다...
앞으로 조교생활 내내 이 썩을 것과 같이 있어야한다는 사실 아닌가!
씨발...
장학생 낸거 오늘부로 때려치울까?
갑자기 덜컥 공포감이 몰려온다.
“대략 그러하니까~ 궁금한 것 또 있으면 물어보도록”
“.... 저기, 그러니까 말이야..
일단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겠는데..
너는 기간제 조교로 여기에 오게된게 아니었던 거야~ 그럼?”
“아~ 너 그거.. 말 잘했다. 설명해줄게.
수미 언니도 그 때는 어떻게 될지 잘 예상을 못했다는데
언니가 정확하게 언제 복직할지를 예상 못하겠대”
“그렇다는.. 얘기는..?”
“하아~~ 어디서부터 얘기를 덧붙여야 되냐..
그래! 툭 까놓고 말하자.
내가 우리과 사무실 행정조교가 됐어~
가끔 엄교수님 연구 보조도 맞춰드리기도 하고.
그러면 이제~ 니가 내 빈자리를 잘 채워야하는 거야”
“너... 니가 그, 그렇게.. 하는 사람이야?”
“뭐라는 거니? 말 똑바로 해봐”
마음 같아서는
‘니 까짓게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라 뱉고 싶었다.
“너 아직 스물 다섯인데.. 나이도 어리고
공부도 별로 잘 못했잖아 학교 다닐 때?...”
“죽을래?
공부를 왜 못해? --
너랑 같은 레벨로 생각하냐.
그리고 나 재수했어! 생일 빠르거든”
“..... 아니었나..?
스물 여섯 또래인 거는 알고 있지..
암튼 공부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
휴~ 성적은 뭐 그렇다 치고..”
생각할수록 황당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찝찝한 의구심.
머리를 아무리 굴려보아도 명쾌하게 짚고 넘어갈만한
예리한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과 더불어
자신이 많이 성숙해졌다고 그동안 느꼈던 민규도
다시 만난 하연의 날카로운 지적들에는
기싸움에서 이미 한수 접고 들어가는지라~
설령 뭐가 말이 이상하다 싶어도 다 그럴듯하게 들렸다.
하연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민규를 자기 장기말처럼 부리는 점이 어렵지 않았다.
젠장할...
왠지 사기당한 드러운 기분이다.
그 날 퇴근 후, 전화로 동준을 불러냈다.
동준은 민규와 달리-
대부분의 여자동기와 큰 마찰없이 잘 지냈었기 때문에
이 녀석이라면 하연에 대해 뭐라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저녁 9시쯤 둘은 홍대역 근처의 호프집에서 만난다.
“뭐가 그렇게 급하게.. 할 말이 있대냐”
“앉아봐 빨리. 물어볼게 있어”
“ㅋㅋ 아서라. 나 숨 좀 돌리자.
이모 여기요~~ 잔 두 개랑 피처 하나 주세요!”
“......
나 치킨도 좀 시켜줘. 바싹 튀긴 걸로”
“급하다는 놈이, 내가 시키니까 지도 덩달아 달라네.
진짜 골때리는 새끼야..
하하하, 그래 오늘 내가 산다!”
“으잉~ 뭐 그래주면 좋고..
사달라는 말까지는 안했는데?ㅎㅎ”
“이 새키.. 내가 너한테 뜯기는거 하루 이틀이가니~
아무튼 말해봐. 무슨 일이야?”
민규는 하연과 있었던 일에 대해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래 놓고, 동준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녀석이라면 틀림없이,
자신이 모르고 있는 하연의 속사정을 확실히 알거라고 느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동준의 얼굴도~
무어라 말해야 좋나..
고민에 빠져서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모습이다.
“하연이 짜식이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너한테 이런 얘길 꺼내게 될 줄은, 나도 생각을 못했다..”
“분위기 되게 까네..”
“나는 1학년때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왠만하면 하연이랑 나만 둘이 알고 지나가려 했었거든”
거기까지 듣고 나자, 본 내용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뭔가 둘만이 통하는 비밀스러움을 공유했다는 부분에서
민규는 묘한 질투를 느꼈다.
사귀었던 사이는 나랑 그 녀석인데...
생각해보면 자신이 철없던 옛날에도~
하연은 남몰래 속을 끓이며 연애할 당시,
이런 식으로 남자 동기 극히 일부와 친하게 지내며
허물없이 속내를 오픈하고 지냈을 거라 짐작된다.
지금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랑 연인이었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그녀의 숨은 모습이 얼마나 더 있었을까-
생각하니, 정말 참기 힘든 질투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참나- 나도 미쳤나.
이제 와서 별 쓰잘데기 없는 감정을 갖고...
머리를 휘휘 저으며 잡생각을 떨치려 애쓴다.
“........흐.......”
“어이~ 너 괜찮은 거냐.. 안색이 어둡네”
“괜찮어. 하연이 새끼 생각을 하니까..
이런 저런 생각이 나고 좀 화가 나서..”
“........
그래. 뭐 그런 점이 몇가지 있겠지..
일단 그런건 접어두고~
결론만 말할게”
“뭐~ 크게 하나 터뜨릴게 있어?”
“당연히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말해주는데..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한다. 알지?
나도 여지껏 하연이랑 비밀로 했던 거니까”
“말이나 해 새꺄..”
“ㅎㅎㅎ 성질은~
하연이가 우리 학교 이사장 손녀야”
“......?
이사장 손녀라니..”
“그러니까 그 뭐지, 재단 설립자 친손녀라고.
맨 처음에 학교를 지은 사람”
“..... 즉 우리 학교의 주인?”
“어”
“그래서...
정하연이가 단번에~...”
“단번에 정조교에 붙었다구? 파하하~
너무 하연이 무시하지마라..
걔 머리 엄청 좋은 애다.
말이 나왔으니 계속 하는데~
걔 자기 할아버지 빽 있어서 들어온거긴 해도~
자기 기본 실력으로 할 건 다 하는 애야”
“아니 씨발...
이건 뭔가 불합리하잖아...”
머릿속에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는 생각을
말로 표현해내기가 어려웠다.
논리적인 생각이 필요한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말문이 갑자기 막혀서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아하 그랬군...
진실을 알고 나자 도리어~
민규는 두려움을 벗어나
묘~한 안도감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랬어.. 어쩐지 모든 것이 정하연 위주로 슬슬 돌아간다 싶었더니..”
“이 짜식이 진짜~
너 그렇게 또 엉뚱한 소리 할 것 같았어. 억측하지 말란 말여”
“뭘 억측을 해...
요즘같이 취직하기 어렵고 빽 써서라도
낙하산 출세하면 그나마 다행인 세상에..
그 정도는.. 너 얘기 듣고 나니까..
아무리 머리 나쁜 나지만 이해가 된다고..”
“이해가 되면 다행이고.
그럴듯하게 말도 잘하는구만..
우리 민규 머리가 좋아졌어~ㅎㅎ”
“쳇 쓸데없는 소리그만해..
넌 그걸 1학년부터 알고 있었어?”
“하연이 얘기 말하는 거야? 알지~
신입생 때 나랑 같이 술먹으면서 말했었어”
“헤에...”
“걱정말어 새꺄. 나밖에 아무도 몰라~
하연이가 나랑 젤 친했던거 몰랐냐?~”
“아~~
이 캐새키가 뒤질라고...
지금 니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하연이 전 남친이거든??...”
“ㅋㅋㅋㅋ- 그래 알았어.
다 지난 얘기니까 이제와서 염장지르는 건 아니잖냐.
고만 말하고 그런 얘긴~
오늘 하연이 뭐 입고 왔냐, 마니 이뻐졌지 않든??”
“쳇~
지가 뭘 쳐입고 오든지 내가 뭘 신경을 왜써”
“겁나 시크하네..
ㅎㅎ 까칠하구만 오늘”
“시발.. 나 지금 열받았다고!
그 새키에 대해서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어”
“뭐가 그렇게 억눌린 게 많아??~
너 오늘 말 나온 김에 정하연이에 대해 하고픈 말 있으면~
형한테 다 털어놔봐. 내가 다 들어줄게 임마”
“....이 씨발놈이......
일단 맥주부터 더 시켜~ 끄윽”
=
약속은 지킵니다.
토욜 저녁에서 일요일 오전에 들러보았는데 댓글이 많지 않아, 오늘 올리게 되었네요.
오전에 올렸어야하는데.. 주말에 시간이 부족해 지금 올립니다.
이야기의 전개 흐름이 대사 위주로 구성되어서~
스피디하지 않고 조금 느린 감이 있습니다.
민규가 차 안에서 정아를 만날 때 듣고 있는 노래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F3RYvO2X0Oo
정아와 민규의 대화 장면 내내 의도적으로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와 "let it be"를 반복하여 들었습니다.
조지 해리슨의 내 기타가 부드럽게 울려퍼질때와,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the long and winding road"같은 서정적인 곡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도 나이 먹어가면서 뒤늦게 비틀즈의 여러 곡들에 심취해서.. 여러 컬렉션을 찾아가며 듣고 있어요.
한국인하면 누구나 익숙한 “렛잇비, 예스터데이, 헤이 쥬드” 외에는
곡이 비틀즈의 것임은 아는데, 제목조차 잘 몰랐다가 최근에 더 많이 듣게 됩니다.
=
兄死娶嫂
5부
한낮인데 비가 갑자기 쏟아진다.
날씨가 조금 흐릿한데...
아까만 해도 아침은 멀쩡하더니..
괜히 형수님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나, 후회가 되었다.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잔잔한 올드팝이 담긴 cd를 틀었다.
부드럽게 몸이 잠기는 듯한 기분을 맛보며 긴장이 풀린다.
이제 정말로 형수님과 단 둘이 만나는구나..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지만 들뜬 가슴으로 다가간다.
영동대교를 건너올 즈음이 되자-
문득 잊고 있던 혜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아까 하려던 말은 정말 뭐였을까..?
그렇게 황급히 전화를 끊을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뭘 실수한게 아닌가
찜찜하니 켕기는 기분이었다.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중요한 것은 흠모하는 형수를 만나러 가는 와중에도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후배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는 사실이었다.
미묘하게 자신에게 적극적인 아이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자...
얼마나 가슴이 두근 두근- 설레이는지,
잔잔하게 귀에 울려퍼지는 “yesterday"를 들으면서
새삼 혜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 싶네...
점심시간인데 비교적 차가 수월하게 빠지고 있었다.
오후 한시 30분에 보기로 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겨우 13분인 것이다.
일찍 와서 기다리는 것도 괜찮지..
두근 두근 설레는 맘을 조금씩 다스려 본다.
꿀꺽-
땀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체질이라
긴장을 잔뜩 하며 그걸 다스리려고 여러번 주먹을 말아쥐다보니
손아귀에 땀이 흥건하다.
이 꼴로 형수랑 행여 악수라도 하게 되면 어쩔 거야..
물티슈로 손과 목덜미에 흐른 땀을 깨끗이 닦으며
초조한 마음으로, 목이 빠지게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다.
애꿎은 운전대만
타다닥- 타다닥- 엇박자로 손가락으로 두드리는데..
아!
저~ 멀리서 근사한 자태로 다가오는 여인이 보인다.
직감적으로 사모하는 형수임을 알 수 있었다.
지적인 커리어우먼의 이미지가 단아하다.
검은색의 단촐한 재킷에,
이너도 우아한 오피스룩의 느낌이 살아있다.
하늘 하늘거리는 엷은 소재의 화이트 블라우스를 입었는데
하얀색의 아름다운 색상이 형수의 밝은 피부톤과 잘 어울려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운 미모를 발산하고 있었다.
작은 리본이 달린 블라우스와 재킷의 어울림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 몫 거드는 것 같다.
꿀꺽...
형수가 서서히 부드럽게 웃으며 다가오는 사이,
전신을 재빠르게 훑어보는 민규의 빠른 시선.
단정한 느낌의 블랙 스커트를 입었는데
무릎 위를 살짝 덮는 모습이 왜 그리 매혹적인지 모르겠다.
생다리를 드러내지 않도록 하체를 감싸주는 블랙 스타킹을 신었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스타킹 사이로
형수의 고운 다리 속살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도회적인 세련스러움을 많이 지향한다기보다는
멋스러운 자신만의 컬러를 잘 소화하는 그녀다.
튀지 않고 자연스러워 더욱 이쁜..
때 아닌 가을 여자의 스타일리쉬함을 느끼며
아름다운 형수에게서 눈을 좀체 뗄 수가 없었다.
“도련님?
후후- 안녕히 잘 지내셨는지요.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 안녕하세요!
형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많이 기다리긴요.. 저도 지금 막 도착했는데요..”
“정말? 다행이네..
사무실에서 막 나오려는데 부장님께서 또 급히 부르시지 뭐예요~”
“자리에 안계시다던 분이~ 일찍 돌아오셨나봐요?”
“그렇죠..
근무 중에 좋지 않은 생각은 가급적 삼가야 하는데..
책상에만 앉아 계시면 여러모로 좀.. 저를 피곤하게 하셔요.. 후훗”
지금 어리버리 민규의 귀에는 형수가 조금 늦은 사연이 무엇이든 들리지도 않았다.
뭐라 뭐라 옆에 앉아 있는 천사가 중얼거리는 파동은 느껴지는데
그 실체가 또렷이 보이지 않는 환상만 웅얼거리는 게 아닌가..
민규의 머릿속은 그럴 정도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정아라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대단히 의식하고 있었다.
“사람은 좋은 분인데.. 업무 외적으로 다른 스트레스를 안겨주시곤 하죠..
어머, 미안해요 도련님. 아니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참에, 다른 사람 흉이나 보고 있네요..”
“ㅋㅋ 그럴 수도 있죠 형수님~
저어... 배 고프지 않으세요? 어디 갈까요?”
“뭐 먹을까요?
우리 어디 맛있는 샐러드바 있는데로 가요~”
“아는 곳 있으세요?”
“저기 오른 쪽 사거리로 꺾어져 들어가면 가까우니까 그리로..
근데 도련님 이거 노래.. 도련님 취향이예요?”
“예.. 예?
아 그렇지요.. 저 비틀즈 좋아하거든요”
“어멋, 정말~? ㅎㅎㅎ
이거 꽤 옛날 노래잖아요..”
“아세요?”
“정확히는.. 몰라요 언제 발매되었는지 이런 것까지는..”
형수 정아가 자신과 동일한 음악 취향을 갖고 있다는 걸 알자,
문득 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기며 기분이 즐거워진다.
이런 타이밍이야말로 무언가를 공유하고 말하기에 적기겠지?
“이거.. 1968년도에 나온 비틀즈 화이트 앨범에 수록된 곡이예요”
“68년요??
비틀즈 은퇴, 아니 해체가 그때쯤 아니었나요..?”
“아뇨. 그 이후로도 정식앨범만 4장을 더 냈으니까-
해체는 1970년에 했죠..
이 노래 제목도 혹시 아세요?”
“응! 기억나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저 고등학교 다닐 때, 통기타 동아리였었는데..
거기서 가끔 따라 부르고 치곤 했던 노래예요.. 저는 잘 못치는 편이지만 ^^ ”
“ㅎㅎㅎㅎ
그런 경력도 있으셨어요? 형수님 멋지시다..”
“호호- 그런 반응이 나올까봐 얘기하면서도 조금 겁나네요..
제 학창시절은 다음에 얘기하구요.
해석하면 대략 내 기타가 구슬프게 흐느낄 때.. 쯤이겠어요..”
정아가 손뼉까지 마주 쳐가며 눈을 반짝 반짝 빛내고 좋아하자,
그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민규는 큰 정서적 공감을 느꼈다.
이래서 취미를 알고 통하게 되면 가깝게 느끼는구나.
신이 나서 형수의 동의 아래 자잘한 설명을 해준다.
바깥을 보니 차가 은근하게 막히고 있는데
때마침 흐릿해지는 날씨에 보슬비가 주섬 주섬 이어지고 있었다.
“네...
대부분의 비틀즈 노래들은 아시겠지만, 폴 매카트니랑 존 레논이 맡아 작곡했어요.
그런데 이 노래는 조지 해리슨이 에릭 클랩튼이랑 만든 노래예요”
“기억 나요... 저도 들었어요 둘이 친했다고.. 잘 매치가 안되지만? 후후”
“둘이 엄청 친했죠..
클랩튼이 기타의 신으로 유명한 사람이라, 이 노래 들으시면 알겠지만
기타 연주가 예술인 노래잖아요...
잔잔하며 낯게 깔리는 차분한 느낌을 내려면..”
“친한 친구의 도움이 꼬옥 필요했다는 이야기군요?”
“맞아요. 게다가.. 조지 해리슨이 사실 두 사람에 가려져서 그렇지,
작곡 실력도 뛰어난 사람이었는데요.
조지가 만든 이 노래가 비틀즈 모든 앨범 중에서 기타 연주로만 따지면 거의 top에 속한다더라구요”
거기까지 듣고 있던 형수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귀엽게 피식 웃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형수가 건넨 농담을 민규가 이해 못했다는 것.
“당시에 모든 영미차트를 점령해버렸던 비틀즈는..
다른 커피도 아니고 티오피 였다고 봐도 되겠네요”
“...?
그게 무슨 뜻이예요 티오피라니..”
“아, 죄송해요.. 탑(top)이라고 하셔서..
원빈이 나온 광고.. 모르세요?”
“....? 아!
제가 멍청해서.. 비유한 건줄도 몰랐네요~ 하하”
“호호~ 아니예요. 제가 장난끼가 동해서..
앗~ 여기예요~”
세련된 외관의 2층 건물이었다.
흠~ 이 브랜드는 요즘들어 후발주자들한테 다 따라잡히고
체인들도 조금씩 문 닫는 추세라 그러던데.. 여기는 장사가 잘 되나보네.
민규 혼자 생각에 잠기며 형수와 계단으로 올라간다.
조금씩 정체되는 구간이 많아, 어찌하다보니
자신의 짧은 음악 지식을 내세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자 기뻤다.
덕분에 한결 조금 전 차안에서의 데이트가 더 훈훈했어..
그런 생각을 하며 몰래 웃는다.
아담한 정사각형의 예쁜 탁자에 자리를 잡은 둘은
이야기를 주고 받느라 굉장히 배고팠기 때문에-
메인 메뉴는 하나만 시켜 두고 샐러드부터 바삐 가져온다.
그리고는 이것 저것 부지런히 먹으면서.. 아까 미처 하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갔다.
“근데 형에 대해서 궁금한 얘기도 좀 있는데..
우리 여기 들어와서 지금 식사할 때까지 형 얘기 하나도 안했어요, 형수님“
“호호호... 그러네요, 도련님 말씀이 맞아요.
배도 고프고 정신이 없으니까 그랬겠지.. 싶어요 히힛”
“하하 형수님도 저랑 똑같았구나..
아~ 이거 맛있어요. 조금 드셔보세요”
“아. 아까 안그래도 조금 먹었는데..
고맙습니다”
음식을 가지러 샐러드 바에 서 있는 풍경에서도-
자리로 돌아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편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에서도-
두 사람은 마치 익숙한 커플같은 느낌을 내고 있었다.
주변에서 가끔씩 힐끔거리는 시선이 엿보였지만
착각이든지, 아니면 자신 따위는 관심도 없을 거란 생각에
민규 답지 않게 의외로 초연하다.
“저.. 있잖아요?”
“네 형수님”
“도련님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 예?”
“후훗... 오늘 보게 되면 꼭 하고 싶던 얘기가 있었거든요.
쉽게 입이 열리지 않을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아, 내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헤헷.. 도련님이랑 저랑 아직 사이가 가깝지 않으니까..
이렇게 식사도 함께 하고
어떤 주제를 통해서라도 꼭~~ 공감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네엡... 그러셨군요..
저도 비슷한.. 아니 형수님이랑 같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같은 생각이라구요?”
“그러니까, 아 뭐라고 해야 좋죠..
죄송합니다. 제가 말주변이 너무 없어요..”
“ㅎㅎ.. 천천히 얘기해요"
민규가 갑자기 수줍어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니 정아도 다음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했지만
슬그머니 눈가에 웃음을 지어준다.
어차피 엇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테니까..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민규를 보며 짐작한다.
그 몇마디를 하는 것도, 큰 용기를 내었을 거라고.
형수된 입장에서 어린 시동생을 보니
막내 남동생 같아서 너무 귀엽고 잘 보듬어주고만 싶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고 표현하면..
섬세하기로 알고 있는 작은 도련님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까봐
정아도 그의 입장을 존중하고 어른스럽게 대해준다.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다가도
자꾸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안되겠당~ 긴장을 좀 풀어주지 않으면..
싶은 마음으로 잠시 고민하던 그녀.
조심스럽게 손을 스윽- 내밀어 그의 손을 잡는다.
슬쩍 자신의 오른손을
긴장하고 있는 그의 왼 손위에 겹친 정도..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민규는 흠칫-! 놀랐다.
사춘기 소년처럼 갑작스런 스킨쉽에 놀라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녀의 얼굴만 쳐다본다.
뭐라 말을 하려던 정아는
자기 자신도 이내 쑥스러워서
사르르.. 떨리는 손을 다시 거두려했다.
하지만 무슨 생각에서일까.
애써 부드럽게 웃어주며-
잡았던 그의 손을 놓지 않고 다시 조용히 단단하게 잡아준다.
“호호, 도련님 손이 참 따듯하네요..”
“.... 형수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도련님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 같아서예요”
“... 그런게 아니에요..
저 사실 너무 떨려서 그러는데..”
“떨려요, 뭐가? 후훗”
정아는 오늘 반드시 민규와의 어색한 사이를 좁히기 위해
큰 맘을 먹고 보자고 한 것 같았다.
그녀 스스로도 매우 뻘쭘하고 부끄러운데도
용기를 내어 작은 도련님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콩닥 콩닥...
하얀 손에 푸른 실핏줄이 드러나 있는 민규의 작은 손.
그 위로 겹쳐져 있는 정아의 더 조그맣고 예쁜 손.
두근 두근...
손목과 손을 지나는 혈관에서 쿵-쿵-거리는 힘찬 약동이 느껴진다.
작은 스킨쉽을 피부로 생생히 느끼며
사모하던 여인이 자신을 잡아주었다는 기쁨에
머릿속이 몽롱~해지는 민규.
이마에 식은 땀마저 흘렀다.
정아도 사실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다..
그녀도 오버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손을 빼지 않고 가만히 계속 있어주었다.
민규도 정아의 약간 붉어진 뺨을 보고~
아.. 내가 용기를 내야지, 하며
그녀의 조금 차가운 손바닥을 꼬옥- 화답하듯 잡아주었다.
“손 잡아줘서 고마워요 형수님..
저 이제 떨리는 것 진정됐어요~ 헤헤”
“호호, 그런 것 같아요.
도련님 얼굴 보니까 인상이 피셔서..”
“네.. 진짜 따듯해요.
형수님 손.. 부드럽고..”
“아이~
너무 그렇게 막 만진다~~ㅋ”
“아앗..? 죄송합니다...;;”
“히힛~ 장난치는 거잖아요.
저두 도련님이랑 손 잡으니까 따듯해서 기분 좋아요.
제 손 안 따듯하고 좀 차갑지 않아요..?”
“쪼금요.. 의외로 처음에 약간은 안 따듯했어요..”
“제가 약간 수족냉증이 있어요.
계절이 바뀔때는 이렇게 손 발이 조금씩 차갑고 그러더라구요”
“아, 이해됩니다. 저 지금도 그래요 가끔..”
“그래요..? 안 그런거 같은데”
“아뇨 정말 있어요 저도. 지금은 따듯한 실내에 있으니까 그렇죠.
가끔씩 집에서 제가 제 손 발 만져봐도
많이 차갑고~ 이거 뭐 이상있는거 아닌가? 하거든요”
“그렇구나~ 비슷한 공통점 하나 찾았네요? ㅎㅎ”
“같이 좋은 한의원이라도 가볼까요? 하하하”
“정말 그래야겠는걸요..
이건 웃어 넘길 일이 아닌데 히잉~”
“ㅋㅋㅋ”
“ㅎㅎ~ 저 아까 있잖아요 도련님..”
“네~ 말씀하세요”
“제가 도련님 차를 혼자 탄 거는 처음이잖아요..”
“예. 형수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형이 저 차를 저한테 주고 나서 같이 태워드린 적은 있지만~
아이고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이야기하세요”
“아녜요 ㅎㅎ
도련님 말 듣는 것도 좋아해요.
근데.. 나 진짜 무슨 말 하려고 했었지?”
민규는 스스로 그녀의 말 흐름을 끊었다는 생각이 들어
뻐끔 뻐끔 눈을 껌뻑이며 눈치를 보았다.
내심 형수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
여전히 대담하게 뺄 생각을 않고 그녀의 손을 따듯하게 붙잡는다.
형수도 그의 손이 은근하게 손을 감싸자
힐끗.. 보이지 않게 곁눈질하면서 웃었다.
“움~ 건망증이 좀 있어서 ^^..
기억이 났어요. 아까 차 타기 전에 많이 긴장을 했거든요”
“긴장을 왜.. 하셨어요?”
“...... 음.
말수가 너무 적고 수줍음 많은 우리 도련님이라~
내가 어떻게 해야 말문이 트이게 할까?
그런 걱정을 했구요..”
“에이~ 형수님도 별 걱정을 다하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체온을 서로 느끼며
스킨쉽을 통해 따스함을 주고 받으니
예전에 둘 사이의 서먹서먹함은 어느덧 눈녹듯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민규는 정아가 보이지 않는 자잘한 배려를 해주자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대범하다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이 느긋해져 있었다.
민규의 눈치를 살피며, 정아가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서 말이예요..
아까 차를 처음 탈때는 어떤 대화를 해야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 우습죠..”
“아뇨 저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서요?”
“그랬는데..
마침 내가 너~무 좋아하는 비틀즈가 나오는 거예요”
“아아~”
“도련님이 저를 위해서 음악을 틀어놓으신건가?
생각할 정도로..^^ 조용조용한 음악도 틀어주시고
의외로? 히힛~
해박한 음악 상식을 들려주셔서, 저 감동받았어요”
“감동까지.. 감사합니다 헷..”
“ㅋㅋ 그래서 말인데요. 비틀즈 얘기 조금만 더해주세요”
“좋아요~ 무슨 얘기를 할까요?”
“아무거나요 후후.
왜 아까, 렛잇비 들으면서 생각나는게 있다고 하셨잖아요”
“제가요?
아! 맞다. 맞아요. let it be 노래 가사 생각하다가~”
따듯하게 손까지 마주 잡고
누가 보면 애인인 것처럼 살갑게 이야기하는 민규.
어느새 꽤 뻔뻔함이 느껴질 정도로
여전히 형수의 고운 손을 잡은 손을 빼지 않는다.
알고 있어도 모르는 척-
그러자 오히려 정아가 얼굴이 살짝 물든다.
애써 그녀도 부끄러움을 의식하지 않으려했다.
“렛잇비 가사 아시죠..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와~ 도련님 발음 좋으신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이 마더 메리 컴스투미 부분은 사람들이 흔히 알기로
성모 마리아의 가르침이라고 알고 있어요”
“어.. 그렇게 생각되죠 아무래도”
“그런데 그 내용이 아니래요. 저도 알게 된지 얼마 안됐는데..
거기서 말하는 메리는 성모 마리아가 아니고 메리 메카트니를 말해요”
“메리 메카트니?”
“네. 폴 매카트니의 엄마죠.
아시겠지만 비틀즈가 폴이랑 존 두 사람 불화가 특히 심해서
팀을 해체할 때가 됐을때 분위기가 아주 아슬아슬했잖아요”
이야기를 하는 중간 중간-
민규는 본인이 생각해도 꽤 대범하다고 느낀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앞에 두었는데,
내가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다니??
스스로가 굉장하게 느껴질 만큼
형수와 눈을 계속 마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아는 딱히 의식하지 않는 눈빛이다.
되도록 시동생과 아이 컨택을 잘 유지해주며
그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경청해주는 모습이다.
그녀 입장에서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그랬었죠.. 잘은 몰라도 알고 있어요.
분위기를 잘 조율해주는 링고 스타까지 스튜디오에 안나오기 일쑤였다고..”
“우와, 형수님도 잘 아시네.
아무튼 그 당시에 폴이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설치고 그랬는데~
꿈에 죽은 어머니가 나타나서 그랬대요.
모든 근심과 걱정은.. 물 흘러가듯이~
그냥 섭리대로 내버려두라고..”
“섭리대로 내버려두라....
그래서 let it be..”
“네 그렇게 의역들을 많이 하죠..
그 꿈을 꾸고 필을 받아서 만든거래요..”
“아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팀이 위태위태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담담히 노래했나봐요”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그리고 비틀즈 해체 후에도 폴이 힘들때마다 힘이 되어준 노래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리고 아내 린다가 죽었을 때도
장례식장에서 들려줬을 정도로..
굉장히 아꼈던 노래라고 합니다”
“흐~음~ 어쩜..
도련님 그렇게 비틀즈에 대해 잘 아실까.. 해박해요.
저 지금 듣고 있으면서 사실 많이 놀라고 있었어요..
호호~ 다른 이야기도 따로 있나요?”
“에고~ 관심이 있으면 자연히 조금 더 알게 되는걸요..
일단 좀 더 먹고 하죠.. 배 안고프세요?ㅋㅋ”
“어멋, 나 좀봐~ 하하~
비틀즈 얘기 듣고 있다보니까 푹 빠져서 잊었지 뭐예요.
어서 먹으러 가요~~”
내내 다정한 연인처럼 붙잡고 있던 손을 떼자-
그 접촉의 따스한 온기가 사라져 아쉬운 마음이었다.
지금 같이 형수님이 적극적으로 잡아줄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손을 잡아볼까..
괜한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샐러드 바의 가짓수는 많지 않은 편이지만
두 사람은 나란히 분위기 좋게 서서 좋아하는 음식을 담는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내가 지금 곁에 나란히 서서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나만의 천사라며...
이 순간 순간이 행복한 꿈을 꾸는 기분이다.
배를 채우고 아이스크림과 다과류로 입가심을 하는 두 사람.
웃고 떠들고 재미난 시간을 갖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오후 세시에 가까워졌다.
형수가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너무 오랜 시간 사무실을 비워 초조해하는 모양이다.
민규는 꿀꺽- 침을 삼키며, 마음에 없는 질문을 한다.
“회사에.. 돌아가보셔야 하는거 아니예요..?
시간이 벌써 세시인데..”
“아뇨.. 저도 걱정이 좀 되긴 하는데..
오늘은 부장님도 자리에 안 계시고
제가 미리 외근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려 두었어요. 괜찮을 거예요”
“정말요? 그럼~
오늘 복귀 안하셔도 된다는 말씀이세요?”
“에... 그게..
원래 이런 일이 드물고 좀체 있어서도 안되거든요.
호호- 제가 이랬다는거, 오빠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주세요”
“형한테... 예 알겠습니다~..
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근데?”
“그건...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근무 시간 빼먹고 논다고 괜히 잔소리 듣는게 싫어서요? ㅎㅎ-”
정아의 멋쩍은 미소를 보자 민규도 장난이 치고 싶었다.
어느 정도 자잘한 장난을 쳐도 용인되는 분위기니까.
“ㅋㅋ 형수님 이런 일이 가끔 있긴 있으신가 보네요?”
“어머~! 저, 저..
그런 사람 아니예요..?!
다 이것도 상황과 눈치를 봐가며..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고객과의 미팅을 수시로 갖기 위함이죠.. 호홋~”
“...?
무슨 말씀하시는지..ㅋㅋ
간단하게 고객을 따로 만나 상담을 해주는 거라고 이해할게요”
“맞아요! 그게 정답이예요~ㅎ”
“하하..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아이~ 정말이라니까요..
참~ 오빠가, 도련님께 이거..”
“네..?”
“자아- 이거 만나거든 건네주라고 그랬어요”
“뭐예요, 이게..??”
“후훗, 열어보셔요”
형이 왠일로 선물을 줘?
대학 입학한 뒤에 선물 받은 일이 없던 것 같은데..
한동안 얼굴을 못 봤던 형이라, 두려움부터 엄습해왔다.
뜯어 보기에 앞서 설렘보다는 부담이 느껴진다.
제법 사이즈가 크다.
어른 두 손바닥을 쫘악 펼쳐야 양쪽 모서리면에 닿고
몸통 가로 길이는 그 두배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얼핏 보니 전자제품 같은데..
핸드폰 쯤일 거라 생각했는데 뜯어보니 블랙박스였다.
와우-
이거 새로 나온 신제품인데~
요즘 라디오에서 광고하는 2채널 풀 HD에
16기가 SD 메모리를 장착한 모델이었다.
가격이 얼마나 되지? 새로 나온건데..
일단 감동이었다.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를 훑어본다.
그 모습을 바라 보고 있는 형수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안그래도 형이 타던 차를 물려 받은 이후,
1년간 자잘한 접촉 사고가 많았던 민규에게
덤벙 덤벙 사고내지 말라고 주는 형의 필수 선물인 셈이다.
음...
센스 있네 영감님.. 고마워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우며 선물을 마음에 들어한다.
민규의 밝은 얼굴을 보고 마음이 놓인 정아.
그 타이밍에 맞춰 슬그머니 웃더니
스윽-
무언가 폭이 좁고 납작한 물건을 들이 밀었다.
“이거는 또.. 뭐예요??”
“보시면 알아요 호호”
“가볍고 두께가 얇은 걸 보니..”
“짐작이 되죠, 뭐겠어요?”
“... 허쉬~ 초콜렛.. 큰거요?”
“네에?? ^^;”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을 리는 없고..
맹한 민규라도 장난삼아 건넨 말이었다.
두근 두근~
형수가 은밀하게 예쁜 눈웃음을 흘리는 걸 보니,
아마도 이건 그녀가 직접 산 모양이다.
오~ 맞는거 같네..
뜯고 보니 예쁜 디자인의 고급스러운 넥타이다.
“우와... 이뻐요”
“괜찮아요..? 도련님 이미지를 생각하고 사본건데..”
“예, 맘에 듭니다..
이쁜데요? 어디서 사셨어요?”
“백화점에서요. 호호..”
“캐주얼 넥타이예요?
디자인이 맘에 드는걸요”
그렇지 이렇게 납작한 것은 넥타이나 양말밖에 없지..
무난한 적갈색 바탕에 옅은 푸른색 스프라이트가 사선으로 들어가 있었다.
조금 오버스럽게 형수를 의식해서 좋아했지만
사실 그렇게 지금 필요한 물건은 아닌데..
그런 의아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넥타이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둔감하고 잘 모르는데..
그래도 생김새가 적당히 맘에 들고 예쁘니까.
무엇보다도 정아가 직접 골랐다는 이야기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형수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뻐요. 고맙습니다...
형수님까지 설마 선물을 사주실 줄은 상상을 못했어요”
“네..
오빠가 선물 가져다 드리라고 하는데..
저도 뭔가 뜻깊은 거 사다 드리고 싶었어요.
근데 참, 도련님 캐주얼 말고 정장도 잘 입는 편인가요?”
“저요? 저..
아뇨..? ㅎㅎ 정장은 거의 안입어요.
지금 집에 가지고 있는 것도 없을걸요”
“헤에 그래요..
그럼요, 요 다음에 저하고 같이 양복 한 벌 맞추러 가요~”
“예.. 예???
같이 형수님이 가셔서 직접.. 사주신다구요?”
“응!
히힛~ 제가 형수 입장에서 도련님한테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야아.. 이거 대박인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말로 먼저 받은 기분이었다.
형수의 선물 고르는 취향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녀가 평소에 걸치고 다니는 옷과 악세서리를 보면..
엘레강스하고 세련됨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만큼-
아마 제법 비용이 들더라도 괜찮은 느낌으로 고를 것 같았다.
“정말이예요.
말씀만 하세요. 필요할 때는..
아니면 조만간 다음에 시간 날 때 같이 백화점 가기로 해요”
“저.. 형수님 말씀은 진짜로 감사한데요..
이제 조금 있으면 봄 지나서 여름도 다가오고..
가을쯤은 되야 정장이 필요하지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요..”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 얘기했는데
듣고 있는 형수의 안색이 붉어지며 무안해하는 것 같다.
이크-
곧이 곧대로 말한다는게 실례인가..
“아니, 그게 아니고요..
말 주변이 또 이렇게 없네. 하하-”
“호호. 알겠어요 무슨 의미인지는..
저 비용 부담이 많이 들까봐 노파심에 하는 말씀이죠?”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기는 있죠.. 죄송하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지금 불필요하고.
저 정말 정장 안입어요!”
“호호- 알겠사와요.
그러면 이렇게 해요~
꼭 필요한 것이 혹 생기면, 그거 기억해두시고~
우리 다음주 토요일에 같이 쇼핑하러 가자구용~”
“쇼핑을 같이 가요..?”
“네!”
방긋- 이쁘게 웃는 그녀.
또 다른 데이트 신청을 이렇게 하시나?
가슴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두근 두근, 기쁜 내색을 애써 감추며
그러겠노라고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4일전의 그 오붓하고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입이 헤~ 벌어지는 민규.
기분이 업되어 오른 다리를 달달달달-
경운기 밭갈듯이 신나게 떨고 있었다.
학과 사무실에서 그렇게 주접을 떠니~
책상을 붙이고 나란히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던 하연은
잠시를 가만히 못 있는 오도방정에 짜증이 밀려왔다.
“야! 너, 다리 가만히 안둘거야?”
“...? 아..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여기는 너 개인 공간이 아니고 사무실이잖아”
“... 사무실인건 아는데
누구한테 크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
“엇쭈?
지금 나한테 대드는거야?
피해를 바로 나한테 주고 있잖아"
“... 대들다니, 친구 사이에 무슨 말이 그래..
알았어 나도 행동 조심할게..”
“봐봐~
너하고 내 책상하고 옆에가 딱 붙어 있잖아..
그러니까 다릴 떨면 진동이 전해진다고”
“알겠어 알겠어. 그만 하자”
저 놈의 잔소리 또 시작이군.
같은 한 공간에 아무도 없이 옆에 앉은 것도 불편한데
이제부터 사사건건 뭐가 맘에 안들면
쥐잡듯이 트집을 잡을 것이 눈에 그려진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걷게 될..
근 미래가 눈에 그려져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나 진짜 아까부터 물으려던 건데 말이야.
수미 누나는 왜 안나오셔?”
“언니는 왜 찾아?”
“왜 찾냐니..?
조교는 보통 두명이 상주하는 거 맞잖아.
나는 아직 신입이고.. 너는 오늘 나오는 날도 아닐텐데”
“하하하하하~”
“... 꼭 웃는 것도 남자같이 웃네”
“깔깔~...
웃는 걸로 트집이야 -_-
너 여태 모르고 있었어, 내가 왜 여기 있는 지를?”
“어떻게 알아!
너는 보통 화목금 아니면 토요일일텐데
엊그제 수욜도 있더니 오늘도 내내 있잖아..”
그러고보니 말 안하긴 했었구나.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드는 듯,
하연이 말을 멈추고 골똘이 잠긴다.
아, 저 표정 내가 알지.
저렇게 아무 말 않고 고개를 15도 정도 아래로 숙이며
위로 살짝 눈을 치켜 뜨고 자신을 응시하는 버릇은..
어떻게 설명을 할까, 한참 고민하고 있는 표시다.
“흐흠~ 어떻게 말을 해야 되지..
진짜로 몰랐나본데..
수미 언니는 이제부터 말이야.
매주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즉 주 1회 꼴로만 나오게 되었어”
“???
그, 그게 대뜸 무슨 말이얏~?!”
“설명하잖아. 흥분하지마~
언니가 육아휴가를 냈어...
근데 내가 아직 일도 서툴고 초보기 때문에
앞으로 한 6, 7주 정도는 인수인계차 더 나오실 거야”
“육아휴가라니..??”
“아마도 보름 정도 후에 출산할 것 같댄다”
이미 입이 벌어져서 놀라움의 극치를 달린다.
불길한 예감이 곧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
출산하고 바로 육아휴가야?”
“아니~ 직장에 따라 기간은 다 달라.
걱정할 건 없어. 늘 너랑 나 단 둘이 있는 건 아니니까.
옆에 교무처에 송주임님이 와서 도와주시기로 했어”
“송주임님이 누구지..
근데 오늘은 왜 안와?”
“오전에 다녀 갔지~!
너 올 시간에는 잘 안계실걸?”
“...... 그런 얘기를 나는 전혀 몰랐다고..”
“후후. 수미 언니도 미안하다고 너한테 잘 전해달래.
자기가 바빠서 설명을 다 못했다고.
그 대신 나한테 너 좀 잘 도와달라고 하시더라”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본데 어떻게 이럴 수가...”
“무슨 상관이야?
이제부터 내가 특별한 일 없으면 항상 옆에 있을 건데”
“이, 일을 모르는 것 땜에 걱정도 되지만..”
“아하~
내가 처음이라 서툴까봐 불안한거군.
걱정하지마~ 나 졸업하기 전에도 여기 사무실에서 보조했었어”
“뭐? 그게 진짜야? 얼마나 일했는데”
“넌 어쩜 애가 그렇게 학교 돌아가는 일에 무심하니?
아니면 나라는 사람한테 관심이 없는 걸까..
공부도 하면서 쉬엄쉬엄 4학년 내내 여기서 일했다고!”
뭔가 미심쩍은 이야기였다.
대개 그 기간에는 졸업 논문도 써야하고..
3학년 2학기 내지는 4학년 1학기엔 각자 취업준비하느라 바쁜데
공부와는 담 쌓고 지내던 녀석이 여기서 보조로 일했다라.
확실하게 뭐라 찝어말할 순 없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런 사실보다...
앞으로 조교생활 내내 이 썩을 것과 같이 있어야한다는 사실 아닌가!
씨발...
장학생 낸거 오늘부로 때려치울까?
갑자기 덜컥 공포감이 몰려온다.
“대략 그러하니까~ 궁금한 것 또 있으면 물어보도록”
“.... 저기, 그러니까 말이야..
일단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겠는데..
너는 기간제 조교로 여기에 오게된게 아니었던 거야~ 그럼?”
“아~ 너 그거.. 말 잘했다. 설명해줄게.
수미 언니도 그 때는 어떻게 될지 잘 예상을 못했다는데
언니가 정확하게 언제 복직할지를 예상 못하겠대”
“그렇다는.. 얘기는..?”
“하아~~ 어디서부터 얘기를 덧붙여야 되냐..
그래! 툭 까놓고 말하자.
내가 우리과 사무실 행정조교가 됐어~
가끔 엄교수님 연구 보조도 맞춰드리기도 하고.
그러면 이제~ 니가 내 빈자리를 잘 채워야하는 거야”
“너... 니가 그, 그렇게.. 하는 사람이야?”
“뭐라는 거니? 말 똑바로 해봐”
마음 같아서는
‘니 까짓게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라 뱉고 싶었다.
“너 아직 스물 다섯인데.. 나이도 어리고
공부도 별로 잘 못했잖아 학교 다닐 때?...”
“죽을래?
공부를 왜 못해? --
너랑 같은 레벨로 생각하냐.
그리고 나 재수했어! 생일 빠르거든”
“..... 아니었나..?
스물 여섯 또래인 거는 알고 있지..
암튼 공부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
휴~ 성적은 뭐 그렇다 치고..”
생각할수록 황당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찝찝한 의구심.
머리를 아무리 굴려보아도 명쾌하게 짚고 넘어갈만한
예리한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과 더불어
자신이 많이 성숙해졌다고 그동안 느꼈던 민규도
다시 만난 하연의 날카로운 지적들에는
기싸움에서 이미 한수 접고 들어가는지라~
설령 뭐가 말이 이상하다 싶어도 다 그럴듯하게 들렸다.
하연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민규를 자기 장기말처럼 부리는 점이 어렵지 않았다.
젠장할...
왠지 사기당한 드러운 기분이다.
그 날 퇴근 후, 전화로 동준을 불러냈다.
동준은 민규와 달리-
대부분의 여자동기와 큰 마찰없이 잘 지냈었기 때문에
이 녀석이라면 하연에 대해 뭐라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저녁 9시쯤 둘은 홍대역 근처의 호프집에서 만난다.
“뭐가 그렇게 급하게.. 할 말이 있대냐”
“앉아봐 빨리. 물어볼게 있어”
“ㅋㅋ 아서라. 나 숨 좀 돌리자.
이모 여기요~~ 잔 두 개랑 피처 하나 주세요!”
“......
나 치킨도 좀 시켜줘. 바싹 튀긴 걸로”
“급하다는 놈이, 내가 시키니까 지도 덩달아 달라네.
진짜 골때리는 새끼야..
하하하, 그래 오늘 내가 산다!”
“으잉~ 뭐 그래주면 좋고..
사달라는 말까지는 안했는데?ㅎㅎ”
“이 새키.. 내가 너한테 뜯기는거 하루 이틀이가니~
아무튼 말해봐. 무슨 일이야?”
민규는 하연과 있었던 일에 대해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래 놓고, 동준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녀석이라면 틀림없이,
자신이 모르고 있는 하연의 속사정을 확실히 알거라고 느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동준의 얼굴도~
무어라 말해야 좋나..
고민에 빠져서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모습이다.
“하연이 짜식이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너한테 이런 얘길 꺼내게 될 줄은, 나도 생각을 못했다..”
“분위기 되게 까네..”
“나는 1학년때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왠만하면 하연이랑 나만 둘이 알고 지나가려 했었거든”
거기까지 듣고 나자, 본 내용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뭔가 둘만이 통하는 비밀스러움을 공유했다는 부분에서
민규는 묘한 질투를 느꼈다.
사귀었던 사이는 나랑 그 녀석인데...
생각해보면 자신이 철없던 옛날에도~
하연은 남몰래 속을 끓이며 연애할 당시,
이런 식으로 남자 동기 극히 일부와 친하게 지내며
허물없이 속내를 오픈하고 지냈을 거라 짐작된다.
지금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랑 연인이었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그녀의 숨은 모습이 얼마나 더 있었을까-
생각하니, 정말 참기 힘든 질투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참나- 나도 미쳤나.
이제 와서 별 쓰잘데기 없는 감정을 갖고...
머리를 휘휘 저으며 잡생각을 떨치려 애쓴다.
“........흐.......”
“어이~ 너 괜찮은 거냐.. 안색이 어둡네”
“괜찮어. 하연이 새끼 생각을 하니까..
이런 저런 생각이 나고 좀 화가 나서..”
“........
그래. 뭐 그런 점이 몇가지 있겠지..
일단 그런건 접어두고~
결론만 말할게”
“뭐~ 크게 하나 터뜨릴게 있어?”
“당연히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말해주는데..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한다. 알지?
나도 여지껏 하연이랑 비밀로 했던 거니까”
“말이나 해 새꺄..”
“ㅎㅎㅎ 성질은~
하연이가 우리 학교 이사장 손녀야”
“......?
이사장 손녀라니..”
“그러니까 그 뭐지, 재단 설립자 친손녀라고.
맨 처음에 학교를 지은 사람”
“..... 즉 우리 학교의 주인?”
“어”
“그래서...
정하연이가 단번에~...”
“단번에 정조교에 붙었다구? 파하하~
너무 하연이 무시하지마라..
걔 머리 엄청 좋은 애다.
말이 나왔으니 계속 하는데~
걔 자기 할아버지 빽 있어서 들어온거긴 해도~
자기 기본 실력으로 할 건 다 하는 애야”
“아니 씨발...
이건 뭔가 불합리하잖아...”
머릿속에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는 생각을
말로 표현해내기가 어려웠다.
논리적인 생각이 필요한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말문이 갑자기 막혀서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아하 그랬군...
진실을 알고 나자 도리어~
민규는 두려움을 벗어나
묘~한 안도감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랬어.. 어쩐지 모든 것이 정하연 위주로 슬슬 돌아간다 싶었더니..”
“이 짜식이 진짜~
너 그렇게 또 엉뚱한 소리 할 것 같았어. 억측하지 말란 말여”
“뭘 억측을 해...
요즘같이 취직하기 어렵고 빽 써서라도
낙하산 출세하면 그나마 다행인 세상에..
그 정도는.. 너 얘기 듣고 나니까..
아무리 머리 나쁜 나지만 이해가 된다고..”
“이해가 되면 다행이고.
그럴듯하게 말도 잘하는구만..
우리 민규 머리가 좋아졌어~ㅎㅎ”
“쳇 쓸데없는 소리그만해..
넌 그걸 1학년부터 알고 있었어?”
“하연이 얘기 말하는 거야? 알지~
신입생 때 나랑 같이 술먹으면서 말했었어”
“헤에...”
“걱정말어 새꺄. 나밖에 아무도 몰라~
하연이가 나랑 젤 친했던거 몰랐냐?~”
“아~~
이 캐새키가 뒤질라고...
지금 니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하연이 전 남친이거든??...”
“ㅋㅋㅋㅋ- 그래 알았어.
다 지난 얘기니까 이제와서 염장지르는 건 아니잖냐.
고만 말하고 그런 얘긴~
오늘 하연이 뭐 입고 왔냐, 마니 이뻐졌지 않든??”
“쳇~
지가 뭘 쳐입고 오든지 내가 뭘 신경을 왜써”
“겁나 시크하네..
ㅎㅎ 까칠하구만 오늘”
“시발.. 나 지금 열받았다고!
그 새키에 대해서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어”
“뭐가 그렇게 억눌린 게 많아??~
너 오늘 말 나온 김에 정하연이에 대해 하고픈 말 있으면~
형한테 다 털어놔봐. 내가 다 들어줄게 임마”
“....이 씨발놈이......
일단 맥주부터 더 시켜~ 끄윽”
=
약속은 지킵니다.
토욜 저녁에서 일요일 오전에 들러보았는데 댓글이 많지 않아, 오늘 올리게 되었네요.
오전에 올렸어야하는데.. 주말에 시간이 부족해 지금 올립니다.
이야기의 전개 흐름이 대사 위주로 구성되어서~
스피디하지 않고 조금 느린 감이 있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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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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